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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回 絳衣麗人(강의려인) 본문
第 九 回 絳衣麗人(진홍 옷의 미인)
杜君平一伏身將他背起, 飛奔至寺院, 先行將雲鶴道長放在神前蒲團之上, 輕聲說道:“弟子到後面看看有沒有人。”
두군평 몸을 엎드려 그를 등에 업고 사원까지 달려갔다. 먼저 운학도장을 불상 앞의 포단 위에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자, 뒤쪽에 가서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說著立起身來, 見一位髯眉皆白的老和尚, 正立在神座之前。不由暗中駭然, 當下抱拳道:“敝師伯身負重傷, 欲借寶剎歇息一宿, 求大師父行個方便。”
말을 하고 일어서니 수염과 눈썹이 모두 하얗게 센 노화상이 불상 앞에 떡 서있는 것이 아닌가?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즉시 포권하고 말했다.
"폐 사백께서 중상을 입으시어 사찰에서 하룻밤 쉬었으면 하는데 대사님께서 편의를 좀 보아주기를 부탁드립니다."
老和尚低聲念佛道:“本寺十分狹小, 有間客房已有人借住。這位道長既是有病, 請到貧僧禪房來吧。”
노화상이 낮게 불호를 외더니 말했다.
"본사는 매우 협소하고 객방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 있소이다. 이분 도장은 이미 병이 있으니 빈승의 선방(禪房)으로 가시지요."
杜君平遂把雲鶴道長背起, 隨著老和尚進入撣房, 將他放置臥榻之上。雲鶴道長此刻神智已恢復清朗, 徐徐言道:“平兒, 師伯只怕不行了。”
두군평이 운학도장을 업고 노화상을 따라 선방으로 들어가서 침상에 눕혔다. 운학도장이 이때 정신을 회복하여 천천히 말했다.
"평아, 사백은 안될 것 같구나."
杜君平悲戚地道:“師伯感到傷勢如何?”
두군평이 구슬프게 말했다.
"사백께서는 상세가 어떤 것 같습니까?"
雲鶴道長搖頭道:“真氣渙散, 胸間憋悶異常。”輕嘆一聲又道:“趁師伯神智尚情, 我把一年來的經歷先向你說一說, 以後也好向你掌門師伯禀報……”
突起一陣劇烈咳嗽, 使他無法再說下去。杜君平突感一陣悲憤湧上心頭, 熱淚奪眶而出。
운학도장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진기가 흩어지고 가슴이 특히 답답하구나."
가볍게 탄식하더니 다시 말했다.
"사백의 정신이 아직 온전한 틈을 타서 나는 너에게 일 년간의 겪었던 바를 말해줄 테니 이후에 네가 장문 사백께 보고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갑자기 한바탕 극렬한 기침이 더 말을 할 수 없게 하였다. 두군평은 돌연 설움이 복받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다.
雲鶴道長咳嗽了一陣, 復又道:“你也不要難過, 瓦罐不離井上破, 將軍難免陣上亡, 一個練武之人, 既已捲入江湖是非漩禍, 死傷在所難免……”,
운학도장은 기침을 하더니 다시 말했다.
"슬퍼하지 말거라. 두레박은 우물에서 깨지고 장군은 진 중에서 죽기 마련이다. 무예를 배운 사람으로서 이미 강호 시비의 소용돌이에 말려든 이상 죽거나 부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느니라..."
喟嘆一聲接道:“師伯決心插手這場是非, 早已經把生死置諸度外, 抱憾的是未能全始全終, 唉……”
他似力氣已然用盡, 又復劇烈咳嗽起來。
탄식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사백은 이 한바탕의 시비에 개입하기로 결심하고 일찌기 생사를 도외시했는데 끝까지 할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럽구나. 아..."
杜君平急得雙手連搓, 突然心裡一動, 一掌按在雲鶴道長的命門之上, 奮起一口丹口之氣, 源源輸入他體內。輕聲道:“師伯請提氣試試, 弟子助你行功。”
두군평은 갑자기 마음 속에 뭔가 떠오른 듯 급히 두 손을 비비더니 한 손을 운학도장의 명문혈을 누르고 단전의 기를 끌어올려 그의 체내로 들여보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백께선 진기를 끌어올려 보십시오. 제자가 행공을 돕겠습니다."
雲鶴道長只覺一股巨大暖流, 循著經脈直衝入體內。心中大感驚異。忖道:“一年不見, 他進境竟如此之快, 真是不可思議。”
운학도장은 한 줄기 거대하고 따뜻한 기류가 경맥을 따라 곧바로 체내에 밀려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마음 속으로 크게 놀라서 곰곰히 생각했다.
