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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回 買賣人頭(매매인두) 본문
第一回 買賣人頭(人頭를 사고팔다)
天色破曉,半圓冷月,仍然斜掛四天。 深秋的早晨,寒氣逼人。 一個身著黑袍,頭戴氈帽的中年人,手中提著一隻紅漆描金的木箱子。那木箱長尺八寸,寬約一尺,厚不過五寸,看上去小巧玲瓏。
這時,霜寒還重,大街上,還不見行人。 黑袍人行近了一座高大的府門時,突然放緩了腳步,口顧一眼,撩起長袍,把木箱掩在長袍之下。
새벽녘이었다. 차가운 반달은 여전히 서쪽 하늘에 걸려 있었다. 늦가을의 이른 새벽이라 한기가 몸으로 스며들었다. 흑포를 입고 머리에 전모(氈帽)를 쓴 중년인이 홍칠(紅漆)에 금박 무늬를 넣은 나무상자를 손에 꺼내들었다. 그 나무상자는 길이가 팔 촌, 너비가 약 일 촌에 두께는 불과 오 촌으로 앙증맞게 작아보였다.
이때 찬서리가 심하게 내린 큰 길에는 아직 행인이 보이지 않았다. 흑포인은 한 채의 고대한 부문(府門) 가까이 걸어갔을 때 돌연 발걸음을 늦추더니 사방을 한번 둘러보고는 장포를 들추어 나무상자를 장포 아래에 숨겼다.
這廬州衙高大的門樓上,挑起兩盞氣死風燈,光焰熊熊。 兩個手執長矛的府兵,一左一右地站在府門前面。 一個掛著腰刀的哨長,不停地來回走動。
黑袍人突然一伏,快速地行到了府前西側的一座石獅子旁側,悄然放下了描金小木箱,轉身而去。 他動作靈巧、快速,顯然是習過武功的人。
夭亮前的朦朧夜色,再加上那黑袍人的輕巧動作,府門前站的哨長、府兵,竟然全無所覺。 雖然,那石獅子,距離府門哨位,只不過一丈多些。
이 여주(廬州) 관아의 고대한 문루에는 두 개의 기사풍등(氣死風燈)이 매달려 활활 타고 있었다. 장모(長矛)를 손에 쥔 두 명의 부병(府兵)이 좌우로 한 명씩 부문의 앞쪽에 서있고, 요도(腰刀)를 허리에 매단 초장(哨長) 한 명이 쉼없이 왔다갔다 했다.
흑포인은 돌연 엎드리더니 쾌속하게 부(府) 앞 서편의 석사자(石獅子) 옆으로 걸어가서 조용히 금박 나무상자를 내려놓고 뒤돌아 가버렸다. 동작은 민첩하고 재빠른 것이 무공을 익힌 사람이 분명했다.
그 석사자가 부문(府門)의 초소 위치에서 단지 일 장 조금 넘는 거리일 뿐이었지만, 날이 밝기 전의 몽롱한 어둠에 그 흑포인의 날랜 동작이 더해져서 부문 앞에 서있던 초장, 부병은 전혀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中午時分,黑袍人又出現在廬州府城中最大的酒樓中「慶仙閣。」 大白天,可以清楚地看到這位黑袍人的形貌。 四十多歲的年紀,削唐的雙頰,不高不矮的身形,雙目中神光湛湛,逐出了一股中年人的精明。 他獨自坐在二摟一個靠窗的桌位上,卻要了兩雙杯筷。 顯然,是在等人。
정오 무렵, 흑포인은 또 여주부(廬州府) 성(城) 안에서 가장 큰 주루인 경선각(慶仙閣)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낮이라 그 흑포인의 생김새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사십 세가 넘은 나이에 홀쭉한 두 뺨, 크지도 작지도 몸집인데, 두 눈의 짙은 신광은 중년인의 영악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는 홀로 이층 창가의 자리에 앉아서 잔과 젓가락을 두 개씩 달라고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酒菜上了多時,卻不見有人到來。 黑袍人似是等得不耐,皺皺眉頭。自斟自飲起來。 午時,原本已坐無虛席的酒樓,然散去了大部客人。黑袍人酒量不錯,一壺一斤裝的上好二鍋頭,已被他喝得點滴不剩。 他又要了一壺酒,站起搓搓手,又坐了下去。
술과 요리가 나온 지 한참이 되어도 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흑포인은 기다리다 못견디겠는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작하기 시작했다.오시에는 원래 빈 자리가 없던 주루는 대부분의 손님이 빠져나갔다. 흑포인은 주량은 나쁘지 않았다. 한 주전자에 한 근이 담긴 최고급 술 두 주전자가 이미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그는 또 술 한 주전자를 주문하고 일어나서 손을 비비더니 또 앉았다.
等人的滋味不好受。 尤其是,等一個不守約的人。 但那黑袍人,卻似有著不能不等的苦衷,儘管他如坐針氈,但卻不敢離開。 六七十張的桌位,只餘下了兩三桌人,七八個招呼客人的店夥計,也懶散地坐在椅上,打起盹來。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재미가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더하다. 하지만 그 흑포인은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는 고충이 있는 듯했다. 그는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았지만 감히 떠나지 못했다. 육칠십 개 중에서 오직 두세 개의 탁자에만 사람이 남았고 칠팔 명의 손님을 부르던 점원들도 한가하게 의자에 앉아 졸기 시작했다.
黑袍人長長吁一口氣,靠在座椅上,閉目養神。 就在他閉上雙目的一剎間,一個形同叫化子的童子忽然而至,在對面坐了下來,挽起酒壺斟向酒杯。 黑袍人的警覺很高,動作也快,那挽壺倒的酒的輕微聲息,已使他霍然挺起,一伸手,抓住了酒壺,冷冷說道:「你是誰?」
흑포인은 길게 휴, 한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피로를 풀었다. 그가 두 눈을 감은 그 찰나 한 명의 규화자(叫化子:거지) 모습을 한 동자가 홀연히 나타나 맞은 편에 앉더니 술주전자를 집어들어 술잔에 따랐다. 흑포인의 경각심은 매우 높았고 동작도 빨랐다. 집어든 주전자로 술을 따르는 경미한 소리에 벌떡 몸을 세우더니 손을 뻗어 술주전자를 잡고 냉랭하게 말했다.
"너는 누구냐?"
小叫化笑一笑道:「你可是姓蘇。」
소규화가 웃더니 말했다.
"당신은 소(蘇)씨가 맞지요?"
黑袍人道:「嗯!」
흑포인이 말했다.
"그렇다!"
小叫化道:「叫百魁。」
소규화가 말했다.
"이름은 백괴(百魁)고요."
黑袍人道:「不錯。」
흑포인이 말했다.
"그렇다."
小叫化道:「好!那就先放開你抓酒壺的手。」
소규화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우선 쥐고 계신 술주전자를 놓으십시오."
蘇百魁吁一口氣,道:「閣下是⋯⋯」
소백괴가 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귀하는..."
顯然,他被人叫對了名字,已不敢存輕視之意,言語間,相當客氣。 一面問話,一面放開了酒壺。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있는 사람에게 감히 경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없어서 말에도 상당히 예의를 갖추고 있음이 분명했다. 물어보면서 한편으로는 술주전자를 놓았다.
小叫化斟滿了酒杯,放下酒壺,道:「你可有一個綽號叫草上飛。」
소규화는 술잔 가득 따르더니 주전자를 내려놓고 말했다.
"당신에게는 초비상(草上飛)이라는 외호가 있을 겁니다."
蘇百魁呆了一呆,道:「你怎麼知道?」
소백괴가 멍해져서 말했다.
"자네가 어찌 아는가?"
小叫化放低聲音,道:「你送去的東西,我們已經收到了!」
소규화가 나직이 말했다.
"당신이 보낸 물건은 우리가 이미 받았습니다!"
蘇百魁哦了一聲,道:「你們點查過了?」
소백괴가 아, 하더니 말했다.
"그대들은 조사해 보았는가?"
小叫化道:「點查過了。」
소규화가 말했다.
"조사했지요."
蘇百魁道:「可有什麼缺失?」
소백괴가 말했다.
"무슨 빠진 것이라도 있던가?"
小叫化道:「沒有,可以告慰你蘇兄的是,我們已經接下了這票生意。」
소규화가 말했다.
"없습니다. 소형 당신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이 거래를 접수했다는 사실입니다."
端起面前酒杯,一飲而盡,接道:「你回去上覆貴東主,生意已經成交,要他坐候佳音,三個月內,咱們送上人頭,謝謝你這杯酒,兄弟告辭了。」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당신은 돌아가서 거래가 이미 성사되었으니 앉아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라고 귀 동주(東主:업주)께 보고하십시오. 삼 개월 안으로 우리는 인두(人頭)를 보내겠습니다. 술 잘 마셨습니다. 형제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轉過身子,向前行去。
뒤돌아 앞을 향해 걸어갔다.
蘇百魁一皺眉頭,道:「閣下留步。」
소백괴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귀하, 잠깐만."
小叫化笑一笑,道:「還有什麼吩咐?」
소규화가 웃더니 말했다.
"아직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蘇百魁道:「東西收到了,咱們應該辦個手續,我送的價值數千萬銀子的珠寶,不是個小數字,就憑你兄弟幾句話,就算完了?」
소백괴가 말했다.
"물건을 받았으니 우리는 수속을 밟아야 하네. 내가 보낸 것은 수천 만 은자의 가치가 있는 주보(珠寶)일세. 작은 숫자가 아니라는 말이지. 형제 자네의 몇 마디 말로 끝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小叫化緩緩坐下身子,又斟了一杯酒,道:「生熟不欺,我們可以不接這票生意,但既然接下了,那就是我們的事了,事情辦不好,原物奉還,不會少你一個銅板,不過,到自前為止,我們還沒有辦砸任何一票生意。」
소규화가 천천히 앉더니 또 한 잔의 술을 따르고는 말했다.
"날 것인지 익은 것인지는 속일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 거래를 접수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미 접수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일입니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원래 물건을 동전 한 닢 빠뜨리지 않고 되돌려 드립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어떠한 거래도 망치지 않았습니다."
蘇百魁道:「這個我相信,不過⋯⋯」
소백괴가 말했다.
"그건 내가 믿고 있네.그러나..."
小叫化道:「相信就行了,難道還要我們出個收據不成。」
소규화가 말했다.
"믿으신다면 됐습니다. 설마 우리가 받았다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단 말입니까?"
蘇百魁道:「小兄弟,在下還是這個意思,那是一笑大數目,如若在下手中,沒有一點憑據,要我如何向出錢人交代?」
소백괴가 말했다.
"소형제, 그것이 너무도 큰 금액이라는 말일세. 만약 내 수중에 한 점 증거가 없다면 내가 어떻게 돈을 낸 사람에게 설명하겠는가?"
小叫化道:「蘇兄,你也是常在江湖上走動的人,幹我們這一行的,從來不留把柄在別人手中,老實說,你看的,也不是我的真正面目。」
소규화가 말했다.
"소형, 당신도 늘 강호를 다니는 사람입니다. 우리와 같은 이런 장사를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손에 증거를 남기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보고 있는 것도 나의 진정한 면목(面目)이 아닙니다."
蘇百魁凝目望去,只見那小叫化的臉上,滿是油污,就算他未戴人皮面具,也是一樣瞧不清他的真面目,不禁一皺眉頭,道:「小兄弟,這個我也清楚,可是你——」
소백괴는 미간을 모은 채 바라보았다. 그 소규화의 얼굴에는 기름때가 잔뜩 있어서 인피면구를 쓰지 않았더라도 그의 진면목을 똑똑히 볼 수가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형제, 그건 나도 잘 아네. 그러나 자네는..."
小叫化笑一笑,接道:「你覺得我年紀小,有些人微言輕,是嗎?蘇老兄,你仔細想一想,如是我不夠份量,會派我來嗎?」
소규화가 말했다.
"당신은 내가 나이 어리고 말이 좀 가벼운 사람으로 느끼시는군요. 그렇지요? 소노형, 자세히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만일 내가 감당할 수 없다면 나를 보냈겠습니까?"
蘇百魁道:「小兄弟,手續免了,通個姓名,總該行吧?」
소백괴가 말했다.
"소형제, 수속절차는 면해도 통성명은 해야겠지?"
小叫化沉吟了一陣,道:「蘇老兄一定要問,你就回覆貴東主,說是你見過了血手小三就成了。」
소규화가 한동안 침음하다가 말했다.
"소노형이 꼭 물어보시겠다면 돌아가서 혈수소삼(血手小三)을 만났다고 귀동주께 보고하시면 됩니다."
蘇百魁道:「你就是血手小三嗎?」
소백괴가 말했다.
"자네가 바로 혈수소삼인가?"
小叫化道:「蘇老兄,別得寸進尺,我已經是破了例子,我走了,青山不改,後會有期。」
소규화가 말했다.
"소노형(蘇老兄), 내가 이미 전례를 깨뜨렸으니 더 알려고 욕심내지 마십시오. 나는 가겠습니다. 청산(青山)이 바뀌지 않는한 훗날 만날 때가 있을 겁니다."
話說完,不再理會蘇百魁,轉身快步而去。 蘇百魁還想阻止,但一眼看到了酒壺上留下了一個清晰的手印,不禁一呆,話到口邊,又嚥了回去。 不見他運氣行功,就把手印留在酒壺上,這不是一樁輕鬆事,蘇百魁自知無法辦到。 這就是憑據。
말을 마치더니 더이상 소백괴를 거들떠보지 않고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소백괴는 저지하려고 했지만 술병에 남겨진 또렷한 수인(手印)을 보자 멍해져서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또 삼켜버렸다. 그가 운기행공(運氣行功)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수인을 술주전자에 남겼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백괴는 자신은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것이 바로 증거물이다.
招過來店小二,算過酒錢,蘇百魁同時也買了那把酒壺。 離開了慶仙閣,直奔三英客棧,立刻備馬上路。 敢情,他也是由別處趕來此地,踐約而來。 一口氣,奔出了二十幾里,馬身見了汗,才微微收韁,放緩而行。
소백괴는 점소이를 불러 술값을 계산함과 동시에 그 술주전자를 샀다. 경선각을 떠나 곧장 삼영객잔(三英客棧)으로 달려가 즉시 말을 준비해 길에 올랐다. 알고보니 그도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약속을 이행하러 온 것이었다. 단숨에 이십 리 넘게 달려나오자 말의 몸에 땀이 났고 그제서야 고삐를 살짝 당겨 속도를 늦추었다.
