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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一回 王妃遇害(왕비우해) 본문

와룡생(臥龍生) 무협/금봉전(金鳳剪)

第一回 王妃遇害(왕비우해)

알타쵸 2017. 12. 20. 01:01

第一回 王妃遇害(왕비가 해를 당하다)








應天府。

응천부(應天府)

高大的紅漆門外,肅立著四個淡青密扣勁裝的帶刀府衛。向裡看,沿著通向應天府正堂的長廊上,站滿了帶著兵刃的衙役。正堂外十二個分執著金瓜月斧的親兵,戒備得十分森嚴。

붉은 칠을 한 높고 커다란 문 밖에는 단추를 꼭 채운 담청색의 경장을 입고 칼을 지닌 부(府)의 시위 네 명이 숙연히 서있었다. 안쪽을 보니 응천부 정당(正堂)으로 통하는 긴 복도에는 병기를 지닌 아역(衙役)들이 가득 서있었다. 정당 밖에는 열두 명의 금과월부(金瓜月斧)를 쥔 친위병이 몹시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一品頂戴,身著朝服的巡撫大人,端坐在正堂大公案的後面。但他已失去往日那等高據堂口頤使氣指的威嚴,木然的神情中,帶著沉重的憂苦。

일품(一品) 관모에 조복(朝服)을 입은 순무대인(巡撫大人)은 정당(正堂[각주:1])의 커다란 공안(公案[각주:2]) 뒤쪽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전에 그렇게도 거만하게 턱짓, 손짓으로 사람을 부리던 위엄을 잃었다. 넋이 나간 표정에는 침중한 근심이 어려있었다.

靠公案左首坐著個方巾長髯,身著海青長衫,外罩團花馬褂的中年,一身細皮白肉,顯然是久經養尊處優的人。這是巡府幕賓,也是應天府兼領應南,巡撫大人的第一謀士劉文長。

공안의 왼쪽에는 방건(方巾)을 쓰고 긴 수염에 몸에는 해청색 장삼에다 꽃무늬 마고자를 덮어입은 중년인이 앉았는데, 거칠지 않은 고운 피부로 보아 오랫동안 남의 시중을 받으며 풍족하게 지내온 사람이 확실했다. 순무대인의 막료이자 응천부에서 응남(應南)을 관할하고 있기도 한 순무대인의 제일 모사 유문장(劉文長)이었다.

右面坐一個頭戴鴉雀武生中(中이 아니고 巾인 듯),黑色長衫,腰中橫繫著四指寬紅色帶子,留著花白長鬚的五旬老者,兩面突起的太陽穴和炯炯神光的雙民顯示出和常人有些不同。不錯啦!這是應天府總捕頭,南七省黑道人物,聞名喪膽的神眼楊晉。

오른쪽에는 머리에 아작무생건(鴉雀武生巾)을 쓰고 흑색장삼에 허리에는 손가락 네 개 너비의 홍색 허리띠를 단단히 조여매었으며 희끗희끗한 긴 수염을 기른 오순의 노인이었다. 불룩 튀어나온 양쪽 태양혈, 형형한 신광의 두 눈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응천부 총포두(總捕頭)로 남칠성(南七省)의 흑도인물들이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는 신안(神眼) 양진(楊晉)이었다.

但此刻,三個人的臉上,都積壓著一股沉重的憂鬱。今日的應天府有點奇怪,這不是三六九的放告日子,也不是處決囚犯,巡撫升堂。可戒備的十分森嚴,正堂的氣氛,肅穆的使人有著窒息的感覺。

하지만 지금 세 사람의 얼굴에는 모두 한 줄기 침중한 우울함이 내리누르고 있었다. 오늘의 응천부는 조금 이상했다. 이것은 정기적으로 고소를 할 수 있는 삼일, 육일, 구일도 아니었고 순무가 죄수를 처결하는 재판이 열리는 날도 아니었다. 십분 삼엄한 경계, 엄숙한 정당의 분위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端坐公案後面的巡撫大人,神色怪異,不像是手操生殺大權的封疆大吏,倒有著待決囚犯的警懍。上百號的府衛衙役,聽不列一口大氣。

공안 뒤쪽에 단정히 앉은 순무대인은 신색이 괴이했다. 생사대권을 손에 쥔 봉강대리(封疆大吏:지방장관?) 같지가 않고 오히려 벌벌 떨며 처결을 기다리는 죄수같았다. 부중을 지키는 백 명이 넘는 아역들에게서는 큰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靜!靜得像一井死水。 靜的有些異常。一聲感喟的嘆息,打破了冷肅的沉寂。

고요했다! 고여있는 우물물처럼 조용했다. 유난히 고요했다. 애석해하는 탄식소리가 얼어붙은 침묵을 깨뜨렸다.

巡撫大人吐出了一口長氣,道:「文長,你看,七王爺會不會真的親自來府中報案?」

순무대인은 긴 한숨을 토해내더니 말했다.

"문장, 자네가 보기에는 정말 칠왕야께서 친히 부중으로 오셔서 사건을 신고하시겠는가?"

劉文長拂一下顎下的長髯,道:「會的,那封拜束上說得很明白,七王爺要親自進府報案。」

유문장이 턱아래의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오실 것입니다. 그 편지에는 칠왕야께서 친히 부로 오셔서 신고하시겠다고 명백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巡撫大人搖搖頭,道:「為什麼呢?七王爺不要咱們打道王府中去,他是親王的身份,我不過是領江南巡撫銜的應大府。」

순무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왜 칠왕야께서는 우리가 왕부 안으로 못들어 가게 하실까? 그분은 친왕(親王)의 신분이고 나는 응천부의 강남순무 직함에 불과하네."

劉文長沉吟了一陣,道:「大人,七王爺是一位賢明的親王,他尊重體制,所以,要親來應天府中報案,不過……」

유문장이 침음하더니 말했다.

"대인, 칠왕야께서는 체제를 존중하는 현명한 친왕이십니다. 그래서 직접 오셔서 응천부중에 사건을 신고하시려는 게지요. 그러나..."

巡撫大人急急地接道:「不過什麼?文長,別顧慮的說下去,這不但和我前程有關,而且弄不好還會牽連上我的一家大小的性命。」

순무대인이 급히 말했다.

"그러나 뭔가? 문장, 걱정말고 말하게. 이것은 나의 앞길에도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잘 처리하지 못하면 나의 일가족 목숨까지 연관되네."

劉文長嘆口氣道:「因為七王爺太尊重體制了,所以,這案子非要短期中破獲不可,他不要大人進入王府中去,卻要先行報案,這是公事公辦的態度,大人,這件案子如不能短期破去,確然會影響到大人的前程。」

유문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칠왕야께서는 너무도 체제를 존중하시기 때문에 그 사건을 단기간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분께서 대인을 왕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먼저 신고를 하시려고 함은 원칙을 따르는 공정한 태도입니다. 대인, 이 사건을 짧은 시간에 해결하지 못하면 확실히 대인의 앞길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巡撫大人身子震動了一下,臉色也變得有些蒼白起來,幾顆汗珠兒滴落在朝服上。他慢慢地轉過臉來,目光轉到神眼楊晉的身上,緩慢的說道:「你去過王府了?」

순무대인은 몸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낯빛도 좀 창백하게 변했고 몇 알의 땀방울이 조복 위로 떨어졌다. 그는 천천히 얼굴을 돌렸다. 시선이 신안 양진에게로 돌려지더니 천천히 말했다.

"자네는 왕부에 갔었는가?"

楊晉欠欠身,道:「是的,屬下去過了。」

양진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예. 속하가 가보았습니다."

巡撫大人點點頭,道:「你看到了些什麼?」

순무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가 좀 보이던가?"

楊晉道:「七王爺封鎖了現場,一定要在報案之後,由大人親率三班衙役、文案仵作,再查現場,因此,未准屬下查看。」

양진이 말했다.

"칠왕야께서는 현장을 봉쇄하셨으며 기어이 사건을 신고하여 사건을 문서로 작성한 뒤 대인께서 직접 세 반(班)의 아역들을 거느리고 다시 현장을 조사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그때문에 속하는 아직 조사해보지 못했습니다."

巡撫大人近乎黯然的嘆息一聲,道:「這麼說來,七王爺是存心要摘我的紗帽子。」

순무대인이 거의 암연(黯然)에 가까운 탄식을 하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칠왕야께서는 나의 관복을 벗기실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군." (모자지만 관복이 더 뜻이 잘 통할 듯 하여..ㅎ)

劉文長輕輕咳了一聲,道:「七王爺如若有戕害大人之心,用不著如此大費周折,再說,楊總捕頭,精明幹練,武功高強,必能在限期之內破案。屆時,七王爺也許會嘉獎大人一番。」

유문장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칠왕야께서 만약 대인을 해칠 마음을 가지셨다면 이같이 우여곡절을 겪을 필요가 없지요. 하물며 양총포두는 유능하고 노련하며 무공이 고강하니 틀림없이 기한 내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칠왕야께서는 아마도 대인에게 한 번 상을 내리시겠지요."

巡撫大人苦笑一下,道:「這可惡的匪徒,應天府下不少豪門巨富,為什麼偏偏偷到七王爺府,是誠心和我過不去了……」

순무대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얄미운 비적같으니라구. 응천부에 권세있고 부유한 집안이 적지 않은데 왜 하필 칠왕야의 왕부를 도둑질하여 나를 난처하게 하는가..."

目光轉注到楊晉的身上,道:「楊總捕頭,你想想看,是那一道上的匪徒,敢這樣膽大妄為。」

눈길을 양진에게로 돌리더니 말했다.

"양총포두, 자네가 보기에 어느 방면의 비적이 이렇게 겁없이 함부로 날뛴다고 생각하는가?"

楊晉道:「回大人的話,王爺下令封鎖現場,損失不明,屬下未見現場遺跡,不明賊人手法,不敢妄作測斷。」

양진이 말했다.

"대인께 대답 올립니다. 왕야의 명령으로 현장이 봉쇄되어서 손실이 분명치 않습니다. 속하는 현장에 남겨진 흔적을 보지 못하여 비적의 수법을 알지 못하기에 감히 함부로 추측하여 판단하지 못합니다."

「王爺到!」

"왕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沉重的呼喝聲,傳入正堂。巡撫大人急急離開了公案迎了上去。一個頭戴黃緞子便帽,身著黃綾長袍的三旬左右的人,在兩個勁裝府衛護衛之下,直入大堂。

침중한 외침소리가 정당으로 전해졌다. 순무대인은 급히 공안을 떠나 마중나갔다. 머리에는 황색의 일상 모자를 쓰고 황색 비단장포를 입은 삼순 가량의 사람이 두 명의 경장차림 시위의 호위하에 그대로 대당으로 들어섰다.

這時,不過是申初光景,金黃色的陽光,照射在七王爺身上。只見他雙目微現紅腫,臉上一片戚傷、沉痛。神眼楊晉,一瞥七王爺的神色,立時心神大震。他已感覺到,這是一樁驚心棘手的大案子。

이때 신시가 막 지났을 때라 황금색 태양빛이 칠왕야의 몸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약간 붉게 부었고 얼굴에는 한 조각 슬픔과 침통함이 나타났다. 신안 양진은 칠왕야의 신색(神色)을 힐끗 보고서 즉시 심신이 크게 흔들렸다. 이것은 몹시 놀랍고 까다로운 큰 사건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那身著朝服巡撫大人,一撩袍,跪了下去,道:「應天府正堂,鎮江南巡撫銜胡正光,叩見七王爺。」

조복을 입은 순무대인은 옷자락을 걷어올리고 꿇어앉아 말했다.

"응천부의 정당에서 강남순무직을 맡고 있는 호정광(胡正光)이 칠왕야를 알현합니다."

七王爺揮揮手,道:「胡大人請起。」

칠왕야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호대인, 일어나시오."

胡正光一拜而起,道:「謝王爺。」

호정광이 일배하고 일어나서 말했다.

"왕야께 감사드립니다."

七王爺黯然歎道:「小王不幸,府中驚盜,胡大人掌應天府,小王特來報案。」

칠왕야는 암연히 탄식하더니 말했다.

"불행히도 소왕의 부중에 강도가 들었는데 호대인이 응천부를 관장하니 소왕이 특별히 와서 신고하는 것이오."

胡正光長揖相讓,使七王爺坐了賓位,才欠身說道:「王爺府中驚盜,卑職督下不嚴,先行領罪。」

호정광이 장읍하며 칠왕야를 손님자리에 앉게 하고는 그제서야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왕야의 부중에 도둑이 든 것은 비직의 감독이 엄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 죄에 대한 처분을 받겠습니다."

七王爺道:「事出太突然,怪不得大人,入府盜匪,亦非一般匪徒,但願大人能早日緝得元兇,正法除害,叫小王為蘭妃洗冤,大人如需小王協力之處,小王亦願助一臂。」

칠왕야가 말했다.

"사건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발생했으니 대인을 탓할 수 없소. 부에 침입한 도적 역시 일반적인 도적이 아니오. 대인이 빠른 시일 내에 원흉을 체포하고 법을 집행하여 해악을 제거함으로써 소왕으로 하여금 난비(蘭妃)의 억울함을 씻어줄 수 있게 해주시오. 만일 소왕이 협력할 것이 있다면 소왕 역시 한 팔의 힘이 되길 원하오."

胡正光聽得頭皮發炸,臉上直滴汗珠兒,垂直屈膝,道:「怎麼,王妃也受到傷害了。」

호정광은 듣고 머리가 터질 듯 했다. 얼굴에서는 구슬땀이 꿇어앉은 무릎으로 떨어졌다.

"왕비는 어떻게 해를 당한 것입니까?"

七王爺低聲道:「現場寸草未動,請大人起駕到現場查驗。」

칠왕야가 나직이 말했다.

"현장은 풀 한 포기 건드리지 않았소. 대인이 현장으로 와서 조사해주시오."

胡正光連聲應是,一面起駕王府,口中道:「此乃卑職份內之事,七王爺一紙宣召,卑職自當趨王府受命,怎敢勞動王爺的大駕。」

호정광이 연신 예예, 대답하면서 한편으로 말했다.

"이것은 비직의 본분이니 칠왕야께서 부르시기만 하면 비직이 당연히 왕부로 달려가 명을 받았을 것입니다. 어찌 감히 왕야께서 수고스럽게 거동하시도록 했겠습니까?"

七王爺道:「大明律法,立於先祖,小王雖受皇兄厚封,領掌南六省兵馬大權,但貴府乃一方佈政大員,掌理三司,小王理應依律報案,小王先行一步,大人請即起駕。」

칠왕야가 말했다.

"대명의 율법은 선조께서 세우신 것이오. 소왕이 비록 황형(皇兄)의 후의로 남육성의 병마권을 쥐고 있지만 귀 부는 한 지방을 다스리는 높은 관원이며 삼사(三司)를 관장하고 있으니 소왕은 이치상 당연히 율법대로 사건을 신고해야 하오. 소왕은 한 걸음 먼저 갈테니 대인은 즉시 출발해주시오."

胡正光道:「卑職立刻趨府。」

호정광이 말했다.

"비직이 즉시 왕부로 가겠습니다."

緊行兩步,接道:「送王爺。」

재빨리 두 걸음 걸어가며 말했다.

"왕야를 배웅하겠습니다."

七王爺一揮手,道:「不敢有勞。」

칠왕야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감히 수고를 끼치지 않겠소."


※※※


胡正光拂拭一下頭上的汗水,道:「可惡匪徒!夜入王府,傷害王妃,這還得了麼?」

호정광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가증스러운 비적이로군! 밤중에 왕부로 들어가 왕야의 비를 살해하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

劉文喪低聲說道:「大人,看王爺神情,並無故意為難大人之心,此乃大人官聲清正,受知賢王,只要能早日破案,正法元兇,決不會影響到大人前程。」

유문장이 나직이 말했다.

"대인, 왕야의 기색을 보니 고의로 대인을 난처하게 만들 마음은 결코 없었습니다. 이것은 관리로서 청렴하고 정작한 대인의 명성을 현왕(賢王)께서 알아주시는 것입니다. 일찌감치 사건을 해결하고 원흉을 처단하기만 한다면 결코 대인의 앞길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


這是王府中一座庭院,百盆秋菊盛放,陣陣花氣襲人。十幾個青衣掛刀的捕快,分佈在庭院之中。胡正光帶著劉文長和神眼楊晉,緩步登上五層玉階,行入了精緻的玉蘭閣。這是七王爺最寵愛的蘭妃閨房。

이곳은 왕부의 어느 정원이었다. 수많은 화분에는 추국(秋菊)이 활짝 피어있어 간간이 꽃냄새가 풍겨왔다. 청의에 칼을 건 수십 명의 포쾌(捕快:포졸?)가 정원 안에 나뉘어 배치되었다. 호정광은 유문장과 신안 양진을 데리고 천천히 다섯 개의 옥계단을 올라가서 정교하고 치밀한 옥란각(玉蘭閣)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칠왕야가 가장 총애하던 난비(蘭妃)의 규방이었다.

紫綾幔壁,佈置精雅,錦榻上紗帳低垂,隱隱可見一個橫臥的美麗胴體。楊晉快行一步,揭起紗帳。鮮血染紅的白綾被單上,倒臥一具只穿著肚兜的女屍。

자색 비단 휘장이 벽을 이루어 배치가 우아했다. 비단 침상 위에는 비단 휘장이 낮게 드리워졌는데, 가로 누운 아리따운 동체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양진이 재빨리 걸어가서 비단 장막을 걷어올렸다. 선혈이 붉게 물든 흰비단 홑이불 위에 두두(肚兜:가슴과 배만 가리는 내의)만 걸친 한 구의 여자시체가 누워있었다.

楊晉心頭暗道:「無怪七王爺不許我先行查看,原來是不願王妃屍體陰靈多受驚擾。」

양진은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어쩐지 칠왕야가 내가 먼저 조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했더니 원래 왕비의 시체를 자꾸 건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셨구나.'