'일년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이 아이의 진보가 이처럼 빠르다니 정말 불가사의하구나.'
當下不敢怠慢, 也試著提氣行功, 跟著那股暖流運轉。果然一股真元之氣, 復又納回丹田。
태만할 수 없어 즉시 기를 끌어올려 행공을 시도하였다. 그 따뜻한 기운을 따라 운행을 하니 과연 한 가닥의 진원지기(真元之氣)가 다시 단전에 모이기 시작했다.
杜君平禀性雖強, 究竟修為不夠, 一頓飯的工夫, 已累得滿頭大汗。
두군평은 천성이 비록 강하지만 어쨌든 수위가 모자라서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지나자 이미 얼굴이 땀투성이었다.
雲鶴道長緩緩把眼睜開道:“平兒, 歇息一會吧, 我已不礙事了。”
운학도장이 천천히 눈을 뜨고 말했다.
"평아, 좀 쉬거라. 나는 이미 괜찮아졌단다."
杜君平收回手掌, 深長吸了一口氣, 歡愉地道:“師伯的傷勢好了?”
두군평은 손을 거두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사백님의 상세가 좋아지셨습니까?"
雲鶴道長點了點頭道:“師伯已能提氣行功了。”
운학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백은 이미 운기행공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他知杜君平乃是至情至性之人, 若知他傷勢並未全好, 勢必不惜耗損真元, 全力為他療傷。他嘴裡說著話, 暗中細察杜君平的氣色, 只覺他神光內斂, 神采奕奕, 並未因真元耗損而現疲憊之容, 不禁暗暗驚奇。
그는 두군평이 정이 많고 성실한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의 상세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필시 진원이 손상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전력으로 그를 치료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입으로는 말을 하면서 몰래 두군평의 안색을 세밀히 살폈다. 신광이 안으로 갈무리되어 있고 원기가 왕성한 것이 진원을 소모해서 피곤함이 나타난 얼굴이 결코 아니었기에 놀랍고 기이함을 금할 수 없었다.
雲鶴道長乃是久走江湖, 閱歷豐富之人, 突然想起剛才帶他們進來的老和尚, 還未和他交談一語, 這種喧賓奪主之舉, 在人情上說不過去。於是忍下心中要說的話, 舉目看去。
운학도장은 강호를 오랫동안 다녔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돌연 조금 전 그들을 데리고 들어온 노화상과 아직 한 마디 말도 나누지 못했음을 생각했다. 이런 주객이 전도된 일은 인정상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속 중요한 말을 참고 눈을 들어 바라보았다.
只見那老和尚垂目閉睛, 正自靜坐一旁入定, 遂道:“平兒, 咱們到外面去吧, 怎可久呆禪房, 攪擾老禪師的清修。”
하지만 그 노화상이 아직 눈을 감고 조용히 한 켠에서 좌정하고 있는 것이 보고는 곧바로 말했다.
"평아, 우리는 밖으로 나가도록 하자. 어찌 선방에 오래 머물러서 노선사의 청수(清修)를 방해하겠느냐?"
老和尚突然雙目睜開, 口宣佛號道:“道長傷勢未好, 儘管歇著吧, 老衲已著人去收撿屋子了。”
노화상이 돌연 두 눈을 뜨더니 입으로 불호를 외우고는 말했다.
"도장의 상세가 좋지 않으니 관계치 말고 쉬도록 하십시오. 노납이 이미 방을 치워두라고 하였소이다."
雲鶴道長跳下榻來, 稽首稱謝道:“老禪師菩薩心腸, 貧道感激不盡。我們還是到客房去吧。”
舉步行出禪房。
운학도장이 침상에서 내려와 머리를 숙이고 사례했다.
"노선사의 보살같은 마음씨에 빈도는 감격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는 객방으로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걸음을 떼어 선방을 나섰다.
杜君平緊隨雲鶴道長之後, 也步出了禪房, 經察他的步履, 已較前穩健多了, 心頭頓感一寬。
두군평은 운학도장의 뒤를 바싹 따라서 선방을 나서며 그의 걸음걸이를 살폈더니 이전보다 굳건하여 마음이 좀 놓였다.
雲鶴道長含笑信步跨入客房, 轉臉對杜君平道:“師伯真氣已能提聚, 今晚歇息一宿, 明天就可趕路了。”
운학도장은 웃음을 머금고 걸음을 옮겨 객방으로 들어가서 두군평을 향해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사백은 이제 진기를 끌어모을 수 있으니 오늘 밤 쉬고나면 내일 길을 갈 수 있겠구나."
