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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回 覆面女郎(복면여랑) 본문

와룡생(臥龍生) 무협/옥수점장록(玉手點將錄)

第十回 覆面女郎(복면여랑)

알타쵸 2016. 11. 7. 10:59

第十回 覆面女郎







雲娘舉目望去,果見谷內人影閃動,似在尋找什麽,遂道:“咱們掩過去看看。” 

운랑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과연 곡 안에서 인영이 번뜩거리는 것이 마치 무엇가를 찾는 듯 했다.

"우리 숨어서 살펴봐요."

二人展開輕功,一路掩藏著身形,徑直掠入谷內,遠遠便見那露面女郎領著兩個女婢,手裏拿著一塊明晃晃的金牌在度量月影。 

두 사람은 경공을 전개하여 신형을 숨기어 곧장 곡 안으로 스치듯 들어갔다. 멀리서 그 복면여랑이 두 명의 여비를 데리고 손에 한 덩이의 반짝이는 금패를 쥔 채 달 그림자를 재고 있는 것이 보였다.

陸文飛大感奇異,輕聲對雲娘道:“藏寶圖一共只有三塊,你爹與我爹各持一份,另一份難道在這姑娘手裏?” 

육문비는 몹시 기이하여 낮은 목소리로 운랑에게 말했다.

"장보도는 모두 세 조각인데 당신 아버님과 나의 아버님이 각각 한 부분씩을 갖고 계셨소. 다른 한 조각이 설마 이 낭자의 손에 있다는 걸까요?"

雲娘仔細看了兩眼,搖頭道:“不對,她拿著的好像大了一些,莫非是全圖不成?”

운랑은 두 눈으로 자세히 보고나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그녀가 쥐고 있는 것은 조금 커보여요. 혹시 모든 조각을 다 모은게 아닐까요?"

陸文飛點頭道:“果然是大了一點,咱們問問她去。” 

육문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좀 크군요. 우리는 그녀에게 가서 물어봅시다."

雲娘急忙道:“使不得,這樣必然會引起她的誤會。” 

운랑이 급히 말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반드시 그녀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거에요."

陸文飛心中正自猶豫不決之時,覆面女郎已把金牌收入懷中,轉瞼對二婢道:“我想是這裏了,咱們擇個日子動手吧。” 

육문비가 마음 속으로 망설이며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복면여랑은 이미 금패를 품 속에 거두어 들이고는 두 여비에게로 얼굴를 돌려서 말했다.

"내 생각에 이곳이다. 우리는 날을 택해 손을 쓰기로 하자."

大的一個女婢接道:“依婢子看來,還是等人手來齊了再動手,較為隱妥。” 

나이 든 한 명의 여비가 말했다.

"비자(婢子)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일제히 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손을 쓰는 것이 비교적 온당할 듯 합니다."

覆面女郎冷笑道:“你是擔心有人奪取?” 

복면여랑이 냉소하며 말했다.

"너는 탈취하려는 자가 있을까 걱정하느냐?"

女婢點頭道:“眼下太行來的江湖人極多,宮主武功雖高,但亦是惹人顯眼。” 

여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태행에 온 강호인들이 극히 많습니다. 궁주님의 무공이 비록 높지만 역시 남들 눈에 띄게 될 것입니다."

覆面女郎哼了一聲道:“他們敢,莫非他們都不要命了。” 

복면여랑이 흥, 하더니 말했다.

"그들이 감히. 설마 그들이 모두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를까."

只聽崖上一個陰森森的嗓音道:“姑娘若願與本教合作,可保萬無一失。” 

절벽 위에서 하나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낭자가 만일 본교와 합작하기를 원한다면 만에 하나의 실수도 없을 것임을 보증하오."

呼地一聲,一個全身白衣的老者,飄身落到崖下。 陸文飛認得是白骨教主姚寒笙,忍不住重重哼了一聲。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전신에 백의를 입은 노인이 바람에 날리듯 절벽 아래로 내려왔다. 육문비는 백골교 요한생임을 알고 참지 못하고 거듭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覆面女郎轉臉對大的女婢吩咐道:“夏荷,你去對他說,本宮主看不慣此種鬼氣森森之人,叫他滾吧。” 

복면여랑은 얼굴을 돌려 나이 든 여비에게 분부했다.

"하하, 너는 가서 그에게 말하거라. 본 궁주는 이런 귀신 같은 사람은 눈에 거슬리니 꺼져버려라고 해라."

姚寒笙仰面笑道:“這是太行山,可由不得你耍宮主脾氣。”

요한생이 고개를 젖히고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태행산이오. 당신은 궁주로서 성질을 부릴 수는 없소."

笑聲一斂,又道:“本教主提出合作那是客氣活,你若不識擡舉可就怨不得我了。” 

웃음을 거두고 또 말했다.

"본 교주가 합작을 거론한 것은 예의를 갖춘 말이오. 당신이 만일 호의를 무시한다면 나를 탓할 수 없소."

覆面女郎突然轉身形道:“我且問你,白骨教究竟有多大力量?” 

복면여랑이 돌연 신형을 돌리며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묻겠는데 백골교가 도대체 얼마나 큰 역량이 있죠?"

姚寒笙哼了一聲道:“力量究竟有多大,很難說個明白,但本教主既提出與你合作,自然是有把握。” 

요한생이 흥, 하더니 말했다.

"역량이 도대체 얼마나 있는지는 분명히 말하기 어렵소. 다만 본교는 이미 당신에게 합작을 제시했으니 당연히 자신이 있소."

覆面女郎冷冷一笑道:“你比川西張門,金陵謝家哪個強些?” 

복면여랑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천서 장문, 금릉 사가에 비해 어느 정도 강한가요?"

姚寒笙仰面笑道:“這些徒具虛名之輩,算得了什麽。” 

요한생이 고개를 쳐들고 웃으며 말했다.

"그들 무리는 허명을 얻은 자들이오. 아무것도 아니오."

覆面女郎緩緩轉過臉去,竟不再理會。 姚寒笙眼見她將金牌藏放懷中,遂欺她只是三個年輕女子,不僅存下奪圖之心,且有殺人滅口之意。 當了暗暗將玄陰功提聚,大有立時出手之意。 

복면여랑은 천천히 얼굴을 돌리며 다시는 거들떠 보지 않았다. 요한생은 그녀가 금패를 품 속에 숨겨두는 것을 보았었다. 그래서 단지 세 명의 어린 여자들만 있어 그녀를 얕보고 지도를 뺏을 마음을 가졌을 뿐 아니라 살인멸구할 생각도 있었다. 즉시 현음공을 암암리에 끌어모으고 언제라도 출수할 뜻이 있었다.

覆面女郎又轉過臉來道:“本宮此刻倒有些相信你的活了,因為自你露面後,暗中那些人曾沒有一個敢出來,可見他們都怕你,現在給你一盞茶的時間,在這段時間內如果他們真個不敢出來,本宮主便答應與你合作。”

복면여랑이 또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본 궁주는 지금 당신의 말을 조금 믿게 되었어요. 당신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암중의 그들이 한 명도 감히 나오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모두 당신을 두려워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당신에게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드릴테니 그 동안에 만약 그들이 정말 감히 나오지 못한다면 본 궁주는 당신과의 합작을 승낙하겠어요."

姚寒笙自認為自己來這裏神不知鬼不覺,哪料聞言之後,很快覺察尚有旁人,心念一轉殺機頓起.倏地往前一趨身,直向覆面女郎沖去。 

요한생은 자기가 이곳에 온 것은 귀신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었으니 어디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 말을 듣고난 뒤 다른 사람이 있음을 재빨리 알아차렸다. 마음 속 생각을 바꾸어 곧바로 살기를 일으키며 갑자기 몸을 앞으로 나아가며 곧장 복면여랑을 향해 부딪혀갔다.

他身法雖快,但覆面女郎身側兩個婢女卻比地更快,嬌喝一聲,雙劍齊出,迎面截去。姚寒笙身形躍出,忽覺一片冷森森劍勢,兜頭蓋下,來勢迅猛,顯示出招之人劍上造詣極深。心頭不由一懍,不敢冒失出招封架,一沈丹田之氣,電掣般撤了回來。 

그의 신법은 비록 빨랐지만 복면여랑의 곁에 있던 두 명의 비녀는 그에 비해 더 빨랐다. 교갈일성하더니 쌍검을 일제히 뽑아 정면으로 잘라갔다. 요한생은 신형을 솟구쳐 나가자 문득 한 조각의 으스스한 검세가 머리를 뒤덮어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밀려오는 공세는 빠르고 사나워 출초한 사람의 검술조예가 극히 깊음을 나타내주었다. 마음이 저절로 떨리며 감히 경솔하게 막지 못하고 단전의 기를 가라앉히며 번개처럼 물러나 돌아왔다.

二婢一招將姚寒笙驚退後,並不追襲,一左一右仗劍守侍在覆面女郎兩旁。 覆面女郎噗他一笑道:“原來人家並不怕你,那不是都過來了嗎。” 

두 비녀가 일초에 요한생을 물러가게끔 한 후 결코 추격하지 않고 좌우에서 검을 잡고 복면여랑을 양쪽에서 지키고 섰다. 복면여랑이 풉, 하고 웃으며 말했다.

"원래 온 사람들은 당신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군요. 그렇다면 오지도 않았겠지요."

姚寒笙回頭一看,見張南與謝一飛並肩行了過來,當下眉頭一皺開言道:“兩位來得正是時候,請與兄弟對付那倆婢女,兄弟去取她懷中之物。” 

요한생이 고개를 돌려보니 장남과 사일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고 있었다. 즉시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두 분은 마침 때맞춰 오셨소. 그 두 명의 비녀를 상대해주시면 형제가 가서 그녀 품 속의 물건을 취하겠소."

謝—飛微微一笑道:“我輩只是徒具虛名,怎配與教主合作?” 

사일비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은 단지 헛된 명성을 얻고 있을 뿐인데 어찌 교주와 합작할 자격이 있겠소?"

姚寒笙急道:“此刻寸陰如金,謝兄何苦挑眼?東西到手咱們三派均分。” 

요한생이 급히 말했다.

"지금은 촌음(寸陰)이 황금과 같소. 사형은 무엇 때문에 굳이 트집을 잡으시오? 우리 물건을 손에 넣고 삼등분합시다."

謝一飛哈哈笑道:“教主讓我等為你退敵,而你卻劫取現成的秘圖,這主意不錯啊!”

사일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교주는 우리들에게 당신을 위해 적을 물리치게 하고 당신은 힘 안들이고 비도를 강탈하는 이 방법은 나쁘지 않구려!"

姚寒笙心中深恨不已,表面仍然委屈求道:“二位如此多疑必將誤了大事。” 

요한생은 내심 원망스러워해 마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듯 부탁하였다.

"두 분이 그렇게 의심을 하면 반드시 대사를 그르치게 되오."

謝—飛搖頭道:“那倒未必見得,兄弟可與張見分出一人拒擋教主。讓帶來的小兄對付兩婢女,我一人奪取秘圖,相信還能應付得了。” 

사일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소. 형제와 장형 중에서 한 명이 교주를 막고 데리고 온 소형제로 두 비녀를 상대케 하고, 나 혼자 비도를 탈취한다면 아쉬운대로 가능하다고 믿소."

姚寒笙大怒道:“這般說來二位要公然與兄弟為敵了。” 

요한생이 대로하여 말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두 분은 공공연히 형제를 적대시하는 것이오."

謝一飛沈下臉來道:“情勢迫人,只有得罪了。” 

사일비가 굳은 얼굴이 되더니 말했다.

"정세가 사람을 핍박하니 죄를 지을 수 밖에요."

姚寒笙雙目綠光電閃,臉上殺機湧現,手上功力已提到十成。

요한생은 두 눈에서 녹광(綠光)을 번쩍이며 얼굴에는 살기가 나타났다. 손에 공력을 십성까지 끌어올렸다.

張南搶步上前喝道:“謝兄廢話少說,此人交給我了。” 

장남이 앞다투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사형은 쓸데 없는 말 그만하고 이 사람은 나에게 넘기시오."

姚寒笙仰面笑道:“張兄自問擋得住兄弟的二十四招白骨陰風爪嗎?

요한생은 고개를 젖히고 웃더니 말했다.

"장형은 형제의 이십사 초 백골음풍조(白骨陰風爪)를 막아낼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張南暗凝功力,冷笑不答。 

장남은 몰래 공력을 모으며 냉소하더니 대답하지 않았다.

雙方正自劍拔弩張之際,崖上飛鳥般落下三人,正是黑龍幫幫主黑龍翔、副幫主那仲虎,堂主易曉天。 

쌍방이 일촉즉발의 형세에 놓여 있을 때 절벽 위에서 비조처럼 세 사람이 내려왔다. 바로 흑룡방 방주 흑룡상, 부방주 정중호, 당주 역효천이었다.

黑龍翔大步趕了過來,沈聲道:“二位且慢動手,聽兄弟一言。” 

흑룡상이 큰 걸음으로 서둘러 건너와서 침성으로 말했다.

"두 분은 잠시 기다리시고 형제의 말을 들어보시오."

張南長籲一口氣將功散去,徐徐道:“黑幫主有何吩咐?” 

장남이 길게 숨을 내쉬며 공력을 흩어버리고 서서히 말했다.

"흑방주는 무슨 분부가 계시오?"

黑龍翔瞥了覆面女郎一眼道:“張兄與姚兄何故要動手?” 

흑룡상이 복면여랑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장형은 요형과 왜 손을 쓰려하시오?"

姚寒笙搶先答道:“張南妄圖與謝一飛合力取得那女娃懷中藏寶圖。” 

요한생이 앞다투어 먼저 대답했다.

"장남이 망령되이 사일비와 힘을 합쳐 그 여자아이 품 속의 장보도를 취하려고 꾀하였소." 

黑龍翔冷笑道:“就算二位取得了藏寶圖,自問能抵擋得了各路豪強的圍攻嗎?” 

흑룡상이 냉소하며 말했다.

"설령 두 분이 장보도를 취득하더라도 각 방면에서 온 호걸들의 강력한 포위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謝—飛道:“能不能擋得了,那是以後的事,相信合二派之力,不見得就會怕了誰。”

사일비가 말했다.

"막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 그것은 이후의 일이오. 두 파의 힘을 합치면 누구도 두렵지 않다고 믿소."

黑龍翔長歎一聲道:“幾位兄台都是老江潮了,對眼下太行的情勢,都已十分明白。咱們倘不能和舟共濟,恐怕極難全身而退。” 

흑룡상이 길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여러 형들은 모두 노강호인들이니 지금 태행의 정세에 대해 모두들 잘 알고 계실 것이오. 우리가 만약 화합하여 같은 배로 타지 않는다면 모두 온전히 물러나기 극히 어려울 것 같소."

姚寒笙冷笑插言道:“黑兄,不必下此說詞,姚某做事向來不計後果。” 

요한생이 냉소하며 끼어들어 말했다.

"흑형, 그런 말씀 하실 필요없소. 요모는 일을 할 때 본래부터 나중의 결과를 따지지 않소."

黑龍翔仰面笑道:“看來兄弟說這話是多余的。”

흑룡상이 얼굴을 쳐들고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형제가 한 이 말은 쓸데없는 것이구려."

一頓又道:“既然眼前此女身懷秘圖,各位盡可上前奪取。黑龍幫作壁上之觀,絕不插手。” 

잠시 멈추었다 또 말했다.

"기왕 눈 앞의 이 여자 몸에 비도가 있다니 여러분은 힘되는 대로 탈취하시오. 흑룡방은 지켜만 보고 절대 개입하지 않겠소."

言畢他便撤退一旁。 

말을 마치자 한 쪽으로 물러났다.

姚寒笙對著張謝二人道:“你們看出來了嗎,人家嘴上一片道理,實際是等著揀現成的便宜,你們瞧著辦吧。” 

요한생은 장,사 두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도리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힘 안드는 공짜를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오. 당신들은 알아서 하시오."