胡正光似是忘記自己是一品大員的身份,用袍袖拭一下頭上汗水,道:「楊總捕頭,傷在何處?」

호정광은 자기가 일품의 높은 관직에 있는 신분임을 잊어버린 듯 소매자락으로 이마의 땀을 닦더니 말했다.

"양총포두, 어디를 다친 것인가?"

楊晉道:「當胸一刀,深及心腹,兇徒的手法很重。」

양진이 말했다.

"가슴의 일도(一刀)는 깊이가 심장과 배까지 미쳤군요. 흉수의 수법은 아주 심했습니다."

胡正光道:「別處有傷麼?」

호정광이 말했다.

"다른 곳은 상한 데가 없는가?"

楊晉道:「一刀斃命。」

양진이 말했다.

"일도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胡正光道:「王妃遺體,不能太受驚擾,不用仵作驗屍,你費心仔細查看一下。」

호정광이 말했다.

"왕비의 유체는 너무 건드려서는 안되며 검시(驗屍)를 할 필요가 없네. 자네는 자세히 조사해보게."

楊晉輕輕撥動一下屍體,道:「回大人,王妃先被人點中了穴道,然後……」

양진이 살짝 시체를 한번 움직여보고는 말했다.

"대인께 아룁니다. 왕비는 먼저 누군가에게 혈도를 짚혔고 그런 다음..."

突然住口。

돌연 입을 다물어버렸다.

胡正光道:「然後怎麼樣啊?」

호정광이 말했다.

"그런 뒤 어떻다는 건가?"

楊晉低聲道:「先姦後殺。」

양진이 나직이 말했다.

"선간후살(先姦後殺)입니다."

胡正光呆了一呆,道:「可惡,可惡至極。」

호정광은 멍해져서 말했다.

"가증스럽구나, 너무도 가증스러워."

楊晉放下了錦榻紗帳,銳厲的目光,四下打量了一陣,突然飛身而起,手攀橫樑,瞧了一陣,落著實地。

양진이 침상의 휘장을 내리고는 예리한 눈빛으로 사방을 한바탕 훑어보다가 돌연 몸을 날려 손으로 대들보를 잡고 올라가더니 한동안 살펴보고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劉文長道:「楊兄,瞧出一些眉目麼?」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 실마리를 좀 찾아냈소?"

楊晉微微頷首,道:「匪徒輕功絕佳,曾在樑上停身,但不知他何時混入了蘭妃的臥室……」

양진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비적의 경공은 아주 뛰어나며, 미리 대들보 위에 머물러 있었소. 하지만 그가 언제 난비의 와실(臥室:침실)로 잠입했는지는 모르겠구려..."

語聲微頓,接道:「大人,據屬下查看王妃屍體,似是在二更到三更之間遭殺,王府中警備森嚴,巡更不絕,那匪徒竟似入無人之境……」

잠시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대인, 속하가 왕비의 시체를 조사해본 바로는 이경에서 삼경 사이에 살해당한 것 같습니다. 경비가 삼엄하고 순찰이 끊이지 않는 왕부를 그 비적은 무인지경으로 잠입한 듯 하군요..."

胡正光嗯了一聲,道:「你的意思是……」

호정광은 음, 하더니 말했다.

"자네의 그 말은..."

楊晉道:「請大人稟明王爺,問問昨夜巡更、當值的府衙。」

양진이 말했다.

"어젯밤 순찰과 당직을 했던 부의 시위들을 한번 심문해볼 것을 왕야께 아뢰어 주십시오."

胡正光沉吟了一陣,道:「楊捕頭,這件案子一定要破,為了你,也為了我,七王爺的寵妃,遭人姦殺,那是誠心要我罷官削職,也是誠心和你過不去。」

호정광은 한바탕 침음하다가 말했다.

"양포두, 이 사건은 자네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네. 칠왕야께서 총애하시던 비가 간살을 당했으니 그건 일부러 나를 삭탈관직시키려 하는 것이며 자네를 괴롭히는 것이네.."

楊晉道:「大人,我會盡力,但這件案子太玄奇,就現場所見而論,兇手不但手段毒辣,而且心思慎密,武功又高不可測。」

양진이 말했다.

"대인, 저는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만 이 사건은 너무도 기이합니다. 현장을 살펴본 바로는 흉수는 수단이 독랄할 뿐 아니라 생각이 주의깊고 세심하며 무공의 높이 또한 측량할 수 없습니다."

胡正光臉色一變,道:「照你的說法,這件案子是破不了啦。」

호정광은 낯빛이 일변하더니 말했다.

"자네의 말에 비추어보자면 이 사건은 해결할 수 없겠군."

楊晉道:「大人,卑職蒙大人厚愛,自會全力以赴,破不了這件案,卑職也無顏再幹這應天府的總捕。」

양진이 말했다.

"대인, 비직은 대인의 두터운 보살핌을 입었으니 당연히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비직도 응천부의 총포두 노릇을 더이상 할 낯이 없습니다."

胡正光神色肅然的說道:「這不是你辭了總捕頭就能完事的案子,破不了,只怕還得受牢獄審訊的處分……」

호정광은 숙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총포두를 사직한다고 끝날 사건이 아닐세. 해결하지 못하면 뇌옥에 갇혀 취조를 받을 처분이 내려질 걸세..."

輕輕咳了一聲,臉上又變了一副神情,拍拍楊晉肩膀,接道:「你和文長,一文一武,才把應天府治理的一片昇平,這一次事情,鬧的太大,我想替你擔待一下,你放開手幹,只要能把案子破了,不管你用什麼方法……」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얼굴 표정을 또 바꾸어 양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자네와 문장이 일문일무(一文一武)를 맡아야만 응천부를 태평하게 다스릴 수 있네. 이 일이 너무 떠들썩해졌는데 나는 조금 관대해지고 싶네. 자네는 마음껏 해보게. 사건을 해결하기만 한다면 자네가 무슨 방법을 써도 상관이 없네..."

這當兒,一個穿著長衫的中年人快步行進來,打斷胡正光未完之言。

이때 장삼을 걸친 한 명의 중년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서 호정관의 말을 잘랐다.

那長衫人輕輕咳了一聲,抱抱拳,道:「王爺交代,大人如是查驗過屍體現場,請到廳中回話。」

그 장삼인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포권하며 말했다.

"왕야께서 이르시길, 대인께서 시체와 현장을 조사하셨다면 청으로 와서 보고하라고 하십니다."

胡正光雖是巡轄江南六省的大員,但對於親王府中人,還是不敢開罪,當下一拱手,道:「先生是王府……」

호정광은 비록 강남육성을 관할하는 고위 관원이지만 친왕의 부중 사람에 대해서는 감히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즉시 공수하며 말했다.

"선생은 왕부에서..."

長衫人笑一笑,接道:「總管。」

장삼인은 웃으며 말했다.

"총관입니다."

胡正光啊一聲,抱拳道:「請教總管高姓是……」

호정광이 아, 하더니 포권하며 말했다.

"총관의 높으신 성을 가르쳐 주시오..."

長衫人欠身道:「不敢當,大人,敝姓水。」

장삼인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천만에요, 대인. 제 성은 수(水)입니다."

胡正光道:「水兄,跟王爺很久了。」

호정광이 말했다.

"수형은 왕야를 따른 지가 아주 오래되었겠구려."

水總管淡淡一笑,道:「是的,卑職是幼小追隨七王爺,總有二十多年了吧l蒙王爺栽培,償了卑職四品銜,管理王府事務。」

수총관이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비직이 어려서부터 칠왕야를 따랐으니 총 이십 년이 넘었지요.. 칠왕야의 발탁을 받아 사품의 직함으로 왕부의 사무를 관리하게 되었답니다."

敢情親王府中,一個總管,就是四品的官銜。

알고보니 친왕부에서 총관은 사품(四品)의 관직이었다.

胡正光道:「本府無能,使王妃遭劫,水總管常隨王爺身側,還望能從中美言一二。」

호정광이 말했다.

"본 부가 무능하여 왕비께서 겁난을 당하게 하였소. 수총관은 늘 왕야 곁을 따르니 중간에서 좀 좋게 말씀드리기 바라오."

說完話,竟然抱拳一揖。

말을 마치더니 놀랍게도 포권하여 읍을 했다.

水總管欠身還禮,道:「大人,言重了,王爺對大人十分敬重,所以才親去府堂報案,至於在下麼?如能代為效勞,自然從中緩頰。」

수총관이 허리를 굽혀 답례하며 말했다.

"대인, 말씀이 과하십니다. 왕야께서는 대인을 십분 공경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친히 응천부의 정당으로 가서 신고를 하셨지요. 저야 대신 힘을 쓸 수 있다면 당연히 가운데서 중재를 할 것입니다."

胡正光道:「多謝總管,此情後補,本府定有一報。」

호정광이 말했다.

"총관께 감사드리오. 그 성의는 나중에 본부가 반드시 보답하겠소."

水總管笑一笑,接道:「大人王爺還在廳中候駕,不知諸位驗屍是否完成?」

수총관이 웃으며 말했다.

"대인, 왕야께서는 청에서 기다리고 계신데 제위들께서는 검시를 다 하셨는지요?" 

胡正光道:「好啦!有勞總管帶路。」

호정광이 말했다.

"알겠소! 총관께서 길을 안내해주시오."

水總管道:「有僭了。」

수총관이 말했다.

"그럼 주제넘게 앞장서겠습니다."

舉步當先而行。

걸음을 옮겨 먼저 걸어갔다.

胡正光急行一步,錯一個肩頭,緊追在水總管的身後,道:「聽說這位蘭妃,極受王爺寵愛,是麼?」

호정광이 급히 발걸음을 떼어 수총관의 뒤를  어깨 하나 차이로 바짝 뒤따르며 말했다.

"듣기로 난비는 왕야께 극히 총애를 받았다던데 맞소?"

水總管黯然應道:「是的,大人,蘭妃極受七王爺惜愛,自從血案發生,王爺粒米滴水未進,心中哀痛不言可喻了。」

수총관이 암연히 대답했다.

"예. 대인, 왕야께서는 난비를 극히 아끼셨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부터 왕야께서는 쌀 한 톨, 물 한 모금 드시지 않으셨으니 마음 속의 애통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胡正光道:「承教,承教。」

호정광이 말했다.

"가르침을 받았구려."

心頭卻又像被人敲了一拳似的。七王爺呆呆的坐在大廳中一座黃色的錦墩上,沉重哀痛,似乎已使他有些神不守舍。

가슴을 주먹으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칠왕야는 멍하니 대청 안의 황색 비단의자에 앉아있었다. 침중한 애통함이 그로 하여금 제 정신이 아니게 만든 듯 했다.

水總管還未進廳門,人已屈下了一膝,道:「應天府胡大人到。」

수총관은 청 문을 들어가지도 않고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응천부의 호대인께서 도착했습니다."

七王爺站起身子,揮揮手,道:「請他進來。」

칠왕야가 일어나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들어오라 하라."

胡正光哈著腰進入廳中,劉文長、神眼楊晉,留在廳外面。未得七王爺的宣召,兩個人不敢擅入。

호정광은 허리를 구부린 채 청 안으로 들어갔고 유문장, 신안 양진은 청 밖에 남았다. 칠왕야의 부름이 없었으니 두 사람은 감히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胡正光一撩袍,屈膝欲跪,道:「卑職叩見王爺。」

호정광이 옷자락을 걷어올리고 무릎을 꿇으려 하면서 말했다.

"비직이 왕야를 알현합니다."

七王爺一側身,道:「大人請起。」

칠왕야가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대인, 일어나시오."

胡正光道:「謝王爺。」

호정광이 말했다.

"왕야께 감사드립니다."

七王爺道:「大人請坐。」

칠왕야가 말했다.

"대인, 앉으시오."

胡正光半個屁股,搭在錦墩上,道:「卑職謝座。」

호정광이 반쯤 허리를 구부린 채 비단 의자에 앉고는 말했다.

"비직, 감사히 앉겠습니다."

七王爺道:「唉!大人看過現場了。」

칠왕야가 말했다.

"후! 대인은 현장을 보셨소?"

胡正光道:「看過了。」

호정광이 말했다.

"보았습니다."

七王爺道:「大人對此事有何高見。」

칠왕야가 말했다.

"대인은 이 일에 대해 어떤 고견이 있으시오?"

胡正光道:「惡徒手毒心狠,罪該萬死,卑職當飭令屬下,限期緝捕歸案,替王妃報仇。」

호정광이 말했다.

"악적은 손속이 독하고 마음이 악랄하니 만 번 죽어 마땅한 죄입니다. 비직은 속하들에게 기한 내에 잡아들여서 왕비의 복수를 하도록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七王爺道:「胡大人看法,要多少時間,可以捕到正凶?」

칠왕야가 말했다.

"호대인이 보기에 얼마의 시간이 있어야 주범을 붙잡을 수 있겠소?"

胡正光呆了一呆,道:「這個,王爺恩典?卑職將盡出府中捕快,盡早捕捉兇徒。」

호정광이 멍해져서 말했다.

"그건 왕야께서 은전을 베풀어주십시오. 비직은 부중의 포쾌를 모조리 내보내어 가능한 빨리 흉수를 체포하겠습니다."

七王爺道:「胡大人,這件案子很辣手,你自己定個期限。」

칠왕야가 말했다.

"호대인, 이 사건은 아주 까다롭소. 당신 자신이 기한을 정하시오."

胡正光臉上的汗珠兒,一顆接一顆直往下滾,只要一句,就算賭上了他的前程,到期限,如若是破不了案,能落個罷官削職,那還算祖上有德,一個不好,那就是株連滿門,全家問斬的罪,七王爺領綰江南軍政,聖賜上方劍,有先斬後奏之權。

호정광의 얼굴에서 한 알의 땀방울이 굴러떨어졌다. 한 마디가 그의 앞길을 건 도박이라 할 수 있었다. 기한에 되어도 만약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삭탈관직될 수 있는데 그건 조상의 보살핌이 있는 셈이다. 한 명이 잘못되어 온 가문에 연좌되면 가족 전부가 참수형의 죄를 받을 것이다. 칠왕야는 강남의 군정(軍政)을 이끌고 있으며, 성상께서 하사하신 상방검(上方劍)은  죄인을 먼저 처결하고 나서 보고해도 되는 권한이 있었다. 

越想越怕,汗水越大,偷抬雙目,望了七王爺一眼。

壯著膽子,道:「卑職和屬下總捕談過……」

생각할수록 두려웠고 땀방울이 갈수록 커졌다. 두 눈으로 왕야를 한번 훔쳐보고는 간신히 용기를 내어 말했다.

"비직과 속하 총포두가 이야기한 적이 있사옵니다..."

七王爺接道:「他怎麼說?」

칠왕야가 말했다.

"그가 어떻게 말했소?"

胡正光道:「他說,賊人惡毒,但武功絕高,恐非一時之間能夠緝捕。」

호정광이 말했다.

"그가 말하길 도적놈은 악독하지만 무공이 고절하여 일시지간 체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七王爺道:「貴府的總捕現在何處?」

칠왕야가 말했다.

"귀 부의 총포두는 지금 어디에 있소?"

水總管傳話出去,楊晉垂首欠身而入,道:「應天府總捕楊晉,叩見王爺金安。」

수총관이 말을 전하러 나갔다. 양진이 머리를 숙이고 몸을 굽힌 채 들어와 말했다.

"응천부의 총포두 양진, 왕야를 알현합니다."

七王爺道:「胡大人你問貴府總捕,給我一個期限。」

칠왕야가 말했다.

"호대인, 당신이 귀 부의 총포두에게 기한을 물어보시오."

胡正光側臉望了楊晉一眼,道:「楊晉,你想想看,多少天能夠破案,七王爺大度容天,你估算清楚些。」

호정광이 고개를 틀어 양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양진, 며칠의 시간이 있어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게. 칠왕야께서 너그러이 며칠은 용인하시니 자네는 분명하게 어림잡아 계산해보게."

楊晉道:「回大人話,來人武功很高,卑職想求大人多寬限幾日?」

양진이 말했다.

"대인께 보고드립니다. 침입자의 무공이 아주 높아 비직은 대인께서 며칠 늦추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胡正光道:「你倒是說個時限啊!」

호정광이 말했다.

"시한을 말해보게!"

楊晉道:「三個月。」

양진이 말했다.

"삼 개월입니다."

胡正光抬頭望望七王爺,道:「三個月……」

호정광이 고개를 들어 칠왕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삼 개월입니다..."

七王爺皺了眉頭,道:「三個月麼?……」

칠왕야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삼 개월?..."

胡正光道:「卑職盡量追他們限前破案。」

호정광이 말했다.

"비직이 최선을 다해 그들을 뒤쫓아 기한 안에 사건을 해결하겠습니다."

七王爺長嘆一聲,道:「好吧!就以三月為期,希望貴府在限期之內,捕得元兇,為小王蘭妃申冤。」

칠왕야가 길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알겠소! 석 달을 기한으로 합시다. 귀 부에서 기한 내에 원흉을 체포하여 소왕의 난비가 억울함을 씻기를 희망하오."

胡正光一欠身,並謝過王爺恩典。

호정광이 허리를 숙이며 동시에 왕야의 은전에 감사드렸다.

正待告退,神眼楊晉突然欠身說道:「楊晉有事,啟稟王爺。」

막 물러가려고 하는데 신안 양진이 돌연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양진이 왕야께 아뢰옵니다."

七王爺道:「嗯!什麼事?」

칠왕야가 말했다.

"음! 무슨 일인가?"

楊晉道:「王府中戒備森嚴,宵小竟能夜入王府行兇,王府中巡更當值,也許能提供一些線索。」

양진이 말했다.