這時,他開始思索這件事情,為什麼要改在廬州,又為什麼要自己把那一箱珍貴珠寶送到廬州府前的石獅子下? 萬一那價值數十萬的珠寶出了差錯,被別人捷足先得,或是無意撿去,那豈不是一件太過冒險的事? 血手小三,又是什麼身份? 那點年紀,竟練成了那麼一身武功?
이때 그는 이 사건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왜 여주(廬州)로 바꾸어야 했는지, 또 왜 자기더러 그 진귀한 주보가 든 상자를 여주 관아 앞의 돌사자 아래에 갖다두라고 했을까? 가치가 수십만 냥인 주보(珠寶)인데 만일 잘못 되어 남이 가로채거나 무심코 주워가버린다면 너무나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아닌가? 혈수소삼은 또 무슨 신분일까? 그 정도 나이에 놀랍게도 그런 일신무공을 연성했단 말인가?
徐州,古彭城地,楚霸王項羽曾建都於此。 地據要津,為歷代兵家必爭之地,商市繁榮。 蘇百魁直奔入徐州城中的主通鏢局。 徐州三家鏢局子,寶通是不大不小的一家,規模不算大,算上了總鏢頭,上下也不過三十幾號人。 總鏢頭萬壽山,也談不上什麼大名氣,生性保守,不喜擴張局面,好像只要能混得一口飯吃,能過且過。
서주(徐州)는 옛날 팽성(彭城) 땅으로 초패왕(楚霸王) 항우(項羽)가 이곳에 도읍을 건립했다. 요지를 자리잡은 땅이라 역대 병가(兵家)에서는 반드시 뺏아야 할 땅이었고 상업과 시장이 번영했다. 소백괴는 서주성의 보통표국(寶通鏢局)으로 곧장 달려갔다. 서주에는 세 곳의 표국이 있었고 보통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곳이었다.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없어서 위아래로 불과 삼십 몇 명 뿐이었다. 총표두(總鏢頭) 만수산(萬壽山)도 유명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천성이 보수적이라 표국을 확장하기 싫어했고, 단지 입에 풀칠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만 바라는 것 같았다.
蘇面魁似是很熟,一進門,就有人接過他的坐馬。 不用通報,直奔內廳。 也許早有人暗中通報,萬壽山已有準備,獨坐在廳中等候。 內廳不太大,但也不小,擺了十幾張太師椅,一丈方圓。 萬壽山的鏢局子不大,人也沒有什麼名氣,但長相卻是堂堂儀表。 四十五六歲的年紀,留著一道及胸的黑髯蠶眉,鳳目,方面大耳適中的身材,生具了一種折人的威平。
소백괴는 아주 익숙한 듯했다. 문을 들어서자 그가 타고온 말을 넘겨받는 사람이 있었다. 통보할 필요 없이 곧장 내청(內廳)으로 달려갔다. 어쩌면 벌써 암중으로 통보한 사람이 있었던지 만수산은 이미 준비하여 홀로 청 안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청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작지도 않았다. 십수 개의 태사의가 놓여져 있는 일 장 방원의 크기였다.
만수산의 표국은 크지 않고 사람도 유명하지 않았지만 외모는 당당했다. 사십오륙 세의 나이에 가슴까지 기른 검은 수염, 누에 눈썹, 부리부리한 눈, 네모난 얼굴, 커다란 귀, 알맞은 체격에 사람을 감복케 하는 타고난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蘇百魁對萬壽山似有著相當的敬畏,遙遙一抱拳,道:「萬兄,小弟回來了!」
소백괴는 만수산에 대해 상당한 경외심을 가진 듯 멀리서 포권하며 말했다.
"만형, 소제가 돌아왔습니다!"
萬壽山坐在一張太師椅上,欠欠身,笑道:「你一路辛苦了,快坐下先喝杯茶。」
만수산은 태사의에 앉은 채로 몸을 한번 숙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고생했네. 얼른 앉아서 차부터 마시게."
木案上,早已擺好兩杯香茗,還不停地冒著熱氣。 顯是新沏不久。
나무탁자 위에는 벌써 두 잔의 차가 차려져 있었고 끊임없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새로 우려낸 지 오래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蘇百魁沒有立刻落坐,先解下腰中一個小包裹,道:「這把酒壺上,留下了血手小三的掌痕。」
소백괴는 바로 자리에 앉지 않고 우선 허리춤에서 작은 보따리를 풀어내리며 말했다.
"이 술주전자에 혈수소삼의 장흔(掌痕)이 남아있습니다."
送上酒壺之後,退兩步,在一張緊靠木案的太師椅上坐下。
술주전자를 주고난 뒤 두 걸음 물러나 나무탁자에 바짝 붙어 있는 태사의에 앉았다.
萬壽山接過酒壺後,看得很仔細,良久之後,才點點頭,道:「壺形不變,留下掌痕,成就相當的高明。」
만수산은 술주전자를 건네받은 뒤 자세히 보았다. 한참 지난 뒤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전자의 모양이 변한지 않은 채로 장흔(掌痕)을 남기다니 성취가 상당히 고명하군."
蘇百魁道:「但看上去,血手小三隻是一個十六七歲的童子就算他經過了易容,但改不了他帶有童稚的口音。」
소백괴가 말했다.
"하지만 혈수소삼은 십륙칠 세의 동자로 보였습니다. 설령 그가 역용(易容) 거쳤다고 해도 어린 티가 나는 목소리는 바꾸지 못합니다."
萬壽山沉吟了一陣,道:「兄弟,你是一路直奔鏢局嗎?」
만수산은 한동안 침음하다가 말했다.
"형제, 자네는 곧장 표국으로 달려왔는가?"
蘇百魁道:「小弟自信已夠謹慎,一路上,仔細觀察,未見有可疑的跟蹤之人。」
소백괴가 말했다.
"소제는 충분히 신중했다고 자신합니다. 오는 길에 자세히 관찰했는데 뒤따르는 의심스러운 사람은 못보았습니다."
萬壽山緩緩站起身子,不停地在室內走動,雙眉微鎖,似是在思索一件很重大的事情。
만수산은 천천히 일어나더니 쉼없이 실내를 왔다갔다했다. 두 눈썹을 살짝 찌푸린 것이 아주 중대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蘇百魁緩緩站起身子,道:「小弟告退了。」
소백괴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소제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萬壽山停下腳步,微微一笑,道:「好!你先請下去。休息一會,晚上再替你接風洗塵。」
만수산이 걸음을 멈추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알겠네! 먼저 가서 좀 쉬게. 저녁때 다시 자네를 위해 식사대접을 하겠네."
蘇百魁道:「不敢,不敢,但願此行未把事情辦錯,小弟就很心安了。」
소백괴가 말했다.
"천만에요. 이번 행차에 일을 잘못 처리하지 않아서 소제가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萬壽山沉吟不語,沒有立刻答覆。 最好的結果是,萬壽山還未能決定這件事是錯還是對?蘇百魁已經站起身子,又停了下來,有著一種進退不得的感覺。
만수산은 침음하며 말이 없었고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결과인데 만수산은 아직 이 일을 잘했다 잘못했다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소백괴는 이미 일어났다가 또 멈추었다.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萬壽山來回走動了一陣後,回頭說道:「我看你還是先到局中躲幾天,還是小心一些比較好。」
만수산은 왔다갔다 하더니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표국 안에 며칠 숨어 있도록 하게. 아직은 조금 조심하는 것이 좋겠네."
蘇百魁低聲說道:「萬兄意思是⋯⋯」
소백괴는 나직이 말했다.
"만형의 말씀은..."
萬壽山道:「我擔心你可能被人追蹤到此。」
만수산이 말했다.
"나는 자네가 누군가에게 뒤를 밟혔을까 염려되네."
蘇百魁怔了一怔,道:「我一路謹慎、小心,相信沒有被人盯上,萬兄,這做法,豈不是大過小心了。」
소백괴가 멍해져서 말했다.
"나는 오는 내내 신중하고 조심했으며, 감시받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만형, 이렇게 하시는 건 너무 조심스럽지 않습니까?"
萬壽山道:「我是小心了一些,不過,小心沒有大錯,蘇兄還是要委屈一些時間了。」
만수산이 말했다.
"내가 조심스럽기는 하네. 그러나 조심하는 것이 큰 잘못은 아닐세. 소형은 한동안 억울해야겠네."
蘇百魁冷笑一聲,道:「萬兄,兄弟這一趟,自覺得辦得十分圓滿⋯⋯」
소백괴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만형, 형제가 이번에 십분 원만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합니다만..."
萬壽山笑一笑,接道:「我知道。」
만수산이 말했다.
"알고 있네."
突然出手一指,點中了蘇百魁的穴道。
돌연 출수하여 일지(一指)를 찔러내어 소백괴의 혈도를 맞추었다.
蘇百魁吃了一驚,道:「萬兄,你⋯⋯」
소백괴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만형, 당신..."
萬壽山道:「我沒有惡意,但你太低估了血手小三他們那批人,事關重大,我們不能留下任何的痕跡,」
만수산이 말했다.
"악의는 없네. 하지만 자네는 혈수소삼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네. 중대한 일이기에 우리는 어떠한 흔적도 남겨서는 안된다네."
蘇百魁還想說什麼,卻被萬壽山搖搖手,制止他說下去。 一個二十左右的年輕人,突然出現,抱起了蘇百魁,離開了大廳。萬壽山輕輕呼一口氣,緩緩在一張太師椅上坐了下來。
소백괴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만수산이 손을 내저어 제지했다. 한 명의 스무살 가량 된 젊은이가 돌연 출현하여 소백괴를 안아서 일으키더니 대청을 떠났다. 만수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태사의에 앉았다.
守門的鏢夥計,突然快步行了進來,道:「總鏢頭,有一位華老先生求見。」
문을 지키는 표국 점원이 돌연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총표두, 화노선생(華老先生)이 뵙고자 합니다."
萬壽山啊了一聲,道:「請他進來。」
만수산이 말했다.
"그래? 들어오시라 해라."
鏢夥計應了一聲,轉身而去。 片刻之後,帶著一個年約六旬,白髯垂胸的老者,行入大廳。 這人滿面紅光,雙目有神,一襲青衫,襯著垂胸白髯,有一股飄逸出塵的氣度。
점원이 대답하고 뒤돌아서 갔다. 잠시 뒤 나이가 약 육순이고 가슴까지 흰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을 데리고 대청으로 들어왔다. 이 사람은 얼굴에 붉은 빛이 돌고 두 눈에는 생기가 넘쳤다. 한 벌의 청삼에 가슴까지 늘어뜨린 흰 수염이 돋보여서 속세를 떠난 표일(飄逸)한 기도(氣度)가 있었다.
萬壽山迎接廳門口處,一抱拳,道:「在下萬壽山,⋯⋯」
만수산은 청문 입구로 마중나가서 포권하며 말했다.
"제가 만수산입니다..."
青衫老人接道:「我姓華,你叫華先生就是。」
청삼노인이 말했다.
"내 성은 화(華)입니다. 화선생이라 부르면 됩니다."
萬壽山道:「哦!」
만수산이 말했다.
"아!"
青衫老人道:「我們談正經,老配朽委託的事,辦得如何?」
청삼노인이 말했다.
"우리 본론을 이야기합시다. 늙은이가 맡긴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萬壽山道:「幸未辱命,他們已經接下了這票生意,三個月內,他們會送上人頭。」
만수산이 말했다.
"다행히 명을 욕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그 거래를 접수했고 삼 개월 안에 인두(人頭)를 보내올 것입니다
華先生笑一笑,道:「辦得很好,老朽就是來聽這一個回信,告辭了。」
화선생이 빙긋, 웃고는 말했다.
"잘 처리하셨군요. 늙은이는 바로 이 회신(回信)을 들으러 왔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萬壽山道:「華兄,敝局化了相當的心血,才和他取得連繫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 폐국은 상당한 심혈을 들이고서야 그들에게 줄을 댈 수 있었습니다."
華先生接道:「我瞭解,這五千兩銀票,萬總鏢頭先請收下,三個月見效之後,再付另一半。」
화선생이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이 오천 냥의 은표(銀票)는 만총표두가 거두어 주십시오. 삼 개월 후 효과가 나타나면 다시 절반을 지불하겠습니다."
萬壽山道:「華兄,在下的意見是,我們化費了心血太大,酬勞方面,華兄能不能作得了主,增加一些?」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 저의 의견은 우리가 들인 심혈이 너무나 컸습니다. 화형이 결정하여 수고비를 좀 늘릴 수 있겠습니까?
華先生沉吟了一陣道:「萬總鏢頭,希望再加好多?」
화선생이 한동안 침음하다가 말했다.
"만총표두, 얼마를 더 바라십니까?"
萬壽山道:「在下的意思是,希望能再加一萬兩銀子。」
만수산이 말했다.
"저는 일만 냥의 은자를 더 얹어주시기를 바랍니다."
華先生道:「萬總鏢頭,銀子不扎手,誰都希望越多越好,但要取之有道,取得所值,閣下這做法,不覺有些大過分嗎?」
화선생이 말했다.
"만총표두, 은자는 손을 찌르지 않아서 누구든지 많을수록 좋다고 바랍니다. 하지만 취하는 데에는 도리가 있어야 하며, 취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귀하처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萬壽山道:「華兄,閣下肯一付上百萬銀子的珠寶,為什麼不能多加咱們幾個辛苦錢,再說,萬某人越想越覺得這票生意的凶險太大,而且恩怨牽連,恐怕要幾十年才能有個結果,一萬兩銀子,價錢太低。」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 귀하는 백만 은자가 넘는 주보를 지불하면서 왜 우리에게 몇 푼의 수고비를 더 주지 못하는 겁니까? 게다가 만모는 생각할수록 이 거래의 흉험(凶險)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은원에 연루되어 수십 년이 걸려야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만 냥의 은자는 너무 가격이 낮습니다."
