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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回 漢代古墓 (한대고묘) 본문
第二回 漢代古墓 (한나라 시대의 고묘)
雪山盲叟原意乃是借助黑龍幫之力,對付各門派,不意弄巧成拙。消息已經傳出,立時成了眾矢之的,此刻他是有口難言,當下無可奈何地長歎一聲道: “瞎子自知孤掌難鳴,這樣吧.只要留我瞎子一份,和准合作都行。”
설산맹수의 원래 의도는 흑룡방의 힘을 빌어 각 문파를 상대하는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재주를 부리려다 일을 망쳐버렸다. 소식이 이미 퍼져나가 즉시 뭇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버려서 지금 그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즉각 어찌해 볼 도리가 없자 길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장님은 고장난명(孤掌難鳴)임을 알고 있소. 이렇게 합시다. 이 장님의 체면을 세워주시기만 한다면 합작을 허락하겠소."
謝一飛與張南交換了一個眼色,彼此會心一笑。
사일비와 장남은 눈짓을 교환하더니 피차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陸文飛靜立一旁,見雪山盲叟果有與人合作之意,心中大急,縱身趨前,厲聲道: “公孫前輩不可如此,你與他們合作,無異與虎謀皮,誤人誤已。”
육문비는 한 켠에 조용히 서있다가 설산맹수가 과연 사람들과 합작할 뜻이 있는 것을 보자 마음 속으로 다급해져 몸을 날려 앞으로 나아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손선배는 이처럼 하셔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그들과 합작하는 것은 호랑이와 가죽 벗기는 일을 상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남을 해치고 자신을 해치는 것입니다."
雪山盲叟不知他的心意,只道又是一個覬覦秘圖之人,于是冷冷道: “小兄弟,莫非你也要插手一份嗎?”
설산맹수는 그의 생각을 알지 못하였다. 다만 비도를 넘보는 또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냉랭하게 말했다.
"소형제, 설마 자네도 한 자리 끼어들고자 하는가?"
陸文飛搖頭道: “在下不是此意,公孫前輩如若有空,咱們找個地方談談。”
육문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공손선배가 만약 시간이 되시면 우리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합시다."
張南剛才被他攪擾,已是一肚皮怒火,此刻有謝一飛在場,不怕雪山盲叟父女逃走,立起殺心,一擡腿,揮手一掌劈去。 陸文飛猝不及防,被迫疾退三尺,張南大喝一聲,雙掌齊出,右掌攻向面門,左掌卻迅逾奔電地向他手腕扣去。
장남이 조금 전 그에게 방해를 받았기에 이미 노화가 가득 차있었는데 지금은 사일비가 있으니 설산맹수 부녀가 도망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즉시 살심이 일어 다리를 번쩍 들고 손을 휘둘러 일장을 쪼개어갔다. 육문비는 너무 갑작스러워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삼 척을 재빨리 물러나게 되었다. 장남은 대갈일성하더니 쌍장을 일제히 내밀었다. 우장으로 얼굴을 향해 공격하고 좌장으로는 번개보다 빠르게 그의 손목을 나꿔채갔다.
陸文飛一著失去先機,來不及撤劍,左掌一擡,硬接下攻向面門的一掌,右手駢指如戟,反切對方的手腕。 雙掌觸接,蓬的一聲輕響,陸文飛暴退五尺,只覺胸前間血氣翻騰,五腑震蕩。 張南身形略略一緩,又往前沖。右掌一推,疾向陸文飛前胸拍去。
육문비는 선기를 잃었기에 검을 뽑을 틈이 없었다. 좌장을 들어올려 얼굴을 공격해오는 일장을 맞받아갔고 우수는 손가락을 창처럼 나란히 세워 상대방 손목을 반대로 공격했다. 쌍장이 맞부딪히자 펑, 하는 경미한 소리가 나며 육문비는 거칠게 오 척을 물러났다. 가슴에 혈기가 뒤집혀 오르는 것이 오장육부가 진탕(震蕩)되었다고 느꼈다. 장남은 신형이 약간 느려지더니 또 앞으로 부딪혀갔다. 우장을 밀어내어 질풍같이 육문비의 가슴을 쳐갔다.
雪山盲叟身旁的黑女,一直暗中留意他們的爭鬥,眼看陸文飛就要傷在張南的掌下,不禁脫口驚呼道: “不要傷了他。”
설산맹수의 곁에 있던 흑녀가 줄곧 그들의 싸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가 육문비가 장남의 장 아래에 다치게 되는 것을 보자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를 상하게 하지 마세요."
陸女飛于受傷暴退之際,自知動力難故,一反手長劍出鞘,抖手一震,幻出五朵碗大的劍花,將門戶封住,張南目睹劍花朵朵,耳聽黑女驚叫之聲,借勢把掌一撤,轉過身來道: “老夫不為已甚,饒過你這一次。”
육문비는 부상을 입고 거칠게 물러났을때 힘으로는 대적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손을 뒤집어 장검을 뽑았다. 손을 떨쳐내어 흔들자 다섯 송이의 사발 만큼 큰 검화를 환출(幻出)해내어 문호를 봉했다. 장남은 송이송이 검화를 보다가 흑녀의 놀란 외침 소리를 듣고는 그 틈을 타 장을 물리고 몸을 돌리며 말했다.
"노부가 적당히 하고 너를 한번 용서해주마."
實則心中十分駭異,“梅開五福”的劍招,已有十年不在江湖顯露,在此多事之秋,他怎肯自找麻煩。
사실인즉 마음 속으로 몹시 아연실색하였다. 매개오복(梅開五福) 검초는 벌써 십 년 동안 강호에 나타나지 않았었다. 다사다난한 지금 여기서 그가 어찌 스스로 번롭게 만들겠는가?
雪山盲叟于張南攻擊陸文飛之際,心中飛快的轉了幾個念頭,他知黑龍幫人多勢眾,易曉天既約他來此,絕不會不來,自己盡用暗自藏拙先讓他們火拼一場,是以靜靜立著,等候事情的變化。
설산맹수는 장남이 육문비를 공격할 때 마음 속으로 몇 가지의 생각을 빠르게 굴렸다. 그는 흑룡방이 사람이 많고 세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역효천이 이미 자기를 이곳으로 불렀으니 절대 안오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는 될 수 있는 한 뒷전에 숨음으로써 우선 그들로 하여금 편을 나누어 한바탕 싸우게 만들고자 하였다. 그래서 조용히 서서 사정의 변화를 기다렸다.
那張南一掌將陸文飛震傷。自覺成風,大步行近雪山盲叟,目視謝一飛道: “公孫兄既允合作,咱們找個地方計議如何?”
장남은 일장으로 육문비를 진상시키자 스스로 위풍당당해져 큰 걸음으로 설산맹수에게 다가갔다. 사일비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공손형은 이미 합작을 응낙하였으니 우리는 딴 곳으로 가서 상의함이 어떠시오?"
謝—飛道: “事不宜遲,前面不遠有個軒轅廟,咱們到那裏面談談。”
사일비가 말했다.
"일은 늦어지면 안되지요. 앞쪽 멀지 않은 곳에 헌원묘(軒轅廟)가 있으니 우리는 그 안에 가서 이야기합시다."
雪山盲叟道: “瞎子既已說過,自然聽任二位安排,謝兄請在前面帶路。”
설산맹수가 말행다.
"장님은 이미 말했으니 자연 두 분의 안배를 따라야지요. 사형이 길을 안내해주시오."
陸文飛見雪山盲叟把自己勸解之言,毫不放在心上,心中大起反感,但又自知孤掌難鳴,即令跟隨前去,也無法抵抗兩派高手,心中正自難決之時,瞥見那雪山盲叟停下腳步道: “不好,只怕我瞎子上了黑龍幫的當了。”
육문비는 설산맹수가 자기가 말리는 말은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자 속으로 크게 반감이 일었다. 하지만 또 고장난명(孤掌難鳴)인지라 설령 뒤따라 간다고 하더라도 두 파의 고수에 저항할 방법이 없음도 스스로 알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결정하기 어려워하고 있을 때 그 설산맹수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을 하는 것이 언뜻 보였다.
"좋지 않군. 이 장님은 흑룡방에게 속았소."
張南急問: “如何上當了?”
장남이 급히 물었다.
"어떻게 속았다는 것이오?"
雪山盲叟道: “易曉天約定來此會面,至今未見前來,那是證明他另有圖謀了。”
설산맹수가 말했다.
"역효천이 이곳으로 와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지금까지 오지 않는구려. 그것은 그가 따로 도모하는 것이 있음을 증명하오."
張南接道: “黑龍幫帶來的人手極多,如是他果真不能來,也該著人來打個招呼才是。”
장남이 말을 받았다.
"흑룡방은 아주 많은 사람을 데려왔소. 만약 그가 정말 올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와서 인사라도 해야 옳을 것이오."
謝一飛舉目四望道: “這樣說來,咱們必須在天黑之前,找到黑龍幫的行蹤才對,不要讓地拔了先籌,那才不合算呢。”
사일비가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흑룡방의 행적을 반드시 찾아내야 하오. 그들이 선수를 치면 그때는 수지가 맞지 않을 것이오."
說著話,忽然撮唇一聲清嘯,其聲悠揚高亢,直上雲霄。
말을 하고는 돌연 입술을 오므리더니 맑은 휘파람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며 우렁차게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不多一會,兩條人影,分由兩個不同方向,飛射而來,眨眼之間已到面前,卻是兩個中年壯丁,謝一飛即吩咐道: “傳下去,即速與我探聽黑龍幫的行蹤,天黑以前務必來報。”
오래지 않아 두 가닥의 인영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날아와서 눈깜짝할 사이에 면전에 도착했는데 두 명의 중년 장정이었다.
사일비가 즉시 분부했다.
"전하거라. 즉시 흑룡방의 행적을 탐지해보고 날이 어둡기 전에 반드시 와서 보고하라."
兩個壯丁答應一聲,轉身飛奔而去。
두 장정은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나는 듯 달려갔다.
陸文飛看在眼裏,暗忖道: 看來他們都是瞎撞,並不曾發現什麽,我何不趁此刻找個地方,把內傷療好呢?
主意打定,主刻轉身循著山徑往前奔去。
육문비는 지켜보다가 속으로 곰곰히 생각했다.
'보아하니 그들은 모두 맹목적으로 무작정 부딪혀보는 것이지 결코 일찌기 무엇을 발견하지는 못했구나. 나는 지금 장소를 찾아서 서둘러 내상을 치료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생각을 결정하자 즉시 산길을 따라 앞으로 달려갔다.
奔方約有三四裏地,瞥見山窪之內,有個破敗的山廟,轉身折入廟中,進入廟內,只見裏面蛛絲滿布,滿地是塵土鳥糞,只有兩座神龕之上,尚留有兩塊破舊的黃幔遮掩。 坐息療傷,乃是十分危險之事,想了想,只有神幔之後,勉強可以藏身,于是緩緩鑽入神龕,打坐入靜調息起來。
약 삼사 리를 달려가자 계곡 안에 무너져가는 산신묘가 언뜻 보였다. 몸을 돌려 묘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거미줄이 잔뜩 쳐져있고 먼지와 새똥이 가득했다. 다만 두 개의 신감(神龕) 위는 아직 두 조각의 낡고 누런 휘장이 가리워져 있었다. 좌식요상은 원래 매우 위험한 일이다. 생각해보더니 신감의 휘장 뒤에 간신히 몸을 숨길 수 있기에 천천히 신감으로 파고 들어가 가부좌를 하고 조식에 들어갔다.
