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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忠義俠府(충의협부) 본문

와룡생(臥龍生) 무협/팔황비룡기(八荒飛龍記)

一、忠義俠府(충의협부)

알타쵸 2016. 11. 26. 11:46

一、忠義俠府 







 鄂北重鎮襄陽府,據漢水中流右岸,與樊城隔水相望,不但爲曆代兵家必爭之地,而且鄂北、豫西、豫南的貨物,大都賴此輸轉,商賈雲集,市容繁茂。四南隆中山,相傳爲諸葛武侯未入仕途時躬耕之所,山中遺迹尚存,遊人甚多。​

호북(湖北)의 요지 양양부(襄陽府)는 한수(漢水) 중류의 오른편 연안에 의지하여 물을 사이에 두고 번성(樊城)과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역대로 군사적으로 반드시 쟁탈해야 하는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호북, 예서(豫西), 예남(豫南)의 화물이 대부분 이곳을 거쳐가니 상인들이 운집하고 시장의 모습이 매우 번성하였다. 서남쪽 융중산(隆中山)은 제갈무후(諸葛武侯)가 벼슬길에 오르기 전 직접 농사를 짓던 곳으로 전해지고 산에는 유적이 아직 남아있어 유람객이 몹시 많았다.

襄陽府南門外,矗立著一座高大的莊院,高大的朱漆大門前面,鋪著七級白玉階梯,門兩邊各放. 著一個翠青色的石獅子,一塊橫挂的金字匾,寫著“忠義俠府”四個字。下面落款是,明憲宗十二年禦筆親題。這是禦賜金匾,在那個時代中,實有著無與倫比的榮耀。襄陽府文武官員,經過此地時,文官落轎,武官下馬,以示對禦筆金匾的尊崇。​

양양부 남문 밖에는 우뚝 솟은 한 채의 거대한 장원이 있는데 높고 큰 주칠(朱漆)대문 앞쪽에는 일곱 계단의 백옥 층계가 깔려있고 문 양쪽 가에는 각기 한 개의 비취색 돌사자가 놓여있었다. 가로로 걸린 편액에는 금색으로 "충의협부(忠義俠府)" 네 글자가 씌어있었고 아래 부분에 명 헌종(憲宗) 십이년 황제가 친히 썼다는 낙관이 있었다.이것은 황제가 하사한 편액으로 그 시대에는 실로 비할 데 없이 영광스러운 것이었다. 양양부의 문무관원들이 이곳을 지날 때 문관은 가마에서 내리고 무관은 말에서 내려 황제가 써준 편액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였다.

這一天,豔陽高照,風和日麗,忠義俠府那兩扇緊閉的朱門,突然大開。一個四旬左右,身穿海青長衫,頭戴黑緞子方帽,足著逍遙福字履,胸飄五绺長髯的赤臉大漢,緩步行出來,步下了七層白玉階梯。

뜨거운 태양이 하늘 높이 내리쬐고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햇빛이 눈부신 어느 날이었다. 충의협부의 꼭 닫혀있던 두 짝의 붉은 문이 돌연 활짝 열렸다. 한 명의 사순 가량되고 몸에 해청(海青)색 장삼을 걸치고 머리에 검은 비단 모자를 썼으며 발에는 소요복자리(逍遙福字履)를 신고 가슴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다섯 가닥의 긴 수염을 기른 붉은 얼굴의 대한이 느린 걸음으로 걸어나와 일곱 개의 백옥 층계를 내려왔다.

在那赤臉大漢身後,緊隨著四個身著黑色勁裝的年輕人。四人年紀相若,都在二十一二左右,並肩兒隨在那長髯人的身後,步下玉階。就在那長髯人,步下玉階當兒,一側便門大開,一個精壯中年漢子,牽著兩匹駿馬,快步行了出來,直奔台階前面。

그 붉은 얼굴의 대한 뒤에는 네 명의 흑색경장을 입은 젊은이들이 바짝 뒤따르고 있었다. 네 사람의 나이는 모두 스물 한두 살 가량인데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그 긴 수염을 기른 사람 뒤를 따라 백옥 층계를 내려왔다. 그 긴 수염을 기른 사람이 백옥 층계를 내려오자 그때 한 쪽 옆문이 크게 열리며 한 명의 건장한 중년사내가 두 필의 준마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층계 앞쪽으로 곧장 달려왔다.

青衫人停下腳步,回顧了四個年輕人一眼,說道:“樹大招風,名大遭忌。這半年來,連遭江湖人上門找事,足證其言不虛,爲師此去會晤故友,至多一月,少則半月即回,你們都已得我刀法真傳,本該讓你們在江湖上曆練一番……”

청삼인은 걸음을 멈추더니 네 명의 젊은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무가 크면 바람 잘 날이 없고 명성이 크면 시기하는 자가 많다. 이 반 년간 연달아 강호인들이 찾아오는 것은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한다. 사부는 옛 친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많아야 한 달, 적게는 반 달이면 돌아올 것이다. 너희들은 모두 나의 도법의 진전을 이어받았으니 본래 너희들에게 강호의 경험을 한번 쌓게 해주려 했는데..."

四個年輕人齊齊欠身抱拳一禮道:“我等無意爭勝江湖,揚名武林,但得長年追隨師父身側,探求刀法奧秘。”

네 명의 젊은이들이 일제히 포권하여 몸을 숙이며 예를 올리면서 말했다.

"저희들은 강호에서 승부를 다투며 무림에 명성을 떨칠 생각이 없습니다. 오직 오랫동안 사부님을 따르며 곁에서 도법의 심오한 비결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長衫人微微一笑,道:“好好看顧門戶,如有江湖朋友們登門生事,要他們一月之後再來。”

장삼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문호(門戶)를 잘 돌보거라. 만일 강호의 친구들이 방문하는 일이 생기거든 한 달 후에 다시 오라고 하거라."

四個年輕人恭恭敬敬地應道:“弟子等遵命。”

네 명의 젊은이들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제자, 명을 따르겠습니다."

長衫人回顧了那精壯漢子一眼,道:“周福,咱們走。”

장삼인이 건장한 사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주복(周福), 가자꾸나."

舉步一跨,坐上馬背,一提缰,健馬如飛而去。周福回頭望望四個年輕人,抱拳一笑,翻身上馬,緊追主人而去。​四個年輕人,八道眼神,盯注在那兩騎快馬背影,直待人馬俱沓,煙塵消失,才聯袂退回府中。​

말 등에 뛰어올라 고삐를 끌어올리니 건마는 나는 듯 달려갔다. 주복은 고개를 돌려 네 젊은이를 바라보며 웃으며 포권하더니 말에 올라 주인을 바짝 뒤따라 가버렸다.네 명의 젊은이의 여덟 줄기 시선은 그 두 필의 쾌마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그대로 인마가 일으키는 먼지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다같이 부중(府中)으로 돌아갔다.

就在四個人退回府中不久,忠義俠府對面五丈處,一座茅舍內,木門啓動,疾步行出一個土布衣褲,滿頭蓬發的中年漢子。那蓬發漢子,舉動十分機警,四顧了一眼,才低著頭,向前行去。他左臂下挾著一把鐵鋸,右手提著皮尺,一眼之下,即可瞧出是個木匠工人。​

네 사람이 부중으로 돌아간지 오래지 않아 충의협부 맞은 편 오 장되는 곳의 한 채의 초가집 안에서 목문(木門)이 움직이더니 한 명의 무명 바지저고리를 입고 봉두난발인 중년사내가 재빠르게 걸어나왔다.그 봉두난발 사내의 거동은 몹시 기민하고 조심스러웠다. 사방을 둘러보고서야 고개를 숙이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왼팔에는 쇠톱을 끼고 있고 오른손에는 줄자를 들고 있어 한 눈에 목수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他行過忠義俠府門第前面時,故意放緩了腳步,手中皮尺,不停地轉動,口中喃喃低語,道:“二三得六,三七兩丈一……”

그가 충의협부 문 앞을 향해 걸어갔을 때 일부러 걸음을 늦추더니 수중의 줄자로 끊임없이 이리저리 재며 입으로 웅얼웅얼거렸다.

"이삼은 육, 삼칠은 이 장 일 척..."

聲音奇低,縱然近在咫尺的人,也不易聽得真切。蓬發漢子行過忠義俠的府第,突然加快了腳步,折向正西行去。

목소리가 이상하게 낮아 지척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또렷이 듣기가 쉽지 않았다. 봉두난발을 한 사내는 충의협의 부저(府邸)에 이르자 돌연 걸음을 빨리하여 서쪽을 향하여 꺾어서 걸어갔다.

陡然間,一聲輕微的冷笑傳了過來,耳際間同時響起一個低沈的聲音,道:“朋友,你膽子不小啊!忠義俠府第之內,高手不少,就憑你們地鼠門那幾手穿牆越戶本領,也敢輕捋虎須麽?”

별안간 경미한 냉소소리가 전해져오는 것과 동시에 귓가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친구, 대담하구나! 충의협부 안에 고수가 적지 않은데 당신네 지서문(地鼠門)의 그 몇 수의 담을 넘는 재간으로 감히 호랑이 수염을 함부로 건드리려 하는가?"

蓬發漢子,只聽得心頭大震,來人不但看穿自己的行徑,而且一開口就叫出了自己的來曆,分明是大有來曆的高人。但他乃久走江湖的人物,盡管心中震駭不已,但腳下未稍停,仍然還是大步向前走著,對身後傳來之言,恍如未聞。

봉두난발을 한 사내는 듣기만 했는데도 가슴이 크게 두근거렸다. 이자는 자신의 행동을 간파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단번에 자신의 내력을​ 알아맞추었으니 크게 내력이 있는 고인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강호를 오랫동안 다닌 인물이라 마음 속으로 경악해 마지않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에서 전해온 말을 마치 못 들은 양 여전히 큰 걸음으로 앞으로 달려갔다. 

只聽衣決飄風之聲,一條人影,由身側疾掠而過,攔住了去路。.那蓬發漢子雖是老江湖,但此刻也有些沈不住氣,不得不擡頭望了來人一眼。一擡頭頓覺一道冷芒,直襲面頰,不禁駭然暴退。但那攔路人動作更快,右手一探,如影隨形一般,一道森寒的匕首鋒尖,已抵上胸前要害。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가닥 인영이 몸 옆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더니 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그 봉두난발을 한 사내는 비록 노련한 강호인이었지만 그때는 화가 나는 것을 가라앉히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그 자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자마자 한 줄기 냉망(冷芒)이 그대로 두 뺨에 엄습해오는 것을 느끼고는 저도 모르게 잽싸게 물러났다. 하지만 길을 막은 사람의 동작이 훨씬 빨랐다. 우수를 내밀자 그림자처럼 따라가서 한 줄기 싸늘한 비수의 끝이 이미 가슴 요해를 누르고 있었다.

蓬發人心知遇上了高人,對方一出手,就可刀入要害,索性不再讓避,目光轉動,打量了來人一眼。但見眼前站著一位身著黑袍,面色蒼白的中年人,雙頰削瘦,看上去,倒像個落第秀才,如非親身經曆,怎麽看那人也不像一身絕技,出手如電的高人。黑衣人手中並不是寒鋒三尺的長劍利刃,而是一把不足一尺的匕首。

봉두난발을 한 사람은 속으로 고인을 만났음을 알았다. 상대방의 한 번 출수로 칼이 요해를 찌를 수 있어 아예 두번 다시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훑어보았다. 눈 앞에는 한 명의 몸에 흑포를 걸치고 안색이 창백한 중년인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두 볼이 비쩍 말라서 보기에 낙방한 수재(秀才) 같았다. 만일 직접 겪지 않았다면 어찌 그 사람이 일신에 절기를 지니고 있으며 출수가 번갯불 같은 고인임을 알아보겠는가? 흑의인이 수중에 쥐고 있는 것은 삼 척 장검의 예리한 날이 결코 아니라 일 척도 안되는 한 자루의 비수였다.

蓬發漢子壯壯膽子,輕輕咳了一聲,道:“朋友,在下和閣下素昧生平,無怨無仇……”

봉두난발을 한 사내​는 담이 커져서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친구, 나와 귀하는 본디 평소에 알지 못하고 아무런 원한이 없소이다..."

黑衣人淡然一笑,接道:“所以,我才刀下留情,沒有殺你……” 

흑의인이 담담히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칼 아래 사정을 두어 당신을 죽이지 않았소..."

語聲微微一頓,接道:“留心聽我的話,我要你很真實的回答,說一句謊言,我就宰了你。”

잠시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나는 당신이 진실된 대답을 하기를 바라오. 한 마디라도 거짓된 말을 하면 당신을 죽여버릴 것이오."

他說話的聲音很平靜,但雙目中那股冷森的光芒,卻使人相信他是一位言出必行的人。

그가 말하는 음성은 몹시 차분했지만 두 눈의 차가운 냉망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가 말을 하면 반드시 하고야 마는 사람임을 믿게끔 했다.

蓬發漢子豐富的江湖經驗,直覺的感受到自己正處在生死一發的險惡之境,裂裂嘴苦笑一下,道:“人在矮檐下,怎能不低頭,閣下要問什麽?”

봉두난발을 한 사내는 강호경험이 풍부하여​ 직감적으로 자신이 생사일발(生死一發)의 험악한 지경에 처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을 벌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이 낮은 처마 아래에서는 어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있겠소. 귀하는 무엇을 묻고자 하시오?"

黑袍人四顧了一眼,不見有行人到來,才微笑問道:“你是地鼠門中人,區區沒有猜錯吧?”

흑포인이 주위를 둘러보고 행인이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당신은 지서문(地鼠門)의 사람이오. 내가 잘못 추측하지 않을 걸?"

蓬發漢子道:“不錯,在下正是地鼠門中人。”

봉두난발을 한 사내​가 말했다.

"그렇소. 나는 지서문 사람이오."