華先生道:「好吧!萬兩紋銀,雖然不是個小數字,但敝東主,還不會放在眼中,老朽就作主加你一萬兩銀子。但老朽不能現在就付。」
화선생이 말했다.
"좋습니다! 이만 냥의 문은(紋銀:질이 좋은 은괴)이 비록 작은 숫자는 아니지만 폐동주께서 안중에 두실 리가 없습니다. 일만 냥의 은자를 추가하는 것으로 늙은이가 결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늙은이는 지금 지불할 수 없습니다."
萬壽山道:「華兄的意思是⋯⋯」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의 말씀은..."
華先生道:「事完之後,一萬五千銀子,一次付清,不會有任何拖欠。」
화선생이 말했다.
"일이 끝난 뒤 질질 끌지 않고 만오천 냥의 은자를 한번에 청산하겠습니다."
說完話,也不等萬壽山口答。轉身而去。
말을 마치더니 만수산의 답도 기다리지 않고 뒤돌아서 가버렸다.
萬壽山輕輕咳了一聲道:「華先生,一擲萬兩銀子,難道就不希望拿到一點證據嗎?」
만수산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화선생, 이만 냥의 은자를 걸었는데 설마 한 점 증거를 가져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華先生停下了腳步,回過頭,道:「他們一向不付收據。」
화선생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그들은 원래 영수증을 발부하지 않습니다."
萬壽山道:「那要看什麼人,像我萬某人這樣的辦事人,總得取得到一點什麼證據才行。」
만수산이 말했다.
"그건 누구냐에 달렸지요. 나 만모와 같이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증거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華先生道:「證據現在何處?」
화선생이 말했다.
"증거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萬壽山道:「兄弟手中。」
만수산이 말했다.
"형제 수중에 있습니다."
華先生道:「拿過來。」
화선생이 말했다.
"가져오십시오."
萬壽山道:「這是額外贈送,不用加錢,但我想收一半訂金。」
만수산이 말했다.
"이건 금액 외에 증정하는 것이니 돈을 더할 필요가 없지만 나는 절반의 보증금을 받고 싶습니다."
華先生道:「再收五千兩?」
화선생이 말했다.
"다시 오천 냥을 받겠다고요?"
萬壽山道:「華兄既然答應了增加一萬,也應該先付一半。」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께서 이왕 일만 냥을 더 보태기로 승낙하셨으니 절반을 먼저 지불하셔야 합니다."
華先生皺皺眉頭,又取出三張銀票,道:「這是五千兩,你把證據拿給我。」
화선생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또 석 장의 은표를 꺼내어 말했다.
"오천 냥입니다. 당신은 증거를 나한테 주십시오."
萬壽山接過銀票,送上了一把錫壺。 華先生舉起錫壺,看了一眼,只見上面印有一個很清晰的掌痕。 這掌痕不深,但卻很清楚。 困難的,也就在此了。 輕輕地把掌痕印在錫壺上,比深印掌痕的錫壺上,困難十倍。
만수산은 은표를 받아들고 주석 주전자를 건네주었다. 화선생이 주석 주전자를 들어서 보니 겉면에 아주 또렷한 장흔이 새겨져 있었다. 그 장흔은 깊지 않았지만 매우 또렷했다. 곤란한 점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주전자에 살짝 장흔을 새기는 것은 장흔을 깊게 새기는 것보다 열 배는 어려웠던 것이다.
華先生像欣賞一件古物似的,仔細地鑒賞了一陣,道:「能在錫壺上印上這麼一個手印,不太容易,能不能告訴我他聽什麼名字?」
화선생은 골동품을 감상하듯 자세하게 보고나서 말했다.
"주석 주전자에 이런 수인(手印)을 남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의 이름을 나한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萬壽山道:「華先生,看來,你也是久走江湖的人了,應該知道,干殺手的人,從來不會留下姓名。」
만수산이 말했다.
"화선생, 보아하니 당신도 오랫동안 강호를 다닌 사람입니다. 살수 일을 하는 사람은 여지껏 성명을 남기지 않음을 아실 겁니다."
華老先生手持長髯,笑一笑,道:「他們不會留下姓名,但他們應該留下一個編號。」
화선생이 손으로 긴 수염을 쥐고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성명을 남길 리는 없지만 순번은 남겼을 겁니다."
萬壽山道:「看來,華先生很內行。」
만수산이 말했다.
"보아하니 화선생은 아주 전문가시군요."
華先生笑一笑,道:「我如是不熟悉一些江湖事故,敝東主,也不會派我主辦這件事了。」
화선생이 빙그레 웃고는 말했다.
"내가 강호의 일에 익숙치 않다면 폐동주께서 이 일에 나를 보내실 리가 없지요."
萬壽山哦了一聲,道:「他的編號是血手小三。」
만수산이 말했다.
"그의 순번은 혈수소삼입니다."
華先生笑一笑,道:「血手組,這是屬於強殺的一組。」
화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혈수조(血手組)면 강살(強殺)에 속한 조(組)군요."
萬壽山一皺眉頭,道:「華兄你看來比刀」某更瞭解這一個殺手組織了。」
만수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화형, 당신은 만모에 비해 그 살수조직을 훨씬 잘 알고 계신 걸로 보이는군요."
華先生道:「我說過,對江湖中事,我瞭解的很多。」
화선생이 말했다.
"강호의 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많다고 했을 텐데요."
萬壽山道:「這麼說來,萬某人,還要向閣下領教了。」
만수산이 말했다.
"그렇다면 만모는 귀하께 가르침을 받아야겠습니다."
華先生道:「萬兄請說!」
화선생이 말했다.
"만형, 말씀하십시오."
萬壽山道:「什麼叫強殺組?」
만수산이 말했다.
"무엇을 강살조(強殺組)라 부릅니까?"
華先生道:「萬總鏢頭是他們的代理人,為什麼連強殺組部不知道?」
화선생이 말했다.
"만총표두는 그들의 대리인인데 왜 강살조조차 알지 못하십니까?"
萬壽山道:「華兄,老實說,在下對這個神秘的組織,知曉有限。」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 솔직히 말해 저는 그 신비조직에 대해 아는 것이 유한합니다."
華先生笑一笑,道,「既是如此,老朽就盡我所知,解說一下了⋯⋯」
화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기왕 그러시다니 늙은이는 아는 바를 모조리 설명해 드리지요..."
萬壽山道:「在下洗耳恭聽?」
만수산이 말했다.
"저는 귀를 씻고 듣겠습니다."
華先生輕輕咳了一聲道:「就我所知,血手組是屬於強殺組,一旦發覺了敵蹤,那就會全力以赴,一擊不中,就苦迫不捨,必欲得之而後甘心。」
화선생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내가 아는 바로 혈수조는 강살조에 속해 있는데 일단 적의 종적을 발견하면 전력을 다합니다. 일격이 적중하지 않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하고자 하는 것을 얻어야 만족한답니다."
萬壽山道:「哦!」
만수산이 말했다.
"허!"
華先生道:「所以凡是血手組出商的事,必會辦一個水落石出。」
화선생이 말했다.
"그래서 무릇 혈수조가 나서서 장사하는 일은 반드시 깨끗이 처리되고야 말지요."
萬壽山道:「這麼說來,咱們接下的這票生意成定了。」
만수산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접수한 이 거래는 성공이나 다름 없군요."
華先生道:「事情沒有完成之前,老夫不抱樂觀的看法,但我們已經付出了夠高的代價,所以,還望你萬總鏢頭,承擔起這個責任。」
화선생이 말했다.
"일이 끝나기 전이니 노부는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높은 대가를 지불했습니다 그래서 만총표두 당신이 그 책임을 감당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萬壽山道:「拿人錢財,與人消災,萬某人既然收了銀子,自然會擔起這個責任,這一點,華先生請放心。」
만수산이 말했다.
"남의 금전을 받았으면 그 사람의 걱정거리를 없애주어야 합니다. 만모가 이미 은자를 받았으니 당연히 책임을 질 것입니다. 그 점은 화선생이 안심하십시오."
華先生很滿意地笑一笑,道:「好!咱們總算沒有找錯人,這把錫壺我先帶走,一個月後,我會再來付清尾款,不過,我也希望能帶回我們要的人頭。」
화선생은 아주 만족하게 웃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가 사람을 잘못 찾지 않았군요. 이 주전자는 내가 가져가고, 한 달 뒤 다시 와서 잔금을 지불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요구한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萬壽山道:「華兄說的是,做生意信用第一,自是應該銀貨兩訖。」
만수산이 말했다.
"화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장사를 하는 데에는 신용이 첫째이며 당연히 현금거래로 끝내야 하지요."
華先生拱拱手,帶著那把錫壺,轉身而去。 萬壽山沒有走,連客廳的門也未出去,只是望著華先生的背影,看著他離去。 直等那背影消失之後,萬壽山才緩緩坐了下去。望著手中一萬兩銀子的銀票,臉色卻是一片冷肅的神色。
화선생은 공수하더니 주전자를 가지고 뒤돌아서 갔다. 만수산은 가지 않았다. 객청의 문도 나서지 않고 화선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 뒷모습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만수산은 천천히 앉았다. 수중의 일만 냥의 은표를 바라보는데 냉숙한 표정이었다.
一萬銀子,不是個小數目,保鏢生涯中,一下子,能有這麼大一筆收入,也不是一件小生意。 這可以夠寶通這樣規模的局子,兩年開銷、用度。 但萬壽山臉上,卻沒有那份應有的喜悅。 他緩緩站起身子,隨手把銀票放在案上,來回在廳中走動。
일만 냥의 은자는 작은 금액이 아니다. 보표 장사에서 단번에 이렇게 큰 수입이 생기는 것도 작은 거래가 아니다. 이것은 보통표국과 같은 이 정도 규모의 표국이 이 년간 비용을 지출하는 데에 충분한 금액이다. 하지만 만수산의 얼굴에는 마땅히 있어야할 희열이 없었다. 그는 은표를 탁자 위에 놓아두고 천천히 일어서서 청 안을 왔다갔다했다.
不知道過去了多少時光,廳門突然傳進來一個輕微的聲音,道:「萬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청문에서 돌연 경미한 음성이 전해왔다.
"만형..."
萬壽山霍然停下了腳步,接道:「是林兄弟嗎?」
만수산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임형제인가?"
一個三十左右,青衫福履的文士,緩步行了進來。
삼십 가량되었고 청삼에 복리(福履)를 신은 문사(文士)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 들어왔다.
萬壽山輕輕吁了一口氣,道:「林兄弟,你來得正好,我正覺得不知如何應付了⋯⋯」
만수산은 가볍게 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임형제, 마침 잘 왔네.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던 참이었네..."
口氣一轉,接道:「林兄弟來多久了?」
말투를 바꾸어 말했다.
"임형제는 온 지 오래되었는가?"
青衫人道:「小弟到一會了,但萬兄似是正在思索什麼?小弟不敢驚擾。」
청삼인이 말했다.
"소제는 도착한 지가 조금 되었습니다. 하지만 만형이 한창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듯하여 소제는 감히 방해할 수 없었습니다."
萬壽山苦笑一下,道:「我正在優愁,想不出妥善之策,連耳目也失去了靈敏,林兄弟再不來,我真要想法子去找你了。」
만수산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아 한창 고민하느라 이목도 영민함을 잃고 말았군. 임형제가 오지 않았다면 내가 자네를 찾아가려고 했네."
青衫人搖搖頭,笑道:「萬兄,千萬不可莽撞從事,兩年苦心,才有今日這點成就,一步失錯,就要前功盡棄。」
청삼인이 고개를 가로젓고는 웃으며 말했다.
"만형, 절대 경솔하게 일을 처리해서는 안됩니다. 이 년간의 고심으로 비로소 오늘 이 정도 성취가 있는데 한 걸음 잘못 내딛으면 이전의 공이 모두 허사가 되고 맙니다."
萬壽山道:「咳!這一點,我也明白,但眼看著血案就要發生。事情又由我穿針引線,如不能及時阻止,豈不是一大憾事。」
만수산이 말했다.
"흠! 그 점은 나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혈안(血案:살인사건)이 발생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 또 내가 중개를 하게 되었으니 만일 적시에 저지하지 못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 어찌 아니겠나?"
青衫人徐徐吐一口氣,道:「萬兄,事有輕重,本來,天下沒有絕對完全的事,這一段過程中,難免要有人遭受犧牲,雖有違上天好生之德,但不如此,勢難找出那神秘的殺手組織。」
청삼인이 서서히 한숨을 토해내더니 말했다.
"만형, 일에는 경중(輕重)이 있습니다. 본래 천하에 절대 완전한 일은 없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비록 하늘은 호생지덕(好生之德)이 있다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 신비한 살수조직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萬壽山搖搖頭,肅然說道:「林兄弟,承你們看得起我,硬把我由悠遊的生活中,拖入了江湖兇殺的漩渦中來,雖然是志為除害,但卻難免手沾血腥,這和我素願不符,而且,我懶散慣了,一旦捲入這驚心動魄,詭許百出的江湖生涯,就別再想清閒了!⋯⋯」
만수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숙연하게 말했다.
"임형제, 당신네들이 나를 중시하여 유유자적하던 생활에서 나를 강호의 흉살(兇殺)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였네. 비록 해악을 제거하기 위함이지만 손에 피비린내를 묻히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은 나의 바람과는 맞지 않네. 게다가 나는 게으르고 산만하기가 습관이 되어 일단 속임수가 난무하는 조마조마한 강호의 생애에 말려들면 더이상 조용하고 한가하기를 꿈꾸지 말아야 하네!..."
青衫人笑一笑,道:「萬兄的意思是⋯⋯」
청삼인이 웃으며 말했다.
"만형의 그 말씀은..."
萬壽山道:「我該走了,我答應你們的事,幸未辱命已找出了接洽兇手的辦法⋯⋯」
만수산이 말했다.
"그대들에게 승낙한 일은 다행히 명을 욕되게 하지 않아서 흉수들을 접선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니 나는 떠나야 하네. ..."