謝一飛暗對張南傳音道:“此刻咱們該當如何?” 

사일비가 몰래 장남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소?"

張南亦用傳音道:“不妨與這邪魔合作,讓他先動手。” 

장남 역시 전음으로 말했다.

"이 사마와 합작을 해도 무방하오. 그에게 먼저 손을 쓰게 하시오."

謝一飛搖頭道:“姚寒笙何等狡猾之入,他不會答應的。” 

사일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요한생이 얼마나 교활한 사람인데, 그는 승낙하지 않을 것이오."

張南又道:“那就由咱們先動手,讓他擋拒黑龍幫。” 

장남이 또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대로 먼저 손을 쓰고 그가 흑룡방을 막게 합시다."

謝一飛道:“也不行,就算合白骨教之力與黑龍幫對抗,最多立于不敗之地,哪還有力量再對付覆面女郎?” 

사일비가 말했다.

"안되오. 설령 백골교의 힘을 합쳐서 흑룡방을 대항하더라도 기껏해야 지지않는 위치를 점할 수 있지만 어디 복면여랑을 상대할 역량이 있겠소?"

張南不悅地道:“照你這樣說,難道罷了不成?”

장남이 불쾌하여 말했다.

"당신의 이런 말은 설마 그만 두자는 것이오?" 

謝—飛道:“眼下之勢只有說服黑龍幫,以便合三派之力共成大事。” 

사일비가 말했다.

"지금의 정세로는 흑룡방을 설복시키는 것 뿐이오. 세 파의 힘을 합쳐 같이 대사를 이루는 것이오."

張南素知他心機甚深,遂道:“那你就去試試吧。” 

장남은 본래 그가 심기가 깊음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가서 시험해보시오."

謝一飛一語不發,朝黑龍翔走去。 

사일비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흑룡상에게 걸어갔다.

姚寒笙見他倆嘴皮啟動,心中立時明白,見謝一飛走向黑龍翔,不由冷笑道:“你們妄圖與黑龍幫合作,不啻與虎謀皮。” 

요한생은 그 두 사람이 입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곧 심중으로 분명히 알았다. 사일비가 흑룡상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보자 절로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들이 망령되게 흑룡상과 합작을 꾀하는 것은 가죽 벗기는 것을 호랑이와 의논하는 것과 같소."

覆面女郎面對在側的強敵,絕無一絲畏懼之容,她似乎興致已盡,轉臉對二婢道:“你吩咐她們什麽時候來接,怎的現在還沒來。” 

복면여랑이 옆에 있는 강적을 마주 대하고도 절대 한 오라기의 두려운 얼굴도 없었다. 그녀는 흥미가 다한 듯 두 비녀에게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네가 그녀들에게 언제 오라고 분부했길래 왜 지금까지 안오는 것이냐?"

二婢同聲答道:“婢子是照宮主吩咐下去的,此刻想已上路了。” 

두 비녀는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비자는 궁주님의 분부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지금 출발했을 것입니다."

覆面女郎似乎甚是困倦,打了一個呵欠道:“我真有點困倦了,你讓玉奴去催催她們快來。” 

복면여랑은  마치 피곤해서 졸린 듯 하품을 한번 하더니 말했다.

"나는 정말 졸리구나. 너는 옥노(玉奴)에게 그녀들을 재촉해서 빨리 오게 해라."

大的女婢依言掀去背上覆蓋的二萬白綾,露出一個精巧的小鳥籠,裏面是一雙白羽紅嘴的小鸚鵡。女婢以最迅速手法將籠拉開,吩咐道:“玉奴,你快去通知咱們的人,叫她快來接宮主。” 

나이 든 여비가 그 말을 듣고 등을 덮고 있는 흰 비단천을 들추어 한 개의 작고 정교한 새장이 드러나게 했다. 안에는  한 쌍의 흰 깃털에 붉은 부리를 가진 작은 앵무새가 있었다. 여비는 아주 신속한 수법으로 새장을 열더니 분부했다.

"옥노, 너는 우리쪽 사람들에게 얼른 가서 우리 사람들에게 빨리 와서 궁주님을 맞이하라고 통지하거라."

那白羽鸚鵡不僅善解人意,且會說話,連道:“知道啦.知道啦……”

그 흰 깃털의 앵무는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말도 할 줄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雙翼一展,沖霄而起。 

두 날개를 펴더니 구름을 뚫고 날아갔다. 

姚寒笙自知孤掌難鳴,不敢冒失動手,但也不甘離去,一直虎視耽耽,靜候機會,突見女婢放出鸚鵡,不禁失聲道:“不好,她們求接去了。” 

요한생은 고장난명(孤掌難鳴)임을 알고 감히 경솔히 손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떠나기도 내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호시탐탐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는데 돌연 여비가 앵무를 놓아보내는 것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말했다.

"야단났군. 그녀들이 도움을 요청하러 보냈구나."

縱身一躍,伸手朝鸚鵡抓去,他這一躍之勢,足有三四丈高。其疾猶如箭矢。 可是那白羽鸚鵡久經訓練,性已通靈,一離開寵子便如箭矢沖霄,扶搖直上,半空中突然雙翼展開,朝斜裏俯沖急瀉,白影一閃不見。 姚寒笙輕功再高也難及飛鳥,躍起一抓固是快速無匹,仍然撲了一個空,飄然又落回地面。 

몸을 날려 뛰어오르더니 손을 뻗어 앵무새를 향해 움켜잡아갔다. 그의 이 한번의 도약은 족히 삼사 장의 높이였고 그 빠르기가 마치 쏜살같았다. 그러나 그 흰 깃털 앵무는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영통(靈通)했다. 새장을 벗어나자마자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공중에서 돌연 두 날개를 펼쳐 비스듬히 곧 급강하했다. 백영이 번쩍, 하더니 보이지 않았다. 요한생은 경공이 뛰어났지만 나는 새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솟구쳐서 움켜잡는 것은 쾌속무비했으나 허공을 치고 말았다. 표연히 또 지면으로 떨어져 돌아왔다.

覆面女郎噗嗤一笑道:“那人他幹什麽,莫非要與咱們玉奴比飛?” 

복면여랑이 풉, 하고 비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그게 뭐하는 짓이지? 설마 우리 옥노(玉奴)와 나는 것을 견주려 하는가?"

身旁女婢忿然答應:“此人不懷好意,他想抓咱們的玉奴呢。” 

옆에 있던 여비가 분연히 대답했다.

"그 사람은 호의를 갖고 있지 않았어요. 그는 우리의 옥노를 잡으려 했어요."

覆面女郎哼了一聲道:“他敢,只要他碰上了玉奴一下,我就要人把他嘴上的胡子全拔光。” 

복면여랑이 흥, 하더니 말했다.

"그가 감히. 옥노를 건드리기만 해보라지. 그 사람의 입 가에 난 수염을 모조리 뽑아버릴 테다."

姚寒笙雖是動輒殺人的邪魔,生性卻是奸滑得很,明明聽到了覆面女郎之話,卻故作不聞。 張南與他站立不遠,反應卻沒有姚寒笙靈敏,直到姚車全身形躍起他才想到是怎麽一回事,急伸手入懷,摸了一把沒現金芒,可是鸚鵡早已不見影子,只得不動聲色又把沒羽金芒放下。 

요한생은 비록 걸핏하면 살인하는 사마(邪魔)였으나 천성이 매우 간교하였다. 복면여랑의 말을 똑똑히 들었지만 일부러 못 들은척 했다. 장남이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는데 반응이 요한생보다 영민하지 못하였다. 요한생이 신형을 솟구치자 그도 어찌된 일인지를 생각하고는 급히 품 속에 손을 넣어 한 줌의 몰우금망을 찾았다. 그러나 앵무새는 이미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부득이 담담하게 몰우금방을 놓았다.

姚寒笙為了遮掩自己的窘態,故意與張南攀談道:“川西張門暗器馳名宇內,剛才倘張兄出手,那鳥准跑不了。” 

요한생은 자기의 궁색한 모습을 가리기 위해 고의로 장남에게 말을 걸었다.

"천서 장문의 암기는 우내(宇內)에 명성을 떨치고 있으니 방금 장형이 출수했다면 그 새는 틀림없이 날아가지 못했을 것이오."

張南道:“兄弟極少用暗器,可惜敝侄女玉鳳沒來,要是她在此便行了。” 

장남이 말했다.

"형제는 암기를 거의 쓰지 않소. 애석하게도 폐 질녀 옥봉이 오지 않았는데 그녀가 이곳에 있었다면 했을 것이오."

姚寒笙冷冷道:“她已放出信鳥,後援不久便來,咱們此刻再不動手,那是坐失良機。” 

요한생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녀가 이미 통신용 새를 놓아보냈으니 후원대가 오래지 않아 올 것이오. 우리가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앉아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오."

突見黑龍翔大步走向覆面女郎身前,抱拳道:“老朽黑龍翔,現為黑龍幫主,有幾句話要向姑娘請教。” 

돌연 흑룡상이 큰 걸음으로 복면여랑의 앞을 향해 걸어가서 포권하며 말했다.

"늙은이는 흑룡상이오. 현재 흑룡방주라오. 낭자에게 몇 마디 가르침을 청할 말이 있소만."

覆面女郎側面望著天空白雲,頭都不回,冷冷道:“你說吧。” 

복면여랑이 옆으로 돌아서서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말씀해보세요."

黑龍翔道:“姑娘可是晉王的後人?” 

흑룡상이 말했다.

"낭자는 진왕(晉王)의 후인(後人)이시오?"

覆面女郎道:“本姑娘向不喜與不相幹之人談身世。” 

복면여랑이 말했다.

"본 낭자는 신세내력이 상관없는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黑龍翔哈哈笑道:“照此說來姑娘是默認了。” 

흑룡상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 말로 비추어보면 낭자는 묵인(默認)하시는 거로군요."

覆面女郎又道:“我已說過不喜與不相幹之人談身世。” 

복면여랑이 또 말했다.

"나는 이미 상관없는 사람이 신세를 입에 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黑龍翔收斂笑容道:“眼下太行幫派雲集,什麽樣人都有,姑娘孤身一人前來探測藏寶方位,不覺太過冒險嗎?”

흑룡상이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지금 태행에 여러 방파가 운집해 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두 있소. 낭자가 단신으로 와서 숨겨진 보물의 위치를 찾고 있는데 너무 위험을 무릅쓴다고 느끼지 않소?"

覆面女郎冷笑道:“這是我自個兒的事,用不著旁人操心。” 

복면여랑이 냉소하며 말했다.

"이건 내 자신의 일이니 다른 사람이 걱정할 필요없어요."

黑龍翔又道:“按老朽所知,除了眼前這幾人外,暗中窺伺的不知有多少,姑娘若想安然離開此谷,只怕大是不易。” 

흑룡상이 또 말했다.

"늙은이가 알기로는 눈 앞의 이 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도 암중에서 기회를 엿보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오. 낭자가 만약 무사히 이 골짜기를 떠나고 싶다면 쉽지 않을 것이오."

覆面大郎淡然一笑道:“我倒不信誰能攔阻我走。” 

복면여랑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누가 나를 가로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黑龍翔又道:“姑娘的秘圖已泄,你縱然武功再高,要想沖出重重包圍,那可是一件極為困難之事。” 

흑룡상이 또 말했다.

"낭자가 비도를 가졌다는 것이 이미 누설되었소. 당신의 무공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겹겹의 포위를 뚫고 나가려한다면 그것은 극히 곤란한 일이 될 것이오."

覆面女郎不耐煩地道:“就算是吧,你打算怎麽樣?” 

복면여랑이 귀찮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렇다고 칩시다. 당신은 어쩔 생각이죠?"

黑龍翔道:“老朽與川西張門張五爺,金陵謝家謝二爺商量結果,意欲合三派之力,把姑娘護送至本幫,不知姑娘意下如何?” 

흑룡상이 말했다.

"늙은이와 천서 장문의 장오야(張五爺), 금릉 사가의 사이야(謝二爺)가 상의한 결과 세 파의 힘을 합쳐 낭자를 본 방까지 호송할 작정이오. 낭자의 뜻은 어떠하오?"

覆面女郎笑道:“好呀,有人替我打架當然好,不過這是你們自己願意的,我可不領情。” 

복면여랑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나 대신 싸울 사람이 있으면 좋지요. 그러나 이것은 당신들 자신이 원한 것이니 나는 고맙게 여기지는 않겠어요."

謝一飛見她上鉤,不由心花怒放,插言道:“這個自然,我們原沒有施恩求報之心。”

사일비는 그녀가 계략에 빠지는 것을 보자 기뻐 어쩔 줄을 몰라 끼어들어 말했다.

"그것은 당연하오. 우리들은 원래 보답을 바라는 마음이 없소."

覆面女郎點頭道:“我真有點等得不耐煩了,是不是現在就走吧,怎樣?” 

복면여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정말 조금 귀찮아지는 군요. 지금 바로 가죠. 어때요?"

黑龍翔點頭道:“自然是越快越好,老朽來替姑娘領路。” 

흑룡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빠르면 빠를수록 좋소. 늙은이가 길을 안내하겠소."

他跨步當先而行,鄭仲虎與易曉天跟著亦行。 

그는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다. 정중호와 역효천이 뒤를 따랐다.

覆面女郎一手扶著一個女婢,緩緩在後跟著。 謝一飛伸手後腰將文昌筆撤出,執在手中,張南也暗扣了一把沒羽金芒,護衛在後。姚寒笙自知勢孤,沒有出聲阻住,森森一陣怪笑,一旋身疾奔而去。 

복면여랑은 한 손으로 한 명의 여비의 부축을 받으며 느릿느릿 뒤에서 따라갔다. 사일비는 손을 뻗어 허리 뒷춤에서 문창필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장남도 몰래 몰우금망을 한 줌 쥐고 뒤에서 호위했다. 요한생 자신은 세력이 외로운 처지가 되어 소리쳐 저지하지 못하고 음산하게 일진의 괴소를 터뜨리더니 몸을 돌려 빠르게 달려가버렸다.

黑龍翔一面在前領路,一面暗察覆面女郎動靜,起先惟恐跟不上,行走不快,後見她若無其事地走著,暗中突然將腳步加快,晃眼便已行至谷中,回頭一看,覆面女郎仍與自己保持約丈余遠近的距離,不多也不少,心中頓覺駭然。 

흑룡상은 한편으로는 앞에서 길을 안내하면서 한편으로는 몰래 복면여랑의 동정을 살폈다. 처음에는 따라올 수 없을까 걱정되어 걸음이 빠르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그녀가 아무 일도 없는 듯 오고 있는 것을 보자 몰래 갑자기 걸음을 빨리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이미 곡 한가운데에 이르러 고개를 돌려보니 복면여랑이 여전히 자기와 약 일 장여 남짓 떨어진 거리를 많지도 적지도 않게 유지하고 있자 내심 아연실색했다.

覆面女郎行至陸文飛與雲娘藏身之處,突然開言道:“你們倆人倒不失為好人,要看熱鬧可跟著來。” 

복면여랑은 육문비와 운랑이 몸을 숨긴 곳에 이르자 돌연 입을 열었다.

"당신들 두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으니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려면 뒤따라 와요."

陸文飛心裏一動,暗對雲娘道:“她好像是在對咱們說話呢。” 

육문비는 마음이 동하여 몰래 운랑에게 말했다.

"그녀는 마치 우리들에게 말하는 것 같소."

雲娘道:“我覺得很奇怪,她怎肯輕易隨他們前去?” 

운랑이 말했다.

"나는 몹시 기이하게 느껴져요. 그녀는 왜 쉽사리 그들을 따라가기로 한 걸까요?"

陸文飛道:“管他呢,咱們跟去瞧瞧。” 

육문비가 말했다.

"신경쓰지 말고 우리는 뒤따라 가봅시다."

