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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回 神風堡主(신풍보주) 본문

와룡생(臥龍生) 무협/혈검단심(血劍丹心)

第 六 回 神風堡主(신풍보주)

알타쵸 2016. 7. 8. 00:26

第 六 回 神風堡主




 

杜君平行出松鶴觀後,心中暗暗思忖著,只覺少林掌門人靈空上人,不像名門正派有道高僧,尤其對他此次邀約之事,更覺用心難測。

두군평은 송학관을 나온 뒤 속으로 곰곰히 생각해보니 소림장문인 영공상인은 명문정파의 고승(高僧) 같지가 않았다. 더우기 이번에 그를 초대한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추측하기가 어렵다고 느꼈다.

出觀約摸行了兩三里許,突然,陰風老怪赫連剛從路旁閃身而出,冷笑道:“原來你並非杜飛卿之子。”

도관을 나선지 약 이삼 리를 가기도 전에 돌연 음풍노괴(陰風老怪) 혁련강(赫連剛)이 길 옆에서 번개처럼 나타나서 냉소를 쳤다.

"원래 네가 바로 두비경의 아들이로군."

杜君平大感奇異,暗道:此人為何一再詢問? 

當下冷冷答道:“是與不是,似乎都與尊駕無關吧?”

두군평은 크게 기이함을 느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는 무엇 때문에 자꾸 물어보는 것일까?'

즉시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렇든 안그렇든 귀하와는 무관한 것 같소만?"

陰風老怪並不惱,徐徐地道:“如若果是杜飛卿之子,為何連埋骨之所都不去看看,為人子者,就是這樣的嗎?”

음풍노괴는 화를 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만약 두비경의 아들이 맞다면 아들된 자로서 어찌 선친이 묻힌 곳을 찾아가보지 않으리. 그렇지 않느냐?"

杜君平大吃一驚,急道:“尊駕知道先父的墓地?”

두군평이 크게 놀라서 급히 물었다.

"귀하는 선부의 묘지를 알고 있소?"

陰風老怪道:“你若是杜飛卿之子,重陽之日,可來金陵尋找,另有緊要之事對你說,但切宜守密。”

음풍노괴가 말했다.

"네가 만약 두비경의 아들이라면 중양일(重陽之日)에 금릉을 찾아가면 너에게 중대한 일을 말해 줄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다. 단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

杜君平將信將疑道:“尊駕既是專程趕來泰山,為何此刻又不明說?”

두군평이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귀하는 특별히 태산까지 달려오셨는데 어찌하여 지금 자세히 말씀해주지 않으시오?"

陰風老怪搖了搖頭道:“老夫原以為事情極為容解,此刻才知內情複雜萬分,暫時還以不說為妙。”

음풍노괴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노부는 원래 일이 극히 해결하기 쉬울 줄 여겼다. 지금 속사정이 매우 여러갈래로 복잡함을 알게 되었으니 잠시동안은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

縱身一躍,沒入林中。

몸을 솟구치더니 숲 속으로 사라졌다.

驀地一陣雜亂的腳步聲響,四個手執禪杖的僧人,飛步而來,內中一個身披灰布袈裟的白眉僧人,打量了他兩眼,停步合十道:“小施主尊姓大名? ”

갑자기 일진의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네 명의 손에 선장을 든 승인들이 바람같이 달려왔다. 그 중에는 일신에 회포 가사를 입은 백미(白眉) 승인이 두 눈으로 그를 훑어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합장하며 말했다.

"소시주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杜君平拱手還禮道:“在下姓杜,草字君平。”

두군평은 공수하여 답례하며 말했다.

"저는 두군평이라 합니다."

白眉僧人面現驚訝之色道:“施主莫非就是乾坤雙絕杜大俠的後人?”

백미승인은 얼굴에 의아스러운 기색을 나타내며 말했다.

"시주가 설마 바로 건곤쌍절 두대협의 후인이란 말이오?"

杜君平點頭道:“不錯!”

두군평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白眉僧人低宣一聲佛號道:“貧僧了凡,現為少林寺羅漢堂首座。” 

백미승인은 낮게 불호를 외더니 말했다.

"빈승은 현재 소림사의 나한당(羅漢堂​)의 수좌(首座​) 요범(了凡​)이라 하오."

杜君平道:“原來是少林高僧,失敬,失敬。”

두군평이 말했다.

"원래 소림의 고승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了凡道:“傳聞各派為了少俠之事,均已來松鶴觀聚會,少俠為何立在這裡?”

요범이 말했다.

"듣기로는 각파에서 소협의 일로 모두 송학관에 와서 회합을 가진다던데 소협은 왜 이곳에 계시오?"

杜君平笑道:“禪師遲來一步,他們已經走了。”

두군평이 웃으며 말했다.

"선사께서 한 발 늦으셨군요. 그들은 이미 떠났습니다."

了凡大吃一驚道:“敝掌門人可曾來到?”

요범이 크게 놀라서 말했다

"폐 장문인께서도 도착하셨소?"

林君平頗感意外地道:“他已領著峨嵋等七派高手,趕去天地盟的總壇了。”

두군평은 의외라고 느끼며 말했다.

"그분은 이미 아미 등 칠파의 고수를 이끌고 천지맹 총단으로 떠나셨습니다."

了凡復又道:“請問松鶴觀主去了沒有?”

요범이 다시 또 말했다.

"송학관의 관주는 가지 않았습니까?"

杜君平道:“去的人數已夠,是以他沒有去。”

두군평이 말했다.

"가는 사람의 수가 이미 많아서 그는 가지 않았습니다."

了凡急道:“如若施主現無急事,請隨貧僧再去一道松鶴觀如何?”

요범이 급히 말했다.

"시주께서 지금 급한 일이 없으면 청컨대 빈승과 같이 다시 한번 송학관으로 가실 수 있으신지요?"

杜君平心知四僧來此,必有重大事故,隨道:“此去松鶴觀不遠,在下替禪師帶路。”

두군평은 속으로 네 명의 승려가 이곳에 왔으니 반드시 중대한 사고가 났으리라 생각하고 말했다.

"이곳에서 송학관은 멀지 않으니 제가 선사님을 모시고 가겠습니다."

舉步當先向松鶴觀行去。

앞장서서 송학관을 향해 걸어갔다.

幾人到達觀前,只覺裡面靜悄悄地,不見一個人影,心頭不由咚地一跳,急步奔進觀內,赫然四具道裝屍體,僵臥在台階之上,正待彎腰翻開屍體驗看,突地,一股柔和暗勁,從身後推來,一驚之下,挪身往旁一閃。

그들이 송학관 앞에 도달하였지만 안은 고요하고 사람 그림자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아 급히 관내로 달려들어갔다. 도사복을 입은 네 구의 시체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층계에 쓰러져있었다. 허리를 굽혀 시체를 뒤집어 살펴보려는 그때 갑자기 한 가닥의 부드러운 암경이 뒤에서 밀려왔다. 크게 놀라서 번개같이 옆으로 피했다.

只聽了凡沉聲喝道:“不許動他。”

무겁게 가라앉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를 건드리지 마시오."

舉起禪杖,輕輕把屍體翻開。只見死者雙睛凸露,面呈灰黑色,道袍卻是完好無損,分明是中毒身亡。杜君平被了凡暗用掌力把他推開,心中甚是不快,見這景象,才知人家乃是一番好意。​

단장을 들어 조심스럽게 시체를 뒤집었다. 죽은 사람은 눈이 툭 튀어 나오고 얼굴에 회흑색이 나타나 있었다. 도포가 온전하고 아무런 훼손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중독되어 죽은 것이었다. 두군평은 요범이 몰래 장력을 그에게 밀어냈을 때 마음 속으로 불쾌했으나 이 광경을 보자 비로소 그의 호의를 알게 되었다.

了凡把四具屍體一一翻過驗看,死狀都是一般,不禁連聲念佛道:“好毒辣的手段啊!只怕清虛道長也兇多吉少了。”

요범은 네 구의 시체를 한번씩 살펴보았는데 죽은 상태가 모두 한가지로 똑같았다. 연이어 불호를 외며 말했다.

"얼마나 독랄한 수단인가! 청허도장이 걱정되는구나."

杜君平道:“咱們且去雲房看看。”

두군평이 말했다.

"우리 운방으로 가서 살펴보죠."

了凡取出幾顆丹藥來,每人分給一顆道:“他們既用這種手段,還是小心點好。”

요범 몇 알의 단약(丹藥)을 꺼내어 모두에게 한 알씩 나누어주며 말했다.

"그들이 이런 수단을 썼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杜君平見他們都將丹藥含在嘴裡,也將丹藥丟入嘴裡,舉步前行,一路之上,又遇見不少屍體,只是尋遍全觀,不見清虛道長的影子。

두군평은 그들이 단약을 입에 머금고 있는 것을 보고 그도 단약을 입에 물고 앞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또 다시 적지 않은 시체를 보았지만 도관 내 어디에도 청허도장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了凡慨嘆一聲道:“清虛道長被他們擄去了。”

요범은 탄성을 내며 말했다.

"청허도장은 사로잡혀 가신 듯 하오."

杜君平道:“禪師如何知道他已被擄?”

두군평이 말했다.

"선사께서 어찌 그 분이 잡혀간 것을 아십니까?"

了凡道:“此事極為明顯,遇害的人,都是中了外來的毒物,並非飲食中吃下,那證明來襲的兇徒中,必有一位使毒的能手,清虛道長內功精湛,雖已中毒,仍能掙扎反擊,故云房中有打的痕跡,如今既尋不到他的屍體,自然是毒發被擒了。”

요범이 말했다.

"이 일은 극히 분명하오. 해를 당한 사람은 모두 외부에서 들어온 독물에 중독되었소. 그것은 내습한 무리 중에 반드시 독을 쓰는데 능란한 사람이 있음을 증명하오. 청허도장은 내공이 정심하여 비록 중독되었으나 여전히 버티며 반격할 수 있었소. 운방 안에 싸운 흔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 그의 시체를 찾지 못한다는 것은 자연 독이 발작하여 잡혀 갔다는 것이지요."

杜君平聽了了凡的分析,想了想道:“禪師怎知松鶴觀會有變故?”

두군평은 요범의 분석을 듣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선사께서는 어떻게 송학관에 변고가 생길 것을 아셨습니까?"

了凡喟嘆一聲,壓低嗓音道:“實不相瞞,敝掌門人失踪將近一年了。”

요범이 탄식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폐 장문인은 실종되신지 일 년 가까이 된다오."

杜君平駭然道:“難道來松鶴觀的靈空上人,他不是貴掌門人?”

두군평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설마 송학관에 왔던 영공상인은 귀 장문인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了凡禪師略事沉吟道:“敝掌門人乃是德高望重的高僧,向不輕易踏入江湖,即令有此必要,也必告知各位長老,以及各院首座,何至私自來此參與武林恩怨?”

요범선사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폐 장문인은 덕이 높으신 고승이신데 어찌 가벼이 강호의 일에 개입하시겠소? 영을 내릴 필요가 있으면 반드시 장로 뿐 아니라 각 원(院​)의 수좌에게 알린다오. 어찌 사적으로 무림의 은원에 참여하시겠소?" 

杜君平細想靈空上人的舉止,以及說話神態,覺得此言大是有理,隨把所見所聞,細述一遍。

두군평은 영공상인의 행동과 말을 할 때의 표정, 태도를 자세히 떠올려 보더니 이 말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느끼게 되어 보고 들은 것을 상세히 설명했다.

了凡禪師壽眉微蹙道:“敝掌門人修為深湛,喜怒不形於包,縱使動怒,仍不出惡聲,豈會有那種江湖豪強言語,此事只怕大有蹊蹺。 ”

요범선사는 눈썹을 미미하게 찡그리며 말했다.

"폐 장문인은 수양이 깊어 희로애락를 드러내지 않고 설사 화를 내더라도 여전히 듣기 안좋은 말씀을 꺼내지 않으시는데 어찌 이런 강호의 험한 말을 하실 리가 있겠소. 이 일은 수상쩍은 데가 많은 것 같소."