黑衣人道:“嗯!除了地鼠門外,下三流的黑道人物,大約也沒有人敢動偷竊忠義俠府上的腦筋了……”

흑의인이 말했다.

"음! 지서문을 제외하고 삼류의 흑도인물이라면 아마도 감히 충의협부에서 무언가 훔쳐내려고 머리를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오..."

蓬發漢子接道:“你朋友是忠義俠陳……”

봉두난발의 사내가 말을 받았다.

"친구, 당신은 충의협 진..."

黑衣人冷漠的接道:“是我在問你,你最好只管答話,偷竊忠義俠府上的人手,必是貴門中出類拔萃的人物,你朋友怎麽稱呼啊?”

흑의인이 냉막하게 말을 받았다.

"내가 당신에게 묻고 있으니 당신은 오로지 대답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오. 충의협부에서 무언가를 훔쳐내고자 하는 사람이면 반드시 귀 문에서 유달리 뛰어난 사람일 것이오. 친구, 당신은 어떻게 불리시오?"

蓬發漢子在死亡威迫之下,只好有問必答道:“兄弟石光敬。”

봉두난발의 사내는 사망의 위협하에서 질문에 반드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형제는 석광경(石光敬)이오."

黑袍人道:“石兄,在江湖上可是被人稱作‘分毫不差’麽?”

흑포인이 말했다.

"석형은 아무래도 강호상에서 분호불차(分毫不差)라 불리는 것 같소만?"

石光敬道:“正是兄弟。”

석광경이 말했다.​

"바로 형제요."

黑袍人陡然收了匕首,笑了笑道:“失敬失敬,閣下原來是地鼠門中高坐第二把交椅的人物,兄弟多有開罪了。”

흑포인이 갑자기 비수를 거두더니 웃으며 말했다.​

"실례했소이다. 귀하는 원래 지서문에서 두번째 지위의 인물이었구려. 형제가 많은 죄를 지었소이다."

石光敬道:“好說,好說,你朋友貴姓啊?”

석광경이 말했다.​

"천만에요. 친구, 당신의 성은?"

黑袍人搖搖頭道:“石兄又忘了,是區區向石兄問話?”

흑포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가 석형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석형은 또 잊었구려?"

石光敬只覺此人生性古怪,莫可預測,一下子和顔悅色相對,忽而又變得冷厲異常,大有立刻出手殺人之意。一時間,愣在當地,不知如何開口。

석광경은 이 사람의 성격이 괴이하고 예측불가하여 갑자기 상냥하게 대하다가도 홀연 또 몹시 냉엄하게 변하여 즉각 출수하여 살인을 저지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선 채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알지 못했다.

黑袍人笑一笑,道:“石兄,咱們找個地方聊聊,區區還有點事情和石兄商量。”

흑포인이 웃더니 말했다.​

"석형, 내가 석형과 상의할 일이 좀 있으니 우리는 장소를 찾아 이야기를 나눕시다."

一面說話,一面右腳微擡,勾起一塊拳頭大小的鵝卵石,放在左手掌心之上,右掌輕輕向下一合,雙掌搓動,手中鵝卵石,化作石灰,灑落一地。石光敬目睹那黑袍人掌上的功力,心中大爲震驚,似這等搓石成粉的武功,實已登武功至高的境界。只要他一出手,立時可取自己之命,當下輕輕咳了一聲,道:“老兄有什麽吩咐?兄弟無不從命就是。”

말을 하면서 오른발를 약간 들어올려 한 덩이의 주먹만한 자갈을 왼 손바닥 위에 놓더니 오른 손바닥을 살짝 위에서 아래로 합치면서 쌍장을 비비자 수중의 자갈이 돌가루로 변하여 땅으로 뿌려졌다. 석광경은 그 흑포인의 장상의 공력을 눈으로 보고 마음 속으로 크게 놀랐다. 돌을 비벼서 가루로 만드는 이 정도의 무공은 확실히 무공이 지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가 한 번 출수하기만 하면 즉시 자신의 목숨을 취할 수 있다. 

곧바로 가볍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노형은 무슨 분부가 있으시오? 형제가 명을 따르지 않을 것이 없소이다."

黑袍人笑一笑,道:“識時務者爲俊傑,石兄果然是一位俊傑人物。”

흑포인이 웃으며 말했다.​

"시무를 아는 자가 준걸이라 했소. 석형은 과연 한 분의 준걸이시오."

一出手,抓住了石光敬的右腕,大步向前行去。這時,石光敬已完全爲黑袍人所征服,只有任人擺布的份兒了。黑袍人牽著石光敬,不走大道,穿過一片麥田,到了一座古柏聳立的大墳園中。放開左手道:“這地方很僻靜,只是荒涼一些。”

손을 내밀어 석광경의 오른쪽 손목을 움켜잡고 큰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석광경은 이미 완전히 굴복당한 바 되어 남에게 좌지우지될 처지에 처해있었다. 흑포인은 석광경을 잡아끌고 대도로 가지 않고 보리밭을 가로질러 어느 오래된 측백나무가 우뚝 솟은 커다란 묘지에 도착해서야 왼손을 놓으며 말했다.​

"이곳이 외지고 조용하군. 단지 좀 황량할 뿐이군."

石光敬目光轉動,四顧了一眼,只見古柏蔽日,青冢疊起,好一片陰森所在。點頭應道:“不錯,這地方夠荒涼。”

석광경이 시선을 돌려 사방을 둘러보니 오래된 측백나무가 해를 가리고 있고 무덤이 첩첩이 솟아있어 정말 음산한 장소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려. 이곳은 자못 황량하구려."

黑袍人仰天打個哈哈,道:“石兄,據區區所知,你們地鼠門,集千古偷竊技能之大成,不但偷活人,而且連死人也偷,居然在江湖上偷出一派門戶。石兄又高居地鼠門中第二號人物,想來定然不怕鬼了。”

흑포인이 하하, 하며 앙천대소를 터뜨리더니 말했다.​

"석형, 내가 알기로 당신네 지서문은 천고(千古)의 도둑질 기술을 집대성하여 산 사람을 훔쳐낼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까지도 훔쳐내어 강호상에 훔치는 것으로 일파를 이루었소. 석형은 또 지서문에서 두번 째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니 귀신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오."

石光敬輕輕咳了一聲,道:“鬼麽?兄弟確然不怕,不過,兄弟怕人。”

석광경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귀신? 형제는 확실히 두렵지 않소. 그러나 형제는 사람이 두렵소이다."

黑袍人幹笑兩聲,道:“石兄說的是,人比鬼可怕,至少人可以讓另一個人變成鬼。”

흑포인이 억지 웃음을 두어 번 짓더니 말했다.​

"석형의 말이 맞소. 사람이 귀신에 비해 두려워할 만하오. 적어도 사람은 다른 사람을 귀신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거든."

石光敬雖然見多識廣,但也無法揣摸出這黑袍人的用心何在,但他心中明白,自己的武功和人家相差太遠,對方一出手,就可以制自己于死地,在不了解對方的心意之前,只好盡量的避免說話。

석광경은 비록 견식이 많고 넓었지만 이 흑포인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심중으로는 자기의 무공은 그와 너무나 큰 차이가 나서 상대가 한번 출수하면 자기를 사지에 빠뜨릴 수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상대방의 생각을 알기 전에는 가능한 말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黑袍人伸出手去,拍拍那石光敬的肩頭,接道:“石兄,貴門中這一次,准備偷竊忠義俠府,勞駕你親自出馬,想來,偷竊之物,定然十分珍貴了。”​

흑포인은 손을 뻗어 석광경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석형, 귀 문에서 이번에 충의협부를 도둑질할 작정으로 당신이 친히 나섰으니 생각컨대 훔칠 물건이 십분 진귀한 것이 틀림없겠구려."

石光敬被那黑袍人在肩頭拍了兩下,只拍得心頭發毛,全身生寒,只好據實應道:“是的,兄弟准備竊取禦賜忠義俠的鐵券、寶刀。”

석광경은 그 흑포인이 어깨를 두 번 치자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전신이 오싹하여 사실대로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맞소. 형제는 황제께서 하사하신 충의협부의 철권(鐵券), 보도(寶刀)를 훔칠 작정이었소."

黑袍人啊了一聲,道:“那把禦賜寶刀,乃武林中有名寶刀,號稱六合,傳說是六種金屬合冶而成。遇警出鞘,蓬光幻影,有削鐵如泥之利,切金斷玉之鋒,曾在江湖中造出了甚多殺孽,後爲大內高手收回,藏之禁宮。此刀已數十年未在武林中出現,想不到陳道隆救了聖駕,皇上竟把六合刀賜贈于他,使這把被武林視作災禍之刀,又重現于江湖……”

흑포인이 아, 하더니 말했다.

"황제께서 하사하신 보도는 무림에서 유명한 보도로 이름이 육합(六合)으로 불리며 전하는 말로는 여섯 종의 금속을 제련하여 만들어졌다 하오. 칼집에서 빠져나오면  ???(당최 적당한 표현이...) 쇠를 진흙 깎듯이 예리하고 칼끝은 금옥(金玉)을 절단하는데 일찌기 강호에서 수 많은 살업(殺業)을 조장하여  후에 황궁의 고수들이 회수하여 궁궐 안에 숨겨두었소. 이 도는 수십 년 간 무림에 출현하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진도륭이 황제의 어가를 구해내자  황상이 육합보도를 그에게 하사하여 무림에 재앙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여겨지는 칼이 또 다시 강호에 나타났구려..."

他似是自覺說得太多,陡然住口,兩道冷電一般的眼神,投注在石光敬的臉上。那利刃一般眼神,閃爍著詭異莫測的殺機,只瞧石光敬背脊上泛起來一股涼意,打個幹咳,定定神,道:“閣下果然是不凡高人,對那六合寶刀知曉甚深,兄弟佩服得很。”

그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느낀 듯 돌연 입을 닫았다. 두 줄기 냉전(冷電) 같은 눈빛은 석광경의 얼굴에 던져지고 있었다. 그 예리한 날 같은 눈빛에는 종잡을 수 없는 살기가 번뜩였다. 그것을 본 석광경은 등에 오싹하는 한기가 일었다. 마른 기침을 하더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귀하는 과연 범상치 않은 고인이시구려. 그 육합보도에 대해 깊이 알고 계시니 형제는 몹시 탄복하오."

黑袍人笑一笑道:“算不得什麽?但你們地鼠門中人物,只怕無人配用那把寶刀,不知偷它作甚?”

흑의인이 웃더니 말했다.

"그게 무슨 별 거요? 다만 당신네들 지서문의 인물은 그 보도를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을 텐데 그것을 훔쳐서 무얼 하려는지 모르겠구려?"

他眼中殺機消退,石光敬心神稍定,壯著膽子,道:“本門受人之托,竊取寶刀,和禦賜陳道隆的那張免罪鐵券。”

그의 눈 속의 살기가 가시자 석광경은 심신이 조금 안정되고 담이 커졌다.

"본 문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아 보도와 황제가 내린 진도륭의 면죄철권을 훔치려는 것이오."

黑袍人冷冷一笑,道:“不是吧!地鼠門中人物,只怕是不會講什麽情理道義,受人之托這句話,不覺著用的太高尚麽?”

흑포인이 냉랭하게 웃더니 말했다.

"아니지! 지서문의 인물이 무슨 도의와 상리를 중요시할 리가 없지. 남의 부탁을 받았다니 너무 고상하게 말하는 것 아니오?"

石光敬尴尬一笑,道:“閣下明察秋毫,兄弟是用詞不當,是有人出了大把銀子,要本門代爲竊取寶刀、鐵券。

석광경이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귀하는 미세한 것도 놓치지 않는구려. 형제가 한 말은 적당치 않았소이다.  많은 은자로 본 문에 보도와 철권을 훔쳐내 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소이다."

​黑袍人道:“什麽人?”

흑포인이 말했다.

"어떤 자요?"

石光敬怔了一怔,道:“什麽來路,他們不肯說明,不過……”

석광경이 멍해져서 말했다.​

"무슨 내력을 가졌는지 그들은 말하려 하지 않았소. 그러나..."

黑袍人冷哼一聲,接道:“石兄,這地方很僻靜,殺上十個八個人,也不會被人發覺,你最好說老實話,不過什麽?”

흑포인이 차갑게 흥, 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석형, 이곳은 아주 외지고 조용하오. 열 명을 죽이든 여덟 명을 죽이든 남들에게 발각되지 않을 것이오. 당신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가장 좋소. 그러나 뭐요?"

石光敬道:“不過,他們住在對面樊城一家客棧之中,等候本門消息。”

석광경이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번성(樊城)을 마주보는 객잔(客棧)에서 본 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소."

黑袍人道:“啊!他們有幾個人?”

흑포인이 말했다.​

"아! 그들은 몇 사람이오?"

石光敬道:“兩個,都是四十多歲年紀。”

석광경이 말했다.​

"두 명이오. 모두 사십이 넘은 나이였소."

黑袍人道:“石兄很合作……”

흑포인이 말했다.​

"석형은 아주 수지맞았구려..."

笑一笑,接道:“他們出的什麽價錢。”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들이 얼마의 가격을 내놓았소?"

石光敬道:“價錢不太低……”

석광경이 말했다.​

"가격은 적지않았소이다..."

黑袍人冷然接道:“說實話,石兄,我聽一句謊言,咱們就無法談生意了。”

흑포인이 냉연하게 말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시오. 석형, 내가 한 마디라도 거짓말을 듣는다면 우리는 거래를 이야기할 수 없소."

石光敬道:“寶刀三萬兩銀子,鐵券兩萬兩。”

석광경이 말했다.​

"보도는 삼만 냥의 은자, 철권은 이만 냥이오."

黑袍人道:“這價錢可也不算太高。”

흑포인이 말했다.​

"가격이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군."

突然探手入懷,摸出一個白布袋子,遞了過去,道:“石兄,打開瞧瞧。”

돌연 품 속을 뒤지더니 하나의 흰 천주머니를 꺼내어 건네주며 말했다.