"왕부의 경계가 삼엄한데 도적이 밤에 왕부에 들어와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습니다. 왕부의 순찰당직이 어쩌면 조금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七王爺點點頭,道:「昨夜中當值的府衛巡更,都已收押王府,貴府如有需要,可以提入應天府去詢問。」

칠왕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어젯밤 당직했던 부의 시위들과 순찰은 모두 이미 왕부에 감금되어있소. 귀 부에서 필요하다면 응천부로 끌고가서 물어보아도 되오."

楊晉道:「王爺明鑒。」

양진이 말했다.

"왕야,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七王爺道:「胡大人,還有需要小王協助之處麼?」

칠왕야가 말했다.

"호대인, 또 소왕의 협조가 필요한 곳이 있소?"

胡正光道:「不敢再勞動王爺,卑職告退了。」

호정광이 말했다.

"감히 더이상 왕야께 수고를 끼칠 수 없습니다. 비직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七王爺回顧了水總管一眼,道:「昨夜巡更當值的府衛一十八人,立刻押送應天府。」

칠왕야가 수총관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젯밤 순찰당직을 했던 부위 십팔인을 즉각 응천부로 압송시키도록 하라."

水總管一哈腰,應道:「王爺金安。」

수총관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왕야, 잘 알겠사옵니다."

七王爺一揮手,道:「代我送客。」

칠왕야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대신 손님을 배웅해드리거라."

轉身行入內室。胡正光抱拳過胸,哈著腰退到廳外。

돌아서서 내실로 들어갔다. 호정광은 가슴께에 포권하여 허리를 구부린 채로 청 밖으로 물러났다.

水總管送到王府門外,道:「十八名府衛,我立刻要他們押送貴府。」

수총관은 전송하여 왕부의 문 밖에 이르러서 말했다.

"부중의 시위 십팔 명은 즉시 귀 부로 압송시키겠습니다."

胡正光道:「總管照顧。」

호정광이 말했다.

"총관이 잘 알아서 해주시오."

水總管低聲道:「大人,三月的限期長了一些,王爺雖然答應了,但卻面有不悅之色,大人如能限期之前破了此案,必能得王爺嘉獎。」

수총관이 나직이 말했다.

"대인, 석 달의 기한은 좀 깁니다. 왕야께서는 비록 승낙하셨지만 얼굴에는 기쁜 기색이 없었습니다. 대인께서 기한 내에 이 사건을 해결한다면 틀림없이 왕야께서 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胡正光道:「卑職盡力逼他們限前破案,還望總管大人,能在王爺面前口角春風,美言一二,卑職定有報答。」

호정광이 말했다.

"비직은 최선을 다해 기안 안으로 해결토록 할 테니 총관대인은 왕야 면전에서 좋은 말씀 좀 드려주시기 바라오. 비직은 꼭 보답하겠소."

水總管笑一笑,道:「大人言重了,我如能盡力時,自會替大人遮擋,遮擋。」

수총관이 웃으며 말했다.

"대인, 말씀이 과하십니다. 내가 힘을 써야 할 때라면 당연히 대인을 막아드릴 것입니다."

胡正光又深深一揖,才登轎回府。劉文長也坐著一頂轎子,楊晉是騎馬而來。

호정광은 또 깊이 읍을 하고서야 가마에 올라  말했다. 유문장도 가마에 앉았다. 양진은 말을 타고 왔었다.

神眼楊晉,正要飛身上馬,卻被劉文長攔住,低聲道:「楊兄,在兄弟的小轎裡擠一下,有點事,咱們得商量商量。」

신안 양진이 막 몸을 날려 말에 오르려 하는데 유문장이 말리며 나직이 말했다.

"양형, 비좁더라도 형제의 가마를 탑시다. 우리가 상의해야할 일이 좀 있소."

一轎雙乘,就這樣楊晉就擠入了轎中。

한 가마에 두 사람이 올랐다. 그렇게 양진은 가마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劉文長放上垂簾,才輕輕咳了一聲,道:「楊兄,此案關係重大,影響到大人的前程……」

유문장이 가마의 발을 내리고는 그제서야 가볍게 마른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양형, 이건 대인의 앞길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건이오..."

楊晉接道:「這個,我也知道。」

양진이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劉文長道:「楊兄是當代名捕,對這件案子的看法如何?」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은 당대의 명포두인데 이 사건에 대한 견해가 어떠하시오?"

楊晉道:「王府的守衛不少,但那人入府行兇,似入無人之境,而且做案之後,又未留下一點痕跡,顯然是一位做案的高手,因此,在下覺著這件案子,十分棘手,只怕不是短時間能夠破掉。」

양진이 말했다.

"왕부를 지키는 시위들이 적지 않소. 하지만 그자가 왕부에 침입하여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마치 무인지경(無人之境)에 들어가듯 했으며, 게다가 사건을 저지른 뒤 한 점의 흔적도 남기지 않았으니 사건을 저지른 자는 고수가 분명하오. 그 때문에 나는 이 사건은 매우 까다롭다고 느끼고 있소.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듯 하오."

劉文長道:「楊兄,準備如何給大人回話呢?」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 대인께 어떻게 보고드릴 참이오?"

楊晉道:「在下,只好據實回答了。」

양진이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 밖에 없소이다."

劉文長道:「楊兄,大人對此事,極為困擾,楊兄,如再不能給大人一個限期,大人的心情,只怕是更為沉重了。」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 대인은 이 일에 대해 극도로 전전긍긍하고 계시오. 양형, 대인께 기한을 다시 드리지 못한다면 대인의 심정은 훨씬 무거우실 것 같소."

楊晉道:「文長兄,這等事,兄弟只能盡力,不能在大人面前,故作豪壯之語。」

양진이 말했다.

"문장형, 이런 일은 형제가 오직 최선을 다할 뿐 대인의 면전에서 일부러 호기롭게 말을 할 수는 없소이다."

劉文長聲音十分低微的說道:「楊晉兄,大人待咱們不薄,咱們應該替他分擔一些憂苦才是。」

유문장은 목소리를 아주 낮추어 말했다.

"양진형, 대인께서 우리를 박하게 대하지 않으셨으니 우리는 그 분의 근심을 조금은 덜어드려야 마땅하오."

楊晉道:「文長兄說的是,但在下實在想不出有什麼良策了。」

양진이 말했다.

"문장형의 말씀이 맞소. 하지만 저는 실로 무슨 좋은 계책이 떠오르지 않는구려."

劉文長道:「楊兄,可否來一個李代桃僵,以假亂真。」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속여서 대체할 수는 없겠소?"

楊晉道:「這個,有些不妥當,過了限期不能破案,也不過是一個追捕不力的罪名,如若弄出一個假人假案出來,七王爺一旦識破,不但要坐實兄弟的大罪,只怕大人和文長兄,也要受到株連。」

양진이 말했다.

"그건 좀 적절치 않구려. 기한이 지나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추격하여 체포하지 못한 죄명만 있을 뿐이오. 헌데 만약 가짜로 사건을 해결한 듯 했다가 칠왕야께서 일단 간파하신다면 형제가 죄를 받아야할 뿐만 아니라 대인과 문장형도 연좌될 것 같소이다."

劉文長道:「楊兄話雖不錯,但咱們一味承大人器重,俗語說的好,養兵千日,用兵一時,大人遇上了這等苦惱的事,咱們理當為他分憂,兄弟的意思是,咱們找一個妥善的辦法,安慰其心,致於以後如何,咱們再從長計議了。」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의 말이 비록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인께 중용되었소. 속담에 천 일간 양병(養兵)을 하는 것은 한 번 쓰기 위함이라고 했소. 대인께서 이렇게 속썩이는 일을 당하셨으니 우리는 도리상 당연히 근심을 덜어드려야 하오. 형제의 생각은 우리가 적당한 방법을 찾아 그 마음을 안심시켜드리고 이후에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다시 멀리 보면서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오."

手捋長髯,沉吟了一陣,道:「如若咱們安排一個死無對證的結局,再設法打點一下,七王爺雖然心中存疑,但他無法證明,也只有不了了之。」

손으로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한동안 침음하더니 말했다.

"만약 우리가 죽어서 대질할 수 없는 결말을 마련하고 다시 처리방법을 강구한다면 칠왕야께서 비록 마음 속에 의문이 있겠지만 증명할 길이 없어 중간에서 흐지부지될 수 밖에 없을 게요."

楊晉道:「文長兄的才氣,在下向來佩服,但這件事兄弟不能立刻答應,俟回府之後,看看大人的意思,再作道理。」

양진이 말했다.

"문장형의 재기(才氣)는 제가 본래 감탄해마지 않았소. 하지만 이건 형제가 즉시 응답할 수 없으니 부에 돌아간 뒤 대인의 의사를 들어보고 다시 계획을 세웁시다."

應天府距離王府並不太遠,不大工夫,已到了府外。劉文長的轎子停下。

응천부는 왕부에서의 거리가 결코 멀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이미 부 밖에 도착했다. 유문장의 가마가 멈추었다.

轎外面立時傳來了督府長隨胡義的聲音,道:「劉爺、楊爺,大人吩咐請兩位到內宅花廳待茶。」

가마 밖에서 독부장수(督府長隨) 호의의 음성이 전해왔다.

"유나으리, 양나으리. 대인께서는 두 분께 차를 드시러 내택(內宅)의 화청으로 오시라 하셨습니다."

事情早已在劉文長的意料之中,掀簾出轎,說道:「我們隨後就到。」

사정은 벌써 유문장의 예상 속에 있었다. 발을 젖히고 가마를 나가서 말했다.

"뒤따라 가마."

胡義一欠身,道:「小的給兩位帶路。」

호의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소인이 두 분께 길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劉文長道:「楊兄,大人為此事,心情很壞,等一會,咱們多說幾句寬慰他的話了。」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 대인은 이 일로 인해 심정이 몹시 괴롭소이다. 이따가 우리는 그분을 안심시켜드리는 몇 마디 말을 합시다."

楊晉點點頭。胡正光連朝服也沒有換,背著雙手,不停在花廳上走動。

양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정광은 조복조차 갈아입지 않고 뒷짐을 진 채 쉼없이 화청(花廳)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胡義行前兩步,道:「劉爺和楊爺駕到。」

호의가 두 걸음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류나으리와 양나으리가 도착했습니다."

胡正光停下腳步,道:「快請進來。」

호정광은 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

"속히 들라하라."

劉文長,楊晉並肩而入,道:「給大人見禮。」

유문장, 양진이 나란히 들어와서 말했다.

"대인을 뵙습니다."

撩起衣角,準備叩拜。

옷자락을 들어오려 절을 하려고 했다.

胡正光一揮手,道:「不用多禮了,兩位請坐下。」

호정광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너무 예의차리지 말고 앉도록 하게."

兩人站起身子,在花廳木案兩邊的木椅上坐了下來。胡正光沒有坐,他心裡太緊張,有些坐不安椅,來回的走動著,說道:「楊總捕頭,三個月的限期很長了,能不能如期破案。」

두 사람은 몸을 일으켜 화청 나무책상 양 가의 나무의자에 앉았다. 호정광은 앉지 않았다. 그는 마음 속이 몹시도 긴장되어 좌불안석하며 왔다갔다하면서 말했다.

"양총포두, 삼 개월의 기한은 아주 긴데 사건을 해결할 수는 있겠는가?"

楊晉道:「回大人,屬下盡力而為。」

양진이 말했다.

"대인께 아룁니다. 속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胡正光輕輕嘆息一聲道:「楊總捕頭,這些年來,本府待你如何?」

호정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양총포두, 요 몇 년간 본 부가 자네를 어떻게 대했는가?"

楊晉道:「恩重如山,屬下死不足報萬一!」

양진이 말했다.

"은혜가 산처럼 무겁습니다. 속하는 죽어도 만분지일도 보답하지 못합니다!"

胡正光道:「這就是了,如若三月期限無法破案,本府這頂烏紗,故然難保,只怕我一家老少的性命,也要斷送在這件血案之上,千不該,萬不該,死的不該是七王爺的寵妃……」

호정광이 말했다.

"그러면 됐네. 만약 석 달 기한에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본 부는 이 관직을 보존하기 어려울 걸세. 다만 나의 일가노소의 목숨도 이 살인사건에 잃어서는 절대 안되네. 죽은 사람이 칠왕야께서 총애하는 비가 아니었어야 했네..."

劉文長緩緩接道:「大人事已至此,急在善後,王府不少府衛,護院,竟然無法保護七王爺一個寵妃的安全,七王爺口雖未言,心中有數,以文長的看法,七王爺並未對大人有絲毫遷怒之意,三月的限期,不算長,也非太短,以楊總捕在江南地面上的威望,不難查出兇手,大人也不用為此太過憂慮了。」

유문장이 천천히 말을 받았다.

"대인,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뒤처리를 잘하는 것이 급합니다. 왕부에 적잖은 부위, 호원이 있는데 놀랍게도 칠왕야께서 총애하시던 비의 안전을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칠왕야께서 입으로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지만 마음 속으로 계산이 있을 것입니다. 문장의 견해로는 칠왕야께서는 결코 대인에게 추호도 화풀이하실 뜻이 없습니다. 석 달의 기한은 길지도 너무 짧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강남 땅에서 양총포두의 위망(威望)이라면 어렵지 않게 흉수를 색출해낼 것인즉 대인께서도 이것 때문에 너무 염려하실 필요없습니다."

輕輕嘆息一聲,胡正光緩緩說道:「文長,七王爺很賞臉了,給了三個月的限期,如若,我們無法在三個月內破了此案,那後果……」

가볍게 탄식하더니 호정광이 천천히 말했다.

"문장, 칠왕야께서 체면을 보아주셔서 삼 개월의 시간을 주셨다네. 만약 우리가 삼 개월 내에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뒤의 결과는..."

劉文長輕輕咳了一聲,道:「大人,這一點,屬下早想到了,萬一三月限期之內,無法破案,為了保護大人的前程,咱們給他來一個……」

유문장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대인, 그 점은 속하도 일찌기 생각했습니다. 만일 석 달의 기한 내에 해결 못한다면 대인의 앞길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突然住口不言。

돌연 입을 다물어 버렸다.

胡正光坐下身子,低聲說道:「文長,你的才氣,素為我所敬重,這件事關係太大了,你說說看,這還有什麼別的辦法?」

호정광이 앉더니 나직이 말했다.

"문장, 자네의 재기는 본디 내가 존경하는 바이네. 이 일은 너무도 크게 관계되어 있으니 또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는지 한번 말해보게."

劉文長緩緩道:「大人,屬下受大人知遇,自該全力報效,屬下的意思是,不能限期之內,咱們就來一個李代桃僵。」

유문장이 천천히 말했다.

"대인, 속하는 대인께 중용되었으니 마땅히 온 힘을 다해 보답하여야 합니다. 속하의 생각은 기한 내에 불가능하다면 한 명의 가짜를 내세우는 것입니다."

胡正光低聲誦吟道:「李代桃僵,這法子不錯,但七王爺要來一個親審,那又將如何是好了。」

호정광이 나직이 신음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가짜로 진짜를 대신하는 그 방법은 나쁘지 않지만 칠왕야께서 친히 심문하러 오실 텐데 그러면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劉文長右手食指輕輕在桌上划動,緩緩的說道:「大人,死無對證。」

유문장이 오른손 식지로 살짝 탁자 위에 금을 긋더니 천천히 말했다.

"대인, 죽은 자는 대질할 수가 없습니다."

胡正光憂苦的臉色,綻開一縷笑容,但矜持的說道:「文長,七王爺領綰江南兵符,雖非當今之尊,但欺騙的罪名,也夠承受的了。」

호정광의 근심어린 낯빛이 한 가닥 웃음이 피었지만 조심스럽게 말했다.

"문장, 칠왕야께서는 강남의 병권을 손에 쥐고 계시네. 비록 황제의 존엄은 아니지만 기만했다는 죄명을 받기는 충분하네."

劉文長道:「大人,這件事,自然要仔細的設計一番,也是萬不得已時,才可使用,以楊總捕頭的精明,我想在三月之內,定然會有消息。」

유문장이 말했다.

"대인, 이 일은 당연히 자세히 설계를 해야 하며 만부득이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총포두의 영리함이라면 석 달 안에 반드시 소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胡正光道:「文長,你仔細籌劃一下,萬不得已時,只好用你的辦法了。」

호정광이 말했다.

"문장, 자네는 자세히 계획을 세우게. 만부득이할 때 자네의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네."

劉文長低聲說道:「大人,多給楊總捕頭一些方便,辦起事,也可俐落一些。」

유문장이 나직이 말했다.

"대인, 양총포두에게 편의를 보아주십시오. 일을 하자면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胡正光似是服下了一粒定心丸似的,人已安靜了不少,回頭望著楊晉,道:「總捕頭……」

호정광은 마치 한 알의 정심환(定心丸)을 먹은 듯 사람은 이미 적잖이 안정되어 양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총포두..."

輕輕咳了兩聲,整整官威,接道:「楊總捕,只要能破此案,本府全力的支持你,要人要錢,你只管開口。」

가볍게 두어 번 헛기침을 하며 관리의 위엄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양총포두,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면 본 부는 전력으로 자네를 지원하겠네. 사람이든 돈이든 말만 하게."

楊晉長長吁了一口氣,道:「大人,作案的人,未留下一點痕跡,老實說,這是個難破的案子,各州府中的捕快,也只能作作耳目,要他們出馬捉賊,決難派上用場,屬下的意思,想請幾位有真才實學的江湖朋友們幫手。」

양진은 길게 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대인, 범행을 저지른 자는 한 점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것은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각 주(州)의 부중에 있는 포쾌(捕快)들도 눈과 귀가 될 수만 있지 그들에게 나서서 범인을 잡게 해야해봤자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속하의 생각은 몇 명의 진재실학(真才實學)을 가진 강호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胡正光道:「行,楊晉,你放開手幹,不論什麼人,只要能幫你破了這件案,本府就在王爺面前保薦你實任江南六省總捕頭,管轄六省中州府捕快。」

호정광이 말했다.

