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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四回 蜂繞蛇纏 (봉요사전) 본문

와룡생(臥龍生) 무협/옥수점장록(玉手點將錄)

第四回 蜂繞蛇纏 (봉요사전)

알타쵸 2016. 10. 25. 15:28

第四回 蜂繞蛇纏 (벌과 뱀이 휘감다)








鄭仲虎朗笑道: “你我可以訂了後會之期,不必在今晚也是一樣。” 

정중호가 낭랑한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자네와 나는 훗날을 기약하세. 오늘밤 이럴 필요는 없네." 

陸文飛拱手道: “在下遵命,明年此日,仍在古陵恭大駕。” 

육문비가 공수하며 말했다. 

"저는 명을 따르겠습니다. 내년 오늘, 이 고릉에서 삼가 왕림을 기다리겠습니다." 

那仲虎大笑道: “壯哉,強將手下無弱兵,此之謂也。” 

정중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장하네. 강한 장수 밑에 약한 병사가 없다더니 이를 두고 한 말이로세." 

此人溫文儒雅,談吐不俗,絕不是草莽英雄,較之張謝等人,似乎又高出一籌,陸文飛對他無形中生出好感,雙手一拱,退了下來。 

그는 말이 부드럽고 품위가 있고 말투와 태도가 속되지 않아 절대 녹림영웅이 아니었다. 장, 사 등과 비교해서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육문비는 그에 대해 무형중에 호감이 생겨나 두 손으로 공수하고는 물러났다. 

這當兒,西南角上,忽起一聲淒厲的怪嘯,三條白影,有若飛矢穿空,疾射而來。 

이때 서남쪽에서 한 소리 처량하면서도 날카로운 괴소(怪嘯)가 들리더니 세 가닥의 백영(白影)이 공중을 나는 화살처럼 빠르게 쏘아져왔다. 

鄭仲虎臉上笑容倏斂,目若寒星四下一掃,冷冷哼一聲,隨著這聲冷哼,暗影中突然閃出四個紅袍老者,分別立于他的左右。 

정중호는 곧 얼굴에 웃음을 거두고 차가운 별빛 같은 시선으로 주위를 쓸어보고는 냉랭하게 흥, 코웃음을 쳤다. 그 냉소 소리에 이어 어둠 속에서 돌연 네 명의 홍포(紅袍)노인이 나타나더니 그의 좌우에 나누어 섰다. 

就這片刻之間,來人已到面前,走到前面的是祁連雙屍,後行之人,卻是威迫雪山盲叟的白袍老者。此人生像奇特,身材及高又細,瘦骨峋嶙,披著又寬又長的白袍,活脫一付僵屍,令人不禁泛起一股陰森森地寒意。 

잠깐 사이에 날아온 사람은 이미 면전에 도착했는데 바로 기련쌍시(祁連雙屍)였다. 뒤따라 온 사람은 설산맹수를 협박하던 백포노인이었다. 이 사람의 생김새는 이상하였다. 키가 크고 야윈 체격에 수척하여 뼈만 앙상한데다 넓고 길다란 백포를 걸치니 살아 도망나온 강시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한 줄기 음산한 한기를 띠게 하였다.

三人行至陵前,側耳傾聽了一會,白袍老者突然陰森森地道: “黑龍翔可曾來到此地,著他出來見我。” 

세 사람은 능 앞에 이르자 귀를 기울여 한번 듣더니 백포노인이 돌연 음산하게 말했다. 

"흑룡상이 이곳에 왔거든 나와서 나를 만나라고 하라." 

此人口氣托大,張口便直呼黑龍幫主之名,一派狂妄神態,令人望而生厭。 

鄭仲虎冷冷答道: “敝幫主現在沒空,姚教主有何賜教對兄弟說也是一樣。” 

이 사람의 말투는 거만했는데 입을 열자 곧바로 흑룡방주의 이름을 불렀다. 온통 거만한 표정과 태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혐오스런 마음이 생기게 했다. 

정중호가 냉냉하게 대답했다. 

"폐 방주께서는 지금 안계시오. 요(姚)교주께서 무슨 가르침이 있다면 형제에게 말씀하셔도 마찬가지요." 

白袍老者乃是白骨教主姚寒笙,此人生具異稟,練就一身邪功,心狠手辣,從不講江湖氣節,身形一飄,身不搖,腿不彎急地趨前一丈五六尺,喝道: “你在黑龍幫何職?” 

백포노인은 원래 백골교주 요한생(姚寒笙)이었다. 이 사람은 비범한 자질을 타고 났으나 일신에 사공(邪功)을 연마하여 마음이 사납고 수단이 악랄하여 여태껏 강호의 정의를 중시한 적이 없었다. 신형을 공중에 띄우자 몸이 흔들리지도 않고 다리를 굽히지도 않고 재빠르게 앞으로 일장 오륙 척을 나아가서 소리쳤다. 

"그대는 흑룡방에서 무슨 직위인가?"

鄭仲虎暗中凝功,神色不變,徐徐道: “兄弟鄭仲虎,現為本幫副幫主。” 

정중호가 암중으로 공력을 끌어모으면서도 표정은 변하지 않은 채 서서히 말했다. 

"형제는 정중호로 현재 본방의 부방주를 맡고 있소." 

姚寒笙怪吼道: “拿下他也是一樣。” 

요한생이 괴이하게 으르릉거렸다. 

"그를 잡아도 마찬가지다." 

祁連雙屍隨聲躍起,恍似兩道閃光,一左一右向前疾攻而上,四只手鳥爪般齊張,當頭向鄭仲虎的頭上罩了下來。 鄭仲虎霍地一撤身,呼地劈出一掌,一股剛猛無情的暗勁,直向祁連雙屍撞去,祁連雙屍面對那股雄猛的掌風,沒有硬接,身形忽地飄起,懸空頭下腳上。 驀地淩空疾撲而下,此種空中搏擊之術,輕功不到相當火候,絕無法施展,而祁連雙屍用來卻是純熟以極。 

기련쌍시는 그 말에 몸을 솟구치더니 하나는 왼쪽 , 하나는 오른쪽에서 두 가닥의 섬광같이 앞을 향해 빠르게 공격해갔다. 네 개의 손을 새의 발톱처럼 일제히 펼쳐 정중호의 머리를 뒤덮어 내려왔다. 정중호는 갑자기 몸을 물리더니 휙, 하니 일장을 쪼개어냈다. 한 줄기 강맹하고 인정사정없는 암경(暗勁)이 그대로 기련쌍시에 부딪혀 갔다. 기련쌍시가 그 강맹한 장풍에 직면하자 맞받지 못하고 신형을 홀연히 띄워올리자  머리를 아래로 발을 위로 하여 공중에 매달리듯 했다. 갑자기 공중에서 빠르게 덮쳐내려오는 이런 공중박격술(空中搏擊術)은 경공이 화후(火候)에 이르지 않으면 절대 시전할 수 없는 것인데 기련쌍시가 펼쳐내는 것은 매우 숙련되어 있었다. 

鄭仲虎身為黑龍幫的副幫主,武功確有獨到之處,驀地大喝一聲,身形倏起,左手一招“撥雲見日”,檔開了右面的攻擊,右掌一翻,叉開五指,猛向右面攻來的手爪抓去,一招兩式,快逾閃電。 

정중호는 흑룡방의 부방주 신분으로서 무공이 확실히 남달리 뛰어난 면이 있었다. 갑자기 대갈일성하더니 신형을 별안간 일으켜서 좌수는 발운견일(撥雲見日) 일초로 왼편의 공격을 막고 우장을 뒤집어 다섯손가락을 벌리더니 오른편에서 공격해오는 손톱을 맹렬하게 움켜잡아갔다. 일초 이식은 빠르기가 섬전보다 빨랐다. 

祁連雙屍身形忽地兩下一分,雙方擦身而過,同時腳落實地,鄭仲虎竟搶制失機,腳尖才一著地,身形螺旋似地扭轉,沈喝一聲道: “也接鄭某一掌試試。” 

기련쌍시의 신형이 문득 둘로 나뉘었다. 쌍방은 엇갈려 스치고 지나가 동시에 발이 땅에 떨어졌다. 정중호는 선기를 잡기 위해 발끝이 땅에 닫자마자 신형을 나선과 같이 돌리더니 침갈했다. 

"정모의 일장을 받아보시오." 

呼地一掌攻出,他功力深純,掌力送出,恍如平地掀起一陣狂飆。 祁連雙屍怪嘯一聲,兩掌齊舉,推出一股隱挾腥臭的寒風,硬接了鄭仲虎一掌。 雙方心頭一震,各自退後一步,祁連雙屍以兩攻一,顯然並未占得便宜。 

휙, 하니 일장을 공격해 내었다. 그의 공력은 심후하고 정순하여 장력이 발출되자 마치 평지에 일진의 폭풍이 몰아치는 듯 하였다. 기련쌍시는 괴상한 휘파람을 내며 양장을 일제히 들어 비리고 퀴퀴한 냄새가 은근히 나는 한 줄기 한풍을 밀어내어 정중호의 일장을 맞받았다. 쌍방은 가슴이 흠칫하며 각자 뒤로 일 보씩 물러났다. 기련쌍시 두 사람이 한 명을 공격하였으나 확연히 우세를 점할 수 없었다. 

鄭仲虎試出對方功力差遜自己一等,心頭一定,立時雙掌齊出,展開一輪快攻。剎那之間,陵前掌風呼嘯,人影飄飛,不時夾雜著雙屍的鬼嚎怪叫。 

정중호는 상대방의 공력을 시험해보고 자기보다 조금 뒤떨어지자 마음 속으로 조금 안정이 되어 즉시 쌍장을 일제히 밀어내 한 바퀴 쾌공(快攻)을 전개하였다.  찰나지간에 능 앞에는 휙휙, 하는 장풍소리와 나풀거리는 인영에 때때로 쌍시가 내지르는 귀신 울부짖음 같은 괴성과 뒤섞였다. 

張南與謝一飛冷眼旁觀,只覺鄭仲虎不僅掌招神奇,功力尤其深厚莫測,心頭同感一怵,彼此看了一眼,暗暗叫慚愧不已。 陸文飛暗察鄭仲虎的掌勢,只覺他拿力雄渾,招招有如巨斧開山,十分威猛,逼得祁連雙屍團團亂轉,心中頗感痛快。 

장남과 사일비가 차가운 시선으로 지켜보면서 정중호의 장초(掌招)가 신기할 뿐 만 아니라 공력은 더욱더 심후막측하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 속으로 똑같이 두려움을 느껴 서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암암리에 부끄러워 마지해 않았다. 육문비가 몰래 정중호의 장세를 관찰하였는데 그 힘이 웅혼하여 매 일초마다 도끼로 산을 깎듯 몹시 위맹하다고 느꼈다.  기련쌍시를 몰아붙여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게만 하니 마음 속으로 아주 통쾌하였다. 

驀地一聲大喝祁連雙屍力的老二,竟被鄭件虎一掌震得淩空飛去,摔出一丈多遠,老大不禁一呆,但就在這微一疏神的剎那,手腕已被部仲虎扣住,猛地運勁一抖,平空摔了出去。 

갑자기 한 소리 호통 소리가 나며 기련쌍시의 둘째가 정중호의 일장(一掌)에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일 장(一丈) 밖에 내던져지자 첫째는 멍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잠시 소홀한 찰나 손목이 이미 정중호에게 움켜 잡혔다.  비스듬히 힘을 번쩍, 한번 쓰자 공중에 내던져졌다. 