"석형, 열어보시오."

這黑袍人忽冷忽熱的態度,奇怪的舉動,使得夜偷百戶,閱曆老練的石光敬,越來越捉摸不定。只覺那黑袍人隨時可能出手殺

人,但偏又是一口一個石兄,叫得又似是十分親熱。顫抖著手,接過了白布袋,卻又不敢打開。

그 흑의인은 차가웠다 뜨거웠다 태도의 변화가 심했고 거동이 기괴하여 밤에 수 많은 집을 털어온 경험이 노련한 석광경으로 하여금 더더욱 짐작하기 어렵게 하였다. 단지 그 흑포인은 언제라도 출수하여 살인을 할 수 있다고 느낄 뿐이었다. 그러나 또 말만하면 굳이 석형이라고 불러서 십분 친밀한 것 같기도 했다. 떨리는 손으로 흰 천주머니를 건네받았으나 감히 열어보지를 못했다.

黑袍人道:“石兄,打開倒出來,瞧瞧看。”

흑포인이 말했다.​

"석형, 열어서 쏟아내어서 보시오."

石光敬依言打開布袋,倒在地上,頓覺眼前一亮。只見四顆貓眼大小的明珠,和一張五萬兩的銀票。

석광경이 그 말대로 천주머니를 열어서 땅에 쏟으니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네 알의 고양이 눈알 크기의 명주(明珠)와 한 장의 오만냥 짜리 은표(銀票)가 보였다.

黑袍人笑道:“石兄是大行家,估估那四顆珠子,能值多少銀子。”

흑포인이 웃으며 말했다.​

"석형은 전문가이니 그 네 알의 구슬이 은자로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매겨보시오."

石光敬撿起明珠,托在掌心上,仔細瞧了一陣,道:“四顆明珠,都是上佳貨品,每一顆都值萬兩以上銀子。”

석광경이 명주를 집어들어 손바닥 위에 받쳐들고 한동안 자세히 보더니 말했다.​

"네 알의 명주는 모두 상품(上品)으로서 한 알 한 알이 은자로 만 냥 이상 가치가 있소."

黑袍人道:“好眼力,四顆明珠,再加上五萬兩的銀票,比他的價錢高了一倍,不知石兄願不願意接區區這票生意。”

흑포인이 말했다.

"좋은 안목이오. 네 알의 명주에다 다시 오만 냥의 은표를 더하면 그의 가격에 비해서 배나 높소. 석형이 나의 이 거래를 받아들이길 원하는지 모르겠소이다."

​石光敬道:“閣下也要忠義俠那寶刀、鐵券麽?”

석광경이 말했다.​

"귀하도 충의협부의 보도, 철권이 필요하시오?"

黑袍人道:“光棍不擋財路,那寶刀,鐵券,既已被別人定下了,區區不願使石兄爲難。”

흑포인이 말했다.​

"사내대장부는 남의 돈벌이를 막지 않소. 그 보도, 철권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예약되었으니 나는 석형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소."

石光敬呆了一呆,道:“忠義俠府第之中,除了寶刀、鐵券之外,兄弟再也想不出還有什麽東西值這樣高的價錢。”

석광경이 멍해져서 말했다.​

"충의협 부중에 보도, 철권을 제외하고 무슨 물건이 이렇게 높은 가격을 매길 만큼 가치가 있는지 형제는 생각나지 않소이다."

黑袍人道:“六合寶刀雖然名貴,但那是死的,區區花去十萬銀子,要買一件活寶。”

흑포인이 말했다.​

"육합보도가 비록 유명한 보물이지만 그건 죽은 것이오. 내가 십만 냥의 은자를 들여 사고자 하는 것은 살아있는 보물이오."

石光敬道:“什麽樣子的活寶?”

석광경이 말했다.​

"무엇이 살아있는 보물이오?"

黑袍人道:“陳公子。”

흑포인이 말했다.​

"진공자(陳公子)."

石光敬又是一呆,道:“你是說忠義俠陳道隆的兒子。”

석광경이 또 의아해서 말했다.​

"충의협 진도륭의 아들 말이오?"

黑袍人道:“不錯啊!陳道隆只有一個兒子,今年還不足十歲,縱然學了武功,還未成就,你們地鼠門偷竊之能,天下無雙,只怕還沒有偷過人吧?”

흑포인이 말했다.​

"그렇소! 진도륭은 오직 아들 하나 뿐인데 올해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소. 설령 무공을 배웠더라도 아직은 성취가 없을 거요. 당신들 지서문의 훔치는 능력은 천하무쌍인데 사람을 훔친 적은 없던 것 같소만?" 

石光敬道:“沒有,兄弟偷過黃金,白銀,珠寶,紅貨,確沒有偷過人家的孩子。”

석광경이 말했다.​

"없소. 형제가 황금(黃金), 백은(白銀), 주보(珠寶), 홍화(紅貨:보석류)를 훔친 적은 있으나 확실히 어떤 사람의 아이를 훔친 적은 없소." 

黑袍人道:“區區付了十萬兩銀子,石兄也該破例一次了。”

흑포인이 말했다.​

"내가 십만 냥의 은자를 지불할 테니 석형은 처음으로 전례를 깨뜨려야 하오."

石光敬道:“價碼確然夠大,不過本門中,也有規戒,偷物則可,但不能傷人和觸犯淫戒。”

석광경이 말했다.​

"가격은 확실히 충분히 높소. 그러나 본 문에는 물건을 훔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음계(淫戒)에 저촉되어서는 안된다는 규계(規戒)가 있소이다."

黑袍人笑一笑,道:“我不會傷害陳公子,只要石兄把他帶出夾,給區區瞧瞧,再把他送回陳府裏去。”

흑포인이 한번 웃고는 말했다.​

"나는 진공자를 해치지 않을 것이며 단지 석형이 그를 데리고 나와서 나한테 보여주고 다시 그를 진부에 돌려보내기만 하면 되오."

石光敬聽得瞪大著眼睛,道:“只爲了見那孩子一面,閣下就出十萬銀子。”

석광경이 듣고 눈을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단지 그 아이를 한번 보기 위해서 귀하는 십만 냥의 은자를 내놓는군요."

黑袍人淡然一笑,道:“十萬銀子不過萬兩黃金,值不得大驚小怪。”

흑포인이 담연하게 웃고는 말했다.​

"십만 냥의 은자는 만 냥의 황금에 지나지 않소. 놀랄만한 가치도 없소."

石光敬道:“閣下出手如此大方,想來定然是一派的掌門,或是一幫之主。”

석광경이 말했다.​

"귀하의 씀씀이가 이 같이 대범하시니 틀림없이 일파의 장문이나 일방의 주인일 것으로 생각되오."

黑袍人答非所問地,道:“石兄,還未答允兄弟,是否接下了我的生意。”

흑포인이 묻지도 않은 엉뚱한 말을 했다.​

"석형,  나의 거래를 수락할 것인지 아직 형제에게 대답하지 않았소."

石光敬苦笑一下,道:“在下如不答允,這片青冢之間,又將添座新墳。”

석광경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승낙하지 않으면 이 무덤들 사이에 또 새로운 봉분이 생기겠구려."

黑袍人詭秘一笑道:“石兄,果然是聰明人……”

흑포인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석형, 과연 총명한 사람이오..."

語聲一頓,接道:“石兄,准備幾時下手?”

잠깐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석형, 언제 손을 쓸 작정이오?"

石光敬道:“最快要得明天晚上。”

석광경이 말했다.​

"아무리 빨라도 내일 밤은 되어야 하오."

黑袍人道:“好!明夜四更,兄弟在這裏候駕,四顆明珠,我先帶走,五萬銀票請石兄先到銀號中兌現。”

흑포인이 말했다.​

"좋소! 내일 밤 사 경에 형제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소. 네 알의 명주는 내가 우선 가져가고 오만 냥의 은표는 석형이 먼저 전장(錢莊)에 가서 은자로 바꾸시오."

石光敬道:“閣下很大方,不怕我拿了銀子一走了之麽?”

석광경이 말했다.​

"귀하는 아주 대범하시구려. 내가 은자를 들고 도망갈까 걱정되지 않으시오?"

黑袍人道:“區區相信石兄,不會逃走。”

흑포인이 말했다.​

"나는 석형이 달아나지 않을 것이라 믿소."

石光敬道:“爲什麽?”

석광경이 말했다.​

"무엇 때문이오?"

黑袍人突然伸出右手,快速絕倫地捏住了石光敬的牙關,石光敬不自主地大張雙唇,黑袍人左手一探,一粒丸藥,投入了石光敬的口中,滾下咽喉。他動作快速,出手投藥,不過是一眨眼的工夫.  黑袍人放開右手,淡然一笑,道:“石兄,對不住啊!”

흑포인은 돌연 우수를 뻗어 쾌속절륜하게 석광경의 아관(牙關)을 꽉 잡았다. 석광경이 자기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리자 흑포인은 좌수로 한 알의 환약을 더듬어 꺼내더니 석광경의 입 속에 집어넣어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했다. 그의 동작은 쾌속하였는데 출수하여 약을 집어넣는 것은 불과 눈깜빡할 사이였다.

흑포인이 우수를 놓아주며 담연히 웃으며 말했다.​

"석형, 미안하오."

石光敬長長籲了一口氣,道:“你給我吃的什麽東西?”

석광경이 길게 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당신은 나한테 무엇을 먹였소?"

黑袍人道:“一種奇毒的藥物,三日之後,藥性才會發作,如是石兄欺騙了兄弟,第三日中午之後,就毒發身死,不但享受不到那五萬銀子的好處,卻先行送了性命。”

흑포인이 말했다.​

"일종의 기독 약물인데 삼 일 후에야 약성이 발작할 것이오. 만일 석형이 형제를 속인다면 삼일 째 정오가 지나면 독이 발작하여 죽게 되오. 그 오만 냥의 은자를 이득을 누리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목숨부터 잃을 거요."

石光敬苦笑一下,道:“閣下做事,膽大心細絲絲入扣,想來,決不會對兄弟信任。”  

석광경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귀하의 일처리는 대담하면서도 주도면밀하군요. 생각컨대 형제를 결코 신임할 수 없나 보구려."

黑袍人笑一笑,道:“石兄記著明夜四更,區區在此等侯。”  

흑포인이 웃고는 말했다.​

"석형은 기억하시오. 내일 밤 사경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소."

石光敬道:“看來,似是也只有如此了。”

석광경이 말했다.​

"보아하니 그럴 수 밖에 없는 듯 하구려."

黑袍人收起四顆明珠,道:“石兄,現在趕到銀號裏兌銀子,時間還來得及。你多多珍重,兄弟先走一步了。”

흑포인이 네 알의 명주를 주워들며 말했다.​

"석형, 지금 시간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서둘러 전장으로 가서 은자로 바꾸시오.  몸조심하시오. 형제는 한 발 먼저 가겠소."

行約六七步遠,突然又回過身來,道:“石兄,明晚四更在此相會時,區區只希望你石兄帶著陳公子兩個人來,如是多一個人,這地方就要再多一座新墳。”

也不待石光敬答話,轉身大步而去。

약 육칠 보를 걸어가더니 돌연 또 몸을 돌려서 말했다.

"석형, 내일 밤 사경에 이곳에서 만날 때 나는 석형이 진공자를 데리고 두 사람만 오기를 바라오. 만일 한 사람이라도 많았다가는 이곳에 새로운 무덤이 하나 더 생길 것이오."

석광경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큰 걸음으로 걸어가버렸다.

石光敬呆呆地望著那黑袍人的背影,只待他消失不見,才長長籲一口氣,帶著銀票而去。

第二天,四更不到,石光敬如約而至。他不知道那黑袍人的姓名,也不知道那黑袍人的身份,也無法斷定他是否真的會來,念念不忘地,是服下的一顆毒丸,如是他黑袍人失約不來,自己只有死路一條,對那黑袍人,他了解得太少,他唯一能作的,就是走到和那黑袍人約晤的地方,等待著那黑袍人的出現。

석광경은 멍하니 그 흑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사라져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길게 휴, 한숨을 내쉬더니 은표를 가지고 떠났다. 

이튿날 사경이 되기 전에 석광경은 약속대로 도착했다. 그는 그 흑포인의 성명도 모르고 그 흑포인의 신분도 알지 못하며 그가 정말로 올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한시도 잊지 못하는 것은 한 알의 독환을 먹은 일이었다. 만일 그 흑포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지 않는다면 자기는 오직 죽을 수 밖에 없다. 그 흑포인에 대해 그는 너무도 아는 것이 적어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흑포인과 약속한 곳에서 그 흑포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石光敬剛剛停下腳步,耳際間,已傳來那黑袍人的聲音,道:“石兄,很守信用。”

석광경이 걸음을 멈추자마자 귓가에 그 흑포인의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석형, 신용을 아주 잘 지키는구려."

石光敬回頭望去,不知何時,那黑袍人已然站在了自己的身後。不禁一呆,道:“閣下來了很久麽?”

석광경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언제인지도 모르게 그 흑포인이 이미 자기 뒤에 서있었다. 멍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어 말했다.

"귀하는 온 지 오래되었소?"

黑袍人笑一笑,道:“剛剛到,石兄那五萬銀票兌現了麽?”

흑포인이 웃더니 말했다.​

"방금 도착했소. 석형은 그 오만 냥의 은표를 바꾸셨소?"

石光敬點點頭,道:“五萬銀子,已有本門中人運走。”

석광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만 냥의 은자는 이미 본 문의 사람이 운반해갔소."

黑袍人嗯了一聲,道:“那很好,咱們是一手人,一手錢。”

흑포인이 음, 하더니 말했다.​

"잘됐소. 우리는 한 손에는 사람을, 한 손에는 돈을 들고 있구려."

石光敬輕輕咳了一聲,道:“兄弟已如約帶來了陳公子。”

석광경이 가볍게 마른 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형제는 이미 약속대로 진공자를 데려왔소이다."