"그래도 되네. 자네는 마음껏 하게. 어떤 사람이든 자네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본 부는 왕야의 면전에서 자네를 강남육성(江南六省)의 모든 포쾌를 관할하는 총포두에 임명하도록 추천하겠네."

楊晉苦笑一下,道:「大人,屬下破了此案,還求大人恩典。」

양진이 고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인, 속하가 이 사건을 해결하면 대인께서 은전을 베풀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胡正光道:「說吧!你要什麼?」

호정광이 말했다.

"말하게! 자네의 요구는 무엇인가?"

楊晉道:「求大人恩典屬下,准我告老退休。」

양진이 말했다.

"대인, 속하에게 은전을 베푸시어 저의 사직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胡正光怔了一怔,道:「這個……」

호정광은 멍해져서 말했다.

"그건..."

劉文長接道:「楊晉兄,這件事,咱們以後再談,先設法破案要緊……」

유문장이 말했다.

"양진형, 그 일은 우리 나중에 다시 이야기합시다. 우선 사건을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급하오..."

笑一笑,接道:「勞動江湖上朋友們,只怕要不少花費。」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강호상의 친구들을 움직이자면 적잖은 비용이 들 것 같구려."

楊晉道:「多謝劉兄的照顧,楊晉家中薄有田產,足可應付。」

양진이 말했다.

"유형의 관심에 감사드리오. 보잘 것 없지만 양진에게는 토지가 있으니 충분히 대응할 수 있소."

胡正光道:「什麼話,怎能讓你貼錢,本府先撥一萬兩銀子給你,不夠用,再告訴我。」

호정광이 말했다.

"무슨 말인가. 어찌 자네더러 손해를 보게 할 수가 있겠는가? 본 부가 우선 일만 냥의 은자를 내주겠네. 충분하지 않다면 다시 나한테 알려주게."

一開口,撥一萬兩白花花的銀子,只為一件血案,好的!除了為七王爺之,胡正光決不會這樣大出手。楊晉也有著意外的感覺,不覺一楞。

한 건의 살인사건을 위해 단박에 일만 냥의 새하얀 은자를 대주겠다니 대단하다! 칠왕야때문이 아니면 호정광이 결코 이렇게 크게 돈을 쓸 리가 없다. 양진도 의외라고 느껴서 절로 경악했다.

劉文長笑一笑,道:「楊兄,還不謝謝大人。」

유문장이 웃으며 말했다.

"양형, 대인게 감사드리지 않고 뭐하시오."

楊晉急急拜匐於地,道:「大人,太多了,屬下不敢領受。」

양진이 급히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대인, 너무 많습니다. 속하는 감히 받지 못합니다."

胡正光大方的笑一笑,道:「楊晉,這是你辦案的費用,破了這件案子,本府另有賞賜。」

호정광은 대범하게 웃으며 말했다.

"양진, 그건 자네가 사건을 해결하는 비용일세. 이 사건이 해결되면 본 부는 따로 상을 내릴 걸세."

楊晉道:「楊晉再謝大人。」

양진이 말했다.

"양진이 거듭 대인께 감사드립니다."

胡正光揮揮手,道:「去罷,你時間寶貴,我不能耽誤你了。」

호정광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가보게. 자네는 시간이 보배와 같이 귀할 터이니 나는 자네가 시간을 허비하게 할 수 없네."


※※※


一萬兩銀子的厚賜,有如一副千斤重擔,壓得楊晉有些不勝負荷。拿著胡正光手諭一萬銀的親批,楊晉緩步行到了捕房。那是應天府中的一座跨院,八個當值的捕快隨帶鐵尺、單刀等傢伙候命。眼看總捕頭駕到,八個人齊齊地迎上去,行禮拜見。

일만 냥의 은자라는 후한 하사품은 천 근이나 되는 무거운 부담처럼 내리눌러서 양진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 호정광이 친히 명령을 내린 일만 냥의 거금을 받아 양진은 느린 걸음으로 포방(捕房)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응천부 안에 있는 한 채의 과원이었다. 여덟 명의 당직을 서는 포쾌들은 철척(鐵尺), 단도(單刀) 등 무기를 휴대한 채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총포두의 도착을 보자 여덟 명은 일제히 맞이해가서 예를 올렸다. 

楊晉在一張大木椅上坐下,揮揮手,道:「去請王,張兩位副總捕頭來見我。」

양진이 커다란 나무의자에 앉더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서 왕(王), 장(張) 부총포두 두 사람에게 내가 보자고 하더라고 전하거라."

王府中鬧了血案,是一件大事,王、張兩位副總捕頭,雖沒有隨楊晉趕往王府中去,但也不敢離開,就候在廂房中待命。楊晉一聲請,兩位副總捕頭,立時三步併作兩步的趕到正廳。這是兩個四旬左右的中年,一個生的人高馬大,一個卻瘦瘦小小。但兩人都有著一身很好的武功。當先是高個子大塊頭的五花刀王勝。緊隨在後面的是夜鷹張晃。

왕부에 일어난 살인사건은 큰 일이었다. 왕, 장 두 부총포두는 비록 양진을 따라 왕부로 가지는 않았지만 감히 포방을 떠나지 못하고 상방에서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진의 부름에 두 부총포두는 즉시 총총걸음으로 정청으로 달려왔다. 이 두 사순 가량의 중년인은 한 명은 체구가 크고 훤칠했으며 한 명은 작고 왜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일신에 아주 훌륭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앞장선 것은 키가 크고 거구인 오화도(五花刀) 왕승(王勝)이었다. 그 뒤에는 야응(夜鷹) 장황(張晃)이었다.

兩人緊行兩步,一抱拳,道:「見過總捕頭。」

두 사람은 재빨리 두 걸음 걸어와서 포권하며 말했다.

"총포두를 뵙습니다."

楊晉站起身子,道:「走!到我家去喝一盅。」

양진이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가세, 우리 집으로 가서 한잔 하세."

王勝怔了一怔,道:「總捕頭,王府中發生了一件案子,……」

왕승이 멍해져서 말했다.

"총포두, 왕부에서 발생한 사건은..."

楊晉接道:「是一件大案子,所以,我要請兩位到寒舍去喝一盅,咱們慢慢談。」

양진이 말했다.

"큰 사건일세. 그래서 나는 두 사람과 우리 집에 가서 한잔 하면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자고 하는 걸세."

夜鷹張晃已經警覺到事態嚴重,輕輕咳了一聲道:「總捕頭,可要帶幾位兄弟同去。」

야응 장황은 사태가 엄중함을 느끼고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총포두, 몇 명의 형제를 데려가야합니까?"

楊晉搖搖頭,道:「不用了,咱們先談談。」

양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필요없네. 우리들끼리 먼저 이야기하세."

張晃低聲道:「案子很棘手?」

장황이 나직이 말했다.

"사건이 해결하기 몹시 힘듭니까?"

楊晉道:「等會談,咱們走吧!」

양진이 말했다.

"이따 이야기함세. 가세!"

舉步向外行去。王勝、張晃,未再多問,緊隨楊晉身後而行。神眼楊晉在應天府了幾十年的總捕頭,自然是很有身價,住宅很寬大。但楊家人口不多,楊夫人之外,只有一個女兒。其他的都是僕從人。楊晉回到了家中,立時吩咐廚下,準備酒菜。楊夫人帶著笑容迎出來。

걸음을 옮겨 밖으로 걸어갔다. 왕승, 장황은 더 여러 말 묻지 않고 양진의 뒤를 따라 걸었다. 신안 양진은 응천부에서 수십 년간 총포두로 있어서 자연스레 아주 지위가 있었고 집도 무척 넓고 컸다. 하지만 양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양부인 외에 오직 한 명의 딸이 있을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하인들이었다. 양진은 집에 돌아와서 즉시 부엌에 분부하여 술과 요리를 준비시켰다. 양부인이 웃음을 띤 채 마중나왔다.

五花刀王勝,夜鷹張晃,齊齊欠身行了一禮,道:「見過嫂夫人。」

오화도 왕승, 야응 장황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예를 행하며 말했다.

"부인을 뵙습니다."

楊夫人笑一笑,道:「兩位稀客呀!差不多三個月沒有見了。」

양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오랜만이군요! 거의 석 달 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王勝笑一笑,道:「衙門裡公事忙,少來探望嫂夫人。」

왕승이 웃더니 말했다.

"관아의 공무가 바빠서 부인을 찾아뵙지 못했군요."

楊夫人道:「不敢當。」

양부인이 말했다.

"별말씀을요."

楊晉輕輕咳了一聲,道:「夫人,叫人把內廳打掃一下,我要和兩位兄弟喝一壺,談談公事。」

양진이 살짝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부인, 사람을 시켜 내청(內廳)을 청소하게 하시오. 나는 두 형제와 한잔 하면서 공무를 이야기하려 하오."

楊夫人說道:「內廳早已打掃乾淨,我去廚下給你們催催酒菜。」

양부인이 말했다.

"내청은 벌써 깨끗이 청소해두었답니다. 제가 부엌에 가서 술과 요리를 독촉하겠어요."

夜鷹張晃笑道:「麻煩嫂夫人了。」

야응 장황이 웃으며 말했다.

"부인을 귀찮게 해드렸군요."

楊晉帶著兩人入內廳,早有僕童、丫頭擺好了桌椅,奉上香茗。

양진이 두 사람을 데리고 내청으로 들어가니 벌써 어린 하인과 계집종이 탁자와 의자를 차려놓고 차를 올렸다.

楊晉讓王勝、張晃入座,端起茶杯喝了一口,揮揮手向侍候丫頭、僕童說道:「你們退下。」

양진은 왕승과 장황을 자리에 앉히고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더니 손을 내저어 시중드는 계집종과 어린 하인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물러가거라."

直待廳中的丫頭、僕童退出去,楊晉才輕輕嘆息一聲,道:「兄弟,王府中出了命案,七王爺寵妃被人所殺,限令應天府在三個月破案……」

청 안에서 시중들던 계집종과 어린 하인이 물러가자 양진이 그제서야 가볍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형제들, 왕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칠왕야께서 총애하시던 비가 살해된 것이며 응천부에 삼 개월의 기한으로 사건을 해결하라는 명이 떨어졌네..."

夜鷹張晃怔了怔,接道:「王府中不是很多護院武師麼?」

야응 장황은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왕부에는 아주 많은 호원무사(護院武師)들이 있지 않습니까?"

楊晉道:「不錯,但那人竟然夜入王府,在神不知鬼不覺的局面下,姦殺了七王爺的寵妃。」

양진이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그자는 놀랍게도 야음을 틈타 왕부에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가서 칠왕야가 총애하시던 비를 간살했다네."

王勝聽得一怔道:「姦殺。」

왕승이 듣고 멍해져서 말했다.

"간살(姦殺)."

楊晉搖搖頭,道:「王府妃子,身份何等尊貴,那賊人,不論如何的狂妄,也不敢不把王府人放在眼裡,他心中明白,只要留下標記,不論他逃到天涯海角,咱們都會追捕到他。」

양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왕부의 비가 신분이 얼마나 존귀한가? 그 범인이 얼마나 거만하든 감히 왕부의 사람도 안중에 두지 않을 수는 없네. 표시가 남아있기만 하다면 그가 하늘 끝까지 도망가더라도 우리가 추적하여 체포할 것임을 그는 마음 속으로 잘 알고 있을 걸세."

夜鷹張晃道:「總捕頭,屬下意見,這件血案,首在那盜匪的動機,七王爺的寵妃,足不出戶,外人如何能夠知道,這中間只怕別有內情。」

야응 장황이 말했다.

"총포두, 속하의 의견으로는 이 살인사건은 첫째 그 비적의 동기에 있습니다. 칠왕야의 총애하는 비는 문 밖을 나가지 않는데 외인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가운데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楊晉嘆口氣,道:「兄弟這麼一說,倒也提醒我一件事,如說一個人甘冒奇險,闖入王府,只為了姦殺王妃,除非是七王爺的仇人,但他貴為王子,托土封疆,誰會和他有仇呢?」

양진이 탄식하더니 말했다.

"형제의 그 말이 한 가지를 상기시켜주는군. 한 사람이 오직 왕비를 간살하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왕부에 뛰어들었다면 칠왕야의 원수말고는 없는데 그분은 황상께서 땅을 나누어주신 왕이라는 귀한 신분인데 누가 그와 원수를 졌겠는가?"

張晃道:「如若那位王爺寵妃,有一件價值連城的珍貴之物,被人偷覷,盜物為主,姦殺只不過是故佈疑陣……」

장황이 말했다.

"만약 왕야께서 총애하시던 비에게 성을 살만한 가치를 지닌 귀한 물건이 있다면 넘보는 사람이 주인을 위해 물건을 훔쳤을 겁니다. 간살은 단지 일부러 상대방의 눈을 흐리게 만들기 위한 포석이지요..."

楊晉嗯了一聲,接道:「可惜,我忘記問問七王爺了。」

양진이 음, 하더니 말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칠왕야께 여쭈어본다는 걸 잊고말았네."

這時,酒菜送上,三人一面吃酒,一面又開始研商案情。高頭大馬的五花刀王勝,三杯黃湯下肚,人也似乎精明了不少,插口說道:「總捕頭,張兄弟,七王爺不是一般的苦主,咱門那點不明白,再去問問他,致於動機何在,不妨慢慢研究,眼下最重要的事,是什麼人做的案子。」

이때 술과 요리가 나왔다. 세 사람은 한편으로는 술을 마시며 한편으로는 사건의 경위를 토의하기 시작했다. 체구가 거대한 오화도 왕승은 석 잔의 황주(黃酒)를 마시자 사람도 마치 적잖이 영리해진 듯 끼어들어 말했다.

"총포두, 장형제. 칠왕야께서는 일반적인 피해자 가족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점은 다시 가서 그분께 여쭈어 봅시다. 동기가 어디에 있는지는 천천히 연구해보아도 무방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사건을 저질렀느냐 하는 점입니다."

張晃道:「王兄說的是,咱們出動全府捕快,再傳令各縣中捕頭,嚴密查訪近三天內,應天府城和鄰近各縣中可疑人物,再沙中淘金,找出可疑的人來,逐一追查。」

장황이 말했다.

"왕형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부중의 모든 포쾌들을 출동시키고 다시 각 현의 포쾌들에게 영을 전하여 최근 삼 일 내에 응천부성과 가까운 각 현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을 엄밀하게 조사하여 모래 속에서 사금을 일구듯 의심가는 사람을 찾아내어 추적하여 조사합시다."

楊晉點點頭:「張兄弟,這件事你去辦,動員所有埋下的暗樁線,要查就查的清清楚楚,……」

양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형제, 그 일은 자네가 가서 처리하게. 매복해둔 모든 비밀 연락책을 동원하여 분명하게 조사해야 하네..."

語聲頓了一頓,接道:「這一次胡大人,手諭撥下來一萬兩銀子……」

잠시 멈추었다 말을 이었다.

"이번에 호대인께서는 일만 냥의 은자를 떼어주도록 직접 지시하셨다네..."

王勝訝然接道:「一萬兩銀子,這次咱們大人,當真是大方的很。」

왕승이 아연실색하여 말했다.

"일만 냥의 은자라고요? 우리 대인께서 이번에는 아주 대범하시군요."

楊晉道:「咱們能不能破去此案,和他前程有關,這一萬兩銀子豈是好用的,限期屆滿,咱們如不能破案,只怕都要被拏到牢中候審,好在大人也吩附下來了,要咱們放開手幹。」

양진이 말했다.

"우리가 이 사건을 해결하고 못하고가 그분의 앞길과 관련이 있다네. 이 일만 냥의 은자가 어찌 쓰기 편하겠는가. 기한이 만료되었는데 우리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감옥에서 심문을 기다려야 하겠지. 다행히도 대인께서도 분부하셔서 우리가 마음껏 쓰라고 하셨네."

張晃道:「總捕頭,幾個鏢局子的人,是否要去問問。」

장황이 말했다.

"총포두, 몇 명의 표국 사람들에게 가서 한번 물어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楊晉道:「胡大人待咱們不錯,這件案子公誼私情,咱門都責無旁貸,幾家鏢局子要問,就是幾個退隱的武林高人,我也要親自去拜訪一下……」

양진이 말했다.

"호대인께서 우리를 대하심이 나쁘지 않았네. 이 사건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남에게 미룰 수 없는 우리 책임일세. 몇 군데 표국에 물어보아야 하며 몇 명의 은퇴한 무림고인이라 하더라도 내가 직접 가서 찾아뵈어야 하네..."

張晃接道:「對!總捕頭,王府血案,事關重大,一不作二不休,乾脆拏帽子扣他們一下,逼他們出手,助咱們一臂之力。」

장황이 말했다.

"맞습니다! 총포두, 왕부의 살인사건은 매우 중대한 일이니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합니다. 그들을 끌어들여 우리를 돕게 해야합니다."

楊晉道:「我也是這樣打算,這件公案一了,咱們哥三個一起告休,搬到千里之外去,過一段平靜日子,這碗公事飯,實在越吃越寒心了。」

양진이 말했다.

"나도 그럴 작정일세. 이 사건이 끝나면 우리 형제들 세 명은 함께 자리를 내놓고 천 리 밖으로 이사를 하여 평온한 날들을 보내도록 하세. 이 자리는 실로 있을수록 겁나는 자리일세."

張晃灌了兩杯酒,道:「聽說丐幫耳目一向最靈,但丐幫中,一向和咱們吃公事飯的人不和,金陵分舵的舵主,更是一位很難纏的人物,如能和丐幫搭上線,對咱們定有幫助。」

장황이 두 잔에 술을 따르고 말했다.