祁連雙屍輕功極佳,空中一連兩個跟鬥,卸去沖摔之力,輕輕落到地面。此時老二已然爬起,這一掌似乎傷得不輕,張嘴一連吐了幾口鮮血,老大急忙趨前,連封了他三處穴道,就勢臂下一夾,疾奔向剛才來的路途奔去。 

기련쌍시의 경공은 매우 뛰어났다. 공중에서 연달아 두 번 공중제비를 돌아서 던져진 힘을 씻어내고 가볍게 땅에 내려섰다. 이때 둘째도 이미 기어서 일어나 앉았는데 이 일장에 가볍지 않게 부상을 당한 듯 입을 벌려 연달아 몇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첫째가 황망히 나아가 그의 세 곳의 혈도를 봉하자마자 팔에 끼고는 조금 전에 왔던 길로 달려갔다. 

白骨教主姚寒笙面容一片慘厲,微閉雙目倏然睜開,射出兩道暗線凶焰,冷森森地道: “尊駕的武功果然不凡。” 

백골교주 요한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찡그린 눈을 갑자기 번쩍 뜨더니 두 가닥 흉악한 시선을 쏘아내며 음산하게 말했다. 

"귀하의 무공은 과연 범속치 않구려." 

鄭仲虎暗暗運功調勻真氣,並不開聲說話。 

정중호는 암암리에 운공하여 진기를 고르게 하며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다. 

祁連雙屍雖然凶名久著,究竟難與各派首腦人物相報並論,而姚寒笙乃是邪教之首,鄭仲虎武功雖高,但在久戰疲憊之際,心頭上也感到極為緊張。 

기련쌍시는 비록 흉명(凶名)을 떨친 지 오래되었으나 어쨌든 각파의 수뇌인물과 나란히 논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요한생이 원래 사교(邪教)의 우두머리이기에 정중호는 무공이 비록 높지만 오랜 싸움으로 피로해졌을 때라 마음 속으로 몹시 긴장되었다. 

此時在場的群雄,已隱隱覺出,這一戰才是生死之搏,一旦動起手來,定必凶險異常,是以全場鴉雀無聲。 

이때 그곳에 있던 군웅들은 이 일전이야말로 생사를 건 싸움이라 일단 손을 쓰기 시작하면 몹시 흉험하리라는 것을 이미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래서 전장(全場)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張南突用傳音對謝一飛道: “他們一經打起來時,咱們就往裏沖,好歹看看裏面是什麽形狀。” 

장남이 돌연 전음으로 사일비에게 말했다. 

"그들이 일단 싸우기 시작할때 우리가 안으로 뚫고 들어가서 어쨌든 안쪽이 어떤 형상(形狀)인지 살펴봅시다." 

謝一飛也用傳音回道: “那四個紅袍老者張見認識麽,只怕不簡單呢!” 

사일비도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 네 명의 홍포노인이 있지않소. 간단치 않을 것 같소!" 

張南道: “讓玉鳳用‘沒羽金芒’對忖,咱們不能再耗下去了。” 

장남이 말했다. 

"옥봉에게 몰우금망으로 상대하게 하면 우리는 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오." 

謝一飛道: “張兄有此心意,兄弟願附驥尾。” 

사일비가 말했다. 

"장형이 그런 생각이라면 형제는 뒤를 따르겠소." 

看了陸文飛一眼道: “姓陸的少年能為我用嗎?” 

육문비를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육가 소년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소?"

張南道: “此人來意莫測,但又江湖閱歷毫無,兄弟一時還摸不透。” 

장남이 말했다. 

"그자가 이곳에 온 뜻을 짐작할 수 없군요. 하지만 또 강호의 경험이 조금도 없으니 형제는 일시에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소이다." 

謝一飛道: “他現與令侄女在一起,就叫他跟她闖吧,反正多一個人手總是好的。” 

사일비가 말했다. 

"그가 지금 당신 질녀와 함께 있으니 그녀를 따라 뛰어들게 합시다. 어쨌든 한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좋은 것이오." 

陸文飛因對鄭仲虎頗具有好感,無形中對情勢感到關切起來,對張謝二人表情舉動,均未在意,只見姚寒笙瘦長的身影,緩緩矮了半尺,周身隱隱似有一層青氣籠罩,越發顯得鬼氣森森。 

육문비는 정중호에 대해 꽤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무형중에 정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장,사 두 사람의 표정과 거동에 대해서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요한생의 수척하고 길다란 그림자가가 서서히 반 척이 줄어들더니 온 몸에 은은한 한 겹의 푸른 기운에 뒤덮혀서 더욱더 귀기 어린 음산함을 발산하였다. 

全場之人,均全神貫注在他二人身上,突然,古陵之內,傳出一陣腳步聲響,一個白臉長髯,身披團花錦袍的老者,緩步行了出來,沈聲道: “仲虎,你且歇著,待愚兄來會這些高朋好友。” 

모든 사람들이 그들 두 사람의 신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돌연 고릉 안에서 일진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한 명의 하얀 얼굴에 긴 수염을 가진 몸에 금포를 걸친 노인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나와 침성으로 말했다. 

"중호, 자네는 잠시 쉬게. 우형(愚兄)이 이 높으신 친구분을 만나보겠네." 

鄭仲虎回頭見帶主來到,長籲一口,把功散去,退立一旁。 

정중호는 고개를 돌려 방주가 도착한 것을 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공력을 풀어버리고 한 쪽으로 물러섰다. 

錦施老者對姚寒笙朗聲一笑道: “彼此天南地北,難得有機會碰在一起,何苦見了面就吹胡子瞪眼睛?” 

금포노인은 요한생에게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피차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기회가 생기기도 드문 일인데 만나자마자 입에 거품을 물고 화를 낼 까닭이 무엇이오?" 

姚寒笙哼了一聲道: “黑龍翔,你不用得了便宜賣乖,本教主不吃這套。” 

요한생이 흥, 하더니 말했다. 

"흑룡상, 당신은 뜻대로 된 척 하지 마시오. 본 교주는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소." 

黑龍翔哈哈一笑道: “姚兄少安毋躁,且聽我說。” 

흑룡상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요형, 좀 진정하시고 서둘지 마시오. 내 말을 들어보시오." 

手捋灰髯,目光全場一掃又道: “兄弟並不否認秘圖已入本幫之手,同時光弟還可說明,當易曉天把諸君誘騙到軒轅廟之時,兄弟與仲虎便按圖進入了古陵……” 

회색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전장을 쓸어보더니 또 말했다. 

"형제는 결코 비도가 본방의 손에 들어 온 것을 부인하지 않겠소. 동시에 형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소. 당시 역효천이 제군들을 헌원묘로 유인하였을 때 형제와 중호는 지도에 따라 고릉에 진입하였소..." 

此對全場的目光已全部集中于他身上,而他竟然住口不言,目光投向陸文飛,招招手道: “陸世兄,你請過來,老朽有活問你。” 

이때 전장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되었는데 그는 뜻밖에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시선을 육문비에게 던지더니 손짓하여 부르며 말했다. 

"육세형, 건너오게. 늙은이가 자네에게 물어볼 것이 있네." 

陸文飛大步行了過去: “幫主呼喚在下有何吩咐?” 

육문비가 큰 걸음으로 건너갔다. 

"방주께서 저를 부르심은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黑力翔道: “果是令師著你傳信嗎?” 

흑룡상이 말했다. 

"정말 영사께서 자네에게 전갈을 내리셨는가?" 

陸文飛搖頭道: “家師已然再不過問江湖之事啦!” 

육문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가사께서는 이미 강호의 일에 더이상 관여하지 않으십니다!" 

黑龍翔哈哈笑道: “這就奇了,難道張門老五當面說謊?” 

흑룡상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거 참 이상하구료. 설마 장문(張門) 노오(老五)께서 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셨단 말인가?" 

陸文飛天性敦厚,不願使人難堪,接道: “也不盡然,只因張大俠看出事有可疑,又恐自己之言,難于合同道來信,是以借用家師之名。” 

육문비는 천성이 충후(忠厚)하여 다른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기를 원치 않아서 말을 받았다.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장대협은 의심스러운 일이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말해서는 동도들이 믿기 어려울까 하여 가사의 이름을 차용한 것입니다." 

黑龍翔哈哈笑道: “兄弟雖然不明白張門老五是何用意,可是他已不幸而言中,古陵之內,果然隱伏著巨大的陰謀。” 

흑룡상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형제는 비록 장문 노오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네. 그러나 그의 말은 이미 불행히도 적중했네. 고릉(古陵) 안에는 정말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네." 

陸文飛接道: “幫主所言極是有理,確實不假,在下曾經目睹,有兩個黑衣人進入古陵內。” 

육문비가 말을 받았다. 

"방주께서 하신 말씀이 극히 일리가 있고 확실히 거짓이 아닙니다. 저는 일찌기 두 명의 흑의인이 고릉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黑龍翔喟然歎道: “中原武林,自十年前黃山論劍一役之後,已是老成凋謝,精英盡失。當時雖虧劍祖胡文超大俠.劍劈漠北三凶,流漠北、海外二派之人驚走,但禍根仍存,時思蠢動……” 

흑룡상이 휴, 하며 탄식하더니 말했다. 

"중원무림에는 십년 전 황산논검이 벌어진 이후로 선배들은 늙어서 죽고 새로운 뛰어난 인재들은 찾질 못하고 있네. 당시 검조 호문초 대협이 검으로 막북 삼흉을 격파하여 막북, 해외 두 파의 사람들을 놀라 달아나게 하였지만 화근은 여전히 존재하여 언제든 준동할 생각을 하고 있으니..." 

輕喟一聲又道: “不久之前,江湖突然傳出晉王遺寶藏在太行山,並有秘圖落入江湖人手,引得江湖同道,紛紛趕來太行,本幫先一步奪得秘圖,雖未得著遺寶,但卻發現了這項陰謀。” 

나직이 한숨을 쉬고 또 말했다. 

"얼마전 강호에 돌연 진왕이 남긴 보물이 태행산에 숨겨져 있고 더불어 비도가 강호인의 손에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아서 강호동도들이 분분히 태행으로 몰여들게 했고 본방이 한발 먼저 비도를 손에 넣었네. 비록 남겨진 보물을 얻지 못했지만 이 음모를 발견했네." 

陳文飛插言道: “幫主怎能斷定此是一項巨大的陰謀?” 

육문기가 끼어들어 말했다. 

"방주는 어떻게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음모라고 단정하실 수 있습니까?" 

黑龍翔朗笑道: “兄弟此刻說出,定難取信于天下同道。各位如若有興,不妨隨兄弟同入古陵看看。” 

흑룡상이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제가 지금 말해봤자 천하동도들의 믿음을 얻기 어렵겠지. 여러분이 만약 흥미가 있다면 형제를 따라 함께 고릉에 들어가 살펴보셔도 무방하오." 

姚寒笙哈哈道: “難得,難得,就憑你這份勇氣膽氣,便得讓那些成名露瞼之人愧殺。” 

요한생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어려운 일이오. 당신의 그 용기와 담력은 조그마한 명성을 얻고 있는 사람들을 부끄러워 죽게 만드는구려." 

張南只覺臉上熱辣辣地難受,揚聲道: “兄弟算上一份。” 

장남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소리 높여 말했다. 

"형제를 계산에 넣어주시오."

謝一飛大步行出道: “也有謝某一份。” 

사일비가 큰 걸음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모(謝某)도 한 자리 끼겠소." 

黑龍翔道: “還有嗎?恕兄弟不能久候了。” 

흑룡상이 말했다. 

"더 있소이까? 형제가 오래 기다리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姚寒笙陰沈沈地道: “小小一座墳堂,縱有機關埋伏,也不過爾爾,本教主倒要看看是什麽人弄的花樣。” 

요한생이 음침하게 말했다. 

"이까짓 무덤에 설령 기관매복이 있어봤자겠지. 본 교주도 누가 잔재주를 부리는 것인지 한번 보아야겠소." 

黑龍翔微微一笑道: “兄弟前行引路。” 

흑룡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제가 앞에서 길을 안내하겠소." 