雲娘忙道:“不,先回去吧,爹比咱們知道的事情多,他一定能判別出來。” 

운랑이 급히 말했다.

"안돼요. 우선 돌아가요. 아버님은 우리보다 아시는 게 많으니 그분은 반드시 판별해 낼 수 있으실 거에요."

陸文飛略忖道:“這樣時間如何來得及?” 

육문비가 잠깐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그럴 시간이면 늦지 않겠소?"

雲娘擡頭見黑龍翔一行已行出各外,遂挺直身子道:“你放心,他們既是去黑龍幫,等會咱們一定可以趕得上的。” 

운랑은 고개를 들고 흑룡상 일행이 이미 곡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몸을 바로 펴더니 말했다.

"당신은 안심하세요. 그들은 이미 흑룡방으로 갔으니 우리는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陸文飛擡頭見四下人影紛飛,許多隱伏在黑影中的江湖人,一齊跟上黑龍翔追了下去,不覺一歎道:“黑龍幫此番也許是自招麻煩。” 

육문비가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에 인영이 분분히 날며 어둠 속에 숨어있던 많은 강호인들이 일제히 흑룡상을 뒤따라 가는 것이었다. 저도 모르게 탄식하며 말했다.

"흑룡방은 이번에 아마도 번거로움을 자초하였소."

雲娘笑道:“黑龍翔老謀深算,必有原因,咱們快去找我爹。” 

운랑이 웃으며 말했다.

"흑룡상은 노련하고 주도면밀하니 반드시 이유가 있겠죠. 우리는 빨리 저의 아버님에게 가요."

陸文飛想了想,終于同意了,二人循著舊路,重又回到雪山盲叟所居之村,進入屋內,只見雪山盲叟仍然盤坐椅上。 

육문비는 생각하더니 결국 동의하였다. 두 사람은 왔던 길을 따라 다시 설산맹수가 기거하고 있는 마을로 돌아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설산맹수는 여전히 의자 위에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雲娘搶前二步道:“爹,我們回來了。”

운랑이 앞다투어 두 걸음 앞으로 나서 말했다.

"아버지, 돌아왔어요." 

雪山盲叟伸手輕輕撫著她的秀發道:“那邊出了些什麽事?決說給爹聽。” 

설산맹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어서 애비에게 들려다오." 

雲娘面現驚詫之色道:“爹怎知出了事情?” 

운랑이 얼굴에 의아한 기색을 나타내며 말했다.

"어버님은 일이 일어난 것을 어떻게 아세요?

雪山盲叟微微笑道:“這裏去秘谷來回只須半個更次,而你們去了足有兩個更次,若不是因事耽擱,怎會到這般時候才回來?” 

설산맹수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비곡에 갔다 돌아오는데 반 경이면 되는데 너희들은 갔다가 족히 두 경이나 걸렸다. 만일 일이 생겨 지체되지 않았다면 왜 지금에서야 돌아왔겠느냐?"

雲娘道:“果然出事了。”

운랑이 말했다.

"정말 일이 생겼어요."

隨即把谷內所見詳細述說了一遍。 

곧이어 곡 안에서 보았던 것을 상세히 쭉 말해주었다.

雪山盲叟極注意聽著,在待她把話說完,這才長籲一口氣道:“由此看來情勢是愈來愈復雜了。” 

설산맹수는 극히 주의를 기울여 들으며 그녀가 말을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길게 휴, 하며 말했다.

"이 것으로 보아 정세는 갈수록 복잡해지는구나."

陸文飛道:“晚輩覺著有許多的事情難于理解,前輩能為我略作剖析嗎?” 

육문비가 말했다.

"후배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선배님께서 분석을 해주시겠습니까?"

雪山盲叟略忖道:“老朽近日也有些迷糊了,你姑且說說著,老朽能作剖解的,盡量使你明白。” 

설산맹수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늙은이도 요즘은 좀 혼란스럽군. 자네가 먼저 말하면 늙은이가 분석을 해서 가능한 자네가 잘 알 수 있게 해주겠네."

陸文飛道:“第一件,晚輩想知晉王的藏寶圖,究竟有幾幅。” 

육문비가 말했다.

"첫번째, 후배는 진왕의 장보도가 도대체 몇 조각인지 알고 싶습니다."

雪山盲叟搖頭一歎道:“這件事老朽實無法作答,照理只有三幅。” 

설산맹수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더니 말했다.

"이 일은 늙은이가 실로 대답할 방법이 없네. 이치에 비추어보자면 단 세 조각이네."

陸文飛道:“不知晉王有沒有後人?當年他把秘圖交給前輩,曾吩咐了什麽?” 

육문비가 말했다.

"진왕에게 후인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당시 그가 비도를 선배님께 넘겨주면서 무슨 분부를 했습니까?"

雪山盲叟略忖,在追憶著往事,半晌方道:“晉王殉難之時,正值英年,應不會沒有後人。記得他交留給老朽之時,曾吩咐老朽善為保管,十年後將寶物交還他的後人,算來今年已足足十年了。” 

설산맹수는 잠깐 생각하며 지난 일을 떠올리더니 한참만에 말했다.

"진왕이 난으로 돌아가실때 한창 나이였으니 응당 후인이 없을 리가 없겠지. 그가 늙은이에게 비도를 건네줄때를 기억하고 있다. 일찌기 늙은이에게 분부하기를 잘 보관하였다가 십년 후 보물을 그의 후인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따져보니 금년이 벌써 꼬박 십년이구나."

陸文飛道:“照此看來他是有後人的了,他有沒有說明如何交還他的後人?” 

육문비가 말했다.

"그것으로 비추어보면 그는 후인이 있었다는 말이군요. 그는 후인에게 어떻게 돌려주라고 분명하게 말했습니까?"

雪山直叟道:“當時情勢緊急,晉王忙得很,老朽一時大意忘了問這事。” 

설산맹수가 말했다.

"당시 정세가 긴급하여 진왕은 몹시 다급했다. 늙은이는 일시 부주의하여 그 일을 묻는 것을 잊었다."

陸文衛道:“就眼前情勢而言,那覆面女郎與我那王孫義兄,二人中必有一位是晉王後人。” 

육문비가 말했다.

"지금 정세로 말하자면 그 복면여랑과 나의 그 왕손 의형 두 사람중에 한 사람은 필시 진왕의 후인입니다."

雪山盲叟道:“此言大是有理。”

설산맹수가 말했다.

"그 말은 크게 일리가 있네."

一頓又道:“若那王孫果是世子,他盡可向咱們索取秘圖,何故費盡心機騙取掠奪?” 

잠시 끊었다가 또 말했다.

"만일 그 왕손이 과연 세자(世子)라면 그는 우리에게 비도를 달라고만 하면 되는데 왜 온갖 수를 다 써가며 편취하고 약탈했을까?"

陸大飛道:“或許是因目前情勢不利取寶,他先來個釜底抽薪之策,把圖收藏起來。”

육문비가 말했다.

"어쩌면 목전의 정세가 보물을 취하기에 불리하여 그는 우선 솥 아래의 장작을 꺼내듯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으로 지도를 감추어 보관하려는 것이지요."

雪山盲叟道:“就算是吧,但持有第一號秘圖的又是何人?”

설산맹수가 말했다.

"그렇다고 하세. 하지만 제 일호 비도를 가진 사람은 또 누구일까?"

陸文飛道:“或許就是義兄王孫。” 

육문비가 말했다.

"어쩌면 의형 왕손일 것입니다."

雪山盲叟連搖頭道:“此話不通,若他果是晉王的後人,該有一份全圖,而不該只有第一號圖。” 

설산맹수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말은 이해가 안되는군. 만약 그가 정말 진왕의 후손이면 전체 지도(全圖)가 있지 단지 제 일호 지도만 있어서는 안되지."

陸文飛一拍大腿道:“那覆面女郎持有一份全留,難道是她不成?” 

육문비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 복면여랑이 전체 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혹시 그녀일까요?"

雲娘插言道:“她身畔的女婢都喊她宮主,那是不會錯的了。” 

운랑이 끼어들어 말했다.

"그녀 곁에 있는 여비는 모두 그녀를 궁주라 부르니 틀릴 리가 없어요."

雪山盲叟沈吟有頃道:“此事亦有可能,只是晉王門下奇能異士極多。他所托付撫孤之人,必是位非常人物。今既來太行取寶,絕不會讓宮主只身出來冒險,更不會輕率便將秘圖外泄。” 

설산맹수가 침음하더니 말했다.

"그것 역시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진왕 문하에 기인이사가 극히 많았다. 그가 홀로 남은 아이를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한 사람이라면 필시 비상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지금 이미 보물을 취하러 태행에 왔으니 절대 궁주 혼자 모험을 하게 할 리가 없고 경솔하게 비도를 외부에 누설할 리도 없다."

陸又飛焦急地道:“不管怎樣,現已陷入黑龍幫之手,咱們卻不能不管。” 

육문비는 초조해서 말했다.

"어쨌든 지금은 흑룡방의 손에 빠졌으니 우리가 상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雪山盲叟冷冷一笑道:“你不用著急,此事大費推敲,決不會如此簡單。” 

설산맹수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급하게 굴지 말게. 이 일은 깊이 헤아려보아야 하네. 결코 이처럼 간단할 리 없네."

雲娘一旁亦著急道:“爹,你就快說吧,到底有什麽事值得推敲呢?” 

운랑 역시 옆에서 급히 말했다.

"어버지, 어서 말씀하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따져볼 가치가 있나요?"

雪山盲叟捋著頷下的山羊胡,徐徐道:“假定那覆面女郎就是宮主,她必已學成一身驚人的功夫,如不是怎能跟黑龍翔前去?黑龍翔只怕無法輕易制服她。再說她已放出信鳥,盡可靜以待援,是以老朽斷定她此舉必有用意。” 

설산맹수는 아랫턱의 염소 수염을 쓰다듬으며 서서히 말했다.

"그 복면여랑이 바로 궁주라고 가정하면 그녀는 필시 일신상에 사람을 놀라게 하는 무공을 배워서 완성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찌 흑룡상을 따라 갔겠느냐? 흑룡상은 그녀를 쉽사리 제압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녀가 이미 신호용 새를 놓아 보냈으니 될 수 있는 한 조용히 지원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지. 그래서 늙은이는 그녀의 이번 거동은 필시 의도가 있다고 단정한다."

陸文飛道:“莫非她要借重黑龍幫之力對付群雄?” 

육문비가 말했다.

"혹시 그녀는 흑룡방의 힘을 빌어 군웅들을 상대하려는 것일까요?"

雪山盲叟笑道:“黑龍翔何等之人,豈肯為人利用?他亦是別具用心。” 

설산맹수가 웃으며 말했다.

"흑룡상이 어떤 사람인데 남에게 이용당하겠느냐? 그 역시 다른 속셈이 있다."

陸文飛思忖一會道:“前輩如此一說,晚輩更弄不清楚了。” 

육문비가 한번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배님의 이런 말씀은 후배가 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雪山盲叟喟然一歎道:“你該想著太行尚隱伏有避秦莊那般人,或許黑龍翔欲借覆面文郎為餌,引出避秦莊來。若避秦莊尚未取得藏寶圖,他必不甘心讓黑龍幫擄夫覆面女郎。” 

설산맹수가 휴, 탄식하더니 말했다.

"자네는 태행에 피진장과 같은 그런 사람들이 숨어서 매복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하네. 어쩌면 흑룡상은 복면여랑을 미끼로 피진장을 끌어내고자 할 것이네. 만일 피진장이 여전히 장보도를 취득하지 못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흑룡방에 복면여랑을 뺏기지 않으려 하겠지."

雲娘恍然大悟道:“爹這一剖析,女兒總算明白了。” 

운랑이 문득 크게 깨닫고 말했다.

"아버님의 그 분석에 저는 분명히 알게되었어요."

陸文飛立起身來道:“不管怎樣,在下得去黑龍幫著看,順便探聽一下金牌的下落。”

육문비가 일어서더니 말했다.

"어찌되었든 저는 흑룡방에 가보아야겠습니다. 가는 김에 금패의 소재를 좀 탐문해보겠습니다." 

雪山盲叟慨然一歎道:“不論金牌被誰取去,咱們若不取回,如何對得起故主?雲兒,你也隨陸大哥去吧。” 

설산맹수는 감개하여 탄식하더니 말했다.

"금패가 누구 손에 들어갔든 우리가 만일 도로 찾지 못한다면 어찌 옛 주인에게 면목이 서랴? 너도 육대가를 따라 가거라."

雲娘巴不得有這一聲,高興地道:“孩兒遵命就是。” 

운랑은 그 한 마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가 기뻐하며 말했다.

"명을 따른 뿐이지요."

雪山盲叟又道:“眼下之局勢,復雜萬分。咱們必須分頭行事,為父也不能閉著。”

설산맹수가 또 말했다.

"지금의 국세는 대단히 복잡하니 우리는 반드시 나누어 일을 해야한다. 애비도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다."

陸文飛詫異道:“避素莊正在找你,前輩豈可出去冒險?” 

육문비가 의아해서 말했다.

"피진장에서 한창 당신을 찾고 있는데 선배님께서는 어찌 나가서 위험을 무릅쓰시려 합니까?"

雪山盲叟笑了笑道:“此一時彼一時,老朽杖中之秘圖已失,他們不會再找我了。”

설산맹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늙은이가 지팡이 안에 든 비도를 잃었으니 그들은 더이상 나를 찾지 않을걸."

雲娘擔心地道:“話雖如此,但多仍要小心為上。” 

운랑이 걱정되어 말했다.

"말은 비록 그렇지만 여전히 조심하는게 좋아요."

雪山盲叟揮了揮手道:“快去吧,事不宜遲,不用管我了。” 

설산맹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일은 늦어져선 안되니 나는 상관말고 빨리 가거라."

陸文飛亦知情勢緊迫,與雲娘匆匆行出。一路之上竟未見有什麽哨卡,順利地直達黑龍幫的總壇。 

육문비 역시 정세기 긴박함을 알고 운랑과 함께 총총이 나섰다. 가는 도중에 초소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순조롭게 흑룡방의 총단에 곧장 도달했다.

門首的幫友認得他是劍祖的傳人,上前迎道:“陸少俠可是來見我們幫主?” 

문을 지키던 방우(幫友)는 그가 검조의 전인임을 알아보고 앞으로 나와 맞이하며 말했다.

"육소협은 아무래도 저희 방주님을 뵈러 오신 듯 하오만?"

陸文飛點頭道:“煩你去稟報一聲。” 

육문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번거롭지만 가서 아뢰어 주시오."

幫友進去不久,匆匆行出來道:“幫主情少俠進去。” 

방우는 들어가더니 오래지 않아 총총이 걸어나와서 말했다.

"방주께서 소협을 안으로 청하라 하십니다."

陸文飛點了點頭,跨步行入,只見易曉天由內行了出來,哈哈關道:“陸兄來得正好,本帶現有貴客臨門,缺少陪客,幫主特命兄弟前來迎賓。” 

육문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 걸음으로 들어갔다. 역효천이 안에서 걸어나오며 하하, 웃으며 말했다.

"육형은 때마침 잘 오셨소. 본 방에 지금 빈객이 와계시어 손님을 모시는 사람이 부족하오. 방주께서 특명히 형제에게 나가서 손님을 맞으라 하셨소."

陸文飛知他所說的貴客是誰,哈哈笑道:“若說陪客,該是這位公孫姑娘最為恰當。”

육문비는 그가 말하는 빈객이 누구임을 알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만일 손님을 모신다고 한다면 이 분 공손낭자가 제일 합당할 것입니다."

易曉天怔了怔道:“陸兄如何得知?” 

역효천이 멍해져서 말했다.

"육형은 어떻게 아셨소?"

陸文飛笑道:“在下便是為她而來。” 

육문비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바로 그녀를 위해 왔습니다." (뭔 소리여?...)