杜君平又道:“他曾說過,已經暗地著人訪查天地盟的總壇所在,可有此事?”

두군평이 또 말했다.

"그가 말하길 이미 몰래 사람을 보내 천지맹의 총단 소재지를 조사하라고 했다는데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了凡禪師搖頭道:“敝派嚴奉祖訓,不參與江湖恩怨是非,極少過問江湖之事,前番應邀為天地盟觀禮,那是迫不得已。”

요범선사가 고개를 저었다.

"폐 파은 조사의 가르침을 엄히 지키며 강호의 은원과 시비에 참여하지 않아 강호의 일에 간섭한 적은 거의 없소. 지난 번 천지맹 개맹 행사에 참관하라는 요청에 응한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었소."

杜君平點點頭道:“照此看來,此人果然不是貴派掌門人了。如此看來與他同行的人,只怕都難逃毒手了!”

두군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에 비추어 보건대 그자는 과연 귀 파의 장문인이 아니었군요. 이와 같이 본다면 그와 동행한 사람들이 독수(毒手)를 피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了凡復又道:“施主若不嫌貧僧冒昧,不妨此刻隨貧僧暫去嵩山一避。”

요범이 다시 말했다.

"시주께서 빈승의 주제넘는 말을 괘념치 않으신다면 지금 빈승을 따라 잠시 숭산으로 몸을 피하셔도 무방합니다."

杜君平朗聲笑道:“謝禪師的美意,在下雖然不才,倒要看看他究竟用什麼手段來對付我。”

두군평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선사의 선의는 감사합니다. 저는 비록 재주가 없으나 그들이 저에게 도대체 어떤 수단으로 대해 올지 한번 보고자 합니다."

了凡搖頭慨嘆了一聲,合十道:“貧僧言盡於此,施主前途珍重。”

요벙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고 합장하며 말했다.

"빈승은 할 말을 다했으니 시주께서는 앞길에 몸조심하십시오."

提起禪杖,領著三僧飛向原路奔去。

선장을 들어올리더니 세 명의 승려를 이끌고 왔던 길로 바람같이 달려갔다.

杜君平再度在觀內四周巡視一番,找不出什麼可疑的痕跡,也就舉步出現,尋路下山。

두군평은 다시 한번 관 내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어떤 의심스런 흔적도 찾을 수 없자 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겨 하산하는 길을 찾았다.

突地,路旁閃出一位少年公子,將他一拉道:“快隨我來。” 

돌연 길 옆에서 한 명의 젊은 공자가 번쩍, 하고 나타나 그를 끌어 당기며 말했다.

"빨리 나를 따라 오시오."

杜君平呆了一呆,這才認出她是阮玲,隨道:“你總是這般故作神秘,到底何事如此緊要?”

두군평은 어리둥절하다가 그녀가 완령임을 알아채고 따라가며 말했다.

"당신은 늘 이렇게 신비한 척 하는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이 같이 긴요합니까?"

阮玲橫了他一眼道:“智者千慮必有一失,他們意欲一網打盡,殊不知這批人都是陳年老江湖,早在沿途都留下了暗記。”

완령이 그를 한번 곁눈질하더니 말했다.

"지자천려필유일실(智者千慮必有一失​)이라고  그들은 일망타진할 작정이었으나 이들이 모두 오래된 노강호인들이라 일찌기 연도에 암호를 남겨 놓을 줄은 생각지 못했습니다."

杜君平道:“你是說靈空上人?”

두군평이 말했다.

"당신은 영공상인을 말하는거요?"

阮玲點頭道:“正是,此人恐非少林掌門人,七派高手不察,竟然隨著他去天地盟,定然兇多吉少了。”

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아마 소림 장문인이 아닐 거예요. 칠파의 고수들은 살피지도 않고 뜻밖에 모두 그를 따라 천지맹으로 갔으니 반드시 흉다길소(兇多吉少​)할 것입니다."

跟著面容一整道:“丐幫的夏楚,已在沿途留下暗記,咱們沿著暗記跟下去。”

곧 얼굴색을 바로 하고 말했다.

"개방의 하초(夏楚)는 이미 연도에 암호를 남겨놓았답니다. 우리는 암호를 따라 가요."

杜君平道:“事不宜遲,我得改扮一下。”

두군평이 말했다.

"일이 늦어져선 안되니 저는 다시 분장을 하겠습니다."

隨著行入林中,把王珍替他預備的那套衣衫換了,蒙上面具,重又走出林來。

숲 속으로 따라 들어가서 왕진이 그를 위하여 준비한 옷으로 바꾸어 입고 면구를 쓴 다음 다시 숲에서 나왔다.

兩人相偕前行,阮玲細察夏楚所留的暗號,方向竟是指向西南,不禁皺眉道:“看來路程好像極遠呢。”

두 사람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완령은 세밀하게 하초가 남긴 암호를 살펴보더니 방향이 서남쪽을 가리키자 눈살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거리가 아주 먼 것 같군요."

杜君平道:“任是海角天涯,在下決然追踪到底。”

두군평이 말했다.

"하늘 끝, 바다 끝이라 할지라도 저는 반드시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

阮玲若有所感地道:“你不覺得奇怪嗎?事情由你而起,而你竟安然無事。”

완령이 느낀 바가 있다는 듯 말했다.

"당신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나요? 사건은 당신으로 인해 일어나는데 당신은 여태 평안무사하잖아요."

杜君平嘆道:“我也是這般想,或許是暗中有人為我化解。”

두군평이 탄식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소. 어쩌면 암중으로 나를 위해 위험을 해소시켜주는 사람이 있을 거요."

阮玲道:“這種推斷雖不無道理,還有一層道理,你想著沒有?”

완령이 말했다.

"이런 추측은 비록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없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당신은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杜君平道:“在下無能,還得向姑娘請教呢。”

두군평이 말했다.

"제가 무능하여 낭자에게 가르침을 청해야겠습니다."

阮玲微微一笑道:“一般人唯恐被人偷窺,多把貴重之物,封藏密室,但遇大的強盜,仍然難免被奪,聰明人往往將貴重東西,放置明處,反到可以保全,這層道理,你該體會得到。”

완령이 미미하게 웃음을 띠고 말했다.

"일반인은 귀중한 보물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남들이 훔쳐볼까 두려워 밀실에 숨겨두지요. 그러나 대도를 만나면 여전히 빼앗기지 않기는 힘들어요. 총명한 사람은 가끔 귀중한 물건을 밝은 곳에 방치하는데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답니다. 당신은 이런 이치를 체득해야 합니다."

杜君平恍然若有所悟道:“是了,那陰風老怪懷疑在下並非是杜門的後人,或許就是這原因。”

두군평이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렇구나. 그 음풍노괴는 제가 두씨 가문의 자식이 아닐 거라며 의심을 품었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오."

阮玲道:“最低限度,你已在江湖上掀起了一陣狂濤巨浪,逼得對方不得不提前發動。”

완령이 말했다.

"최소한 당신은 이미 강호상 한바탕 큰 풍랑을 일으켰으니 상대방은 부득이 행동 개시를 앞당기도록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杜君平冷笑道:“據我看來,他們使的手段,簡直是愚不可及,稍具江湖閱歷之人,均可一目了然的。”

두군평이 냉소했다.

"내가 보아온 바에 의하면 그들이 부리는 수단은 그야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어 약간의 강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목요연하게 알아볼 수 있소."

阮玲不以為然道:“你別把事情看得太容易了,表面是愈平庸,事情發展愈是難測。前途凶吉,此刻還難預料。”

완령이 그렇게 여기지않았다.

"당신은 사정을 너무 쉽게 보지 마세요. 겉으로 평범할수록 사건의 발전은 예측하기 어려운거예요.  앞 길이 흉할지 길할지는 지금 예측하기는 어려워요."

跟著話題一轉道:“咱們此行即令能夠找到天地盟的總壇,仍是無法將他們奈何。”

곧 이어 화제를 바꾸어 말했다.

"우리가 이번에 가서 설령 천지맹의 총단을 찾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들을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杜君平瞥了她—眼道:“明知此事難以如願,那又何苦空跑這—趟?”

두군평이 그녀를 힐끗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이 일이 원하는 대로 하기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안다면 구태여 갈 필요가 있소?"

阮玲突然停步道:“咦!怪事。”

완령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쳇! 이상한 일이군."

杜君平四下察看一番道:“什麼?”

두군평이 사방을 한번 둘러보고 말했다.

"뭐가 말이오?"

阮玲朝左面一指道:“他們怎地折身那面去了?”

완령이 왼쪽을 향해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왜 왼쪽으로 꺾어져 갔을까요?"

兩人匆匆趕行了三四十里,前路愈走愈是荒涼,天色也漸漸黑了下來。

두 사람이 급히 삼사십 리를 달려왔지만 앞으로 가면 갈수록 황량했고 하늘빛도 점점 검어져왔다.

阮玲停住腳步道:“看來咱們要在荒野露宿了。”

완령이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는 황야에서 노숙을 해야할 것 같군요."

杜君平笑道:“風餐露宿,乃是武林人的家常便飯,這也沒有什麼。”

두군평이 웃었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이야말로 무림인에게 흔히 있는 일이오.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요."

阮玲抹了一塊大石坐下,掠著鬢邊亂發,四下望瞭望道:“歇歇再走吧,此去隨時均有遇險的可能哩。”

완령이 어느 큰 바위 밑을 닦더니 흐트러진 귀밑머리를 쓸어내리며 사방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좀 쉬었다가 다시 가요. 이대로 가면 수시로 위험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어요."

杜君平突然傾耳細聽道:“有人朝這面來了。”

두군평이 돌연 귀를 기울여 듣더니 말했다.

"이 쪽을 향해 오는 사람이 있구려."

阮玲舉目向前路望去,竟不見人影,杜君平一拉她的衣袖道:“咱們且避一避,看看是什麼人物。”

완령이 눈을 들어 앞쪽의 길을 바라보았으나 사람의 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 두군평이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말했다.

"우리는 일단 피해서 어떤 인물인지 살펴봅시다."

不一會工夫,果見兩條人影,飛也似地掠到,竟是一個黃衫老者與一個發須猬立的道裝老者。

오래지 않아 과연 두 명의 인영이 땅을 스치듯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의 황삼노인과 수염이 고슴도치 같이 돋아난 도사복을 입은 노인이었다.

杜君平認得那黃衫老者,乃是芒山閃電金刀顧凌雲,遂用傳音對阮玲說道:“這兩人是天地盟的爪牙。”

두군평은 황삼노인이 망산(芒山​)의 섬전금도(閃電金刀​) 고능운(顧凌雲​)인 것을 알아채고는 전음으로 완령에게 말했다.

"이 두 사람은 천지맹의 앞잡이요."

阮玲也用傳音說道:“道裝老者是宇內聞名的百毒門主,想不到竟投入了天地盟。”

완령도 전음으로 말했다.

"도사복을 입은 노인은 우내에 이름이 알려진 백독문주(百毒門主​)입니다. 그가 천지맹에 투신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只聽百毒門主道:“此地乃是必經之路,咱們坐下歇歇吧。”

백독문주의 말이 들려왔다.

"이곳은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니 우리는 앉아서 좀 쉽시다."

顧凌雲道:“此去神風堡不遠,有半個時辰便可到了。”

고능운이 말했다.

"이곳에서 신풍보(神風堡)가 멀지 않소. 반 시진이면 도착할 수 있소."

垂眉閉睛,竟不再說話。

눈 깜빡할 사이 더이상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杜君平暗用傳音道:“他們似乎在等候什麼人。”

두군평이 몰래 전음을 사용하여 말했다.

"그들이 누군가 기다리는 모양이오."

阮玲卻答非所問地道:“久聞神風保乃是千手神君東方玉明的住所,難道他和他們串通了?”

완령이 곧 묻지도 않은 것에 대꾸했다.

"신풍보는 천수신군(千手神君)​ 동방옥명(東方玉明​)이 거주하는 곳으로 오래 전에 들었는데 설마 그와 그들이 결탁했을까요?"