杜君平道:“師伯如果沒有急事, 多歇息幾天也行, 反正多付香資給他們就是了。”
두군평이 말했다.
"사백께서 급한 일이 없으시면 며칠 더 쉬었다가 가시지요. 절에 향 값을 많이 내면 되겠지요."
雲鶴道長將竹簾放下, 深籲一口氣道:“自你離開華山後, 師伯也跟著進入江湖, 凡與本派有往來的門派, 師伯都曾去拜望過, 原意是邀約幾位掌門人, 面見盟主, 化解這場糾紛, 不想竟因此觸怒了天地盟, 唉……”
운학도장이 주렴을 내리고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네가 화산을 떠난 후부터 사백은 강호에 나가 본 파와 왕래가 있던 문파에 가서 찾아뵈었다. 원래 몇 분의 장문인을 초청하여 맹주를 만나 이 분규를 풀어 없애려 했었는데 뜻밖에 이로 인해 천지맹의 노여움을 살 줄이야... 아...."
杜君平接口問道:“師伯這番被擒, 果是肖錚主使?”
두군평이 말을 받아서 물었다.
"사백께서 이번에 붙잡히게 되신 것은 과연 소정이 사주한 것일까요?"
雲鶴道長深深嘆口氣道:“不是他還有誰?此人外貌忠信, 內藏奸詐, 確是大出武林同道意料之外。”
운학도장이 깊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가 아니면 누가 있겠느냐? 그 사람은 외모로는 충(忠)과 신(信)의 모습을 했지만 안으로 간사함을 감추고 있다. 확실히 무림동도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杜君平道:“此人與先父並稱乾坤雙絕, 果如傳聞所說, 那是連先父也蒙羞了。”
두군평이 말했다.
"그 사람과 선부는 건곤쌍절로 불리었는데 만약 소문대로라면 선부마저도 창피를 당하게 되었군요."
雲鶴道長仰面沉吟了一會道:“天地盟發起之時, 盟主一職, 各派均寄望於乾坤雙絕, 而乾坤雙絕又存退讓之心, 唯恐一旦比武, 勢必有傷和氣, 弄不巧兩敗俱傷。之後傳聞二人似有默契, 應任盟主者, 應放棄所傾慕的美人, 成立之日, 肖錚果然順利登上盟主寶座, 而令尊卻突然失踪……”
운학도장은 고개를 젖히고 신음소리를 한번 내더니 입을 열었다.
"천지맹이 발기하던 때 맹주의 자리는 각 파에서 건곤쌍절에게 나란히 기대를 걸었고 건곤쌍절도 양보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일단 비무를 하게되면 반드시 화기(和氣)를 깨뜨리고 양패구상(兩敗俱傷)하리라는 것이었다. 이후에 들리는 말로는 두 사람 간에는 맹주를 맡게 되는 사람은 경모하던 미인을 포기해야 한다는 묵계(默契)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 한다. 천지맹 성립일에 소정은 과연 순조롭게 맹주의 보좌에 올랐고 영존은 돌연 실종..."
杜君平忍不住插言道:“傳言的美人可是飄香谷主?”
두군평이 참다못해 도중에 끼어들었다.
"미인이 바로 표향곡주라고 하던데요?"
雲鶴道長點了點頭。
운학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杜君平又道:“這事絕對不確, 想那飄香谷, 乃是一派宗師, 縱然與肖錚或是先父情誼深厚, 若然聞知此事, 定必一怒絕袂而去。”
두군평이 또 말했다.
"그 일은 절대 확실치 않습니다. 표향곡주가 일파의 종사임을 생각하면 설령 소정과 혹은 선부와 정이 깊었다 하더라도 만약 그 일을 들어서 알게 되었다면 틀림없이 노하여 결별하고 떠났을 것입니다."
隨把自己離開華山派後, 所有的遭遇和經過, 詳說了一遍。
이어서 자신이 화산파를 떠난 후 겪었던 경과를 상세히 쭉 이야기했다.
雲鶴道長極為留神地聽著, 直到他把話說完, 才行插言道:“那位紅臉老人可曾對你說出姓名?”
운학도장은 매우 주의하여 듣다가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 홍검노인은 너에게 성명을 말해주었느냐?"
杜君平搖頭道:“弟子不僅不知他的姓名, 直到現在再沒有見他老人家的面呢。”
두군평이 고개를 저었다.