他這一打坐調息,約過兩個時辰,自覺氣血暢順,內傷已愈,睜目正待跳下神龕,廟外突然走進了身著白帽、白衣、腰束麻繩,臉上白滲滲血色全無的兩個僵屍怪人。 在深山峻嶺,荒山古廟,氣氛尤感陰森,陸文飛雖然一身是膽,卻也有毛骨竦然之感,那兩個既不開聲說話,也無即時離去之意,使得陸文飛只得暫留神龕內。
그가 조식을 한 지 약 두 시진이 지나자 기혈이 막힘없이 순조롭고 내상이 치유되었음을 느꼈다. 눈을 뜨고 막 신감에서 뛰어내리려 하는데 묘 밖에서 돌연 흰 모자에 흰 옷을 입고 허리를 삼으로 꼰 끈으로 묶었으며 얼굴이 혈색이 하나도 없는 허연 두 명의 강시괴인(僵屍怪人)이 걸어들어왔다. 깊고 험한 산의 황량한 낡은 묘라 분위기가 더욱 음산한 느낌을 주었다. 육문비는 비록 담이 컸지만 그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두 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또한 즉시 떠날 생각도 없어 육문비로 하여금 잠시 신감 안에 머물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一陣腳步聲響,一個玄衣江湖人,匆匆由廟門外走進,廟內怪人一見玄衣人,雙雙身向召衣人撲去,玄衣人武功似乎不弱,驚呼一聲,右掌在前一推,身形一轉,避了開去。
일진의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한 명의 현의(玄衣) 강호인이 총총히 묘 문 밖에서 들어왔다. 묘 안의 괴인이 현의인을 보더니 쌍쌍이 현의인을 향해 덮쳐갔다. 현의인의 무공은 약하지 않은 듯 놀람에 찬 소리를 지르며 우장을 앞으로 밀어내고 신형을 돌려 피했다.
可是,就在身子尚未落地,澈骨寒風已當頭罩下,只吼了半聲,便即立刻倒地死去。怪人將玄衣人一翻身,伸手自他懷中取出一件東西,怪嘯一聲,雙雙向西方奔去,身法捷逾鬼魅,疾若流星。
그러나, 몸이 아직 땅에 내려서지도 않았는데 뼛 속까지 스며드는 한풍이 이미 머리를 뒤덮자 외마디 외침과 함께 즉시 땅에 쓰러져 죽어버렸다. 괴인은 현의인의 몸을 뒤집고는 손을 뻗어 그의 품 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괴인은 길게 울부짖더니 쌍쌍이 서쪽을 향해 달려갔다. 신법이 귀신보다 민첩했고 빠르기가 유성과 같았다.
陸文飛縱身躍出廟外,暗暗搖頭道: “江湖上果然是無奇不有,這兩個活鬼似的人物,不知是何方神聖?”
육문비는 묘 밖으로 뛰쳐나와 암암리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강호에는 과연 이상하지 않은 일이 없구나. 이 두 명의 살아있는 귀신같은 인물은 어느 방면의 ?인지 모르겠는걸?" (神聖이 뭐지??)
此時月亮已開了上來,陸文飛縱身躍出廟外,他一心記著雪山盲叟之事,也一路向西南奔去,疾行約三五裏,便見一片草原之中,矗立著一座高大墓陵,陵前人影晃動,似乎聚集了不少人。
이때는 달이 이미 떠올랐다. 묘 밖으로 뛰쳐나온 육문비는 설산맹수의 일을 잊지 않고 그 길로 서남 방향으로 달려갔다. 약 삼오 리를 달려가자 한 자락의 초원 안에 한 채의 큰 묘릉(墓陵)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능 앞에 인영이 어른거리는 것이 마치 적지 않은 사람이 모인 듯 했다.
陸文飛暗自村道: “不好,他們已然動手了。”
육문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야단났구나. 그들은 이미 손을 썼구나.'
身形急如離弦之箭,晃眼已沖入草原。距離那墓陵僅有半箭之地。才放緩腳步,一步一步行去。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신형을 날려 눈깜빡할 사이에 이미 초원으로 뚫고 들어갔다. 그 묘릉에서 거리가 겨우 화살이 닿을 정도의 절반 밖에 되지 않자 비로소 걸음을 천천히 하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他知眼下情勢,縱然眼見晉王遺物出現,以自己一人之力,絕無法阻止群雄爭奪。 可是,心裏卻又不甘眼看珍藏落入邪魔之手,也可說他此刻心情矛盾已極,他一步一步接近古陵,暗中一瞥現場人物,雪山盲叟父女,赫然也在墓陵之前,與雪山盲叟一排站立,有金陵謝家堡的謝一飛、川西張門“追命閻王”張南,另外有一夥勁裝疾服,佩帶著兵刃的江湖武士簇擁“玉面神判”易曉天、與謝一飛等對面而立、雙方似乎已到了劍拔弩張之際。
그는 목하 정세가 설령 진왕의 유물이 출현하더라도 자기 한 사람의 힘으로는 군웅들의 쟁탈전을 저지하지 못함을 알았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또 보물들이 사마(邪魔)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보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의 지금 심정은 극히 모순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고릉에 다가가면서 현장에 있는 인물들을 몰래 훑어보았다. 설산맹수 부녀가 놀랍게도 묘릉의 앞에 있었고 설산맹수와 함께 한 줄로 늘어서 있는 것은 금릉 사가보의 사일비, 천서 장문의 탈명염왕 장남이었다. 그와는 별도로 경장질복(勁裝疾服:몸에 달라붙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병기를 찬 많은 강호무사들이 옥면신판 역효천을 빽빽히 둘러싸고 사일비 등과 마주 보고 서있었다. 쌍방은 마치 검을 뽑고 활을 당긴 일촉즉발인 상황인 듯 했다.
這座古陵,占地極廣,雖年代久遠,乏人修整,仍隱隱可以看出墓中人生前必是極其顯赫之八。 陸文飛匆匆趕到,一時雖還未明白這批人趕來墓陵之用意,但從各人的神態中,可以看出必然發生了利害沖突。
이 고릉(古陵)은 극히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비록 연대는 오래되었지만 사람의 손질을 받은 것으로 보아 여전히 묘 안의 사람이 생전에 극히 명성이 혁혁한 사람이었음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육문비는 총총히 서둘러 도착했기에 일시에 이 무리들이 묘릉에 서둘러 온 의도를 분명히 알지 못했지만 각자의 표정과 태도로 보아 필시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했음을 알아챘다.
那黑女見陸文飛來到,突然趨近他身旁門道: “你這人真奇怪,為何冤魂似地老跟著我們父女?”
그 흑녀는 육문비가 온 것을 보자 돌연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이상하군요. 무엇 때문에 원혼(冤魂)처럼 우리 부녀를 계속 따라 다니시나요?"
陸文飛怔了怔道: “許多人你都不問,為何門我?”
육문비가 멍해 있다가 말했다.
"허다한 사람들에게는 묻지 않고 왜 나한테 묻소?"
黑女神態緊張,目光四下一瞥,低聲道: “眼下情勢你該看得出來,早晚免不了一場搏殺。”
흑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주위를 훑어보고는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목하 정세를 당신은 알아차려야 해요. 조만간 한바탕 목숨을 건 싸움을 면할 수 없어요."
陸文飛道: “這個在下明白。”
육문비가 말했다.
"저도 잘 알고 있소."
黑女又道: “你追從我們父女,料是有為而來,有沒有估量估量自己的力量?”
흑녀가 또 말했다.
"당신이 우리 부녀를 뒤쫓는 것은 목적이 있다고 짐작되는데 자기의 역량을 헤아려보셨나요?"
此次機智絕倫,深知此刻已成眾矢之的,想起這少年午間責難爹爹之言,料是大有來歷之人,是以故將言語相激,倘這少年,果是猜想中的那位大俠之徒,倒是一個有力的臂助,大可利用一番。
그녀는 기지가 절륜하여 지금 뭇사람들의 표적이 되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소년이 점심 무렵 아버지를 책망하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더니 크게 내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측하였다. 그래서 일부러 말로 격동시켰다. 만약 이 소년이 정말 추측하고 있는 그 대협의 제자라면 오히려 한 팔의 도움이 될 테니 크게 이용할 수 있었다.
陸文飛搖頭道: “在下對眼前所發生之事,事前是不知情,只是猜想此事必然十分重要,如此重大之事,令尊怎可輕言與人合作?”
육문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눈 앞에 발생한 일에 대해 사전에 내막을 알지 못하며 이 일은 필시 아주 중요하다고 추측할 뿐이오. 이렇게 중대한 일을 영존께서는 어찌 쉽사리 다른 사람과 합작을 하실 수 있단 말이오?"
他初歷江猢,哪知江湖人心險詐,因懷疑雪山盲叟,乃是另一位持有秘圖之人,是以對他此種不擇手段行為,感到十分不滿。
처음 강호에 발을 내디딘 그가 어떻게 강호인의 인심이 음험하고 교활한 것을 알겠는가? 여전히 설산맹수가 비도를 지닌 다른 한 사람이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이런 수단으로 행동하는데에 대해 몹시 불만을 느꼈다.
黑女原是探聽他的口風,不想竟引他的一番責難,不禁大感失望,此文久隨乃父,闖蕩江湖,闖人極多,料定這少年,定有來歷,于是歎口氣道: “我父女隱居山野,立意退出江湖,不意竟有人誤解有所圖謀,實叫我父女有口難辨。”
흑녀는 원래 그의 말 속에서 의중을 떠보려고 했는데 뜻밖에 그의 한바탕 힐난을 야기하자 크게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 여자는 오랫동안 부친을 따라다니며 강호를 경험하고 극히 많은 사람들을 겪어보았다. 단언컨대 이 소년에게는 내력이 있음에 틀림없었다.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우리 부녀는 산야에 은거하여 곧 강호를 물러나려 했는데 뜻하지 않게 도모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받으니 우리 부녀는 실로 입이 있어도 설명하기가 어렵군요."
陸文飛道: “令尊既無再出江湖之意,何苦卷入是非漩渦,今又約集多人來此古陵,卻是為何?”
육문비가 말했다.
"영존께서 더 이상 강호에 나설 뜻이 없다면 무엇이 아쉬워 시비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으며, 지금 또 이 고릉에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무엇을 하려는 것이오?"
黑女突然把臉一沈,冷冷道: “你最好少管旁人閒事,免得枉送性命。”
흑녀가 돌연 얼굴을 굳히며 냉랭하게 말했다.
"목숨을 헛되이 버리지 않으려면 당신은 상관없는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아요."
陸文飛冷笑道: “一個人早晚免不了一死,在下並未把生死之事,看得那麽重要。”
육문비가 냉소를 치더니 말했다.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오. 저는 결코 죽고 사는 일을 중요시 하지 않소."
目光一瞥雪山盲叟,緊接又道: “為人立身處世,當以信義為先,見利忘義之人,就是活上一百歲,我看他也是白活了。”
시선을 돌려 설산맹수를 힐끗 보더니 바로 이어서 또 말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마땅히 신의가 우선입니다. 이로움을 보고 의를 잊어버리는 사람은 백살을 넘게 살아도 나는 그가 헛되이 살았다고 봅니다."
雪山盲叟雙目雖已失明,聽力極強,黑女和陸文飛說話的聲音不大,他仍聽得明明白白,突然身軀一震,猶如猝然挨了一記千鈞重錘,舉步趨近陸文飛道: “小哥兒,你適才說什麽?”
설산맹수는 비록 두 눈은 실명했어도 청력은 매우 좋았다. 흑녀와 육문비가 말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는 명명백백 들을 수 있었다. 돌연 마치 천균(千鈞:1鈞은 약 삼십 근)이나 나가는 무거운 추에 맞은 듯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걸음을 옮겨 육문비에게 다가와 말했다.
"소형제, 자네는 지금 막 무어라 했나?"
陸文飛道: “在下心有所感,隨口說說,不勞垂問。”
육문비가 말했다.
"저는 마음 속에 느낀 바가 있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으니 애써 추궁하지 마십시오."
雪山盲叟沈哼一聲道: “雲兒,你過來,這等狂妄之人,理他作甚。”
설산맹수는 무겁게 흥, 하더니 말했다.
"운아, 이리 오너라. 이런 거만한 사람은 아랑곳 하지 말고 내버려두거라."
雲娘低著頭,復又行至雪山盲叟的身旁。
운랑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설산맹수 곁으로 갔다.
群雄部全神注視對方舉動,並沒把陸文飛來到之事放在心上,只聽張南悄聲對講一飛道: “這樣僵持下去,要等幾時?”