易曉天臉上微微色變,側身一讓。陸文飛也不謙讓,領著雲娘大步行入大廳,只見殿內燈燭輝煌,排了四五桌酒席,覆面女郎高踞上坐,獨自占了一桌。 

역효천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하더니 몸을 비켜섰다. 육문비도 사양하지 않고 운랑을 데리고 큰 걸음으로 대청으로 들어갔다. 대전 안은 등촉이 휘황찬란한 가운데 너댓 개의 탁자에 주석이 배치되어 있었고 복면여랑이 홀로 하나의 탁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右面是張南與謝一飛。黑龍翔與副幫主鄭仲虎坐在左首,見陸文飛行入,起身笑道:“二位請這來。” 

우측에는 장남과 사일비가 있었다. 흑룡상과 부방주 정중호는 좌측에 앉아 있다가 육문비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일어나서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은 이리 오시오."

陸文飛與雲娘隨在黑龍翔那一座席上坐下。 

육문비와 운랑은 흑룡상 옆의 한 좌석에 앉았다.

覆面女郎見陸文飛來到,冷冷道:“我們正在商量取寶之事,莫非你也要參與一份?”

복면여랑은 육문비가 온 것을 보자 냉랭하게 말했다.

"우리들이 한창 보물을 취하는 것을 상의하고 있는데 설마 그도 한 자리 참여하는 것입니까?"

陸文飛搖頭道:“物各有主,在了素不貪圖非份之財。” 

육문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건에는 각자 주인이 있는 법이오. 저는 본디 재물을 배분하는데 욕심이 있지 않소."

覆面女郎微微笑了笑道:“這話可是出自于肺腑?” 

복면여랑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은 진심에서 나온 것인가요?"

陸文飛冷笑道:“自然是由衷而言。” 

육문비가 냉소하며 말했다.

"당연히 속에서부터 나온 말이오."

覆面女郎微微一笑,住口不言。 

복면여랑은 미소 짓더니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黑龍翔徐徐開言道:“黑某絕不諱言,本幫此番到太行,也和其余同道一般,確有染指藏寶之意……”

흑룡상이 서서히 입을 열었다.

"흑모가 솔직히 말하건데 본 방이 이번에 태행에 온 것은 나머지 동도들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숨겨진 보물을 넘볼 뜻이 있었소..."

一頓幹咳了幾聲又道:“只是眼下情勢有變,我已改變初衷了。” 

잠시 마른 기침을 몇 번 하고는 또 말했다.

"하지만 목하 정세에 변화가 생겨 이미 나는 처음의 뜻을 바꾸었소."

覆面女郎詫異道:“是不是覺出力有不逮,知難而退?” 

복면여랑이 의아해서 말했다.

"힘이 미치지 못함을 알아채서 어려움을 알고 물러나는 것인가요?"

黑龍翔朗聲笑道:“黑某一生行事,向不知有個難字。我所說的情勢有變,那是因為沒出晉王的後人已在太行山出現,黑某何等之人,豈屑奪人私產?” 

흑룡상이 낭랑한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흑모가 일생동안 일을 처리함에 있어 여태껏 어려움을 알지 못했소. 내가 말한 정세의 변화라는 것은 진왕의 후인이 이미 태행산에 출현했기 때문이오. 흑모가 어떤 사람인데 남의 사유 재산을 넘보려 하겠소?"

覆面女郎微微笑道:“照此說來你是認定我是先王的後人了。” 

복면여랑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 말씀에 비추어보자면 당신은 내가 선왕의 후인이라고 인정하시는군요."

黑龍翔徐徐道:“在未有確定證據時,黑其無法就不斷語,不過姑娘如肯坦誠相告,于事有益無害。” 

흑룡상이 서서히 말했다.

"확정적인 증거가 있기 전에는 흑모가 단언할 수 없소. 그러나 낭자가 솔직하게 말씀해주신다면 일에 도움이 되지 해가 없을 것이오." 

覆面女郎微微一歎道:“真是可惜啊,若我是先王的後人那該多好。” 

복면여랑이 미미하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정말 애석하군요. 만일 내가 선왕의 후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謝一飛忍不住插言道:“姑娘不必盡說些不著邊際之言,如果你所懷的果是藏寶圖,金陵謝家,川西張門,以及黑龍幫當盡全力助你取寶。”

사일비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어 말했다.

"낭자는 될 수 있으면 핵심이 아닌 말을 할 필요없소. 만약 당신이 품고 있는 것이 정말 장보도라면 금릉 사가, 천서 장문 및 흑룡방은 마땅히 전력을 다해 당신이 보물을 취하도록 돕겠소."

擎起酒杯呷了一口,又道:“所有金珠寶物,我等顆粒不取,只將那本秘笈交給我們便算是酬勞我們了。”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또 말했다.

"금주보물(金珠寶物)을 다 가지시오. 우리는 한 알도 취하지 않겠소. 하지만 그 비급은 사례하는 셈 치고 우리들에게 넘겨주시오."

覆面女郎點頭道:“此言倒也公平,其實那種東西我可說是毫無用處。” 

복면여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씀은 공평하군요. 기실 그런 물건은 나한테는 조금도 쓸 데가 없다고 할 수 있지요."

張南亦開言道:“姑娘如若信得過我們,咱們便可進行磋商。” 

장남 역시 입을 열어 말했다.

"낭자가 만약 우리를 믿는다면 우리는 상세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소."

覆面女郎搖頭道:“慢著,張謝兩家在江湖上確實有點名氣,只是名氣唬不住人,得有真實力量啊。” 

복면여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잠깐만요. 장,사 양 가는 강호상에서 확실히 명성이 좀 있지만 명성으로 남에게 겁주지는 못합니다. 진실된 역량이 있어야 해요."

張南大為惱怒道:“姑娘錯了,張謝二家並非浪得虛名。” 

장남이 크게 화가 나서 말했다.

"낭자는 틀렸소. 장,사 이가는 결코 어쩌다가 허명을 얻은 것이 아니오."

覆面女郎道:“若是你們門主親來,那便又另當別論,眼下卻是遠水難救近火。” 

복면여랑이 말했다.

"만일 당신들 문주가 친히 온다면 그건 또 따로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은 멀리 있는 물로 가까이 있는 불을 끌 수 없어요."

話中之意分明是輕視他們二人武功不濟。 

말 속에는 분명히 그들 두 사람의 무공이 떨어져 경시하는 뜻이 있었다.

謝一飛雖然心中惱恨,面上卻不動聲色,徐徐接道:“此點姑娘不用顧慮,我等已飛報門主,這幾天定可趕到。” 

사일비는 비록 내심 화도 나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얼굴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서서히 이어서 말했다.

"그 점은 낭자가 고려하실 필요없소. 우리들이 이미 문주께 알렸으니 며칠 안으로 반드시 도착하실 거요."

覆面女郎懶洋洋地道:“機密已泄我無法等了。” 

복면여랑이 풀이 죽어 말했다.

"기밀이 이미 새어나갔으니 나는 기다릴 수 없어요."

張南憤然道:“何須一定要等門主,我不信就憑眼前幾個人便辦不了事。”

장남이 분연히 말했다.

"꼭 문주를 기다려야 하겠소? 나는 눈 앞의 몇 사람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고 믿지 않소."

覆面女郎冷冷一笑道:“說大話之人多半言過其實,要讓我信得過倒也容易……” 

복면여랑이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큰소리 치는 사람은 대개 실속이 없더군요. 나를 믿게 하려면 그것도 쉬운 일이에요..."

看了張南一眼住口不言。 

장남을 쳐다보고는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張南被她撩得心頭火起,霍地立起身來道:“莫非姑娘要較量在下的武功?” 

장남은 그녀에 의해 가슴 속에 불길이 치솟아 갑자기 일어서더니 말했다.

"혹시 낭자는 저와 무공을 겨루어보고자 하시오?"

覆面女郎微微笑道:“那也未嘗不可,你可站出來。” 

복면여랑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안될 것도 없지요. 당신은 나서도록 하세요."

張南真的推杯而起,大步行至階沿。

장남은 정말로 잔을 밀치더니 큰 걸음으로 계단 아래 이르렀다. 

覆面女郎端坐不動,徐徐道:“你准備好,姑娘口間說出攻擊招式,你可用招拆解或者還攻,不用實地動,一樣可以試出武功高了。” 

복면여랑은 단정히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으며 서서히 말했다.

"당신은 잘 준비하세요. 낭자는 입으로 공격 초식을 말하면 당신은 해소시키거나 반격하거나 할 수 있어요. 실제로 움직을 필요없이 이렇게 해도 무공의 높음을 시험해 볼 수 있어요."

這真是一種別開全面的打法,張南話已出口,自是無法反悔,遂道:“好吧,你可以進攻了。” 

사실상 이것은 일종의 전면적인 타법이 아니었다. 장남은 이미 말을 뱉었으니 번복할 수 없었다.

"좋소. 당신은 공격하시오."

覆面女郎高聲道:“我現用一式‘指天誓日’取你玄機、章門兩穴。” 

복면여랑이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지천서일(指天誓日) 일 식으로 당신의 현기(玄機), 장문(章門) 두 혈을 취하겠어요."

張南一側身讓開來招,右掌一穿,擊出一股掌勁。 

장남은 몸을 옆으로 기울여 지나가게 하고 우장을 가로질러서 한 줄기 장경을 격출했다. 

覆面女郎又道:“我那一式‘指天誓日’乃是虛指,虛虛一點已然撤回,就勢比作‘蘭花拂手’,拂向你攻來的手掌。” 

복면여랑이 또 말했다.

"나의 그 지천서일 일 식은 원래 허초였어요. 찔러가던 허초는 이미 철회하였고 난화불수(蘭花拂手)로 당신이 공격해 오는 손을 향해 털어내겠어요." 

張南一驚之下,在後一撤身,雙拿一齊擊出。 

장남은 놀라며 뒤로 몸을 물린 뒤 쌍장을 일제히 격출했다.

覆面女郎接道:“我的手掌拂出後,身隨掌進,左油一揚,直取面門……” 

복면여랑이 이어서 말했다.

"나의 손이 털어낸 후 장을 따라 몸을 앞으로 나가며 왼 소매를 휘날려 그대로 얼굴을 취하겠어요..."

張南大驚,擊出的雙掌一收,疾向科裏跨二步。 

장남은 크게 놀라서 격출한 쌍장을 거두고 재빨리 비스듬히 이 보를 내딛었다.

覆面女郎緊接道:“我左袖拂出,算定你必往右閃,就勢一掄,化作一式,橫掃千軍的劍式,直取咽喉,右掌一擡,一縷指風封住了側閃之路。你喘息未定,再往右挪,可是我的鐵袖已襲到……” 

복면여랑이 곧바로 이어서 말했다.

"나는 왼쪽 소매를 털어내면 당신이 반드시 우측으로 피하리라 추측했어요. 휘두르는 김에 횡소천군(橫掃千軍)의 검식으로 바꾸어 곧장 인후를 취하고 우장을 들어 한 가닥 지풍으로 옆으로 피할 길을 봉쇄하겠어요. 당신은 숨돌릴 틈도 없이 다시 우측으로 옮겨가있겠지요. 그러나 나의 철수(鐵袖:쇠덩이처럼 단단해진 소매)가 이미 파고들었습니다..."

覆面女郎嘴裏滔滔不絕,張南就像演木偶戲般,配合她所說的話,騰挪閃避,轉個不停,不出十余招已是手忙腳亂,滿面汗流。 

在場之人俱是行家,耳聽地銀鈴般聲音在空中回蕩,心神卻隨著張南的窘態而緊張。突地,覆面女郎的發話聲一頓,輕籲了一口氣,張南耳聞她住口不言、如釋重負地把勢子一收,長長籲了一氣。 

복면여랑의 입에서 끊임없이 초식이 이어지자 장남은 마치 인형극을 공연하는 것처럼 그녀의 하는 말에 맞추어 몸을 날리고, 피하고, 구르고를 멈추지 않았다. 십여 초도 지나지 않아서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얼굴 가득 땀이 흘렀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전문가들이다. 은방울 같은 목소리가 공중에 울리는 것을 듣고 심신이 장남을 따라서 난처하고 긴장되었다가 갑자기 복면여랑의 목소리가 멈추자 가볍게 휴, 한숨을 내쉬었다. 장남은 그녀가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자 무거운 짐을 벗은 듯 자세를 거두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謝一飛為替張南遮掩窘態,徐徐道:“姑娘的招式果是神奇,只是如此打法並不公平,若是真個動手,張五爺可以憑仗深厚的功力,強行奪回先機。” 

사일비는 장남의 난처함을 감추어주기 위해 서서히 말했다.

"낭자의 초식은 과연 신기하오. 하지만 이렇게 겨루는 것은 공평하지 않소.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장오야는 심후한 공력에 의지해 선기를 뺏았을 것이오."

覆面女郎微微笑道:“你可以問問他,在那種局勢下,他有沒有喘息的機會。” 

복면여랑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런 국세 하에서 그가 숨돌릴 기회가 있었는지 당신은 그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此時張南已如鬥敗了的公雞,低頭返回應上。 

이때 장남은 이미 싸움에 패한 수탉처럼 머리를 숙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黑龍翔心知覆面女郎乃是借機示威,心中甚覺駭然,絕料不到一個年輕女子,竟有如此精深的武學,還幸自己在秘谷之時,不曾冒失動手,否則還不知如何結局呢。 

흑룡상은 복면여랑이 원래 이 기회를 빌어 위세를 떨쳐보인 것임을 알고 내심 몹시 놀랐다. 일개 나이 어린 여자가 이와 같이 정심한 무학을 지니고 있을 줄은 절대 생각지도 못했다. 또한 자기가 비곡에 있을 때 경솔하게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되었을 지 알지 못했다.

他乃城府深沈之人,既要顧到張南的顏面,又不想得罪覆面女郎,當下哈哈笑道:“這場比劃,姑娘占了招式精奧的便宜,上來已先盡占先機。不過張五爺深湛的功力也不可低估。時間一久,必可騰出手來還擊,如果姑娘在功力方面不能勢均力敵,後果就難說了。” 

그는 원래 속셈이 깊은 사람이라 기왕 장남의 체면을 고려하고 또 복면여랑에게 죄를 짓기를 원치 않아 즉시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 한바탕 비무에서 낭자는 초식의 정묘함과 심오함의 잇점을 차지했고 시작하면서 선기를 점했소. 그러나 장오야의 심후한 공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오. 시간이 길어지면 몸을 빼내어 반격할 수 있소. 만약 낭자가 공력 방면에서 엇비슷할 수 없다면 나중의 결과는 말하기 어렵소이다."

覆面女郎知他在替張南遮蓋,同時對他精到的分析亦頗贊許,當下微微一笑,既不承認也不否認。 

복면여랑은 그것이 장남을 위해 덮어주려는 것에 있음을 알았다. 동시에 그 정확하고 세밀한 분석에 대해 꽤 칭찬할 만하기에 즉시 미소를 지으며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副幫生鄭仲虎為人精明機智,自覆面女郎來此後,便知本幫將從此不得安甯,是以時時留意著外面,突然若有所覺地一擡頭,沈喝道:“是哪路朋友駕到,何不大大方方地下來?” 

부방주 정중호는 사람됨이 영리하고 기지가 있어 복면여랑이 온 후 부터 본 방이 편안할 수 없을 것음을 알았다. 그래서 수시로 바깥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돌연 느낀 것이 있는 듯 고개를 들더니 침갈했다.

"어느 방면의 친구분이 왕림하셨소? 어찌 대범하게 내려오시지 못하시오?"

只聽檐頭哈哈一陣狂笑,落下一位錦衣公子來,大步行至席前坐下道:“本公子若然明著拜訪,哪能瞧著這場龍爭虎鬥?” 

처마 끝에서 하하, 하는 일진의 광소가 들리더니 한 명의 금의공자(錦衣公子)가 내려왔다. 성큼성큼 걸어서 좌석 앞에 이르더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본 공자가 만일 방문하지 않았다면 어디서 이런 용쟁호투(龍爭虎鬥)를 볼 수 있겠소?"