只聽一聲輕笑,傳了過來,打斷了萬壽山未完之言,接道:「想一走了之,天下哪有這樣便宜的事。」
가벼운 웃음소리가 전해져 와서 만수산의 말을 잘랐다.
"그냥 내빼다니 그렇게 편한 일이 천하에 어디 있을까."
隨著那說話之聲,微風颯然,大廳中,突然又多了一個頭戴白氈帽,外罩灰袍,留著花白山羊鬍子的清瘦老者。
그 말에 뒤이어 미풍이 휙, 하니 일더니 대청에 돌연 머리에 흰 전모를 쓰고 겉옷으로 회포(灰袍)를 입고 하얀 염소수염을 기른 청수한 노인이 나타났다.
萬壽山一皺眉頭,道:「老叫化子,你⋯⋯」
만수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늙은 거지, 당신은..."
灰袍人一面取下頭上的白氈帽,脫下外面灰袍。 露出一頭蓬髮,百綻大褂。 果然是一個老叫化子。
회포인은 머리에 쓴 하얀 전모를 벗으면서 겉옷으로 입었던 회포를 벗었다. 봉두난발과 백 군데를 기운 마고자가 드러났다. 과연 한 명의 노규화자였다.
老叫化笑一笑,道:「老叫化行道四十年,從來沒有改過模樣兒,為了進你這寶通鏢局,不得不穿件新衣服,買了一頂白氈帽。但老叫化生就的窮苦命,穿上新衣服,戴上白氈帽,渾身上下不舒服,」
노규화가 웃더니 말했다.
"노규화가 행도(行道) 사십 년 동안 여태껏 모양을 바꾸지 않았는데 보통표국을 위해서 부ㄷ불 새 의복을 걸치고 흰 전모를 사야만 했소. 하지만 노규화는 빈궁하게 살 운명이라 새 의복으로 갈아입고 흰 전모를 써도 온 몸이 편치가 않구려."
萬壽山道:「老叫化,少給我打馬虎,咱們可是說好的,我只要找出這個殺手組織,就沒有我的事了。」
만수산이 말했다.
"노규화, 우리가 잘 이야기되었던 것을 적당히 얼버무리지 마시오. 내가 그 살수조직을 찾아내기만 하면 나의 일은 없는 거요."
老叫化道:「你找出了沒有?」
노규화가 말했다.
"당신은 찾아냈소?"
萬壽山道:「找出來了。」
만수산이 말했다.
"찾아냈소."
老叫化道:「好!那你就說說看,那組織叫什麼名堂,有多少人?領頭的是誰?」
노규화가 말했다.
"좋소! 그럼 말해보시오. 그 조직은 무슨 이름으로 불리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고 우두머리는 누구요?"
萬壽山怔了一怔,道:「這個,我怎麼知道,當今武林之中,除了他們自己人外,只怕沒有別人知道。」
만수산이 말했다.
"그것을 내가 어찌 알겠소. 당금 무림에서 그들 자신들 말고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오."
老叫化道:「這就是了,你答應的事,一件也沒有做到,就想半途抽腿。」
노규화가 말했다.
"그럼 그렇지. 당신은 승낙한 일을 한 건도 해내지 않고 중도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군."
萬壽山道:「三年前月夜論道,咱們說好的,我只能替你們找出線索,如今,我已經找出了,難道還不算是功德圓滿嗎?」
만수산이 말했다.
"삼 년 전 달밤에 도리를 논하며 이야기된 것이오. 나는 당신들 대신 단서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오. 지금 이미 찾아냈는데 설마 아직도 공덕(功德)이 원만치 않소?"
老叫化道:「萬大院主,聽蟬院已不是世外洞天,你已經淌進了這趟渾水,再想幹手淨腳地退出去,絕無可能,老實說,草上飛蘇百魁,已被人暗中釘上,看著進了你這寶通局子⋯⋯」
노규화가 말했다.
"만대원주(大院主), 청선원(聽蟬院)은 세외동천(世外洞天)이 아니오. 당신은 이미 이 흙탕물에 들어왔소. 다시 손을 씻고 물러나고자 해도 절대 불가능하오. 솔직히 말해서 초상비 소백괴는 이미 암중으로 감시당하여 당신의 이 보통표국으로 들어오는 것이 들켰소."
萬壽山臉色一變,接道:「當真嗎?」
만수산이 말했다.
"정말이오?"
老叫化道:「老叫化為什麼要騙你,不出三天,他們就會有人來找你。」
노규화가 말했다.
"노규화가 왜 당신을 속이겠소. 삼 일도 지나지 않아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거요."
萬壽山道:「找我?什麼人找我?」
만수산이 말했다.
"나를 찾아? 누가 나를 찾는단 말이오?"
老叫化道:「那批冷血殺手,挖不出他們的底細,咱們只好替他們安個名堂,叫他們作『黑劍門』。」
노규화가 말했다.
"그들 냉혈살수들이오. 그들의 내막을 파내지 못하여 우리는 그들을 흑검문(黑劍門)으로 이름 붙였소."
青衫人道:「江老,這名字起得好,他們所作所為,沒有一件事見得天日。」
청삼인이 말했다.
"강노(江老), 그 이름 마음에 드는군요. 그들이 하는 짓이 하나도 떳떳한 것이 없으니까요."
老叫化道:「名字是老叫化替他們起的,我自己也很滿意。」
노규화가 말했다.
"이름은 노규화가 부르기 시작했는데 나 자신도 퍽 만족한다네."
萬壽山叫道:「江大同,咱們相交三十年,你哪一次到聽蟬院去,我都沒有虧待你,你不能拖我下水。」
만수산이 말했다.
"강대동(江大同), 우리가 삼십 년을 사귀면서 청선원에 온 당신을 내가 한 번이라도 푸대접한 적 있었소? 당신은 나를 끌어들여서는 안되오."
江大同笑道:「你已經下了水,這就叫船行江心回頭難,兩頭一樣遠。」
강대동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이미 물에 들어왔소. 이것을 두고 강심(江心)으로 가는 배는 뱃머리를 돌리기 어렵다고 하는 거요. 당신이나 배나 둘 다 똑같이 이미 멀리 와버린 것이요."
萬壽山冷冷說道:「老叫化,你們早算計好了,逾心套我。」
만수산이 냉랭하게 말했다.
"노규화, 당신들은 벌써 잘 계산하여 나한테 올가미를 씌웠군."
江大同道:「這一個,老叫化不敢掠美,套你出山,是周鐵筆的主意,老叫化只能算是同謀。」
강대동이 말했다.
"노규화는 감히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챌 수 없소. 당신을 산에서 끌어내자고 한 것은 주철필(周鐵筆)의 생각이었소. 노규화는 단지 공모했다고 할 수 있을 뿐이오."
萬壽山一跺腳道:「鐵筆金針周千里,這個窮酸⋯⋯」
만수산이 발을 구르며 말했다.
"철필금침(鐵筆金針) 주천리(周千里), 그 궁상맞은 선비가..."
廳外又響起一人笑聲,接道:「萬兄,窮酸來了。」
청 밖에서 또 웃음소리가 났다.
"만형, 궁상맞은 선비가 왔소이다."
人影一閃,大廳又多了一個方巾長衫,五綹長髯的中年書生。
인명이 번쩍, 하더니 대청에 방건을 쓰고 장삼을 입은 다섯 가닥의 긴 수염을 기른 중년서생이 한 명 나타났다.
萬壽山冷笑一聲,道:「周千里,你說過的話,算不算數?」
만수산이 냉소를 치고는 말했다.
"주천리, 당신은 했던 말에 책임질 거요?"
周千里一拱手,笑道:「萬兄,你這一身好武功,要是一生埋沒山林,豈不是太過可惜,兄弟和老叫化一商量,就把你給請出來了⋯⋯」
주천리가 말했다.
"만형, 당신 일신의 훌륭한 무공이 한 평생 산림(山林)에 매몰된다면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소? 형제가 노규화와 상의해서 당신을 산에서 나오라고 부탁했었소..."
萬壽山怒道:「少給我高帽子戴,你們是還準備遵守諾言?」
만수산이 말했다.
"추켜 세우지 마시오. 당신들은 약속을 준수할 작정이오?"
周千里笑道:「萬兄,你一腳踏出聽蟬院,已被捲入了江湖的兇殺之中,難道你真的還想擺脫嗎?」
주천리가 말했다.
"만형, 당신이 한 걸음에 청선원을 뛰쳐나와 이미 강호의 흉살(兇殺) 속에 말려들었는데 설마 당신은 정말로 벗어나고 싶은 거요?"
萬壽山道:「為什麼不能,寶通鏢局的總鏢頭,還沒有死,他仍然可以回來作他的總鏢頭,我從來未在江湖上走動過,江湖上識我者不多,我仍然回我的聽蟬院去。」
만수산이 말했다.
"왜 못하겠소? 보통표국의 총표두가 아직 죽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총표두직으로 돌아올 수 있소. 나는 여지껏 강호를 다닌 적이 없어 강호에서 나를 아는 자가 많지 않소. 나는 여전히 나의 청선원으로 돌아갈 것이오."
周千里道:「正因沒有人識得你,我們才請你出來主持其事,你沒有名氣,但卻有一身好武功,江湖上的恩怨,像染缸一樣,下去了,就別再想清清白白地出來,你如放手一走,第一個要查你的就是『黑劍門』那批神秘的殺手,再說,你收了人家一萬兩銀子,那位華先生也不會放過你。」
주천리가 말했다.
"당신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당신에게 그 일을 주지해 달라고 한 것이오. 당신은 유명하지 않지만 일신에 훌륭한 무공을 가지고 있소. 강호의 은원은 염색약과 같소. 발을 담궜으면 더이상 깨끗해지려 하지 마시오. 당신이 손을 놓고 떠나버리면 당신이 조사하던 그 신비한 살수 무리 흑검문 뿐만 아니라 당신이 남의 일만 냥 은자를 받았으니 그 화선생도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요."
萬壽山道:「這麼說來,你們是誠心坑我了。」
만수산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진심으로 나를 함정에 빠드렸군."
周千里正容說道:「萬兄,你年過半百,又習得一身好工夫,難道一生要蹲在聽蟬院中不出來嗎?」
주천리가 말했다.
"만형, 당신 나이가 반 백이 넘었고 또 일신에 좋은 무공을 습득했소. 설마 한 평생 청선원에서 웅크린 채 나오지 않으려 했소?"
萬壽山道:「那裡有啥不好?青山綠水,風景絕佳,冬聞松濤,夏聽蟬嗚,百花釀酒,對月吟詩,那是神仙生活,無憂無慮。」
만수산이 말했다.
"그곳에 안좋은 것이 뭐가 있소? 청산녹수에 멋들어진 풍경, 겨울에는 소나무가 파도치는 소리를, 여름에는 매미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온갖 꽃들로 술을 담아 달을 보고 시를 읊조리면 그것이 신선생활이고 아무런 근심걱정 따위는 없다오."
江大同冷笑一聲,道:「好一個神仙生活,難道你不問人間悲苦,江湖殺戮,忍心看血雨腥風滿武林嗎?」
강대동이 냉소하더니 말했다.
"훌륭한 신선생활이구려. 설마 당신은 인간세상의 슬픔과 고통, 강호의 살륙을 아랑곳하지 않고 피바람이 가득한 무림을 매정하게 지켜볼 거요?"
萬壽山道:「我⋯⋯
만수산이 말했다.
"나는..."
周千里接道:「萬兄,老叫化陳意太高,你這過慣了閒雲野鶴生活的人,聽不下去,主要的是你已捲入漩涡,已難中途罷手了。」
주천리가 말을 받았다.
"만형, 노규화가 너무 거창하게 말해서 당신같이 유유자적한 생활이 몸에 벤 사람은 더이상 듣고 있지 못할 거요. 중요한 것은 당신은 이미 소용돌이에 말려들었고 중도에서 손을 떼기가 어렵다는 사실이오."
青衫人道:「萬兄,難道你真忍心遺棄我們,不顧而去嗎?」
청삼인이 말했다.
"만형, 설마 당신은 매정하게 우리를 내버린 채 돌아보지 않고 진짜 가버리시렵니까?"
三個人,你一言,我一語,軟硬兼施,萬壽山被問得啞口無言。
세 사람이 한 마디씩 하면서 달래고 윽박지르자 만수산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良久之後,才長長吁一口氣,道:「交友不慎,夫復何言,說不定我這條老命,也要被你們斷送了。」
한참이 지나서야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교우(交友)가 신중하지 못함을 개탄하오. 아마도 나의 이 늙은 목숨은 당신들 때문에 내버려야 할 것 같소."
江大同哈哈一笑,道:「萬兄,這才是英雄氣節,肝膽豪俠。」
강대동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만형, 그것이야말로 영웅의 기개요 호협의 간담(肝膽)이오."
萬壽山道:「你們三個人聯袂去了一趟聽蟬院,把我給拖入了江湖的恩怨之中,如今三人聚齊而來,當非無因吧!」
만수산이 말했다.
"당신들 세 사람이 한통속이 되어 청선원으로 달려와 나를 강호의 은원 속으로 끌어들이더니 지금 세 사람이 일제히 몰려왔으니 당연히 이유가 없진 않을 테지!"
周千里點點頭,肅容說道:「沒有事,我們不會冒險而來。」
주천리가 말했다.
"일이 없으면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오지 않았을 거요."
萬壽山接道:「什麼大事?使你三人齊聚來此。」
만수산이 말했다.
"무슨 큰일이길래 당신들 세 사람이 일제히 이곳에 왔소?"
江大同道:「蘇百魁被人追蹤⋯⋯」
강대동이 말했다.
"소백괴가 누군가에게 추적을 당했소..."
萬壽山吃了一驚,接道:「人呢?進了徐州城嗎?」
만수산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자가 서주성에 들어왔소?"
江大同道:「被老叫化打發,乾淨俐落,未留痕跡。」
강대동이 말했다.
"노규화가 사람을 보내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웠소."
周千里道:「最重要的一件事,是要請你幫個忙?」
주천리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한 가지 도움을 요청해야겠소."