黑袍人低頭看去,只見那石光敬懷中,抱著個八九歲的孩子,雙目緊閉,仍睡得十分香甜,身上穿著白色的睡袍,想是被石光敬從床上抱了起來。

흑포인이 고개를 숙여보니 석광경이 품 속에 팔구 세의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두 눈을 꼭 감고 아주 달게 자고 있었다. 몸에는 백색 잠옷을 걸쳤는데 석광경이 침상에서 안고 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黑袍人從懷中,掏出四顆明珠,道:“石兄,這四顆,石兄先收下。”

흑포인이 품 속에서 네 알의 명주를 꺼내어 말했다.​

"석형, 이 네 알은 석형이 우선 거두어두시오."

石光敬望了那四顆明珠一眼,道:“在下希望早些服下解藥。”

석광경이 그 네 알의 명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것보다 먼저 해약을 복용하기를 희망하오."

黑袍人淡淡一笑道:“石兄很珍惜自己的生命。”

흑포인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석형은 자신의 목숨을 몹시 소중히 여기시는구려."

石光敬道:“蝼蟻尚且貪生,何況兄弟是人?”

석광경이 말했다.​

"땅강아지와 개미 조차도 살고자 하는데 하물며 형제는 사람이오."

黑袍人哈哈一笑,道:“石兄,區區怎會真的在石兄身上下毒。”

흑포인이 하하, 웃더니 말했다.​

"석형, 내가 어찌 정말로 석형의 몸에 독을 썼겠소."

石光敬怔了一怔,道:“你說什麽?”

석광경이 멍해져서 말했다.​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거요?"

黑袍人笑道:“區區給石兄服下的,是一粒提神順氣的藥物,如是石兄仔細的想一下,這一天一夜間,石兄定然是精神振奮,工作起來,精神也特別健旺。”

흑포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석형에게 먹인 것은 한 알의 정신이 나게 하고 진기를 순조롭게 하는 약물이라오. 만일 석형이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 하룻밤 사이에 확실히 석형은 정신이 진작되어 일을 할 때도 원기가 특별히 왕성했을 거요."

石光敬想了一陣,道:“嗯!自和閣下分手之後,在下未有片刻休息,精神倒是健旺得很。”

석광경이 한동안 생각하더니 말했다.​

"음! 내가 귀하와 헤어진 뒤 아직 잠깐 쉬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원기가 아주 왕성하오."

黑袍人冷冷的說道:“把孩子交給我。”

흑포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아이를 나한테 주시오."

石光敬先出手接過四顆明珠,才把孩子交在那黑袍人的手中。

석광경은 먼저 손을 내밀어 네 알의 명주를 건네받고는 그제서야 아이를 흑포인의 손에 넘겼다.

黑袍人接過孩子,笑道:“石兄如是不相信區區的話,不妨運氣查看一下,如是內腹中毒,必可查出—些迹象。”

흑포인이 아이를 넘겨받고는 웃으며 말했다.​

"석형이 만일 내 말을 못믿겠다면 한번 운기를 해보셔도 무방하오. 만일 중독이 되었다면 약간의 조짐이라도 틀림없이 찾아낼 수 있을 거요."

此人冷熱無常,使得石光敬一直感覺到他隨時可以出手殺死自己,心中有著極深的戒懼,擡頭望著那黑袍人,道:“你答應過不傷害陳公子。”

이 사람은 차가웠다 뜨거웠다 수시로 변하여 석광경으로 하여금 줄곧 언제든지 출수하여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마음 속으로 극히 깊은 경계심을 가지고 고개를 들어 그 흑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진공자를 해치지 않겠다고 승낙하였소."

黑袍人道:“我答應過你,我只要瞧瞧他,仍然把孩子交還給石兄,還要勞你石兄大駕,把孩子送回陳府中去。”

흑포인이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승낙했었소. 나는 단지 그를 보기만 하고 그대로 아이를 석형에게 도로 넘겨줄 테니 석형은 수고스럽지만 한번 더 아이를 진부중에 돌려보내주시오."

石光敬稍感安心,閉上雙目,運氣查看。黑袍人對那孩子,似是極爲喜愛,不停地在孩子身上撫摸。石光敬氣行全身,發覺果未中毒,才暗暗吐一口氣,睜開雙目。

석광경은 약간 안심이 되어 두 눈을 감고 운기하여 살펴보았다. 흑포인은 그 아이가 아주 사랑스러운 듯 쉼없이 아이의 몸을 어루만졌다. 석광경은 전신으로 진기를 운행해보았는데 과연 중독되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그제서야 암암리 한숨을 토해내며 두 눈을 떴다.

黑袍入耳目極是靈敏,石光敬睜開雙目,立時警覺,輕輕在孩子臉上親了一下,道:“石兄,你瞧瞧吧!陳公子絲毫未傷。”

흑포인의 이목은 극히 영민하여 석광경이 두 눈을 뜨자 즉시 알아차리고 가볍게 아이의 얼굴에 한 번 입맞춤을 하고는 말했다.

"석형, 진공자가 조금이라도 다친데가 없는지 한번 살펴보시오!"

石光敬接過孩子,仔細瞧了一眼,只見陳公子,睡得十分安詳,呼吸均勻,果是毫絲未傷,才放下心中一塊石頭。

석광경은 아이를 건네받아 자세히 한번 살펴보았다. 진공자는 아주 편안하게 잠들었고 호흡이 고른 것으로 보아 과연 추호도 다치지 않았는지라 그제서야 마음 속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했다.

黑袍人道:“石兄,該回去了,如是陳府中發覺孩子失蹤,石兄就難生離陳府了。”

흑포인이 말했다.​

"석형, 돌아가셔야 하오. 만일 진부에서 아이가 실종되었음을 발견한다면 석형은 진부에서 살아서 나오기 어렵소."

石光敬輕輕咳了一聲,道:“朋友,在下心中有幾點不解之處,不知可否請教?”

석광경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친구, 내 마음 속에 이해가 안되는 데가 몇 군데 있는데 가르침을 청해도 될런지 모르겠소이다?"

黑袍人道:“好!你說吧。”

흑포인이 말했다.​

"좋소! 말하시오."

石光敬道:“閣下武功之高,乃在下生平僅見。何以閣下不肯自己夜入陳府,看看孩子,卻花了十萬銀子,買此一面。”

석광경이 말했다.​

"귀하의 무공의 높이는 내 평생 처음 보았소. 왜 귀하 자신이 밤에 진부에 들어가 아이를 보지 않고 얼굴 한번 보는 데에 십만 냥의 은자를 들였소?"

黑袍人笑一笑,道:“你們地鼠門打洞越戶之能,世人無出其右,陳府中防備森嚴,但他們防的是高來高去的人物,決想不到,會有人打洞打到陳府中去。”

흑포인이 웃더니 말했다.​

"당신들 지서문이 구멍을 뚫고 문을 뛰어넘는 능력은 세인들이 앞지를 수가 없소. 진부는 방비가 삼엄하지만 그들이 방비하는 것은 높은 데서 와서 높은 데로 달아나는 인물이지 굴을 파서 진부로 들어올 사람이 있다고는 결코 생각지 못한다오."

石光敬微微一笑,道:“忠義俠陳道隆,已經離開了陳府。”

석광경이 미소짓더니 말했다.​

"충의협 진도륭은 이미 진부를 떠났소."

黑袍人點點頭,道:“我知道,但他四個弟子,都已得他真傳,個個刀法精絕,只是曆練上不如師父而已……”

흑포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알고 있소. 하지만 그의 네 제자는 모두 그의 진전을 얻어서 개개인의 도법이 절정에 이르렀다오. 단지 경험상에서 사부와 같지 않을 뿐이오..."

目光一掠石光敬,接道:“陳道隆單刀救聖駕,既要保護人的安全,又要拒當強敵聯手攻襲,但竟然被他連敗了九個強敵,雖然自己也身中兩劍三刀,但竟使聖駕無恙,禦賜寶刀、鐵券,豈是輕易能得的麽?”

석광경을 흘낏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진도륭은 칼 한 자루로 황상의 어가(御駕)를 구했고 황제의 안전을 지키려고 또 강적의 연수(聯手:연합) 공격을 막아내야 했소. 놀랍게도 그는 연달아 아홉 명의 강적을 격패시켰으며 비록 자신도 몸에 검으로 두 군데, 도로 세 군데 맞았지만 어가는 아무런 탈이 없도록 했소. 황상께서 하사하신 보도와 철권이 어찌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겠소?"

石光敬道:“閣下對陳道隆過往之事,知曉的如此清楚,又對陳公子喜愛異常,看來,你和陳大俠之間,似是早已相識。”

석광경이 말했다.

"귀하가 진도륭의 지난 일에 대해 이처럼 잘 알고 계시고, 진공자를 유난히 귀여워하시니 당신과 진대협은 벌써 서로 알고 계신 듯 하오."

黑袍人冷笑一聲,道:“不錯,我們早已相識,石兄,你問得太多了。”

흑포인이 냉소하더니 말했다.

"그렇소. 우리는 벌써 서로 알고있소. 석형,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물었소."

石光敬吃了一驚,道:“好!在下不再多問就是。”

석광경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좋소! 내 더 묻지 않겠소."

黑袍人揮揮手,道:“石兄,你可以走了,再晚,石兄很難生離陳府,不是區區小觑你石兄,陳道隆四個弟子,不論你遇上哪一個,你就無法接過三招。”

흑포인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석형, 당신은 가도 좋소. 더 늦으면 석형은 살아서 진부를 빠져나오기 매우 어렵소. 내가 당신 석형을 얕보는 것이 아니라 진도륭의 네 명의 제자는 당신이 어느 한 명과 맞닥뜨리든 삼 초를 받아내지 못할 거요."

石光敬道:“好!兄弟告辭。”

석광경이 말했다.​

"좋소! 형제는 이만 가보겠소."

抱著陳公子,轉身急奔而去。黑袍人背手而立,目睹那石光敬身影消失,臉上閃掠過一抹獰笑,縱身而起,消失暗夜之中。地鼠門以偷竊之技,在江湖自成一派門戶,宵小聚集,蛇鼠一窩,精研偷術,獨步江湖。

石光敬更是個中翹楚,穿牆越戶的估算之能,從無出錯,故有分毫不差的惡譽。忠義俠府中,雖有不少高人,竟無法防止住這位地鼠門高手的出入,一出一進竟然未被人發覺。

진공자를 안고 몸을 돌려 급히 달려갔다. 흑포인은 뒷짐을 지고 서서 석광경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얼굴에 흉악한 미소가 스치더니 몸을 날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지서문은 훔치는 기술로 강호에서 일파의 문호를 이루었다. 뱀과 쥐가 한 우리에 모이듯 도둑놈들이 모여서 훔치는 기술을 세밀하게 연구하여 강호에 독보적이 되었다. 

석광경은 그 중에서 더 한층 걸출하여 담을 지나고 문을 뛰어넘는 계산 능력이 조금의 착오도 없었다. 그런고로 분호불착(分毫不差)의 악명이 붙게 되었다. 충의협 부중에는 비록 적지않은 고인이 있었으나 이 지서문 고수의 출입을 방지할 수 없어서 그가 드나든 것은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지 않았다.

第二天,日升三竿,陳公子仍然沈睡未醒。

이틑날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진공자는 여전히 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았다.

忠義俠陳道隆救駕功高,禦賜極厚,除了寶刀,鐵券之外,並賜贈良田千頃,黃金萬兩,襄陽府每月又送俸銀千兩,記名三品帶刀侍衛,只是陳道隆生性豪放,不願在朝爲官,聖恩浩蕩,不忍勉強,封號忠義俠,昭告天下。

충의협 진도륭은 어가를 구한 공이 높아 황상은 극히 후하게 상을 내렸다. 보도, 철권 외에도 천 경(千頃)의 좋은 밭, 황금 만 냥을 하사하였다. 양양부에서는 매 월 또 은 천 냥, 삼품에  이름을 올린 칼을 찬 시위대를 보내왔다. 다만 진도륭의 천성이 호방하여 조정에 나아가 관리가 되기를 원치 않아서 황상은 마지못해 충의협에 봉했음을 천하에 알렸다.

帶刀除奸,不受王法束縛,禦筆親題金匾,二品以下大員,路過陳府,文官下轎,武將下馬,江湖有這等榮寵者,陳道隆可算得前無古人。

칼로 간사한 무리를 제거함에 왕법의 구속을 받지 않았으며, 황상이 친히 써준 편액에 이품 이하의 관원들은 진부를 지나가다 문관은 가마에서 내리고 무장은 말에서 내렸다. 강호에 이 정도의 영예와 총애를 받는 자는 진도륭이 처음이라 할 수 있었다.

正因他名滿天下,聖賜特厚,也引來無窮的煩惱。江湖道上,不少人物,都以挫敗陳道隆爲榮。但陳道隆一身武功,實已達爐火純青之境,刀法精奇,一年間,連敗了十八位上門生事的江湖高人。陳道隆名氣更大了,但也遭到了更大的妒忌。

그의 명성이 천하에 가득하고 황상의 상이 특별히 후한 것 때문에 무궁한 번뇌를 야기했다. 강호도상에는 적지 않은 인물이 진도륭을 꺾음으로써 영광을 얻으려했다. 하지만 진도륭의 일신무공은 사실 노화순청의 경지에 도달하였고 도법의 정묘함과 기묘함으로 일년 사이에 충의협부를 방문하여 말썽을 일으킨 열여덟 명의 강호 고인을 격패시켰다. 진도륭의 명성은 더욱 커졌지만 한편으로 더더욱 시기를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襄陽陳家刀,也逐漸在江湖上傳播開去,陳道隆雖沒有開府立派,但武林中,大都知曉陳家刀。陳道隆惜愛羽毛,頗知自謙,德威並濟,使上門生事的人日漸減少。自然,最大的原因,還是陳家刀的淩厲,精奇,震懾了武林中上門生事的人。

양양의 진가도(陳家刀)로 강호상에 전파되어 갔고 진도륭은 일파를 세우지 않았으나 무림에는 모두다 진가도로 알고 있었다. 진도륭은 명예를 아끼고 스스로 겸손함을 알고 덕과 위엄을 동시에 이루자 찾아와서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은 날로 점차 감소하게 되었다. 당연히 가장 큰 원인은 진가도의 무서움과 정교하고 기묘함이 찾아와서 말썽을 부리는 사람을 겁먹게 했기 때문이었다.