"듣기로 개방의 귀와 눈이 가장 영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방은 그동안 공무를 수행하는 우리들과 사이가 나빴으며 금릉분타의 분타주는 훨씬 더 다루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만일 개방에 연줄을 댈 수 있다면 우리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楊晉道:「丐幫在江湖上勢力甚大,黑、白兩道中人,都對他們敬畏三分,但這次事情太重大,也顧不得這麼多了,他們如是不肯幫忙,那就只好動公事了,我不信他們真敢明目張瞻的和官府作對。」

양진이 말했다.

"개방은 강호에서 세력이 대단히 커서 흑백양도의 사람들 모두 그들을 얼마간은 경외감을 가지고 있네. 그렇지만 이번 사정은 너무도 중대하니 이것저것 돌아볼 겨를이 없네. 그들이 만일 돕지 않으려 한다면 공권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겠지. 나는 그들이 감히 관부에 맞서리라고는 믿지 않네."

張晃道:「總捕頭,在江南的聲望,不管如何,他們也該賣點面子,不過,最好是不動公事,你若親自去拜訪一下,丐幫雖不和衙門中來往,但他幫中以忠義相傳,保善除惡,做了不少好事……」

장황이 말했다.

"강남에서 총포두의 명성이 어떻든 그들도 좀 체면을 세워주어야 마땅하겠지요.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고 당신이 만약 직접 가서 배방하는 것입니다. 개방이 비록 관부와 왕래하지 않지만 선(善)을 지키고 악을 제거하는 충의의 전통이 있으며 적잖이 좋은 일을 했습니다..."

湯晉接道:「這個我明白,吃完這頓飯,咱們就分頭行動,我先去拜會幾位退休的武林前輩,和丐幫分舵,然後,再請幾家鏢局子頭腦聚聚。」

양진이 말을 받았다.

"그건 내가 잘 알고 있네. 한 끼 밥을 다 먹고 우리 나누어 행동하세. 나는 우선 몇 분의 은퇴한 무림선배와 개방 분타를 방문하겠네. 그런 다음 다시 몇 군데 표국의 수뇌들에게 모이라고 하겠네."

夜鷹張晃站起身子,道:「總捕頭,事不宜遲,我這就去辦事。」

야응 장황이 일어나서 말했다.

"총포두, 일은 늦어져선 안됩니다. 제가 지금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양진이 말리면서 밥은 마저 먹으라는 말을 했을 것 같은데..ㅎㅎㅎ))

張晃笑一笑,道:「我吃不下,破了這件血案之後,再陪總捕頭痛飲。」

장황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더 안먹겠습니다. 이 살인사건을 해결한 뒤에 다시 총포두를 모시고 실컷 마시겠습니다."

楊晉素知張晃的為人,離然精明幹練,但卻是急性子,也就不再攔阻。

양진은 본디 장황의 사람됨을 알았다. 영리하고 노련했지만 성격이 급했기에 더이상 제지하지도 않았다.

五花刀王勝端起面前酒杯,一飲而盡,道:「我去給張兄弟幫忙。」

오화도 왕승은 앞에 있던 술잔을 들어 단번에 다 마시더니 말했다.

"저는 가서 장형제를 돕겠습니다."

楊晉揮揮手,道:「你坐下,這件事由張兄弟一個人去辦,咱們人手少,你還別有差遣。」

양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자네는 앉게. 우리는 사람이 적으니 이 일은 장형제 한 사람이 가서 처리하고 자네는 따로 보낼 데가 있네."

張晃笑一笑,道:「總捕頭說的是,王兄,調遣人手的事,一個人足夠了。」

장황이 웃으며 말했다.

"총포두의 말씀이 맞습니다. 왕형, 사람들을 파견하는 일은 한 사람으로 충분하오."

楊晉輕輕咳了一聲,道:「張兄弟,派出的人,只告訴他們查什麼的可疑人物,案情方面,暫時不用宣佈。」

양진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장형제, 파견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의심스러운 인물을 조사할 뿐이지 사건의 경위는 잠시 소문내지 말도록 당부하게."

張晃道:「我知道。」

장황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楊晉道:「不論你事情是否辦的完,今天掌燈的時分,趕到秦淮河四鳳舫去。」

양진이 말했다.

"자네는 일처리를 끝냈든 아니든 오늘 등을 걸 시간이 되면 진회하(秦淮河)의 사봉방(四鳳舫)으로 오게."

張晃道:「四鳳艷名,早傳金陵,遊客如織,去那裡幹什麼?」

장황이 말했다.

"사봉의 아리따운 명성은 일찌기 금릉에 전해져 유람객이 들끓지요. 가서 무얼 하시렵니까?"

楊晉道:「我招呼他們一聲,今天不接客人,我準備邀幾家鏢局子的當家的,在那裡聚聚,四鳳舫馳往秦准河中,別人無法登上,豈不是鬧中取靜,而且宴客四鳳舫,幾個鏢客的當家人,也不致心中動疑。」

양진이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오늘은 손님을 받지말라 이르고 몇 군데 표국의 주인들을 그곳에 모이도록 초청할 작정이네. 사봉방이 진회하에 떠있으면 다른 사람은 오를 수 없으니 시끌벅적함 속에서도 고요하며, 게다가 사봉방에서 손님맞이를 하니 표국의 주인들도 심중으로 의심하지 않을 걸세."

張晃笑一笑道:「總捕頭想的果然周到。」

장황이 웃더니 말했다.

"총포두께서는 생각이 과연 주도면밀하시군요."

楊晉目光轉到王勝的身上,道:「王兄弟,你去一趟四鳳舫,包下來整個的花舫,再拿我的名刺,邀請江南,金陵,長江三家鏢局的當家人,今夜到四鳳舫去。」

양진이 왕승에게로 눈길을 돌리더니 말했다.

"왕형제, 자네는 사봉방으로 갔다가 다시 내 이름으로 강남(江南), 금릉(金陵), 장강(長江) 세 곳의 표국 주인을 오늘 밤 사봉방으로 오라고 초청하게."

王勝道:「他們問起來,我如何回話?」

왕승이 말했다.

"그들이 물으면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楊晉道:「你就說請他們聚聚,叫他們務必賞光。」

양진이 말했다.

"자네는 그들에게 반드시 왕림해달라고 부탁하게."

((왕승이 무언가 말하는 대목이 빠진 듯))

說罷和張晃聯袂而去。

말을 마치고 장황과 나란히 떠났다. 

兩人走後不久,一個十六七歲,梳著兩條辮子的青衣少女,緩步行入了內廳,欠欠身叫道:「爹爹,兩位叔叔飯還未用,就匆匆而去。」

두 사람이 떠나고 오래지 않아 십륙칠 세에 두 가닥으로 머리를 땋은 한 명의 청의소녀가 천천히 내청으로 걸어들어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아버지, 두 분 아저씨는 밥을 다 드시지도 않고 총총히 떠나셨군요."

這是神眼楊晉的獨生女楊玉燕,楊晉年近半百,膝下只有這麼一個女兒。楊姑娘生的是伶俐聰慧,善解人意,承歡膝下,甚得楊晉的歡心。

신안 양진의 독생녀 양옥연(楊玉燕)이었다. 양진은 나이가 반 백에 가까웠는데 슬하에 오직 이 딸아이 한 명이었다. 양낭자는 영리함과 총명함을 타고 났으며 이해심이 깊고 부모를 잘 섬겨서 양진을 기쁘게 하였다.

楊夫人出身大家,幼讀詩書,教女兒讀了不少的書,也教她做的一手好女紅,但楊玉燕除了讀書、女紅之外,卻磨著楊晉學武功,楊夫人本來不贊成一個女孩子家,舞刀弄棒,但楊晉卻扭不過女兒的磨工,沒有法子,只好答應下來。

양부인은 대갓집 출신이라 어려서부터 시서를 읽었는데 딸에게도 적잖은 책을 읽게 하였고 여자로서의 일을 잘 하도록도 가르쳤다. 하지만 양옥연은 독서, 여자의 일 외에도 양진에게서 무공을 배워 연마하였다. 양부인은 본래 한 명의 여자아이가 칼이나 봉을 갖고노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진이 딸의 무공연마를 반대하지 않자 방법이 없어 승낙할 수 밖에 없었다.

那曉得楊玉燕天生蕙心蘭質,悟性過人,楊晉本來想胡亂傳她一點武功應付一下,那知楊女學的很快,練的又勤,使楊晉大感驚異,頗有生女如鳳之感。這一來,楊晉不得不全力傳授了。五年時間,聰慧的玉燕姑娘,竟然學得了老父一身武功,除了內力火候上差一些之外,靈巧尤過乃父,輕功更是成就不凡。

양옥연은 고결한 성품을 타고났으며 오성(悟性)이 남들보다 뛰어남을 안 양진은 본래 건성건성으로 그녀에게 약간의 무공을 전해주고자 했는데 딸의 배움이 아주 빠르고 부지런히 연마하는 것을 알고는 크게 경이롭게 느껴 봉황으로 태어난 딸이라는 느낌이 자못 있었다. 이렇게 되자 양진은 전력으로 전수할 수 밖에 없었다. 오 년의 시간 동안 총명한 옥연낭자는 놀랍게도 부친의 일신무공을 배워서 내력의 화후가  좀 차이가 나는 것 말고는 영교(靈巧)함은 부친을 능가했으며 경공은 더한층 성취가 범상치 않았다.

神鷹楊晉善用金錢鏢,也被楊玉燕嚷著學了去。但楊玉燕卻感金錢鏢體積太大,不適合女孩子家使用,就別出心裁的把金錢鏢,改成了一種蜂翼鏢。那是一片銀子合銅,打成的暗器,其薄如紙,形似蜂翼,三面鋒刃,發出時,不帶一點聲息,不過這等蜂翼鏢,份量太輕,即不易取準,又不易打遠。

신안 양진은 금전표(金錢鏢)를 잘 썼고 양옥연도 배웠다. 하지만 양옥연은 금전표는 부피가 너무 커서 여자아이가 사용하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서 금전표를 독창적으로 일종의 봉익표(蜂翼鏢)로 바꾸었다. 그것은 은자(銀子)를 동과 합쳐 두드려 만든 암기였는데 얇기는 종잇장 같고 모양은 벌의 날개 비슷하며 삼면이 날이라 발출시에 소리 한 점 없었다. 그러나 이런 봉익표는 무게가 너무 가벼워 조준하기 쉽지 않았고 또한 멀리 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但楊玉燕很喜愛自己創造的暗器,竟然痛下苦功,每天夜裡起來,苦練手法。足足下了兩年苦功,再加本身的功力增強,一手蜂翼鏢,已到了四丈外百發百中的境界。

하지만 양옥연은 자기가 창조한 암기를 좋아했으며 각고의 노력을 했다. 매일 밤이 되면 수법을 힘들여 연마했다. 족히 이 년의 힘든 노력과 거기에 본신의 내력이 증강되자 봉익표를 사 장 밖에서도 백발백중시키는 경지에 이르렀다.

因那蜂翼鏢體積微小,楊姑娘忽發奇想,又苦練一手多鏢的手法。又一年時光,楊姑娘在蜂翼鏢上又有了極特殊的成就,一手五鏢,出神入化,即能分向合擊,又可以合出分襲。

그 봉익표는 부피가 아주 작기 때문에 양낭자는 문득 기발한 생각이 들어 또 한 수의 봉익표 수법을 고련했다. 또 일 년의 시간이 지나자 양낭자는 봉익표에서 극히 특수한 성취가 있었다. 일수오표(一手五鏢:한 번에 다섯 개의 봉익표)라는 출신입화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방향을 나누었더라도 합쳐서 칠 수 있고 또한 합쳐서 쳐내어도 나누어 칠 수 있게 되었다.

年事漸長,懂事日多,楊姑娘發覺了自己的暗器十分歹毒,時時無聲,而且體形半圓,薄如蜂翼的利刃又帶著強烈的旋轉之力,即不容易閃避,又不易封擋,其歹毒凶殘,不在江湖上人人深痛惡絕的五毒梅花針之下。

점차 나이를 먹고 철이 들자 양낭자는 자기의 암기가 몹시 지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리가 없으며 게다가 반원형의 형제에 얇기가 벌의 날개 같은 예리한 날에다가 강렬한 선회능력을 가지고 있어 피해내기가 용이하지 않고 막기가 쉽지 않았다. 그 악독함은 강호인들이 혐오해 마지않는 오독매화침(五毒梅花針)의 아래가 아니었다.

說起來,楊姑娘的鏢比起梅花針,確實更難應付。大約是楊玉燕也知道自己這傑作太惡毒,所以一直就未敢讓楊晉知道。

말하자면 양낭자의 봉익표는 매화침에 비해 확실히 대응하기가 훨씬 어려웠다. 아마 양옥연도 자신의 이 걸작이 너무도 악독함을 알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줄곧 감히 양진이 알지 못하게 했다.

神眼楊晉,望著亭亭玉立,已成大人樣女兒,心中忽生感慨,不禁輕聲一歎道:「爹吃的是公事飯,官身不自由,你兩位叔叔,為了要查案,等不及吃飯了。」

신안 양진은 늘씬하게 이미 훌쩍 커버린 딸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감개무량함이 들어 절로 가볍게 탄식하고는 말했다.

"애비가 관직에 있어 몸이 자유롭지 못하구나. 너의 두 분 아저씨는 사건을 조사하느라 미처 밥먹을 겨를도 없단다."

楊玉燕微微一笑,道:「爹,這一定是很重大的案子。」

양옥연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버님, 틀림없이 아주 중대한 사건이군요."

楊晉點點頭,道:「很重大……」

양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주 중대하지..."

楊玉燕接道:「可否說出來給女兒聽聽,也許我能幫爹爹出個主意。」

양옥연이 말했다.

"딸에게 한번 들려주시겠어요? 어쩌면 아버님께서 생각이 나시게 도와드릴 수 있을 거예요."

楊晉聽得一怔,這是玉燕第一次問他公事上的事情。

양진이 듣고 멍해졌다. 이것은 옥연이 처음으로 그에게 공사를 묻는 것이었다.

他雖很疼愛這顆掌上明珠,但卻從來未和她談過公門中事,玉燕也從未問過,不禁一皺眉頭,道:「女孩子,不許問公事,回房去吧!爹也要辦事去了。」

그는 비록 손 안의 명주처럼 애지중지하였지만 여태껏 그녀와 공무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고 옥연도 여태까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을 금하지 못하여 말했다.

"딸아이가 공사를 물어서는 안된다. 방으로 돌아가거라! 애비도 일하러 가야겠다."

那知道玉燕受訓斥後,並未離去,卻微微一笑,行到楊晉的身側,說道:「爹,我上無兄姊,下無弟妹,你只有我一個女兒,爹有事,我這做女兒的,怎能不問呢?」

옥연이 꾸지람을 듣고도 결코 떠나지 않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오히려 미소지으며 양진의 곁으로 걸어와서 말했다.

"아버님, 저는 위로는 오빠, 언니가 없고 아래로는 남동생, 여동생이 없어요. 당신은 오직 저 딸아이 하나 뿐이지요. 아버님께 일이 있으면 딸인 제가 어찌 묻지 않을 수 있겠어요?"

話說的很婉轉,也流露了一片孝心。

아주 완곡한 말이었고 한 조각 효심이 흘러넘쳤다.

楊晉搖搖頭,道:「燕兒,爹是應天府的總捕頭,管的是盜匪強樑,辦的是強姦劫殺案子,妳一個女孩子家,問它做甚?」

양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연아, 애비는 흉폭한 도적, 강간겁살(強姦劫殺)의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응천부의 총포두이다. 일개 여자아이인 네가 물어서 무엇 하겠느냐?"

楊玉燕笑一笑,道:「爹,我不是普通的女孩子,你不是傳了我一身武功麼!」

양옥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저는 보통의 여자아이가 아니예요. 저한테 일신무공을 전수해 주시지 않으셨나요!"

楊晉一皺眉頭,道:「女兒之身,就算學得一身武功,也只能用來強身保命,難道要你幫爹辦案不成。」

양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자아이의 몸으로 설령 무공을 배웠다 하더라도 몸을 보호하는데 쓸 수 있을 뿐이다. 설마 너는 애비를 도와 사건을 처리하려 하느냐?"

楊玉燕道:「爹爹如有女兒能幫忙的地方,也應該替你老人家分擔一些……」

양옥연이 말했다.

"만일 딸이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아버님을 위해 분담해야 합니다..."

不待玉燕姑娘話完,楊晉就一揮手,道:「去,去,女孩子家,不許問大人的事。」

옥연낭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가거라. 여자아이가 어른들 일을 캐묻고 다녀선 안된다."

伸手拿起了案上的方巾戴好,舉步向外行去。楊玉燕望望楊晉的背,輕輕歎一口氣。楊夫人已習慣了丈夫數十年捕頭生活,察言觀色,和王、張兩位副總捕匆匆而去的行色,已知道丈夫遇上大案子,雖然看見了楊晉匆匆而去,卻未多問一言。

손을 뻗어 책상 위의 방건을 집어서 잘 쓰고는 밖으로 걸어갔다. 양옥연은 양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양부인은 남편의 수십 년 포두 생활에 익숙해져서 말투나 안색과 왕,장 두 부총포두가 총총이 떠나는 행색을 보고 이미 남편이 대사건에 맞닥뜨렸음을 알았다. 비록 양진이 총총이 가는 것을 보았으나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楊玉燕緩緩由內廳行出來,低聲叫道:「娘,爹好有很多憂苦。」

양옥연이 천천히 내청에서 걸어나오더니 나직이 불러서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 아주 근심이 많으시군요."

楊夫人嘆息一聲,道:「一定又遇上了什麼重大案子,唉!這碗公事飯,實在是不好吃。」

양부인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무슨 중대한 대사건을 만난 것이 틀림없구나. 후! 이 관직은 실로 견디기 힘들구나." 