杜君平對江湖上事事物物都極是陌生,並不知千手神君是何許人物,是以並未在意。

두군평은 강호상의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모두 생소하여 천수신군이 어떤 인물인지 조금도 알지 못했고 전혀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

阮玲見百毒門主暫時沒有離開之意,心中大感焦急,復用傳音道:“這樣耗下去,說不定會誤了大事。”

완령이 백독문주가 잠시 동안은 떠날 생각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크게 다급함을 느끼고 다시 전음으로 말했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아마 큰일을 그르치게 될 거에요."

杜君平道:“如若他們不走的話,那隻有和他們賽一賽腳程了。”

두군평이 말했다.

"만약 그들이 가지 않는다면 그들과 한번 겨루는 길만 있겠군요."

突地,百毒門主一陣嘿嘿笑道:“娃兒,出來吧,老是躲著行嗎?”

갑자기 백독문주가 흐흐, 웃으며 말했다.

"어린 놈아, 나오너라. 언제까지 숨을 수 있겠느냐?"

阮玲知道行藏已露,暗中推了一下杜君平,而杜君平早挺身而出,緩緩行近百毒門主身前道:“此處曠野無人,偶爾在樹蔭之下打盹,這也礙著你們的事?”

완령은 이미 행적이 드러났음을 알고 몰래 두군평을 밀었고 두군평은 벌써 몸을 일으켜 나와 천천히 백독문주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곳 광야에는 사람이 없고 우연히 나무그늘 밑에서 졸고 있는데 이것도 당신들의 일을 방해한 것이오?"

百毒門主雙目炯炯,注視著他道:“把你那面具取下來,老夫要看看你是什麼變的。”

백독문주가 두 눈을 형형히 빛내며 그를 주시하더니 말했다.

"노부가 너의 그 면구(面具​)를 벗겨내면 네가 어떻게 변하는지 한번 보아야겠다."

杜君平冷笑道:“憑什麼?”

두군평이 냉소하며 말했다.

"무슨 근거로 하시는 말씀이오?"

百毒門主冷冷地道:“娃兒,在老夫面前張牙舞爪,那可是自討苦吃。”

백독문주가 차갑게 말했다.

"어린 놈아, 노부 면전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발톱을 세우는 것은 스스로 고생을 자초하는 것이다."

閃電金刀顧凌雲沉哼一聲,插言道:“此人就是自稱杜飛卿之子的人,咱們得好好審問一下。”

섬전금도 고능운이 흥, 하더니 끼어들었다.

"이놈이 바로 자칭 두비경의 아들이라는 놈이오. 우리가 제대로 심문해 봅시다."

阮玲一推杜君平道:“咱們與他素不相識,理他則甚,走吧。”

완령이 두군평을 밀치며 말했다.

"우리들은 그를 조금도 알지 못하니 그와 상대하지 말아요. 가요."

說著舉步便行。

百毒門主厲聲喝道:“回來,老夫並沒有著你走。”

말을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백독문주가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돌아오너라. 노부는 결코 너를 보내지 않겠다."

杜君平原是一個極易衝動之人,早激起了滿腔怒火,停下腳來冷冷地道:“你憑什麼不讓我走?”

두군평은 원래 매우 쉽게 흥분하는 사람이었다. 벌써 가슴 속에 불 같은 분노가 일어서 발걸음을 멈추고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은 뭘 믿고 나를 보내주려 하지 않소?"

百毒門主端然盤坐著道:“凌雲兄就與我教訓教訓他吧。”

백독문주는 가부좌를 튼 채로 말했다.

"능운형은 그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시오."

顧凌云不覺一怔,百毒門主又笑道:“閃電金刀名震江湖,老夫今天倒可開開眼界呢。”

고능운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백독문주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섬전금도라는 이름이 강호를 진동시키니 노부는 오늘 아무튼 안계를 크게 넓힐 수 있겠소이다."

顧凌雲似乎對他頗為忌憚,心中雖然不願,仍然勉強趨近杜君平道:“娃兒,撤出你的劍來。”

고능운은 마치 그를 대하는 것을 꺼려하는 듯 했다. 속으로는 비록 원하는 바가 아니지만 마지못해 두군평에게 가까이 달려가며 말했다.

"어린 놈아, 검을 뽑아라."

芒山派在江湖之上,聲名雖不十分響亮,畢竟他是一派掌門人,自不願先行撤出兵刃。

망산파(芒山派)는 강호에서 비록 명성이 매우 크지는 않지만 어디까지나 일파의 장문인으로서 스스로 먼저 병기를 꺼내들기를 원치 않았다.

阮玲閃身攔在杜君平的身前道:“顧大俠既一定要賜教,在下奉陪。”

刷的一聲,撤出一支一尺來長的晶瑩短劍。

완령이 번개같이 두군평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고대협께서 이미 꼭 가르침을 주시겠다고 하시면 제가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쐑, 소리와 함께 한 자루의 일 척 길이의 투명하게 빛나는 단검을 뽑았다.

顧凌雲哪把她放在眼裡,仰著臉冷冷道:“你可以進招了。”

神態狂傲已極。

고능운은 그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고개를 젖히고 냉랭하게 말했다.

"덤벼보아라."

표정과 태도가 광오(狂傲​)하기 그지없었다.

阮玲腳下突地一飄,連人帶劍,直撞了過來,不僅出招迅捷,身法更是奇快無比。

완령이 갑자기 발끝을 표연히 놀리니 사람이 앞서고 검이 뒤따르며 그대로 부딪혀왔다. 신법이 그야말로 쾌속무비하였다.

顧凌雲暗中一懍,他以閃電二字馳譽,而對方竟敢攻其所長,自然是有恃無恐,當下身形一旋,金刀出鞘,但見金光連閃,瞬間巳發出了七招。

고능운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섬전(閃電​) 두 글자로 명성을 날렸는데 상대방이 감히 그 장점으로 공격해오자 자연 믿는 것이 있어 두려워하지 않았다. 즉시 신형을 빙글 돌리며 금도를 뽑았다. 금광이 연이어 번쩍이며 순식간에 칠초를 발출했다.

可是,對方一經趨近,猶如附骨之蛆,任你如何騰挪閃避,那支冷森森的短劍,總在前後左右盤旋,空有一身功夫,竟無施展餘地。這是以快制快,交手僅十餘招,顧凌雲已累出了一身臭汗。阮玲輕靈的步法,配上迅捷無倫的劍招,打來得心應手。

그러나 상대는 일단 가까이 달라붙자 마치 뼈다귀에 들러붙은 구더기처럼 어떻게 몸을 옮겨 피해도 그 한 자루의 차가운 단검은 전후좌우를 맴돌며 일신의 재간을 시전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것은 쾌(快​)로써 쾌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겨우 십여 초를 교환했을 뿐인데 고능운은 이미 몸에서 땀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완령은 가볍고 재빠른 보법에 신속하고 민첩하기 그지없는 검초를 배합하여 자유자재로 공격해갔다.

但旁觀的杜君平心裡明白,她是佔了近身相搏的便宜,如果先行讓顧凌雲把刀法施用,她就無法施展這種伎倆了。

옆에서 보고 있던 두군평은 속으로 그녀가 근신상박(近身相搏​)하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고능운이 먼저 도법을 시전하도록 내버려두었다면 그녀는 이러한 잔꾀를 부릴 수 없었다.

突地,顧凌雲一聲暴吼,身形猛然往後一撤,一條左臂已軟敦垂下,鮮血灑紅了上半身子。

돌연 고능운이 급히 고함치며 신형을 뒤로 물렸다. 왼쪽 팔이 힘없이 축 늘어뜨려지고 선혈이 상반신에 흩뿌려져 있었다.

百毒門主緩緩立起身形,冷冷地道:“原來閃電二字,僅是徒具虛名。”

백독문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냉랭하게 말했다.

"원래 섬전(閃電​) 두 자는 겨우 허명만 가지고 있었군."

顧凌雲大吼一聲道:“那可未必見得。”

고능운은 크게 호통을 질렀다.

"그렇지만도 않소!"

驀地一趨身,猛向阮玲攻去,但見一片金芒飛灑,倏忽把她圈入閃閃刀光之內。阮玲原先取巧占得先機,此刻被顧凌雲奪去先機,倉卒之下,竟無還手之力,全仗著飄香步法迥旋閃避,形勢岌岌可危。​

갑자기 몸을 날려 사납게 완령을 향해 공격해갔다. 한 무더기 금망이 흩뿌려지더니 갑자기 그녀를 번쩍이는 도광(刀光) 안에 가두어버렸다. 완령은 원래 교묘한 수단을 써서 선기(先機​)를 점할 수 있었는데 이때는 고능운에게 선기를 빼앗기자 창졸지간에 되받아칠 힘이 없었다. 단검을 단단히 잡고 표향보법으로 몸을 돌려 재빨리 피했으나 형세는 매우 위험하였다.

杜君平忍不住叫道:“顧朋友,你若再逞一時之念,致使失直過多,那可是自討苦吃呢。”

두군평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고친구, 당신이 만약 일시적인 생각으로 상처를 내버려두면 너무 많은 손해를 초래할 것이오. 그것은 굳이 사서 고생하는 것이 될 것이오."

顧凌雲一陣猛攻之後,運氣止住的創口,又復進裂,刀法無形中緩了下來,阮玲趁機往後一撤,高叫道:“你已無再戰之能,我若殺了你也不算英雄,還不快些住手。”

고능운이 한번 맹공을 가하고나자 운기하여 억제해두었던 상처가 다시 터졌다. 도법이 모르는 사이에 느려졌고 완령이 그 기회를 틈 타 뒤로 물러서더니 크게 외쳤다.

"당신은 이미 다시 싸울 수 없어요. 내가 만약 당신을 죽인다면 영웅이라 할 수 없을 것이예요. 늦게라도 그만두세요."

顧凌雲扔下金刀,把破袖胡亂往傷口一纏,狠狠瞪了百毒門主一眼,轉身疾奔而去。

고능운은 금도를 던져버리고 소매를 찢어 상처를 대충 싸매더니 사납게 백독문주를 노려보고는 몸을 돌려 달려가버렸다.

百毒門主陰惻惻地笑了兩聲,舉步趨近杜君平道:“別人都認定你是假冒,只有老夫不以為然。”

백독문주 음산하면서도 측은한 웃음소리를 내며 걸음을 두군평에게로 옮겨 다가가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네가 두비경의 아들임을 사칭하고 있다고 믿지만 노부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阮玲挺著短劍,高聲道:“平弟,撤出劍來,只要不讓他沾身,咱們定可應付。”

완령이 단검을 꼿꼿히 뻗으며 소리 높이 외쳤다.

"평제, 검을 격출해요. 그의 몸에 닿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대적할 만 해요."

百毒門主斂去笑聲,冷峻地道:“此間一片荒涼,你們縱有後援也已無能為力,還是乖乖隨老夫走吧!”

백독문주는 웃음을 거두고 냉혹하게 말했다.

"이곳은 황량한 곳이라 너희들은 후원자가 있다해도 이미 어찌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귀여운 것아, 너는 노부를 따라 가는 것이 좋을 걸."

杜君平嗆啷一聲,撤劍出鞘,沉喝道:“玲姐你讓開,我先鬥鬥這老毒物。”

두군평이 창, 하는 소리와 함께 검집에서 검을 뽑고 낮게 소리쳤다.

"령누이, 비키시오. 내가 먼저 이 노독물과 싸우겠소."

百毒門主嘿嘿笑道:“老夫一生玩毒,還會讓兩個乳臭未乾的小娃脫出手去?你若不信,不妨運氣試試。”

백독문주는 흐흐, 하고 웃으며 말했다.

"노부는 한평생 독을 가지고 놀았는데 아직도 너희 두 젖비린내 가시지 않은 어린 것들이 손쉽게 벗어나려고 하느냐? 믿지 못하겠다면 한번 운기(運氣​)를 해보는 것도 무방하다."