他舉步行至陵前,復又回頭對鄭仲虎道: “賢弟在陵前接應要入古陵之人。” 

그는 걸음을 옮겨 능 앞에 이르자 고개를 돌려 정중호에게 말했다. 

"현제(賢弟)는 능앞에서 고릉에 들어오는 사람을 도와주시오." 

鄭仲虎躬身道: “小弟遵命。” 

정중호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소제, 명을 따르겠습니다." 

黑龍翔對隨行之人微一招手,舉步進入。 陸文飛大步跟入,張玉鳳隨著他舉步前行。 

흑룡상은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손짓하더니 걸음을 옮겨 들어갔다. 육문비가 성큼성큼 뒤따라 들어갔고 장옥봉도 그의 뒤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張南沈聲道: “玉鳳,你跟著我。” 

장남이 침성으로 말했다. 

"옥봉, 너는 나를 따르거라." 

他乃極其謹慎之人,與謝一飛雙雙兵刃撤出,容黑龍翔等行出一段路,方始舉步前行。 

그는 원래 극히 신중한 사람이었다. 사일비와 함께 쌍쌍히 병기를 뽑아들고 흑룡상 등이 계단으로 된 길을 걸어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발걸음을 떼어 앞으로 갔다. 

陸文飛忽然記起異聲之事,突然開言道: “幫主可有抵禦蛇蟲之策嗎?在下斷定古陵之內,必有此類毒物。” 

육문비는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들었던 일을 기억해내고는 돌연 입을 열였다. 

"방주께서는 사충(蛇蟲)을 막아낼 방책이 있으십니까? 저는 고릉 안에 반드시 그런 종류의 독물이 있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黑龍翔稍一停步道: “果有此事?” 

흑룡상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가?" 

陸文飛道: “在下親耳聽聞,想來不會有錯。” 

육문비가 말했다. 

"제가 직접 들었으니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黑龍翔沈思有頃道: “陵內窄狹,果有此類毒物,倒是可虞呢。” 

흑룡상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능 안이 협소하고 비좁으니 정말 그런 종류의 독물이 있다면 우려할 만 하군." 

白骨教主冷笑道: “區區幾只毒蛇蟲,怕它怎的?真是庸人自擾。” 

백골교주가 냉소하며 말했다. 

"그까짓 몇 가지 독사나 독벌레를 왜 두려워하시오? 정말 걱정도 팔자시구려." 

黑龍翔大為不悅,但他乃是一代梟雄,涵養極深,喜怒不形于色,忖道:你們既都不怕,黑某何懼?是以不再言語,他舉步便行。 

흑룡산은 크게 불쾌했지만 그는 일대효웅(一代梟雄)이라 수양이 아주 깊어 기쁘거나 화나는 것을 표정으로 나타내지 않고 곰곰히 생각했다. 

'너희들이 모두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흑모가 어떻게 겁을 내겠느냐?' 

그래서 더 말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隨行之人,除了張謝,陸文飛等人外,尚有十余位江湖人物,一行人穿過一條甬道,已來到一處寬闊的靈堂之內。裏面擺設有供案、香爐、燭台等物;兩廂並有許多旌旗、器械、人物畫像。 

따르는 사람은 장,사, 육문비 등을 제외하고도 십여 명의 강호인물이었다. 일행이 한 가닥 통로를 통과하자 어느 넓다란 영당(靈堂) 안에 도착했다. 안에는 젯상과 향료, 촛대 등이 놓여져 있었다. 양쪽에는 수많은 깃발, 무기, 인물초상이 같이 있었다. 

黑龍翔停下腳步,懷中取出秘圖,徐徐道: “若照圖上所指,再行過一條甬道,便是停柩之所,兩旁並有殉葬之人。穿過靈柩,到後面右室,就是死者遺物收藏之所。” 

흑룡상이 걸음을 멈추고 품 속에서 비도를 꺼내고는 서서히 말했다. 

"지도에서 가리키는 대로라면 다시 한 가닥 통로를 지나면 영구(靈柩)가 안치된 곳이고 양쪽에는 순장(殉葬)된 사람이 나란히 있소. 영구를 지나 뒤쪽의 석실에 이르면 바로 유물이 숨겨진 곳이오." 

收起秘圖又道: “只是兄弟依照建築原理推斷,此座墓陵之建造,絕不會如此簡陋,必定另有奧秘。” 

비도를 집어넣고 또 말했다. 

"형제가 건축원리로 추측해볼 때 이 묘릉은 절대 이처럼 허술하게 건조되지는 않았을 것이오. 다른 신비로운 비밀이 있음이 틀림없소."

頓了頓又道: “晉王乃是本朝之人,而這座建築,年代卻甚是久遠……” 

멈추었다 또 말했다. 

"진왕은 원래 현 왕조의 사람인데 이것이 세워진 연대는 오히려 몹시 오래되었소..." 

姚寒笙插言道: “晉王天性聰穎,必定是發現這座古陵建制十分精巧,是以選此以藏寶物。” 

요한생이 끼어들어 말했다. 

"진왕은 천성이 총명하니 필시 이 고릉이 몹시 정교하게 지어진 것을 발견하고 그래서 유물을 숨길 곳으로 이곳을 선택했소."

黑龍翔點頭道: “此種誰想果是有理,但兄弟于探測之時,卻又發現新近斧鑿痕跡。那是說明不久之前,有人重新修葺過。” 

흑룡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은 누가 생각해도 일리가 있소. 하지만 형제가 자세히 살펴보니 최근에 지나치게 다듬은 흔적을 또 발견했소. 그것은 누군가 얼마전에 보수한 적이 있음을 증명하오이다." 

姚寒笙森森冷笑道: “大概就是此因,黑兄才退出陵外,把我們招來壯膽。” 

요한생이 음산하게 냉소하더니 말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 흑형은 능 밖으로 물러나와 대담하게도 우리를 불러들였구려?" 

黑龍翔道: “兄弟並不否認此事,姚兄如若不願進入,此刻退出仍然不遲、” 

흑룡상이 말했다. 

"형제는 결코 그것을 부인하지 않겠소. 요형이 만약 들어가기를 원치 않으면 지금 물러나셔도 늦지 않소." 

群雄眼看藏寶之秘便可揭開,雖然前途吉凶未蔔,但誰也不甘就此退出。 

군웅들은 보물의 비밀이 벗겨지려는 것을 보자 비록 앞길에 길흉을 점칠 수 없지만 누구도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黑龍翔復又道: “陵內有無藏寶,此刻還難預料,如果有藏寶,在場之人,每人俱都有一份。” 

흑룡상이 또 말했다. 

"능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없는지는 지금은 예측하기 어렵소. 만약 보물이 있다면 이곳에 계신 분들 한 사람씩 모두 한 몫이 있을 것이오." 

陸文飛笑道: “在下先行聲明,我那一份不要了。” 

육문비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그 한 사람 몫이 필요없음을 먼저 밝혀두겠습니다. " 

張玉鳳忍不住插口道: “為什麽?此乃應得之物,用不著客氣!” 

장옥봉이 참지 못하여 끼어들며 말했다. 

"왜죠? 이것은 원래 마땅히 받아야 하는 거예요. 사양할 필요없어요!" 

陸文飛輕喟一聲道: “前途危機重重,此刻何苦提無關緊要之事、再說此次入陵,原不指望內有藏寶,能合力揭開這項陰謀毒計,亦是武林一樁大事。” 

육문비가 나직히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앞길에 위기가 겹겹인데 지금 무엇하러 긴요한 일과 무관한 것을 언급하겠소. 다시 말해 이번에 능에 들어가는 것은 원래 안에 숨겨진 보물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오. 힘을 합쳐 이 한 가지 음모와 독계를 벗겨낼 수 있다면 그것도 역시 무림의 한 가지 대사(大事)요." 

張南哈哈笑道: “陸兄此話聰明之極,想到這古陵四周,俱是黑龍幫勢力,咱們縱然分得一杯羹,也無法攜出古陵之外。” 

장남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육형의 그 말은 총명하기 그지없군. 이 고릉의 주위가 모두 흑룡방의 세력임을 생각하자면 우리가 설령  한 그릇씩 국을 나눠받아도 고릉 밖으로 들고 나갈 방법이 없단 말이지." 

一語戳穿黑龍翔心中之秘,頓使他惱怒萬分,只是他城府深沈,並不形于顏色,呵呵笑道: “張兄太過多慮,黑某豈是那等人物?” 

이 한 마디는 흑룡상의 마음 속 비밀을 폭로한 것이라 단번에 그를 몹시 화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속셈이 깊어 결코 안색에 드러내지 않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장형은 너무 걱정이 많으시구려. 흑모가 어찌 그런 인물이겠소?" 

謝—飛接道: “張見所言乃是實情,眼下之勢,令我等不能不作如此想。” 

사일비가 이어서 말했다. 

"장형은 말씀은 원래 사실 그대로요. 목하 정세는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끔 만드오." 

姚寒笙冷冷道: “兄弟所慮倒不是在出陵之時,黑兄精能土木建築之學,又有秘圖在手,如于寶物出現之後,暗中弄些手腳,將我等封閉陵內,豈不是無出陵之日?” 

요한생이 냉랭하게 말했다. 

"형제가 우려하는 바는 능을 나갈 때가 아니오. 흑형이 토목건축학에 정통하고 또한 비도가 손에 있으니, 만약 보물이 출현했을때 몰래 손을 써서 우리들을 능 안에 가두어버린다면 능을 나갈 수나 있겠소?" 

黑龍翔長眉微掀,搖頭歎道: “諸位心眼如此,倒叫兄弟有口難辨。” 

흑룡상이 긴 눈썹을 미미하게 치켜올리더니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제위께서 이처럼 의심하신다면 형제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게 되었소." 

陸文飛見群雄爾虞我作,喋喋不休,心中大感厭煩。他乃心胸磊之人,從不去想那些陰謀詭計之事,忍不住冷笑道: “諸位若是旨在揭穿秘圖陰謀,消弭武林隱患便不應提那藏寶之事。” 

육문비는 군웅들이 서로 속이며 쉴 새 없이 지껄이기만 하자 마음 속으로 염증을 느꼈다. 그는 원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털어놓는 사람이었다. 여태 그 음모와 위계를  생각지도 않자 참지 못하여 냉소하며 말했다. 

"제위들의 목적이 비도의 음모를 벗겨내어 무림의 숨은 화근을 제거하는데 있다면 마땅히 보물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黑龍翔大笑道: “畢竟是名門高徒,見識高人一等,黑某果若存有私心,也不會讓諸君進入古陵了。” 

흑룡상이 대소하며 말했다. 

"결국 명문의 제자는 일반인보다 견식이 한 단계 높구먼. 흑모가 정말 사심이 있었다면 제군들을 고릉에 진입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오." 

張南暗用傳音對謝一飛道: “眼下之勢,你我必須精誠合作,小心應付這只老狐狸。” 

장남이 몰래 전음으로 사일비에게 말했다. 

"목하 정세는 당신과 내가 반드시 성심껏 합작하여 조심스럽게 이 늙은 여우를 상대해야 하오." 

謝一飛亦用傳音道: “姚寒笙亦是可資利用之人,等會發現藏寶,他與黑龍翔必起沖突,那時你我亦應同時發難,一舉將黑龍翔除去,再合力對付姚寒笙。” 

사일비 역시 전음으로 말했다. 

"요한생 역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오. 보물이 발견되면 그와 흑룡상은 필시 충돌을 일으킬 것이니 그때 당신과 내가 동시에 들고 일어나 일거에 흑룡상을 제거하고 다시 힘을 합쳐 요한생을 상대하는 것이오." 

張南道: “謝兄主意不差,他二人如能除去,余人便不足為慮了。” 

장남이 말했다. 