陳府中仆從如雲,單是陳公子,就有一個奶媽和丫頭照顧。口升三竿,還不見陳公子起床,實是一件大爲反常的事。奶媽一連幾次跑到陳公子床前,都見他睡得十分香甜,毫無異狀,不忍驚擾。

진부에는 하인들이 구름같이 많았다. 진공자만을 위해서는 한 명의 유모와 계집종이 보살피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떴는대도 아직 진공자가 침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확실히 크게 이상한 일이었다. 유모는 연이어 몇 차례나 진공자의 침상 앞으로 달려왔으나 그가 아주 달게 자고 있으며 추호도 별다른 상황이 없자 차마 방해하지 못하였다.

陳夫人久候愛子,不見到內堂請安,心中奇怪,親自到愛子房中查看。只見負責照顧孩子的奶媽和丫頭,並肩兒站在床前發楞。

진부인은 오랫동안 사랑하는 아들을 기다렸으나 내당으로 와서 안부를 묻지 않자 심중으로 기괴하여 친히 아들의 방에 와서 살펴보았다. 아들을 보살피는 책임을 진 유모와 계집종이 나란히 침상 앞에 넋을 잃고 서있는 것을 보였다.

兩人對公子不起床,心中亦感奇怪,但橫瞧,豎瞧,瞧不出陳公子哪裏不對。陳夫人緩步而入,直趨床前,奶媽和丫頭,只顧凝神看公子,竟不知夫人入室。自然,陳夫人步履輕微,落地無聲,才未驚動到兩人。

두 사람은 공자가 일어나지 아는 데 대해 심중으로 기괴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진공자의 어디가 잘못된 건지 찾지 못했다. 진부인이 천천히 걸어들어가서 그대로 침상 앞을 향해 나아갔다. 유모와 계집종은 오로지 공자에게 정신이 팔려 부인이 방에 들어온 것을 몰랐다. 당연히 진부인의 걸음걸이가 가볍고 발을 땅에 내려놓을 때도 소리가 없어 두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았다.

只聽那奶媽輕輕歎了一口氣,道:“我說秋蘭啊!平常之日,天一亮公子就醒了過來,今兒個日上三竿了,還不起床,咱們要不要叫他一聲?”​

그 유모 가볍게 탄식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말했다.

"평상시에는 날이 밝으면 공자께서 깨어나셨는데 오늘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아직 일어나지 않으시니 그를 불러서 깨워야 할까?"

秋蘭道:“半年來,公子一直沒有這樣晚的時間起來過,這件事有些奇怪,我瞧還是去禀報夫人一聲。”​

추란(秋蘭)이 말했다.

"반년 이래 공자께서 이렇게 늦은 시각까지 일어나지 않으신 적이 없습니다. 이건 좀 이상한 일이군요. 내가 부인께 고하는 것이 좋겠어요."

陳夫人道:“不用了,我在這裏。”​

진부인이 말했다.

"됐어요. 나는 여기 있어요."

秋蘭和奶媽同時回過頭來,望了陳夫人一眼,同時拜了下去,道:“婢子們見過夫人。”​

추란과 그 유모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진부인을 바라보며 동시에 절을 하고는 말했다.

"비자(婢子)들이 부인을 뵙습니다."

陳夫人一揮手,道:“你們閃開。”​

진부인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비켜보세요."

緩步行過木榻,伸手按在陳公子前額之上,皺皺眉頭道:“孩子一點也不燒。”​

천천히 나무침상으로 걸어가서 손을 뻗어 진공자의 이마를 누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이가 열은 전혀 없구나."

奶媽道:“是啊!如是公子發燒,婢子們早就去禀報夫人了。”​

유모가 말했다.

"예! 만일 공자께 열이 있다면 비자들은 벌써 부인께 고했을 것입니다."

陳夫人啊了一聲,道:“你們退下去,我來照顧公子。”​

진부인이 아, 하더니 말했다.

"내가 공자를 돌볼 테니 당신들은 물러가세요."

秋蘭低聲對奶媽說道:“張媽,夫人吩咐,叫咱們出去。”​

추란이 나직히 유모에게 말했다.

"장아주머니, 부인께서 나가라고 분부하셨어요."

張媽戀戀不舍地望了陳公子一眼,緩緩退了出去。

장유모는 못내 아쉬워하며 진공자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물러나서 나갔다.

愛子奇異的情形,忽然使陳夫人提高了警覺,張媽和秋蘭,離開了公子臥室之後,陳夫人立時掩上房門,展開了一場嚴密的搜查。

사랑하는 아들의 이상한 정황은 홀연히 진부인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높이게 하였다. 장 유모와 추란이 공자의 와실을 떠난 뒤 진부인은 즉시 방문을 닫고 한바탕 엄밀한 수사를 전개했다.

她仔細查看過門窗,不見任何痕迹,只在木榻不遠處,發覺了一點黃色的泥土。陳夫人伸出纖長的玉指,小心翼翼地把一捏黃土撿起,放在雪白的絹帕中包起來,藏入懷中。

그녀가 문과 창을 자세히 조사했으나 어떠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나무침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점의 누런 진흙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진부인은 섬세하고 길다란 손가락을 뻗어 조심스럽게 황토를 집어올려백설같이 흰 손수건에 싸더니 품 속에 숨겼다.

她是美麗異常的女人,只不過二十六七,該是女人中最美的時間。端正的輪廓,秀逸的神韻,雖然深鎖著眉頭,但仍然掩不住那天姿國色,雅致嬌媚。

그녀는 유난히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이십육칠 세에 불과하여 여인으로서 가장 아름다울 때였다. 단정한 얼굴윤곽, 아름답고 소탈한 기품. 비록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절세적인 미모와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리지 못했다.

她緩步行到愛子榻前,搖搖愛子的肩頭,低聲叫道:“孩子,醒一醒,睜開跟來,瞧瞧媽媽。”​

그녀는 천천히 사랑하는 아들의 침상 앞으로 걸어가서 아들의 어깨를 흔들며 나직이 소리쳤다.

"아들아, 일어나서 눈을 떠 어미를 한번 보거라."

陳公子沈睡如故,對慈母那充滿著關切的呼喚,渾然不覺。陡然間,一個念頭由腦際閃電掠過,暗道:難道有人點了他的暈穴。

진공자는 여전히 잠에 빠져서 모친의 그 정이 충만한 부름에도 전혀 깨지 않았다. 별안간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섬전같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그의 훈혈(暈穴)을 짚은 사람이 있단 말인가?'

掀開了愛子履身棉被,解開睡袍,頓然心頭一震,幾乎要失聲而叫。原來,他發覺愛子的雙肩上,各有一條紅線,兩道紅線似乎是還在不停的延展。只不過,升展的十分緩慢罷了。

아들의 몸을 덮고 있는 솜이불을 젖히고 잠옷을 풀어헤치자 갑자기 마음이 떨리고 하마터면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하였다. 원래 그녀는 아들의 두 어깨 위에 각기 한 가닥의 붉은 선을 발견했는데 두 줄기 붉은 선은 마치 쉬지않고 퍼져가는 듯 했다. 단지 퍼지는 것이 매우 완만했을 뿐이었다.

突然間,陳公子翻了一個身,道:“媽媽!我好渴啊!”

별안간 진공자가 몸을 뒤집더니 말했다.

"어머니! 몹시 목이 말라요!"

陳夫人急急說道:“孩子,媽媽在這裏,就在你的身邊,你睜開眼,就瞧到媽媽了。”​

진부인이 급히 말했다.

"얘야, 어미가 여기, 바로 네 곁에 있다. 눈을 떠서 어미를 한번 보거라."

陳公子說過一句後,似是又睡熟了過去,任憑陳夫人叫的口幹舌焦,陳公子似乎已不再聽聞。美麗的陳夫人,愛子心切,似乎已亂了方寸,嫩紅的粉臉上,滾落下瑩晶的淚珠兒。

진공자는 한 마디를 한 뒤 마치 또 푹 잠에 빠져버린 듯 진부인이 입이 마르고 혀가 타느냐고 외쳐도 진공자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아름다운 진부인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마음이 어지러운 듯 고운 얼굴에 영롱한 눈물방울이 굴러떨어졌다.

突然間,一陣急促的銅鈴聲,飄傳過來,緊接著響起了一個沈重聲音,傳話道:“專冶疑難雜症,暈迷不醒。”​

별안간 일진의 다급한 방울소리가 표연히 전해오더니 바로 뒤이어 침중한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치료가 어려운 병, 혼절하여 깨어나지 않는 병을 전문적으로 고칩니다."

那聲音不大,陳公子的臥室內,又是門窗緊閉,但傳入陳夫人耳際的語聲,卻是聽得清清楚楚。顯然,那聲音是用極爲深厚的內功,傳送進來。

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진공자의 와실 안은 또 문과 창이 꼭 닫혀있었지만 진부인의 귓가에 전해져오는 말소리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분명히 그 목소리는 극히 심후한 내공을 써서 보내온 것이다.

只聽那喝叫之聲接道:“紅線升過肘,閻王已招手,紅線升上臉,離死已不遠,紅線兩頭接,妻哭丈夫子哭爹。”​

그 외침소리에 이어서,

"홍선이 팔꿈치를 지나면 염라대왕이 이미 손짓하는 것이고 홍선이 얼굴로 올라가면 죽음이 멀지 않음이요, 홍선 두 가닥이 머리에서 만나면 처는 남편을 잃고 곡을 할 것이며 아들은 아비를 잃고 곡을 할 것이오."

那喝叫聲,在空中飄蕩回轉。而且發話入口齒清晰,字字都鑽入陳夫人的耳中。

그 외침소리는 공중을 떠돌았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의 발음이 또렷하여 한 글자 한 글자 진부인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陳道隆刀法精奇,名動江湖。陳夫人也是一位出身武林世家的人物,家傳一套追風劍法,和七枚蝴蝶镖,在江湖上頗負盛名。

진도륭의 도법은 정밀하고 기묘하여 명성이 강호를 뒤흔들고 있었다. 진부인도 무림세가 출신이었다. 집안에서 전해지는 추풍검법(追風劍法)과 호접표(蝴蝶镖)는 강호상에서 약간은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她雖是出身武林世家,但卻生性賢淑,人又美豔絕倫,柔能克剛,陳道隆對妻子極爲敬愛,結缡以來,夫婦倆相敬如賓,陳道隆單刀救聖駕,獲得了武林人物從未有過的殊榮,成了名滿天下的人物,但他對妻子,仍然是敬愛有加,事事都和妻子商量,可是陳夫人極具婦德,對丈夫的事,從不多管,除非陳道隆再三請問,她才會說出自己的意見,陳道隆的名氣愈來愈大,陳夫人也愈來愈收斂自己,從不在人的炫露自己的武功,所以,陳道隆四個入室弟子,從師十余年,也只知道師娘亦會武功,但他們從未見過帥娘炫露過武功,更無法了然她武功是否高強。

진부인은 비록 무림세가 출신이었으나 타고난 성격이 현숙(賢淑)하고 사람은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부드러움은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는 법이다. 진도륭은 아내에 대해 극히 경애(敬愛)하였다. 진도륭이 칼 한 자루로 어가를 구하고 무림인물들이 여태 받아본 적이 없던 특별한 영예를 얻고 천하에 명성을 이룬 인물이지만 아내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애하며 모든 일을 아내와 상의하였다. 그러나 진부인은 극히 부덕(婦德)을 갖추고 있었기에 남편의 일에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았다. 진도륭이 재삼 물어볼 때가 되어서야 자기의 의견을 말했다. 진도륭의 명성은 갈수록 커졌고 진부인도 갈수록 자신을 자제하여 남한테 자기의 무공을 자랑해 내보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진도륭의 네 명의 입실제자(入室弟子)가 사부를 따른 지 십 년이 되어도 단지 사모도 무공을 할 수 있다는 것만 알 뿐 그들도 여태껏 사모가 무공을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녀의 무공이 고강한지 알 길이 없었다.

陳夫人既出身武林世家,耳濡目染,對江湖中事知曉甚多。聽過那飄傳入耳際的呼喝之聲,不禁心中一動,暗道:聽搖鈴和呼喝之聲,分明是走方郎中,這地方從未有走方郎中來過,此刻卻突然出觀,又那麽巧的叫出專醫臂間紅線,分明是衝著陳家來了。

진부인이 무림세가 출신이니 강호상의 일들을 자주 보고 들었기에 많이 알고 있었다. 표연히 귓가에 전해져오는 외침소리를 듣자 마음이 동하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방울 흔드는 소리와 외침소리를 들으니 분명 떠돌이 의원이다. 이곳에는 여태 떠돌이 의원이 지나간 적이 없는데 지금 돌연 출현하였고 또 공교롭게도 팔 사이의 홍선을 전문적으로 치료한다고 외쳐대니 진가(陳家)를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回頭看去,只見愛子臉上泛起了一片淡淡的黑氣,頂門上也出現汗水。片刻間的變化,使得陳夫人,有些茫然無措。沈吟了一陣,陡然打開房門。

고개를 돌려보니 아들의 얼굴은 담담한 검은 기운을 띠고 있고 정수리에는 땀이 나고 있었다. 잠깐 사이의 변화는 진부인으로 하여금 망연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다. 한동안 침음하더니 별안간 방문을 열었다.