兩人同吃一驚,暗中提氣運功一試,真氣果已運轉不靈。顯然中了他的手法,只是想不透是如何中的毒。​

두 사람은 깜짝 놀라서 몰래 운공을 시도해보니 과연 진기가 운행되지 않았다. 명백히 그의 수법에 당한 것이었지만 어떻게 독에 당한 것인지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百毒門主得意地森森笑道:“此刻該相信了吧?”

백독문주는 득의해 하며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믿겠느냐?"

說著緩緩向他逼了過來。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突地,叮噹一陣鈴響,一個走方郎中,不知何時來了場中,沙啞著嗓音嚷道:“老毒物,你也太沒出息,怎地欺侮兩個後生晚輩,不怕江湖人恥笑嗎? ”

돌연 뎅그랑, 하는 방울소리와 함께 한 명의 떠돌이 의원이 언제 장중에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쉰 목소리로 크게 나무랐다.

"노독물,  당신은 참으로 가망이 없구료.​ 어찌 두 어린 후배를 우롱하시오. 강호인들의 비웃음이 두렵지 않소?"

百毒門主霍地轉過身來道:“閣下是誰?”

백독문주가 급히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귀하는 누구시오?"

走方郎中哈哈笑道:“我這一身打扮,你該認得出來,有道是貨賣識家,你那些玩意兒該賣給我才是。”

떠돌이 의원이 하하, 웃었다.

"내가 이렇게 분장하고 있으면 당신은 마땅히 알아보아야지. 보물은 알아보는 전문가에게 자랑해야 하고 당신의 그런 장난질은 나에게 자랑해야지 옳은 도리일 것이오."

百毒門主怔了怔,竟是素不相識。

走方郎中伸手從懷中取出兩顆丹藥,擲給阮玲道:“你把這丹藥吞下去,你兩人站遠些。”

백독문주는 멍해졌으나 조금도 알아보지 못했다.

떠돌이 의원은 손을 뻗쳐 품 속에서 두 알의 단약을 꺼내어 완령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 단약을 삼키고 너희 둘은 좀 멀리 떨어져 있거라."

阮玲接過丹藥,先行自己吞了一顆,另一顆塞入杜君平的嘴里道:“咱們退後點。”

완령 단약을 받아쥐고 먼저 자기가 한 알을 삼키고 다른 한 알은 두군평의 입 속에 넣어주고 말했다.

"우리 잠시 물러나요."

此時百毒門主和那走方郎中已是劍拔弩張,百毒門主手掌高高抬起,繞著走方郎中,緩緩移動。走方郎中的衣衫,突地如氣球般鼓起,離開身子約摸半尺左右,忽地爆起一篷輕煙,晚風吹拂,瞬即飄散。​

이때 백독문주와 떠돌이 의원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백독문주는 손을 높이 들어올리고 떠돌이 의원을 맴돌며 서서히 이동했다. 떠돌이 의원의 옷이 갑자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몸에서 약 반 척 가량 부풀어 오르더니 갑자기 터지며 희미한 연기가 저녁바람에 날려 순식간에 흩어졌다.

只聽他哈哈笑道:“這種玩意,嚇唬孩子倒差不多。”

그가 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장난은 어린 애를 겁주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소."

百毒門主突地停下腳步,道:“尊駕是準備手底下分高下呢?還是從'毒'上較量。”

백독문주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귀하는 손을 써서 고하를 가르려 하시오, 아니면 독으로 겨루어 보겠소?"

走方郎中道:“兩件悉聽尊便。”

떠돌이 의원이 말했다.

"두 가지 모두 편하실대로 하시오."

百毒門主陰惻惻地道:“兄弟一生玩毒,尊駕如若能在毒上勝過我,兄弟立即隱姓埋名,再不在江湖走動。”

백독문주가 음산하게 말했다.

"형제는 평생 독을 만졌는데 귀하가 만약 독을 쓰는데 있어 나보다 낫다면 형제는 즉시 성명을 감추고 다시는 강호에 나타나지 않겠소."

走方郎中微微笑道:“如何較量,你可劃出道兒來。”

떠돌이 의원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겨룰 것인지 말해보시오."

百毒門主從懷中取出一個玉瓶,在他面前晃了晃道:“瓶內有兩顆丹藥,你可任取一顆,你我雙方把丹藥吞下,靜坐一柱香的時間,然後各走各的路。”

백독문주는 품에서 한 개의 옥병을 꺼내어 그의 면전에서 흔들며 말했다.

"병 안에는 두 알의 단약이 들었소. 당신이 한 알을 집으시오. 당신과 내가 단약을 삼키고 일주향(一柱香​)의 시간동안 정좌를 한 후 각자 갈 길로 갑시다."

走方郎中笑道:“這到是新鮮的比試辦法,兄弟極願一試。”

떠돌이 의원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신선한 시합 방법이군. 형제는 한번 해보고 싶소."

百毒門主復又道:“兄弟事先說明,丹內之毒劇烈無比,縱然練成了金剛不壞之身,也無法將毒逼住。常人只須一沾唇,便無救藥。”

백독문주가 다시 말했다.

"형제가 사전에 설명을 하겠소. 단약의 독은 극렬무비하고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身)을 연성하였다 하더라도 독을 몰아낼 방법이 없소. 보통 사람은 단지 한번 입에 닿기만 구해낼 약이 없소."

阮玲插言道:“這種比法不公平,丹藥是你配的,那自然配有解藥。”

완령이 끼어들었다.

"이런 시합방법은 불공평해요. 단약은 당신이 배합한 것인데 자연 해약도 만들었겠지요."

百毒門主厲笑道:“老夫身為一派掌門人,豈能用那卑劣手段。解藥是配的有,但是否能支持一柱香時,老夫自己也無把握。”

백독문주가 웃었다.

"비록 비열한 수단에 능하지만 노부는 이 한 몸을 일파의 장문인으로 여긴다. 해약이 있지만 일주향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는 노부 자신도 자신이 없다."

隨又從懷中取出一個瓷瓶,道:“裡面有解藥兩顆,兩個娃兒各持一顆,一等時間來到,給我們每人餵下一顆,這樣可公平?”

다시 품 속에서 자기 병을 하나 꺼냈다.

"안에 해약이 두 알 있소. 두 아이가 한 알씩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서 우리들에게 한 알씩 먹이는 것이오. 이러면 공평하겠소?"

走方郎中臉上一片凝重之色,注視著百毒門主,良久方道:“很好,兄弟接受莫兄的挑戰了。”

떠돌이 의원은 무거운 낯빛으로 백독문주를 주시하였다.

"아주 좋소. 형제는 막형(莫兄​)의 도전을 받아들이겠소."

杜君平與阮玲依言拿了一顆解藥,百毒門主從百寶囊中取出一支龍涎香,用千里火簡燃著,插在兩人面前。

두군평과 완령은 말한대로 한 알의 해약을 받아들었다. 백독문주는 백보낭(百寶囊​)에서 한 자루의 용연향(龍涎香​)을 꺼내어 천리화간(千里火簡​)으로 불을 붙여 두 사람의 면전에 꽂았다.

此時兩人都盤膝對面坐下,相距不及三尺,百毒門主面無表情,把丹藥傾入掌內,緩緩伸至走方郎中面前道:“兄台可以任取一顆。 ” 

이때 두 사람은 모두 서로를 삼 척이 안되는 거리에서 마주본 채 다리를 포개고 앉았다. 백독문주는 무표정하게 단약을 쥔 손을 천천히 떠돌이 의원의 면전에 내밀며 말했다.

"형장께서 한 알을 드시오."

走方郎中且不去取丹藥,徐徐地道:“如若你我都得以不死,如何分勝負?”

떠돌이 의원은 단약을 집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만약 당신과 나 모두 죽지 않는다면 승부는 어떻게 가리게 되오?"

百毒門主頗為不耐地道:“兄弟悉聽吩咐。”

백목문주는 못참겠다는 듯 말했다.

"형제는 분부에 따르겠소."

走方郎中朗聲一笑,取過丹藥,扔入嘴內。百毒門主看了他—眼,迅速將丹藥納進大嘴之內,雙方立即閉目不言不動。這確是一場驚心動魄的死亡賭注,雖然不是那種斷臂殘肢,熱血飛濺的兇殺,卻有一種喘不過氣來的緊張氣氛。

떠돌이 의원은 한번 웃더니 단약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백독문주는 그의 눈을 쳐다보더니 신속하게 단약을 입속에 넣었다. 쌍방은 즉시 눈을 감고 말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은 확실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죽음의 도박이었다. 비록 팔다리기 잘리고 피가 튀는 흉험한 살인 같은 그런 종류는 아니지만 일종의 숨이 턱턱 막히는 긴장된 분위기였다.

杜君平與阮玲,分持著兩顆解藥,目光盯著兩人,心情緊張萬分。時間一分一秒,靜靜溜過,漸漸雙方的臉上,都起了可怕的變化,走方郎中的臉色,緩緩轉青,一件竹布長衫,猶如波浪起伏無風自動,顯然在受著極其痛苦的煎熬。​百毒門主突地雙目圓睜,猬毛似的發胡,根根站立,形象可怕已極。 

두군평과 완령은 두 알의 해약을 나누어 들고 눈으로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일 분 일 초의 시간이 고요히 흘러가자 점점 쌍방의 얼굴에는 놀란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떠돌이 의원의 얼굴색은 천천히 천천히 푸른 색으로 바뀌었고 죽건장삼(竹布長衫​)은 마치 바람이 없는데도 일렁이는 파도와 같았다. 필시 매우 고통스런 괴로움을 당하고 있었다. 백독문주는 돌연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고슴도치 같은 수염을 뿌리부터 빳빳히 세웠는데 그 형상이 매우 무서웠다.

阮玲一手持丹藥,一手緊抓著杜君平,滿面都是恐怖之色,輕喊道:“我很害怕。”

완령이 한 손에 단약을 쥐고 한 손으로 두군평을 잡고 만면에 무서운 기색을 띠고 소리쳤다.

"나는 너무 무서워요."

杜君平搖頭示意他不要說話,目光投向那支龍涎香,雖然晚風吹拂下,那香燃的很快,可是在他看來,實在太過緩慢。看看地下的龍涎香已燃燒去了一半,但百毒門主卻已呈現不支之態,雙目漸漸合上,滿面淒厲之色​​,原是青滲滲的一張臉,緩緩泛起一重黑氣。偷眼再看走方郎中,臉上青氣已漸除,情勢反倒比前緩和多了。

두군평은 말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흔들며 눈은 용연향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저녁 바람이 불고 있었다해도 향이 타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러나 지켜보는 그에게는 너무나 느렸다. 용연향이 이미 절반까지 탔을 때 백독문주는 이미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어 보였다. 두 눈이 점점 까뒤집혀지고 얼굴에는 처절한 기색이 가득했다. 원래 푸른 빛이 배어 나오던 얼굴은 서서히 검은 기가 떠올랐다. 떠돌이 의원을 슬쩍 보니 얼굴에 푸른 기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상황이 이전에 비해 많이 완화되었다.

突地,阮玲失聲叫道:“不好,他恐怕支持不住了。”

她心地善良,雖與百毒門主處在敵對的地位,眼看他身形搖搖欲墜,不由心頭大急。

돌연 완령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좋지 않아. 그는 견디지 못해 멈추지 않을 지도 몰라요!"

그녀는 심성이 선량하여 비록 백독문주와 서로 적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흔들흔들하며 곧 쓰러질 것 같은 그를 보자 저절로 마음이 크게 급해졌다. 

杜君平看了看龍涎香,還剩下半寸來長,再看百毒門主時,雙目又復睜開,但已失去神采,頭頸亦已緩緩垂下。

두군평이 용연향을 한번 보니 아직 반 촌의 길이가 남아있었다. 다시 백독문주를 보았을 때 두 눈을 다시 뜨고 있었지만 이미 정신을 잃고 서서히 목이 꺾여지고 있었다.

阮玲大急道:“現在就給他吃解藥好嗎?”

완령이 다급히 말했다.

"지금 그에게 해약을 주는 것이 좋을까요?"

杜君平伸手一攔道:“他一生玩毒,定可再支持些時,香已不多了,你此刻給他吃下,那是害了他了。”

두군평이 손으로 가로막고 말했다.