"사형의 의견이 나와 다르지 않소. 그 두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면 나머지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黑龍翔目光何等稅利,早看出他二人是在用傳音交談,暗中連連冷笑,表面上神色自若,徐徐道: “咱們此行便行入陵,諸位請跟著我。” 

흑룡상의 시선이 어찌나 예리한지 벌써 그들 두 사람이 전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알아차렸다. 속으로 연달아 냉소를 쳤으나 겉으로는 태연자약한 신색으로 서서히 말했다. 

"우리의 이번 행차는 능에 들어가는 것이니 제위께서는 나를 따라오시오." 

言罷他舉手于右壁一按,一陣軋軋聲響,現出了一處石門,當先舉步行入。 陸文飛暗中提氣,跟著行入。 張玉鳳滿扣一把“沒羽金芒”,隨在陸文飛身後。 張南皺了皺眉,卻沒有出聲阻止。 

말을 하더니 손을 들어 오른쪽 벽을 눌렀다. 일진의 윙윙, 소리가 나더니 한 개의 석문이 나타나자 앞장 서서 들어갔다. 육문비는 몰래 진기를 끌어올리고 뒤따라 들어갔다. 장옥봉은 한 줌 가득 몰우금망을 쥐고 육문비의 뒤를 따랐다. 장남이 눈살을 잔뜩 찌푸렸으나 소리내어 저지하지 않았다. 

一行人行過一彎曲甬道,來至石門之前,門上朱漆鮮明,果似新近漆上,黑龍翔舉手在門上敲了敲,竟是鋼鐵所鑄,便只仔細在門上實看了一遍,驀地一縱身,將門上的鍍金福字一扭,軋軋一陣聲響,雙門倏然開啟。 

일행은 한 가닥 굽은 통로를 지나 석문 앞에 이르렀다. 문에는 붉은 옷칠이 선명했는데 과연 최근에 칠한 듯 했다. 흑룡상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자 뜻밖에 강철로 주조(鑄造)된 것이었다. 문을 자세히 쭈욱 살피더니 갑자기 몸을 날려 문 위의 도금된 "복(福)" 글자를 비틀었다. 덜컹덜컹 하는 소리가 나더니 쌍문이 갑자기 열렸다. 

黑龍翔略一遲疑,舉步行入,群雄也跟著入內。這間房屋十分寬大,上面一排停有三具棺木,四裏是渾然一體,棋是巨石嵌成。 

흑룡상은 잠깐 주저하더니 걸음을 옮겨 들어갔다. 군웅들도 뒤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이 한 칸의 방은 매우 넓었고 세 구의 관이 놓여져 있었는데 네 둘레가 한 덩어리처럼 커다란 돌에 끼워져 있었다. 

姚寒笙道: “不管它裏面藏的是什麽,咱們先把它弄開來瞧瞧。” 

요한생이 말했다.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든 우리는 우선 열어서 살펴보아야하오." 

黑龍翔方待阻止,姚寒笙已暗運功力,把當中一具的蓋子撒開,只聽一陣軋軋聲響,石室的兩扇門突然封閉,群雄吃一驚。 黑龍翔井未理會朱門封閉之事,目光卻緊盯著那具棺木。他素諳土本建築之學,對機關消息尤所擅長,斷定此棺必有蹊蹺。 果然,就在朱門封閉的剎那,棺材也漸漸下沈,跟著一陣怪嘯聲由內傳出。 

흑룡상이 막 제지하려는데 요한생이 이미 몰래 공력을 운용하여 그 중의 한 구의 덮개를 열었다. 일진의 윙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석실의 두 문이 돌연 닫혀버렸다. 군웅들은 깜짝 놀랐다. 

흑룡상은 붉은 문이 닫힌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의 시선은 그 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토목건축학에 능하며 기관매복에 뛰어났다. 이 관은 필시 수상쩍은 구석이 있다고 단정했다. 과연 붉은 칠이 된 문이 닫히는 찰나 관도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뒤이어 일진의 괴이한 울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陸文飛大喝道: “諸位小心,在下那晚所聞,就是這個聲音。” 

육문비가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조심하십시오. 제가 그날 밤 들었던 바로 그 소리입니다." 

活猶未了,黑龍翔突然一聲大喝,舉手一掌劈出。一股雄渾的掌勁,直向棺木沈下的空穴卷去,呼地一聲,兩條怪蛇被劈得淩空飛起,碰在石壁之上。 可是,就這剎那之間,空洞之內,又繼續湧出許多怪蛇,每條尾上,均有一個笛形的東西,搖起來,嗚嗚作響。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흑룡상이 돌연 일성대갈하더니 손을 들어 일장을 쪼개어냈다. 한 줄기 웅혼한 장경이 관이 가라앉아 생긴 빈 구멍을 휩쓸어갔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마리의 괴사(怪蛇)가 맞아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석벽에 부딪혔다. 그러나 이 찰나지간에 빈 구멍 안에서 또 계속해서 수많은 괴사가 쏟아져나왔다. 매 한 마리 마다 꼬리에 피리모양의 물건이 있어 흔들리자 삐삐, 하는 소리가 났다. 

張玉鳳嬌喝一聲,揚手發出一把“沒羽金芒”。這宗微小暗器,果是蛇蟲克星,立有十余條斃于芒下。無奈為數太多,前仆後繼,眨眼之間已有百余條在地上遊動。 張玉鳳再度掏出一把金芒,卻為張南按住,他深謀遠慮,知道蛇群太多,決無法一一擊斃,萬一金芒用完,自己先少了一項歹毒的利器。 

장옥봉이 교갈일성하더니 손을 떨쳐 한 줌의 몰우금망을 발출했다. 이런 미세한 암기는 과연 뱀이나 벌레에게 상극이었다. 즉시 십여 마리가 금망아래 죽어버렸다. 하지만 많은 수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앞에서 죽어나가도 뒤에서 계속 이어져 눈깜빡할 사이에 이미 백여 마리가 땅 위를 이리저리 기어다녔다. 

장옥봉이 재차 한 줌의 금망을 꺼냈으나 장남에게 제지당했다. 그는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뱀 떼가 아주 많아 하나하나 죽일 수 없고, 만일 금망을 다 써버리면 자기쪽이 먼저 한 가지 악랄한 무기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았다. 

此時蛇群已如湧泉似地冒出,滿室都是刺耳的怪聲,迫得群雄紛紛運用壁虎遊牆功,貼上石壁。 黑龍翔緣上石壁之後,沈聲道: “諸位請把兵刃撤出,猜另兩具棺木之內,必有更為厲害的東西。” 

이때 뱀 떼는 이미 샘물처럼 땅에서 솟아나와 석실에는 귀를 찌르는 괴성이 가득 찼다.  쫓긴 군웅들은 분분히  벽호유담공(壁虎遊牆功)을 운용하여 석벽에 달라붙었다. 흑룡상이 석벽에 들러붙은후 침성으로 말했다. 

"제위께서는 병기를 뽑으시오. 다른 두 구의 관 안에 필시 무서운 물건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오." 

群雄知他所說俱是事實,俱都把兵刃撤出。 陸文飛左掌凝功,將背脊緊貼石壁之上,騰出右手運劍。 張玉鳳與他並然,相距不及一尺,也是一手執劍,一手按著牆壁,在場之人,數她功力最差,眼看蛇群已把石室占滿,不禁雙眉緊蹙道: “這樣耗下去,就是不累死也得被這腥臭之氣熏死。” 

군웅들은 그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고 다들 병기를 뽑아들었다. 육문비는 좌장에 공력을 끌어모으고 등을 석벽에 바싹 붙인 채 우수를 뽑아내어 운검(運劍)했다. 장옥봉은 그와 나란히 있어 서로 간의 거리가 일 척이 되지 않았다. 그녀도 한 손에는 검을 잡고 한 손으로는 벽을 누르고 있었다. 그곳의 사람들중에서는 그녀의 공력이 가장 딸렸다. 

뱀 떼가 이미 석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자 절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이 비린내에 질식해 죽겠어요." 

陸文飛道: “死生有命。事到如今,急又有什麽用?” 

육문비가 말했다.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렸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급하게 굴어보았자 무슨 소용이겠소?" 

驀地黑龍翔大喝道: “諸位小心戒備.那兩具棺木在下沈了。 

갑자기 흑룡상이 크게 소리쳤다. 

"제위는 조심해서 경계하시오. 그 두 구의 관이 가라앉고 있소." 

陸文飛舉目看去,果看棺木已緩緩下沈,不禁喟歎一聲道: “由此看來,古陵之內的機關,似乎有人操縱。” 

육문비가 눈을 들어 쳐다보니 과연 관이 이미 천천히 내려앉고 있는 것이 보였다. 휴, 하는 탄식을 금치 못하더니 말했다. 

"이것으로 보아 고릉 안의 기관을 조종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黑龍翔道: “陸兄所言大是有理,這些蛇群,條條肥碩,不似久困地室的模樣,分明是有人飼養。” 

흑룡상이 말했다. 

"육형의 말이 매우 일리가 있소. 이 뱀 떼가 하나하나가 살이 쪄 비대하니 이 석실에 오랫동안 갇혀 있지 않은 둣 하오. 분명히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소." 

這些棺木已漸漸沈入地下,突地嗡嗡之聲大作,一團黑影忽的拋擲而上,急切之間,恍似一條黑龍,懸空呼地散開,竟是千萬只巨大黑蜂,紛紛向群雄襲來。 

이 관들이 이미 점점 땅 속으로 가라앉자 갑자기 웅웅, 하는 소리가 크게 일더니 한 무더기의 검은 그림자(黑影)가 갑자기 위로 던져졌다. 창졸지간에 마치 한 가닥 흑룡 같은 것이 휙, 하며 허공에서 흩어지는데 뜻밖에도 수많은 거대한 흑봉(黑蜂)이 분분히 군웅들을 향하여 덮쳐왔다. 

謝一飛恨面道: “好毒辣的手段啊!” 

사일비가 유감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정말 악랄한 수단이군!" 

鐵骨扇張開,呼呼兩扇。他內力充沛,直煽得蜂群波分浪裂,四散亂飛。無奈為數太多,倏分即合,又飛了過來。 此時群雄已各自展開兵刃,保護自身,只有白骨教主姚寒笙,竟將所練陰寒之氣運出體外,在四周布下一層毒氣。黑鋒一經接觸,即行掉落地下。 

철골선(鐵骨扇)을 쫙 펴더니 휙휙, 하고 두 번 부채질을 했다. 그의 내력이 실린 부채질에 벌떼가 갈라지더니 사방으로 어지럽게 날려갔다. 하지만 수가 많은 데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갈라졌던 벌떼들은 즉시 합쳐지더니 또 날아왔다. 이때 군웅들은 이미 각자 병기를 전개하여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다만 백골교주 요한생이 연마한 음한지기를 운용하여 체외로 발출하자 사방에 한 겹의 독기(毒氣)가 퍼졌는데 흑봉이 일단 접촉하면 즉시 땅에 떨어져버렸다. 

黑龍幫主練的是混元一氣功,亦自將真氣運出體外。-件團花錦袍,猶如氣珠似地鼓起,黑蜂根本無法侵入。 

最苦的是陸文飛與張玉鳳二人,左掌貼在壁上,另一只手運劍。二人內功修為較淺,短時間還可支持,時間一長,就無法再支持下去。 

흑룡상이 연마한 것은 혼원일기공(混元一氣功)으로 역시 스스로 진기를 체외로 운용하자 한 벌의 금포가 마치 바람이 든 공처럼 부풀어올라 흑벌은 근본적으로 침입할 수가 없었다. 가장 힘든 것은 육문비와 장옥봉 두 사람이었다. 좌장으로는는 벽에 붙어있어야 하고 다른 한 손으로 운검해야 했다. 두 사람의 내공수련은 비교적 얕아서 단시간은 지탱할 수 있었지만 시간이 길어지자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었다. 