張南認得此人就是那天與司馬溫一路的鄔姓少年,不禁新仇舊很一齊湧上心頭,霍地立起身來道:“這是什麽地方,哪容得你亂闖!” 

장남은 그 사람이 바로 그날 사마온과 함께 다니던 성이 오(鄔)가인 소년임을 알아보고 옛 원한과 새 원한이 일제히 가슴 속에서 치미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갑자기 일어서더니 말했다.

"이곳이 어디라고 네가 함부로 뛰어들 수 있느냐?"

鄔姓少年望著他鄙夷一笑道:“今晚本公子來黑龍幫作個不速之客又有何不可?這般吹胡子瞪眼的,不嫌煞風景嗎?” 

오가 소년은 그를 바라보더니 무시하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 본 공자가 흑룡방에 초대받지 않고 왔다고 또 안될 것이 뭐 있겠소? 이렇게 노발대발하며 살풍경(煞風景)해도 개의치 않소."

黑龍翔唯恐他兩人又起沖突,忙道:“張兄稍安勿躁,這位少年來到是客,本幫主豈能慢待?” 

흑룡상은 오로지 그 두 사람이 또 충돌을 일으킬까 두려워 급히 말했다.

"장형은 조금 진정하시고 서둘지 마시오. 이분 소년이 왔으니 손님이오. 본 방주가 어찌 푸대접할 수 있겠소?"

鄔姓少年哈哈笑道:“畢竟是一幫之主,氣度大多啦,在下姓鄔名文化,這廂有禮了。” 

오가 소년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필경 일방의 주인이시군요. 기도가 대단하십니다. 저는 성은 오(鄔), 이름은 문화(文化)입니다. 이 참에 인사드립니다."

他抱拳一揖。 

그는 포권하여 읍을 했다.

黑龍翔欠身還禮道:“鄔兄不必多禮,請坐。” 

흑룡상은 몸을 조금 숙여 답례하며 말했다.

"오형은 너무 예를 차리지 마시고 앉으시오."

鄔文化坐下,望著黑龍翔道:“在下風聞幫主請來一位貴客,是以不揣冒昧趕來拜訪。” 

오문화가 앉더니 흑룡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방주께서 한 분의 빈객을 초청해 오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서둘러 와서 찾아뵈었습니다."

黑龍翔點頭道:“不錯,就是座上的這位姑娘。” 

흑룡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았소. 바로 윗자리에 계신 이분 낭자시오."

鄔文化冷冷將了覆面女郎一眼道:“此女凶狠毒辣,已傷了在下不少的司下。幫主把她接來,那是極其不智之事。” 

오문화는 냉랭하게 복면여랑을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그 여자는 사납고 독랄하여 이미 적지 않은 저의 수하가 상했습니다. 방주께서 그녀를 가까이 하심은 극히 지혜롭지 않은 일입니다."

黑龍翔微微一笑道:“兄弟等人向以禮讓為先。人不犯我,我不犯人。她來本幫作客,並沒有什麽不妥。” 

흑룡상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형제들는 남에게 예로써 사양하는 것을 첫번 째로 삼고 있소. 남이 나를 범하지 않으면 나도 남을 침범하지 않소. 그녀가 본 방의 손님으로 온 것에 결코 무슨 부적절한 일은 없소."

鄔文化朗聲一笑道:“若是有人找上她,幫主管不管呢?” 

오문화가 낭랑한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만일 그녀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방주께서는 상관하실 겁니까?"

黑龍翔把臉一沈道:“凡屬在本幫作客之人,兄弟均不容有任何人對她侵犯。” 

흑룡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릇 본 방의 손님에 속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어느 누구도 그녀를 침범하게 할 수 없소."

鄔文化冷笑了兩聲道:“這就是在下所說的不智了。” 

오문화가 두 번 냉소를 치더니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말했던 지혜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黑龍翔仰面笑道:“或許見的,只是我黑龍翔並非怕事之人。尊駕若想在此尋釁,那是絕不容許。” 

흑룡상이 고개를 쳐들고 웃으며 말했다.

"맞을 수도 있소. 하지만 나 흑룡상은 결코 일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아니오. 귀하가 만일 여기서 트집을 잡고자 한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겠소."

鄔文化霍地立起身來道:“在下言盡于此,以後若有得罪,休怪在下沒事先打招呼。”

오문화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말했다.

"저는 이것으로 할 말을 다했습니다. 이후에 만일 죄를 짓더라도 제가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책망하지 마십시오."

鄭仲虎大怒,虎虎地立起:“不用以後,今晚鄭某教訓教訓你。” 

정중호가 대로하여 벌떡 일어섰다.

"이후는 필요없소. 오늘밤 정모가 당신에게 가르침을 받겠소."

黑龍翔沈聲道:“鄭賢弟不必與他一般見識,由他去吧。” 

흑룡상이 침성으로 말했다.

"정현제(鄭賢弟), 그와 똑같이 굴지 말게. 가도록 내버려두게."

鄭仲虎忍氣復行坐下。 

정중호는 화를 참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鄔文化並不就走,目光四下一掃,突見陸文飛在座,不由冷笑道:“原來你也是黑龍幫的人,那就難怪了。” 

오문화는 떠나지 않고 시선으로 주위를 쓸어보더니 문득 육문비가 자리에 있음을 보고는 절로 냉소하며 말했다.

"원래 그대도 흑룡방의 사람이었구려. 그러니 이상할 것 없었군."

陸文飛立起身來道:“在下並非黑龍幫的屬下,你要有興,在下隨時候教。” 

육문비가 몸을 일어세우며 말했다.

"저는 결코 흑룡방의 부하가 아니오. 당신이 흥미가 있다면 저는 수시라도 가르침을 기다리겠소."

鄔文化知道觸犯眾怒,仰面笑道:“很好,錯過今晚,哪天遇上哪天算。” 

오문화는 대중의 분노를 건드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앙천대소하며 말했다.

"아주 좋소. 어느 날이든 만나면 그날 계산합시다."

他推開坐椅,大步走了出去。 黑龍幫之人因未得幫主示下,誰也不敢攔阻,任由他揚長而去。 

그는 의자를 밀치고 큰 걸음으로 걸어서 나가버렸다. 흑룡방 사람들은 방주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감히 저지하지 않아 그가 마음대로 거들먹거리며 떠나게 내버려두었다.

謝一飛極為不悅地道:“此人如此狂妄,黑幫主為何不教訓他?” 

사일비가 극히 불쾌하여 말했다.

"그 사람이 이처럼 안하무인인데 흑방주는 왜 그를 훈계하지 않으시오?"

黑龍翔搖頭道:“小不忍則亂大謀,此人來歷大費猜疑,在未摸清他的來路前,犯不上得罪他。”

흑룡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그르치게 되오. 그자의 내력이 분명히 파악되지 않았는데 죄를 지을 수는 없소."

謝一飛哼了一聲道:“有天謝某遇上,我不會饒他。” 

사일비가 흥, 하더니 말했다.

"언제고 사모가 만나면 그를 용서하지 않겠소."

自鄔文化來到,直到離去,覆面女朗未發一語。 

오문화가 왔을 때부터 떠날 때까지 복면여랑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黑龍翔試探著問道:“此人是何來歷,姑娘是如何與他結仇的?” 

흑룡상은 탐문해보고자 물었다.

"그 사람은 내력이 어떠하고, 낭자는 어떻게 그와 원수를 맺은 것이오?"

覆面女郎哼了一聲道:“此人夥同避秦莊意欲算計我,本宮主若不給他吃點苦頭,他哪會知道本宮主的厲害!” 

복면여랑이 흥, 하더니 말했다.

"그 사람은 피진장과 함께 나를 몰래 해치려 하고 있어요. 본 궁주가 만일 그에게 쓴 맛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가 어떻게 본 궁주의 무서움을 알겠습니까!"

謝一飛最關心的莫過于藏寶,急問道:“他們是覬覦姑娘的藏寶圖了?” 

사일비의 가장 큰 관심은 보물보다 더 한 것이 없었기에 급히 물었다.

"그들이 낭자의 장보도를 노리는 것이오?"

覆面女郎冷冷道:“也許是吧。” 

복면여랑이 냉랭하게 말했다.

"아마도 그럴 거예요."

她似興致已盡,立起身來道:“謝謝幫主的款待,我要走了。” 

그녀는 흥미가 다했는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말했다.

"방주께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가야겠습니다."

黑龍翔愕然道:“那如何使得。外面窺伺的江湖人,不知有多少,姑娘這一出去豈不是自投羅網?” 

흑룡상이 아연해서 말했다.

"어찌 그러시오? 밖에 기회를 엿보는 강호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오. 낭자가 이렇게 나간다면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겠소?"

覆面女郎微微一笑道:“真的是如此嗎?我倒不覺得呢。” 

복면여랑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런가요? 나는 못느꼈어요."

黑龍翔正容道:“黑某絕非危言聳聽,再說姑娘是由本幫出去的,如有舛錯,本幫面上也不好看。” 

흑룡상이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흑모는 절대 일부러 놀래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오. 다시 말해 낭자가 본방을 나갔다가 만약 잘못되면 본방의 체면이 서지 않소이다."

覆面女郎道:“這樣吧,就煩他們二位送我一程如何?” 

복면여랑이 말했다.

"이렇게 하시지요. 수고스럽지만 그들 두 분이 나를 배웅해주면 어떻겠어요?"

陸文飛道:“夜已深沈,姑娘不妨留宿一晚。” 

육문비가 말했다.

"밤이 이미 깊었으니 낭자께서는 하룻밤 유숙(留宿)해도 무방하겠습니다."

覆面女郎道:“我都不怕,你怕什麽?” 

복면여랑이 말했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은데 당신은 무엇이 두려운가요?"

陸文飛道:“在下並非害怕,而是不希望姑娘出去冒險。” 

육문비가 말했다.

"저는 결코 겁내지 않소. 그러나 낭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소."

此時張南與謝一飛行了過來,同聲道:“姑娘務必留一晚,咱們還有事未談妥呢。”

그때 장남과 사일비가 건너오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낭자는 하룻밤 머물도록 하시오. 우리는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있소."

覆面女郎冷笑道:“黃鼠狼與雞拜年,有什麽好談的?” 

복면여랑이 냉소하며 말했다.

"고양이 쥐 생각해 주시는군요. 더 이야기 할 것이 뭐가 있어요?"

謝一飛搖頭道:“姑娘此話太過離譜了。” 

사일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낭자의 그 말은 너무 지나치구려."

覆面女朗故作不聞,別過臉來對陸文飛道:“你真地不願意送我一程。” 

복면여랑은 고의로 못들은 척 하며 얼굴을 육문비에게 돌리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나를 배웅하길 원치 않나요?"

陸文飛略事遲疑道:“如若姑娘一定要走,在下自當效勞。” 

육문비는 약간 망설이다가 말했다.

"만약 낭자께서 꼭 가시려한다면 제가 당연히 온 힘을 다하겠소."

覆面女郎又對雲娘問道:“你願意嗎?” 

복면여랑이 또 운랑에게 물었다.

"당신도 원하나요?"

雲娘道:“只要陸大哥答允,小女子自然恭從了。” 

운랑이 말했다.

"육대가가 승낙하기만 하면 소녀는 당연히 공손히 따르겠어요."

覆面女郎上前攜著她的手道:“咱們這就走吧。” 

복면여랑이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우리 지금 가요."

雲娘又覺她的肌膚細膩如脂,十分溫軟,同時隱覺有件東西落在手中。她自幼隨雪山盲叟在江湖行走,閱歷極豐,當了不動聲色納入懷中。 

운랑은 그녀의 피부가 기름처럼 매끄럽고 십분 따듯하며 부드럽다고 느꼈다. 동시에 어렴풋이 어떤 물건이 손에 쥐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설산맹수를 따라 강호를 행도하여 경험이 극히 풍부했다. 즉시 침착하게 품 속에 집어넣었다.

謝一飛見她果真要走,心中大急,目視黑龍翔道:“太行山危機四伏,她這一去不啻羊入虎口,幫主為何不把她留下?” 

사일비는 그녀가 정말 가려 하는 것을 보자 내심 급해져서 흑룡상을 보며 말했다.

"태행산은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녀가 이렇게 가면 양이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소. 방주께서는 왜 그녀를 만류하지 않으시오?"

黑龍翔何等精明之人,自然知他心裏的打算,佯作無奈何地道:“她一定要走,黑某若是強留,倒顯得咱們是別有用心。” 

흑룡상이 얼마나 영리한 사람인가? 자연 그의 마음 속 생각을 알고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체 말했다.

"그녀가 기어코 가려 하는데 흑모가 억지로 머무르게 한다면 거꾸로 우리에게 다른 저의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오."

覆面女郎笑道:“幫主能明白這點就好。說真格兒的,本宮主若是沒有自保之能,在遇到你們之前,便已落入群豪的手中了,你說是也不是?”

복면여랑이 웃으며 말했다.

"방주께서는 이 점을 분명히 알고 계시는 것이 좋아요. 정말로 본 궁주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면 당신들을 만나기 전에 이미 군호들의 수중에 떨어졌을 거예요. 맞아요 틀려요?"

黑龍翔連道:“是極,是極,恕黑某不遠送了。” 

흑룡상이 말을 받았다.

"그렇구말구.옳소이다. 흑모가 멀리 배웅하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張南與謝一飛一並立起身子來道:“姑娘果真要走嗎?” 

장남과 사일비가 나란히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낭자는 정말 가시려오?"

覆面女郎愛理不理地道:“本宮主還有事要辦,不能久留了。” 

복면여랑이 마지못해 상대하며 말했다.

"본 궁주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張南一躬身道:“姑娘要走了,恕在下不送了。” 

장남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낭자가 가시겠다면 제가 전송하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覆面女郎雙目掃了一下全場的人,一躬身道:“告辭了。” 

복면여랑은 전장(全場)의 사람들을 쓸어보며 허리를 굽혀서 말했다.

"이만 가보겠어요."

覆面女郎緩步在前行走,二婢緊隨左右,陸文飛與雲娘則隨在身後。 

복면여랑이 느릿한 걸음으로 앞에서 걸어가고 두 비녀는 좌우를 바짝 따르며 육문비와 운랑은 뒤를 따랐다.

覆面女郎回頭對陸文飛一笑道:“我與你只有兩面之識,你竟答允冒險護送我,看起來你這人還不壞。” 

복면여랑이 육문비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나와 당신은 단지 두 번 만난 사이인데 위험을 무릅써가며 나를 호송하는데 동의한 걸로 보아 당신이란 사람은 나쁘지 않군요."

陸文飛正色道:“扶弱濟貧原是我輩份內之事。在下雖知姑娘足有自保之能,但多一二個人手,總好得多。” 

육문비가 정색하며 말했다.

"약자를 돕고 가난한 자를 구제하는 것은 원래 우리 동년배들이 해야 할 일이오. 저는 비록 낭자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지만 한 두 명 사람 수가 많으면 아무튼 그 만큼 좋지요."

覆面女郎又道:“難道你就不怕惹上麻煩?” 

복면여랑이 또 말했다.

"설마 당신은 성가신 일이 생길까 두렵지 않다는 말인가요?"

陸文飛道:“在下既已承諾了,縱有麻煩也顧不得許多了。” 

육문비가 말했다.

"제가 기왕 승낙했으니 설령 성가신 일이 있더라도 이것저것 돌아볼 틈이 없소."

覆面女郎笑了笑道:“我告訴你吧,我的那份秘圖是假的,你不覺得失望嗎?” 

복면여랑이 웃더니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알려주겠어요. 나의 그 비도 조각은 가짜예요. 당신은 실망했다고 느끼지 않나요?"

陸文飛大為不悅地道:“姑娘看錯人了,在下根本就沒有朝那方面想過。”

육문비가 크게 불쾌해서 말했다.