"그는 일생을 독을 만지며 살았으니 틀림억이 조금 더 지탱할 수 있을 것이오. 향이 이미 얼마 안남았소. 당신이 지금 그에게 약을 먹이면 그것은 그를 해치는 것이오."

阮玲只得將手縮回,恰在這時,呼呼一陣寒風刮過,燃到盡頭的龍涎香,爆出幾顆火星,隨即熄滅,但聽卟通一聲,百毒門主仰面倒下。

완령은 손을 거두어 들일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이때 쏴쏴, 하며 일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용연향을 끝까지 태워버렸다. 몇 덩어리의 불덩이가 튀더니 즉시 꺼져버렸다. 윽, 하고 신음이 들리더니 백독문주가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阮玲一驚,趕緊將解藥餵入百毒門主嘴內,唯恐他無法下嚥,又把水囊的水,傾了些在他嘴裡。杜君平也在這時,將解藥送進走方郎中之口。​ 

완령이 놀라서 급히 달려가 해약을 백독문주의 입 안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삼키게 할 방법이 없어 물주머니의 물을 가져와 그의 입 안으로 기울였다. 두군평도 이때 해약을 떠돌이 의원의 입에 넣어주었다. ​ 

約摸過有盞茶時間,走方郎中立起身來,連連搖頭道:“好厲害,世間竟有這種劇烈的毒藥。”

대략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떠돌이 의원이 일어서서 걸어오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무섭군. 세상에 이렇게 극렬한 독약이 있다니."

百毒門主也適於此時,翻身坐了起來,先從懷中摸出一塊藥丟進嘴裡咀嚼,長嘆一聲道:“老夫認栽了,你有什麼吩咐?”

백독문주도 이때쯤 가부좌를 풀고 일어섰다. 먼저 품 속에서 한 덩어리의 약을 꺼내 입 속에 넣고 씹으며 길게 탄식했다.

"노부가 졌음을 알고 있소. 당신은 어떤 분부가 있으시오?"

走方郎中緩緩說道:“此刻尚非其時,到兄弟有求之時務請莫兄千金一諾。”

떠돌이 의원은 천천히 말했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오. 형제는 요구할 때가 되면 막형께서는 약속을 꼭 지켜주시기를 바라오."

百毒門主一陣慘厲狂笑道:“兄弟承諾之言,永無更改,告辭。”

백독문주는 일진의 처절한 광소를 날리더니 말했다.

"형제가 승락한 것은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이오. 그럼 이만 가보겠소이다."

放步狂奔而去,走方郎中吐出一顆珠子來,色呈深綠,託在手中連連搖頭道:“今晚若不是仰賴這顆千年蛇膽,說不定早已沒命了。”

喟嘆一聲,又道:“這老毒物果然厲害,竟能承受得起這種劇毒!”

걸음을 내딛어 미친 듯이 달려 가버렸다. 떠돌이 의원은 짙은 녹색의 한 알의 구슬을 토해내어 손으로 받치고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오늘 밤 만약 이 한 알의 천년사담(千年蛇膽​)이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벌써 죽고 말았을 것이다."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말했다.

"이 노독물은 그런 극독을 이겨낼 수 있다니 과연 무섭군. 

阮玲接道:“前輩為何不下手將他除去,留著他終是江湖禍害。”

완령이 말했다.

"선배깨서 왜 손을 써서 그를 제거하지 않으시고 그와 같은 강호의 화근을 남겨두십니까."

走方郎中搖頭道:“談何容易,今晚若讓他把家私盡量抖露,真不知鹿死誰手呢。”

話風一轉又道:“你們兩人,今晚所為,不失正人君子之風,此人一向恩怨分明,極重前諾,今後或可免去許多麻煩哩!”

떠돌이 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말은 쉽지만 오늘 밤 만약 그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내게 되었다면 누가 이겼을지 알 수 없다."

화제를 바꾸어 또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의 오늘 밤 행동은 정인군자의 풍모를 잃지 않았다. 줄곧 은원이 분명하고 한번 승낙하면 극히 중하게 여기니 금후에 많은 번거로운 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杜君平插言道:“晚輩可以請教前輩的名諱嗎?”

두군평이 끼어들며 말했다.

"후배가 선배님의 명휘(名諱​)를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走方郎中微微笑道;“此刻尚非其時,二位前途珍重,老朽尚有一點俗務,得先走一步了。”

떠돌이 의원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두 사람은 앞 길에 몸조심하도록 해라. 늙은이는 자질구레한 일이 좀 있어 먼저 가마."

搖著串鈴,飄然隱入林中。

방울을 흔들며 표연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

這時東方已漸霹曙光,天際幻出萬道金霞,杜君平迎著晨風吸了一口氣道:“我們該趕路了。”

이때 동쪽 하늘이 이미 점점 서광이 비치며 하늘가에 아침 노을이 사방으로 퍼져갔다.

두군평이 새벽바람을 한 입 들이마시며 말했다.

"우리는 길을 재촉해야지요."

阮玲道:“咱們的行藏已然落在敵方眼裡,此去凶吉難卜,該先找個地方進點飲食,把精神養足,強敵當前,不可不慎。”

완령이 말했다.

"우리의 행적이 이미 적의 눈에 띄였으니 이대로 가면 흉길(凶吉​)을 점치기 어려워요. 먼저 적당한 곳으로 가서 밥을 먹고 원기를 보충해요. 강적이 앞에 있으니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杜君平突地一聲朗笑,指著前路道:“不用了,你看,人家迎客的已經來了呢。”

두군평이 갑자기 크게 웃으며 앞쪽 길을 가리켰다.

"필요없소. 보시오. 사람들이 손님을 맞으러 이미 오고 있소."

阮玲順著杜君平的手指方向望去,果見幾匹健馬,迎面馳來,馬上人物衣著,赫然是天地盟的人物裝束,不由暗中一懍道:“想不到神風堡會是天地盟的總壇。”

완령이 두군평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과연 몇 필의 건마(健馬​)가 맞은 편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말 위의 인물이 입은 옷을 보니 천지맹의 인물들의 옷차림이라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져 속으로 말했다.

'신풍보가 바로 천지맹의 총단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杜君平目光疑視著來人道:“天地盟組織遍及武林,當年雖只三十六個門派加盟,如今可不知添了多少黑道人物,神風堡是不是總壇,還很難說呢。”

두군평의 의심스런 눈빛으로 오는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지맹 조직은 무림에 두루 퍼져 있소. 당시에는 비록 서른 여섯 개의 문파만 가맹했으나 지금 얼마간의 흑도인물이 더해졌는지 알 수 없소. 신풍보가 총단인지 아닌지는 말하기 어렵소."

此刻來騎已到前面,為首一個年約四十上下的壯漢,翻身下馬,遠遠抱拳道:“敝堡主得知二位俠駕光臨,極為欣慰,務著在下送來馬匹,恭迎回堡。”

이때 달려오던 말들은 이미 면전에 도착하였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약 사십이 넘은 장한이었다. 말에서 뛰어 내리더니 멀리서 포권하며 말했다.

"폐 보주께서는 두 분의 협사께서 왕림하심을 아시고 크게 기뻐하시며  저에게 말을 보내시어 보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杜君平大步行近來人道:“貴堡主可是人稱千手神君的東方大俠?”

두군평이 큰 걸음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귀 보주께서 천수신군으로 불리는 동방대협이시오?"

壯漢躬身道:“千手神君正是敝堡主。”

장한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천수신군이 바로 폐 보주이십니다."

阮玲插言道:“兄台身禦天地盟的服色,莫非天地盟的總壇也設在這裡?”

완령이 끼어들었다.

"형장께서는 천지맹의 옷차림을 하셨는데 혹시 천지맹의 총단이 그 안에 세워져 있습니까?"

壯漢道:“敝堡僅是天地盟的臨時行壇。”

"폐 보는 그저 천지맹의 임시 행단(行壇​)입니다."

阮玲又問道:“傳聞少林武當兩派掌門人,率領七派高手,已來貴堡拜會堡主。”

완령이 다시 물었다.

"들리는 말에 소림과 무당 양 파의 장문인이 칠파의 고수를 인솔하여 이미 귀보에 가서 보주를 찾아뵈었다고 하더군요."

壯漢冷冷道:“在下只是奉命迎賓,尊駕有話,俟見了敝堡主再問不遲。”

장한이 냉랭하게 말했다.

"저는 단지 손님을 맞이하라는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귀하가 하실 말씀이 있으면 폐 보주를 보신 후 다시 물어보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杜君平心知他即令得知內情,也不敢隨便吐露,遂道:“既是這樣,就請兄台帶路吧。”

두군평은 속으로 그가 내정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감히 입 밖에 내지 않을 것임을 눈치채고 말했다.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형장께서 길을 안내해주십시오."

來人原帶有幾匹空馬,於是一齊躍登馬背,由壯漢在前引導,縱騎前奔,約摸行有盞茶時刻,已然遙望著一座巨型古堡,矗立在林蔭深處,依山傍水,極其雄偉。

그 사람은 원래 몇 필의 빈 말을 끌고왔다. 그래서 모두 말에 올라 장한이 인도하는 대로 말을 달려갔다.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되자 한 채의 거대하고 오래된 보(堡​)가 보이기 시작했다. 숲 속 깊은 곳에 산을 등지고 물을 옆에 두고​ 우뚝 솟아 있는데 극히 웅대하고 위세가 넘쳤다.

阮玲暗用傳音對杜君平道:“千手神君自奪得天地盟的副盟主後,深居簡出,極少在江湖行走,此人當年獨樹一幟,為人介於邪正之間,等會見著他時,務必小心應付。”

완령이 전음으로 두군평에게 말했다.

"천수신군은 천지맹의 부맹주 직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뒤 은거하여 거의 강호를 나다니지 않았어요. 이 사람은 당년에 홀로 일파를 이루었고 사람됨은 정(正​)도 사(邪​)도 아니었지요. 그를 만나면 반드시 조심해서 대응하세요."

杜君平也用傳音回答道:“九派高手都已來了神風堡,說不定會掀起一場巨大風波。”

두군평이 전음으로 회답했다.

"구파(九派​)의 고수들이 모두 신풍보로 왔다면 아마도 한바탕 거대한 풍파를 불러일으킬 것이오."

阮玲再度叮囑道:“有關你身世之事,盡量含糊其詞,如若他們懷疑,你也用不著多作分辯。”

완령이 재차 신신당부했다.

"당신의 신세와 관련이 있으면 가능한 얼버무려 버리고 만약 그가 의심을 품으면 당신은 너무 변명하지 마세요."

馬行極速,不多時便已到了神風堡前,一位手執旱煙袋,頭袋瓜皮帽的青袍老者,從裡面迎了出來。

말은 극히 쾌속하게 달려서 오래지 않아 신풍보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손에 담뱃대를 들고 머리에 여우가죽 모자를 쓴 청포노인이 안에서부터 맞이해 나왔다.

壯漢連忙上前引見道:“此位乃是本堡皇甫總管。”

장한은 급히 앞으로 나서 소개했다.

"이 분이 본 보의 황보 총관(總管​)이십니다."

青袍老者抱拳哈哈笑道:“老朽皇甫端,二位遠來辛苦,請裡面坐。”

청포노인은 포권하며 하하, 웃었다.

"늙은이는 황보단(皇甫端​)이오. 두 분은 먼 길에 고생하셨소. 안으로 들어가서 앉읍시다."

杜君平與阮玲也抱拳還禮,同樣客套了幾句,隨著老者進入客廳坐下。

두군평과 완령은 포권하며 인사치레 몇 마디를 하고 노인을 따라 객청으로 들어가 앉았다.

杜君平開門見山,​​出口便問道:“請問皇甫總管,少林武當兩派掌門人,可曾前來貴堡?”

두군평이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어 물었다.

"황보 총관께 묻겠는데 소림과 무당 양파의 장문인이 일찌기 귀보에 온 적이 있습니까?"

皇甫端驚訝道:“少林武當掌門人,輕易不涉江湖,莫非有什麼重大事故?”

황보단이 의아스럽다며 말했다.