張玉鳳喘籲籲地道: “陸兄,咱們得想辦法,這樣下去快難支持。” 

장옥봉이 씩씩거리며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육형, 우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이렇게 가다간 곧 버티기 어려워요." 

陸女飛目睹黑蜂有增無減、室內又滿布蛇群,而且四壁渾然,插翼也難飛,不禁輕歎一聲道: “咱們只有挺得一時是一時了。” 

육문비는 흑봉이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았다. 실내에는 또 뱀떼가 가득하고 게다가 네 벽은 한 덩어리로 되어 있어 날개가 돋아나도 날아가기 어려웠다. 나직이 탄식을 금치 못하더니 말했다. 

"우리는 오로지 시간을 끌 수 밖에는 없소." 

張玉風出身武學世家,自幼便與男子一般在江湖上爭強鬥狠,但畢竟是女子,情感較為脆弱,黯然道: “看來咱們是絕對無法幸免了。” 

장옥봉은 무학세가(武學世家) 출신이라 어려서부터 남자들과 똑같이 강호에서 악착같이 경쟁해왔다. 하지만 결국 여자인지라 감정이 비교적 강하지 못하여 암연히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는 절대 모면할 방법이 없을 거예요." 

有頃,張玉鳳又道: “你家裏還有什麽人?” 

잠시후, 장옥봉이 또 말했다. 

"당신 집안에는 아직 누가 있어요?" 

陸文衛道: “父母雙亡,沒姐沒弟,只有在下一人。” 

육문비가 말했다. 

"부모님 두 분은 돌아가시고 누나도 동생도 없소. 오직 저 한 사람이오." 

張玉鳳歎了一口氣道: “看來我比你好些,不僅父母健在,而且有哥哥弟妹。” 

장옥봉이 탄식하더니 말했다. 

"당신에 비해 내가 좀 나은 듯 하군요. 부모님도 건재하실 뿐만 아니라 게다가 오빠와 동생도 있으니." 

她想了想又道: “若是眼前有法可想,我倒願意幫助你離開此地,免得你陸門連個傳宗接代之人都沒有。” 

그녀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지금 방법을 생각한다면 내가 당신을 도와 이곳을 벗어나게 해드리고 싶어요. 당신 육씨 가문의 대를 이을 사람이 모두 없어지지 않게요." 

陸文飛淒然一笑道: “姑娘說錯了,在下只然一身,無挂無牽,死了也就算了。若是你有個三長兩短,父母不知如何的傷心,兄弟妹妹也將肝腸寸斷。” 

육문비는 처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낭자의 말씀은 틀렸소. 저야 오직 홀몸이니 걸리는 것이 없어 죽어도 그만이오. 만약 당신이 변고를 당한다면 부모님은 얼마나 상심하실지 모르오. 형제자매도 비통해 할 것이오." 

張玉鳳只覺一陣悲從中來,熱淚奪眶而出。 

장옥봉은  마음 속에서 슬픔이 생겨나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突聞陸文飛大喝道: “姑娘小心。” 

돌연 육문비가 크게 소리쳤다. 

"낭자, 조심하시오." 

他揮手一掌擊出,把一只黑蜂劈落地面,原來張玉鳳悲痛硫神之際,手上劍招一慢,黑峰立即乘隙而入,陸文飛一眼看見,急出左掌將它擊落。 

그는 손을 휘둘러 일장을 격출하여 한 무리의 흑봉을 쳐서 땅에 떨어뜨렸다. 원래 장옥봉이 비통하여 한눈을 팔 때 손의 검초가 느려져 흑봉이 즉시 그 틈을 타서 침입했는데 육문비가 보고는 급히 좌장으로 쳐서 떨어뜨린 것이다. 

壁虎功夫全仗一口真氣維持,他右手運劍,左手發掌,卻忘了身貼壁上,真氣一轉,身形倏然墜下.驚得張玉鳳尖聲叫道: “哎呀……” 

벽호공(壁虎功)은 전적으로 한 모금의 진기에 의해 유지되는데 그는 우수로 운검하면서 몸을 벽에 붙이고 있는 것을 잊고 좌수로 장을 발출한 것이다.  진기가 돌면서 신형이 갑자기 떨어져내려갔다. 놀란 장옥봉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어머나..." 

陸文飛一時疏神下墜,心神不亂,猛地丹田一提氣,手上長劍往地上一點,借勢又騰起,貼往牆壁之上,倉促之下,身形所著,已不在原處,只憑手上一涼,似乎觸著了一件硬的東西,當時也未在意,手一挪又橫移了一尺。 

육문비는 일시 소홀하여 밑으로 떨어졌으나 심신이 어지럽지는 않았다. 재빨리 단전에 기를 끌어올리며 손의 쥔 장검으로 땅을 한번 쿡 찍더니 그 기세를 빌어 다시 솟구쳐올라 벽에 달라붙었다. 창졸간에 신형은 원래 있던 곳이 아니었다. 손에 마치 하나의 딱딱한 물건이 닿은 듯 차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마음에 두지 않고 손을 옆으로 일 척을 옮겼다. 

就這當兒,壁上倏起一陣軋軋之聲,忽然現出一處石門。他這無意中的觸摸,竟為大家開啟一條生處。姚寒笙反應最是敏銳,怪笑一聲,雙掌在壁上一按,身形平空彈了出去,跟著群雄紛紛沖出。 

바로 이때 벽에서 갑자기 일진의 윙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돌연 한 개의 석문이 나타났다. 그가 이렇게 무의식중에 만진 것이 모두에게 한 가닥의 살 길을 열어준 셈이 되었다. 요한생의 반응이 가장 빨랐다. 한 소리 괴소(怪笑)를 터뜨리며 쌍짱으로 벽을 누르니 신형이 수평으로 공중에 쏘아져 나갔다. 뒤이어 군웅들이 분분이 뚫고 나갔다. 

陸文飛與張玉鳳反倒落在最後,出了石門,只是一條通道。地勢低狹,只容二人並行,後面翁翁之聲大起,黑峰已順著通道追來。 黑龍翔雙掌齊發,劈出兩股掌力,蜂群吃那雄猛掌力,沖得紛紛落地,可是又旋即接踵追了上來,黑龍翔連番出掌,硬生生將甬道封住,高喝道: “諸位快走。” 

육문비와 장옥봉이 오히려 가장 뒤에 떨어져 석문을 나오니 한 가닥의 통로였다. 지세가 낮고 협소하여 단지 두 사람이 나란히 갈 수 있을 정도였다. 뒷쪽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크게 일더니 흑봉이 이미 통로를 따라 쫓아왔다. 

흑룡상이 쌍장을 일제히 들어 두 줄기 장력을 쪼개어냈다. 벌떼는 그 웅맹한 장력에 맞아 분분히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또  곧바로 뒤를 이어 쫒아오는 것이었다. 흑룡상은 연달아 장을 발출하며 통로를 단단히 막아서서 크게 소리쳤다. 

"제위들는 속히 가시오." 

此人不愧一代梟雄,危急之下,仍然顧全大體。不似白骨教主,所習陰功正是黑蜂克星,卻是獨善其身,不肯為大眾出力。 

그 사람은 부끄럽지 않은 일대효웅이었다. 위급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전체를 돌보았다. 백골교주는 그렇지 않았다. 몸에 익힌 음공이 바로 흑봉의 상극이지만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라 대중을 위해 힘쓰기를 원치 않았다. 

但黑龍翔乃是一行主體,又身懷秘圖,若然由他斷後,前行之人,仍是無所適從。陸文飛一趨身擋在黑龍翔身前道: “幫主請去前面覓路,對付黑蜂之事交與在下。” 

하지만 흑룡상은 원래 일행을 이끌고 있으며 또한 몸에 비도를 품고 있어 만약 그가 뒤에 처져버리면 앞에 가는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육문비가 재빨리 나아가 흑룡상의 앞을 가로막고 말했다. 

"방주께서는 흑봉을 상대하는 일을 저에게 넘기시고 앞으로 가시어 길을 찾으십시오." 

黑龍翔深為贊許地瞧了他一眼,點頭道: “黑蜂奇毒無比,你要小心。” 

흑룡상은 깊이 칭찬하며 그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흑봉의 기독(奇毒)은 비할 데가 없으니 자네는 조심하게." 

轉身分開人群,向前行去。 陸文飛的掌勁不及黑龍翔的渾厚,但應付蜂群卻是輕而易舉。 

몸을 돌려 군웅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걸어갔다. 육문비의 장력의 힘은 흑룡상의 웅혼함에 미치지 못하지만 벌떼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수월했다. 

一行人行了約有三五十步,突然現出一座石室。門戶洞開著,姚寒笙當先入內,群雄跟著一擁而入。 

일행이 약 삼오십 보를 걷자 돌연 하나의 석실이 나타났다. 문이 활짝 열려있었는데 요한생이 앞서서 안으로 들어가고 군웅들이 뒤따라 한번에 몰려 들어갔다. 

張玉鳳急急回身叫道: “陸兄來。” 

장옥봉이 급히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육형이 와야해요." 

張南把眼一瞪道: “叫什麽,他自己不會來嗎?” 

장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냐. 어련히 알아서 올까?" 

張玉鳳低下頭來不敢再作聲。 

장옥봉은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말하지 못했다. 

黑龍翔進入室內,四下察看了一番道: “咱們最好能找出機關把石門封閉,先令蛇群黑峰無法侵入,再行設法想下一步棋了。” 

흑룡상은 석실 안에 들어가자 주위를 한번 살펴보더니 말했다. 

"우선 뱀떼와 흑봉이 침입하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는 석문을 닫는 기관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좋소. 그런 후에 다음 수를 생각합시다." 

詎料,話猶未了,砰的一聲,石門忽然自動封閉。 

어찌 예측이나 했으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석문이 갑자기 스스로 움직여 닫혀버렸다. 

張玉鳳頓足道: “不好。陸文飛在甬道之內沒有進來。” 

장옥봉이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해다. 

"큰일이에요. 육문비가 통로안 있는데 들어오지 않았어요." 

黑龍翔捋著灰髯喟然歎道: “咱們處此石室之內,也並非是福。” 

흑룡상이 회색 수염을 쓰다듬으며 휴,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가 있는 이 석실 안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네." 

突地,頭頂傳來一陣陰森森怪笑聲道: “爾等已身陷絕地。今生今世,別想再出這古陵了。” 

갑자기 머리 위에서 일진의 음산한 괴소가 들려왔다. 

"너희들은 이미 막다른 곳에 빠졌다. 이번 생애에 다시 이 고릉을 나갈 생각을 말아라." 

黑龍翔沈聲道: “尊駕是難?” 

흑룡상이 침성으로 말했다. 

"귀하는 누구시오?" 

頭頂森森怪關道: “本座乃是命判官,專一勾攝世間那些財迷心竅人的魂魄,哈哈……” 

머리 위에서 음산한 괴성이 말했다. 

"본좌는 원래 구명판관(命判官)이다. 언제나 세상의 그 재물에 눈이 어두운 혼백들을 먹어치우지. 하하..." 

一陣狂笑之後,聲音寂然,顯然人已去遠。 

일진의 광소가 들린 후 소리가 조용해진 것이 분명 사람이 이미 멀리 가버린 것이다. 