"낭자는 사람을 잘못 보셨소. 저는 근본적으로 그런 쪽으로 생각한 적이 없소." 

雲娘插言道:“陸大哥乃是堂堂之人,他從不貪圖那些非分之財。” 

운랑이 끼어들어 말했다.

"육대가는 원래 정정당당한 사람이예요. 그는 여태껏 그런 자기 것이 아닌 재물에 욕심내지 않았어요."

覆面女郎冷笑道:“既不為藏寶來太行,那又為何呢?” 

복면여랑이 냉소하며 말했다.

"보물 때문이 아닌데 태행에 온 것은 또 왜지요?"

陸文飛接道:“在下乃是奉先父遺命,替他故主辦事來的,只求不負故主所托,此外別無所求。” 

육문비가 말을 받았다.

"저는 원래 선부의 유명(遺命)을 받들어 옛 주인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것이오. 하지만 옛 주인이 부탁한 바를 맡지 않는다면 바라는 것이 없소."

覆面女郎道:“你父親的故主是誰?” 

복면여랑이 말했다.

"당신 부친의 옛 주인이 누군가요?"

陸文飛道:“恕不便奉告。” 

육문비가 말했다.

"말씀드리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覆面女郎看了陸文飛與雲娘一眼道:“你倆是師兄妹?” 

복면여랑은 육문비와 운랑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당신들 두 사람은 사형매(師兄妹)인가요?"

雲娘道:“他與我父女乃是來太行山才相識,師門並無溯源。” 

운랑이 말했다.

"그와 우리 부녀는 원래 태행산에 와서야 서로 알게 되었지요. 사문은 전혀 연원(溯源)이 없어요."

覆面女郎又道:“你們既都不是為了藏寶,潛去秘谷為了什麽?” 

복면여랑이 또 말했다.

"당신들은 이미 보물 때문이 아니라고 했는데 비곡에 숨어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죠?"

陸文飛道:“凡屬來太行之人,都有他來的理由,姑娘何必多問?” 

육문비가 말했다.

"무릇 태행에 온 사람들이라면 다들 온 이유가 있소. 낭자께서 자꾸 물어보실 필요가 어디 있겠소?"

覆面女郎點頭道:“或許是我問得太多了。只是太行山處處隱伏著危機,你們跟著我有害無益。” 

복면여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물었군요. 하지만 태행산 도처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으니 당신들은 나를 따라오면 유해무익(有害無益)할 거예요."

明明是她要人家送,現在卻變成了人家跟著她,陸文飛胸懷坦蕩,倒不覺怎樣,雲娘聞言心裏大為不悅,接道:“姑娘之言極是,恕我們不遠送了。” 

분명히 그것은 그녀가 사람을 쫓아내려는 말이어서 이제 그녀를 뒤따르는 남으로 변해버렸다. 육문비는 거리낄 것이 없어 아무렇지 않게 느꼈는데 운랑은 듣고나자 내심 매우 불쾌하여 받아서 말했다.

"낭자의 말씀이 극히 옳아요. 우리가 멀리 전송하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陸文飛大感意外道:“那怎麽行,咱們既已答允護送,便該到地頭才是。” 

육문비가 그게 의외라고 느끼며 말했다.

"왜그러시오? 우리는 이미 호송하기로 승낙했으니 마땅히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하오."

雲娘冷笑道:“人家已然懷疑上咱們了,你如何這般不識趣。” 

운랑이 냉소하며 말했다.

"이미 우리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데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陸文飛目視覆面女郎輕聲問道:“姑娘可是這個意思?” 

육문비의 시선이 복면여랑에게 향하며 나직이 물었다.

"낭자는 정말 그런 생각이 있소?"

覆面女郎停下腳步道:“公孫姑娘想是在挑眼了,不過此刻你們想要撤身已然來不及了。” 

복면여랑이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공손낭자는 트집을 잡으려 하는군요. 그러나 지금 당신들은 물러나려해도 이미 늦었어요."

陸文飛劍眉一揚道:“姑娘出此言是何意。” 

육문비는 검치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낭자는 그 말씀은 무슨 뜻이오?"

覆面女郎擡頭一指道:“咱們已陷入重重包圍之內了。” 

복면여랑은 머리를 들고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는 이미 겹겹의 포위망 속에 빠졌어요."

陸文飛舉目四望,只見暗影中人影幢幢,果然伏下了不少的人,不禁重重哼了一聲。雲娘突然連退兩步,顫聲道:“你看那是什麽人?

육문비가 눈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서 인영이 어른거리는 것이 과연 적지 않은 사람이 숨어있어 거듭 코웃음을 금치 못하였다. 운랑이 돌연 두 걸음 연달아 물러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보기에  그들은 누구예요?"

陸文飛回頭一看,只見暗中伏的人影懼已站起,竟都是些身穿白衣,頭頂白帽,面無人色的怪人,黑夜荒山出現這等模樣之人,無怪乎雲娘驚得面無人色。 

육문비가 고개를 돌려 보니 어둠 속에 숨어있는 인영이 일어났는데 모두 몸에 백의를 걸치고 머리에 흰 모자를 쓰고 얼굴에 핏기가 없는 괴인들이었다. 어두운 밤 황량한 산에 이런 모양을 한 사람이 나타나니 운랑이 놀라서 얼굴이 하얘지는 것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覆面女郎與隨身的二女婢,雖都有一身超絕的武功,畢竟是太流,亦都驚得連連後退。陸文飛手按劍柄,運集目力仔細察看,只覺這些白衣人好像雙腿不能彎曲,但只一眨眼工夫,似乎接近不少,且無形中隱隱有一股森森寒氣,撲面襲來,心頭不由一懍,他乃一行人中唯一的男性,來的縱是僵屍活鬼,他也得硬起頭挺一挺,當下凝聚真氣,大喝道:“你們究竟是人是鬼?” 

복면여랑과 따르던 두 여비는 비록 모두 일신에 초절한 무공을 가졌지만 결국은 여자였다. 역시 놀라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 육문비가 손으로 검자루를 쥐고 안력을 모아 자세히 관찰해보니 이들 백의인들은 마치 두 다리를 구부릴 수 없는 듯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적잖이 접근한 것 같았다. 무형중에 은은히 한 줄기 음산한 한기가 정면에서 엄습해오자 가슴이 절로 떨렸다. 그는 일행 중의 유일한 남자였기에 다가오는 것이 설령 강시이든 살아있는 귀신이든 앞으로 나서서 버티고 섰다. 즉시 진기을 끌어모아 크게 호통쳤다.

"당신들은 도대체 사람이오 귀신이오?"

白衣人中沒有人答腔,但不知不覺中.似乎又接近了不少,相距已不到三丈。 

백의인 중에는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부지불식간에 또 적지 않게 접근한 듯 서로의 거리는 이미 삼 장도 되지 않았다.

陸文飛目光瞬都不瞬,緊盯著來人,突然心裏一動,大喝道:“我想起來了,原來你們是白骨教的。” 

육문비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오는 사람을 노려보다가 돌연 마음이 동하여 크게 소리쳤다.

"생각 났다. 원래 당신들은 백골교 사람들이구려."

雲娘已驚得在容失色,經這一提,膽氣立壯,嗆啷長劍出鞘,嬌喝道:“不錯,他們是白骨教,咱們不用怕他們。” 

운랑이 놀라서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가 이 말을 듣자 이내 담력이 커져서 창, 하며 장검을 뽑더니 교갈했다.

"맞았어요. 그들은 백골교에요. 우리는 그들을 두려할 필요가 없어요."

只聽暗影中一人森森地接腔道:“白骨教誠不足畏,可是今晚想要好好地回去,那可不是一件容易的事。”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음산한 말소리가 들렸다.

"백골교가 두려워할 가치가 없다고 해도 오늘 밤 몸성히 돌아가려고 한다면 그것은 용이한 일이 아닐 것이다."

陸文飛所出那人是姚寒笙的聲音,不禁怒道:“憑這群人不人鬼不鬼的東西,只怕也無法攔阻礙了我們。” 

육문비는 그것이 요한생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리고 절로 화가 나서 말했다.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무리들로 우리를 가로막아 방해할 수 없을 것이오."

暗影中那人果然是姚寒笙,緩步行了出來道:“本教的百鬼陰風陣獨步宇內,任你功力有多高,只要困在陣內盞茶的時刻,縱不為兵刃所傷,也得為那陰毒之氣所凍僵。” 

어두운 그림자 속의 그 사람은 과연 요한생이었다. 느릿한 걸음으로 걸어서 나오더니 말했다.

"본 교의 백귀음풍진(百鬼陰風陣)은 우내에 독보적이다. 너의 공력이 높다 할지라도 진 내에 갇혀 차 한 잔 마실 시각이 되면 설령 병기에 상하지 않더라도 그 음독한 기운에 손발이 다 얼어붙을 것이다."

陸文飛哼了一聲道:“你以為憑幾句大活便能把陸某嚇住?” 

육문비가 흥, 하더니 말했다.

"당신은 몇 마디 허풍으로 육모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여기시오?"

姚寒笙森森笑道:“本教主有沒有說大活,等會便可知道,姚某素不以口舌爭雄。”

요한생은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 교주가 큰소리 치는 것인지는 기다려보면 알 것이다. 요모는 본래 말싸움을 하지 않는다."

覆面女郎扭臉對陸文飛問道:“不必與他鬥口了,問問他的來意為何?” 

복면여랑이 육문비에게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그와 여러 말 할 필요없어요. 그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한번 물어보세요."

她雖是著陸文飛傳言,但姚寒笙已聽得一清二楚,森森一笑道:“本教主此來並無惡意,只望能與姑娘合作。” 

그녀는 비록 육문비에게 말을 전했지만 요한생은 이미 아주 똑똑히 들을 수 있어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본 교주가 이곳에 온 것은 결코 악의가 없소. 단지 낭자와 합작하기를 바랄 뿐이오."

覆面女郎道:“你要怎麽合作法?” 

복면여랑이 말했다.

"당신은 무슨 합작을 하려는 것이죠?"

姚寨笙哈哈笑道:“自然是指取寶之事,我可把百鬼陰風陣布在谷內,然後咱們從容取寶。” 

요한생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보물을 얻는 일이오. 내가 백귀음풍진을 곡 내에 펼치고 그런 후에 우리는 느긋하게 보물을 찾으면 되오."

覆面女郎微微笑了笑道:“那樣能保得了沒有人沖入?” 

복면여랑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이가 뚫고 들어올 수 없음을 보장할 수 있나요?"

姚寒笙仰面笑道:“到目前為止,本教主還沒見過有人能逃出我這百鬼陰風陣之外。”

요한생이 앙천대소하며 말했다.

"지금까지 본 교주는 나의 그 백귀음풍진 밖으로 달아난 사람을 본 적이 없소."

覆面女郎故作遲盆地想了想道:“說大話之人,大都言過其實。再說本宮主何等身份之人,豈能與一般人不人鬼不鬼的妖魔打交道。我著這事免了吧。” 

복면여랑은 고의로 머뭇거리며 생각하더니 말했다.

"큰 소리 치는 사람은 대부분 실속이 없더군요. 다시 말해 본 궁주가 어떤 사람인데 어찌 일반인들 처럼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요괴들과 내왕하겠어요? 나는 그만두겠어요."

姚寒笙緩緩踱前兩步道:“姑娘可曾想到此刻是在本教的百鬼陰風陣之內?” 

요한생이 느릿느릿 앞으로 두 걸음 내딛더니 말했다.

"낭자는 지금 본 교의 백귀음풍진 안에 있음을 생각해 보셨소?"

覆面女郎道:“你的屬下明明都是人,你便把他們說成鬼,想是已然知道今晚的結局了。” 

복면여랑이 말했다.

"당신 부하는 분명히 모두 사람인데 당신은 그들을 이미 귀신이라고 말하니 오늘 밤의 결과는 이미 알 만하군요."

姚寒笙聞言悟出她話中意,心頭微微一懍,冷冷道:“如此說來咱們是沒合作的可能了。” 

요한생은 그 말을 듣자 그녀의 말 속의 뜻을 깨닫고 마음 속으로 약간 떨렸지만 냉랭하게 말했다.

"만약 그 말대로라면 우리는 합작의 가능성이 없구려?"

覆面女郎:“是啊!這種一廂情願之事,說了也是枉費唇舌。” 

복면여랑이 말했다.

"그래요! 이런 일방적인 바램은 말해봤자 입만 아플 뿐이죠."

姚寒笙臉上殺機頓現,猙獰一笑道:“如此看來姑娘是逼著本教主施行最後一著了。”

요한생은 얼굴에 살기를 나타내며 흉악한 미소를 띠고 말했다. 

"보아하니 낭자는 본 교주가 최후의 방법을 쓰도록 몰아붙이는구려."

覆面女郎略不感耐煩地道:“你早已排好了陣勢,自然隨時都可動手。不過我得提醒你.無論你能不能將我擒獲,都將付出極大代價。” 

복면여랑이 귀찮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당신이 벌써 진세를 잘 펼쳐놓았다니 당연히 때가 되면 손을 쓸 수 있어요. 그러나 당신께 깨우쳐드리지만 당신이 나를 사로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막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할 거예요."

姚寒笙原是性情多疑之人,聞言心裏一動急問道:“這話怎說?” 

요한생은 원래 성격이 의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그 말을 듣자 마음이 움직여 급히 물었다.

"그건 무슨 말이요?"

覆面女郎推了身旁一下道:“你對他說去吧,本宮生懶得費這些精神了。” 

복면여랑은 곁에 있던 여비에게 미루며 말했다.

"네가 그에게 가서 말하거라. 본 궁주는 이런 것들로 신경쓰기 귀찮구나."

女婢應聲前行兩步道:“你這人真不夠聰明,我家宮主既是黑龍幫座上客,他們會輕易讓我們夤夜離開?內中自然早有安排了。你今與我們交手,敗了不用說,縱然是贏了,四下隱伏的群雄會放過你嗎?不說別的,單一個黑龍幫,便夠你瞧。” 

여비가 대답하고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말했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총명이 부족하군요. 우리 궁주님께서는 이미 흑룡방에 초대받은 상객(上客)이신데 그들이 쉽사리 우리를 심야에 떠나게 했겠어요? 그 안에는 당연히 안배가 있지요. 당신이 지금 우리와 싸운다면 패배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이기더라도 사방에 매복해 있는 군웅들이 당신들을 놓아주겠어요? 다른 것은 말하지 않고 흑룡방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하지요."

姚寒笙並非沒有頭腦人,自然一點便透,心中不由大感猶豫,表面仍然強硬道:“本教主若是沒有萬全之策,我也不會攔截你們了。如今閒話少說,一句話,你是不是答應。” 

요한생은 결코 두뇌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당연히 약간 알아듣고 자기도 모르게 내심 머뭇거리게 되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강경하게 말했다.

"본 교주가 만전의 대책이 없었다면 너희들을 가로막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한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승낙할지 말지 한 마디로 말해라."

就這當兒,白影一閃,一只紅嘴小鸚鵡,飛墮在女婢肩頭之上。女婢一面打開鳥籠,一面問道:“她們來了嗎?宮主等著回去歇息呢。” 

바로 그때 백영이 번쩍, 하더니 한 마리의 붉은 부리의 앵무새가 여비의 어깨 위에 날아 내려왔다. 여비는 새장을 열면서 물었다.

"그녀들이 왔느냐? 궁주께서는 돌아가서 쉬시기를 고대하신다."

鸚鵡連說道:“來啦,來啦……” 

앵무새가 이어서 말했다.

"왔다. 왔다..."