"제자는 그 분의 성명을 모를 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 어르신을 다시 뵙지도 못했습니다."
雲鶴道長聽後, 立時陷人一片沉思。半晌方鄭重地囑咐道:“此事不可對人談起, 師伯此刻已有些明白了。”
운학도장은 그 말을 듣더니 즉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한참후에야 비로소 엄숙하게 분부하여 말했다.
"사백은 이제 조금 알겠다. 이 일은 사람들에게 말해서는 안된다."
杜君平心中也略略明白了一點, 於是話題一轉道:“師伯意欲邀約各派掌門人, 面見盟主, 那是一定知道天地盟的總壇在哪裡了?”
두군평의 마음 속에도 약간 분명해 지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화제를 돌려 말했다.
"사백께서는 각 파 장문인을 초대하여 맹주를 만나볼 작정이셨는데 그렇다면 천지맹의 총단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겠군요?"
雲鶴道長道:“師伯也曾到處打聽, 可是並無一人確知總壇在哪裡, 不過今年九九, 乃是天地盟的會期, 到期他若是不召集各盟各派聚會, 以後就難於號令群雄了。 ”
운학도장이 말했다.
"사백도 일찌기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총단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금년 중양절이 원래 천지맹의 대회 날짜이다. 그때가서 그들이 만약 천지맹에 소속된 각 파를 소집하여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군웅들을 호령하기 어려울 것이다."
杜君平道:“天地盟創立之始, 東魔與南毒可曾加盟?”
두군평이 말했다.
"천지맹이 창립될 때 동마(東魔)와 남독(南毒)도 가맹했습니까?"
雲鶴道長道:“堂堂武林正宗門派, 豈屑與邪魔外道為伍, 這還用問嗎?”
운학도장이 말했다.
"당당한 무림의 정종문파(正宗門派)가 어찌 사도외마(邪魔外道)와 동료가 될 가치가 있을쏘냐.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
杜君平道:“可是他們都已加盟了, 而且東魔厲陰平還是四大副盟主之一呢。”
두군평이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이미 가맹되었으며 게다가 동마 여음평은 사대 부맹주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雲鶴道長大吃—驚道:“豈有此理, 肖錚盟主果真會這般倒行逆施?”
운학도장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 소정 맹주는 과연 정말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작정인가?"
杜君平道:“這事千真萬確, 因此弟子懷疑盟主的大權已然旁落, 允許這批邪魔加盟, 或有不得已的苦衷。”
두군평이 말했다.
"이건 확실합니다. 그 때문에 제자는 맹주의 대권이 이미 남의 손에 떨어졌다고 추측합니다. 이런 사마의 무리들이 가맹하는 것을 허락한 데에는 부득이한 고충이 있었을 것입니다."
雲鶴道長點頭嘆道:“當年的四大副盟上杜飛卿、謝紫雲、東方玉明以及東海修羅王郭德就是一時之選, 令尊失踪後, 副盟缺一人, 不知是誰應先, 現謝紫雲又仙去, 按照盟規, 今年仍該補選一人才對。今既不惜破壞盟規, 任意獨斷專行, 那是不把各派看在眼裡了。”
운학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당년의 사대 부맹주에는 두비경, 사자운, 동방옥명 및 동해 수라왕(修羅王) 곽덕(郭德)이 한꺼번에 선출되었다. 영존의 실종후 모자라는 한 명의 부맹주로 누가 선출되었는지는 모르겠구나. 현재 사자운도 세상을 떠났으니 맹규에 따라 금년에 한 명을 채워야 한다. 지금 이미 맹규를 깨뜨리는 것도 불사하고 마음대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있으니 그것은 각 파를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다."
杜君平俊眉掀動, 星目閃射精芒, 激動地道:“弟子不信江湖許多門派, 竟無法剷除幾個邪魔外道。”
두군평이 준미(俊眉)를 치켜 올리고 눈빛을 빛내며 격동하여 말했다.
"제자는 강호의 많은 문파들이 몇 몇 사마외도를 뿌리뽑을 수 없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雲鶴道長慨乎言道:“話雖不錯, 可是各派具有遠見的又有幾人?平日大都各掃門前雪, 不願過問江湖之事, 而且多少還存有門戶之見, 似此情形, 焉得不令那般邪魔猖獗橫行?”
운학도장이 개탄하여 말했다.
"말은 틀리지 않지만 각 파에서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소 모두들 제 집 문 앞의 눈만 쓸며 강호의 일은 간섭하길 원치 않는다. 게다가 적지 않은 파벌간의 편견도 존재한다. 이런 형편이니 어찌 사마가 창궐하고 횡행하지 않으리오?"