군웅들은 모두 상대방의 거동에 온 정신을 쏟고 있어 결코 육문비가 도착한 것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다만 장남이 조용히 사일비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대치하고 있어야 하오?"
謝一飛何嘗不知,此刻寸陰寸金,但他城府深沈,雖知眼下與張南聯手,加上雪山盲叟父女之力,對付黑龍帶自可穩操勝算,可是張南帶了一侄女張玉鳳,雪山盲叟也是父女二人,自己力單勢孤,就算能夠順利進入古陵,也難得著便宜,是以僅僅延緩,以待後援,見張南已然不耐,心念一轉,低聲答道: “此刻如若動手,對付黑龍幫自力有余,但四下窺伺之人,趁你我疲憊之時,乘機發難,那如何應付?”
지금 촌각이 얼마나 귀중한 지 사일비가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는 속셈이 깊었다. 비록 지금 장남과 연합하고 거기다 설산맹수 부녀의 힘을 더했으니 흑룡방을 상대하기에는 확실히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장남은 질녀 장옥봉을 데려왔고, 설산맹수도 부녀 두 사람이니 자기의 세력은 홀로 외로운 신세였다. 설령 순조롭게 고릉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뜻대로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단지 시간을 지연시켜 후원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장남이 이미 참지 못하는 것을 보자 생각을 굴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만약 손을 쓴다면 자력으로 흑룡방을 상대하고도 남소. 다만 사방에서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이 우리가 피로해진 틈을 타 들고일어나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하시겠소?"
張南也是老江湖了,奸詐不一于對方.早已看透對方心意,隨道: “時機稍縱即逝,等到黑龍幫的幫手來到,那就不好辦了,兄弟的意思是不能再等了,謝兄若擔心四下窺伺之人,敝侄女的‘沒羽金芒’,足可控制全局。”
장남도 노련한 강호인이라 간사하기가 상대방 못지 않았다. 벌써 상대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곧바로 말했다.
"시기는 조금만 늦어도 사라져버린다오. 흑룡방의 부하들이 도착하면 쉽지않게 되오. 형제의 생각으로는 더 기다릴 수 없소. 사형이 만약 주위에서 기회를 넘보는 사람들이 걱정된다면 폐 질녀의 몰우금망(沒羽金芒)으로 족히 국면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오."
謝一飛故現為難之色,擡頭對雪山盲叟道: “公孫兄,你乃主持全局之人,咱們此到該當如何?”
사일비는 고의로 난처한 기색을 나타내며 머리를 들어 설산맹수에게 말했다.
"공손형, 당신은 여전히 대국을 주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들이 지금 어떻게 해야되겠소?"
雪山盲叟翻著白果眼道: “風聞白骨教“祁連雙屍’也已到了太行,咱們不能不加小心。”
설산맹수는 허연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소문에 백골교(白骨教)의 기련쌍시(祁連雙屍)도 태행에 왔다하오. 우리는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오."
張南接道: “公孫兄所慮極是,趁他們尚未來到之時,咱們愈快愈好,免致夜長夢多。”
장남이 말을 받았다.
"공손형의 우려하는 바가 극히 옳소. 밤이 길어 꿈이 많아지지 않으려면 그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틈을 타야하오. 우리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소. "
他雖明知雪山盲叟亦是在拖延,卻放意曲解其意,不容二人再開言,當先舉步向古陵行去。在張南的料想中,只要有人趨向古陵,黑龍幫必定會出面攔阻,那時如若雪山盲叟與謝一飛不聞不問,表示無合作誠意;若是挺身而出,自己即可置身事外,仍然照預定計劃,進入古陵。
哪知事情大出意料之外,易曉天竟連眼角都不瞧他一下,原來易曉天也是狡猾無比之人,早看出對方明著聯手,私下仍是心懷鬼胎,是以故意按兵不動。
그는 설산맹수 역시 시간을 끌려고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뜻을 곡해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두 사람이 더 말하지 못하게 앞장 서서 발걸음을 떼어 고릉을 향하여 걸어갔다. 장남의 생각으로는 고릉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흑룡방은 필시 나서서 저지할 것이었다. 그때 만약 설산맹수와 사일비가 상관치 않는다면 합작할 뜻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고, 만약 선뜻 나서준다면 자기는 다른 일에 신경쓰지 않고 변함없이 예정된 계획대로 고릉에 진입한다.
사정은 크게 예상 밖이라는 것을 어디 알았겠는가? 역효천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원래 역효천도 교활하기 비할 바 없는 사람으로 벌써 상대방이 겉으로는 연합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사사로이 꿍꿍이가 있음을 눈치챘다. 그래서 고의로 행동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張南走了幾步,已離古陵不遠,突然停了下來,暗忖: “想那晉王才華絕代,如果在這古陵之內,藏埋了寶物,豈有不布下機關埋伏之理,何苦冒險進入。”
장남이 몇 걸음 걷자 이미 고릉에서 멀지 않았다. 돌연 멈추더니 속으로 곰곰히 생각했다.
'진왕의 재능이 절대적이었음을 생각할때 만약 이 고릉 안에 보물을 묻어두었다면 기관매복을 설치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무엇이 아쉬워 모험을 하여 들어가겠느냐.'
是以不再前進,回頭看了謝一飛一眼。
그래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고개를 돌려 사일비를 힐끔 쳐다보았다.
謝一飛暗用傳音道: “張兄小心入內查看,兄弟為你巡風。”
사일비가 전음으로 말했다.
"장형은 조심해서 들어가 살펴보시오. 형제는 당신을 위해 감시를 하겠소."
張玉鳳反手扣了一把“沒羽金芒”,急行兩步,隨在張南的身後。
장옥봉은 손에 한 웅큼의 몰우금망을 쥐고 급히 두 걸음 걸어와서 장남의 뒤를 따랐다.
張南突然想起一事,冷笑一聲,翻身躍到雪山盲叟身前,道: “公孫兄,把秘圖借與我看看。”
장남은 돌연 한 가지 일을 떠올리고는 냉소를 치더니 뒤돌아 몸을 솟구쳐 설산맹수 앞에 이르러 말했다.
"공손형, 내가 한번 살펴보게 비도를 빌려주시오."
雪山盲叟伸手從懷中取出一張桑皮紙來,張南忙擡手去接,雪山盲叟一縮手道: “且慢,並非瞎子不信任五爺,此事還須謝兄作個見證才是。”
설산맹수가 품 속에서 한 장의 상피지(桑皮紙:뽕나무 껍질로 제조된 종이)를 꺼내자 장남이 급히 손을 들어 받으려했다. 설산맹수가 손을 움츠리며 말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장님이 오야(五爺)를 못믿는 것이 결코 아니라 이 일은 반드시 사형이 증인이 되어 주셔야 하오."
謝—飛道: “晉王深諳五行克生之機,通曉土本建築之學,果是將寶物封藏古陵之內,必已布置下極利害的消息機關,咱們自然以小心為是。”
사일비가 말했다.
"진왕은 오행생극(五行生克)의 이치를 꿰뚫고 토목건축학에도 통달하였소. 만약 보물을 고릉 안에 감추어 두었다면 필시 극히 무서운 비밀장치와 기관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오. 우리는 당연히 조심하는 것이 옳소."
張南接口道: “是啊,若是胡亂進入,豈非盲人騎瞎馬,枉進性命。”
장남이 말을 받았다.
"옳소. 만약 함부로 진입한다면 맹인이 눈 먼 말을 탄 것이 되지 않겠소? 헛되이 목숨을 버리게 되오."
雪山盲叟冷冷道: “謝兄既同意把秘圖交給五爺,瞎子沒話說,但五爺不諳土木建築之學,只怕難于看得懂,我看……”
설산맹수가 냉랭하게 말했다.
"사형이 오야(五爺)에게 비도를 주는 것에 동의했으니 맹인은 딴 말 않겠소. 다만 오야는 토목건축학(土木建築之學)에 정통하지 못하니 이해하기 어려울 듯 하오. 내가 보기에..."
突地,人影一閃,易曉天一趨身沖了過來,伸手便去奪那張桑皮紙,他蓄勢已久,一旦發動,端的是靜如處子,動如脫兔,舉動之間疾若飄風。
갑자기 인영이 번쩍, 하더니 역효천이 앞으로 부딪혀 와서 손을 뻗어 그 상피지를 뺏으려 했다.. 그는 잔뜩 힘을 모으고 있은 지 오래여서 일단 행동을 개시하자 처음에 조용하기가 처녀 같다가 움직이자 달아나는 토끼처럼 거동의 빠르기가 마치 바람과 같았다.
雪山盲叟耳聞風聲颯颯,竹杖一舉,幻出點點青芒,將門戶封住,身形疾閃,忽地挪殲五尺。易曉天一掌落空,身形螺旋扭轉,翻腕又向雪山盲叟的手腕脈門扣去。
설산맹수는 귀로 쏴쏴, 하는 바람 소리를 듣자 죽장을 들어 청망을 어지럽게 뿌려내어 문호를 봉하며 신형을 재빨리 오 척을 옮겼다. 역효천은 일장이 수포로 돌아가자 신형을 나선으로 돌리며 손목을 뒤집어 설산맹수의 완맥을 움켜쥐어 갔다.
謝一飛大喝一聲,舉掌朝易曉天側背拍去,一股巨大潛功,直撞過來。 張南也冷笑一聲,忽地一擡手,虛虛向易曉天的面門抓去。
사일비가 대갈일성하며 장을 들어 역효천의 측후방을 쳐가자 한 줄기 거대한 잠력이 그대로 부딪혀 왔다. 장남도 냉소를 치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비어있는 역효천의 얼굴을 할퀴어갔다.
四下一齊動作,說來雖慢,當時幾乎是同一時間發動,謝家的“開碑掌”,張門的“攝魂掌”,均為江湖獨門絕技,易曉天側背受敵,手臂一掄,化抓為拍,反手出掌,硬接下了講一飛一招,借勢往側裏一飄身,避開了張南的一記攝魂掌。
주위에서 일제히 손을 쓰자 말로는 비록 느리지만 당시 거의 동시에 행동을 개시한 것이었다. 사가의 개비장(開碑掌), 장문의 섭혼장(攝魂掌)은 모두 강호의 독문절기(獨門絕技)였다. 역효천은 측후방에 적의 공격을 받자 팔을 휘둘러 움켜 쥐려던 것을 후려치는 것으로 바꾸어 장을 내밀어 사일비의 일초를 맞받았다. 그 기세를 빌어 옆으로 몸을 날려 장남의 한 대의 섭혼장을 피해냈다.
雪山盲叟老謀深算,別具用心,原就有意挑起群雄一場火拼,易曉天猝然發動,正合心意,心想眼下之人,哪一方都不好惹,一經爭鬥起來,便是一個不了之高,當下高聲道: “是哪位朋友照顧我瞎子?”
설산맹수는 용의주도하고 선견지명이 있어 다른 속셈이 있었다. 원래 군웅들을 한바탕 내분을 불러일으키려 했는데 역효천이 느닷없이 행동을 개시하자 자기 생각에 부합되었다. 마음 속으로 생각해보니 눈 앞의 사람들은 어느 한 쪽도 만만하지 않아 일단 싸우기 시작하면 한 명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즉시 소리 높여 말했다.
"눈 먼 나를 보살펴 주실 분은 어느 친구분이시오?"
謝一飛哈哈笑道: “這還用問嗎,自然是易當家的了。”
사일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물어볼 필요가 있소? 당연히 역주인장이겠지요."
易曉天暗中凝功,冷冷道: “二位無故向兄弟襲擊,那是有意和黑龍幫過了去。”
역효천이 몰래 공력을 끌어모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두 분이 아무런 이유없이 형제를 습격하니 그것은 흑룡방과 ??
張南寒聲接道: “易兄明知公孫兄與弟乃是一路的,竟然趁機窺隙,出手硬奪,眼裏又豈有我川兩張門?”
장남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역형은 공손형이 아우와 함께 있는 것을 뻔히 알고도 뜻밖에 기회를 틈 타 출수하여 억지로 뺏으려 했는데 우리 천서의 장문을 어찌 안중에 두고 있겠소?"