秋蘭和張媽並未離開,兩人負責照顧陳公子的生活起居,陳公子大反常態的沈睡不醒,兩人心中都有著很深的抱咎,不敢遠離。陳夫人打開房門,臉上是一片肅然,張媽和秋蘭,只看得心頭怦怦亂跳。在兩人記憶之中,從未見陳夫人這等臉色,不禁一呆。

추란과 장유모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진공자 생활기거를 보살피는 책임을 지고 있는데 진공자가 비정상적으로 깊이 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으니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모두 깊은 자책감이 있어 감히 멀리 떠나지 못했던 것이다. 

진부인이 방문을 열고 얼굴에 숙연함을 띠고 있자 장유모와 추란은 가슴이 쿵쿵, 어지럽게 뛰었다. 두 사람의 기억으로는 여태껏 진부인의 이런 낯빛을 본 적이 없어 멍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陳夫人強自按捺下心中的激動,緩緩說道:“張媽,告訴陳福,要他到大門外面,請那位善治疑難雜症的走方郎中進來。”​

진부인이은 억지로 심중의 격동을 억누르며 천천히 말했다.

"장유모, 진복에게 알려서 그가 대문 밖에 오면 그 어려운 병 치료를 잘 한다는 떠돌이 의원을 청하여 들어오게 하거라." 

張媽一欠身道:“給公子看病麽?”​

장유모가 몸을 숙이며 말했다.

"공자를 진찰받게 하시렵니까?"

陳夫人道:“要陳福帶他在大廳中等我。”​

진부인이 말했다.

"진복(陳福)에게 그를 데리고 대청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하세요."

張媽不敢再問,應了一聲,轉身而去。

장유모가 감히 더 묻지 못하고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서 갔다.

陳夫人目光轉到秋蘭的身上,道:“你去告訴四位徒少爺,要他們暗帶兵刃,在大廳中等我。”​

진부인은 추란을 흘낏 보고는 말했다.

"너는 가서 네 분 작은 나으리들에게 고하되, 병기를 몰래 가지고 대청에서 나를 기다리라 하거라."

秋蘭一欠身,道:“婢子遵命。”​

추란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비자, 명을 따르겠습니다."

轉身而去。

몸을 돌리더니 걸어갔다.

陳夫人本是極有智略的人,丈夫不在,只好自己挺身而出了。

진부인은 본래 극히 지략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편이 없으니 자신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

在她的想像之中,那走方郎中可能是丈夫的仇人,也可能是妒忌丈夫盛名,上門尋找麻煩的江湖人物。

그녀의 상상 속에는 그 떠돌이 의원은 남편의 원수일 가능성이 있었고 남편의 명성을 시기하여 말썽을 일으키려 찾아온 강호인물일 수도 있었다.

陳夫人吩咐過張媽,秋蘭之後,也匆匆轉回內室,暗帶一把匕首和三枚蝴蝶镖,直奔大廳。

진부인은 장유모, 추란에게 분부를 한 뒤 총총이 내당으로 돌아가서 비수와 석 장의 호접표(蝴蝶镖)를 몰래 가지고 대청으로 곧장 달려갔다.

老家人陳福,早巳陪著那走方郎中在廳內等侯。

노복(老僕) 진복은 벌써 그 떠돌이 의원을 데리고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陳夫人凝目望去,只見那走方郎中,穿著一件黑色的長衫,足著高腰黑布靴子,身材瘦高,臉色鐵青,一對環目,精光四射。

진부인은 주의깊게 바라보았다. 그 떠돌이 의원은 흑색 장삼을 걸쳤고 발에는 목이 높은 장화를 신었는데 체격이 바르고 키가 컸으며 안색이 시퍼렇고 한 쌍의 둥그런 눈에서는 정광이 사방으로 쏘아지고 있었다.

左側放著一根虎撐,右側放著一個藥箱子,手中提著一枚串鈴。

좌측에는 한 개의 호탱(虎撐:의원이 약캐러 집을 나설 때 가지고 다니는 것)이 놓여져 있고 우측에는 한 개의 약상자가, 수중에는 방울 꾸러미를 들고 있었다.

只瞧瞧那身衣著,長相,就給人一種詭異的感覺。

그의 의복, 생김새만 보아도 일종의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陳福一欠身,道:“這位就是我家夫人。”​

진복이 몸을 숙이며 말했다.

"이분이 바로 저희 집안 부인이시오."

黑衣郎中兩道淩厲的目光,一掠陳夫人,道:“在下給夫人見禮。”​

흑의의원은 두 줄기 무서운 눈길이 진부인을 스쳤다.

"부인을 뵙소이다."

陳夫人欠身還了一禮,淡淡一笑,道:“大夫怎麽稱呼。”​

진부인이 몸을 숙여 답례하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대부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黑衣郎中一裂嘴,道:“在下姓金,草字雙戈。”​

흑의의원의 입이 벌어지더니 말했다.

"저는 성이 금(金)이고 자는 쌍과(雙戈)라 하오이다."

陳夫人道:“金雙戈。”​

진부인이 말했다.

"금쌍과."

黑衣郎中道:“不錯,正是賤名……”

흑의의원이 말했다.

"그렇소이다. 바로 천한 이 몸의 이름이오..."

語聲一頓,接道:“不知夫人生的什麽疑難雜症,可否給在下瞧瞧。”​

잠깐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부인께 어떤 해괴한 병이 생겼는지 제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陳夫人心裏暗罵一聲:好一個狡猾之徒,但愛子病勢沈重,陳夫人雖然已瞧出破綻百出,幾乎已確定那黑衣人故扮郎中,有爲而來,但卻又不能當面點穿,強忍心頭怒火,淡淡一笑,道:“不是我生病。”​

진부인이 속으로 욕을 했다.

'교활한 놈 같으니라구.'

진부인은 비록 여러가지 드러난 헛점을 눈치챘고, 그 흑의인이 고의로 의원 신분을 하고 목적을 가지고 왔다고 거의 확신했지만 사랑하는 아들의 병세가 무거워 눈 앞에서 폭로할 수도 없었다. 억지로 가슴 속 노화를 참으면서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병이 난 것이 아닙니다."

黑衣郎中冷冷地說道:“那是夫人的丈夫了?”​

흑의의원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럼 부인의 남편이시오?"

陳夫人道:“拙夫軀體健壯,很少生病。”​

진부인이 말했다.

"남편은 신체가 건장하고 거의 병이 나지 않아요."

黑衣郎中仰天打個哈哈,道:“我忘了這是忠義俠府,陳家刀名動天下,陳道隆陳大俠內功精深,早已到了百病不侵之境。”​

흑의의원이 하하, 하며 앙천대소하더니 말했다.

"이곳이 충의협부이며 진가도의 명성이 천하를 뒤흔들고 진도륭 진대협은 내공이 정심하여 벌써 온갖 병이 침범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내가 잊고 있었군요."

陳夫人道:“你不覺著這等狂放之言,和一個走方看病的郎中身份,有些不稱麽?”​

진부인이 말했다.

"당신은 그런 광오(狂放)한 말이 일개 떠돌아 다니며 병을 고치는 의원 신분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나요?"

黑衣郎中裂嘴一笑,道:“夫人雖然藏鋒斂刃,不願暴露自己的才智,但在下卻瞧得出夫人是一位極具才略的人物了。”​

흑의의원이 입을 벌려 웃으며 말했다.

"부인께서는 비록 칼끝을 숨기듯 자신의 재지를 드러내길 원치 않지만 저는 부인께서 극히 재략(才略)을 갖춘 인물임을 알아보았소이다."

陳夫人道:“那你誇獎啦!”

진부인이 말했다.

"과찬입니다!"

兩人談話之間,四個穿著青衫的人,魚貫行入廳中,四人步履輕微,幾乎是聽不到一點聲息。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네 명의 청삼인이 줄지어 대청 안으로 걸어들어왔는데 네 사람은 발걸음이 가볍고 한 점 숨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但那黑衣郎中卻有過人的靈敏耳目,頭未回顧,目未轉視,冷冷地說道:“四位最好站遠一些,陳道隆不在府中,大約要由你們陳師母作主了。”​

하지만 그 흑의의원은 남보다 영민한 이목을 가지고 있어 고개도 눈도 돌리지도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

"네 분은 멀찌감치 서계시는 것이 가장 좋소. 진도륭이 부중에 없으니 아마 당신들 진사모(陳師母)가 결정하셔야 하오."

當先一個年輕人冷笑一聲,道:“那要看什麽事了,千金之軀,坐不垂堂,敝師母是何等身份,用不著和一個走方郎中交談……”

맨 앞에 있던 한 명의 젊은이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그건 무슨 일인가에 달렸소. 귀하신 분께서 위험한 일을 가까이 하실 수는 없소. 폐 사모께서 어떤 신분이신데 일개 떠돌이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시겠소..."

黑衣人接道:“你大概是陳道隆首座弟子,鐵口書生葛元宏?”​

흑의인이 말을 받았다.

"당신은 아마도 진도륭의 수석제자인 철구서생(鐵口書生) 갈원굉(葛元宏)이시겠군?"

葛元宏微微一怔,道:“不錯,正是區區在下,你朋友對我們忠義俠府的底子,似乎摸得很清楚了。”​

갈원굉이 약간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렇소이다. 바로 저올시다. 당신은 우리 충의협부의 밑바닥까지 아주 잘 알고 계신 듯 하구려."

黑衣人霍然回過頭,目光如電,掃掠了四個青衣少年一眼,見四人一色青衫,年齡雖有一點差別,但也不過一兩年之差,四人都未佩帶兵刃,赤手空拳。

當下冷冷說道:“聽說你們四位,都已得陳道隆十之六七的真傳。”​

흑의인이 고개를 홱, 돌리자 번개같은 눈빛이 네 명의 청삼소년들을 스쳐갔다. 네 사람은 한 가지 색의 청삼에 나이가 비록 다르지만 불과 한두 살 차이였다. 네 사람은 모두 병기를 차고 있지 않고 적수공권(赤手空拳)이었다.

鐵口書生葛元宏道:“家師一代奇人,我等愚劣之質,雖得投入門下,但學得有限,你朋友如有興,不妨指點指點。”​

철구서생 갈원굉이 말했다.

"가사께서는 일대 기인이시오. 우리들은 어리석고 자질이 떨어져 비록 문하에 들어왔지만 배움이 한계가 있소이다. 친구 당신이 흥미가 있다면 지도를 좀 해주셔도 무방하오."

黑衣人道:“江湖上稱你鐵口書生,看來果有一張利口。”​

흑의인이 말했다.

"강호에서 당신을 철구서생이라 부른다더니 보아하니 과연 말주변이 좋구려."

陳夫人一揮手,攔阻葛元宏,說道:“大夫,對陳家有什麽索求,不妨明白說出,犬子病勢沈重,不宜再拖下去。”​

진부인이 손을 내저으며 갈원굉을 저지하며 말했다.

"대부, 진가에 무슨 요구할 것이 있다면 분명하게 말씀하셔도 무방합니다. 아들의 병세가 무거우니 더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葛元宏呆了呆,道:“小師弟病了。”​

갈원굉이 멍해져서 말했다.

"소사제가 병이 났군요."

陳夫人黯然一歎,道:“是的!他病得很沈重。”​

진부인이 암연히 탄식하고는 말했다.

"그렇네! 그의 병이 몹시 깊다네."

葛元宏道:“襄陽府不無名醫,用不著受這走方郎中之氣。”​

갈원굉이 말했다.

"양양부에 명의가 없지 않습니다. 이런떠돌이 의원의 치료를 받을 필요없습니다."

陳夫人苦笑一下,道:“他病勢來得猛惡,縱有名醫,亦將束手。”​

진부인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니 명의가 있더라도 속수무책일 걸세."

葛元宏雖然未在江湖上有所曆練,但他常聽師父談起江湖上的詭詐,聽師母口氣,已知有異,立時不再多言。

갈원굉은 강호상의 경험이 아직 없지만 그는 늘 사부가 말하던 강호상의 간사함을 들었었다. 사모의 말투가 이상함이 있음을 알고 즉시 더이상 여러 말 하지 않았다.

黑衣人道:“不錯,還是夫人懂事,令郎身懷疑難雜症,縱然是華陀重生,也不能藥到病除,天下名醫,大約只有區區可以著手回春。”​

흑의인이 말했다.

"그렇소. 역시 부인께서는 세상물정을 아시는군요. 영랑의 몸에 치료하기 힘든 병이 있어 설령 화타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약을 써서 병을 치료하지 못할 것이오. 천하에 명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마 오직 나만이 치료할 수 있소이다."

陳夫人道:“大夫越說越多破綻,還不如直接開出條件來好了。”​

진부인이 말했다.

"대부께서는 말을 할수록 허점이 많아지니 직접적으로 조건을 내놓는 것이 낫겠군요.". 

黑衣人道:“無功不受祿,在下要先看過令郎的病情,如是自知有能療治,再向夫人開價不遲。”​

흑의인이 말했다.

"공이 없으면 녹(祿)을 못받는다고 했소이다. 제가 먼저 영랑의 병세를 보고 만일 치료할 수 있으면 다시 부인께 댓가를 제시해도 늦지 않지요."

陳夫人略一沈吟回頭叫道:“秋蘭,把公子抱入廳中。”​

진부인이 잠깐 침음하더니 고개를 돌려서 소리쳤다.

"추란, 공자를 안고 대청 안으로 오너라."

片刻之後,秋蘭抱著陳公子行入大廳。陳夫人目光到處,頓覺心頭一酸,熱淚幾乎要奪眶而出。原來,就這一陣功夫,陳公子已然形態大變,滿臉都被一層蒙蒙的黑氣罩住,而且那由雙臂上升的兩條紅線,已然延上雙頰,大有在頂門上會接之勢。

잠시후 추란이 진공자를 안고 대청으로 들어왔다. 진부인의 눈길이 이르는 것에 갑자기 마음이 쓰라려 하마터면 뜨거운 눈물이 쏟아질 뻔 하였다. 원래 이 잠깐 동안의 시간에 진공자는 이미 모습이 크게 변했던 것이다. 얼굴 가득 한 층의 자욱한 검은 기운이 덮여 있었고 게다가 두 팔에서 올라온 두 가닥 홍선은 이미 두 볼까지 퍼져있어 정수리 위로 올라가서 합쳐질 기세였다.