姚寒笙已知時機稍縱即逝,驀地一騰身,淩空朝覆面女郎撲去。 覆面女郎正自用手理著蓬蓬亂發,明明看著姚寒笙挾著一陣寒風,淩空撲來,她卻連身子也沒動一下,倏地五指齊彈,數道甚疾的銳風,迎著姚寒笙撲來的身形射去。 

요한생은 아차하면 기회가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알고 갑자기 몸을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복면여랑을 향해 덮쳐갔다. 복면여랑은 손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가지런히 쓰다듬고 있었는데 요한생이 일진의 한풍을 동반하여 공중에서 덮쳐오는 것을 보자 몸조차 움직이지도 않고 갑자기 오지(五指)를 일제히 튕겨내었다. 몇 가닥의 빠르고 예리한 바람이 요한생의 덮쳐오는 신형을 향하여 쏘아져갔다.

姚寒笙身子懸空,聽出風聲有異,急揮手一招,同時一斂丹田之氣,身形急墜,不僅應變神速,出招更是快速無論,但就這樣。肩胛仍為指風掃著一點,落地身子晃了幾晃方才穩住樁子。 

요한생은 몸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음을 듣고 급히 손으로 일 초를 휘둘러 내고 동시에 단전의 기를 모아 신형을 급히 떨어뜨렸다. 임기응변은 신속할 뿐 아니라 출초 또한 쾌속하기 그지없었지만 거기까지 였다. 어깨가 지풍에 약간 쓸렸는데 땅에 내려선 몸이 몇 번 비틀거리더니 그제서야 온전히 몸을 가누었다.

他乃極其凶殘狠毒之人,吃了一個啞巴虧後,凶性陡發,厲嘯一聲,身形再度前撲。可是,覆面女郎身側的二婢已不容他再出手,雙劍撤出一片森森劍氣,兜頭蓋下。 姚寒笙也是識貨之人,顧不得攻敵,雙掌翻飛,連續劈出三掌,才算將二婢的劍勢封住。 二婢似是專為護衛覆面女郎才發劍,來人一退,便不再攻,雙雙收式又回到了覆面女郎左右。 

그는 원래 극히 흉악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남에게 말 못할 손해를 한 번 보고나자 흉성이 발작하여 고함을 지르며 신형을 다시 한번 앞으로 덮쳐갔다. 그러나 복면여랑 옆에 있던 두 여비가 이미 그의 재출수를 용인하지 않았다. 쌍검을 뽑더니 한 조각 음산한 검기를 뿜으며 얼굴을 덮어내려갔다. 요한생도 좋고 나쁨은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적을 공격할 겨를이 없어 쌍장을 뒤집어 연속하여 삼 장을 쪼개어내어 두 여비의 검세를 봉쇄하려 했다. 

두 여비는 전적으로 복면여랑을 호위하기 위해서만 발검(發劍)한 듯 덮쳐 오던 사람이 후퇴하자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쌍쌍이 초식을 거두고는 복면여랑의 좌우로 되돌아왔다.

陸文飛站立一旁,幾次都打算出手搶救,均被雲娘暗中制止,悄聲說道:“不到萬不得已,咱們犯不上樹此強敵。” 

육문비는 한 쪽에 서서 몇 번이나 출수하여 구하려 했지만 모두 운랑이 암중으로 제지하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부득이하지 않으면 우리는 강적을 만들지 말자고요."

陸文飛道:“我真不知她究竟在弄些什麽花樣玄虛。” 

육문비가 말했다.

"나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잔재주를 부리는 것인지 모르겠소."

雲娘道:“此女必然大有來歷,她不像胡鬧,說不定另有深意。” 

운랑이 말했다.

"그 여자에게는 필시 큰 내력이 있어요. 그녀가 함부로 소동을 피우는 것 같지는 않으니 아마도 따로 깊은 뜻이 있을 거예요."

姚寒笙二度為劍勢迫退,已然怒到十分,舉掌正待再度出手,遙聞雲娘之言,心頭頓時省悟,將怒火忍下,沈聲道:“姑娘果真不願與本教合作?” 

요한생은 두 번이나 검세에 격퇴당하자 이미 십분 화가 나서 장을 들어 막 다시 한번 출수하려다가 운랑의 말을 멀리서 듣고 마음 속으로 문득 깨닫고 노화를 참으며 침성으로 말했다.

"낭자는 정말 본 교와 합작을 원하지 않소?"

覆面女郎道:“此刻我若是答應了,不啻訂了城下之盟,那怎麽行?要談也得另找機會。” 

복면여랑이 말했다.

"지금 내가 승낙한다면 강요에 의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왜 그렇게 하겠어요? 따로 기회가 되면 이야기해요."

姚寒笙道:“這樣說姑娘是答應了?” 

요한생이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낭자는 승낙한 것이오?"

覆面太郎道:“誰答應了?不過本宮主可以考慮,用得著你時,我會要人通告。” 

복면여랑이 말했다.

"누가 승낙해요? 그러나 본 궁주는 고려해볼 수 있어요. 당신이 시간을 내신다면 내가 사람을 보내 통지하겠어요."

姚寒笙自知強取無望,借機下台:“咱們就此一言為定,本教主今晚自願放棄這一次機會。” 

요한생은 강제로 취할 가망이 없음을 알고 기회를 빌어 물러나려했다.

"우리가 이 한 마디로 정했으니 본 교주는 오늘 밤 이 한 번의 기회는 포기하겠소."

覆面女郎冷笑道:“你為什麽不說是本宮主網開一面,饒過你這遭呢?” 

복면여랑이 냉소하며 말했다.

"왜 본 궁주가 당신을 용서하여 살 길을 열어주었다고 말하지 않죠?"

此女口氣托大,處處都不吃虧,仿佛全沒把白骨教看在眼中。 

그 여자의 말투는 아주 거만했다. 어느 것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 마치 백골교는 안중에 두지 않는 듯 하였다.

姚寒笙平日原是動輒殺人的凶魔,今晚一反常態,竟未動怒,手一揮,將那群怪人遣退,一縱身躍人暗中。 

원래 요한생은 평상시 걸핏하면 살인하는 흉마(凶魔)였지만 오늘 밤은 평소의 태도와 판이했다. 뜻밖에 화를 내지 않고 손을 휘둘러 그 괴인 무리들을 물러나게 하고는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陸文飛長籲一口氣,將提聚的功力散去。 

육문비는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끌어모은 공력을 풀어버렸다.

白骨教凶徒堪堪撤去,一群壯漢已擁著一乘輿轎飛奔前來,就在覆面女郎身前停下。覆面女郎哼了一聲,

“你們都上哪裏去了,真正該挨打了。” 

백골교의 흉악한 무리들이 점점 물러가버리자 한 무리의 장한들이 가마를 에워싸고 나는 듯 달려와서 복면여랑의 앞에 멈추어섰다. 복면여랑이 흥, 하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어디갔었느냐? 정말 매를 좀 맞아야겠구나."

為首壯漢轉身道:“小的們一直都伺候在附近,只因未奉呼喚,不敢冒失前來迎接。”

우두머리로 보이는 장한이 몸을 돌려 말했다.

"소인들은 줄곧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었사오나 부르심이 없어 감히 경솔하게 나서서 영접하지 못했습니다."

覆面女郎步入軟轎,朝陸文飛、雲娘揮手道:“勞二位護送,現在你們可以回去了。”

복면여랑은 가마에 걸어들어가며 육문비, 운랑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두 분은 호송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이제 당신들은 가셔도 돼요."

陸文飛點了點頭道:“姑娘珍重了,恕在下不遠送了。” 

육문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낭자는 몸조심 하시고 제가 멀리 배웅하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雲娘望著如飛逝去的輿轎道:“此女想是不希望咱們去她的居處。” 

운랑은 나는 듯 멀어져가는 가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여자는 우리가 그녀의 거처에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같군요."

陸文飛道:“這也難怪。咱們與她並無深交,自然得防著點。” 

육문비가 말했다.

"그건 탓할 게 아니오. 우리와 그녀는 아무런 교분이 없으니 당연히 막는 것이오."

雲娘道:“我真為她擔心,我看早晚她得惹上麻煩。” 

운랑이 말했다.

"나는 정말 그녀가 걱정돼요. 내가 보이게 조만간 그녀는 말썽을 야기할 거예요."

陸文飛冷笑道:“你這叫做看三國掉淚,替古人擔憂。” 

육문비가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이 이러는 것을 두고 삼국이 이미 성립이 된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 거요. 쓸데없는 걱정이오."

雲娘不服氣地道:“莫非我說得有不對的地方嗎?” 

운랑이 승복하지 않고 말했다.

"설마 내 말에 잘못된 곳이 있나요?"

陸文飛道:“你當人家是好惹的嗎?她若不是有恃無恐,怎敢如此托大?” 

육문비가 말했다.

"당신은 그들이 만만한 줄 아시오? 그녀가 만약 믿는 데가 있어 두려움이 없지 않다면 어찌 감히 이처럼 거만하겠소?"

雲娘思忖有頃道:“小妹亦覺她的舉動十分可疑,如若果真身懷秘圖,不會如此從容。” 

운랑이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소매 역시 그녀의 거동이 십분 의심스럽다고 느껴요. 만약 정말 비도를 품고 있다면 이처럼 느긋할 리 없어요."

陸文飛聞言點點頭。 只聽暗影中一個蒼勁的嗓音接道:“你們今晚真個險極,以後不可如此。” 

육문비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속에서 하나의 늙스그레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오늘 밤 정말 위험했다. 이후에는 이처럼 하지 말아라."

雲娘聽出是雪山盲叟的聲音,高聲道:“爹,您怎麽也來了這裏?” 

운랑이 설산맹수의 음성임을 알아차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당신은 뭐하러 이곳에 오셨어요?"

只見人影一閃,雪山盲叟嗖地射落面前。 

인영이 번쩍, 하더니 설산맹수가 면전에 쏘아져 내려왔다.

陸文飛心中大是驚異,覺得這位盲叟確非常人能及,瞎了雙眼仍和好人一般。 

육문비는 마음 속으로 크게 놀랐다. 이 눈 먼 노인은 확실히 보통 사람과 견줄 수 없음을 느꼈다. 두 눈이 멀었지만 멀쩡한 사람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雪山盲叟現身後,隨即埋怨二人道:“你們二人實是太過粗心,怎可輕率便答允護送之事?她一個弱女子,你知暗中對她虎視眈眈的有多少人?你們意輕率答允下來,萬一群雄發動圍攻,你們二人應付得了麽?”

설산맹수는 몸을 드러낸 후 곧바로 두 사람을 꾸짖었다.

"너희들 두 사람은 너무도 세심하지 못했다. 어찌 경솔하게 호송하는 일을 승낙했느냐? 그녀는 일개 연약한 여자지만 너는 암중에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는 많은 사람이 있음을 아느냐? 너희들이 경솔하게 승낙했는데 만일 군웅들이 포위공격을 발동했다면 너희 두 사람은 어떻게 상대하겠느냐?"

陸文飛想起適才之事,亦覺險極,深悔當時不該順口答允下來。 

육문비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며 역시 극히 위험했음을 느끼고 그 당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승낙해서는 안되었음을 깊이 후회했다.

雪山盲叟又道:“黑龍翔何等精明之人,他若不是覺得事情棘手,或是判定她身上井無秘圖,絕不會輕舉放手,故示大方。” 

설산맹수가 또 말했다.

"흑룡상이 얼마나 영리한 사람이냐? 그가 만약 사정이 손을 대기 곤란하다고 느꼈거나, 혹은 그녀 신상에 비도가 없다고 판정하지 않았다면 절대 함부로 손을 놓고 일부러 대범함을 과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雲娘道:“爹,她身上的藏寶圖究竟是假還是真?” 

운랑이 말했다.

"아버지, 그녀 신상의 장보도가 도대체 가짜일까요 진짜일까요?"

雪山盲更沈思有匝道:“八成兒真不了。” 

설산생수가 생각에 잠기더니 ? 말했다.

"팔 할은 진짜가 아니다."

雲娘道:“爹怎知她的圖是假的呢?” 

운랑이 말했다.

"아버님은 어떻게 그녀의 지도가 가짜임을 아셨죠?"

雪山盲叟搖了搖頭,慨然一歎道:“江湖上無奇不有,此女子如果是晉王的後人,她用不著在太行風雲密布之時趕來,說不定她是冒晉王的宮主。” 

설산맹수가 고개를 흔들며 감개하여 탄식하더니 말했다.

"강호상에는 별의별 기이한 일들이 있다. 그 여자가 만일 진왕의 후인이라면 그녀는 태행에 풍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을 때 오지 않았을 테지. 아마도 그녀는 진왕의 궁주를 사칭하는 것 같구나."

陸文飛道:“她以假圖招搖的話,不僅無補實際,說不定會有引來一場大禍的可能,聰明人絕不做此傻事。” 

육문비가 말했다.

"그녀 가짜 지도로 보란 듯이 말을 하는 것은 실제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아마도 한바탕  큰 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명한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雪山盲叟點頭道:“你這般說法也是對的,只是比刻正是群雄勾心鬥角之時,此女子之行徑必有深意,咱們等著瞧吧,不出幾天必現端倪。” 

설산맹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의 그런 견해는 옳네. 하지만 지금은 한창 군웅들이 아웅다웅하는 시기라 그 여자의 행동은 필시 깊은 뜻이 있을 테니 우리는 지켜보도록 하세. 며칠 지나지 않아 반드시 실마리가 나타나겠지."

陸文飛輕喟一聲道:“晚輩此刻真不知該怎辦才好。我若無法把失去的東西奪回,如何對得起九泉下的父母?” 

육문비가 나직이 휴, 하더니 말했다.

"후배는 지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만약 잃어버린 물건을 도로 뺏지 못한다면 어떻게 구천 지하의 부모님께 낯이 서겠습니까?"

雪山盲叟心中何嘗不急,只是他老練通達,知道急也無濟于事,當下溫言安慰道:“東西已然失去,急也沒用,相信總有一天可以奪回來。”

설산맹수인들 어디 마음이 급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그는 노련하고 세상 물정에 밝아서 급해봤자 일에 아무런 도움이 안됨을 알고 즉시 따뜻한 말로 위로하며 말했다.

"물건은 이미 잃어버린 것이니 급하게 굴어봐야 소용없네. 도로 뺏아올 날이 있으리라 믿네."

頓了一頓,又道:“天快亮了,咱們還是回去從長計議,站立荒野總不是辦法。” 

멈추었다 또 말했다.

"날이 곧 밝겠구나. 우리는 돌아가서 천천히 신중하게 상의해보자꾸나. 황야에 계속 서있어봤자 방법이 없다."

三人回至山村,略略調息養神,天已大亮。 

세 사람이 산촌에 돌아와 간단히 조식을 하고나자 하늘은 이미 환하게 밝아있었다.

陸文飛心裏有事,哪裏睡得著?運息了一會,便即爬起,獨自一人行出了村外,暗中不住地盤算,覺得此事只須找到義兄王孫,必可問出一個端倪來。 

육문비의 마음 속에 일이 있는데 어디 누워 잘 수 있겠는가? 운기조식을 한번 하고나서 즉시 일어나 혼자 마을 밖으로 나갔다. 암중으로 끊임없이 따져보니 그 일은 의형 왕손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반드시 하나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느꼈다.

正自往來徘徊之時,只見林中人影一問,王孫的婢女梅香,姍姍由林中行了出來,對他微微一笑道:“二爺,你早啊。” 

왔다갔다 배회하고 있을 바로 그때 숲 속에서 인영이 번쩍, 하더니 왕손의 비녀 매향(梅香)이 느릿느릿 숲 속에서 걸어나와 그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둘째 나으리, 안녕하셨어요?"

陸文飛如獲至寶地急行兩步,迎上前道:“你家主人現在哪裏?” 

육문비가 진귀한 보물을 얻은 듯 급히 두 걸음 걸어가서 맞이하며 말했다.

"당신의 주인은 현재 어디 계시오?"

梅香道:“小婢便是奉主人之命來請二爺,快隨我來吧。” 

매향이 말했다.

"소비는 주인의 명을 받들어 둘째 나으리를 모시러 왔어요. 속히 나를 따라 오세요."

陸文飛道:“你且等一等,你會通知公孫前輩一聲。” 

육문비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나는 공손선배에게 한 마디 알려드리겠소."