楊玉燕道:「娘,女兒記憶之中,很少看到爹這等形色。」

양옥연이 말했다.

"어머니, 여아의 기억으로는 아버지의 이 정도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楊夫人道:「是啊,這幾年來,應天府在你爹管理之下,很少有重大案件,我也好幾年沒見他這副愁容了。」

양부인이 말했다.

"그래. 요 몇 년간 응천부는 너의 아버지 관리하에 중대한 사건이 거의 없었지. 나도 몇 년 동안은 그분의 근심어린 얼굴을 거의 보지 못했구나."

楊夫人搖搖頭,道:「燕兒,我一向不問你爹這些事,你個女孩子,更是不能多問了。」

양부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연아야, 나는 언제나 네 아버지의 일을 캐묻지 않았단다. 딸인 네가 더더욱 캐물어서는 안된다."

楊玉燕笑一笑,未再開口。

양옥연이 웃고는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且說楊晉離開了宅院,帶三分酒意,直向南大街江家綢緞莊。這是一座很大的商號,七八個店夥計在檯面上照顧。

한편 양진은 저택을 떠나 얼마간의 취기를 띤 채 곧장 남쪽 큰 길의 홍가주단장(江家綢緞莊)으로 향했다. 이곳은 아주 커다란 상점인데 칠팔 명의 점원들이 매대에 놓인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楊晉一腳踏進門,坐在後櫃上的賬房先生,立時臉色一變,起身迎了上來,低聲道:「楊爺,客房裡坐。」

양진이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계산대 뒤에 앉아있던 장방선생(賬房:회계)은 즉시 안색이 일변하더니 일어나 마중나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양나으리, 객방(客房)으로 가시지요."

賬房先生年約四十七八,瘦長的身材,留著把山羊鬍子。一個年輕的學徒,奉上了兩杯香茗後,悄然而退。

장방선생은 나이가 약 사십칠팔에 비쩍 마르고 키가 큰 체격에 염소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한 명의 젊은 견습생이 두 잔의 차를 올린 뒤 조용히 물러났다.

賬房先生裝了一袋水煙遞過去,道:「楊爺,抽袋煙。」

장방선생은 한 봉지의 물담배를 채워 건네주며 말했다.

"양나으리, 물담배 한번 피워보십시오.".

楊晉揮揮手,道:「欠學。」

양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배우지 못했소."

帳房先生吹起紙媒子,呼嚕嚕,吸了一大口,才低聲說道:「楊爺,你老今個清閒啊!」

장방선생은 물담배를 뽀글뽀글 한 입 크게 빨아들이고는 그제서야 나직이 말했다.

"양나으리, 오늘은 한가하시군요!"

楊晉笑一笑,道:「二先生,我想見見當家的。」

양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선생(二先生), 나는 주인장을 만나보고 싶소."

賬房先生放下水煙袋,抓抓頭皮,道:「楊爺,這個,你是知道的,當家的已經閉門謝客,五年沒有見過外人了,就是兄弟,也只有年三十才能見他一面,平常日子裡,誰也不去打擾他……」

장방선생은 담뱃대를 내려놓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양나으리, 주인께서는 이미 폐문(閉門)하여 손님을 사절하고 있으며 오 년이나 외인을 만난 적이 없음을 당신이 알고 계실 겁니다. 형제라 하더라도 일 년에 고작 삼십 번 그분을 만날 수 있을 뿐입니다. 평상시에는 누구도 그분을 방해하지 않지요..."

楊晉笑一笑接道:「這個我知道,二先生,咱們是一筆寫不出兩個楊字,你二先生無論如何要幫幫這個忙,想法子,給我通報一聲……」

양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도 알고있소. 이선생, 우리는 같은 양씨요. 이선생 당신은 어찌 되었던간에 도울 방법을 생각하여 통보하여 주시오..."

敢情這位管帳的二先生,也是姓楊。楊二先生為難的沉吟了一陣,道:「楊爺,非見ㅈ不可麼?」

알고보니 장부를 관리하는 이선생도 성이 양씨였던 것이다. 양이선생(楊二先生)이 곤란한지 한동안 침음하더니 말했다.

"양나으리, 만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까?"

楊晉道:「是的,二先生,在下如沒有急事,實也不敢驚擾到當家的。」

양진이 말했다.

"그렇소. 이선생, 내가 급한 일이 없다면 사실 감히 주인을 방해하지 못하오."

楊二先生道:「楊爺,你容我想想,找個法通知他,今晚上我給你回信,怎麼樣?」

양이선생이 말했다.

"양나으리, 제가 그분께 통지할 방법을 찾아 오늘밤 당신께 회신을 드리게 해주십시오. 어떻습니까?"

楊晉臉色一變,道:「一家子啊!(同姓互稱),我可是很敬重貴號當家的,我不想動公事,但又非見貴號當家的不可,二先生要是不賞給我這個臉,在下如何向上面交代……」

양진이 낯빛이 일변하며 말했다.

"이보시오, 한 집안 사람! 나는 귀 가게의 주인을 대단히 존경하지만 귀 가게의 주인을 만나지 않으면 안되오. 이선생이 나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위에다 보고하겠소?..."

楊二先生吃了一驚,道:「楊爺,你是說上面追下來的。」

양이선생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양나으리, 위에서 보내어 오셨다는 말씀이군요."

楊晉道:「一家子,我不能解釋,總之,事情不小,要是我楊晉能擔待,也不敢驚擾到貴當家的,二先生你替我想想看,我交不了差,只有動公事了,那時間,拉破了臉,大家都不好看。」

양진이 말했다.

"한 집안 사람,  내가 설명할 수가 없는데 아무튼 작은 일이 아니오. 나 양진이 감당할 수 있다면 감히 귀 주인을 방해하지 못하오. 이선생 당신은 한번 생각해보시오. 내가 결과를 보고하지 못하면 공권력을 움직일 수 밖에 없고 그때는 모두 못볼 꼴을 보게 될 것이오."

楊二先生道:「楊爺能不能透露一點內情,當家的可是牽上了什麼案子。」

양이선생이 말했다.

"양나으리가 한 점의 내정도 누설할 수 없다니 주인을 아무래도 무슨 사건에 연루시킬 듯 하군요."

楊晉一拱手,道:「二先生。你包涵,見到當家的,我會說個明白。」

양진이 공수하며 말했다.

"이선생, 양해하시오. 주인을 만나면 나는 명백하게 설명하겠소."

楊二先生站起身子,道:「楊爺既然如此說,兄弟實在作不了主,我這就去通報一聲,看看當家的怎麼一個吩咐。」

양이선생이 일어나서 말했다.

"양나으리가 이왕 그렇게 말씀하시니 형제는 실로 결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지금 가서 통보하고 주인께서 어떻게 분부하실지 한번 보겠습니다."

楊晉道:「多多有勞。」

양진이 말했다.

"수고해주시오."

楊二先生面色沉重地舉步而去。楊晉端起茶碗,慢慢的喝著茶,等待著。等了一頓飯工夫,楊二先生才出來,道:「楊爺,勞你久候。」

양이선생이 침중한 낯빛으로 걸어갔다. 양진은 찻종을 들어올려 천천히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밥 한 끼 먹을 시간을 기다리자 그제서야 양이선생이 나오더니 말했다.

"양나으리, 오래기다리셨습니다."

楊晉道:「當家的怎麼說?」

양진이 말했다.

"주인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셨소?"

楊二先生道:「當家吩咐下來,請楊爺內廳敘話,恕他沒有遠迎。」

양이선생이 말했다.

"주인께서 분부하시길 내청에서 이야기 나누자고 하시며 그분이 멀리 마중나오지 못함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楊晉道:「當家的很給楊某人面子,二先生帶路吧!」

양진이 말했다.

"주인께서 양모의 체면을 세워주셨구려. 이선생은 길을 안내하시오!"

隨在楊二身後,穿過了重重庭院,到了一座跨院的門外。跨院木門虛掩,楊二先生輕輕一推,木門已呀然而開。一道白石鋪成的甬道,直通上房。

양이의 뒤를 따라 겹겹의 정원을 가로질러 어느 과원의 문 밖에 도착했다. 과원의 목문은 잠기지 않고 닫혀만 있어서 양이선생이 살짝 밀자 목문은 끼익, 하고 열렸다. 흰 돌을 깔아서 만든 통로는 그대로 상방(上房)으로 통했다.

這是一處四合院,房舍不多,但院子卻不小,院裏種了不少的花草。楊二先生帶著楊晉進入上房。 只見一個鬚髮蒼然的老者,身穿藍綢長衫,坐在廳中一張太師椅上。

이곳은 한 채의 사합원(四合院)이었는데 방은 많지 않았지만 정원은 작지 않았고 정원 안에는 적잖은 화초가 심어져있었다. 양이선생은 양진을 데리고 상방으로 들어갔다. 한 명의 남색 장삼을 걸치고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청 안의 태사의에 앉아있었다.

楊晉急急一抱拳,道:「末學後進楊晉,給當家的見禮。」

양진이 급히 포권하며 말했다.

"말학후진(末學後進) 양진이 주인장을 뵙습니다."

蒼髯老者笑一笑道:「不敢當,楊爺,恕我未遠迎大駕,請坐下吧!」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 양나으리, 내가 멀리 마중하지 못했음을 용서하시오. 앉으시오!"

楊晉一欠身道:「晚生謝座。」

양진이 말했다.

"후배는 자리에 앉겠습니다."

木案上早已罷好了一碗棗子茶,蒼髯老者一面舉茶奉客,一面揮手對楊二先生說道:「你去前面招呼。」

나무 책상 위에는 한 잔의 대추차가 놓여져 있었다.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차를 들어 손님에게 주면서 한편으로는 양이선생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부를테니 자네는 앞쪽에 가있게."

楊二先生應了一聲,欠身一禮,悄然退去。

양이선생은 대답하고 허리를 숙여 일례하더니 조용히 물러갔다.

蒼髯老者喝了一口茶,笑道:「楊爺,這番駕臨寒舍,定然有所指教了。」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웃으며 말했다.

"양나으리, 이번에 누추한 집에 왕림하심은 분명 가르침이 있으시겠구려."

楊晉笑一笑,道:「老前輩,不敢當,晚輩這次驚擾大駕,主要的是求老前輩指點迷津。」

양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노선배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후배가 이번에 와서 방해를 드린 주요한 이유는 노선배님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아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蒼髯老者哈哈笑道:「恕老朽托大,叫你一聲老弟,你身任應天府總捕頭,聲勢煊赫,要老朽指點迷津,豈不是太過謙虛了麼?」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가 거만하게 당신을 노제라 부름을 용서하게. 자네는 응천부 총포두를 맡고 있어 명성이 자자한데 늙은이에게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하니 너무 겸허하지 않으신가?"

楊晉道:「晚輩是誠心討教而來!」

양진이 말했다.

"후배는 진심으로 가르침을 청하려 왔습니다!"

蒼髯老者微微一怔,道:「老弟,老朽退隱十餘年,未離開寒舍一步,近五年來,更是閉門謝客,雖昔年故友相訪,亦遭婉拒不見,楊老弟如是想探問江湖中事,只怕老朽無可奉告了。」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약간 멍해져서 말했다.

"노제, 늙은이는 은퇴한 지 십여 년이고 누추한 집을 한 걸음도 떠나지 않았네. 최근 오 년간은 아예 문을 닫고 손님 만나기를 사절했다네. 옛날 오랜 친구가 방문해도 완곡하게 만남을 거절했네. 양노제가 만일 강호의 일을 캐묻고자 한다면 늙은이는 알려줄 것이 없을 것 같군."

楊晉道:「老前輩昔年威名震江南,想不到你老留居的應天府下,竟有人敢做下血案……」

양진이 말했다.

"노선배님은 옛날 위명(威名)이 강남을 뒤흔들었지요. 당신이 살고 있는 응천부에서 놀랍게도 감히 살인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蒼髯老者一揮手,接道:「老弟,我已經退出武林,過去的事,早埋黃泉,別拿大帽子扣我。」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노제, 나는 이미 무림을 물러났고 과거의 일은 벌써 황천에 묻어버렸으니 나한테 감투를 씌우지 말게."

楊晉肅然說道:「這件血案,非比尋常。破不了此案,楊某和一般捕快,都難逃拿審杖逼之苦,住在應天府轄下的武林同道,只怕都很難脫此關係。」

양진이 숙연하게 말했다.

"이 살인사건은 심상치가 않습니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양모와 일반 포쾌들은 모두 잡혀서 심문을 받고 곤장을 맞는 고통을 피하기어려울 것이며, 응천부 관할에 사는 무림동도들 모두가 그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듯 합니다."

蒼髯老者道:「什麼事,如此嚴重?」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말했다.

"무슨 일이 이처럼 엄중한가?"

楊晉道:「七王爺這個人,老前輩知並吧?」

양진이 말했다.

"칠왕야라는 사람을 노선배께서는 아십니까?"

蒼髯老者道:「不大清楚,但我聽說是當今皇上的兄弟。」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말했다.

"그리 잘은 모르네. 하지만 듣기로 당금 황상의 형제라지?"

楊晉道:「七王爺府中鬧出了血案,……」

양진이 말했다.

"칠왕야 부중에 살인사건이 났습니다..."

蒼髯老者接道:「什麼人這樣大的膽子?」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말을 받았다.

"누가 그렇게 담이 크단 말인가?"

楊晉道:「膽大妄為的盜匪竟敢姦殺了王爺的寵妃。」

양진이 말했다.

"간덩이가 부은 비적은 감히 왕야께서 총애하시던 비를 간살하였습니다."

蒼髯老者一呆,道:「有這等事?」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멍해져서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가?"

楊晉道:「晚輩受令限期破案,但目下仍然是毫無頭緒,只好來求老前輩指點指點了。」

양진이 말했다.

"후배는 기한 내에 사건을 해결하라는 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전히 아무런 단서가 없어 노선배님을 찾아와 지도를 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蒼髯老者沉吟了一陣,道:「按道理,老弟遞上一句話,老朽就應該答應,不過,我已退出江湖,不能破例,這一點,還請你楊總捕頭多多的替我擔待了。」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한바탕 침음하더니 말했다.

"이치대로라면야 노제가 건넨 한 마디에 늙은이가 마땅히 승낙해야 하겠지. 그러나 나는 이미 강호를 물러났기에 전례를 깨뜨릴 수 없네. 그 점은 양총포두 자네가 양해해주시게."

楊晉微微一笑,道:「大當家,楊晉此番造訪,並無心挽請老前輩出山之意……」

양진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주인어르신, 양진이 이번에 찾아뵈온 것은 결코 노선배님께서 나서주십사 부탁드릴 마음이 없습니다..."

蒼髯老者道:「那你的意思是……」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말했다.

"그럼 자네의 뜻은..."

楊晉道:「晚輩的意思,希望老前輩能夠提供一點線索,只要打聽出他是那一道上的人,追捕人犯的事,自然不敢勞動大駕。」

양진이 말했다.

"후배의 뜻은 노선배께서 한 점 실마리를 제공해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자가 어느 방면의 사람인지말 알아내면 범인을 추적하여 체포하는 일은 감히 수고를 끼칠 수 없지요."

蒼髯老者道:「忝為應天府中一位居民,發生這大的事情,老朽本不該袖手,只是老朽已然退出江湖十餘年,人未離開過金陵一步,縱有相助之心,卻無相助之力。」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말했다.

"응천부에 사는 백성으로서 이 커다란 사건의 발생에 늙은이는 본래 수수방관해서는 안되네. 다만 늙은이는 이미 강호를 물러난 지가 십여 년이고, 금릉을 한 발짝도 떠나본 적이 없어 설령 돕고자하는 마음이 있어도 도울 힘이 없네."

楊晉輕輕咳了一聲,道:「大當家的,以你的威望,暗中摸摸事情底子,多少總可找出一點線索來,我這裡先告辭了,三天後,我再來拜訪老前輩聽候回音。」

양진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주인어르신, 당신의 명망이라면 암중으로 사건의 밑바닥을 더듬어 얼마간의 한 점 실마리를 찾아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쯤에서 가보겠습니다. 삼 일 뒤 다시 노선배님을 찾아뵙고 회답을 기다리겠습니다."

話雖說的很婉轉,口口聲聲老前輩,大當家,但骨子卻是有點霸王硬上弓的味道,不論那蒼髯老者是否願意,似乎都要幫助。

말은 비록 아주 완곡했고 말끝마다 노선배, 주인어르신했지만 이면에는 일을 강행하려는 맛이 있었다. 그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도와달라고 하는 듯 했다.

蒼髯老者一皺眉,道:「楊總捕,這件事……」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총포두, 그 일은..."

楊晉抱抱拳,打斷了蒼髯老者的話,道:「咱們就這麼說定,三天之內,老前輩如不想晚輩打擾,就請遣人送封信到府裡去,第三天我接不到信,第四天一早晚輩再來。」

양진이 포권하여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의 말을 자르고는 말했다.

"우리 이렇게 정하시지요. 삼 일 내에 노선배님이 만일 후배를 방해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사람을 시켜 편지를 응천부로 보내십시오. 삼 일째 제가 편지를 받지 못했다면 사 일째 되는 날 일찍 후배가 다시 오겠습니다."

轉過身子,大步向前行去。蒼髯老者口唇啟動但卻忍下去未喊出聲,望著楊晉的背影發怔。

돌아서서 큰 걸음으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수염이 희끗희끗한 노인은 입을 열려다가 참고 소리내어 부르지 않았다. 그저 양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楊二先生恭候在二門口處,見楊晉行了出來,立時迎上去說道:「總捕頭,大當家的說些什麼?」

양이선생이 두 번째 문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양진이 걸어나오는 것을 보자 즉시 맞이해가서 말했다.

"총포두, 주인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楊晉笑一笑,道:「大當家的說,他願意幫忙,三天內給我一個回信。」

양진이 웃으며 말했다.