萬壽山一皺眉頭,道:「我清靜無塵,神仙一般的生活,生生你們拖下了水,捲入了江湖恩怨之中,我還能幫什麼忙。」
만수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속세를 떠나 신선같은 생활을 하던 나를 억지로 당신들이 끌어들여 강호은원 속으로 말려들게 해놓고 내가 또 무얼 도와야 한단 말이오?"
周千里笑一笑,道:「這一次,咱們只要你一件信物。」
주천리가 웃더니 말했다.
"이번에 우리는 당신에게 하나의 신물(信物)을 요구할 뿐이오."
萬壽山怔了一怔,道:「什麼信物?」
만수산이 말했다.
"무슨 신물이오?"
周千里道:「聽說你收了一件星月圖⋯⋯」
주천리가 말했다.
"듣기로 당신은 성월도(星月圖)를 얻었다고 하더이다..."
萬幫山臉色一變,接道:「誰告訴你我有一幅星月圖?」
만수산이 말했다.
"나한테 한 폭의 성월도가 있음을 누구한테 들었소?"
周千里道:「萬兄⋯⋯」
주천리가 말했다.
"만형..."
萬壽山搖搖頭,不讓周千里再說下去,接道:「周窮酸,你不用再打我的主意了,就算我真的收藏了一付星月圖,也不會借給你,你害苦了我一個,難道還不夠,還要再拖別人下水嗎?」
만수산은 고개를 저으며 주천리가 더이상 말못하게 했다.
"주궁산, 당신을 나를 떠보려 하지 마시오. 설령 내가 정말 성월도를 숨겨두었더라도 당신에게 빌려주지 않겠소. 설마 당신은 나를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려 하시오?"
江大同輕輕咳了一聲道:「周兄,萬兄既然這麼吩咐了,咱們就不再談這件事啦!」
강대동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만형, 만형이 기왕 이렇게 분부하시니 우리는 더이상 이 일을 입에 담지 않겠소!"
周千里道:「江兄說的是,既然是萬兄不願聽,咱們不再談論此事了。」
주천리가 말했다.
"강형의 말이 맞소. 이미 만형이 듣고 싶지 않다니 우리는 이 일을 거론하지 않겠소."
江大同道:「萬兄,追蹤蘇百魁的人,雖被老叫化料理了,但我相信,他們至少已知曉蘇百魁回到了徐州。」
강대동이 말했다.
"만형, 소백괴를 추적한 사람은 노규화가 처리했지만 그들은 적어도 소백괴가 서주로 돌아왔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소."
萬壽山道:「老叫化,你發現了幾個釘梢的人?」
만수산이 말했다.
"노규화, 당신은 몇 명의 감시인을 발견했소?"
江大同道:「兩位。」
강대동이 말했다.
"두 명이오."
萬壽山道:「哦!你放倒了幾個?」
만수산이 말했다.
"허! 당신은 몇 명을 내버려 두었소?"
江大同道:「兩個!」
강대동이 말했다.
"두 명이오!"
萬壽山道:「這就是了,你放倒了他們所有釘梢之人,怎會被他們發現蘇百魁⋯⋯」
만수산이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당신이 그들 감시인을 모두 내버려 두었으니 소백괴가 그들에게 발각이 되었지..."
江大同接道:「萬兄,他們會留下暗記,指向此地。」
강대동이 말했다.
"만형, 그들은 이곳을 가리키는 암기(暗記)를 남겨두었을 거요."
萬壽山點點頭,道:「我會小心。」
만수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조심하겠소."
周千里低聲道:「萬兄,那位華老先生是什麼來路?」
주천리가 말했다.
"만형, 그 화선생은 어떤 내력이 있소?"
萬壽山道:「其人,見識廣博,有一套很好的推諉工夫,他滔滔不絕,看上去,似是說了不少的東西,事實上,他卻沒有洩漏一點隱密。」
만수산이 말했다.
"그 사람은 견식이 넓고 말을 회피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오. 그가 도도하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는데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그는 한 점의 비밀도 누설하지 않소."
周千里道:「這麼說來,他是一頭老狐狸了。」
주천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한 마리 늙은 여우로구려."
萬壽山道:「這一次,我們一共接觸三次,委託一方,三次見面的人,却不相同,這位華老先,是他們派來的第三個人。」
만수산이 말했다.
"이번에 우리는 모두 세 번 접촉했소. 위탁하는 데에 세 차례 만난 사람이 서로 달랐소. 그 화선생은 그들이 보내온 세 번째 사람이오."
周千里道:「那是說,每一次和你見面的都是不同的人了?」
주천리가 말했다.
"그러면 매번 당신과 만난 것이 모두 다른 사람이라는 말이오?"
萬壽山道:「不錯。」
만수산이 말했다.
"그렇소."
周千里苦笑一下道:「萬兄,咱們摸不透黑劍門,也摸不透雇兇手殺人者的底細。」
주천리가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형, 우리는 흑검문을 잘 알지 못하오. 흉수를 고용하여 살인하는 자의 내막도 꿰뚫지 못하고 있소."
萬壽山道:「正是如此。」
만수산이 말했다.
"바로 그렇소."
周千里道:「這麼說來,就算咱們知道買兇之法,也是一樣的無法找到那些人了。」
주천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설령 우리가 흉수를 고용하는 방법을 알아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군."
萬壽山道:「雙方面都有着非常嚴格的規定,居中的人,並不能知曉內情。」
만수산이 말했다.
"양쪽 모두 유달리 엄격한 규정이 있어 중간에 있는 사람은 결코 내정을 알지 못하오."
語聲一頓,接道:「不過,咱們要動手脚,也並非全無可能。」
잠시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꾀를 부리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오."
周千里道:「萬兄,既然主持了這件事,那就不應該太過君子。」
주천리가 말했다.
"만형, 기왕 이 일을 주지하고 있으니 너무 인자하게 굴어서는 안될 것이오."
萬壽山道,「窮酸,你們把我拖入了這江湖混水之中,還要我攻打頭陣,以身犯險,先和黑劍門衝突?」
만수산이 말했다.
"궁산, 당신들은 나를 강호의 흙탕물 속으로 끌어들였는데 또 나를 선봉에 세워서 목숨 걸고 흑검문과 먼저 충돌하라고 하는 게요?"
這時,那青衣人突然接口說道:「萬老,晚進不才,願留此地,助萬老一臂之力。」
이때 그 청의인이 돌연 대답했다.
"만노(萬老), 후배가 재주는 없으나 이곳에 남아 만노께 한 팔의 힘이 되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周千里笑一笑,道:「你雖然已有名氣,但識你人不多,不像老叫化和我窮酸,到處都會碰上熟人,你肯留此,那是最好不過⋯⋯」
주천리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비록 유명하지만 자네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네. 노규화나 나 궁산처럼 도처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테니 자네가 이곳에 남겠다면 그것이 가장 좋지. 그러나..."
江大同道:「老叫化的看法不行。」
강대동이 말했다.
"노규화의 생각은 틀렸소."
青衣人道:「為什麼?」
청삼인이 말했다.
"무엇 때문입니까?"
江大同道:「你這一襲青衫,明月風標,就算不認識你的人,企,會一見留心⋯⋯」
강대동이 말했다.
"자네의 그 한 벌 청삼은 명월(明月)처럼 뚜렷한 표식이라서 설령 자네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번 보면 주의를 기울일 걸..."
青衣人似是已瞭解了江大同的意思,笑一笑,道:「老叫化,我明白你的意思,不過,我林成方既然有心留下來時,自然會改換一下身份。」
청의인은 마치 강대동의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노규화, 당신 말씀을 잘 압니다. 그러나 나 임성방이 이미 남기로 마음 먹었으니 당연히 신분을 바꿀 겁니다."
周千里道:「什麼身份?」
주천리가 말했다.
"어떤 신분인가?"
林成方道:「那要看情形而定了,我要改扮成一個鏢頭,或是一位趟子手,也可以扮萬老的從人。」
임성방이 말했다.
"그건 상황을 보아서 결정해야 합니다. 나는 한 명의 표두(鏢頭)나 혹은 쟁자수(趟子手)로 변장하겠습니다. 만노의 하인으로 변장할 수도 있습니다."
江大同笑一笑,道:「那豈不太委屈林公子了。」
강대동이 말했다.
"그건 임공자가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周千里道:「林少兄,這可是你自己願意的,可別說是我窮酸和老叫化逼你的。」
주천리가 말했다.
"임소형, 이건 자네 자신이 원한 것이니 나 궁산과 노규화가 자네를 핍박했다고 말하지 말게."
林成方道:「林某人既然答應了,決不改變,你也不用拿話套我了。」
임성방이 말했다.
"임모가 이왕 승낙했으니 결코 바뀌지 않습니다. 당신도 말로 나를 옭아매지 마십시오."
周千里哈哈一笑,道:「萬兄,成了吧!鐵劍堡的林大公子,自願降格相從,聽你調遣,這分榮耀,相當的夠瞧了。」
주천리가 하하, 웃고는 말했다.
萬壽山道:「你們兩個呢?」
만수산이 말했다.
"당신들 두 사람은?"
周千里道:「老叫化行道江湖三十年,結仇無數,大江南北綠林道上的人,誰不想扒他的皮,喝他的血⋯⋯」
주천리가 말했다.
"노규화는 삼십 년 동안 강호에서 행도하면서 무수한 원수를 맺었소. 그의 가죽을 벗기고 피를 마시고 싶지 않은 사람이 대강남북 녹림도상에서 누가 있겠소..."
江大同接道:「你窮酸也好不了多少,老叫化已聽到傳言,黑劍門早晩要你腦袋搬家,只不過,他們行有行規,不會洩忿殺人,只要有人委託,我看一兩銀子,黑劍門就會接下殺你的生意。」
강대동이 대꾸했다.
"궁산 당신도 별로 좋지 않소. 노규화가 소문을 듣자하니 흑검문이 조만간 당신 목을 따려고 한다더군. 그들에게는 분풀이로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항규(行規)가 있어서 그렇지 의뢰를 하는 사람만 있다면 내가 보기에 한 냥의 은자에 흑검문은 당신을 죽여달라는 거래를 받아들일 거요."
周千里哈哈一笑,道:「彼此,彼此⋯⋯」
주천리가 하하, 웃고는 말했다.
"피차일반이구려..."
語聲一頓,接道:「萬兄,所以,咱們是濕腳不怕水,你吩咐一聲,火裡火中走,水裡水中行。」
잠시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만형, 그래서 우리는 흙탕물에 발이 젖는 것을 겁내지 않소. 당신이 분부하면 불 속이든 물 속이든 뛰어들겠소."
萬壽山忽然歎息一聲,道:「罷了,罷了,就憑你們儒、丐雙便,這份義俠之氣,萬某人也只好認了,林少兄,你這鐵堡大公子的身份,留這裡會有不便,改扮鏢頭和萬某從僕,太過委屈,萬某人自信還可應付,林少兄不用留在這裡了。」
만수산이 문득 탄식하더니 말했다.
"됐소, 됐어. 당신들 유, 개 쌍협의 의협심이 이 정도라니 만모도 인정할 수 밖에 없구려. 임소형, 자네는 철보(鐵堡)의 대공자 신분으로 이곳에 있기 불편함이 있을 텐데 표두와 만모의 종복으로 분장하면 너무 억울하오. 만모가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하니 임소형은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 없소."
林成方搖搖頭,笑道:「儒、雙俠,找上錢劍堡,半宵長談,竟然說服了一向管束我不准在江湖上闖蕩的父親,破例准我出堡,我是父命難違,如果不能親身參與什麼,也無法向家父交代,還望萬老成全。」
임성방이 고개를 젓더니 웃으며 말했다.
"유, 개 쌍협께서 철검보(錢劍堡)를 찾아오셔서 반야(半夜) 동안 이야기하시어 언제나 나를 강호에 떠돌지 못하게 단속하시던 부친을 설득하셨고, 전례를 깨고 출보(出堡)를 허락하셨습니다. 나는 부친의 명을 어길 수 없습니다. 만약 직접 무언가에 참여할 수 없다면 가부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만노께서 도와주십시오."
萬壽山沉吟了一陣,道:「林少兄有心留此,萬某人就恭敬不如從命了。」
만수산이 한동안 침음하다가 말했다.
"임소형이 이곳에 남겠다니 만모는 명을 따르겠소."
周千里突然臉色一整,肅然說道:「黑劍門這兩年,越鬧越凶,由江南殺到江北,而且,他們只顧行規,不計後果,冷心血手,不論對方是什麼人物,這一個殘酷的組織,如不能早日破除,世上難有寧日,我和老叫化,已追查了一年多,但卻始終找不出一點眉目,實在被逼無法,才拖你萬兄出山,更難得的是林老堡主大義凜然,遣出林大公子助我們一臂之力,但願咱們能早有收穫,揭穿這一群冷血殺手的隱密來歷,為江湖除一大害。」
주천리가 돌연 낯빛을 바로하더니 숙연하게 말했다.
"흑검문은 근년에 갈수록 흉폭해져서 강남에서 강북에 이르기까지 살인을 일삼고 있소. 게다가 그들은 오직 규칙에 따를 뿐 후과(後果:나중의 결과. 부정적인 의미)를 따지지 않소. 냉심혈수(冷心血手)들은 상대방이 어떤 인물이든 문제삼지 않소. 이 잔혹한 조직을 빨리 제거하지 못한다면 세상에 편안한 날이 없을 것이오. 나와 노규화는 이미 일 년 넘게 추적하여 조사했지만 시종 한 점의 실마리도 찾아내지 못했소. 어쩔 수 없이 만형을 산에서 끌어냈고, 정의롭고 늠연(凜然)한 임노보주가 어렵사리 임대공자를 보내어 우리들에게 한 팔의 힘이 되어 돕게 했소. 우리들이 일찍 수확을 거두어 냉혈살수의 숨겨진 내력을 폭로하여 강호를 위해 커다란 해악을 제거하기만 바랄 뿐이오."
江大同道:「窮酸書生,給你三分顏色,他就開始染坊了,誰要聽你說教啊,萬院主深藏不露,比你高明多了,林大公子一支劍,已得劍堡主真傳,這邊的事,用不著咱們煩心,這地方更非咱們久留之處,該走了吧。」
강대동이 말했다.