易曉天仰著臉道: “公孫兄原就與兄弟有約的,如今他出爾反爾,又與你一路,兄弟好生難解,倒是要問問他。”
역효천이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공손형은 원래 형제와 약속했었소. 지금 그가 이랬다저랬다 하며, 또 당신과 함께 하니 형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소. 오히려 그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소."
謝一飛冷笑道: “許是公孫兄已然看出易兄毫無誠意,是故改變了主張。”
사일비가 냉소하며 말했다.
"공손형은 이미 역형이 조금도 성의가 없음을 알아차리고 주장(主張)을 바꾸셨소."
易曉天朗笑道: “彼此,彼此,二位的習意何嘗不是一樣,所謂‘司馬昭之心路人皆知’。”
역효천이 냉소하며 말했다.
"피차일반이오. 두 분의 속셈은 언제 달랐던 적이 있었소? 소위 사마초의 야심은 길을 가는 사람이 다 안다고 하는 것이오."
張南哼了一聲道: “易兄已然自認與公孫兄合作是假的,那就證明公孫兄沒有錯。”
장남이 흥, 하더니 말했다.
"역형은 이미 공손형과의 합작이 거짓임을 자인하였소. 그것은 공손형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오."
易曉天把臉一沈道: “晉王遺物,並非公孫龍私有的,人人都有權取得。”
역효천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진왕의 유물은 결코 공손룡 개인의 것이 아니오. 사람마다 모두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소."
謝—飛道: “不錯,物無主,自然人人有此權利,不過密圖既在公孫兄的手裏,那又是另當別論了。”
사일비가 말했다.
"그렇소. 물건에는 주인이 없소. 자연 사람마다 그 권리가 있소. 그러나 비도는 이미 공손형의 손에 있으니 그것은 별개의 문제요."
易曉天冷冷地道: “除非他是晉王的繼承後人。”
역효천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가 진왕을 계승한 후손이라면 그렇소."
謝一飛道: “晉王自宮幃禍起,已然沒有遺子了。”
사일비가 말했다.
"진왕은 궁궐에서 화를 입었을 때부터 이미 아무런 자식을 남기지 않았소."
易曉天哼了一聲道: “不管怎麽說,公孫龍無權取得古陵內的寶物。”
역효천이 흥, 하더니 말했다.
"어쨌든 공손룡은 고릉 안의 보물을 취득할 권리가 없소."
張南朗聲笑道: “照易當家的說法,大概只有黑龍幫才有權取得?”
장남이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역주인장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흑룡방이야말로 취득할 권리가 있겠구료?"
易曉天色變過: “兄弟一再聲明,古陵內寶物人人可取,黑龍幫並無獨占之意。”
역효천이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형제는 수 차례 밝혔지만 고릉 안의 보물은 사람마다 취할 수 있소. 흑룡방은 결코 독점할 생각이 없소."
張南笑道: “眼下並沒有人阻止易兄入內,易見盡可率領貴屬下人陵取寶。”
장남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역형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무도 저지하지 않을테니 역형은 마음껏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가 보물을 취하시오."
易曉天的心意,旨在緩延張南等人入陵,等待自己的後援來到,是以對張南的譏諷之語,故作不聞。
역효천의 속셈은 장남 등의 사람들이 능에 들어가는 것을 자기의 후원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늦추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장남의 비꼬는 말에 대해서 못들은 척 했다.
雪山盲叟見群雄爾虞我詐,並無動手相拼之意,心中大為失望,當下開言道: “張五爺,時間不早了,你可以過去了。”
설산맹수는 군웅들이 서로 속고 속이며 결코 손을 써 싸울 뜻이 없는 것을 보자 마음 속으로 크게 실망하여 즉시 입을 열어 말했다.
"장오야, 시간이 늦었소. 건너가시오."
張南猛省,忖道: “不管怎樣,我得先把秘圖騙到手再說。”
장남은 문득 깨닫고는 곰곰히 생각했다.
'어찌됐든 먼저 비도를 빼앗아 손에 넣고 다시 이야기하자. '
于是趨近雪山盲叟道: “兄弟已然答應進去看看,自要進去。”
설산맹수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형제는 이미 들어가서 살펴보기로 응낙했으니 당연히 들어갈 것이오."
雪山盲叟伸手入懷,又緩緩把秘圖模出。
설산맹수는 품 속에 손을 넣어 천천히 비도를 꺼냈다.
驀地,一條人影從陵後突出,呼地直撞到雪山盲叟身前,一舉手把秘圖奪到手中,另一只手掌,順勢向雪山盲叟按去。 雪山盲叟怒吼一聲,竹杖一舉,兜頭向來人砸去,可是,來人身法快逾飄風,秘圖入手,人已淩空躍起,空中雙腿一格一舒,矯然如龍,又向墓陵後疾行射去。
갑자기 한 줄기 인영이 능 뒤에서 솟아나오더니 휙, 하며 그대로 설산맹수의 앞에 이르러 한 손으로 비도를 빼앗아 손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로 설산맹수를 눌러갔다. 설산맹수는 노하여 한 소리 치더니 죽장을 들어 정면으로 그자를 내리쳤다. 그러나 그 사람의 신법은 바람보다 더 빨라 사람은 이미 허공에 솟구쳐 공중에서 두 다리를 차고 펴더니 용처렴 날쌔게 또 다시 묘릉의 뒤를 향하여 쏘는 듯 달려갔다.
變這倉猝,謝一飛、張南同聲暴喝,騰身疾撲。但聽易曉天一聲冷笑道: “站住。”
이런 창졸간의 변고에 사일비와 장남은 이구동성으로 사납게 고함지르며 몸을 솟구쳐 재빠르게 덮쳐갔다. 하지만 역효천의 냉소가 들렸다.
"멈추시오."
雙掌齊出,一抓謝一飛的肩頭,一攻張南的右臂。
쌍장을 일제히 내밀자 하나는 사일비의 어깨 위를 움켜잡아 갔고 하나는 장남의 오른쪽 팔을 공격했다.
他蓄勢已久,出手又快又狠,張南與謝一飛身形才起,掌力指勁,業已到了面前,迫得二人猛打千斤墜,把身形剎住,雙雙兩下一分。 就這一起一落的剎那時間,來人已去得無影無蹤了。
그가 힘을 축적한 지 오래여서 출수 또한 쾌속하고 사나웠다. 장남과 사일비는 신형을 날리자마자 장력(掌力)과 지경(指勁)이 면전으로 덮쳐오자 급히 천근추(千斤墜)로 신형을 멈추고 쌍쌍이 둘로 나뉘었다. 이렇게 솟구쳤다 내려서는 찰나의 시간에 그자의 종적은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張南怒喝道: “易見這是什麽意思?”
장남이 노하여 소리쳤다.
"역형, 이게 무슨 의미요?"
易曉天微微一笑道: “二位阻止兄弟在前,兄弟自然也可以阻止二位。”
역효천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전에 두 분이 형제를 저지했듯이 형제도 자연 두 분을 저지할 수 있소."
謝一飛哼了一聲道: “看來易兄早有預謀了。”
사일비가 흥, 하더니 말했다.
"보아하니 역형은 벌써 미리 계획하고 있었구료."
易曉天朗笑道: “豈敢,豈敢,兄弟已然說過了任何人都有權得晉王的寶藏。”
역효천이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천만에. 형제가 이미 말했듯이 누구든지 모두 진왕의 숨겨진 보물을 얻을 권리가 있소."
謝一飛大怒,掌上凝功,大有出手之意,張玉鳳暗扣一把“沒羽金芒”,緩緩向前趨近。
사일비는 대로하여 장에 공력을 모아 출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장옥봉도 몰래 몰우금망을 한 줌 움켜 쥐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易曉天冷冷一笑,一翻腕由抽中撤出一把鐵骨扇,黑龍幫隨行之人,均是幫中的高手,一見雙方劍拔弩張之勢,早已是扇形繞了上來。
역효천은 냉랭하게 웃더니 손목을 뒤집어 소매 안에서 철골선(鐵骨扇)을 꺼냈다. 흑룡방에서 수행해 온 사람들은 모두 방중의 고수들이었는데 쌍방간 일촉즉발의 정세를 보더니 벌써 부채꼴 모양으로 둘러쌌다.
張南心中暗暗忖度: “秘圖已然被人奪去,此刻和黑龍幫打一架,實屬毫無意義。”
장남은 속으로 암암리에 곰곰히 생각했다.
'비도는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뺏겼는데 지금 흑룡방과 싸워봤자 실로 아무런 의미도 없다. '
他處事一向極慎重,乃是一個城府極為深沈之人,當下對謝一飛丟了個眼色道: “秘圖已為人奪去,咱們何苦與他們鬥那閒氣,眼下還是搜尋秘圖下落要緊,走吧。”
그는 일을 처리함에 있어 줄곧 매우 신중했고 여전히 속셈이 극히 깊은 사람이었다. 즉시 사일비에게 눈짓을 하더니 말했다.
"비도를 이미 남이 뺏아갔으니 우리가 무엇하러 그들과 한가로이 싸우고 있겠소? 지금은 비도의 소재를 찾는 것이 긴요하오. 갑시다."
謝一飛見風轉舵冷冷對易曉天道: “今晚兄弟無暇奉陪,改天約個地方好好打上一場。”
사일비는 바람부는 것을 보고 키를 돌리듯 형세에 따라 태도를 바꾸어 냉랭하게 역효천에게 말했다.
"오늘 밤 형제는 상대할 틈이 없으니 다음에 장소를 정해 실컷 한바탕 싸워봅시다."
易曉天也不願無故樹此強敵,朗聲笑道: “好說,二位若有興,兄弟隨時候教。
역효천도 이유없이 이런 강적을 만들고 싶지 않아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시오. 두 분이 흥미가 있으시다면 형제는 수시로 가르침을 기다리겠소."
謝一飛與張南不再理睬正在療傷的雪山盲叟,攜著張玉鳳,騰身而起,飛向古陵後的一片松林中奔去。 易曉天陰森森地冷英二聲,領著屬下緩緩退去,宜伺四下的群雄,一大半追蹤奪圖之人去了。余下的自知武功不濟,懼都緩緩散去。
사일비와 장남은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설산맹수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장옥봉을 잡아끌어 몸을 솟구치더니 고릉 뒤의 송림을 향하여 달려갔다. 역효천은 음산하게 두어 번 냉소를 터뜨리더니 부하들을 거느리고 천천히 물러갔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주위의 군웅들은 과반수는 지도를 뺏아간 사람을 쫓아갔고 남은 자들은 스스로 무공이 모자람을 알고 두려워서 모두 천천히 흩어져서 가버렸다.
瞬刻之間,古陵之前僅余下了雪山盲叟父女二人。
순식간에 고릉 앞에 남은 사람은 설산맹수 부녀 두 사람 뿐이었다.
陸文飛先前受了雪山盲叟一番槍白,對他已無好感,冷眼看了一陣,只覺地反反復復,毫無一點君子之風,更為瞧不順眼,只為其中疑團未釋,是以仍然站立原地,靜觀變化。
육문비는 앞서 설산맹수에게 한번 ??를 받고 그에게 호감이 없어(槍白이 뭐지??)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추호도 군자의 풍모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더욱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그 중에 의문이 풀리지 않아 여전히 원래 자리에 서서 냉정하게 변화를 관찰하였다.
當來人突襲雪山盲叟,奪取秘圖之時,突又泛起一種同仇敵汽之心,大喝一聲,挺身撤劍,沖了過去,他離雪山盲叟足有半箭之地,及至沖到面前,來人早已得手,雪山盲叟不僅失去了秘圖,似也受了內傷,坐地調息。
암습한 자가 설산맹수에게 들이닥쳐 비도를 뺏을 때 돌연 일종의 같은 적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대갈일성하며 몸을 펴고 검을 뽑아 부딪혀 갔었다. 그는 설산맹수와 화살이 닿는 절반의 거리에 있었는데 설산맹수의 면전에 이르렀을때는 암습자가 이미 손에 넣었고 설산맹수는 지도를 뺏겼을 뿐만 아니라 내상을 입어 땅에 앉아 조식하고 있었다.