"소림무당 장문인은 쉽게 강호에 발을 내딛지 않는데 혹시 무슨 중대한 사건이라도 있소?"

杜君平微微笑道:“無事不登三寶殿,此番前來貴堡,確然有些事故。”

두군평이 미소띠며 말했다.

"일이 없으면 삼보전(三寶殿​)에 오르지 않지요. 이번에 귀 보에 온 것은 확실히 일이 좀 있습니다."

皇甫端哈哈笑道:“少林,武當名門大派,掌門人聯袂同行,果是武林一件大事,只是兄弟並未聞知有貴客來堡之事,莫非少俠弄錯了?”

황보단이 하하, 웃었다.

"소림, 무당의 명문대파 장문인이 손을 맞잡고 동행하다니 과연 무림의 큰 사건이군요. 그러나 형제는 귀한 손님이 내보(來堡​)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소. 혹시 소협이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오?"

杜君平搖頭道:“錯不了,除了少林靈空上人、武當云霄道長外,另有峨嵋普靜禪師、崑崙妙手書生共是九個門派的高手,他們此來乃是面見肖盟主,查問幾件天地盟的案情。”

두군평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소림의 영공상인, 무당의 운소도장 이외에도 따로 아미 보정선사, 곤륜 묘수서생 등 구파의 고수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여기로 오는 것은 소맹주를 접견​하여 천지맹이 처리한 몇 건의 경위을 조사하기 위함입니다."

皇甫端恍然若有所悟,點頭道:“這就是了,敝堡僅是天地盟的行壇,盟主並不常駐此間,他們意在謁見盟主,自然不會來這裡了。”

황보단이 깨달은 것이 있는 듯 망연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려. 폐 보는 그저 천지맹의 행단이라 맹주께선 이곳에 상주하지 않으시오. 그들이 맹주를 알현할 뜻이 있다면 자연 여기로 오지 않을 것이오."

阮玲忍不住插言道:“此間既是天地盟的行壇,總管一定知道總壇設在哪裡了?”

완령이 참지 못하고 말참견을 했다.

"이곳이 천지맹의 행단이라고 하시니 총관께서는 반드시 총단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아시겠군요?"

皇甫端哈哈笑道:“所謂行壇,不過是因為敝堡主乃是天地盟的副盟主,有時來到敝堡住上一兩天,並不實際在此地發號施令,是以老朽也不知總壇沒在何處。”

황보단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행단이라 하지만 폐 보주께서 천지맹의 부맹주였기 때문에 가끔씩 폐 보에 오시어 하루이틀 머무는 것에 불과하오. 게다가 실제로 이곳에서는 명령을 내리지 않으시기 때문에 노부는 총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오."

杜君平道:“貴堡主東方大俠,他該不會不知道吧?”

두군평이 말했다.

"귀 보주 동방대협께서는 알고계실까요?"

皇甫端搖頭道:“肖盟主如若不願讓人知道總壇設在何地,自然也不會告知敝堡主。”

황보단이 고개를 저었다.

"소맹주가 만약 총단의 소재지를 다른 사람이 알도록 허락했다면 자연 폐 보주께도 일러주시지 않았을 리가 없소."

杜君平又道:“在下意欲拜見貴堡主,煩請總管代為通報一聲。”

두군평이 또 말했다.

"저는 귀 보주를 배견하고 싶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총관께서 대신 한 말씀 통보해주십시오."

皇甫端哈哈笑道:“敝堡主既著人迎接二位來堡,哪有不延見之理,此時時間尚早,等用過酒飯,再領二位前去晉見不遲。”

황보단이 하하, 웃었다.

"폐 보주께서 이미 두 분을 보로 모시게 하셨는데 만나는 것을 미루실 리가 있겠소? 지금은 시간이 이르니 술 한잔 드시며 기다렸다 두 분을 모시고 가서 뵈어도 늦지 않습니다."

阮玲暗用傳音對杜君平道:“此人言詞狡猾,笑裡藏刀,得對他小心一二。”

완령이 몰래 전음으로 두군평에게 말했다.

"이 사람의 언사(言詞​)가 웃음 속에 칼을 감춘 듯 교활하니 그를 대할 때 조심하세요."

杜君平也用傳音回道:“丐幫的暗號明明是指向這裡,他們卻推說不知,內中定有蹊蹺。”

두군평이 전음으로 회답했다.

"개방의 암호가 분명히 이곳을 가리켰는데 그들은 모른다고 말을 미루니 그 가운데에는 반드시 계교가 있을 것이오."

他們二人雖都戴有面幕,旁人無法察看臉上的表情,可是皇甫端的一雙眼何等厲害,一看便知他們是在用傳音交談,卻故作不知。

仰臉看看天色,道:“天色不早,敝堡主的早課想已完畢。”

그들 두 사람이 비록 모두 얼굴에 면막(面幕​)을 썼기에 옆에 있는 사람은 얼굴의 표정을 살필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황보단의 한 쌍의 눈이 어찌나 매서운지 한 눈에 그들이 전음으로 말을 주고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고의로 모른 척했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천색이 아침은 지난 듯 하니 폐 보주의 아침 일과가 이미 끝난 것 같소."

正自談論之際,一個書僮模樣的少年,匆匆走了進來,附在皇甫端的耳畔,說了幾句話。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때 한 명의 서동 차림의 소년이 급히 다가와서 황보단의 귀에 대고 몇 마디 말했다.

皇甫端立起身來道:“適才小廝前來傳報,敝堡主已在大廳接見幾位來客,並請二位少俠過去談話了。”

황보단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방금 전해 온 말에 따르면 폐 보주께서 이미 대청에서 몇 분의 손님을 접견하고 계시다 하오. 두 분 소협도 건너가서 이야기하시구료."

隨著皇甫端匆匆進入議事大廳,果見廳內有十幾位來客在座,一位貌像清癯,身披古銅色大衫的老者,端坐在主位之上,料是千手神君東方玉明了。

황보단을 따라 총총히 의사대청으로 들어가니 과연 청 내에는 십여 명의 내객(來客)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한 명의 수척하고 몸에 고동색의 큰 장삼을 걸친 노인이 주석(主​席)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천수신군 동방옥명으로 짐작되었다.

皇甫端領著二人,直趨老者之前,代為引見道:“這位就是杜君平少俠,那一位是他的同伴……” 

황보단이 두 사람을 데리고 곧바로 노인의 앞으로 나아가 소개했다.

"이 분이 두군평 소협이고 이 분은 그의 동행인인..."

阮玲忙道:“在下阮玲。”

완령이 급히 말했다.

"저는 완령입니다."

東方玉明哈哈笑道:“老夫欣聞杜大俠已有嗣傳其衣缽,心中十分快慰,是以急於一見。”

동방옥명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노부는 두대협이 이미 의발을 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고 마음 속으로 몹시 위안이 되었소. 그래서 급히 한번 만나고자 했소."

隨即起身為廳中來客一一引見,來人中有峒崆鐵劍書諸向榮,黑白雙煞項英、項傑、祁連山主褚一飛,大力殃神彭虎,雪嶺居士韓三公等十餘人,都是黑白兩道知名人物,阮玲卻是暗暗心驚。天地盟行壇之內,居然有許多黑道中的凶煞,自然事不尋常。​

곧이어 일어나서 대청 안의 내객을 소개했다. 공동(峒崆​)의 철검서제(鐵劍書諸​) 상영(向榮​), 흑백쌍살(黑白雙煞​) 항영(項英​), 항걸(項傑​), 기련산주(祁連山主​) 저일비(褚一飛​), 대도앙신(大力殃神​) 팽호(彭虎​), 설령거사(雪嶺居士​) 한삼공(韓三公​) 등 십여 인이었다. 모두 흑백양도의 이름난 인물들이라 완령은 마음속으로 놀랐다. 천지맹 행단의 안에 뜻밖에도 많은 흑도 흉살(凶煞)들이 있으니 자연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東萬玉明回歸本座,徐徐地道:“杜大俠過世雖多年,但死因至今不明,江湖上許多友好,甚至不知他有沒有後人,這次風聞少俠出道江湖,無不為故人慶幸,不過卻也感到有些意外……”

동방옥명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천천히 말했다.

"두대협이 세상을 떠난지 비록 여러 해가 되었지만 사인이 지금까지 불분명하오. 강호상에 절친한 벗들이 허다하지만 심지어 그가 자식이 있는지도 몰랐었소. 이런 차에 소협이 강호에 출도했다는 소문에 고인에 대해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소. 그러나 조금 의외라고 느끼는 것도 있소..."

乾咳了二聲,復又道:“在座諸君,大多與令尊有過數面之雅,少俠能不能把身世向他們交代一番呢?”

마른 기침을 두 번 하고 다시 말했다.

"자리에 계신 여러분 대다수가 영존과는 수 차례 대면한 사이이니 소협은 그들에게 신세를 한번 설명해주겠소?"

杜君平目光向全廳一掃,緩緩地道:“堡主如果認為有說的必要,在下可以就所知的奉告,不過在下知道的極為有限。”

두군평은 대청을 한번 쓸어보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보주께서 설명이 필요하다고 하신다면 저는 아는 것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된 것입니다."

東方玉明接道:“江湖上朋友,都對令尊之事,極其關切,少俠理應向大家說明。”

동방옥명이 말했다.

"강호의 친구들은 모두 영존의 일에 대하여 극히 관심이 많소. 소협은 모두에게 당연히 설명해야하오."

杜君平看了阮玲一眼道:“在下預先聲明,我知道的極為有限,不知諸位希望知道的是哪些事?”

두군평은 완령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저는 제가 아는 것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사전에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제위께서 알고 싶으신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군요?"

崆峒鐵劍書諸搶先開言道:“世兄可知杜大俠是如何死去的?”

공동의 철검서제가 앞다투어 말을 꺼냈다.

"세형은 두대협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시오?"

杜君平黯然搖頭道:“在下不僅不知先父是如何死的,甚至連自己的身世,也是不久以前才知道的。”

두군평은 암연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선부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신의 신세도 알게된 지 오래되지 않습니다." 

鐵劍書諸向榮又道:“令尊埋骨之處總該知道吧?”

철검서제 상영이 다시 물었다.

"영존이 묻힌 곳은 알겠군?"

杜君平長嘆一聲道:“說來慚愧,先父葬身何地連我自己也不明白,真是愧為人子。“

두군평이 장탄식하며 말했다.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선부께서 묻힌 곳이 어딘지도 제 자신은 분명히 알지 못합니다. 정말 아들로서 부끄럽습니다."

鐵劍書諸冷笑道:“這樣說來,你是什麼都不知道?”

철검서제가 냉소했다.

"자네는 어떤 것도 모른다는 이런 말인가?"

千手神君迅即插言道:“少俠想是在令尊遇害之前,便已被人搶出,但不知此人是誰?”

천수신군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소협은 영존이 해침을 당하기 전 어떤 사람에 의해 구출되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시오?"

杜君平道:“在下自幼是在一處農家生長,有位公孫大叔常來看顧,想來是他將在下救出。”

두군평이 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어느 농가에서 자랐습니다. 공손대숙이란 분이 자주 돌보러 왔었습니다. 그분이 저를 구출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白煞項傑插言道:“令尊的劍譜可是公孫喬交給你的?”

백살 항걸이 말참견을 했다.

"영존의 검보(劍譜​)는 공손교가 자네에게 건네준 것이오?"

杜君平頗感不耐地道:“此事似乎與先父之死無關。”

두군평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 일은 선부의 죽음과는 무관한 듯 합니다."

項傑仰著臉冷笑道:“人心難測,你一問三不知,哪能令人不疑。”

항걸은 고개를 쳐들고 냉소했다.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고, 자네는 하나를 물으면 셋을 모르니 누군들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나?"

杜君平眼看大家你一言我一語,如同會審一般,心中大感不是滋味,他原是極易衝動之人,不覺怒道:“在下冒名人子,臉上有何光彩,何況對諸位並無所求,信與不信都無關緊要。”

두군평은 사람들이 마치 다같이 심문하듯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쓰라렸다. 그는 원래 쉽게 흥분하는 사람이라 자기도 모르게 노하여 말했다.