"궁산서생, 점점 기고만장해지는구먼. 누가 당신 설교를 듣겠소. 만원주는 깊이 감추어 드러내지 않지만 당신보다 고명하오. 임대공자의 한 자루 검은 이미 검보주(劍堡主)의 진전을 얻었소. 이 주변의 일은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소. 이곳은 우리가 오래 머물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니 떠나야 하오."
周千里道:「老叫化說的倒也有理,萬兄和林少兄偏勞,我們告辭。」
주천리가 말했다.
"노규화 말도 일리가 있소. 만형과 임소형은 수고해 주시오. 우리는 이만 가보겠소."
也不待萬壽山回話,兩人已轉身兩個飛躍,走得沒有蹤影。
만수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두 사람은 뒤돌아서 두 번 뛰어올라 종적도 없이 떠나버렸다.
望著兩人的去向,萬壽山輕輕吁一口氣,道:「這一儒一丐的俠情義風,不能不叫人敬佩。」
두 사람이 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만수산은 가볍게 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 일유일개(一儒一丐)의 의협심은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네."
林成方在寶通鏢局留了下來。 為了隱密身份,果然扮成了鏢局夥計。 三日匆匆而過。 第四天,一大早,寶通鏢局又接到了一票生意。 求保的是一中年大漢,四十六七歲的年紀,穿著一件青布長衫,留著一個八字鬍。 寶通鏢局子,不算大鏢局,鏢頭不多,生意也不算太好。
임성방은 보통표국에 남게 되었다. 은밀한 신분을 위해 과연 표국 점원으로 변장했다. 삼일이 총총히 지나갔다. 사일 째 이른 아침, 보통표국은 또 하나의 거래를 받게 되었다. 보표를 부탁한 것은 한 명의 중년대한이었는데, 사십육칠 세의 나이에 청포장삼을 걸쳤으며 팔자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보통표국은 큰 표국이라 할 수 없다. 표두도 많지 않고 장사도 아주 잘된다고 할 수 없다.
顧客上了門萬總鏢頭,就親自出面抱抱拳,道:「這位大掌櫃,照顧敝局的什麼生意?」
고객의 방문에 만총표두가 직접 나타나 포권하며 말했다.
"손님, 폐국(敝局)에 무슨 거래를 하러 오셨습니까?""
青衫大漢抱拳道:「失敬,失敬,我這一票小買賣,怎敢勞到總鏢頭的大駕。」
청삼대한이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나의 이런 조그만 거래에 어찌 감히 총표두께서 친히 나오셨습니까?"
萬壽山道:「生意無大小,顧客一般高,大掌櫃貴姓啊?」
만수산이 말했다.
"거래는 대소(大小)가 없습니다. 고객은 똑같이 높으신 분이지요. 손님의 귀 성은?"
青衫大漢道:「在下錢如翼。」
청삼대한이 말했다.
"저는 전여익(錢如翼)입니다."
萬壽山道:「原來是錢大掌櫃,不知如何照顧敝號?」
만수산이 말했다.
"원래 전대장거(掌櫃:상점의 주인)이시군요. 저희 가게에는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青衫大漢道:「事情是這樣的在下有一位故交好友,世居開封府,常年在金陵經商,五年前路過徐州,把一箱物品,寄存在兄弟之處。」
청삼대한이 말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저에게는 오래 사귄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개봉부(開封府)에 살면서 해마다 금릉에서 장사를 합니다. 오 년 전 서주를 지나가는 길에 한 상자의 물품을 형제에게 맡겼습니다."
萬壽山點點頭,沒有接口。
만수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 없었다.
錢如翼道:「這也算平常之事,每年,他都要經過此地一行,多者兩趟,少者一次,那知自從他把一箱東西,寄存在兄弟家中之後,一晃五年,竟然是全無消息。」
전여익이 말했다.
"그건 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그는 이곳을 거쳐가는데 많게는 두 번, 적게는 한 번이었지요. 그가 한 상자의 물건을 형제의 집에 맡겨두고 오 년 동안 소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萬壽山又點點頭,還是沒有接口。
만수산은 또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꾸하지 않았다.
錢如翼道:「直到上個月在下接到了一封書信,才知那位兄弟,已然一病不起,死了兩年之久,臨死遺言,有一個木箱,存放我處,要我把它保運開封,交給在下那位寡嫂。」
전여익이 말했다.
"한 달 전에 저는 편지 한 통을 받았고 그제서야 그 형제가 이미 병으로 이 년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유언을 했는데 나한테 맡겨둔 한 개의 나무상자를 개봉으로 운반하여 과부가 된 그 형수에게 넘겨주라고 했습니다."
萬壽山道:「那木箱中存放的何物?」
만수산이 말했다.
"그 나무상자 안에 든 것이 어떤 물건입니까?"
錢如翼道:「這個麼?在下沒有看過,但木箱很沉重⋯⋯」
전여익이 말했다.
"그건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나무상자가 몹시 무겁습니다..."
萬壽山微微一笑,接道:「錢兄,如此守信,兄弟十分敬佩,但不知那木箱,大小如何?」
만수산이 말했다.
"전형이 이같이 신용을 시켰음에 형제는 십분 탄복합니다. 하지만 그 나무상자의 크기가 어떠한지 모르겠군요?"
錢如翼道:「三尺見方,鐵索捆綁,還有在下那位故友親手加的封條。」
전여익이 말했다.
"삼 척의 정방형 상자로 쇠사슬에 묶여있는데 아직 그 친구가 직접 봉해 놓은 그대로입니다."
萬壽山道:「木箱存錢兄處五年之久,難道就全無損壞嗎?」
만수산이 말했다.
"나무상자가 전형의 처소에 오 년이나 보존되었는데 설마 전혀 손상되지 않았을까요?"
錢如翼道:「受人之托,忠人之事,兄弟一直把那座木箱,保管得很好。」
전여익이 말했다.
"남의 위탁을 받았으면 온 힘을 다하여 그 일을 잘 처리해야 하지요. 형제는 줄곧 그 나무상자를 잘 보관했습니다."
萬壽山道:「很難得啊! 錢大掌櫃的爲人,眞是今世君子。」
만수산이 말했다.
"쉽지 않을 텐데요! 전대장거의 사람됨은 정말 당대의 군자로군요."
錢如翼道:「好說,在下只不過盡一個作人的本分罷了。」
전여익이 말했다.
"별말씀을. 저는 단지 사람된 본분을 다했을 뿐입니다."
萬壽山道:「此去開封府,不遠也不近,那木箱之中,如非值錢之物,豈不是連保費也不夠嗎?」
만수산이 말했다.
"여기서 개봉부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습니다. 그 나무상자 안에 돈되는 물건이 없다면 보표 비용조차 충분치 않겠군요?"
錢如翼道:「那書信上說,要兄弟托保運往開封,保費由在下那位寡嫂支付,但在下想了想,萬一箱中之物,不足以抵償保費,貴局豈不同勞而無獲,所以,兄弟想先行墊付保費,貴局把原物運到,我那位寡嫂如肯付保費,貴局回到徐州後,再把在下墊付保費交還,如是我那位寡嫂不肯付費,貴局也不會吃虧了。」
전여익이 말했다.
"그 서신에는 형제더러 보표를 의뢰하여 개봉으로 보내되, 보표 비용은 그 홀로된 형수가 지불하기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해보니 만일 상자 안의 물건이 보표 비용을 갚기에 부족하다면 귀국은 아무런 소득없이 힘만 쓴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형제는 미리 보표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자 합니다. 귀국이 물건을 운반했는데 그 형수가 보호비를 지불하겠다면 귀국이 서주로 돌아온 뒤 제가 대신 지불했던 보호비를 돌려주십시오. 만일 그 형수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해도 귀국은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萬壽山道:「錢大掌櫃的故友病亡,何不同往開封一行,一來探望一下你那位寡嫂,再者,也好一祭你那亡友之靈。」
만수산이 말했다.
"전대장거의 친구가 병사했는데 왜 함께 개봉으로 가서 과부가 된 형수를 찾아뵙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신의 그 죽은 친구 영전에 제사도 지내야 하지 않습니까?"
錢如翼道:「不滿總鏢頭,在下為了百兩紋銀的保費,已然向親友告貸甚多而且,東關兄弟那座小店,也沒有照顧,實在無法走開,但亡友之靈,也不能不祭,兄弟準備,年關休息之時,再北上一行,如是,我那位寡嫂,肯付清保費,貴局能把兄弟墊交的保費歸還,兄弟手頭寬裕了一些,也許會休業一月,早日北上一行。」
전여익이 말했다.
"총표두께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백 냥 문은(紋銀)의 보호비를 위하여 이미 친한 친구들에게 꾸어달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성의 동쪽에 있는 형제의 그 작은 점포를 돌보지 않고 떠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죽은 친구의 영전에 제사를 지내지 않을 수는 없어 형제는 세밑 휴식할 때 다시 북으로 한번 올라갈 작정입니다. 만일 그 형수가 보호비를 청산하면 귀국은 형제가 대신 지불한 보호비를 되돌려주시면 됩니다. 형제가 여유가 있으면 아마 한 달간 휴업하고 일찌감치 북상할 예정입니다."
萬壽山道:「大掌櫃,寶號是⋯⋯」
만수산이 말했다.
"대장거의 점포는..."
錢如翼道:「小生意,兄弟開了一座稜書畫的小店,店名如意齋,徐州比不得金陵,喜好書畫的風雅人士不多,兄弟那個小店,僅可養家湖口罷了。」
전여익이 말했다.
"조그마한 장사입니다. 형제는 서화(書畫)가게를 열고 있습니다. 점포 이름은 여의제(如意齋)인데 서주는 금릉과는 비교도 안되게 서화를 좋아하는 고상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형제의 그 자그마한 가게는 근근히 입에 풀칠을 하고 있습니다."
萬壽山道:「這就難怪了,但不知那只木箱現在何處?」
만수산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상할 것도 없군요. 그 나무상자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錢如翼道:「木箱已經被兄弟運來了,現在貴局門外。」
전여익이 말했다.
"나무상자는 이미 형제가 운반해왔고 지금 귀국의 문 밖에 있습니다."
萬壽山望望站在廳門處的兩個夥計一眼,道:「去!把這位錢掌櫃的木箱抬起來⋯⋯」
만수산이 청문에 서있던 두 점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이분 전장거의 나무상자를 가져오너라..."
錢如翼雙手亂搖,道:「慢一些,慢一些⋯⋯」
전여익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잠깐, 잠깐만..."
萬壽山道:「錢掌櫃還有⋯⋯」
만수산이 말했다.
"전장거는 또 무슨..."
錢如翼道:「總鏢頭,在下這一生中,連鏢局的門也沒有進過,不知道這一行時價規矩,而且,兄弟告貸集資,不過百兩紋銀,如是不夠付保費,兄弟還得再去籌措⋯⋯」
전여익이 말했다.
"총표두, 저는 한평생 표국의 문도 넘어보지 못하여 시세 규정을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형제가 빌려서 모은 돈이 불과 백 냥의 문은에 불과합니다. 만일 보호비가 충분치 않다면 형제는 다시 가서 마련을 해야 합니다..."
萬壽山接道:「如若是有一車可運,百兩銀子,敝號倒可以接下。」
만수산이 말했다.
"만약 마차 하나로 운반이 가능하다면 백 냥의 은자로 저의 가게가 접수할 수 있습니다."
錢如翼道:「萬總鏢頭,貴局在徐州,不算很大啊!」
전여익이 말했다.
"만총표두, 귀국은 서주에서 크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萬壽山笑一笑,道:「如是大鏢局,只怕不會接下你錢大掌櫃這趟生意了。」
만수산이 웃으며 말했다.
"만일 대표국이라면 전대장거의 이 거래를 받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錢如翼道:「兄弟擔心的,也就在此了,不知這趟鏢,會不會很安全。」
전여익이 말했다.
"형제의 염려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표가 안전할지 모르겠군요."
萬壽山道:「這一點,錢大掌櫃可以放心,敝號雖然不是大鏢局,但我們相信,一個木箱,送到開封,大概不會出事。」
만수산이 말했다.
"그 점은 전대장거가 안심하십시오. 저희 가게가 비록 대표국은 아니지만 한 개의 나무상자를 개봉으로 보내는데 사고가 생기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錢如翼道:「這就行了。」
전여익이 말했다.
"그러면 됐습니다."
伸手撩起長衣,摸出一個布袋,倒袋中的銀兩。 有十兩一錠,也有一把碎銀集成,總數百兩,分文不少,一看即知是湊集而成之數。
손으로 긴 옷을 들추어 한 개의 보자기를 꺼내더니 안에서 은을 쏟아냈다. 열 냥짜리 덩어리도 있고 은부스러기를 모은 것도 있는데 어쨌든 그 수는 백 냥이었다. 푼돈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끌어모아서 만든 금액임을 한 눈에 알았다.
萬壽山輕輕吁一口氣,道:「閣下是一個很講義氣的人。」
만수산이 가볍게 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귀하는 의기(義氣)를 중시하는 사람이군요."
錢如翼道:「我如是不講義氣,他也許不會把這一箱物品,存放於在下之處了。」
전여익이 말했다.
"내가 만일 의기를 중시하지 않는다면 그가 이 상자를 저의 집에 놓아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萬壽山道:「好,衝著你錢兄這份義氣,敝局也該接下這筆生意。」
만수산이 말했다.
"좋습니다. 전형의 의기를 보아서라도 저희 표국은 이 거래를 받아들여야겠군요."
一揮手,道:「去!把這位錢掌櫃的箱子抬進來。」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서 전장거의 상자를 가지고 오너라."
那是一個三尺見方的木箱,木箱用鐵索捆著。 但鐵索上,都已生滿了紅 。 顯然,這鐵素已捆在木箱上很久的時間。 除了那鐵索之外,木箱四周還加了封條。 封條上寫的字,因年代太久了字已褪色,看不出寫的什麼。
그것은 삼 척 정방형의 나무상자였다. 나무상자는 쇠사슬로 묶여있었다. 쇠사슬에는 이미 녹이 잔뜩 슬어있었다. 이 쇠사슬이 나무상자를 아주 오랫동안 묶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쇠사슬 말고도 나무상자 사방에는 봉인지가 붙어있었다. 봉인지에 씌어진 글자는 여러 해가 지나면서 색깔이 바래서 무엇이 씌어져있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錢如翼打量了那木箱一眼,搖搖頭道:「在下實在想不出,這箱中裝的是什麼?還要人保送開封。」
전여익은 그 나무상자를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이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개봉으로 호송을 해야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萬壽山道:「錢大掌櫃,照咱們鏢行的規矩,必須要件件點交,你可以打開木箱了。」
만수산이 말했다.