雲娘見他執劍沖來,急挺身擋在雪山盲叟身前嬌喝道:
你要幹什麽?”
운랑은 그가 검을 잡고 부딪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몸을 곧게 세우고 설산맹수의 앞을 가로막으며 교갈했다.
"당신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陸文飛知她誤會,納劍歸鞘道: “在下遲來一步,競讓他得手了。”
육문비는 그녀가 오해했음을 알고 검을 도로 검집에 꽂으며 말했다.
"제가 한 발 늦어 그가 목적한 바를 얻을 수 있게 해버렸군요."
雲娘呶嘴一撇,微哂道: “謝你的好心,就算你趕到了又能濟得什麽事?”
운랑은 입 속으로 뭐라 지껄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마음은 고맙지만 설령 당신이 서둘러 도달했더라도 또 무슨 일을 도울 수 있었겠어요?"
陸文飛原是激于一腔義憤,此刻冷靜下來,知道自己此舉果是多余,雪山盲叟尚且不敵,自己起來又有什麽用,聽出雲娘語帶譏諷,不禁臉上一熱,靜退到一旁,不再作聲。 眼看陵前的群雄紛紛散去,這才如夢初醒,轉過身來,正待離去。
육문비는 원래 의분(義憤)이 일어났던 것인데 지금 냉정해지니 자기의 이번 행동은 결과적으로 쓸데없음을 알았다. 설산맹수조차도 대적하지 못하는데 자기가 와서 또 무슨 소용이랴? 운랑의 비꼬는 말을 듣자 저절로 얼굴이 붉어져 조용히 한 쪽으로 물러나 더 말하지 않았었다. 능 앞의 군웅들이 분분히 흩어져 가버리는 것을 보자 그제서야 꿈에서 깬 듯 몸을 돌리더니 떠나려고 하였다.
就在此時……突地,雪山盲叟從地下挺身而起,高聲道: “小哥兒,請暫留步,老朽有話問你。”
바로 그때... 갑자기 설산맹수가 땅에서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소형제, 잠시 걸음을 멈추시게. 늙은이가 자네에게 물어볼 말이 있네."
陸文飛停步道: “前輩有何吩咐?”
육문비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선배께서는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雪山盲叟面帶獰笑道: “老朽欲向小哥兒你打聽一件事。”
설산맹수는 흉악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늙은이는 소형제 자네에게 한 가지 일을 알아보려하네."
陸文飛乃是毫無心機之人,心中雖對他無好感,可也不虞他別有用心,隨口答道: “前輩想打聽什麽事?”
육문비는 원래 조금도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마음 속으로 비록 그에게 호감은 없었으나 또한 그가 다른 속셈이 있을 것이라곤 예상치 못하여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
"선배님은 무슨 일을 물어보시렵니까?"
雪山盲叟驀地一伸手,疾逾奔電地將他手腕脈門扣住,冷笑道: “你究竟存著什麽心,老是盯著我父女?”
설산맹수는 갑자기 손을 뻗어 번개보다 더 빠르게 그의 완맥을 움켜 쥐고는 냉소하며 말했다.
"너는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언제나 우리 부녀를 감시하고 있느냐?"
陸文飛不防他突然翻臉,不由一怔,木然地將手往回一縮。
육문비는 그의 돌연한 태도변화에 방비하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 멍하니 손을 뒤로 움츠렸다.
雪山盲叟手上一緊,沈哼道: “老夫乃是何等之人,你也不打聽打聽,簡直是班門弄斧。
설산맹수는 손에 힘을 가하며 침성으로 말했다.
"노부가 어떤 사람인지 너는 알아보지도 않았구나. 그야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격이다."
陸文飛只覺手腕如同上了一道鐵箍,頓時半身酸麻,他乃極其倔強之人,強忍疼痛道: “你這是什麽意思?”
육문비는 손목에 철수갑을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식간에 반신이 마비되었지만 그는 원래 극히 고집에 센 사람이었다. 애써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
"당신 이게 무슨 뜻이오?"
雪山盲叟翻白果眼道: “你究竟受何人指使,盯著老夫意欲何為?”
설산맹수는 허연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너는 도대체 어떤 사람의 지시를 받았느냐? 노부를 감시해서 어떻게 할 작정이었지?"
陸文飛怒道: “前來太行山的武林人不下千百,你不去問他們,卻單單對付我,莫非認定在下是好欺負的了?”
육문비가 노하여 말했다.
"태행산에 온 무림인들이 수 천 수 백인데 당신은 그들에게는 따지지 않고 오직 나를 상대하려 하시오? 혹시 저를 만만하게 보시는 것이오?"
雪山盲叟冷笑道: “你的來意與他們不同,還是對老夫說實話的好。”
설산맹수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네가 온 뜻은 그들과 같지 않다. 노부에게 이실직고하는 것이 좋다."
陸文飛生就甯折不彎的性格,一面暗中運功相抗,一面揚眉問道: “在下並不認識你,談不上有何用心。”
육문비는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성격을 타고 나서 한편으로 몰래 운공하여 대항하며 한편으로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저는 결코 당신을 알지 못하는데 무슨 속셈이라고 말할 것이 있겠소?"
雪山盲叟道: “你是‘鐵掌震三湘’陸子俊的什麽人?”
설산맹수가 말했다.
"너는 철장진삼상 육자준과 어떻게 되느냐?"
陸文飛心裏一動道: “是先父。”
육문비가 마음이 동하여 말했다.
"선부이시오."
雪山盲叟一怔道: “令尊死于何人之手?”
설산맹수가 멍해져서 말했다
"영존은 누구의 손에 죽었느냐?"
陸文飛道: “在下至今尚未查出主使之人。”
육문비가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사주한 자를 색출해내지 못했소."
雪山盲叟想了想道: “令等死時可有留什麽遺言?”
설산맹수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영존은 죽을때 무슨 유언을 남겼느냐?"
陸文飛搖頭道: “此乃寒門家務,沒有說的必要。”
육문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은 집안 일이니 말할 필요가 없소."
雪山育史手上一緊,又加添了兩分力道: “由不得你不說。”
설산맹수는 손에 힘을 가하며 또 두 푼의 힘을 더하고는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안될 걸."
陸文飛在雪山盲叟威迫之下,頓覺一股忿怒之氣,直沖上來,左臂貫注真刀,全力相抗,右臂一舉,當胸向雪山育叟按去。
육문비는 설산맹수의 위협하에 문득 한 줄기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왼쪽 팔에 진력을 주입하여 전력으로 저항하며 오른팔을 들어 설산맹수를 눌러갔다.
雪山育受冷笑道: “你是找死。”
설산맹수는 냉소하며 말했다.
"죽고 싶으냐?"
竹杖一插,翻掌疾迎。
죽장을 꽂아두고 손바닥을 뒤집어 재빨리 맞이해갔다.
陸文飛自知功力遜他一籌,手臂一沈,化掌為指,電光石火似地敲向對方脈門。 雪山盲叟身形一偏,飛起一腳,朝他小腹踢來,這一招突兀之極,陸文飛一急之下,盡力往旁挪閃,攻出的手掌一圈一劃,突地立掌如刀,斜斜削出。 陸文飛單臂掄動之下,五只手指,原式不動仍然襲向對方前胸五處大穴。
육문비는 공력이 그보다 한 수 떨어짐을 스스로 알고 팔을 내리고는 장을 지로 바꾸어 전광석화같이 상대방의 맥문을 향해 쳐갔다. 설산맹수는 신형을 한 쪽으로 기울이더니 한 쪽 발을 들어 그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이 일초는 극히 갑작스러워 육문비는 다급한 가운데 온 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옮겨 피하고 공격해가던 손바닥을 한 바퀴 동그라미를 그리며 긋더니 갑자기 장을 세워 칼과 같이 비스듬히 잘라나갔다. 육문비가 한쪽 팔을 휘두르는 가운데에도 다섯 개의 손가락은 원래 초식대로 변함없이 상대방의 앞가슴 다섯곳의 대혈을 찔러가고 있었다.
雪山盲叟暗吃一驚,竟不知他使的是什麽掌法。原來陸文飛情爭之下,意把劍招招混在掌法中施出。這種近身相搏,端的凶險萬分。雪山官叟雖倚功力深厚,但吃虧在雙目失明,而陸文飛的出招換式,又出他意料之外。耳聽對右掌勢挾著數道銳風襲到,只得把手一松,就借此勢,拔起竹杖,一式橫掃幹軍,攻了出去。
설산맹수는 속으로 깜짝 놀랐으며 그가 사용하는 것이 무슨 장법인지 알지 못했다. 원래 육문비는 다급한 가운데 검초를 장법에 섞어 시출했던 것이다. 이런 종류의 근신상박(近身相搏)은 대단히 흉험하다. 설산맹수는 비록 공력의 심후함에 의지하고 있었으나 두 눈이 실명하여 손해를 보고 있었고 육문비의 출초환식(出招換式) 또한 그의 예상 밖이었다. 우장이 몇 가닥의 예리한 바람을 동반하여 습격해오는 것이 귀에 들리자 부득이 잡았던 손을 풀면서 그 기세를 빌어 죽장을 뽑아 올려 횡소천군(橫掃千軍)의 일식으로 공격해 나갔다.
陸文飛危急中以臂代劍,發出一招“萬花迎春”劍式竟把被對方扣住的手腕掙脫,心頭頓感一定,反手將長劍撤出,振臂發劍,擺開了一個架式。
육문비는 위급한 가운데 팔로 검을 대신하여 일초의 만화영춘(萬花迎春)의 검식으로 상대방에게 움켜 잡혔던 손목을 있는 힘을 다해 벗어나자 마음 속으로 좀 편안함을 느꼈다. 반대 손으로 장검을 뽑아 팔을 떨쳐 검을 발하여 하나의 자세를 취하였다.
雪山盲叟橫杖喝道: “你的武功不是陸子俊所傳的。”
설산맹수는 지팡이를 가로로 들고 소리쳤다.
"너의 무공은 육자준이 전한 것이 아니구나."
陸文飛一揚眉,正待發話,驀見二條白影急如星瀉地由松林中躍出,分向雲娘撲來。他為人正派,是非觀念分明,立時一聲沈喝道: “二位小心了。”
육문비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막 말을 내뱉으려 하는데 별안간 두 가닥의 백영이 유성처럼 빠르게 송림 속에서 뛰쳐나오더니 설산맹수와 운랑을 향해 나뉘어 덮쳐왔다. 그는 사람됨이 정파였기에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관념이 분명하였다. 즉시 한 소리 침갈했다.
"두 분, 조심하시오."
喝聲中兩條人影已到面前,竟是山神廟所見的那兩個僵屍怪人。
고함치는 가운데 두 가닥의 인영은 이미 면전에 이르렀는데 바로 산신묘에서 보았던 그 두 명의 강시괴인이었다.
雪山盲叟聽力極強,江湖閱歷豐富,耳聽風聲颯颯,霍地一個旋身,竹杖掄動,幻出一片青芒,將身形護住。黑女全神貫注在爹爹與陸文飛相搏之上,陸文飛出聲警告,她還以為陸文飛引人分心施展殺著,等到發覺風聲有異,一股的寒風,已然當頭罩下。
설산맹수는 청력이 매우 뛰어나고 강호 경험도 풍부하여 쏴쏴, 하는 바람 소리를 듣자 갑자기 몸을 한 번 돌리더니 죽장을 휘둘러 한 조각의 청망을 뿌려내어 신형을 보호하였다. 흑녀는 아버지와 육문비의 싸움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는데 육문비가 소리내어 경고하는 것은 사람을 한눈 팔게 하여 죽이려는 것으로 여겼다. 바람 소리가 다름을 발견했을 때는 한 줄기 한풍이 이미 머리를 뒤덮어 내려왔다.