再說陸文飛獨擋蜂群,邊打邊退。詎料,室內蛇群亦已追上來,迫使他不得不全神貫注,以致前行之人進了石門,他仍毫未覺察。 

육문비는 홀로 벌떼를 막아서서 치고 물러나고 했다. 어찌 짐작이나 했겠는가? 석실 안에 있던 뱀떼 역시 이미 쫓아오기 시작하자 그는 부득불 온 정신을 쏟아야만 했다. 앞서 간 사람들이 들어간 석문에 이르렀지만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說也奇怪,那扇石門一經封閉,前面石室之內,突然傳出一陣吹竹之聲,而且極有節奏。蜂群與蛇群一聞吹竹之聲,竟然潮水一般退去,剎時一只不留,吹竹之聲也嘎然而止。 

말하자면 이상하지만 그 석문이 일단 닫히자 석실 내부의 앞쪽에서 돌연 일진의 대나무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몹시 장단이 있었다. 벌떼와 뱀떼는 대나무 피리소리를 듣자 뜻밖에 조수가 빠지듯 물러가서 찰나지간에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대나무 피리소리도 뚝, 하고 그쳤다. 

陸文飛長籲一口氣忖道: “由此看來,古陵之內果真有人暗中操縱,但不知此人用心何在。” 

육문비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생각했다. 

'이것으로 보아 고릉 안에는 정말 암중에서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구나.' 

此時石門已閉,甬道之內空蕩蕩的,連那門的痕跡也再無法找到,有心退出陵外,可是停棺的那間石室,亦已封閉,唯一之路,便是順著甬道前往。 

이때 석문은 이미 닫혔고 통로 안은 썰렁하였다. 그들의 흔적까지도 찾을 수 없자 능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관이 놓여져 있던 그 석실도 역시 닫혀버려서 유일한 길은 통로를 따라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陸文飛內功已有深厚根基,黑暗之中.隱約尚能辨物。暗中摸索前行,隱隱覺出甬道乃是一處下被。走了約有一箭之地,心中遲疑,躊躇不前,不覺暗中一歎道: “看來我是無法再出這古陵了。” 

육문비는 내공의 기본이 튼튼하여 어두운 가운데서도 여전히 희미하게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어둠 속을 더듬어 앞으로 가다가 어렴풋이 통로가 어느 한 곳에서 막혀있음을 깨달았다. 화살이 닿는 거리 쯤 가고는 마음 속으로 주저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저도 모르게 속으로 탄식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나는 이 고릉을 다시 나갈 수 없을 것 같구나." 

當他舉目四顧之時突覺眼睛一亮,隱約似見壁上有一個小小發亮的東西,下意識地舉劍往上一點,那東西似具彈性,突然往回一縮,忽覺腳下一軟,所立之處突然翻轉。剎時身如殞星下墜,直落了下去。 

곧 그는 눈을 들어 사방을 돌아보다가 돌연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발견했다. 희미하게 벽에 한 개의 작은 빛나는 물체가 보였다. 무심코 검을 들어 위를 누르니 그 물체는 마치 탄성을 가진듯 돌연 뒤로 쑥 들어갔다. 갑자기 다리 밑이 허전해지더니 서있던 곳이 돌연 뒤집어지며 찰나지간에 몸이 혜성이 떨어지듯 그대로 떨어져 내려갔다. 

他乃身具上來輕功之人,臨危不亂,趕緊提氣凝神,穩住下墜之勢,舉目下看,黑沈沈的,竟是一條萬丈深澗,如若落下,勢必粉身碎骨。 

그는 원래 몸에 뛰어난 경공을 갖추고 있어 위험에 직면해서도 동요하지 않았다. 재빨리 진기를 끌어올리며 정신을 집중하여 떨어지는 기세를 진정시키려했다. 눈을 들어 아래를 바라보니 검고 깊은 만 장이나 되는 깊은 계곡이었다. 만약 떨어지면 필시 분신쇄골(粉身碎骨)되리라. 

大凡一個人在危急之際,急智自生,陸文飛身形急瀉,空覺眼前黑影一晃,本能地伸手一抓,入手竟是一根松枝。只是粗僅兒臂,受不住那猛震之勁,立時折斷。但卻因這一抓之勢,使他下墜緩了一些。 此時他手中長劍並未摔落,就勢一式卞莊刺虎,猛朝古松刺去,劍刃深隱入木。這一來總算將身形穩往,借力一蜷雙腿,勾住一根松枝,翻身坐了起來,長籲一口氣,定了定神。 

무릇 사람은 위급한 때를 만나면 임기응변의 재치가 생겨난다. 육문비의 신형은 아주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는데 문득 눈 앞에 검은 그림자가 흔들리자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손에 들어온 것은 한 줄기의 소나무 가지였다. 하지만 굵기가 겨우 어린애 팔뚝 정도여서 맹렬히 흔들리는 힘을 감당치 못하고 즉시 부러졌다. 그러나 이 한번의 움켜잡은 것으로 인해 그의 떨어지는 기세가 조금 늦추어졌다. 그때 그는 수중의 장검 놓치지 않고 있었는데 그 기세를 타서 변장자호(卞莊刺虎) 일식으로 고송을 향해 세차게 찔러갔다. 검날이 모두 나무에 들어가버렸다. 이렇게 되자 신형이 멈추어지게 된 셈이었다. 두 다리를 웅크리는 힘을 빌어 소나무 가지에 걸었다가 몸을 뒤집어 올라 앉아서야 길게 휴, 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舉目一看,天色已然大亮,發覺自己置身于一處削壁之間,上不靠天,下不著地,略加忖度,離谷底少說也有數十丈,想起昨夜所經歷之事,恍如噩夢一場,靠著松枝略為調息一會,這才動用壁虎遊牆輕功,緩緩上了山岩覓路下山。 

눈을 들어 보니 하늘은 이미 환하게 밝아있었고 자기가 있는 곳은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있음을 발견했다.  위로는 하늘에 맞닿아 있었고 아래로는 땅이 보이지도 않았다. 잠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계곡까지의 거리가 적게 말해도 수십 장이었다. 어젯 밤에 겪었던 일을 떠올리니 마치 한바탕 악몽을 꾼 듯 했다. 소나무 가지에 기대어 약간의 조식을 한번 하고나서 그제서야 벽호유담(壁虎遊牆)의 경공을 써서 천천히 절벽을 올라가서 길을 찾아 하산했다. 

一路之上,低頭尋思,總想不透自己如何會陷落到這個深谷之內。 

길을 가는 내내 머리를 숙인 채 깊이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어떻게 이 깊은 계곡 안에 빠지게 되었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行了一程突見一位青衣白髯老者,沿著山徑,緩緩地行了過來,望著他失驚地道: “公子如何這般狼狽?” 

길을 가는데 갑자기 한 명의 청의에 하얀 수염의 노인이 산비탈을 따라 천천히 건너오더니 그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공자는 어쩌다가 이런 낭패를 당했는가?" 

陸文飛從得他是義兄王孫的家人,不覺搖頭歎道: “一言難盡。” 

육문비는 그가 의형 왕손의 식구임을 알아차리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한 마디로 다하기 어렵습니다." 

白髯老者若有所悟地道: “公子與昨夜之事,得以有驚無險,老朽倒深為慶幸呢。” 

백염(白髯)노인은 깨달은 것이 있다는 듯 말했다. 

"공자와 어젯 밤 일은 놀랍지만 위험은 없다고 할 수 있으니 늙은이는 매우 다행스럽네."

陸文飛大為詫異道: “昨晚之事大叔已然知道了?” 

육문비가 크게 의아하여 말했다. 

"어젯 밤의 일을 대숙께서는 이미 알고계십니까?" 

白髯老者點頭道: “不問可知,你是失陷在古淩之內了。” 

백염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어보나마나 자네는 고릉 안에서 함정에 빠졌겠지." 

微微一笑道: “這座古陵明明是一處陷井,可笑那批利欲熏心之輩,竟硬往裏闖。老朽早知會有這麽一天。”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고릉은 분명히 하나의 함정인데 가소롭게도 재물을 탐하는 그 무리가 함부로 안으로 뛰어들었지. 늙은이는 일찌기 이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네." 

陸文飛瞼上一紅道: “大叔何以得知此古陵乃是漢代遺物,碑文上已寫得明明白白。晉王基本朝之人,自然不是他的墓陵。而且陵內有多處地方,現出新近斧鑿痕跡,正足說明有人在內動了手腳。再說晉王遇害已十余年,為何不早不晚,卻在此刻傳出他遺物得消息?” 

육문비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비문(碑文)에 분명히 씌어져 있었지만 대숙께서는 그 고릉이 원래 한나라 시대의 유물임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진왕은 근본적으로 현 왕조의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의 묘릉이 아니지요. 게다가 능 안에는 여러군데 최근에 다듬은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건 바로 안에서 손발을 움직이는 사람이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진왕이 해를 당한 지 이미 십여 년인데 왜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지금에야 그의 유물 소식이 전해졌을까요?" 

陸文飛說到這裏,沈付了一會。恍然大悟道: “照大叔看來此是騙局了?” 

육문비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문득 크게 깨닫고는 말했다. 

"대숙께서 보시기에 그것은 속임수겠지요?" 

白髯老者,目視谷底,似在思忖什麽事,半晌方道: “想當然耳。” 

백염노인의 시선은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어 무슨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네." 

陸文飛乃是極重義氣之人,突或失聲喊道: “不好,我得過去通知黑龍幫。” 

육문비는 원래 극히 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돌연 놀라서 소리쳤다. 

"야단났습니다. 저는 흑룡방에 가서 알려주어야겠습니다." 

白髯老者被他嚇了一跳,擡起頭來望著他道: “公子何事如此著急?” 

백염노인이 그에게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자는 무슨 일이 이처럼 급한가?" 

陸文飛隨即把與黑龍翔等同進古陵之事說了一遍,井說明黑龍幫之人俱守在陵外,自己既已僥幸脫險,在道義上應該會通知一聲。” 

육문비는 곧 흑룡상 등과 함께 고릉에 들어갔던 일을 쭉 이야기했다. 흑룡방 사람들이 모두 능 밖을 지키고 있는데 자기가 이미 요행히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도의상 마땅히 통지해주어야 함을 설명했다. 

白髯老者贊許點了點頭,隨道: “不用去了,黑龍翔已得到高人指點,安然出了墓陵。” 

백염노인이 칭찬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말했다. 

"갈 필요없네. 흑룡상은 이미 고인이 이끌어주어 안전하게 묘릉을 나왔네." 

陸文飛大為驚異,暗忖: “聽他的口吻,好像他也進了古陵似的。” 

육문비는 크게 놀라면서도 이상하게 여겨 속으로 곰곰히 생각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그도 고릉에 들어갔었던 것 같구나.' 

白髯老者見他滿臉驚異,呆望著自己,不禁搖頭,輕喟一聲道: “公子並無爭奪晉王遺物之心,何苦卷入是非漩渦?若有失閃,那可是大不合算之事。” 

백염노인은 그가 놀란 얼굴을 하고 멍하니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보자 절로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한숨을 쉬고 말했다. 

"공자는 진왕의 보물을 쟁탈할 마음이 없으면서 무엇하러 시비의 소용돌이에 말려드는가? 만약 뜻밖의 사고가 생긴다면 크게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 될 것이네." 

陸文飛點頭道: “大叔說得極是。” 

육문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숙의 말씀이 극히 옳습니다." 

白髯老者復又道: “賢弟身負重枉,以後還望多加珍重。” 

백염노인이 또 다시 말했다. 

"현제(賢弟)는 일신상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으니 이후에 더욱 더 몸조심하게." 

陸文飛心頭一懍,聽他話中之意,分明已深知自己的底蘊,不由得起了幾分戒心。 

육문비는 마음이 섬뜩하였다. 그의 말 속의 뜻은 분명히 자기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이어서 저절로 몇 푼의 경계심이 생겨났다. 

白髯老者察顏觀色,已知他心裏在想什麽,話題一轉,復又道: “老朽隨家主人來到太行山,將近一個月。只覺偌大的一座太行山區,處處都隱伏危機,稍一不慎,便有性命之憂。” 

백염노인은 안색을 살피더니 이미 그가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화제를 돌려서 또 말했다. 