"전대장거, 우리 표항(鏢行)의 규칙에 따르면 반드시 하나하나 점검하여야 합니다. 나무상자를 열어주실 수 있습니까?"
錢如翼道:「這個,不太好!箱上加有封條,我那位朋友,死去之前,說明了有座木箱存在這裡,想必也說明了木箱上加有封條,如是咱們打開了,那豈不是要在下落個不義之名。」
전여익이 말했다.
"그건 좀 난처하군요! 상자에 봉인지가 덧붙어 있습니다. 나의 그 친구는 죽기 전에 나무상자가 나한테 보관되어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필시 나무상자에 봉인지도 덧붙어 있다고 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일 우리가 연다면 제가 불의(不義)한 놈이 되어버리지 않겠습니까."
萬壽山突然伸出手去,擔起木箱,在手中掂了一掂,道:「大掌櫃,這裡面,不像是放的衣服。」
만수산이 돌연 손을 뻗어 손대중으로 무게를 가늠해보고는 말했다.
"대장거, 이 안에 의복이 든 것 같지는 않군요."
錢如翼道:「也不像全是金銀之物。」
전여익이 말했다.
"금은도 아닐 것입니다."
萬壽山緩緩放下木箱,道:「好!咱們破例接下了。」
만수산이 말했다.
"좋습니다! 전례를 깨고 접수하겠습니다."
錢如翼道:「但不知貴局幾時動身。」
전여익이 말했다.
"귀국에서는 언제 출발하시겠습니까?"
萬壽山道:「三天之內。」
만수산이 말했다.
"삼 일 안입니다."
錢如翼道:「在下幾時來聽回音。」
전여익이 말했다.
"저는 언제 회답을 들으러 오면 되겠습니까?"
萬壽山道:「這恐怕要三個月了。」
만수산이 말했다.
"삼 개월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錢如翼道:「在下只能湊出百兩紋銀,還望諸位擔待一些,木箱送到之後,希望能帶回書一封,這是我那位朋友的住址。」
전여익이 말했다.
"저는 간신히 백 냥의 은을 끌어모을 수 있었으니 제위들께서 좀 양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무상자를 운반한 뒤 회신을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내 친구의 주소입니다."
緩緩送上張白箋。 萬壽山吩咐一個鏢夥計,帶著錢如翼回到帳房,簽了收押。
천천히 흰 쪽지를 건네주었다. 만수산은 표국 점원에게 분부하여 전여익을 데리고 가서 장부에 서명을 받게 하였다.
直待錢如翼離去之後,林成方,才突然開口,道:「萬兄,這個鏢很奇怪。」
전여익이 떠난 뒤 임성방이 비로소 돌연 입을 열었다.
"만형, 이 표는 몹시 기괴하군요."
萬壽山道:「林少兄有何高見?」
만수산이 말했다.
"임소형은 어떤 고견이 있는가?"
林成方道:「這個木箱中的存物,也許不值一百兩銀子。」
임성방이 말했다.
"이 나무상자 안에 든 물건은 어쩌면 일백 냥 은자의 가치도 없을 겁니다."
萬壽山微微一笑,道:「也許有千萬兩以上的銀子的價值。」
만수산이 말했다.
"어쩌면 천만 냥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지."
林成方道:「那位錢大掌櫃作得很像。」
임성방이 말했다.
"그 전대장거는 아주 그럴듯하게 행동했습니다."
萬壽山道:「看來,開封府這一趟非去不可了,只怕還要勞動林少兄一行了。」
만수산이 말했다.
"보아하니 개봉부에 가지 않으면 안되겠군. 다만 임소형이 함께 가주어야 할 것 같은데."
林成方道:「在下是鏢局夥計身份,⋯⋯」
임성방이 말했다.
"저야 표국 점원의 신분이니..."
萬壽山接道:「林少兄隱於鏢夥計中,行動上更為方便一些。」
만수산이 말했다.
"임소형은 표국 점원들 속에 숨어있게. 행동하는데 더한층 편할 걸세."
兩位一番商議之後,第二天,一齊出動。 只保一個錢索捆綁的破木箱子,寶通鏢局,自己也不便大張旗鼓,但事實上,不但萬壽山、林成方一齊出動,而且,還選了一個武功最好的鏢師,和一個精明的趟子手,一齊出動。 萬壽山和那位護鏢的鏢師,騎馬開道,林成方也扮成了一位趟子手,坐在放置木箱的蓬車之中。 另一位趟子手,執鞭馳車。
두 사람은 상의하고 난 뒤 이튿날 일제히 출발했다. 쇠사슬로 묶인 나무상자 하나를 호송하는 것이기에 보통표국도 대대적으로 일을 벌이기 불편했다. 하지만 사실상 만수산, 임성방이 일제히 출동할 뿐만 아니라 무공이 가장 뛰어난 표사 한 명과 영리한 쟁자수 한 명이 일제히 출동했다. 만수산과 그 표물을 보호하는 표사는 말을 타고 길을 열고, 임성방도 쟁자수로 분장하여 나무상자를 놓아둔 봉차 안에 앉았다. 다른 한 명의 쟁자수는 채찍을 쥐고 봉차를 몰았다.
對寶通鏢局而言,這也算是一次精銳盡出之行。 萬壽山選帶同行的鏢師,名叫章明,真真正正是寶通鏢局的老鏢師,在寶通鏢局中,應該是第一流的人才,手底下不錯,對鏢行中的事物,更是十分熟悉,眼面寬,識人又多,很多事,萬壽山還得向他請教。
보통표국으로 말하자면 이 정도만 해도 정예들이 모조리 출동한 행차라고 할 수 있었다. 만수산이 골라서 데리고 동행하는 표사는 이름이 장명(章明)으로 보통표국의 진정한 노표사(老鏢師)였는데, 보통표국 안에서 제 일류의 인재라고 해야 한다. 일처리가 훌륭했으며 표항(鏢行) 안의 일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익숙했다. 안면이 넓고 아는 사람이 또 많아서 많은 일에 있어 만수산은 그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鏢車離開了徐州城,一路北上。 百兩紋銀,托保了一個木箱子,明明是一個陷阱。 寶通鏢局接下來,而且又很認真地出鏢,這是將計就計。 萬壽山一路走得很小心。 但出人意外的順利,一路平安的到了開封府。
표차는 서주성을 떠나 북상했다. 백 냥의 문은으로 한 개의 나무상자의 호송을 의뢰한 것은 분명히 함정이다. 보통표국이 받아주었고 게다가 또 아주 진지하게 출표(出鏢)했다. 이것은 장계취계(將計就計)였다. 만수산은 가는 길에 몹시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의외로 순조로워서 가는 길 내내 평안하게 개봉부에 도착했다.
鏢車進入開封府城,萬壽山心中還有些不太服氣,沒有趕往交鏢的地點,卻奔向了一座飯莊打尖。 天色還早,不過是中午時分。
표차가 개봉성에 들어섰다. 만수산은 마음 속으로 아직 그리 수긍이 되지 않았다. 표물을 넘겨줄 지점으로 가지 않고 요기를 하기 위해 반점으로 달려갔다. 날은 아직 일러서 정오 무렵이 지나지 않았다.
章明輕咳了一聲,道:「總鏢頭,是不是想找個機會瞧瞧,那木箱中,究竟是放的什麼?」
장명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총표두, 기회를 보아 그 나무상자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한번 보아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萬壽山道:「想不到咱們又被耍了一次,一輛鏢車,兩匹快馬,連人帶牲口,往返一趟開封府,只怕也不只化費百兩銀子,那位姓錢的究竟是安的什麼心呢?」
만수산이 말했다.
"생각지 못하게 우리는 또 한 차례 속았네. 한 냥의 표차, 두 필의 쾌마, 사람과 가축(표차를 끄는)까지 개봉부로 왕복하는데 백 냥의 은자를 고스란히 날리지는 않을 걸세. 그 전가는 도대체 무슨 마음을 먹고 있을까?"
章明皺皺眉頭,低聲道:「百里行程半九十⋯⋯」
장명이 미간을 찡그리며 나직이 말했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萬壽山道:「但,咱們已到了地頭上⋯⋯」
만수산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네..."
章明苦笑一下,道:「莫非這變化就在開封府?」
장명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변화는 바로 개봉부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萬壽山怔了一怔,道:「對,開封府,那位錢如翼,不是個簡單人物。」
만수산이 말했다.
"맞았네. 개봉부일세. 그 전여익이란 자는 간단한 인물이 아닐세."
鏢車停在了店門外面,牲口交給了店夥計,林成方順手提那鐵索捆著的木箱子,放在身側。 四個人,圍坐了一張方桌子。
표차는 가게 문 밖에 멈추었다. 말들을 점원에게 넘겨주고 임성방은 쇠사슬로 묶은 나무상자를 들어서 옆에 놓았다. 네 사람은 네모난 탁자에 둘러앉았다.
林成方低聲道:「總鏢頭,那位錢如翼怎麼樣?」
임성방이 나직이 말했다.
"총표두, 그 전여익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萬壽山道:「天下最好的易容術,也只能改變一個人的形貌,但卻無法改變他的神采,他很精明,但卻百密一疏⋯⋯」
만수산이 말했다.
"천하에 가장 뛰어난 역용술도 사람의 모습만 바꿀 수 있지 사람의 기색을 변하게 할 지는 못한다네. 그는 아주 영리하지만 백 가지에 면밀해도 한 가지를 소홀히 했지..."
林成方道:「總鏢頭看出了什麼?」
임성방이 말했다.
"총표두께서는 무언가 알아내셨습니까?"
萬壽山道:「他一對眼神,雙目中神光閃閃,看上去,絕不是一個普通的人。」
만수산이 말했다.
"그의 한 쌍의 눈빛일세. 두 눈에서 신광이 번쩍이는 것이 절대 보통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였네."
林成方道:「總座,在下有些想不明白,當時,咱們為什麼不拆穿他。」
임성방이 말했다.
"총좌, 저는 생각을 해도 잘 모르겠는데, 당시에 우리는 왜 그를 폭로하지 않았습니까?"
萬壽山道:「咱們要尋根究底,只有跑一趟開封府。」
만수산이 말했다.
"우리는 진상을 끝까지 밝혀야 하므로 개봉부에 올 수 밖에 없었네."
林成方道:「既然來了,咱們就乾脆把東西送上門去。」
임성방이 말했다.
"기왕 왔으니 우리는 차라리 물건을 보냅시다."
萬壽山苦笑一下,道:「這一趟辛苦,總是免不了,不過,事情完全出了我們意料之外,實叫人想不明白。」
만수산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고생을 면할 수가 없네. 그러나, 사정은 완전히 우리의 예상 밖이네. 실로 생각을 해도 알 수 없게 만드는구먼."
林成方道:「如果這是一個陷阱,咱們就快到了井底,總不會等咱們歸途中他們才會動手。」
임성방이 말했다.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면 우리는 빨리 밑바닥까지 도달했습니다. 우리가 돌아가는 도중에 비로소 그들이 손을 쓰지는 않을 것입니다."
萬壽山點點頭,道:「好吧!咱們先叫過酒菜,吃喝一頓,再過去給他們送鏢。」
만수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우선 밥을 먹고 그들에게 표물을 보내주세."
章明道:「總座,林兄,兄弟在寶通鏢局,干了二十年,自信這方面的經驗很豐富。 總座說得不錯,這是一個陷阱,但就是想不通把陷阱放在何處,照說是,應該途中⋯⋯」
장명이 말했다.
"총좌, 임형. 형제는 보통표국에서 이십 년을 일을 해서 이 방면의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신합니다. 총좌의 말씀이 틀리지 않습니다. 이것은 함정입니다. 하지만 함정을 어디에 파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치대로라면 응당 도중에 있어야..."
突然間,幾個大漢,快步奔入了店。 四個人,一律黑色的長褲短褂,腰中束著白色絲綢帶子。 只一眼,就可以看出這是公門中的便衣捕快。 當先一個人,三十四五歲的年紀。 一對環目,精光閃閃,打量著萬壽山等四個人,然後,把目光轉到那木箱之上。 四個人,開始圍攏過來,把萬壽山等一桌圍住。
별안간 몇 명의 대한이 빠른 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네 사람인데, 일률적으로 흑색의 긴바지에 짧은 마고자를 입었고 허리춤에는 백색 비단허리띠를 묶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공문(公門)의 편의(平服:사복) 포졸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맨 앞의 한 사람은 삼십사오 세 나이였다. 한 쌍의 둥그런 눈은 정광(精光)이 번뜩었다. 만수산 등 네 사람을 훑어보더니 시선을 그 나무상자로 돌렸다. 네 사람은 만수산 등의 탁자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輕輕吁一口氣,章明緩緩站起了身子,道:「俺們是徐州寶通鏢局子的,四位是⋯⋯」
장명이 천천히 일어서더니 말했다.
"우리들은 서주의 보통표국 사람들이오. 네 분은..."
當先一人,冷冷接道:「在下是開封府的班頭,有人把四位告了⋯⋯」
맨 앞의 일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저는 개봉부의 반두(班頭:반장?ㅋ)요. 당신들 네 사람을 고소한 사람이 있었소..."
未待萬壽山開口,章明已一抱拳接道:「請問班頭貴姓?」
만수산이 입을 열기 전에 장명이 이미 포권하며 대꾸했다.
"반두의 귀성은?"
當先一人嗯了一聲道:「在下蘇桐,閣下怎麼稱呼?」
앞에 선 사람이 음, 하더니 말했다.
"저는 소동(蘇桐)이오. 귀하는 어찌 불리시오?"
章明道:「兄弟章明,那位是敝局萬總鏢頭,這兩位麼,都是局子裡的夥計。」
장명이 말했다.