陸文飛大喝一聲,長劍閃起一道精芒,迎著來人揮去,可是怪人行動快若飄風,一掌將雲娘擊昏,就勢抓起往助下一夾,怪嘯一聲,騰空而起,飛向來路退去。等陸文飛沖到,他已去了一箭之地。 另一攻向雪山官叟的怪人,目的僅在牽制,一見同伴發出怪嘯,當已得手,也怪嘯一聲,跟著飛射而去。
육문비가 대갈일성하더니 장검으로 번쩍,하며 한 길의 정망을 일으켜 습격자를 맞아 휘둘러갔다. 그러나 괴인의 행동은 빠르기가 바람같아 일장으로 운랑을 쳐서 혼절시키자마자 겨드랑이에 끼고 한 소리 괴소를 내더니 공중으로 솟구쳐 왔던 길로 날아서 물러갔다. 육문비가 도달했을 때 그는 이미 화살이 닿을 거리 만큼 가버렸다. 설산맹수를 공격했던 다른 한 명의 괴인은 목적이 견제하는 것에 있을 뿐이어서 동료가 괴소를 발출하는 것을 보자 이미 목적을 이루었으므로 그도 괴소를 지르더니 뒤따라 날아서 쏘아져갔다.
陸文飛頓腳歎道。
“令媛太過大意了。”
육문비는 발을 구르며 탄식하더니 말했다.
"따님은 너무도 부주의했습니다."
雪山盲叟發須戟張,瞪著白果眼道: “來人是什麽形像?”
설산맹수는 머리카락과 수염을 뻗치며 눈을 크게 떠 흰 눈동자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자들은 어떤 형상이었나?"
陸文飛道: “打扮和形像都像活僵屍。”
육문비가 말했다."
"차림새와 형상이 모두 살아있는 강시 같았습니다."
雪山盲叟怒吼道: “是白骨教的‘祁連雙屍’。”
설산맹수는 노하여 소리쳤다.
"백골교의 기련쌍시로구나."
陸文飛道: “跑了和尚跑不了廟,你既然認識他們就好辦,咱們可以去白骨教要人。”
육문비가 말했다.
"중이 달아나봤자 절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그들이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아셨으니 우리는 백골교로 가서 사람을 내놓으라고 해야 합니다."
雪山盲叟歎了一聲道: “談何容易?”
설산맹수가 탄식하며 말했다.
"말처럼 쉽겠는가?"
目中突然滴下幾點老淚。
눈에서 돌연 맺혀있던 몇 방울의 눈물이 떨어졌다.
陸文飛年輕氣盛,極易沖動,眼看雪山盲叟父女,屢遭屈辱,頓時興起一股不平之氣,沖口道: “他竟向一個女子下手,豈是大丈夫行為,前輩若是用得著在下,在下願陪您同往白骨教要人。”
육문비는 나이가 젊고 혈기가 왕성하여 아주 쉽게 충동적이 되었다. 설산맹수 부녀가 여러번 굴욕을 당하자 갑자기 한 줄기 불만이 생겨나 불쑥 말했다.
"그가 일개 여자에게 손을 쓴 것이 어찌 대장부가 할 일이겠습니까? 만약 제가 쓰일 데가 있다면 저는 당신을 모시고 백골교 요인(要人)에게 가고자 합니다."
雪山盲叟沈吟半晌,長歎一聲道: “不用了,我瞎子雖是殘廢之人,可也不願借助旁人之力。”
설산맹수는 한참을 침음하더니 길게 탄식하고는 말했다.
"필요없네. 이 장님은 비록 불구자이지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기를 원치 않네."
陸文飛滿腔熱血,被澆了一頭冷水,頓時啞口無言,跟著雪山盲叟扶著竹杖,快步行下山去,心中興起無限感慨,暗村: “雪山盲叟斂跡江湖多年,他又是殘廢之人,該不會結下仇怨,‘祁連雙屍’劫去他女兒極可能是別有圖謀。”
육문비는 가슴에 피가 끓다가 냉수를 뒤집어쓴 꼴이 되어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뒤이어 설산맹수가 죽장을 짚으며 빠른 걸음으로 산 아래로 내려가버리자 마음 속에서 무한히 감개무량하여 혼자 중얼거렸다.
'설산맹수는 다년간 강호에서 종적을 감추었고 그는 또 불구자로서 원수를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기련쌍시가 그의 딸을 납치해간 것은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此時天空明月高挂,四野靜悄悄地,剛才殺機密布的古陵,現已空無一人,凝看那雄偉的建築,心中疑雲重重。想道: “如若這古陵之內,果然藏著稀世之寶,何必用那密圖,只須招來一批工人,把陵拆去,東西豈不是可以到手?”
그때 하늘에는 밝은 달이 높이 떠있고 사방은 조용하였다. 조금 전 살기가 짙게 퍼져있던 고릉에는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웅대한 건축물에 시선을 모으자 심중에 의문이 겹겹이 생겼다.
'만약 이 고릉 안에 과연 희세(稀世)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면 그 비도가 무슨 필요가 있으랴. 단지 인부들을 불러와서 능을 헐어버리면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지 않겠는가? '
他初出江湖,閱歷毫無,怎知此事內情,錯綜復雜,醞釀一項巨大陰謀,八方英豪懼已趕來了太行山,眼看就有一場腥風血雨。
그는 처음 강호에 나와 경험이 조금도 없었다. 이 일의 속사정이 마구 뒤얽혀 복잡하고, 사전에 계획된 하나의 거대한 음모에 따라 사면팔방의 영웅호걸들이 모두 다투어 태행산에 모여들어서 곧 참혹한 한바탕의 살육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正自始立出神之際,突然古陵之內,傳出一種奇異之聲,更深夜靜,萬籟無聲,雖然聲音極微,但聽來仍十分真切,不禁暗吃一驚,當下身形一閃,隱入一方石碑之後。 此時怪聲越來越大,聽來刺耳至極,只因他見聞不廣,竟無法辨別此是何物發出,但他已聽出絕非人類,有心過去看看,但又覺得犯不上冒這個險。
넋을 잃고 서있을 바로 그때 돌연 고릉 안에서 일종의 기이한 소리가 전해져왔다.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없는 깊은 밤이라 비록 그 소리가 극히 미약했지만 매우 또렷하게 들렸다. 저절로 깜짝 놀라서 즉시 신형을 피해 한 쪽에 있던 돌비석 뒤로 숨어들었다.
그때 괴성은 갈수록 커져서 몹시 귀에 거슬렸다. 그는 견문이 넓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물건에서 나는 소리인지 판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절대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님을 알고 더 살펴볼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또 이런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約莫有盞茶時刻,突然一陣衣袂飄風之聲入耳,兩個衣著極其怪異之人,每人背著竹簍,也不知內藏何物,飛也似地落在陵南,舉目四望,徑自往陵內行去。 這座古陵,前面有一座極為寬大的祭台。越過祭台便是墓碑。只因樹蔭遮掩,陵前有亭閣,黑暗之中無法看得真切,只覺一眨眼間,來人已不見蹤跡,心中不由駭然一驚,忖道: “莫非遇見鬼了?”
약 차 한 잔 마실 시각이 지나자 돌연 일진의 옷소매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귀에 들리더니 두 명의 옷이 극히 괴이한 사람이 안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모를 대바구니를 메고 나는 듯이 능 남쪽에 떨어져 내렸다.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더니 멋대로 능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이 고릉은 전면에는 아주 넓은 제대(祭台)가 있고 제대 넘어서는 묘비(墓碑)가 있었다. 나무 그림자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능 앞에 있는 정각(亭閣)은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뚜렷이 보이지 않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자들의 종적이 보이지 않자 마음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여 혼잣말을 했다.
'설마 귀신을 보았는가?'
就這剎那之時,陵內異聲大作,比先前尤為刺耳,但旋踵便歸于沈寂。目睹這種怪異之事,心中暗暗驚異,突然心念一轉,忖道: “雪山盲叟既握有古陵秘圖,料知古陵之秘,我何不會問問他。”
이 찰나지간에 능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크게 났는데 먼젓 번 것에 비해 더욱 더 귀에 거슬렸다. 다만 오래지 않아 다시 조용해졌다. 이런 괴이한 일을 목도하게 되자 마음 속으로 놀라며 문득 생각을 한번 굴렸다.
'설산맹수는 이미 고릉의 비도를 쥐고 있었으니 고릉의 비밀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한번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
心意既定,忽地長身躍起,疾往山下奔去,一經奔到旅店,暫不回自己臥房,卻往雪山盲叟的樓閣奔去,只聽閣內傳出雪山盲叟的聲音道: “來的是哪位朋友?”
마음 속으로 결정하고는 홀연히 몸을 펴서 뛰어오르더니 일어나 산 아래로 달려갔다. 객점에 도착하여 잠시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설산맹수의 누각으로 달려갔다. 누각 안에서 설산맹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신 분은 어느 친구분이시오?"
陸文飛道: “是我。”
육문비가 말했다.
"접니다."
騰身躍入閣內,只見雪山盲叟仍和往常一樣。開言道: “前輩如此鎮定,想是令媛已經沒事了。”
누각 안으로 뛰쳐들어가니 설산맹수는 여전히 평소와 마찬가지였다. 입을 열어 말했다.
"선배께서 이같이 침착하시니 따님은 이미 무사하다고 생각되는군요."
雪山盲叟冷冷道: “他們旨在要挾老夫,想來不會為難小女。
설산맹수는 냉랭하게 말했다.
"그들은 노부를 협박하려는데 목적이 있어 그 애를 난처하게 하지는 않을 걸세."
陸文飛道: “話雖不錯,如若他們所求不遂,仍將遷怒于令媛。”
육문비가 말했다.
"말씀은 비록 틀리지 않지만 만약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따님께 화풀이하지 않겠습니까?"
雪山盲叟輕喟一聲道: “白骨教人多勢眾,從不講江湖道義,老朽就是急煞也沒有用,不過我斷定不出明天,他們定會派人前來談判。”
설산맹수가 가볍게 휴, 하더니 말했다.
"백골교는 사람이 많고 세력이 크며 강호의 도의를 중시한 적이 여태 없었으니 늙은이가 급하게 설쳐도 소용없네. 그러나 내일이 되기 전에 그들이 사람을 보내와서 담판을 지을 것이라 단정하네."
陸文飛道: “他們旨在取得秘圖,現秘圖已被人奪去,你拿什麽交換令媛?”
육문비가 말했다.
"그들의 목적이 비도를 얻는데 있다면 현재 비도는 이미 뺏겼는데 당신은 무엇으로 따님과 교환하시렵니까?"
雪山盲叟淒然一歎道: “奪圖的乃是黑龍幫,白骨教果真意在秘圖,老夫就借重他們之力,同去奪回原圖。”
설산맹수는 처연하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지도를 뺏아간 것은 흑룡방이다. 백골교가 정말 비도에 뜻이 있다면 노부는 그들의 힘을 빌려 함께 가서 지도를 되찾겠다."
陸文飛緩緩行近他身前道: “你那張圖果是古陵秘圖嗎?”
육문비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당신의 그 비도가 정말 고릉의 비도입니까?"
雪山盲叟哼道: “當然不假。”
설산맹수가 흥, 하더니 말했다.
"당연히 가짜가 아니지."
陸文飛冷笑一聲道: “這叫作自欺欺人,也許你可騙那利欲熏心之人,豈能瞞我。”
육문비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이것은 스스로를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재물을 탐내는 사람들을 미혹시키고 속일 수는 있어도 어찌 나를 속일 수 있겠습니까?"
雪山盲叟色變道: “你這話什麽意思?”
설산맹수는 안색이 변하여 말했다.
"너의 이 말은 무슨 뜻이냐?"
陸文飛笑道: “你住此多年,既有秘圖,為何不入陵取寶?再說這古陵藏寶之事,為什麽早不傳晚不傳,卻在這個時候傳入江湖?更怪的是,各路英雄不早不晚,但都這時來到太行山,你覺得天下果有如此碰巧之事嗎?”
육문비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이곳에서 여러 해를 살았으며 이미 비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왜 능에 들어가 보물을 취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말하면 이 고릉에 보물이 감춰진 일이 무엇 때문에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이제서야 강호에 전해진 것일까요? 더 괴이한 것은 각지의 영웅들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모두 이때 태행산에 도착했습니다. 당신은 하늘 아래 이렇게 우연한 일이 있다고 느끼십니까?"