"주인어른은 돕기를 원하시며 삼 일 안으로 나한테 회신을 주겠다고 말씀하셨소."

離開了江家綢緞莊,楊晉直奔向夫子廟。他當了十幾年總捕頭,對金陵城中的一草一木,都很熟悉,何處藏龍,何處臥虎,那裡是蛇鼠會集的地方。

홍가주단장을 떠나 양진은 부자묘(夫子廟:공자를 모신 사당)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십수 년간 총포두를 맡아 금릉성 안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아주 익숙했다. 어느 곳에 용이 숨어있고 어느 곳에 호랑이가 몸을 숨기고 있으며, 뱀과 쥐가 모여있는 곳이 어딘지를 말이다.

這時,夫子廟夜市還早,顯得有些淒清。楊晉放緩了腳步,行到夫子廟左面一塊空地上,果然見到一個叫化子,靠在紅磚牆上打盹。

이때 부자묘(夫子廟)는 야시장이 아직 멀어서 좀 썰렁했다. 양진은 발걸음을 늦추어 부자묘(夫子廟) 왼쪽의 공지에 도착했다. 과연 한 명의 규화자(叫化子:거지)가 붉은 벽돌담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輕著腳步走過去,楊晉輕輕咳了一聲,道:「朋友,你醒醒。」

가벼운 걸음으로 걸어간 양진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친구, 깨어나게."

叫化子睜開眼睛,瞄了楊晉一眼,道:「閣下是……」

규화자가 눈을 뜨고 양진을 한번 훔쳐보더니 말했다.

"귀하는..."

楊晉笑笑道:「哈們光棍眼睛不揉砂子,在下應天府中總捕頭楊晉。」

양진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 눈이 밝은 사람을 속일 수는 없지. 나는 응천부 총포두인 양진일세."

叫化子年約三十左右,打個呵欠,伸伸懶腰,道:「大人物!」

규화자는 나이가 약 삼십가랑이었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더니 말했다.

"대인물이 납시었군요!"

楊晉道:「借你朋友的口,給我通報一聲,我要見貴幫中金陵分舵舵主。」

양진이 말했다.

"친구 당신이 통보를 한번 해주시오. 나는 귀 방의 금릉분타주를 만나야겠소."

叫化子看看楊晉那神光閃閃的雙目,似乎自知騙不過,笑一笑,道:「楊大人,你的招子很亮啊!」

규화자는 양진의 그 신광이 번쩍이는 두 눈을 보자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안 듯 말했다.

"양대인, 당신은 아주 똑부러지게 말씀하시는군요!"

楊晉道:「十幾年來,我沒有找過貴幫中人----」

양진이 말했다.

"십수 년 이래로 나는 귀 방의 사람들을 찾은 적이 없었네..."

叫化子接道:「楊爺,咱們丐幫,可沒有給你添過麻煩。」

규화자가 말했다.

"양나으리, 우리 개방은 당신을 성가시게 하지 않았습지요."

楊晉道:「不錯,咱們是河水不犯井水,但這一次,----」

양진이 말했다.

"그렇소. 우리는 강물이 우물물을 침범하지 않듯 그렇게 지내왔소. 하지만 이번에는..."

叫化子雙目一瞪,接道:「怎麼樣?」

규화자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말했다.

"어떻다는 것입니까?"

楊晉道:「出的麻煩太大,所以在下非得見見貴幫的分舵主不可。」

양진이 말했다.

"너무도 큰 말썽이 생겼소. 그래서 나는 귀 방의 분타주를 만나보지 않으면 안되오."

叫化子皺皺眉頭:「楊大人,事情不大好辦?」

규화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양대인, 사정은 그리 쉽지 않겠습니다만?"

楊晉道:「怎麼說?」

양진이 말했다.

"무슨 말이오?"

叫化子道:「半年前,也許容易一些,但此刻……」

규화자가 말했다.

"반 년전에는 아마 좀 용이했겠지만 지금은..."

楊晉接道:「有什麼礙難之處?」

양진이 말했다.

"무슨 애로점이 있소?"

叫化子道:「的確是的,楊大人,半年前我們分舵主換了人。」

규화자가 말했다.

"확실한 것은, 양대인, 반 년전에 우리 분타주가 바뀌었답니다."

楊晉道:「有什麼不同,不都是貴幫中人麼?」

양진이 말했다.

"무슨 다른 점이 있소? 모두 귀 방의 사람 아니오?"

叫化子道:「這位新任分舵主,對你們六扇門中人,有一點成見。」

규화자가 말했다.

"신임 분타주는 당신네 관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좀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요."

楊晉哦了一聲。

양진이 아, 소리를 냈다.

叫化子道:「所以,楊大人如是能了,彼此都省些閒氣。」

규화자가 말했다.

"그러니 양대인께서는 가능하다면 피차 쓸데없이 화낼 일을 만들지 마십시오."

楊晉豪然一笑,道:「朋友,這是件第一重要的事,我非見分舵主不可,他要見也得見,不見也得見……」

양진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친구, 이건 제일 중요한 일이오. 나는 분타주를 만나지 않으면 안되오. 그가 나를 만나자고 해도 만날 것이며, 만나지 않겠다고 해도 만나야 하오..."

叫化子雙眉一聳,接道:「怎麼?這是威脅……」

규화자가 두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뭐라고요? 이건 위협이군요..."

楊晉接道:「你聽下去,我說完了你再作決定不遲。」

양진이 말했다.

"들으시오. 내가 말을 다하고 다시 결정해도 늦지않소."

叫化子冷哼一聲,未再接口。

규화자가 차갑게 흥, 하더니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楊晉道:「第二,公門中人,身難作主,也許有地方開罪江湖朋友,但就在下所知,至少應天府轄下,沒有開罪過丐幫中人,第三,這一樁麻煩太大,楊某人也頂不住,事情鬧了,大家都吃不完兜著走。」

양진이 말했다.

"둘째,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소. 어쩌면 강호친구들에게 죄를 지은 것도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 적어도 응천부 관할에서는 개방사람들에게 죄를 짓지 않았소. 세째, 이번의 크나큰 말썽은 양모도 감당할 수가 없소. 일이 시끄러워져서 아무도 완전히 떠맡지 못하오." (뒷 부분이 아리숑~;;)

叫化子看楊晉說的神情嚴肅,火氣頓消,緩緩說道:「什麼事?」

규화자는 양진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것을 보자 화가 좀 가라앉았다. 천천히 입을 뗐다.

"무슨 일입니까?"

楊晉道:「見了貴分舵主,楊某人會說個清楚。」

양진이 말했다.

"귀 분타주를 만나면 양모가 분명하게 말하겠소."

叫化子沉吟了一陣,道:「楊大人,你留此一陣,我給報上去,但分舵主願不願見你,我叫化子可沒有法子作主。」

규화자가 한동안 침음하더니 말했다.

"양대인, 내가 가서 보고할 테니 이곳에 좀 계십시오. 하지만 분타주가 당신을 만날지 아닐지는 나 규화자가 결정하지 못합니다."

楊晉道:「有勞你朋友了,記著,我非要見他才可說清楚。」

양진이 말했다.

"친구, 당신이 수고해주시오. 기억하시오. 나는 그를 만나야만 분명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소."

叫化子道:「我可以原意轉達,但他見不見,我不能預先奉告。」

규화자가 말했다.

"내가 본뜻을 전달할 수 있지만 만날지 안만날지는 제가 미리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楊晉一揮手,道:「有勞了。」

양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수고해주시오."

叫化子站起身來,舉步而去。但不過片刻工夫,人就轉了回來。

규화자는 일어나더니 걸어갔다.말했다. 하지만 불과 잠깐 사이에 돌아왔다.

楊晉一皺眉頭,道:「閣下來的好快。」

양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귀하는 아주 빨리 왔구려."

叫化子道:「另有人去通報,在這裏陪陪楊大人。」

규화자가 말했다.

"다른 사람이 통보하러 갔고 나는 여기서 양대인을 모시고 있겠습니다."

楊晉笑一笑,未再發言。又過了一刻工夫,另一個年輕的叫化子行了過來。楊晉暗中留神,只見那年輕的叫化子舉手作了一個暗號,立刻轉頭而去。

양진은 웃더니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또 일각의 시간이 지나자 다른 한 명의 젊은 규화자가 걸어왔다. 양진이 암중으로 주위하여 보니 그 젊은 규화자는 손을 들어 암호를 보내고는 즉시 뒤돌아 가버렸다.

年長的叫化子笑一笑,道:「本幫分舵主恭候楊大人。」

나이 많은 규화자가 웃으며 말했다.

"본 방의 분타주께서 양대인을 기다리고 계신다는군요."

楊晉道:「那就有勞帶路了。」

양진이 말했다.

"그럼 수고스럽지만 길을 안내해주시오."

叫化子笑一笑,舉步而行,一面說道:「楊大人,我們這位新的分舵主,因為一件往事,對公門中人成見很深,但他肯和總捕頭會面,足見對你楊大人還很仰慕,實在說,我叫化子已在金陵分舵任事了四年多,對你楊總捕頭的為人,十分敬重。」

규화자는 한번 웃더니 걸음을 옮겨 걸어가면서 한편으로 말했다.

"양대인, 우리 새로운 분타주는 지난 일 때문에 관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매우 깊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총포두를 만나겠다고 하시니 양대인 당신을 깊이 앙모하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楊晉笑一笑,道:「過獎。」

양진이 웃으며 말했다.

"과찬이시오."

叫化子輕輕咳了一聲,道:「萬一我們分舵主言語上有什麼開罪你服友的地方,還希望你楊捕頭多多擔待。」

규화자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만일 우리 분타주께서 당신에게 무슨 실례되는 말을 하시더라도 양포두 당신이 많이 양해해주기를 바랍니다."

楊晉道:「這個,你朋友放心,楊某人是來拜訪,能忍的,我都會忍下去。」

양진이 말했다.

"그건 안심하시오.양모가 배방하러 왔으니 참을 수 있는 건 모두 참겠소."

叫化子道:「那就好,你是大人大量。」

규화자가 말했다.

"그럼 잘 됐군요. 당신은 대인으로서 도량이 넓군요."

談話之間,轉入一個小巷之中。叫化子當先而行,推開了一扇木門進入了一幢矮小的陋室之中。小小的院落,小小的客房,房裡除了一張八仙桌外,只有六張竹椅。

말을 하는 사이에 어느 작은 골목으로 돌아들어갔다. 규화자는 앞장서서 가더니 한 짝의 문을 밀어서 열어 한 동의 왜소하고 누추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자그마한 뜰에, 자그마한 객방이었으며 방 안에는 팔선탁자(八仙桌子) 외에는 오직 여섯 개의 대나무의자 뿐이었다.

一個四旬上下,身著灰布褲褂,身上打著五個淡藍補綻的人,端坐在木桌後面。淡藍和灰色相差極微,不留心,很難看得出來。但楊晉心中明白,那五個淡藍色的補綻,代表著這人的身份,是一位五綻弟子。

한 명의 사순 안팎에 몸에는 담남색으로 다섯 군데 터진 곳을 기운 회포 마고자를 입은 사람이 나무탁자 뒷편에 단정히 앉아있었다. 담남색과 회색의 차이가 극히 미미하여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다섯 개의 담남색의 기운 자리는 이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오탄제자(五綻弟子)임을 양진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帶路叫化子一欠身,道:「應天府楊總捕頭駕到。」

길을 안내한 규화자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응천부 양총포두께서 오셨습니다."

灰衣叫化站起身子,道:「貴客,貴客,請坐,請坐。」

회의규화가 일어나더니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구려. 앉으시오."

楊晉一抱拳,道:「楊晉打擾舵主。」

양진이 포권하며 말했다.

"양진이 타주를 방해했구려."

灰衣叫化淡淡一笑,道:「不敢當,楊大人。」

회의규화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천만에요. 양대인."

楊晉緩緩說道:「應天府發生了一件很重大的事,楊某身受急命,不得不先行奉告各位一聲。」

양진이 천천히 말했다.

"응천부에서 아주 중대한 일이 발생했다오. 양모는 명을 받은 몸이라 부득불 먼저 여러분들에게 한 마디 알려드려야겠소."

灰衣叫化啊了一聲,道:「什麼事如此嚴重。」

회의규화가 아, 하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 이같이 엄중하오?"

楊晉道:「對丐幫,在下有著十分敬重之心,因此,楊某甘冒洩漏機密,奉告舵主。」

양진이 말했다.

"개방에 대해 나는 십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소. 이로 인해 양모는 기밀이 누설됨을 무릅쓰고 타주께 알려드리겠소."

灰衣叫化臉色凝重,道:「叫化子洗耳恭聽。」

회의규화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규화자는 귀를 씻고 듣겠소이다."

楊晉道:「七王爺府中發生了一樁血案,應天府奉到了限期破案的嚴令,因此,在下不揣冒昧,特來拜訪貴舵主----」

양진이 말했다.

"칠왕야 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응천부는 기한 내에 사건을 해결하라는 엄명을 받았소. 이 때문에 나는 실례를 무릅쓰고 특별히 타주를 배방하러 왔소이다..."

灰衣人道:「七王爺的府中,遺失了什麼貴重之物?」

회의규화가 말했다.

"칠왕야의 부중에서 무슨 귀중한 물건이라도 잃었소?"

楊晉道:「殺了人。」

양진이 말했다.

"사람을 죽였소."

在王府中殺人,實在算得是一件很重大的事,聽得灰衣叫化也不禁為之一呆,道:「殺了什麼人?」

왕부에서 사람을 죽였다면 실로 중대한 일인 셈이다. 회의규화도 듣고 멍해지는 것을 금하지 못했다.

"누구를 죽였소?"

楊晉道:「就算是在府中普通的人,案情已夠重大何況被殺的人,是王爺的寵妃。」

양진이 말했다.

"설령 부중의 보통사람이라 하더라도 사건의 사정이 이미 충분히 중대한데 하물며 죽임을 당한 사람이 왕야가 총애하던 비(妃)라오."

灰衣叫化聽得又是一怔,道:「王爺的寵妃被殺,難道王府中就沒有護院武師麼?」

회의규화가 듣고 또 멍해져서 말했다.

"왕야가 총애하던 비가 피살되었다고? 설마 왕부 안에 호원무사가 없단 말이오?"

楊晉道:「有人,當值的一十八名護衛值更,全都收押在應天府中。」

양진이 말했다.

"있었소. 당직을 섰던 십팔 명의 호위와 당직은 전부 응천부에 압송되었소."

灰衣叫化道:「楊總捕頭,乃當今名捕,定然會查出一些內情了。」

회의규화가 말했다.

"양총포두는 당금 명포(名捕)이시니 틀림없이 내정을 조사해냈겠군요." 

楊晉道:「慚愧得很,在下仔細地查了現場,竟然沒有找出任何痕跡。」

양진이 말했다.

"부끄럽소이다. 나는 현장을 자세히 조사했지만 뜻밖에도 어떠한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소."

灰衣叫化沉吟了一聲,道:「楊大人找咱們丐幫,不知有何用心了。」

회의규화가 침음하더니 말했다.

"양대인께서 우리 개방을 찾은 것은 어떤 의도가 있어서인지 모르겠군요."

楊晉道:「久聞貴幫忠義相傳,替天行道,像這等淫惡之徒,留在人間,有害無益,站在除魔衛道的立場,貴幫也不會饒過他了。」

양진이 말했다.

"귀 방은 충의의 전통이 있으며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행한다고 들어왔소. 이렇게 음탕하고 악독한 무리를 인간세상에 남겨두면 유해무익(有害無益)할 것이오. 마(魔)를 제거하고 도를 지키는 입장에 서서 귀 방도 그를 용서하지 않겠지요?"

灰衣叫化輕輕咳了一聲,道:「這個麼?如是敝幫遇著這等人物,自然是不會放過他了。」

회의규화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이를 말씀이오? 그 만일 폐 방이 그런 인물을 만났다면 당연히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오."

楊晉嘆息一聲,道:「今日楊某來此,特來請求貴幫相助。」

양진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오늘 양모가 이곳에 온 것은 특별히 귀 방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함이오."

灰衣叫化道:「楊大人希望我等如何幫忙?」

회의규화가 말했다.

"양대인은 우리들이 어떻게 돕기를 바라시오?"

楊晉道:「貴幫耳目之靈,天下各大門派無出其右,楊某斗膽,希望貴幫能夠幫我們查那兇徒下落。」

양진이 말했다.

"귀 방은 이목이 영민하여 천하 각대문파 어딘들 그보다 뛰어나지 못하오. 양모는 외람되게도우리가 흉수의 소재를 찾는 것을 귀 방이 도와줄 수 있기를 바라오."

灰衣叫化道:「可以,叫化子立時下令金陵分舵中人,幫你追查兇徒,不過,希望楊大人能夠告訴我們較為詳細一點的內情,我們也好有所著手。」

회의규화가 말했다.

"가능하오. 규화자는 즉시 금릉분타에 명령을 내려 당신을 도와 흉수를 조사하겠소. 그러나 양대인은 우리에게 비교적 상세한 내정을 알려주시기를 바라오. 그래야 우리도 착수하기가 좋소."

楊晉道:「血案發生昨夜三更之後,其他的別無可尋的線索。」

양진이 말했다.

"살인사건은 어젯밤 삼경이 지나서 발생했는데 별다른 의심스러운 단서가 없소이다."

灰衣叫化道:「好吧!我們盡力而為。」

회의규화가 말했다.

"알겠소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소."

楊晉一抱拳,道:「在下告辭了。」

양진이 포권하며 말했다.

"나는 이만 가보겠소."

灰衣叫化道:「楊大人好走,恕我不送。」

회의규화가 말했다.

"양대인, 잘 가시오. 내가 전송하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楊晉道:「不敢有勞。」

양진이 말했다.