一個玉雪可愛,天真純潔的孩子,忽然間,變得奇形怪狀,怎不叫身爲母親的陳夫人心疼如絞。四個青衫人,目睹小師弟形像,亦爲之心頭震傈不已。女婢秋蘭,更是熱淚點點落在懷抱中陳公子的身上。

한 명의 옥 같이 사랑스럽고 천진무구한 아이가 별안간 기괴한 형상으로 변하니 어찌 모친 진부인으로 하여금 가슴을 쥐어짜는 듯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네 명의 청삼인은 소사제의 형상을 보고 역시 가슴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여비 추란은 품 속의 진공자 몸에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黑衣人眉宇間閃掠過一抹獰笑,冷然說道:“夫人反應靈敏,區區來的及時,再過上一個時辰,忠義俠府,即將愁雲滿布,爲陳道隆的骨血,大作喪事了。”​

흑의인의 미간에 흉악한 미소가 스쳐지나가더니 냉연하게 말했다.

"부인의 반응이 빨랐고 제가 때맞추어 왔군요. 한 시진만 더 지났으면 충의협부에는 즉시 수심이 가득해지고 진도륭 친자식의 장례를 치러야 했을 것이오."

陳夫人暗裏咬牙,強忍著滿腔悲忿,戚楚地道:“大夫應該一展神術了。”​

진부인이 암암리에 이를 갈며 가슴 가득 차오르는 비분함을 억지로 참으며 서글프게 말했다.

"대부께서는 신묘한 의술을 펼쳐주세요."

黑衣人淡淡一笑,道:“放下陳公子。”​

흑의인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진공자를 내려놓으시오."

秋蘭望了陳夫人一眼,緩緩把陳公子放在一張寬大的太師椅上。黑衣人打開藥箱,取出一個玉瓶,雙掌一合,啪的一聲,擊碎了玉瓶,取出一粒白色的藥丸。陳夫人細看那白玉瓶中,只見一粒藥丸,心中雖覺奇怪,卻未多問。

추란이 진부인을 한번 쳐다보고 천천히 진공자를 넓다란 태사의 위에 내려놓았다. 흑의인은 약상자를 열어서 한 개의 옥병을 꺼내더니 두 손바닥을 합쳐서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옥병을 깨뜨려 한 알의 백색 약환을 꺼냈다. 진부인이 세심하게 그 백옥병을 보니 오직 한 알의 약환만 있는지라 마음 속으로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黑衣人把藥丸送入陳公子的口中,伸出雙手,在陳公子臉上、雙臂推拿。那白色的丹丸,實在有不可思議之力,陳公子服下不過一盞熱茶工夫,臉上的黑氣盡消,紅線也極快地縮退不見。但陳公子並未清醒,仍然閉目沈睡。

흑의인은 약환을 진공자의 입 속에 넣어주고 쌍수를 뻗어 진공자의 얼굴과 두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그 백색 단환은 확실히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진공자가 먹고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마실 시간도 되지 않아 얼굴의 검은 기운이 없어지고 붉은 선이 아주 빨리 줄어들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陳夫人暗暗籲一口氣,道:“大夫果然是藥到病除,妙手回春。”​

진부인이 암암리에 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대부께서는 과연 약으로 병을 없애버리는 신묘한 의술을 가지고 계시군요."

黑衣人道:“可惜得很。”​

흑의인이 말했다.

"몹시 애석하군요."

陳夫人道:“什麽事?”​

진부인이 말했다.

"무슨 일이요?"

黑衣人道:“令郎的病勢十分沈重,一粒藥丸,無法根治。”​

흑의인이 말했다.

"영랑의 병세가 너무 깊어서 한 알의 약환은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가 없소."

陳夫人急道:“那要服幾粒才能使它永不複發。”​

진부인이 급히 말했다.

"그럼 몇 알을 먹어야 영원히 재발하지 않게끔 할 수 있나요?"

黑衣人道:“三粒,可惜的是這等丹藥,在下只余下一粒,玉瓶碎裂夫人想必是早已瞧到了。”​

흑의인이 말했다.

"세 알이오. 안타까운 것은 이들 단약은 저한테 오직 한 알이 남았었소. 옥병을 깨뜨렸을 때 부인께서 벌써 보셨을 것이오."

陳夫人道:“你這一粒丹藥,能夠保住多少時間,病勢不發。”​

진부인이 말했다.

"당신의 이 한 알의 단약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병세가 발작하지 않도록 유지할 수 있나요?"

黑衣人道:“至多三天,三天之後,他即將病發如今日。”​

흑의인이 말했다.

"많아야 삼 일이오. 삼 일 후에 그는 즉시 병이 오늘처럼 발작할 것이오."

陳夫人道:“既然三日後,病勢要發,今日你把他治好,又有何用了?”​

진부인이 말했다.

"기왕 삼 일 뒤에 병세가 발작할 텐데 오늘 당신이 치료한 것은 또 무슨 소용이 있나요?"

黑衣人微微一笑,道:“自然是有作用的了,醫好令郎,要夫人見識一下區區的手段,確有著藥到病除之能。”​

흑의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소용이 있소이다. 영랑을 치료하 부인께서 저의 수단을 한번 견식하도록 하여 약이 확실히 병을 없애는 능력이 있음을 확신시켜 드리는 것이오."

陳夫人道:“你究竟要什麽?請說出來,陳府中只要有的,我能夠作得主,決不推辭。”​

진부인이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요구하는 건가요? 말해보세요. 진부에 있는 것이기만 하다면 나는 결정권을 가지고 결코 거절하지 않겠어요."

黑衣人道:“貴府中自然是有,但夫人能否作得主,那就很難說了……”

흑의인이 말했다.

"귀 부중에 당연히 있소이다. 하지만 부인이 결정권이 있는지 그건 말하기 몹시 어렵군요..."

哈哈一笑,道:“其實,陳道隆既是不在府中,陳府中的事,全憑你陳夫人吩咐了。”​

하하,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진도륭이 이미 부중에 없으니 진부의 일은 전부 당신 진부인의 분부에 따르겠군요."

陳夫人道:“我不想和你多談,說吧!多少錢?”​

진부인이 말했다.

"나는 당신과 여러 말 하기 싫어요. 말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돈을 원하나요?"

黑衣人搖搖頭,道:“錢!夫人未免太過小看區區了,陳道隆雖然救駕有功,身受厚賜,但如說到錢,卻未必能多過在下。”​

흑의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돈! 부인은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신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진도륭이 비록 어가를 구한 공으로 두터운 성은을 받았지만 돈으로 말한다면 저보다 반드시 많다고 할 수 없소이다."

陳夫人道:“那你要什麽?”​

진부인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무얼 원하죠?"

黑衣人四顧了一眼,才道:“夫人,要他們退出廳中。”​

흑의인이 사방을 둘러보고서 말했다.

"부인, 그들을 물러가게 하시오."

陳夫人揮揮手,道:“你們都退出去。”​

진부인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모두 물러가거라."

小師弟的生死,握于人手,葛元宏等不得不退出大廳,秋蘭也隨著退了出去。眨眼之間,大廳中只余下陳夫人和那黑衣郎中和那暈迷不醒的陳公子。

소사제의 생사가 남의 손에 쥐어져 있어 갈원굉 등은 부득불 대청을 물러났다. 추란도 따라서 물러나 가버렸다. 눈깜박할 사이에 대청 안에는 진부인과 그 흑의의원, 혼미한 채로 깨어나지 못하는 진공자만 남았다.

陳夫人冷冷說道:“現在,你可以說了。”​

진부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제 당신은 말해도 좋아요."

黑衣人右手提起虎撐,左手從臉上撕下一張人皮面具,登時容貌大變,露出來一張粉白的面孔。

흑의인이 우수로 호탱을 들어올리며 좌수로는 얼굴의 인피면구를 떼어내자 즉시 용모가 크게 변하여 희멀건 얼굴이 드러났다.

陳夫人身體顫動了一下,道:“是你……”

진부인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당신이군요..."

黑衣人冷冷接道:“夫人可是覺得很意外麽?”​

흑의인이 냉랭하게 말을 받았다.

"부인은 아무래도 몹시 의외라고 느끼시는구려?"

陳夫人道:“你此時來此,確然使我有些意外,但我知道你一定會來。”​

진부인이 말했다.

"당신이 지금 여기에 온 것은 확연히 나에겐 좀 의외군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꼭 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어요."

黑衣人道:“咱們有十年不見了,這日子不能算短,你夫人養尊處優,夫婿名動武林,嬌兒承歡膝下,自然是覺得日子過得快了。”​

흑의인이 말했다.

"우리가 못본 지 십년이구려. 이 날들은 짧다 할 수 없소. 부인은 남의 시중을 받으며 풍족하게 지내면서 남편의 명성은 무림을 뒤흔들고 귀염둥이 아들은 슬하에서 재롱을 부리니 당연히 날짜가 빨리 지나갔다고 느낄 거요."

陳夫人黯然歎息一聲,道:“少卿,當年的事,不能怪我……”

진부인이 암연히 탄식하더니 말했다.

"소경, 그 당시 일은 나를 탓할 수 없어요..."

黑衣人冷然接道:“不怪你,那是怪陳道隆橫刀奪愛了。”​

흑의인이 냉연하게 말을 받았다.

"당신을 탓하지 않소. 그건 잔인하게 남의 소중한 것을 뺏아간 진도륭 탓이오."

陳夫人嬌美的驗上,泛現出一片痛苦之色,道:“也不能怪到道隆的頭上……”

진부인은 아리따운 얼굴에 고통스런 기색을 띠며 말했다.

"진도륭 탓으로 돌릴 수도 없어요..."

黑衣人仰天打個哈哈,道:“不能怪你也不怪陳道隆,那是怪我李少卿了。”​

흑의인이 하하, 하며 앙천대소를 터뜨리더니 말했다.

"당신도, 진도륭 탓도 아니면 나 이소경 탓이로군."

陳夫人神色慘變,淚水盈眶,柔聲說道:“少卿,過去的事,已經過去,如今,我已生兒育女,昔年的是非恩怨,似是也用不著再追究了。”​

진부인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눈물을 글썽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경,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갔어요. 지금 나는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어요. 옛날의 시비은원은 더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李少卿雙目中冷芒一閃,道:“夫人說得太輕松了,如是我李某能忍得下這口氣,那也不會找上忠義俠府來了。”​

이소경이 두 눈에서 냉망을 번쩍이며 말했다.

"부인은 아주 수월하게 말하는구려. 만일 나 이모가 그런 말을 참아낼 수 있다면 충의협부를 찾아올 리가 없소."

陳夫人臉上閃掠一抹冷霜,但只不過一瞬間,又恢複了淒苦之容,幽幽說道:“少卿,如今木已成舟,事過境遷,看在昔年情義份上,你就放我一馬?”​

진부인의 얼굴에 한 줄기 찬서리가 스쳤지만 불과 한 순간이었고 또 처량한 얼굴을 회복하고는 그윽하게 말했다.

"소경, 오늘날 나무는 이미 배가 되어 돌이킬 수 없어요. 사정이 바뀌고 형편도 달라졌지요. 옛날의 정의(情義)를 보아 나를 좀 놓아줄래요?"

李少卿道:“嘿嘿,夫人說得太輕松了,在下苦心籌劃數年,才找得這樣一個機會,豈能輕輕放過?”​

이소경이 말했다.

"흐흐, 부인은 너무도 수월하게 말하는구려. 내가 수 년을 고심하여 계획하고서야 이렇게 기회를 잡았는데 어찌 손쉽게 놓아줄 수 있겠소?"

陳夫人回顧了靜躺廳中的愛子一眼,忍不住兩行清淚奪眶而出,緩緩說道:“縱然你忍不下胸中之氣,也不能把我們這一代的恩怨,遷怒到無辜的孩子身上。”​

진부인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대청 안에 누워있는 아들을 보자 참지 못하고 두 줄기 눈물이 쏟아졌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령 당신이 가슴 속 화를 참을 수 없더라도 우리들 세대의 은원으로 무고한 아들에게 화풀이해서는 안돼요."

李少卿冷冷說道:“忠義俠府中戒備森嚴,陳道隆刀法精絕,就是你陳夫人,也不是好惹的人物,在下覺得……”

이소경이 냉랭하게 말했다.

"충의협부 경계가 삼엄하고 진도륭의 도법이 절정에 이르렀으며, 당신 진부인도 건드리기 수월한 인물이 아니라고 나는 여기고 있소..."

陳夫人微泛愠意,接道:“所以,你就對一個不足十歲的孩子下手。”​

진부인이 약간 노한 기색을 띠고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열 살도 안된 아이에게 손을 썼군요."

李少卿道:“打蛇打頭,在下既然有心而來,自然不擇手段了。”​

이소경이 말했다.

"뱀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를 잡으라고 했소. 내가 마음을 먹은 이상 자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소이다."

陳夫人柳眉聳動,冷冷說道:“我心中原本還有幾分抱咎,但聽過你這一番話,倒也用不著了。”​ (抱歉인듯,,)

진부인이 버들눈썹을 꿈틀거리며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원래 몇 푼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당신의 이 말을 들으니 오히려 쓸 데 없었군요."

李少卿道:“你貪圖富貴,水性楊花……”

이소경이 말했다.

"당신은 부귀영화를 탐하며 경박하고 지조가 없군..."