雪山盲叟霍然立起道: “你這話大是有理,老朽此刻思想起來,亦覺破綻極多。”
설산맹수가 벌떡 일서서며 말했다.
"자네 말은 크게 일리가 있군. 늙은이는 지금 생각이 났는데 역시 허점이 아주 많다고 느꼈네."
陸文飛又問道: “前輩之秘圖從何得來?”
육분비가 또 물었다.
"선배님의 비도는 어떻게 얻은 것입니까?"
雪山盲叟略一沈忖道: “此事暫時無法奉告。”
설산맹수는 약간 생각에 빠지더니 말했다.
"그 일은 잠시 알려줄 수 없네."
陸文飛知他仍不放心自己,遂道: “前輩可曾去過古陵之內察看?”
육문비는 그가 여전히 자기에 대해 께름직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말했다.
"선배님은 고릉 안을 살펴보신 적이 있습니까?"
雪山盲叟搖頭道: “老朽乃是殘疾之人,進去又有什麽用呢?”
설산맹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늙은이는 원래 불구자인데 들어가면 또 무슨 소용이 있겠나?"
陸文飛道: “如此說來前輩你是未曾去過那古陵內了?”
육문비가 말했다.
"그 말씀으로 볼때 선배님 당신은 그 고릉 안에 가보신 적이 없군요?"
雪山盲叟點點頭。
陸文飛突然想起雪山盲叟,曾著人暗察亡父之事,不由得冷笑道: “你不用騙我了,你暗中派人察訪我家父卻是為何?”
설산맹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육문비는 돌연 설산맹수가 일찌기 망부(亡父)의 일을 암중으로 조사하던 일을 떠올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은 나를 속이지 마십시오. 당신이 암중으로 사람을 보내 저의 가부를 찾은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雪山盲叟仰面冷笑道: “那要問問你爹為何隱居深山窮谷之內?”
설산맹수가 얼굴을 쳐들고 냉소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너의 부친은 무엇 때문에 심산의 궁벽한 골짜기 안에 은거하고 있었는지 한번 물어보자꾸나."
陸文飛道: “武林之中誰都免不了有仇家,先父為了避仇,所以住在這深山之內。”
육문비가 말했다.
"무림에는 누구도 원수가 없을 수는 없지요. 선부께서 이 깊은 산 속에 사신 것은 원수를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雪山盲叟沈吟了一會,歎口氣道: “你可以去了,老夫不願與你多談。”
설산맹수는 한번 침음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는 가거라. 노부는 너와 더 말하고 싶지 않다."
陸文飛道: “前輩心中定然有若幹難以告人之事,只因你我素不相識,是友是敵極是難說,我不擾你了,告辭。”
육문비가 말했다.
"선배님의 마음 속에 반드시 남에게 알리기 어려운 일이 약간 있을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본디 서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적인지 친구인지 말하기 매우 어렵지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回到臥房,天已將晚,只覺此事錯綜復雜,似是而非。傳說中之古陵藏寶,和自己懷中之秘圖又似無關,同時從種種跡象觀察,雪山盲叟頗像另一位持有秘圖之人。但茲事體大,不肯輕易吐露。
와방으로 돌아오니 날이 이미 어두워졌다. 이 일은 마구 뒤엉켜 복잡하고 겉으로는 맞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니라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전설 속의 고릉에 감춰진 보물은 자기 품 속의 비도와 무관한 듯 했다. 동시에 각종 흔적들을 관찰한 바로는 설산맹수는 비도를 가진 다른 한 명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이 매우 중대하여 쉽사리 털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他奔波了一天,已然十分勞頓,往床上一倒,便即呼呼睡去,直到次日晌午時分,方才醒轉,睜開雙目,看了看日影,不覺大吃一驚,深悔自己如此貪睡,匆匆漱洗完畢,走到前面酒占,四座一看,雖然仍有不少食客,比前幾天,可是差遠了,獨自要了酒菜,胡亂把肚皮填飽。突然想起前日所遇之王孫,此人江湖閱歷極豐,何妨去找他談談。
그는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녀 몹시 피곤했다. 침상으로 가서 쓰러지자 즉시 잠들어 버렸다. 그대로 다음 날 정오가 되어서 그때서야 잠에서 깨어 두 눈을 떴다. 해그림자를 살펴보고는 저절로 깜짝 놀라 자기가 이처럼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을 깊이 후회했다. 총총히 세수를 마치고 앞쪽의 주점으로 달려갔다. 주위의 자리를 둘러보니 비록 여전히 적지 않은 식객이 있었지만 며칠 전과 비교하여 차이가 컸다. 혼자 술과 안주를 주문하여 대충대충 배를 채웠다. 돌연 전날에 왕손을 만났던 것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강호 경험이 매우 풍부하니 그를 찾아가서 이야기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會過帳後,隨即回到後上房,舉手門上敲了兩下,只聽裏面傳出一個蒼勁的嗓音問道: “外面是什麽人?”
음식값을 치르고 난 후 복도를 따라 상방에 이르자 손을 들어 문을 두 번 두드렸다. 안 쪽에서 하나의 늙수그레하지만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누구요?"
陸文飛道: “在下姓陸,求見這裏住的一位王公子。”
육문비가 말했다.
"저는 육가입니다. 안에 계신 왕공자를 만나보고자 합니다."
院門呀地一聲打開,走出一位皓發銀髯的青衣老者,對他上下打量了一番道: “家主人請公子裏面坐。”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한 명의 백발에 은색 수염의 청의노인이 나와서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가주(家主)께서 공자를 안으로 청하십니다."
陸文飛點點頭,大步行入,只見王孫笑容可掬站立花廳門首,微微笑道: “陸兄夜來辛苦了。”
육문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 걸음으로 걸어들어갔다. 왕손이 웃는 낯으로 화청(花廳)의 문에 기대어 서있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육형께서는 밤새 고생하셨습니다."
陸文飛怔了一怔地道: “王見何以得知?”
육문비가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왕형은 어떻게 아십니까?"
王孫笑道: “太行山已是滿城風雨,兄台兀目隆中高臥,不嫌太過托大了些嗎?”
왕손이 웃으며 말했다.
"형께서 숨은 고수라고 태행산에 이미 소문이 자자합니다. 너무 두드러지면 시기를 받지 않겠습니까?"
陸文飛只覺臉上一熱,勉強笑道: “似兄弟這等末學後進,難道也會有人找上我不成?”
육문비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형제와 같은 이런 말학후진(末學後進)도 설마 찾아오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王孫不以為然道: “麽孫雲娘之事,兄台乃是親眼目睹,說起來她又不過是一個江湖弱女子罷了。”
왕손이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손녀 운랑의 일은 형께서도 친히 목격하셨는데 말하자면 그녀도 또한 일개 강호의 약한 여자에 불과하지요."
陸文飛暗中一粟道: “兄台消息果是靈快之極!”
육문비가 암중으로 전율하며 말했다.
"형은 소식이 정말 빠르시군요!"
王孫微微笑道: “兄弟所知,不過是道聽途說,見台親身經歷之事,自然比我更為清楚。”
왕손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제가 아는 것은 길에서 주워들은 것에 불과합니다. 형께서 친히 겪은 일이 당연히 나에 비해 더 분명하겠지요."
陸文飛苦笑搖頭道: “兄弟頭腦笨極,我是越來越糊塗,正要請教兄台呢。”
육문비는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형제는 두뇌가 극히 우둔한데다 갈수록 멍청해지고있어 형의 가르침을 청해야겠소."
王孫把他讓至玉花廳坐下道: “雪山盲叟玩火焚身,咎由自取,兄弟要辦的事情極多,兄台不必因他之事為自己招來麻煩。”
왕손은 그를 화청에 데리고 가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설산맹수가 불장난 하다 자신을 태워버린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형제는 처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형께서는 그의 일 때문에 스스로에게 번거로움을 초래할 필요 없습니다."
陸文飛劍眉一揚道: “我輩行道江湖,路見不平,焉得袖手不管?”
육문비가 검미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우리가 강호를 행도하면서 억울한 일을 보고 어찌 수수방관하겠소?"
王孫格格笑道: “兄台生具俠腸義膽,兄弟十分佩服,只是這件事我勸你少管為妙。”
왕손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형은 의협심을 타고 났군요. 형제는 십분 감복했습니다. 나는 단지 이 일은 당신이 적게 관여하는 것이 좋다고 권해드릴 뿐이오.."
陸文飛詫異道: “為什麽不能管?”
육문비가 이상히 여겨 말했다.
"왜 관여해서는 안됩니까?"
王孫冷冷一笑道: “表面看起來,雪山盲叟果是可憐,實際他並非好纏的主兒。再說雲娘雖被‘祁連雙屍’擄去,決不致有失。以兄台此刻處境,無故開罪白骨教,實是不智之極。”
왕손이 냉랭하게 웃더니 말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설산맹수는 정말 가련하지만 사실 그는 결코 엮이기 좋은 사람이 아니오. 다시 말해 운랑이 비록 기련쌍시에게 납치되었지만 결코 찾지 못하게 되지는 않았지요. 형의 지금 처지로써는 이유없이 백골교의 미움을 사는 것은 실로 총명하지 못함의 극치라오."
陸文飛沈忖有頃,復又道: “兄台此話雖不錯,可是兄弟總覺得雪山盲叟父女二人,定然另有所圖。”
육문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또 다시 말했다.
"형은 그 말씀은 비록 틀리지 않지만 그러나 형제는 설산맹수 부녀 두 사람은 틀림없이 따로 도모하는 바가 있다고 느꼈소."
王孫神秘笑道: “兄台能從這方面去猜,足見高明,但以兄台眼下的處境來說,終以小心謹慎為妙。太行山這場巨大風浪,已有燎原之勢,兄台袖手旁觀則可,一旦卷入漩渦,難免危及自身。”
왕손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께서 그런 쪽으로 추측하실 수 있다니 족히 고명하다고 보지만 형의 목하 처지로 말하자면 끝까지 조심하고 신중한 것이 좋을 것이오. 태행산의 이 한바탕 거대한 풍랑은 이미 불이 들판을 태우는 형세입니다. 형께서는 수수방관 해도 되지만 일단 소용돌이에 말려들면 위험이 자신에게 미치는 것을 면하기 어렵소."
陸文飛只覺他語含妾機,心中大為詫異,當下朗聲一笑道: “兄弟並無奪古陵之意圖,想來不會有什麽麻煩。”
육문비는 그의 말이 현기를 내포하고 있어 마음 속으로 크게 의아하여 즉시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제에게는 결코 고릉의 보물을 쟁탈할 의도가 없으니 무슨 번거로움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王孫點頭道: “江湖之上,風險極多。見台以赤子之心,介入這場紛爭之內,煩惱之事,在所難免。有許多事兄弟不便明言,到時你定能體會得出。”
왕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호상에는 위험이 극히 많습니다. 형이 순수한 마음으로 이 분쟁 속으로 개입하면 번뇌를 면하기 어려습니다. 많은 일을 형제가 분명히 말하기는 불편하니 때가 되면 당신은 체득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陸文飛斂容謝道: “那倒不必,兄弟不過隨口說說而已。”
육문비는 정색하더니 사죄하며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형제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번 해본 말일 뿐입니다."
王孫道: “今晚太行北麓、軒轅廟將有一場龍爭虎鬥,此刻天色尚早,咱們何妨小飲幾杯助興。”
왕손이 말했다.
"오늘밤 태행 북쪽 산기슭 헌원묘에서 한바탕 용쟁호투가 벌어질 것입니다. 지금 시간이 아직 이르니 우리는 한 잔 하면서 흥을 띄워도 무방합니다."
陸文飛起身道: “兄弟不擅飲酒,兄台還是自便吧。”
육문비가 일어서며 말했다.
"형제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니 형께서는 편하신대로 하십시오."
王孫起身按住他的肩膊道: “不用客氣,小飲幾杯又何妨。”
왕손이 일어나 그의 어깨를 붙잡아 놓고는 말했다.
"조금만 마셔도 되니 사양할 필요없습니다."