"감히 수고를 끼칠 수 없소."

舉步向外行去。

걸음을 옮겨 밖을 향해 걸어갔다.

走約十幾步,灰衣叫化突然叫道:「楊大人請轉。」

약 십수 보를 걸어갔는데 회의규화가 돌연 소리쳤다.

"양대인, 돌아오시오."

楊晉轉身而回,道:「舵主還有什麼見教?」

양진이 뒤돌아 돌아와서 말했다.

"타주는 또 무슨 가르침이 있으시오?"

灰衣叫化道:「叫化子駱天峰。」

회의규화가 말했다.

"규화자는 낙천봉(駱天峰)이오."

楊晉道:「久仰了,駱兄。」

양진이 말했다.

"존함은 오래 전부터 들었소이다. 낙형."

駱天峰道:「駱某人向不和公門中人來往,敝幫也是一向獨行其是,這次駱某答允楊兄,只算是受你私人之托和應天府無關。」

낙천봉이 말했다.

"낙모는 아문(衙門)의 사람과 왕래하지 않았으며 폐 방도 늘 자신의 뜻대로 일을 한다오. 이번에 낙모가 양형에게 승낙한 것은 단지 당신의 개인적인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지 응천부와는 무관하오."

楊晉道:「駱兄,在下感激不盡。」

양진이 말했다.

"낙형, 나는 감격해 마지않소."

駱天峰道:「有消息,在下就派人送信給楊大人!」

낙천봉이 말했다.

"소식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어 양대인께 전하겠소!"

楊晉道:「但願早得佳音。」

양진이 말했다.

"빨리 소식을 받을 수 있기만을 바라겠소."

重又轉身而去。楊晉未回家,卻轉到了應天府中。五花刀王勝早已到了府中。

또 다시 몸을 돌려서 갔다. 양진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응천부를 향해 길을 돌렸다. 오화도 왕승은 벌써 부중(府中)에 도착해 있었다.

一見楊晉不待相問,立時迎了上去,道:「幾家鏢局子的總鏢頭,都在金陵,今夜中準時赴約。」

양진이 물을 필요도 없이 즉시 마중와서 말했다.

"몇 군데 표국의 총표두는 모두 금릉에 있으며 오늘 밤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오기로 했습니다."

楊晉道:「他們知曉了什麼事麼?」

양진이 말했다.

"무슨 일인지 그들이 알았는가?"

五花刀道:「不知道,總捕頭囑咐過了,屬下再不敢隨便說出。」

오화도가 말했다.

"모릅니다. 총포두께서 분부하셨기에 속하는 더이상 감히 마음대로 발설할 수 없었습니다."

楊晉道:「那很好……」

양진이 말했다.

"잘했군..."

輕輕咳了一聲,道:「張晃有消息麼?」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장황은 소식이 있는가?"

王勝道:「有,適才他遣人回報,發現了兩個形跡可疑的人,他已經盯了上去。」

왕승이 말했다.

"있습니다. 방금 전 사람을 보내어 보고했는데 두 명의 거동이 의심스러운 사람을 발견했답니다. 그는 이미 감시하러 갔습니다."

楊晉道:「在那裡?」

양진이 말했다.

"어디로?"

王勝抓抓頭皮,道:「在那裡,我忘記問他了,不過,那傳話人說過,盯準了他們的落腳之處,就立刻回來。」

왕승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디인지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그러나 전갈을 한 사람이 말하길 그들이 묵는 곳을 정확히 보고나면 즉시 보고한다고 했습니다."

楊晉啊了一聲轉過話題,道:「你派一個精明的捕快,到四鳳舫去,就說今晚上我要請客,要他們準備好酒好菜。」

양진이 아, 하더니 화제를 돌려서 말했다.

"자네는 한 명의 눈치빠른 포쾌를 사봉방으로 보내어 오늘 밤 내가 손님을 청했으니 그들에게 술과 요리를 잘 준비하라고 말하게."

王勝應了一聲,轉身而去。楊晉閉起雙目,心中卻暗作盤算,如若是丐幫中人真肯幫忙,這三五日內,金陵城中江湖人物的動態,定然會有消息傳來。因為丐幫在江湖上,弟子遍佈,眼線廣設,大江南北,不論發生了什麼事都無法瞞得過他們。

왕승이 대답하고는 돌아서서 떠났다. 양진은 두 눈을 감고 속으로 남몰래 계산을 했다. 만약 개방 사람들이 진짜 돕기로 했다면 수 일 안으로 금릉성 안의 강호인물의 동태와 소식을 전해올 것이다. 왜냐하면 개방은 강호에 제자가 두루 퍼져있고 감시인들이 넓게 배치되어 있어 대강남북에 무슨 일이 발생하든 그들의 눈을 속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一陣步履之聲,驚醒了閉目靜思的楊晉。睜眼看去,只見來人一身天藍長衫,正是府尹首座文案劉文長。

일진의 발자국 소리가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던 양진을 깨웠다. 눈을 떠보니 온 사람은 일신에 천남색 장삼을 입었는데 바로 부윤수좌(府尹首座) 문안 유문장이었다.

劉文長臉上堆滿了笑容,道:「楊兄,大人剛才兄弟隨在談起楊兄。」

유문장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서 말했다.

"양형, 대인께서는 방금 전 형제에게 양형과 같이 이야기하라고 하셨소."

楊晉笑一笑,道:「文長兄請坐。」

양진이 웃으며 말했다.

"문장형, 앉으시오."

劉文長在楊晉對面一張木椅坐了下來,道:「大人也覺著這是一件無頭公案,三個月的限期,實在是緊了一點,但七王爺來頭太大,大人實也無法擔待下來……」

유문장은 양진의 맞은편 나무의자에 앉더니 말했다.

"대인도 이것이 어떤 실마리도 없는 사건임을 깨달으셨소. 삼 개월의 기한은 사실 좀 빡빡하오. 하지만 칠왕야의 배경이 너무도 크니 사실 대인도 관대해질 수가 없소..."

楊晉接道:「劉爺這個我知道,我會盡力,今個我已經開始行動,佈下羅網,希望在三五日內,能找出一點線索。」

양진이 말했다.

"유나으리, 그건 나도 알고 있소.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오. 오늘 나는 이미 행동을 개시하여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쳐두었고, 삼오 일 안으로 한 점 단서를 찾아낼 수 있기를 희망하오."

劉文長道:「那很好,正公對楊兄器重得很,話語之中,對楊兄十分推愛,因此,準備拼受王爺一頓斥責,準備替楊兄討取一面金龍令牌……」

유문장이 말했다.

"그거 아주 잘됐소. 

笑一笑,接道:「楊兄想是知道了,王府金龍令牌,在江南七省中,有著無與倫比的權威,不啻是當今的玉旨,文武百官,皆受所令,大人如能為楊兄請到了金牌,不但各府各州的捕快們能夠任你調動,就是提督、副將,各省兵馬,楊兄如有需要,也可調他們你擒拿匪徒了。」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양형이 알다시피 왕부의 금룡영패는 강남칠성에서 비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지고 있어 당금 황상의 성지(聖旨)와 같이 문무백관이 모두 명령을 받소. 대인이 만일 양형을 위해 금패를 부탁하게 된다면 각부 각주의 포쾌들을 동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독, 부장, 각성의 병마를 양형에게 맡겨 필요시 그들을 동원하여 범인을 잡을 수도 있다오."

楊晉怔了一怔,道:「這個如何使得……」

양진이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그걸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소..."

劉文長道:「這是大人對楊兄支持。」

유문장이 말했다.

"이것은 대인께서 양형을 지지하신다는 거요."

楊晉道:「大人厚愛,楊某粉身碎骨,也難報答。」

양진이 말했다.

"대인의 특별한 배려에 양모는 분신쇄골(粉身碎骨)하더라도 보답하기 어렵구려." 

劉文長笑一笑,道:「兄弟在大人面前,也曾再三的推崇楊兄,必可被此血案,不過,茲事體大,萬一無法破案時……」

유문장이 웃으며 말했다.

"형제도 대인 면전에서 반드시 이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재삼 양형을 추켜세웠다오. 그러나 일이 너무나 중차대하여 만일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시에는..."

突然放低了聲音,接道:「楊兄可否考慮一下兄弟李代桃僵之計。」

돌연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이었다.

"가짜 범인을 내세우는 형제의 계책을 양형은 고려해볼 수 있겠소?"

楊晉道:「文長兄高才,限期之內,如若無法破案,自當向大人請罪,向文長兄領教。」

양진이 말했다.

"문장형은 높은 재주를 가지고 계시오. 기한 내에 만약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응당 대인께 죄를 청하고 문장형께 가르침을 받겠소."

劉文長站起身子,笑道:「咱們就這麼說,楊兄還有什麼需要,不便對大人明言,只管告訴兄弟,我代楊兄轉告。」

유문장이 일어나더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양형이 또 무슨 필요한 것이 있는데 대인께 말하기 불편하면 얼마든지 형제에게 알려주시오. 내가 양형 대신 전하겠소."

楊晉抱拳,道:「謝謝文長兄,現在兄弟剛剛著手,如有進展,再向文長兄請教。」

양진이 포권하더니 말했다.

"장문형 고맙소이다. 형제는 이제 막 착수했으니 진전이 있다면 다시 문장형께 가르침을 청하겠소."

劉文長道:「楊兄言重了,我不打擾啦。」

유문장이 말했다.

"양형은 말씀이 과하시오. 나는 방해하지 않으리다."

邁著方步,離開捕房。

발걸음을 내딛어 포방을 떠났다.

劉師爺一番慰勉之言,卻如千斤重錘一般,壓在了楊晉心上,這就作官的妙處,三言兩語,使楊晉感覺到肩上負重增,不破此案,大有無以回報知遇之感。劉師爺,果不虧應天府第一幕賓。

유사야 위로와 격려의 말은 천 근 무게의 추와 같이 양진의 마음을 눌렀다. 이것이 바로 관리의 묘한 점이다. 두세 마디 말로 양진으로 하여금 어깨에 진 무게를 무겁게 한 것이다.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을 알아바고 중용해준 데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유사야(劉師爺)는 과연 응천부의 제일막빈(第一幕賓)이라고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望著劉文長遠去的背影,楊晉長長的吁一口氣,掩上房門,靜坐調息。這位威震江南的名捕,不但有著一身很高的武功,也有著冷靜頭腦,他知道從此刻起,必需要保持著冷靜,保有體能,以便應付隨時發生的事情。

유문장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양진은 길게 휴, 한숨을 내쉬더니 방문을 닫고 좌정하여 조식했다. 이 위명을 강남에 떨친 명포두는 일신에 아주 높은 무공을 가졌을 뿐 아니라 냉정한 두뇌를 가졌다. 그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응하기 편하도록 지금부터 반드시 냉정과 체력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落日西沉,餘暉幻起來了半天彩霞。楊晉也剛好調息醒來。漫步出門,只見五花刀王勝穿著一身勁裝,手裡提著長刀。

지는 해가 서쪽으로 기울자 아름다운 노을이 한 쪽 하늘을 물들였다. 양진도 막 조식에서 깨어났다. 천천히 문을 나서니 오화도 왕승이 일신에 경장을 걸치고 손에 장도를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楊晉皺皺眉頭,道:「去加一件長衫,換一把短刀,這等架勢,被人一瞧就覺情形不對。」

양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서 위에다 장삼을 걸치고 단도로 바꾸게. 그런 모양새는 남들에게 정황이 심상치 않음을 한 눈에 알아차리게 하는 걸세."

王勝臉一熱,立刻取過一件長衫穿上,放下長刀,換了兩把手叉子,別在腰裡。

왕승은 낯이 뜨거워졌다. 즉시 장삼을 한 벌 가져와 위에 걸치고 장도는 내려놓고 두 자루의 수차자(手叉子:포크 비슷한 무기)로 바꾸어 허리춤에 각기 간수하였다.

楊晉望望天色,道:「張晃還沒有回來麼?」

양진이 천색을 살피더니 말했다.

"장황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가?"

王勝道:「還沒有。」

왕승이 말했다.

"아직입니다."

楊晉道:「可有消息傳來。」

양진이 말했다.

"전해온 소식이라도 있는가?"

王勝搖搖頭,道:「也沒有。」

왕승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것도 없습니다."

楊晉哦了一聲,舉步向前行去。王勝緊隨在楊晉身後。趕到秦淮河畔,早有四鳳舫中的龜奴迎了上來。應天府總捕,宴客四鳳舫,在四鳳舫是一件大事,總算楊晉傳話,囑咐不得張揚,所以,除了四鳳舫中人外,秦准河畔其他的花舫,大都不知此事。

양진은 아, 하더니 걸음을 옮겨 앞으로 걸어갔다. 왕승이 양진의 뒤를 바짝 따랐다. 진회하(秦淮河) 강가에 도착하자 벌써 사봉방의 구노(龜奴:기원에서 잡무를 맡아보던 사람)가 마중나와 있었다. 응천부 총포두가 사봉방에서 손님을 맞아 연회를 여는 것은 사봉방에서는 큰 일이었다. 어쨌든 양진이 전갈하여 떠벌리지 말라고 분부하였기에 사봉방 사람들 말고는 진회하의 다른 화방(花舫:아름답게 치장한 꽃놀이배)은 모두 이 일을 알지 못했다.

那龜奴穿著一件新長衫,迎上來哈著腰,道:「楊爺,請上船。」

그 구노는 새 장삼을 걸치고 맞이해와서 허리를 구부리며 말했다.

"양나으리, 배에 오르시지요."

楊晉舉步登舟,一面問道:「有客人來麼?」

양진이 걸음을 옮겨 배에 오르면서 한편으로 물었다.

"손님은 왔느냐?"

龜奴應道:「江南,金陵兩家的總鏢頭,都已到了,長江鏢局子,還沒有人來。」

구노가 대답했다.

"강남, 금릉 양가의 총표두가 모두 도착했고 장강표국에서는 아직 온 사람이 없습니다."

楊晉行入艙中,只見艙中已點起了四盞宮燈,金陵,江南兩家鏢局的總鏢頭,果已在座。四個刻意打扮過的姑娘,正陪著兩位總鏢頭在談筆。

양진이 선창 안으로 들어가니 선창 안에는 넉 잔의 궁등(宮燈)이 밝혀져있었고 금릉, 강남표국의 총표두가 과연 자리에 있었다. 네 명의 한껏 꾸민 낭자들이 두 총표두를 모시고 이야기를 서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這兩位,都是五十上下的年紀,一個穿著海青長衫,一個穿了深灰色的褲褂。十年媳婦才成娘,熬到總鏢頭這個位置,大都到四十以上了。兩人一面嗑著瓜子,一面在和四個姑娘談話,看龜奴帶著楊晉行來,立時起身拱手笑道…「楊大人。」

이 두 사람은 모두 오십 가량의 나이에 한 명은 해청색 장삼을, 한 명은 짙은 회색의 마고자를 걸쳤다. 갖은 고생 끝에 총표두의 위치에 이르렀기에 모두가 사십이 넘었다. 두 사람은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한편으로는 네 명의 낭자와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하다가 구노가 양진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자 즉시 일어나 공수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양대인."

楊晉一抱拳,道:「坐,坐。」

양진이 포권하며 말했다.

"앉으시오, 앉으시오."

跨步在主位上坐了下來。

큰 걸음으로 주인 자리에 앉았다.

那穿著海青長衫的人,輕咳一聲,道:「大人見召四鳳舫,草民是不敢不來……」

해청색 장삼을 걸친 사람은 살짝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대인께서 사봉방(四鳳舫)으로 부르시니 민초는 감히 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楊晉接道:「言重,言重,曹兄賞臉。」

양진이 말했다.

"천만에, 천만에. 조형께서 체면을 세워주셨소이다."

穿深灰褲褂的老者,笑一笑,道:「楊大人咱們如約而來,酒飯是吃定了,但不知大人有何見教。」

짙은 회색 마고자를 걸친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양대인, 우리는 약속대로 왔고 술자리라고 여기고 있습니다만 대인께서 무슨 가르침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這位老江湖,不虧是見多識廣,已經意識這頓不太好吃。

이 노강호인은 견식이 두루 넓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楊晉道:「周兄,等方兄到來,咱們先杯酒盡歡,靜夜正長,當作詳談。」

양진이 말했다.

"주형, 방형이 오면 우선 기분좋게 한잔 합시다. 밤이 기니 상세히 이야기하기 적당하오."

語氣中畫龍點睛,已然隱隱說出了事非小可。兩位老江湖都聽得微微一怔,但卻未再多問。

말투가 화룡점정이었다. 보통 일이 아님을 이미 어렴풋이 발설한 것이다. 두 노강호인은 듣고 약간 멍해졌지만 더이상 묻지 않았다.

這時,艙門口處,突然響起了一個朗朗清音,道:「家舅父染恙未癒,難應大人召宴,特命晚輩岳秀來此,濫竽充數,還得大人鑒諒。」

이때 선창의 문 입구에서 한 사람의 낭랑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저희 외숙께서 병에 걸리시는 바람에 대인의 부르심에 응하기 어려워 후배 악수(岳秀)가 특별히 명을 받아 머릿수라도 채우러 이곳에 왔사오니 대인께서는 널리 양해해주십시오."

三人齊齊轉頭,只見一個身著白綢長衫,朗目劍眉,身材適度,姿態文雅的少年,逕自抱拳作禮。

세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흰 비단장삼을 입고 초롱초롱한 눈, 검미(劍眉)에다 적당한 체격, 자태가 우아한 한 명의 소년이 포권하여 예를 올리고 있었다.

楊晉怔一怔站起身子一揮手,道:「閣下是……」

양진이 멍해졌다가 일어나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귀하는..."

白衣少年道:「晚輩岳秀,前輩是楊大人吧!」

백의소년이 말했다.

"후배는 악수(岳秀)입니다. 선배님께서 양대인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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