陳夫人怒聲喝道:“住口,當年你流落江湖,與匪爲伍,家父念在與你父結交一場的份上,才把你收留我家,我也曾用盡心思,希望你改過向善,誰知你賊性難改,數度犯科作案,幾乎牽連到家父身上,你自己想一想,我們哪裏虧待了你……”

진부인이 노성으로 고함쳤다.

"닥쳐요. 당시 당신은 강호를 떠돌며 도적들과 동료가 되었으나 가부께서 당신과 사귄 정분을 생각하여 당신을 우리 집에 거두어 머물도록 하셨고 나도 진심으로 당신이 개과천선하기를 희망했어요. 하지만 당신의 나쁜 본성은 고치기 힘들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어요? 수 차례 범행을 저질러 하마터면 가부까지 연루될 뻔 했지요. 우리가 어디 당신을 푸대접했는지 당신 자신이 한번 생각해봐요..."

李少卿淡然一笑,接道:“陳夫人,我無暇和你磕牙鬥口,目下情勢很明顯,你是否想救令郎?”​

이소경이 담연히 웃으며 말을 받았다.

"진부인, 나는 당신과 한가로이 잡담할 겨를이 없소. 목하 정세는 아주 확연하게 드러났소. 당신은 영랑을 구하고 싶으시오?"

一聽到孩子的生死大事,陳夫人頓感心頭一震,道:“你說吧!你究竟要什麽了。”​

아이의 생사가 걸린 대사에 진부인은 떨리는 가슴으로 말했다.

"말해봐요!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요구하시나요?"

李少卿道:“人!”

이소경이 말했다.

"사람이오."

陳夫人聽得一怔,道:“什麽人?”​

진부인이 듣고 멍해져서 말했다.

"누군가요?"

李少卿哈哈一笑,道:“忠義俠府陳夫人,陳道隆橫刀奪愛,占你爲妻,我要他嘗一嘗,綠巾壓頂的滋味如問?”​

이소경이 하하, 웃고는 말했다.

"충의협부의 진부인이오. 진도륭은 남의 소중한 것을 뺏아갔으며 당신을 차지하여 처로 삼았소. 나는 아내가 부정을 저질러 골머리를 앓는 맛을 그에게 한번 보여주려 하는데 ????" (如問???)

陳夫人道:“你滿口胡言,道隆雖然不在府中,但憑你那一點藝業,量也難以生離陳府,念咱們數年相處的份上,你如醫好犬子之疾,我保你全身而退。”​

진부인이 말했다.

"당신 말은 온통 허튼 소리군요. 도륭이 비록 부중에 없지만 당신의 그 한 점 예업(藝業)으로 살아서 진부를 떠나기 어려워요. 우리가 몇 년 같이 지낸 정을 생각하여 당신이 아들을 잘 치료하면 온전히 물러날 수 있을 것을 보장하겠어요."

李少卿目睹陳夫人急怒之色,反而哈哈大笑起來,道:“夫人錯了,士別三日,刮目相視,在下既然敢單人匹馬到此,豈能是全無准備……”

이소경은 진부인이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반대로 크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부인은 틀렸소. 선비가 헤어진 지 삼 일이면 눈을 비비고 보아야 하오. 이미 내가 감히 단신필마로 이곳에 도착했는데 어찌 준비가 전혀 없을 수 있겠소..."

語聲突轉冷漠,接道:“除非你陳夫人已下決心,不再過問令郎的生死,否則,咱們還是談談令郎的好。”

목소리가 돌연 냉막하게 변하여 말을 이었다.

"당신 진부인이 결심하지 않는다면 영랑의 생사는 더이상 관여하지 않겠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영랑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낫소."

目睹陳公子的甜美嫩臉,陳夫人豪氣頓消,低聲說道:“你准備如何對付我?”

진공자의 편안한 얼굴을 보자 진부인은 호기가 사라져서 낮으막히 말했다.

"당신은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가요?"

李少卿道:“你跟我走……”

이소경이 말했다.

"당신은 나를 따라 갑시다..."

陳夫人急急接道:“跟你到哪裏去?”

진부인이 급히 말을 받았다.​

"당신을 따라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요?"

李少卿道:“取解藥,在下到此之前,也會想到忠義俠的府中,可能有很多的護院高人,因此,在下把解藥存在一處很遠的隱密所在。”

이소경이 말했다.

"해약을 구하러 가는 거요.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충의협부의 부중에 아주 많은 호원(護院) 고인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소. 그 때문에 나는 해약을 어느 아주 먼 은밀한 장소에 두었소."

陳夫人道:“很遠的地方?”

진부인이 말했다.

"아주 먼 곳에?"

李少卿道:“不錯,距此約百裏左右,借貴府兩匹長程健馬,咱們也得三個時辰才能趕到。”

이소경이 말했다.

"그렇소. 이곳에서 거리가 약 백 리 가량 되오. 귀 부에서 두 필의 먼 길을 갈 수 있는 건마(健馬)를 빌려도 세 시진은 가야 도착할 수 있소."

陳夫人道:“一定要我去麽?”

진부인이 말했다.​

"꼭 내가 가야 하나요?"

李少卿道:“不錯,除了此法之外,在下相信,再無別法,能夠使你陳夫人答允和我李某人並騎百裏。”

이소경이 말했다.

"그렇소. 그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믿소. 당신 진부인이 나 이모라는 사람과 함께 백 리를 말을 타고 가기로 승낙하시오."

陳夫人沈吟了一陣,道:“爲了救孩子之命,我答應你。不過,我先說明白,你如存下不良之心,那麽……”

진부인이 한동안 침음하더니 말했다.​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승낙하겠어요. 그러나 먼저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당신이 만일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러면..."

李少卿冷冷道:“在下也先把話說明,我這番苦心設計,並非只是要你陳夫人和我去取解藥,所以,去取解藥的,只限定你陳夫人一個人,如是夫人想部署鐵騎,沿途追蹤,那將是白費一番心機。令郎只有等毒發身死一途。”

이소경이 냉랭하게 말했다.

"나도 먼저 분명하게 말해두겠소. 내가 이번에 고심하여 설계한 것은 결코 당신 진부인이 단지 나와 함께 가서 해약을 얻는 것만이 아니오. 그래서 가서 해약을 얻는 것은 단지 당신 진부인 한 사람에 한정되는 것이오. 만일 부인이 철기대(鐵騎隊)를 동원하여 연도에 추적을 할 생각이라면 그것은 헛되이 심기를 소비하는 것이오. 영랑은 독이 발작하여 죽는 길 밖에 없소."

話雖說得含蓄,但隱隱之間,已點明用心。

말은 비록 함축적이었지만 은연중에 저의를 분명히 밝힌 것이었다.

陳夫人頓覺羞紅泛頰,怒火上升,恨聲說道:“李少卿,你有一點人性麽?”

진부인은 수치심에 뺨이 붉어지고 노화가 치밀어 올라 한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소경, 당신은 한 점 인성이 있는 건가요?"

李少卿微微一笑,答非所問地道:“十年不見,你更顯得美麗動人了,當真是我見尤憐……”

이소경이 미소지으며 묻지도 않은 엉뚱한 말을 했다.

"십 년을 보지 못했더니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로 아름다워졌구려. 정말 사랑스럽소..."

陳夫人羞忿交加,厲聲喝道:“你胡說八道些什麽?”

진부인이 수치심과 분노가 교차하여 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당신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예요?"

李少卿冷冷說道:“陳夫人如是不肯相信在下之言,區區這就告辭了。”

이소경이 냉랭하게 말했다.

"진부인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저는 이만 가보겠소이다."

戴上人皮面具,提起藥箱,轉身向外行去。

인피면구를 쓰더니 약상자를 들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陳夫人心中大急,沈聲說道:“站住!”

진부인은 마음 속으로 다급해져서 침성으로 말했다.

"거기 서요!"

李少卿回過頭來,目中邪光閃動,嘴角間挂著一份冷酷的笑意,盯注在陳夫人的臉上瞧去。

이소경이 고개를 돌리자 눈에서 사악한 눈빛이 번뜩이며 입가에는 냉혹한 미소가 걸린 채 진부인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陳夫人被他那邪惡的目光,瞧的臉上發熱,緩緩垂下頭去,道:“少卿,你當真的有解藥麽?”

진부인은 그의 그 사악한 눈빛에 얼굴이 뜨거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경, 당신은 정말 해약을 가지고 있나요?"

李少卿道:“令郎適才已然滿臉黑氣,奄奄一息,在下一粒丹丸,就使他黑氣消退,夫人是親自所睹,難道還不肯相信麽?”

이소경이 말했다.

"방금 영랑이 얼굴은 온통 검은 기운에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나의 한 알의 단환이 검은 기운을 없어지게 하였소. 부인은 친히 보고서도 설마 믿으려 하지 않으시오?"

陳夫人微微一歎,道:“咱們幾時動身?”

진부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언제 출발하나요?"

李少卿看她已經完全屈服,淡淡一笑,道:“立刻動身。”

이소경은 그녀가 이미 완전히 굴복했음을 보자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즉시 출발합시다."

陳夫人緩緩說道:“我去把孩子放好,要他們善爲照顧,換件衣服,咱們就立刻上路。”

진부인이 천천히 말했다.

"내가 가서 아이를 데려다 놓고 그들에게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한 뒤 의복을 갈아입고 즉시 길에 오르기로 해요."

李少卿道:“在下希望夫人在一盞熱茶工夫之內,辦完所有的事情。”

이소경이 말했다.

"나는 부인이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마실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끝내기를 바라오."

陳夫人道:“一盞熱茶工夫,時間太急促了一些,但我盡量趕快。”

진부인이 말했다.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마실 시간은 너무 촉박해요. 하지만 나는 가능한 서두르겠어요."

俯身抱起陳公子,直入後堂。

몸을 숙여 진공자를 안더니 그대로 후당으로 들어갔다.

陳家刀名揚天下,陳夫人離去之後,李少卿反而有些擔心起來,他心中明白,如有陳夫人在場,可以攔阻他們出手,陳夫人不在場中,陳道隆四個弟子,很可能一擁而上。

진가도의 명성은 천하에 떨치고 있다. 진부인이 떠난 뒤 이소경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일 진부인이 이곳에 있으면 그들의 출수를 저지할 수 있지만 진부인이 없으면 진도륭의 네 명의 제자는 떼지어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그는 심중으로 잘 알고 있었다.

近兩年來,不但陳道隆在武林巾聲譽日隆,就是陳道隆四個弟子,也已經在江湖上有了盛名,李少卿雖然口氣托大,但內心之中,對葛元宏等四人,實有著很大的畏懼。但葛元宏等四人,並夫進入大廳。李少卿表面之上,雖仍然保持著鎮靜,但人卻暗中運氣戒備。

최근 이년 동안 무림에서 진도륭의 명성은 날로 융성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이 진도륭의 네 제자도 이미 강호상에서 명성이 있었다. 이소경은 비록 말투는 잘난 척했지만 내심으로는 갈원굉 등 네 사람을 아주 크게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갈원굉 등 네 사람은 결코 대청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소경은 표면상으로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으나 암중으로는 운기하여 경계하고 있었다.

足足過了一盞熱茶工夫,陳夫人換穿了玄色勁裝而入。只見她玄巾包頭,中綴明珠,全身上下,一片玄,瞧不到一點雜色。陳夫人雖然已經生了孩子,但並未影響到那玲珑的身材,此刻穿上了緊身勁服,看上去,柳腰細細,雙肩秀削,襯著那柳眉鳳目,嫩紅臉兒,動人至極。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족히 지났다. 진부인은 현색(玄色) 경장으로 바꾸어 입고 들어왔다. 그녀는 검은 머릿수건을 명주(明珠)로 묶어서 위아래 전신이 모두 검은 한 가지로 한 점의 딴 색깔이 보이지 않았다.

진부인은 비록 이미 아이를 낳았지만 결코 영롱(?)한 몸매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금 몸에 달라붙는 경장을 걸치자 보기에 버들허리는 가늘고 두 어깨는 깎은 듯 수려하고 유미봉목(柳眉鳳目)과 연홍색의 얼굴을 돋이게 하여 사람의 마음을 지극히 설레게 하였다.

李少卿看得呆了一呆,笑道:“萍兒,十年來,你不但未見老態,反而來愈嬌媚了。”

이소경이 보고 멍해져서 웃으며 말했다.

"평아, 십년 동안 당신은 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해가 갈수록 예뻐지는구려."

陳夫人冷哼一聲,道:“希望你回念昔日一份相處之情,替我留一步余地。”

진부인이 차갑게 흥, 하더니 말했다.

"옛날 같이 지낸 정이 그립다면 당신은 나한테 한 걸음 여지를 남겨주길 바래요."

"李少卿微微一笑,道:“你怎麽不帶兵刃呢?”

이소경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어째서 병기를 휴대하지 않소?"

陳夫人聽他避重就輕,不肯正面回答自己的問題,心中怒火高燒,但她仍然強自忍了下去,淡淡說道:“不勞費心,我已經帶了兵刃……”

진부인은 그가 자신의 물음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중요한 문제는 회피하고 대수롭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을 듣자 심중으로 노화가 타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억지로 참으며 담담히 말했다.

"신경쓰지 말아요. 나는 이미 병기를 지니고 있으니​..."

語聲一頓,接道:“咱們上路吧!”

잠시 멈추었다 이어서 말했다.

"우리 출발해요!"

李少卿道:“好。”

이소경이 말했다.​

"좋소."

大步向前廳外面行去。

성큼성큼 대청 밖을 향해 걸어갔다.

陳夫人沈聲喝道:“站住!”

진부인이 침성으로 소리쳤다.

"거기 서요!"

李少卿道:“夫人可是又改變了主意?”

이소경이 말했다.

"부인은 생각이 또 바뀌었소?"

陳夫人大步行到李少卿的前面,道:“我如不走前面,只怕你走不出忠義俠府。”

진부인이 큰 걸음으로 이소경의 면전에 걸어와서 말했다.

"내가 앞서가지 않으면 당신은 충의협부를 나갈 수 없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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