"늙은이가 주인을 따라 태행산에 도착한 것이 근 일개월이 되었네. 하지만 이렇게 큰 태행산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네. 조금만 부주의해도 목숨을 잃을 우려가 있네." 

陸文飛想起爹爹遭遇伏擊之事,知他所言決非虛假,只是想不透王孫等一行來太行的用意何在。于是試探著問道: “大叔既覺出此山殺機四伏,便應勸我那大哥早日離開是非之地。” 

육문비는 선친이 매복 습격을 당한 일이 떠올라 그의 말이 결코 근거없는 거짓말이 아님을 알았다. 하지만 왕손 등의 일행이 태행에 온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시험삼아 물어보았다. 

"대숙께서는 이미 이 산에 살기가 사방에 도사리고 있음을 눈치채셨다면 저의 대형께 일찌감치 시비의 땅을 떠나자고 권하셨어야 합니다." 

白髯老者微微一笑道: “家主人旨在探幽覽勝,與人無利害之爭,何懼之有?” 

백염노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가주의 목적은 아름다운 경치를 유람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이해관계로 다툴 일이 없는데  겁낼 일이 어디있겠나?" 

陸文飛將信將疑道: “我那大哥此來果真只是為了遊山?” 

육문비가 반신반의하여 말했다. 

"저의 대형이 여기 온 것은 정말 산을 유람하기 위함입니까?" 

白髯老者點頭道: “可以這麽說。” 

백염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네." 

話音一頓接道: “不過有時他也喜伸手管管閒事。” 

멈추었다 이어서 말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 그도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손을 뻗어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네." 

陸文飛想了想擡頭問道: “昨晚之事大叔已然親見,可知將會成一個怎樣的結局?” 

육문비가 생각하더니 머리를 들고 물었다. 

"어젯 밤의 일은 대숙께서 이미 친히 보셨으니 어떤 결말이 될런지 아시겠지요?" 

白髯老者輕喟一聲道: “雪山盲叟自認多謀,沒想到已為自己引來了極大的危機。” 

백염노인은 나직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설산맹수는 스스로 지모가 뛰어나다고 여겼지만 자기로 말미암아 어마어마한 위기를 초래했음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네." 

陸文飛心裏一動道: “難道這陷阱是盲叟設下的?” 

육문비는 마음이 동하여 말했다. 

"설마 이 함정이 설산맹수가 설치한 것인가요?" 

白髯者者搖頭道: “他沒有此能耐。” 

백염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그런 능력이 없네." 

陸文飛若有所悟地道: “那是另有其人了?” 

육문비는 깨달은 바가 있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있군요?" 

白髯老者朗聲一笑道: “公于一夜未眠,該回店去歇息啦,何故又管打破砂鍋問到底呢?” 

백염노인은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밤새 잠을 못 잤는데 객점으로 돌아가 쉬지 왜 또 꼬치꼬치 캐묻는가?" 

陸文飛不便再追問下去,也哈哈一大笑道: “在下果是問得太多了。” 

육문비는 더 물어보기가 불편하여 하하, 크게 웃더니 말했다. 

"제가 정말 너무 많이 물었군요." 

拱了拱手,轉身舉步朝山下行去。 

공수하고는 몸을 돌려 산 아래를 향해 걸어갔다. 

回到“不醉居”,已是巳牌時分。他一晚未眠,回轉房中倒頭便睡,也不知過了多少時刻,突為一陳雜亂的腳步聲驚醒。當下一翻身坐起,就看門縫往外一望,只見黑龍幫主黑龍翔,領著易曉天匆匆走過,朝雪山盲叟所居的小樓行去。 

불취거(不醉居)에 돌아오니 이미 사시였다. 그는 밤새 자지 못해서 방에 돌아오자 쓰러져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돌연 일진의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에 놀라서 깨었다. 즉시 벌떡 일어나자마자 문 틈으로 밖을 보니 흑룡방주 흑룡상이 역효천을 데리고 총총히 지나가는데 설산맹수가 거처하는 작은 누각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于此風雲緊急之時,黑龍翔親身前來不辭居拜訪雪山盲叟,自是重大之事,于是也開門行出來。 搖見黑龍翔行到樓下後,便即停步不前,轉臉對易曉天吩咐數語,易曉天匆匆朝小樓奔去。 

이 풍운이 긴박한 때에 흑룡상이 친히 오는 것도 마다않고 설산맹수를 배방(拜訪)하다니 당연히 중대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도 문을 열고 걸어나갔다. 흑룡상은 누각 아래에 도착하자 걸음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역효천에게 몇 마디 분부하자 역효천이 총총이 누각을 향해 달려갔다.

陸文飛不願去湊那熱鬧,行到廊下便將腳步停住,那黑龍翔一回頭,只見陸文飛正在廊了,微感意外地怔了征,隨即出聲喊叫道: “小兄弟請這來,老朽有話問你。” 

육문비는 번거로워지는 것을 원치 않아 복도에 이르자 걸음을 멈추었다. 흑룡상이 고개를 돌려 육문비가 복도에 있는 것을 보고는 조금 의외라고 느꼈는지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소리내어 외쳤다. 

"소형제 이리 오시게. 늙은이가 자네에게 물어볼 말이 있네." 

陸文飛此刻倒不好意思不答理,搶前數步拱手道: “幫主呼喚何事?” 

이때 육문비는 대꾸하지 않기엔 계면쩍어서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 공수하며 말했다. 

"방주께서는 어떤 일로 부르셨는지요?" 

黑龍翔微微一笑道: “你的福命不小,是怎地脫出那墓陵的?” 

흑룡상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자네의 명이 짧지 않구먼. 어떻게 그 묘릉을 빠져나온 것인가?" 

陸文飛道: “在下誤打誤撞,由基陵過道墜落山谷,就這樣胡裏胡塗地出來了。幫主精通土木建築之學,想已查出陵內的奧秘。” 

육문비가 말했다. 

"저는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묘릉의 통로를 따라 산골짜기로 떨어져서 이렇게 영문도 모르게 빠져나왔습니다. 방주께서는 토목건축학에 정통하시니 능 안의 비밀을 조사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黑龍翔輕喟一聲道: “說來慚愧,老朽若不是巧遇高人指點,說不定此刻還困在古陵之內呢。” 

흑룡상이 나직이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말하자면 부끄럽지만 늙은이가 우연히 고인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까지 고릉 안에 갇혀 있었을 것이네." 

就這說話工夫,雪山盲叟已領著雲娘下了小樓,遠遠便哈哈笑道: “黑幫主親臨小店,事不尋常,但不知為了何事?” 

이 말을 하는 동안에 설산맹수는 이미 운랑을 데리고 누각에서 내려와 멀리서 하하, 웃으며 말했다. 

"흑방주께서 친히 누추한 객점에 왕림하시니 일이 심상치 않을 것 같은데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겠구려?" 

黑龍翔笑了笑接道: “公孫兄說得不錯。兄弟果有一件不明之事來請教,還望據實相告。” 

흑룡상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 

"공손형의 말씀이 틀리지 않소. 형제는 정말 한 가지 알지 못하는 일이 있어 가르침을 청하러 왔으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오." 

雪山盲叟把臉一沈道: “秘圖已為汝等取走,今又找上門來,不賺欺人太甚嗎?” 

설산맹수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비도는 이미 당신들이 가져가고서는 지금 또 찾아오다니 너무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오?" 

黑龍翔也斂去笑容拱手道: “豈敢,豈敢。本幫取去公孫兄之秘圖那是有約在先,是是非非,往後再說,今天兄弟登門求教。想知道一下那秘圖究竟從何而來?” 

흑룡상이 얼굴에 웃음을 거두고 공수하며 말했다. 

"천만의 말씀이오. 본방이 공손형의 비도를 가져간 것은 먼저 약정이 된 일이었오. 시시비비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 형제가 찾아온 것은 가르침을 청하기 위함이오. 그 비도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인지 알고 싶소만?" 

雪山盲叟冷冷答道: “此事恕瞎子無法奉告。” 

설산맹수가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 일은 장님이 말할 수 없음을 용서하시오." 

黑龍翔鄭重其事地道: “此事至關重要,務望公孫兄不要隱瞞。” 

흑룡상이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 

"그 일은 대단히 중요하니 공손형께서는 반드시 숨기지 마시기를 바라오." 

雪山盲叟冷冷一笑道: “你一定要我瞎子說,我可告訴你,那是我瞎子杜撰的。” 

설산맹수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굳이 장님에게 말하라고 한다면 내가 당신에게 말할 수도 있소. 그건 이 장님이 꾸며낸 것이요." 

黑龍翔搖了搖頭道: “公孫兄你是自欺欺人,那幅圖你決然無法杜撰。” 

흑룡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손형 당신은 자신를 속이고 남을 속이고 있소. 그 한 폭의 지도는 당신이 절대로 꾸며낼 수 없소." 

雪山盲叟哼了一聲道: “為什麽不能?” 

설산맹수가 흥, 하더니 말했다. 

"왜 그럴 수 없다는 것이오?" 

黑龍翔趨前二步,壓低噪音道: “並非小弟小看公孫兄,那秘圖細膩精確,不是精通土木建築之人,決然無法杜撰出來。” 

흑룡상이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결코 소제가 공손형을 얕보는 것이 아니라 그 비도는 세밀하고 정확하여 토목건축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조작해낼 수 없소." 

話音一頓,接道: “那圖與原圖應無二樣,所差的是內裏重要機關消息,俱已變換。不明內情之人,若按圖冒昧行入,危險萬分。因此兄弟懷疑那是一位別具用心之人,有意布下的陷講。 

멈추었다 이어서 말했다. 

"그 지도와 원래 지도는 다른 데가 없지만 차이점은 내부의 중요한 기관매복 모두 바뀌었소. 내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지도만 믿고 당돌하게 들어갔다가는 위험천만이오. 이로 인해 형제는 누군가 속셈을 가진 사람이 함정을 펼쳐놓았으리라 의심하고 있소." 

雪山盲叟身軀一震,強自鎮定道: “有這等事情?” 

설산맹수가 몸을 한번 떨더니 애써 진정하며 말했다. 

"이런 일이 있었소?" 

黑龍翔接道: “兄弟近日已隱隱覺出此事大不尋常。事關武林同道千百人性命,還望公孫兄以大局為重。” 

흑룡상이 이어서 말했다. 

"형제는 근래 어렴풋이 이 일이 아주 심상치 않음을 알아챘소. 수 많은 무림동도들의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 공손형께서는 대국을 중시하시길 바라오." 

雪山盲叟此時的面色顯然極是凝重,沈吟半晌,長歎一聲道: “瞎子此圖乃是得自一位樵子之手。” 

설산맹수는 이때  눈에 띄게 극히 무거운 표정으로 한참을 침음하더니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장님의 그 지도는 원래 한 명의 나뭇꾼 손에서 얻은 것이오." 

黑龍翔何等精明之人,察言觀色,已知雪山盲叟必有難言之隱,微微一笑道: “公孫兄既有難言之隱,兄弟是多此一問了,告辭。” 

흑룡상이 얼마나 영리한 사람인가?  말투와 안색을 관찰하여 설산맹수가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음을 알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공손형이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형제는 지금 여러말 묻지 않겠소. 이만 가보겠소." 

雙手一拱,領著易曉天,徑自行出店去。 

두손으로 공수하더니 역효천을 데리고 객점을 나가버렸다. 

陸文飛站立一旁,把一切都看在眼裏。心中暗暗思忖,只覺雪山盲叟的一舉一動,都難令人捉摸,其中必然大有文章。 

육문비는 한 쪽에 서서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마음 속으로 곰곰히 생각하니 설산맹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사람이 추측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그 가운데 반드시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雪山盲叟耳聽黑龍幫主腳步已遠,突然一聲長歎,半晌方對雲娘道: “站在廊下的是陸家娃兒嗎?” 