陸文飛卻情不過,只得坐下,門外隨即進來兩個青衣美婢,在桌上排了杯筷,端來菜肴。
육문비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문 밖에서 두 명의 아리따운 청의여비가 들어오더니 탁자 위에 잔과 젓가락을 놓고 요리를 차려놓았다.
王孫舉杯微微地笑道: “請問陸兄今年貴庚多少?”
왕손이 잔을 들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육형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오?"
陸文飛道: “過了十月便是十九歲了。”
육문비가 말했다.
"시월이 지나면 십구세입니다."
王孫笑道: “兄弟三月生日,長你半歲。”
왕손이 웃으며 말했다.
"형제는 삼월이 생일이오. 당신보다 반년이 빠르구려."
陸文飛輕喟一聲道: “兄台雖只是長半歲,才智閱歷卻強了我十倍。”
육문비가 가볍게 휴, 하더니 말했다.
"형께서는 비록 반 년이 빠를 뿐이지만 재지와 경험은 저보다 열배는 낫습니다."
王孫就著酒杯呷了一口道: “陸兄不必自謙,小弟只不過在江湖多闖了些時,怎及得你天生渾金璞玉。”
왕손이 술잔을 기울여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육형은 겸손할 필요없소. 소제는 강호를 조금 더 많은 시간 다닌 것에 불과하오. 어찌 당신의 타고난 자질에 견줄 수 있겠소."
陸文飛擎著酒杯,只覺一股異香沁入鼻也,心神為之一暢,低頭一著,酒色碧綠如玉,襯著玉盞,尤覺澄澈可愛,不覺一飲而盡。
육문비가 술잔을 들어올리자 한 줄기 기이한 향기가 코로 스며들어 심신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숙여보니 술은 옥처럼 벽록색이었는데 옥잔을 돋보이게 하여 더욱더 맑고 깨끗하게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단숨에 마셔버렸다.
王孫又為他斟上了一杯道: “陸兄昆仲幾人?”
왕손은 또 그에게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육형은 형제가 몇이나 있으시오?"
陸文飛歎了一口氣道: “上無兄長,下無弟妹,就只我一脈單傳。”
육문비는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더니 말했다.
"위로 나이 많은 형도 없고 아래로 아우나 여동생도 없이 오직 저 혼자 가문을 잇고 있지요."
王孫澄澈的大眼眨了眨,突然開言道: “陸見如若不以小弟直言為忤,我倒有一件事想與你商量。”
왕손이 맑고 투명한 큰 눈을 깜빡이더니 돌연 입을 열었다.
"육형이 만약 소제가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꺼려하시지 않는다면 나는 한가지 당신과 상의할 일이 있습니다."
陸文飛因他一語觸動,頓覺身世孤零,由孤零一身,聯想到近日慘死的父母,不覺心裏一酸,止不住滴下兩點熱淚。
육문비는 그의 한 마디에 문득 신세가 외롭다고 느꼈고 외로운 신세는 며칠 전 비참하게 죽은 부모를 떠올리게 되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쓰라려 뜨거운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王孫正自滿懷熱望,等待他回答,突見他流下淚來,不由大為惶恐,急道: “你怎麽哭了?”
왕손은 열망에 가득 차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가 돌연 그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자 크게 당황하여 급히 말했다.
"당신은 왜 우시오?"
陸文飛如夢初醒,忙舉袖把淚拭去,暗忖: “大丈夫有淚不輕彈,我今天怎的如此失態?”
육문비는 꿈에서 깬 듯 황망히 소매를 들어 눈물을 닦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대장부는 가벼이 눈물을 흘려서야 되겠는가? 나는 오늘 어찌 이처럼 실태를 한단 말이냐?'
當下勉強一笑道: “兄弟因偶然想起過世的父母,以致觸動悲懷,兄台萬勿見笑。”
즉시 애써 웃음지으며 말했다.
"형제는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생각이 났기 때문에 비통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었소. 형께서는 비웃지 마십시오."
王孫正色道: “陸兄至情至性,一片純孝之心,兄弟感佩萬分,豈敢見實。”
왕손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육형의 지극한 정성과 효심에 형제는 만분 감복하는데 어찌 감히 비웃겠소?"
緊接著又道: “倘蒙陸見不棄,咱們以後兄弟相稱如何?”
곧이어 또 말했다.
"육형이 싫지 않으시다면 우리는 이후에 형, 아후로 서로 호칭하는 것이 어떻겠소?"
陸文飛略一沈吟,驀地出座,深打一躬道: “大哥在上受小弟一拜。”
육문비가 잠깐 침음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깊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형님은 소제의 일배를 받으십시오."
王孫格格笑道: “賢弟少禮,你我道義之交,何用那些俗禮,快請坐下。”
왕손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현제는 예를 거두시오. 당신과 나는 도의로 사귀는데 속례를 차릴 필요가 어디 있겠소? 어서 앉으시오."
他似十分快慰,招手把兩個青衣美婢叫到面前,指著身材稍高的一個道: “他叫梅香。”
그는 몹시 기쁘고 위안이 되는 듯 두 명의 아리따운 여비를 손짓해 면전으로 불렀다. 체격이 조금 더 큰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는 매향(梅香)이오."
又把著梳有兩條辮子的女婢笑道: “她叫小蓮,以後有什麽事,可吩咐她們做。”
또 두 갈래로 머리를 빗어 땋은 여비를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소련(小蓮)이오. 이후에 무슨 일이 있으면 그녀들에게 분부해도 되네."
見兩個女婢笑嘻嘻,直拿眼望著陸文飛,遂笑喝道: “發什麽呆,還不快拜見二爺。”
두 명의 여비가 히히, 하며 웃고 있는 것을 보더니 육문비를 바라보며 곧 웃으며 소리쳤다.
"속히 둘째 나으리를 배견하지 않고 무얼 멍하니 있느냐?"
梅香與小蓮抿嘴一笑,雙雙對陸文飛福了福道: “參見二爺。”
매향과 소련은 입을 삐죽 내밀더니 쌍쌍히 육문비에게 손을 모으고 절을 하며 말했다.
"둘째 나으리를 뵈옵니다."
陸文飛起身笑道: “免啦,我可當受不起。”
육문비는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
"그만 두시오. 나는 감당할 수 없소."
梅香與小蓮退下後,陸文飛的心情似乎開朗了許多,二人漸漸談到各派武功,王孫雅興勃發含笑問道: “賢弟對當今武林各派武功,以何派為出色?”
매향과 소련이 물러가고 나자 육문비는 심정이 아주 많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점점 대화가 각파의 무공에 이르렀다. 왕손은 흥미가 발동하여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현제는 당근 무림 각파의 무공에 대해 어떤 파가 뛰어나다고 보시는가?"
陸文飛想了想道: “小弟孤陋寡聞,雖曾聆聽家師略略論到,俱都是耳聞,不曾目見,是以不敢妄自論列。”
육문비가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소제는 무지하고 들은 것이 적습니다. 비록 일찌기 가사께서 대략 논평하시는 것을 경청하였지만 모두 들은 것이지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함부로 논할 수 없습니다."
王孫點頭: “這也難怪,不過以劍術一道而論是令師稱得上個中翹楚。”
왕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탓할 수는 없지. 그러나 검술 방면으로 논하자면 영사께서 가장 걸출하다고 불릴 자격이 있소."
陸文飛大吃一驚道: “小弟並未說出家師名諱,大哥從何得知?”
육문비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소제는 결코 가사의 명휘를 입 밖에 낸 적이 없는데 대형께서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王孫笑道: “你和人動手多次,哪能瞞得過我的耳目?”
왕손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다른 사람들과 여러번 손을 썼으니 어찌 나의 이목을 숨길 수 있겠는가?"
陸文飛此刻已然隱隱覺出,這位新結識的大哥,不僅見聞廣博,武學也深邃如海,難于猜測。
육문비는 이때 이미 이 새로 교분을 맺은 큰 형이 견문이 넓고 클 뿐만 아니라 무학에도 바다와 같이 깊어 추측키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王孫復又道: “劍乃百兵之祖,能以氣禦劍,傷人于無形,始臻上乘。故擅于劍道之人,必先練氣……”
왕손이 또 다시 말했다.
"검은 원래 백가지 병기의 왕이라네. 이기어검(以氣御劍)하여 무형 중에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다면 비로소 상승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 자고로 검도에 능한 사람은 반드시 먼저 기공을 연마하여..."
陸文飛忍不住插言道: “這點家師也曾談過,只是練氣行功,必須循序漸進,積數十年之苦修效果,始可望成,就小弟這點功行,連家師十之一二都沒有得到。”
육문비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며 말했다.
"그 점은 가사께서도 일찌기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다만 연기행공(練氣行功)은 반드시 순서에 따라 차츰차츰 나아가야 하고, 수십 년의 고된 수련의 효과가 쌓여야 비로소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소제의 이까짓 수행의 정도는 가사의 열의 한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王孫點頭: “不惜,無論禪門或是道者,其行功之道,首在調呼吸,練百骸,氣轉回天,神遊體外。功成之日,收則存于方寸之間,放則于六合之內。若有形,若無形。有形者,會于人身,猶風雨行于宇宙。無形者,施于體外,若電雷發于太空……”
왕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선문(禪門)이든 혹은 도를 닦는 사람이든 막론하고 그 행공의 방법은 첫째로 호흡을 고르게 하여 사지백해를 단련하고, 기를 돌리며 신(神)을 몸과 따로 하는 것이네. 성공하는 날에는 일촌의 공간에 담을 수도있고 온 천하에 내보낼 수도 있으며 형체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형체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 형체가 있는 것은 마치 비바람이 내리는 것 처럼 사람 몸으로 모이며 형체가 없는 것은 허공에 번개와 벼락이 치듯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네..."
輕籲一口氣接道: “只是人生數十寒暑,縱能得其訣要,已是垂垂老矣,至時不僅雄心盡失,且將大好青春,消磨于鬥室之內,于人生又有何裨益。”
가볍게 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다만 인생은 수십 년 밖에 되지 않으니 설령 그 요결을 얻은들 이미 점점 늙어가서 웅심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좋은 시절을 작은 방에서 소모하게 될 테니 인생에 무슨 이득이 있을까."
陸文飛耳聽大哥滔滔不絕,縱談練氣功之道,不禁悠然神往,及至後來這番議論,又沒聞所未聞,禁不住又插言道: “大哥之言固是有理,但若不循序漸進,如何能望其成?莫非另有捷徑不成?”
육문비는 기공을 연마하는 방법에 대한 대가(大哥)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담론을 들으며 넋을 잃은 듯 마음이 끌리다가 마지막 의견에 이르자 금시초문이라 참지 못하고 끼어들어 말했다.
"대형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만약 순서에 따라 점진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성취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설마 지름길이 따로 있습니까?"
王孫哈哈一笑道: “扯得太遠了,此刻不談也罷。”
왕손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말을 너무 했군. 이제 그만 해야지."
陸文飛著看天色將暮,立起身來道: “小弟酒已不勝,咱們散了吧。”
육문비는 날이 저무는 것을 보더니 곧바로 일어서며 말했다.
"소제는 술을 이기지 못하겠소. 우리는 헤어져야겠습니다."
王孫立起身來道: “時間尚早,愚兄有點小小禮物相贈,你且隨我來。”
왕손도 일어서더니 말했다.
"시간이 아직 이르고 우형(愚兄)이 작은 선물을 줄 것이 있으니 나를 따라가세."
輕輕一拉陸文飛的衣袖,轉入內室。
육문비의 소매를 살짝 잡고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陸文飛隨他進入一臥房,不禁眼睛一亮,只見室內所有擺設,均是極其豪奢之物,有若女子閨房,同時隱隱有一勝似蘭非蘭,似麝非麝的幽香,直沁入鼻孔。
육문비가 그를 따라 와방으로 들어가자 눈앞이 환해지는 것을 금치 못했다. 방 안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은 여자의 규방에 있을 법한 모두가 극히 호사스러운 물건들이었다. 동시에 난향 같기도 하고 사향 냄새 같기도 한 은은한 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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