"형제는 장명이오. 그분은 폐국(敝局)의 만총표두, 이 두 분은 모두 표국의 점원들이오."
林成方扮成了一個鏢局的夥計模樣,章明雖然知他身份不同,但也不太瞭解底細。
임성방은 표국 점원 모습으로 변장했는데 장명은 비록 그의 신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막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蘇桐輕輕咳了一聲,道:「四位,都是在江湖上跑的,那就用不著兄弟多說了,跟我到衙門走一趟吧!」
소동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네 분은 모두 강호인들이니 형제가 길게 말할 필요가 없겠구려. 나를 따라 관아로 갑시다!"
章明道:「蘇班頭辦的是公事,咱們雖然是保鏢的,可也是安份良民,不過,話不說不明,燈不點不亮,在下想請問一聲,什麼人告了我們?又告了我們什麼罪?」
장명이 말했다.
"소반두는 공사(公事)를 처리하는 사람이오. 우리가 비록 보표일을 하지만 분수를 지키는 양민이기도 하오. 그러나 말은 하지 않으면 분명치 않고 등은 켜지 않으면 밝지 않소. 제가 한 가지 묻겠소이다. 누가 우리를 고소했고 또 우리를 무슨 죄로 고소했소?"
蘇桐大概被萬壽山那股不努而威的氣勢鎮住,語聲突然間變得緩和起來,笑一笑,道:「告訴諸位,是一位婦人⋯⋯」
소동은 아마도 만수산의 애쓰지 않아도 위엄있는 기세에 눌린 듯 말소리가 별안간 온화하게 변했다. 웃으며 말했다.
"제위들을 고소한 사람은 한 분의 부인이시오..."
萬壽山呆了一呆,接道:「是一位婦人⋯⋯」
만수산이 멍해져서 말했다.
"한 분의 부인..."
蘇桐道:「是!一位中年的婦人,還帶着孝。」
소동이 말했다.
"그렇소! 중년의 부인인데 아직 상복을 입고 있소."
萬壽山心中一動,道:「還帶着孝?」
만수산은 마음이 동하여 말했다.
"아직 상복을 입고 있다고?"
蘇桐道:「他丈夫死去不久,孝服還未滿三七。」
소동이 말했다.
"그의 남편이 죽은 지 오래 되지 않아서 복상(服喪) 기간도 아직 삼칠일(칠 일씩 세 번째)이 다 차지 않았소.""
萬壽山道:「還未滿三七?⋯⋯」
만수산이 말했다.
"아직 삼칠일을 채우지 못했다고?"
章明低聲道:「蘇班頭,他可是本地的人氏?」
장명이 나직이 말했다.
"소반두, 그 사람은 이곳 사람이겠지요?"
蘇桐道:「這個麼,兄弟就不太清楚了,我們只奉命拿人,沒有多問,詳細內情,諸位到了衙門,就可以明白了。」
소동이 말했다.
"그건 형제가 잘 모르오. 우리는 단지 체포하라는 명을 받았으니 더 묻지 마시오. 상세한 내정은 제위들이 관아에 가면 알 수 있소."
章明苦笑一聲,道:「蘇班頭,咱們老遠由徐州跑來此地,一路上風平浪靜,想不到鏢保到地頭上,會惹出了麻煩。」
장명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반두, 우리는 멀리 서주에서 여기로 달려왔으며 오는 길에 무사평온했었소. 표물을 보호하여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말썽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려."
蘇桐笑一笑,道:「章兄,這件事,咱們也沒有法子幫忙,只有勞動四位,走一趟開封府了。」
소동이 말했다.
"장형, 이 일은 우리도 도울 방법이 없소. 수고스럽지만 네 분은 개봉부로 가주셔야만 되겠소이다."
章明回顧萬壽山一眼,道:「總鏢頭,咱們要怎麼辦呢?」
장명이 만수산을 돌아보고 말했다.
"총표두,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萬壽山道:「開封府是有王法的地方,咱們沒有犯法,總不能任人帶走。」
만수산이 말했다.
"개봉부는 왕법(王法)이 있는 곳이고 우리가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 남에게 끌려갈 수는 없네."
蘇桐臉色一變道:「萬總鏢頭,話可不是這麼說,沒有人告你們咱們吃飽了撐著啦,跑來自我麻煩,我們這是公事,情不得已,總鏢頭如若不肯賞臉,咱們只有用強了。」
소동의 낯빛이 일변하더니 말했다.
"만총표두, 그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되오. 배불러 할 짓이 없어 당신들을 고소하여 성가신 일을 자초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 우리들은 공사(公事)를 처리하는 것이라 사정상 부득이하오. 총표두가 체면을 세워주지 않겠다면 우리는 무력을 쓸 수 밖에 없소."
萬壽山冷冷說道:「就憑四位,想用強嗎?」
만수산이 냉랭하게 말했다.
"네 분으로 무력을 쓸 작정이오?"
蘇桐道:「難道你敢拒捕?」
소동이 말했다.
"설마 당신은 감히 체포에 항거하시겠소?"
萬壽山道:「閣下如是不講理,咱們也只好動武了。」
만수산이 말했다.
"귀하가 억지를 쓴다면 우리도 무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소."
蘇桐高聲叫道:「反了,開封府是什麼所在,豈能容你們無法無天,告訴你,殺官形同謀反,那是滿門抄斬,株連親族的大罪。」
소동이 크게 소리쳤다.
"고약한 자로다. 개봉부가 어떤 곳인데 법도 하늘도 없는 그대들을 용서할 수 있으랴? 일러두겠는데 관리를 살해한 형벌은 모반(謀反)과 같다. 그것은 온 집안을 몰수하고 참형에 처하며 친족까지 연루되는 큰 죄이니라."
作捕快的,都有著一番恫嚇之詞,自然,這是經過研究之後的用詞。 除非是對方早已準備好了,有力而來,一般而言,這恫嚇之言,真還有很大的力量。 不論鏢局、門派,但都不能和大隊官兵抗拒。
포쾌(捕快:포졸)라는 작자들은 모두가 으름장을 놓는 말들을 한다. 당연히 이것은 연구를 거친 말재간이다. 상대방이 미리 잘 준비가 되어 있어서 힘있게 나온다면 몰라도 일반적으로 그런 으름장에는 아주 커다란 역량이 있다. 표국이든 문파든 대규모 부대의 관병에는 항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章明知道利害,急急地拱手一禮,道:「蘇班頭,咱們是安善良民,保鏢餬口,可也是經官府核准的生意。」
장명은 이해(利害)를 알았다. 급히 공수하여 일례하며 말했다.
"소반두, 우리는 보표로 먹고사는 선량한 백성들이오. 관부의 허가도 받은 장사라오."
蘇桐道:「這個我知道,如果沒有人告你們,我們也找不上這裡來,怎麼?你們是拒捕,還是跟我到衙門走一趟。」
소동이 말했다.
"그건 알고 있소. 만약 당신들을 고소한 사람이 없다면 우리도 이곳으로 찾아오지 않았소. 왜 당신들은 체포에 항거하면서 나를 따라 관아로 가지 않는 것이오?"
章明低聲對萬壽山道:「總鏢頭,事已至此,這位蘇班頭,只怕也作不了主意,我瞧,咱們還是到合門裡走一趟,反正,咱們沒有做犯法的事,真金不怕火,到時候,總會有一個水落石出。」
장명이 나직이 만수산에게 말했다.
"총표두,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군요. 이 소반두도 결정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아문으로 한번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범법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진짜 금은 불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진상이 밝혀질 겁니다."
萬壽山歎口氣,道:「好吧!走就走一趟。」
만수산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좋아! 한번 가보세."
蘇桐一揮手,隨行三人,嘩啦啦抖出鎖人的鐵鏈子。
소동이 손을 흔들자 따라온 세 사람은 철거덩,거리며 사람에게 채우는 쇠사슬을 꺼냈다.
萬壽山道:「怎麼,還要鎖人?」
만수산이 말했다.
"뭐요? 쇠사슬을 채워야 하오?"
蘇桐道:「這是例行公事,萬總鏢頭,請包涵一些。」
소동이 말했다.
"이것은 관례에 따른 공무(公務)이니 만총표두께서는 널리 양해해 주시오."
連同林成方,四個人都加上了鎖,帶入了開封府衙。知府大人沒有升堂,四個人被送入了簽押房中。 一個手執竹筆的文案師爺,高踞案首,兩側,也排列著八個掛刀衙役。
임성방까지 네 사람은 모두 쇠사슬이 채워져서 개봉부 아문(衙門)으로 끌려갔다. 지부대인(知府大人)이 관아에 나오지 않아서 네 사람은 첨압방(签押房:지금의 유치장?)으로 보내졌다. 손에 죽필(竹筆)을 쥔 한 명의 문안사야(文案師爺:문건 담당 관리)가 책상머리에 높이 앉아있었고, 양 옆에도 여덟 명의 칼을 매단 아역(衙役:관아의 하인)들이 배열하고 있었다.
蘇桐屈一膝,抱拳說道:「稟告,寶通鏢局,一干人犯,首從四人,一齊帶到。」
소동이 무릎을 꿇고 포권하며 말했다.
"아룁니다. 보통표국의 범인들 주모자와 공모자 네 명을 일제히 끌고 왔습니다."
這位文案師爺,大約有五十左右年紀,抬頭打量了萬壽山等四人一眼,道:「萬壽山。」
그 문안사야는 대략 오십 가량의 나이였다. 고개를 들어 만수산 등 네 사람을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
"만수산."
萬壽山跪在青磚鋪地的簽押堂上,心中那份窩囊,簡直是不用提了,人到了矮簷下,不能不低頭,只好硬著頭皮應道:「草民在。」
푸른 벽돌이 깔린 첨압당에 꿇어 앉은 만수산은 마음 속으로 분하고 억울하기가 그야말로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낮은 처마 아래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어서 억지로 대답해야만 했다.
"초민(草民), 여기 있습니다."
文案師爺皺皺眉頭,道:「萬壽山,看你一表人材,不像刁惡之徒,怎的會作出這等事來?」
문안사야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수산, 너는 보기에 인물이 나쁜 짓을 할 무리들이 아닌 것 같은데 어찌하여 그런 일을 저질렀느냐?"
萬壽山道:「草民保鏢為生,奉公守法⋯⋯」
만수산이 말했다.
"민초는 보표로 먹고살며 공무(公務)를 중시하며 법을 지키고..."
文案師爺一折驚堂木,冷冷接道:「滿口胡言。」
문안사야가 경당목(驚堂木:탁상을 쳐서 죄인을 경고하던 나무 막대기)을 치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온통 헛소리로다."
萬壽山呆了一呆,道:「大人,草民犯了何罪?」
만수산이 멍해져서 말했다.
"대인, 초민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文案師爺道:「抬上來。」
문안사야가 말했다.
"들고 오너라."
兩個衙役,抬上了一個木箱,鐵索交封,正是錢如翼托保的那只木箱。
두 명의 아역(衙役)이 나무상자를 들고왔는데 쇠사슬로 채워져 있는 것이 바로 전여익이 의뢰한 그 나무상자였다.
指指那座木箱,文案師爺,緩緩說道:「這可是你們鏢局子保來的木箱?」
그 나무상자를 가리키며 문안사야가 천천히 말했다.
"이것은 너희 표국에서 호송해온 나무상자렷다?"
萬壽山心中已明白毛病出在了木箱上,但鐵證如山,不容否認,只好點點頭,道: 「不錯,正是草民受托保來開封這物。」
만수산는 나무상자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이미 속으로 알고 있었지만 증거가 너무 확실하여 부인할 여지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바로 초민이 의뢰받아 개봉으로 호송해온 물건입니다."
文案師爺回顧了蘇桐一眼,道:「蘇班頭,你們開過木箱?」
문안사야가 소동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반두, 너희들은 나무상자를 열어보았느냐?"
蘇桐道:「這木箱加有封條,小的未敢妄啟,」
소동이 말했다.
"이 나무상자에 봉인지가 붙어있어 감히 소인이 함부로 열지 못했습니다."
周師爺道:「好!萬壽山,你仔細瞧瞧,這是不是你們的那只木箱?」
주사야가 말했다.
"좋다! 만수산, 자세히 보아라. 이것이 너희들의 그 나무상자가 맞느냐?"
萬壽山瞧了一陣,道:「不錯。」
만수산이 한번 보더니 말했다.
"그렇습니다."
周師爺直:「你這木箱中放的什麼?」
주사야가 말했다.
"이 안에 든 것이 무엇이냐?"
萬壽山道:「草民不知,如意齋錢東主托草民把木箱運來開封府,交給一個新寡不久的婦人⋯⋯」
만수산이 말했다.
"민초는 알지 못합니다. 여의제(如意齋)의 전동주(錢東主)가 저에게 개봉부로 운반하여 과부된 지 오래되지 않은 부인에게 전해달라고 맡긴 나무상지입니다..."
周師爺接道,「好玄虛的說詞,照你們鏢行規矩,貨物必須當面點清,這一點,我知道。」
주사야가 말했다.
"정말이지 허황된 말이로다. 너희 표항(鏢行)의 규칙에 따르면 화물은 반드시 그 자리에서 검사해야 하고 그 점은 내가 알고있다."
萬壽山道,「回大人的話,這木箱的封條,低色已黃,鐵索生 ,年月甚久,那位錢東主再三的央求,既是啟封不便,草民就答應了他⋯⋯」
만수산이 말했다.
"대인께 아룁니다. 이 나무상자의 봉인지는 바탕색이 이미 누렇게 되고 쇠사슬에는 녹이 슬어 세월이 오래 되었습니다. 그 전동주가 재삼 애원하기에 열어보기가 불편해서 민초는 승낙했습니다..."
周師爺冷笑一聲,接道:「萬壽山,滿口胡說八道,這木如是人頭屍體,你也不瞧瞧嗎?」
주사야가 냉소를 치더니 말했다.
"만수산, 허튼 소리만 하는구나. 이 나무상자에 시체나 사람의 머리가 들어 있어도 보지 않았을까?
p.s. 行 (행) : 걷다. 가다. 길
行 (항) : 항렬. 직업.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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