"제가 남의 아들 이름을 사칭하여 얼굴에 무슨 광채가 나겠습니까? 하물며 제위들께 결코 요구하는 것이 없으니 믿고 안 믿고는 모두 대수롭지 않습니다."

項傑重重哼了一聲道:“你乃鬼頭令符追捕下的淫犯,竟然冒然杜飛卿之子,換取江湖同道之同情,以圖掩飾罪行。哼!除非那些自翊名門正派,沽名釣譽之徒才會上當,大爺早就認出了你的原形,你還是從實招來的好!”

항걸이 거듭 흥흥, 하며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너는 귀두령부가 추포(追捕)하도록 한 음적인데 뜻밖에도 두비경의 아들을 사칭하여 강호 동도들의 동정을 얻어 죄행을 덮어 숨기려 기도했구나. 흥!  자칭 명문정파라며 명예를 탐내는 무리들은 속고 말겠지만 나으리는 벌써 너의 본 모습을 알아보았다. 너는 사실대로 자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杜君平霍地站起身來道:“在下此番來到天地盟,便為洗刷冤屈,是什麼人告發的,可以著他出來對質。”

두군평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제가 이번에  천지맹에 온 것은 억울함을 씻기 위해서요. 나를 고발한 것이 누구인지 그 사람을 불러내어 대질해도 좋소." 

千手神君面色一沉,高聲說道:“少俠且請坐下,聽老夫一言。”

천수신군은 굳은 얼굴로 소리 높여 말했다.

"소협은 자리에 앉아 노부의 말을 들어보게."

目光一掃全廳,接道:“老夫姑且假定杜大俠遭人暗算之後,遺物為一位江湖人所得,但此人為天賦所限,無法習成上乘劍術,於是從窮鄉僻壤之中,物色了一位根骨極佳之農家子,授以劍術,並在江湖上傳言,指認此子便是杜大俠的後人,諸位以為如此推論,可在情理之中嗎?”

눈으로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음 말했다.

"노부는 잠시 두대협이 암산을 당한 후 강호인 누군가가 그 유물을 얻었다고 가정하겠소. 그러나 그 사람은 타고난 자질이 모자라 상승검술을 익힐 수 없었소. 그래서 산간벽지에서 근골이 뛰어난 농가의 아들 한 명을 찾아내어 검술을 전수하였소. 그리고 강호에 전하는 이야기로 그 아이는 두대협의 아들로 지목되었소. 여러분들은 이런 추론이 사리에 맞다고 여기지 않소?"

在坐之人均點頭稱是,千手神君復又說道:“那農家子極小便被收養,當然不知身世,便認定自己確是杜門的後人,是以心懷坦蕩,理直氣壯……”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여 수긍을 나타냈다. 

천수신군이 다시 말했다.

"그 농가의 아들은 아주 어렸을 때 입양되어 당연히 신세를 모르고 자기가 확실히 두씨 가문의 후인이라고 인정하였소. 그래서 마음에 거리낌이 없고 당당하였소..."

他這一番揣測之言,入情入理,不僅來客都深信不疑,連杜君平自己,也覺滿腹狐疑,不自覺地把目光轉向阮玲。

그가 이렇게 추측하는 말은 이치에 맞았기에 내객들이 모두 믿어 의심치 않을 뿐만 아니라 두군평 자신까지도 의심이 가득 차서 자기도 모르게 완령에게 눈을 돌렸다.

詎料阮玲神色自若,微微一笑道:“神君料事如神,在下極是佩服,不知神君可曾猜透這位收養農家子的江湖人,他的用心何在?”

어찌 예측했겠는가? 완령의 신색은 태연자약했다. 미미하게 웃음을 띠고 말했다.

"신군께서 귀신같이 알아맞히시니 저는 매우 탄복합니다. 신군께서는 어떻게 농가의 아들을 입양한 사람이 강호인이라는 것을​ 진작에 꿰뚫어 볼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의도가 어디에 있었을까요?"

千手神君朗聲笑道:“有道是人死留名,豹死留皮,杜大俠一代神劍,此子若能得他衣缽,日後定必名震江湖,而此人仗義撫孤,自然也在江湖傳為美談了。”

천수신군이 큰 소리로 웃었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이 있네. 두대협은 일대의 신검이네. 그 아이가 만약 그의 의발을 이어 받는다면 후일 반드시 그 이름을 강호에 떨칠 것이네. 그리고 이 사람은 의를 쫓아 고아를 보살폈으니 자연 그도 강호에서 미담을 전할 수 있을 것이네."

杜君平此時心中,真是百感交集,頗有無地自容之感,慨然說道:“照此說來,在下身世果已成謎,我若不把此事查明,從此永不在江湖走動。”

두군평은 이때 심중으로 만감이 교차하며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어 흔쾌히 말했다.

"이 말씀에 비추어볼 때 저의 신세는 이미 수수께끼가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이 일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그때부터 영원히 강호를 다닐 수 없을 것입니다."

一長身,飛向簷頭射去。

몸을 쭉 펴서 처마를 향해 화살처럼 쏘아져 갔다.

驀地,大廳一聲沉喝道:“你還想走嗎?”

갑자기 대청에서 외침소리가 들렸다.

"달아나려느냐?"

呼的一道勁疾掌風,從斜裡直擊向他騰起的身軀。杜君平身在空中,陡的身形一偏,順手拍出一掌,砰的一聲,兩股力道接實,只覺心神一震,真氣立懈,復又落回地面。​

휙, 하며 한 줄기 장풍이 비스듬히 그의 솟구친 몸을 향해 곧바로 쳐갔다. 두군평의 몸은 공중에 떠있었기에 급작스럽게 신형을 옮길 수 없어 일장을 쳐나갔다. 펑, 소리와 함께 두 줄기의 힘이 부딪히자 심신이 떨리며 진기가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지면으로 떨어져 내려왔다.

發掌之人,乃是鐵劍書諸向榮,跨步趨近杜君平,目露凶光,寒著臉說道:“老夫並非以大欺小,有意和你過不去,只因你這一出江湖,竟然為武林引來無邊殺孽,萬萬留你不得。”

일장을 발출한 사람은 철검서제 상영이었다. 눈에 흉광(凶光)을 드러내며 두군평에게 걸어와서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노부는 결코 어른이 어린 사람을 업신여기어 너를 괴롭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네가 강호에 나가면 무림에 끝없는 살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부득이 너를 붙잡아 둘 수 밖에 없다."

杜君平此時已是滿腔怒火,嗆啷長劍出鞘,橫劍當胸,道:“不論在下是否杜門之後,我在華山足不出戶,你們無故發出鬼頭令符,欲置我於死地,這是不是斬草除根的狠毒手段?”

두군평은 이때 이미 가슴 속에 노화가 가득 차올랐다. 챙, 소리와 함께 장검을 뽑아 가슴을 겨누며 말했다.

"제가 두씨 가문의 후손인지 아닌지 불문하고 저는 화산에서 떠나지 않았소. 당신들이 이유없이 귀두령부를 발출하여 나를 사지로 몰아넣고자 하니 이것은 화근을 뿌리채 뽑으려는 악랄한 수단이 아니오?"

鐵劍書諸仰面一陣哈哈大笑道:“老夫若不讓你把杜飛卿的劍法,盡量施展一番,定然死不瞑目。”

철검서제가 고개를 쳐들고 하하, 웃었다.

"노부가 만약 너로 하여금 두비경의 검법을 마음껏 한번 펼쳐보도록 해주지 않으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겠구나."

他口氣雖是託大,可不敢過份輕視,一翻腕也把仗以成名的鐵劍撤出。

그는 입으로는 비록 큰소리쳤지만 감히 지나치게 경시할 수 없었다. 손목을 뒤집어 명성을 얻은 철검을 뽑았다.

此時大廳散坐之人,均已紛紛起立,圍了上來。玩玲忖度當前情勢,心中焦急異常,杜君平縱令能戰勝鐵劍書諸,也無法擊敗廳內的許多高手。

이때 대청에 흩어져 앉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분분히 일어서 빙 둘러섰다. 완령은 직면한 정세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마음속은 초조했다. 두군평이 설령 철검서제와 싸워 이길 수 있다하더라도 대청 안의 허다한 고수들을 격패시킬 방법이 없었다.

她自幼隨著飄香谷主,闖蕩江湖,機智絕倫,處此險要之境,仍然鎮定如常。

偷眼一看,千手神君仍然端坐不動,那位皇甫總管,亦已悄悄由後廳行出,待立在千手神君之側,目光卻望著自己。

心中頓時一動,突用傳音對他責道:“神風堡主乃武林前輩,用這種手段對付兩個年青人,不怕江湖同道恥笑嗎?”

그녀는 어려서부터 표향곡주를 따라 강호의 경험을 쌓았고 기지가 절륜하여 이렇게 위험한 지경에도 곧 평상시와 같이 침작할 수 있었다. 슬쩍 한번 보니 천수신군이 단좌한 채로 움직이지 않고 그 황보총관도 역시 남몰래 후청에서 나와서 천수신군 곁에 시립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마음이 움직여 전음으로 그에게 나무라며 말했다.

"신풍보주는 무림선배이신데 이런 수단으로 두 나이 어린 사람을 대한다면 강호동도의 비웃음이 두렵지 않습니까?"

皇甫端聆聽了她的傳音,未回答,只是極具深意的微微一笑。阮玲冰雪聰明,料定其中定有蹊蹺,於是住口不言,舉目向前望去,杜君平已然和鐵劍書諸動上了手。

황보단은 그녀의 전음을 듣고도 아무런 대답도 없이 매우 깊은 뜻이 담긴 미소만 띠고 있었다. 완령은 지극히 총명하여 그 안에 반드시 수상쩍은 구석이 있다고 짐작하여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니 두군평은 이미 철검서제와 손을 쓰기 시작했다.

杜君平用的竟是杜飛卿獨創的“大千劍法”,旁人只覺他運劍動作,笨拙異常,一招一式,緩慢施展,而對敵的鐵劍書諸,僅只攻守了三五招,便已覺出情形有異。

두군평은 두비경이 스스로 창안한 대천검법(大千劍法​)을 사용하였다.  일초 일식이 완만하게 시전되​어 다른 사람은 그의 검을 놀리는 동작이 굼뜨고 우둔하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대적하는 철검서제는 단지 서너 초만 공격하고 수비하고도 상황이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只覺對方的劍勢,波瀾壯闊,浩瀚無邊,自己的劍式一經投入,恍如一葉扁舟,航行大海,隨時均有被吞噬之危,不由心中大駭。他浸淫劍術數十年,默察情勢,立時招式一變,真力貫注劍身,意欲以深厚的內力,破解對方的綿綿劍勢。

상대의 검세가 물결처럼 넓고 끝없이 펼쳐져 자기의 검식이 일단 한번 빠지자 마치 일엽편주가 큰 바다를 항해하듯 수시로 집어삼켜질 위험을 느껴서 저도 모르게 속으로 놀랐다. 그는 수십 년을 검술 연마에 빠져있었기에 묵묵히 정세를 살피더니 즉시 초식을 변화시켰다. 진력을 검신에 주입하여 심후한 내력으로 상대의 면면이 이어지는 검세를 깨뜨리고자 하였다.

詎料,攻擊力道加大,對方的反應亦隨之加大,隱隱似有一股無形柔和之力,將自己發出的力道卸去,劍招不由自主的隨著對方運轉。

어찌 예측했겠는가? 공격하는 힘이 커지자 상대의 반응도 역시 따라서 커져서 마치 한 가닥의 무형의 부드러운 힘이 자기가 발출한 힘을 풀어버리는 것 같았다. 검초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상대방에 말려들어갔다.