설산맹수는 흑룡방주의 발자국 소리가 이미 멀어지자 돌연 긴 탄식을 내뿜더니 한참만에 운랑에게 말했다. 

"복도에 서있는 것은 육가 아이냐?" 

雲娘答道: “是他,爹有什麽事?” 

운랑이 대답했다. 

"그예요. 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으세요?" 

雪山盲叟又道: “你請他來閣子裏說話。” 

설산맹수가 또 말했다. 

"누각 안에서 이야기하자고 그를 청해 오너라." 

雲娘便對陸文飛招手道: “餵!我爹請你來閣子裏說話。” 

운랑이 육문비에게 손짓해 부르며 말했다. 

"이봐요! 어버지께서 당신을 불러 누각 안에서 이야기하자고 하십니다." 

陸文飛略事遲疑,大步行了過來道: “前輩呼喚何事?” 

육문비는 약간 주저하더니 큰 걸음으로 건너가서 말했다. 

"선배님께서 부르심은 무슨 일입니까?" 

雪山盲叟舉杖指樓閣,舉步便行。這遭他竟不待雲娘扶持,三步兩步使跨上了閣子。陸文飛跟著行入,雪山盲叟先行在椅上坐下,復又一舉手道: “陸兄請坐。” 

설산맹수는 죽장을 들어 누각을 가리키더니 걸음을 옮겨 걸어갔다. 그는 뜻밖에 운랑의 부축을 받지 않고 곧바로 걸어서 누각에 올라갔다. 육문비가 뒤따라 들어서자 설산맹수는 먼저 의자에 앉더니 손을 들어 말했다. 

"육형, 앉으시오." 

陸文飛見他態度突變,心中甚感意外,但卻依言坐了下來。 

육문비는 그의 태도가 돌변한 것을 보자 마음 속으로 의외라고 느끼며 즉시 자리에 앉았다. 

雪山盲叟輕籲一聲道: “是我瞎子太多疑,幾乎誤了大事。” 

설산맹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장님은 너무 의심이 많아 큰일을 하마터면 그르칠 뻔 했소." 

陸文飛心裏一動,依然坐著沒作聲。 

육문비는 마음이 동했으나 여전히 앉은 채로 말하지 않았다. 

雪山盲叟又道: “原來陸見乃是名門高徒,老朽真個失敬啦!” 

설산맹수가 또 말했다. 

"원래 육형은 명문의 제자인데 늙은이는 정말 실례를 했소!" 

陸文飛欠身道: “豈敢,前輩高擡了。” 

육문비가 몸을 약간 움직이며 말했다. 

"어찌 감히. 선배님은 너무 치켜세우십니다." 

雪山盲叟歎了一口氣道: “陸兄這番來太行是奉師使抑是父命?” 

설산맹수가 탄식하더니 말했다. 

"육형이 이번에 태행에 온 것은 사부의 명을 받은 것이오 아니면 부친의 명을 받은 것이오?" 

陸文飛答道: “都可以說,只因先母病危,是以家師著我回來探望。” 

육문비가 대답했다.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모(先母)의 병이 위중하셨기 때문에 가사께서는 저를 돌려보내어 찾아뵙도록 하셨습니다." 

雪山盲叟哼了一聲道: “果真如此?” 

설산맹수가 흥,  하더니 말했다. 

"정말 그런 것이오?" 

陸文飛不悅道: “在下沒有欺蒙的必要。” 

육문비가 불쾌해하며 말했다. 

"저는 속일 필요가 없습니다." 

雪山盲叟沈忖有頃道: “分尊令堂俱已仙去,照常理說,陸兄不在墳前守制,便該回見令師,共商復仇之計。何故逗留太行,莫非另有所圖不成?” 

설산맹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영존과 영당이 모두 세상을 떠났으니 상리(常理)에 비추어 말하자면 육형은 묘를 지키저아 아니면 돌아가서 영사를 뵙고 원수를 갚을 계획을 함께 상의하여야 하는데 무슨 까닭으로 태행에 머무는 것이오? 혹시 따로 도모하는 바가 있는 것이오?" 

陸文飛怔了怔激動地道: “父母之仇不共戴天,在下誓要查訪出此人,致祭在亡父的墳前。” 

육문비는 넋을 잃고 격동하여 말했다. 

"부모의 원수는 불공대천(不共戴天)이라 했습니다. 제가 그자를 찾아내어 망부의 무덤 앞에서 제를 지내겠다고 맹세했습니다."

雪山盲叟冷笑道: “為雪父母大仇,雖死何捍?” 

설산맹수가 냉소하며 말했다.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는 죽음인들 가로막겠는가?"

雪山盲叟唉聲一歎道: “令尊大人何等英雄,尚且死于仇人之手,以陸兄一人之力,縱然尋訪著了仇人,又能怎樣?依老朽之見,你該早日返回師門,將一切經過稟告令師,請他為你作主。” 

설산맹수가 휴, 탄식하더니 말했다. 

"영존 대인이 얼마나 영웅이신가? 그런 분조차 원수의 손에 죽었는데 육형 한 사람의 힘으로 설령 원수를 찾아낸다고 해도 또 어떻게 할 수 있겠소? 늙은이가 보기에 자네는 일찍 사문으로 돌아가서 모든 경과를 영사께 아뢰고 그분께서 결정하시도록 해야하네." 

陸文飛起身拱手道: “多承前輩關切,在下感激不盡,若只是這些話,晚輩告辭。” 

육문비가 몸을 일으키더니 공수하며 말했다. 

"선배님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저는 감격하기 그지 없습니다. 만약 이 말씀 뿐이시라면 후배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雪山盲叟急搖手道: “你且稍坐,老朽還有話說。” 

설산맹수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자네는 좀 앉게. 늙은이는 아직 할 말이 있네." 

長籲一聲又道: “這些天來老朽所遭遇的一切,陸兄俱已親見,結局如何,實難預料。”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또 말했다. 

"요 며칠동안 늙은이가 겪었던 모든 것을 육형도 친히 보았을 걸세. 결말이 어찌될런지 실로 예측하기 어렵군." 

陸文飛很想數說他幾句,一眼瞧見雪山盲叟那副老邁龍鐘之態,同情之心油然而生,話到唇邊,又復住口不言。 

육문비는  그의 몇 마디 말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설산맹수의 노쇠한 모습을 보니 동정심이 절로 우러나서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니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雪山盲叟別有所圖,見對方默然不語,繼續又道: “太行山之事,遠近皆聞,令師不會不知。說不定早已來太行,老朽自知已成眾矢之的,早晚難免。” 

설산맹수는 따로 도모하는 바가 있어 상대가 묵묵히 말이 없는 것을 보자 계속 또 말했다. 

"태행산의 일은 여기저기 모두 소문이 났으니 영사께서도 모르고 계실 리가 없네. 아마도 벌써 태행에 오셨을 것이네. 늙은이는 이미 대중의 표적이 되었으니 조만간 죽음을 면하기 힘들겠지." 

黯然搖了探頭長歎一聲又道: “老朽風燭殘年,死不足借,只是雲娘這孩子,唉……” 

암연히 고개를 저으며 길게 탄식하고 또 말했다. 

"늙은이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남은 날이 얼마되지 않으니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지만 운랑 이 아이는, 아..." 

陸文飛生具俠腸,不禁義形于色道: “這點前輩請放心,如果有人意欲加害賢父女,在下決不袖手。” 

육문비는 의협심을 타고났다. 의분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 점은 선배님께서 마음을 놓으십시오. 만약 현부녀를 가해하려는 자가 있다면 제가 결코 수수방관하지 않겠습니다." 

雪山盲叟搖頭道: “老朽這場災決難逃過,豈能連累陸兄?倘防兄果有相助之心,老朽意欲將雲娘托付與陸兄,免去後顧之憂,如此便可放手與他們一拼了。” 

설산맹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늙은이가 이 재앙을 벗어나기도 어려운데 어찌 육형에게까지 누를 끼칠 수 있겠는가? 만약 육형이 정말 도와줄 마음이 있다면 늙은이는 운랑을 육형에게 부탁하려하네. 뒤를 돌보아야 될 염려가 없다면 마음놓고 그들과 한번 싸울 수 있네." 

陸文飛愕然道: “這如何使得?在下身負血仇,隨時均有遭遇伏擊可能。令授與在下同行,定將受到連累。” 

육문비가 아연실색하여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저는 피의 원한을 지고 있어 수시로 매복 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애(令愛)와 제가 동행하면 반드시 연루될 것입니다." 

雪山盲叟接道: “令師俠名久著,江湖同行誰不景仰?小女叵與陸兄同行,他們看在會師徒的份上,多少有個顧慮,總比在老朽身邊好得多。” 

설산맹수가 말을 받았다. 

"영사께서 협명을 떨치신 지 오래인데 강호동도 누가 우러러 공경하지 않는가? 딸아이가 육형과 동행하면 그들은 사도(師徒)의 체면을 보아 얼마간은 꺼리는 바가 있을 테니 늙은이 곁에 있는 것에 비해 훨씬 좋을 걸세." 

陸文飛雖有相助之心,但讓一個年輕女子,成天跟在身邊,終覺不妥,當下遲疑著道: “在下暫時無意離開太行,這事以後再說吧。” 

육문비는 비록 돕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일개 나이 어린 여자가 하루 종일 그의 곁에 따라다니는 것이 끝내 부적절하다고 느껴서 즉시 주저하며 말했다. 

"저는 잠시 태행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이 일은 이후에 다시 말씀하시지요." 

雪山盲叟點頭道: “那也好。” 

설산맹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좋지." 

隨後吩咐道: “雲娘,快過去拜見陸大哥。” 

곧이어 분부했다. 

"운랑, 어서 가서 육대가를 배견(拜見)하거라." 

雲娘應聲姍姍行了過來,衽衲道: “拜見陸大哥。” 

운랑이 대답하고 느릿느릿 건너와서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육대가를 뵙습니다." 

陸文飛慌忙起身抱拳道: “不敢當,姑娘快請起來。” 

육문비는 황망히 일어나 포권하며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 낭자 속히 일어나시오." 

雲姐微微一笑,緩緩退回到雪山盲叟身畔。 

운랑은 미소지으며 천천히 설산맹의 곁으로 물러갔다. 

陸文飛細看雲娘,雖然滿面黝黑,但身段婀娜,一笑之下,露出淺淺兩個酒渦,甚是惹人憐愛。他乃極重義氣之人,想到她父女二人,一個殘疾,一個是弱女,處境果是堪虞,遂憤然道: “不才雖是江湖末學後進,力量微薄,但絕非輕諾寡信之人。賢父女但有緩急,在下絕不袖手便了。” 

육문비가 운랑을 자세히 보니 비록 얼굴이 가무잡잡했지만 몸매가 유연하고 아름다웠으며 웃으면 양 쪽에 보조개가 나타나 몹시 귀여웠다. 그는 원래 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녀의 부녀 두 사람이 한 명은 불구자요 한 명은 약한 여자임을 생각하자 처지가 과연 몹시 걱정되었다. 그래서 분연히 말했다. 

"저는 비록 강호의 말학후진(末學後進)이고 역량이 보잘 것 없지만 절대 쉽게 승낙하고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현부녀(賢父女)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저는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겠습니다." 

雪山盲叟長籲一口氣道: “雲娘,你去廚下吩咐他們,即速備桌上等酒席來,為父要陪陸兄好好喝幾杯。” 

설산맹수가 길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운랑,  가서 주방에 분부하여 즉시 술상을 준비해 올리도록 하거라. 애비는 육형을 모시고 실컷 몇 잔 마셔야겠다." 

陸文飛忙起身道: “不敢當,在下還有許多事情要辦,盛意心領了。” 

육문비가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감당키 어렵습니다. 저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성의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抱拳一禮,舉步便行。 

포권하여 예를 차리고는 걸음을 옮겨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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