梅香搖頭道:“不用啦,事情很急呢。” 

매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요. 사정이 몹시 급해요."

陸文飛略事遲疑,終于隨著梅香前行。走了約摸有裏許,來至一處溪流畔。只見王孫正負手立在一株古松之下,當下急行兩步,高聲道:“大哥別來無恙?” 

육문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매향을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약 일 리 정도를 달려가자 어느 시냇가에 이르렀는데 왕손이 뒷짐을 지고 한 그루 고송 아래에 서있는 것이 보였다. 재빨리 두어 걸음 걸어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대가께서는 별고 없으십니까?"

王孫緩緩回過頭道:“賢弟你這些天一定在暗罵愚兄做賊心虛,把你的秘圖騙去了便不露面了。” 

왕손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현제, 자네는 요 며칠 우형이 자네의 비도를 속여서 뺏아가 가고도 도둑이 제발 저려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며 몰래 욕했을 것임이 틀림없네."

陸文飛臉上一紅,期期艾艾地道:“小弟確曾懷疑假冒家師之人,就是白胡子大叔。”

육문비는 얼굴을 붉히면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소제는 확실히 가사를 사칭한 사람이 바로 백호자 대숙이라고 의심을 했습니다."

王孫微微一笑道:“你猜的並不錯,只有他才能冒名令師,旁人只怕無法辦得到。”

왕손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의 추측은 결코 틀리지 않았네. 하지만 그가 영사의 이름을 사칭해야만 가능했지 다른 사람으로는 얻을 방법이 없었네."

陸文飛道:“這般說來秘圖是他拿了?” 

육문비가 말했다.

"그 말씀대로라면 비도는 그가 가져간 것입니까?" 

王孫點頭道:“你不用擔心,他乃持有第一號秘圖之人。因雪山盲叟行跡已露,他也岌岌可危,是以才行此釜底抽薪之策。” 

왕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는 걱정하지 말게. 그는 원래 제 일호 비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일세. 설산맹수의 행적이 이미 노출되었기 때문에 매우 위험했었네. 그래서 솥 아래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듯 근본적인 해결책을 쓰게 되었다네."

陸文飛雖對義兄十分尊敬,只是茲事體大,他不能輕易相信,遂道:“他既是一號秘圖持有人,盡可吐實,何須用此手段?” 

육문비는 비록 의형을 십분 존경하지만 이 일은 중차대한 일이라 쉽사리 믿지 못하였다. 그래서 말했다.

"그가 기왕 일호 비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사실을 털어놓지 왜 그런 수단을 써야만 했을까요?"

王孫輕歎一聲道:“若是以暗語交談,取來秘圖,怎能令群怪對雪山盲叟去疑?只有公開搶奪,才可將消息傳出,使群雄信以為真。” 

왕손이 가볍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만약 암호를 주고받아 비도를 취했다면 어찌 설산맹수를 향한 군웅들의 의심을 가시게 할 수 있겠는가? 공개적으로 빼앗아야만 소식이 전해져서 군웅들로 하여금 진짜로 믿게 할 수 있었다네."

陸文飛道:“大哥尋我,可是為了商談取寶之事。” 

육문비가 말했다.

"대가께서 나를 찾으심은 아무래도 보물을 찾는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王孫搖頭道:“談何容易。”

왕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네."

頓了頓又道:“縱令要取出藏寶,也不該選在此時。”

멈추었다 또 말했다.

"설령 숨져진 보물을 찾아내려해도 지금은 안되지."

陸文飛不悅道:“既不商談取寶,那是准備將秘囹還給我了?” 

육문비가 불쾌하여 말했다.

"보물을 찾는 일을 상의하지 않으신다니 그렇다면 비도를 저에게 돌려주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王孫唉聲一歎道:“既不是取寶你要秘圖有何用?” 

왕손이 휴, 탄식하더니 말했다.

"보물을 취하지 않는다면서 자네는 비도를 어디에 쓰려고 하는건가?"

陸文飛冷笑道:“先父受故主之托,臨死諄諄告誡小弟,務必完成故主之遣命。大哥雖不是外人,小組總覺不太放心,我看仍是放在我自己身上較妥。” 

육문비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선부께서 옛 주인의 부탁을 받았다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옛 주인의 유명을 반드시 완수하라고 소제에게 간곡하게 당부하셨습니다. 대가는 비록 외인이 아니시지만 소제는 줄곧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비교적 타당할 것 같습니다."

王孫愕然道:“如此說來賢弟懷疑我了?” 

왕손이 아연해서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현제는 나를 의심하는 건가?"

陸文飛道:“井非小弟小家子氣,實因此物乃是晉王遺物,不得不加小心。” 

육문비가 말했다.

"소제가 대범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실 그 물건은 진왕의 유물이기 때문에 부득이 더욱 조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王孫道:“這也難怪賢弟,不過我得問你一聲,當年令尊接受晉王遣命之時,他可曾說過將來遺寶交給什麽人?” 

왕손이 말했다.

"그것은 현제를 탓할 수 없지. 그러나 내가 자네에게 한 마디 묻겠네. 당시 영존께서 진왕의 유명을 받을 때 그는 장래에 누구에게 유물을 넘겨주라고 말했는가?"

陸文飛怔了怔道:“這倒不曾說過,只是測情度理,理該是他的後人。”

육문비가 멍해져서 말했다.

"그것은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도리상 추측하자면 마땅히 그의 후인일 것입니다."

王孫微微一笑道:“晉王嬪妃甚多,各有所出,你究竟交給誰?” 

왕손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진왕에게 후궁이 아주 많고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이 있는데 자네는 도대체 누구에게 넘겨주려는가?" 

陸文飛道:“自然是交給世子啦。如無世子,便以長幼來分。” 

육문비가 말했다.

"당연히 세자(世子)께 넘겨드려야지요. 만일 세자가 없다면 장유(長幼)로써 따져야지요."

王孫道:“清官難斷家務事,咱們暫時不去提這些了。”

왕손이 말했다.

"청렴한 관리도 집안 일은 무우 자르듯 하기 어렵네. 우리는 잠시 그런 것들은 꺼내지 말기로 하세."

話音一轉又道:“愚兄請你來此,乃是告知你一件驚人之事,藏寶已然為人取去了。” 

말투를 바꾸어 또 말했다.

"우형이 자네를 이곳에 오도록 한 것은 원래 한 가지 놀라운 일을 알려주기 위함이네. 보물은 이미 다른 사람이 얻었다네."

陸文飛聞言大吃一驚,半晌方才道:“此話當真嗎?” 

육문비가 듣고 깜짝 놀라서 한참만에야 말했다.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王孫點了點頭道:“愚兄豈能騙你?只是你此刻分必守密,連雪山盲叟也不能對他透露。” 

왕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형이 어찌 자네를 속일 수 있겠나? 하지만 자네는 지금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하네. 설산맹수에게까지도 누설해서는 안되네."

陸文飛奇道:“這是為何?” 

육문비가 이상해서 말했다.

"그건 왜지요?"

王孫一歎道:“內中之情十分復雜,一時之間也難對你說個明白。愚兄近些日子正在追查此事,如若你把失寶之事傳了出去,對方必生警惕,那就難以著手了。” 

왕손이 탄식하더니 말했다.

"그 안의 사정은 십분 복잡하여 일시지간에 자네에게 명백하게 말하기 어렵네. 우형은 요 근래 그 일을 조사하고 있는데 만일 자네가 보물이 사라진 일을 소문낸다면 상대방은 필시 경계심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손을 쓰기 어려워지네." 

陸文飛頷首道:“既是這樣,小弟絕不透露給第二人得知。” 

육문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왕 그렇다면 소제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 알게 하지 않겠습니다."

王孫從身上取出金牌,交給陸文飛道:“藏寶既已失,此物已失作用,你既然一定要收回去,那你就拿去吧。” 

왕손이 몸에서 금패를 꺼내더니 육문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보물을 이미 잃었으니 이 물건은 이미 쓸모가 없어졌네. 자네가 꼭 돌려달라고 하니 자네가 가져가게."

陸文飛伸手接過全牌,仍然藏入劍鞘,徐徐道:“晉王當年將藏寶圖分成三份,分別托付給三人,照理不應再另外有藏寶圖,盜寶之人不知從何得來的圖樣?” 

육문비는 손을 뻗쳐 금패를 넘겨받아 원래대로 검집에 숨겨두고는 서서히 말했다.

"진왕이 당시 장보도를 세 조각으로 나누어 세 사람에게 따로따로 맡겼습니다. 이치대로라면 따로 그 외에 장보도가 없을텐데 보물을 훔쳐간 사람이 어디서 지도를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王孫唉聲一歎道:“此是十年余前的事了。當時你我俱是孩童,此刻憑空去琢磨,那是枉費心血。” 

왕손이 휴, 탄식하더니 말했다.

"그것은 십여 년 전의 일이라 당시 자네와 나는 모두 어린아이였네. 지금 헛되이 궁리해봤자 그건 심혈을 낭비하는 것이라네." 

陸文飛道:“三人之中先父雖死,白胡子大叔與雪山盲叟都健在,他們應該知道。”

육문비가 말했다.

"세 사람 중 선부께서는 비록 돌아가셨지만 백호자 대숙과 설산맹수는 모두 건재하십니다. 그들은 응당 알겠지요."

王孫搖頭道:“他們雖是晉王門下親信,畢竟不便在內宅行走,怎能盡知府中之秘?”

왕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들은 비록 진왕 문하의 측근이었지만 결국 내택(內宅)을 다니는 것은 불편했을 텐데 어찌 부중의 비밀(府中)을 모조리 알 수 있겠는가?" 

陸文飛恍然大悟道:“大哥從為問題出在嬪妃身上?” 

육문비는 문득 크게 깨닫고 말했다.

"대가께서는 문제가 후궁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여기십니까?"

王孫道:“咱們不能不從這方面去想。” 

왕손이 말했다.

"우리는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

陸文飛道:“近日太行來了一位自稱宮主之人,好像她身上亦攜有一份秘圖,不知是真是假。” 

육문비가 말했다.

"요 며칠 태행에 자칭 궁주라는 사람이 왔습니다.  그녀도 역시 한 조각의 비도를 가지고 있는듯 한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군요."

王孫道:“她既自稱宮主,當然有她的來歷。但那份圖是真是假,誰也無法明白。”

왕손이 말했다.

"그녀가 자칭 궁주라고 하니 당연히 그녀에게 내력이 있을 걸세. 하지만 그 한 조각의 지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누구도 분명히 알 수 없네."

陸文飛道:“她自己總該明白。” 

육문비가 말했다.

"그녀 자신은 잘 알겠지요."

王孫目注流水,緩緩地道:“依愚兄揣度,她自己或許認為足真的。” 

왕손은 흐르는 시냇물을 주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우형이 짐작하기에 아마 그녀 자신이 진짜라고 여기는 것이네."

他拾起一塊石子,投擲入溪流中,感喟地道:“別看姚寒笙那班人,看似窮凶惡極,實際就像剛才落入溪中的石子一般,僅能沖起幾點浪花,起不了多大的作用。真正能為害的,還是隱伏溪水中的暗流……” 

그는 돌맹이 하나를 주워들더니 시냇물 속에 던져넣고는 애석해하며 말했다.

"요한생 그 무리들은 흉악하기 그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전 시냇물 속에 빠진 돌맹이와 마찬가지로 겨우 몇 점의 물보라를 일으킬 뿐이라 큰 작용을 하지 못한다네. 진정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은 숨어있는 시냇물 속의 암류(暗流)인 것을..."

陸文飛知他必是別有所感而言,不便追問,隨即告辭道:“小弟出來已久,為免雪山盲叟父女擔心,我得回去了。” 

육문비는 그가 필시 말하고자 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캐묻기가 불편하였다. 그래서 즉시 작별을 고했다.

"소재는 나온지가 오래되어 설산맹수 부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돌아가야겠습니다."

王孫道:“記住,在他父女之前,切莫提見著愚見。比老常自負聰明,有時不免誤事。” 

왕손이 말했다.

"기억하게. 그 부녀의 앞에서 절대 우형을 만났다는 말을 꺼내지 말게. 그 노인은 늘 총명하다고 자부하니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하게."

陸文飛應聲道:“小弟不提就是了。” 

육문비가 대답하여 말했다.

"소제가 꺼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他回到居處,見雪山盲叟與雲娘俱候在草堂裏。 

그가 거처로 돌아오자 설산맹수와 운랑은 모두 초당(草堂)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雲娘見面便埋怨道:“一大早哪去了?也不打個招呼,把人急死了。” 

운랑이 보자마자 원망스럽게 말했다.

"인사도 없이 이른 새벽에 어딜 갔었어요? 초조해 죽는 줄 알았어요."

陸文飛微微一笑道:“我又不是小孩,還怕丟了不成?” 

육문비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 역시 어린애가 아닌데 놀지도 못하오?"

雪山盲叟道:“此刻形勢險惡,也難怪她著急。” 

설산맹수가 말했다.

"지금 형세가 험악하니 그녀가 초조해하는 것도 탓할 수 없다."

陸文飛不便說什麽,訕訕一笑.徑自坐下用膳,絕口不提義兄之事。 

육문비는 무슨 말을 하기가 불편하여 멋쩍게 웃으며 제멋대로 앉아서 밥을 먹었는데 절대 의형의 일을 꺼내지 않았다.

雪山盲叟開口道:“老朽思忖再四,覺得那覆面女郎懷中之圖,八成兒是真的。” 

설산맹수가 입을 열었다.

"늙은이가 재삼 생각해보니 그 복면여랑 품 속의 지도는 팔할은 진짜라고 느꼈다."

陸文飛怔然道:“前輩為什麽能斷定那圖是真的呢?” 

육문비가 의아하여 말했다.

"선배님은 무엇 때문에 그 지도가 진짜라고 단정하십니까?"

雪山盲叟道:“晉王貴為親王,他不可能沒有嬪妃,更不可能沒有兒女。” 

설산맹수가 말했다.

"진왕은 친왕(親王:황제의 아들이나 형제)으로서 존귀한 몸이었으니 후궁이 없을 수가 없고, 여자 아이가 없다고도 못한다."

陸文飛道:“前輩怎地扯到人家的妻妾子女身上去了,不嫌離題太遠了嗎?” 

육문비가 말했다.

"선배님은 왜 남의 처첩자녀(妻妾子女)까지 끌어들이십니까? 너무 멀리 옆길로 벗어나신 것 아닙니까?"

雪山盲叟搖頭道:“不,不,這正是咱們所要明白之事,怎說太離題了?” 

설산맹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이것은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일이네. 어찌 화제에서 너무 벗어났다고 말하는가?"

陸文飛仍然一臉惶惑之容,弄不清他為何提到這事。 

육문비는 여전히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그가 왜 이 일을 꺼냈는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雪山盲叟輕喟一聲道:“這也難怪,你們年事太輕,自然難解其中之道理。”

설산맹수가 나직이 휴, 하더니 말했다.

"그것도 탓할 수 없지. 너희들은 나이가 너무 어리니 자연 그 가운데의 도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話音一頓又道:“晉王當年所以不把後事托付家人,而是托付給門下士,這就是唯恐嬪妃子女們發生爭執。” 

말은 끊었다가 또 말했다.

"진왕은 당시 집안 사람들에게 후사를 부탁하지 않고 문하객(門下客)들에게 당부했다네. 그것은 후궁의 자녀들이 서로 다툴까 두려웠기 때문이지." 

陸文飛笑道:“難道他要前輩為他們分家?” 

육문비가 웃으며 말했다.

"설마 그가 선배님께 그들을 위해 분가(分家)를 하도록 했습니까?"

雪山盲叟道:“當然是要等我替他安排,以免其後為宵小所乘。” 

설산맹수가 말했다.

"당연히 우리들에게 악인들이 그 틈을 노리지 않도록 안배를 하게 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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