這種情勢,在旁觀者的跟裡,無不驚詫萬分。大力殃神彭虎性情最是暴戾急燥,忍不住一聲暴喝,呼的一拳從側面擊來。​一股急勁風,撞入杜君平的劍影之中,只見劍光微微顫動了一下,又復綿密如初。​

이러한 정세에 옆에서 보고있던 사람중에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천성이 난폭하고 조급한 대력앙신 팽호가 참지 못하고 폭갈을 터뜨리며 휙, 하니 일권으로 측면을 공격해갔다. 한 가닥의 경풍이 두군평의 검영 안으로 부딪혀왔다. 검영이 미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지만 또 다시 빈틈없기기가 처음과 같았다.

黑白雙煞項氏兄弟,互相低語了一番,霍地從腰間將兵刃撤出。項英是一對子母金環,項傑卻是一長一短兩枝判官筆,高聲喝道:“向兄小歇,讓我兄弟來接幾招。”

흑백쌍살 항씨 형제는 서로 나직이 말을 주고 받더니 갑자기 허리에서 병기를 꺼냈다. 항영은 한 쌍의 자모금환(子母金環​)을,  항걸은 길고 짧은 두 자루의 판관필(判官筆​)로 소리 높여 외쳤다.

"우리 형제가 몇 초 상대할 수 있도록 향형은 잠시 쉬시오. "

大力殃神厲笑道:“慢著,彭某還沒領教呢。”

대력앙신이 준엄하게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시오. 팽모가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했소."

雙拳一搶,突向圈內攻去。黑白雙煞不言不語,同時一縱身,舞動兵刃,竟從杜君平的背後遞出。情勢一變而為以四攻一。 

쌍장을 한번 부딪히더니 권내(圈內)로 공격해 들어갔다. 흑백쌍살은 한 마디 말 없이 동시에 훌쩍 솟구쳐 병기를 춤추듯 움직이며 두군평의 배후에서 번갈아가며 쳐들어왔다. 정세가 일변하여 네 명이 한 사람을 공격하게 된 것이다.

杜君平身在群雄圍攻之下,把心一橫,掌中長劍猛一加勁,把攻來的招式一齊接了下來。他此刻已然體念出這套劍法的神奇處。只要劍式展開,四方攻來的拳風勁掌,無論多麼強勁,均能化解於無形,是以他遭受四大高手的夾擊,仍能從容應付。

두군평은 군웅들의 포위공격 아래에 놓였다.  마음을 다잡고 수중의 장검에 공력을 더하여 공격해 오는 초식을 일제히 맞이했다. 그는 이때 그 검법의 신기한 부분을 이미 이해할 수 있었다. 검식이 전개되자 사방에서 공격에 오는 권풍과 장력이 아무리 강해도 모조리 와해되어 형체가 없어졌다. 그래서 그가 사대고수의 협공을 당해서도 여전히 여유있게 대응할 수 있었다.

阮玲於大力殃神、黑白雙煞同時出手之際,心頭大急,反手撤劍出鞘,但當她目光投向斗場之際,自行又把身形收住。她幼受名家薰陶,見識超人,由杜君平從容運劍的神態中,可以判定他至少還可以支持二三百招以上,惟恐引出更多人的圍攻,是以停步不前。千手神君眼看群雄紛紛出手,竟似沒有他的事一般,坐著不言不動。​

완령은 대력앙신, 흑백쌍살이 동시에 출수할 때 마음이 다급해서 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싸움판에 던져졌을 때 저절로 신형을 거두고 멈추어 섰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명가의 훈도(薰陶​)를 받아서 견식이 일반인을 능가했다. 두군평이 여유있게 검법을 펼치고 있는 모습에서 그가 적어도 이삼백 초 이상은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더 많은 사람의 포위 공격을 초래할까 걱정되어 걸음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천수신군은 군웅들이 분분히 출수하는 것을 보고도 그의 일이 아닌 양 앉은 채로 한 마디 말도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祁連山主褚一飛,為人沉鷙,城府極深,目睹杜君平在四大名家夾擊之下,雖是守多於攻,但並無驚惶失措,難於應付之感,心中暗暗忖度:“此子如若再假以時日,成就定不在杜飛卿之下。”

기련산주 저일비는 사람됨이 침착하고 꿍꿍이가 무척 깊었다. 두군평이 사대 명가의 협공 아래서도 비록 수비가 공격보다 많았지만 결코 당황하거나 갈팡질팡함이 없이 대응하는데 어렵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 속으로 곰곰히 생각했다.

'이녀석은 만약 시일이 더 지난다면 그 성취가 두비경의 아래가 아닐 것이다.'

同時飛快又起另一個念頭,暗道:杜飛卿的劍法果是神奇,如能設法將此人制住,帶回山去,逼他交出劍譜,那時天下第一神劍,非我莫屬。

思念及此,霍地從座上立起,高聲喝道:“諸位請暫住手,聽我一言。”

동시에 재빨리 다른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두비경의 검법은 과연 신기하구나. 만약 방법을 강구하여 이 녀석을 제압한 뒤 산으로 데리고 돌아가 검보를 내놓으라고 핍박하면 그때는 천하제일신검이 바로 내가 아니고 누구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 소리 높여 외쳤다.

"제위께서는 잠시 손을 멈추고 제 말을 한번 들어보시오."

鐵劍書諸等四人聯手攻擊一個少年,竟急切無法得手,正自羞怒交集,耳聞祁連山主喊叫,不覺一怔。

철검서제 등 사인(四人​)은 일개 소년을 연수(聯手) 공격하고도 뜻밖에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자 스스로 부끄러움과 노여움이 교차하고 있었는데 기련산주의 외침이 귀에 들리자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

杜君平迅即住劍收式往後一撤,阮玲快步行近他的身旁低聲道:“你快運息一會,我來應付他們。”

두군평은 신속히 검을 멈추고 초식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 완령이 빠른 걸음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속히 운기조식하세요. 내가 그들을 대적하겠어요."

祁連山主微微笑道:“並非兄弟多嘴,你我均是江湖上人,能不結怨,總以避免為宜,這等後生小輩,殺之於事無補,何苦與他計較。” 

기련산주는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제가 결코 말이 많은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나는 똑같은 강호인이오. 적당히 피해버리면 원한을 맺지 않을 수 있소. 이들 어린 후배는 죽여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데 구태여 그와 따질 필요가 있겠소?"

雪嶺居土韓三公早已聽出他言下之意,突然插言道:“我等俱屬客人,如何處置,理應由千手神君作主。”

설령거사 한삼공이 일찌기 그의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돌연 끼어들어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 손님이니 어떻게 처리할지는 당연히 천수신군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이오."

千手神君徐徐接道:“他是否杜飛卿之子,都與你我無關,但他乃是'鬼頭令符'追緝下的淫犯,即已來到神風堡,若不把他留下來,以後拿什麼向盟主交代?”

천수신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가 두비경의 아들이고 아니고는 당신들과 나도 아무런 관계가 없소. 단지 그는 귀두령부가 추적하여 붙잡도록한 음적이오. 이미 신풍보에 온 이상 그를 잡아두지 않는다면 이후에 무엇으로 맹주께 설명하겠소?"

韓三公接道:“是啊,在座諸兄均屬天地盟的一份子,如若輕易讓他走,豈不顯得我輩太以無能?”

한삼공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천지맹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만약 쉽사리 그를 보내준다면 우리들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 어찌 아니겠습니까?"

大力殃神彭虎怒氣勃勃,暴吼道:“凡屬鬼頭令符的罪犯,武林人均可格殺勿論,他終是禍患。”

대력앙신 팽호가 발끈 화를 내며 사납게 외쳤다.

"무릇 귀두령부를 받은 죄인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그를 때려죽여도 무방하오. 그래야 화근이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오."

祁連山主哈哈笑道:“彭兄少安勿躁,他既已進了神風堡,料他飛不上天去,這事交給兄弟辦理如何?”

기련산주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팽형은 조급히 굴지 마시고 좀 진정하시오. 그가 이미 신풍보에 들어왔으니 하늘로 날아올라 도망가지 못할 것이오. 이 일은 형제에게 넘겨서 처리하면 어떻겠소?"

千手神君接道:“褚山主所言極是,兄弟的意思,以仍交給天地盟處置較妥。如若殺了他,老夫臉上也不好看。”

천수신군이 말했다.

"저산주의 말씀이 바로 형제가 생각하는 바요. 천지맹에 인계하여 처리하게 함이 비교적 적당하오. 만약 그를 죽여버린다면 노부도 얼굴이 서지 않을 것이오."

杜君平怒極,揚聲笑道:“勸你們死了這條心吧,要在下留下沒有那麼容易呢。”

두군평이 극도로 노하여 소리 높여 웃으며 말했다.

"그런 생각은 단념하시기를 권하겠소. 저를 붙잡아 두려면 그렇게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오."

祁連山主忙上前勸道:“杜世兄不可如此,神君對你絕無惡意,天地盟亦並非全不講理的魔幫,事情總歸有水落石出的一天,何苦走極端呢?”

기련산주가 급히 앞으로 나서 권했다.

"두세형은 이러지 말게. 신군은 절대 자네에게 악의가 없네. 천지맹 역시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마방(魔幫​)이 결코 아니라네. 일은 결국 진상이 드러나는 날이 있을 것이네. 극단적으로 갈 필요가 있겠나?"

杜君平正待答言,突然耳際傳來一陣細微的傳音道:“你儘管安心留在神風堡,若再起衝突,老漢縱有維護之心,恐亦無能為力了。”

두군평이 막 대꾸를 하려는데 돌연 귀에 일진의 가느다란 전음이 들려왔다.

"너는 안심하고 신풍보에 머물도록 해라. 만약 다시 충돌이 일어나면 늙은이가 설사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도 힘이 되지 못할까 두렵구나." 

心裡不覺一動,隨道:“士可殺不可辱,在下縱然無法抗擋你們的圍攻,但若我束手就擒,卻也沒有那麼容易。”

마음이 동하여 말했다.

"선비는 죽일 수 있으나 욕보여선 안됩니다. 제가 설령 당신들의 포위 공격에 대항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저에게 스스로 구속을 당하라고 하시면 그렇게 용이하진 않을 것입니다."

祁連山主微微笑道:“少林,武當兩派掌門人,既已親去天地盟總壇,對世兄所受冤屈,自然可以解釋清楚,你盡可放心前去。”

기련산주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림, 무당 두 파의 장문인이 이미 천지맹 총단으로 친히 가셨으니 세형이 억울함을 당한 것에 대해서 분명히 설명하실 것이네. 자네는 앞으로 마음을 놓아도 되네."

杜君平想了想道:“在下原就有意麵見盟主,我要問問他,杜門與他究竟有什麼深仇大恨。”

두군평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가 맹주를 뵙고자 하는 것은 그분께 두씨 가문과 어떤 깊은 원한이 있는지 물어보려는 것입니다."

祁連山主見他已漸入彀,心中大喜,當下故作感慨地嘆一口氣道:“天地盟統率武林,處理江湖上恩恩怨怨之事,不下千百件,自然難保每一件都盡如人意。你也不必難過,是非總有澄清的一天。”

기련산주는 그가 점점 올가미에 걸려드는 것을 보고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즉시 감개무량한 척 한숨을 한번 내쉬며 말했다.

"천지맹은 무림을 통솔하여 강호상의 수천 수백이 넘는 은원들을 처리한다네. 자연 매 한 건마다 모두 사람들 마음에 든다고 보장하기 어렵지. 자네도 괴로워하지 말게. 시비는 언젠가 깨끗하게 밝혀질 걸세."

杜君平道:“是呀,鐵髯蒼龍俠名久著,譽名江湖,如若不是被小人蒙蔽,那就是為雪私仇了。”

두군평이 말했다.

"맞습니다. 철염창룡이라는 협명(俠名​)이 오랫동안 강호에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만약 그분이 소인배들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려는 것일 겁니다."

祁連山主拍胸道:“杜兄請放心,兄弟可以擔保,此事必然是被小人蒙蔽了,肖盟主在武林地位崇高,豈有公報私仇之理。”

기련산주 가슴을 치며 말했다.

"두형은 안심하시게. 형제가 보장하지. 이 일은 필시 소인배들의 꾐에 넘어간 것이네. 소맹주는 무림의 숭고한 지위에 계신 분인데 어찌 사적인 원한을 공적으로 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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