杜君平接道:“此刻如若有位德高望重的武林前輩登高一呼, 揭穿天地盟的陰謀, 能不能令各派覺醒?”
두군평이 이어서 말했다.
"이때 만약 덕망이 높으신 분이 계셔서 천지맹의 음모를 폭로한다면 각 파로 하여금 각성하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雲鶴道長道:“除非此人的聲望, 高出乾坤雙絕之上。”
운학도장이 말했다.
"그 사람의 명망이 오직 건곤쌍절보다 더 뛰어나야만 한다."
杜君平想了想突然問道:“師伯去過少林沒有?”
두군평이 잠시 생각하더니 돌연 물었다.
"사백께서는 소림에 가보시지 않으셨습니까?"
雲鶴道長搖頭道:“少林從不過問江湖之事, 又非天地盟的盟友, 去了也是枉費唇舌。”
운학도장이 고개를 저었다.
"소림은 강호지사에 관여한 적이 없었고 또한 천지맹의 맹우도 아니다. 가봤자 입만 아플 뿐이다."
杜君平道:“此刻情勢卻又不同, 據說少林掌門人靈空上人失踪了。”
두군평이 말했다.
"지금 정세는 또 다릅니다. 들리는 말에 소림 장문인 영공상인이 실종되었다 합니다."
雲鶴道長駭然驚道:“這事當真?”
운학도장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것이 사실이냐?"
杜君平壓低嗓音道:“是少林僧人親口對弟子說的, 想來不會假。”
두군평이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소림 승려가 직접 제자에게 말한 것입니다. 거짓은 아닐 것입니다."
雲鶴道長長嘆一聲道:“這一來糾紛更多了, 說不定此事也是天地盟所為呢。”
운학도장이 장탄식하며 말했다.
"이 일로 분규가 더 많아지겠구나. 단언키는 어렵지만 그 일도 천지맹의 소행일 것이다."
兩人沉吟不語, 過了一會, 杜君平深深嘆息道:“因弟子之事, 致令師伯身受其害, 實使弟子心中難安。弟子準備伴送師伯回華山後, 立即趕去飄香谷, 我想那位老人家, 他既已插手過問此事, 一定胸有成竹……”
두 사람이 잠시 침묵 속에 빠졌다가 두군평이 깊이 탄식하고 말했다.
"제자의 일로 인해 사백께서 해를 입으셨으니 실로 제자의 마음이 불안합니다. 제자는 사백님을 화산까지 모셔다 드린 후 즉시 표향곡으로 가려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어르신은 이미 이 일에 관여하여 손을 대고 있으니 반드시 어떤 준비가 되어 있을..."
不待杜君平說完, 雲鶴道長已霍地立起身來, 朗聲一笑道:“平兒, 你太以小看師伯了。我就不信天地盟能夠一網打盡武林中人, 師伯但能留得三寸氣在, 我就和他周旋到底, 平兒你儘管上路, 師伯自有道理。”
두군평이 말이 끝나기기를 기다리지 않고 운학도장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평아, 너는 사백을 너무 경시하는구나. 나는 천지맹이 무림 인물들을 일망타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사백은 숨이 붙어있는 한 끝까지 그들과 싸우련다. 평아, 너는 주저말고 길에 오르거라. 사백은 나름의 방법이 있느니라."
杜君平接道:“師伯身負重傷, 叫平兒如何放心得下?”
두군평이 말했다.
"사백님은 중상을 입으신 몸인데 평아가 어찌 마음 놓고 갈 수 있겠습니까?"
雲鶴道長濃眉一掀, 厲聲道:“這點傷勢要不了師伯的命, 你放心好啦。”
운학도장이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준엄하게 말했다.
"이만한 상세로는 사백의 목숨이 끝나지 않는다. 너는 안심해도 좋다."
杜君平正自難於委決之時, 突地, 門外傳來一聲宏亮的佛號, 白眉和尚掀簾緩緩走了進來。
두군평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문 밖에서 낭랑한 불호소리가 들려오더니 백미화상이 발을 들추올리며 천천히 들어왔다.
雲鶴道長起身稽首:“老禪師請坐。”
운학도장이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노선사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지요."
白眉和尚合十道:“道長不必客氣。”
백미화상이 합장하며 말했다.
"도장께서 겸손하실 필요없습니다."
復又面對杜君平徐徐言道:“老衲想向小施主打聽一個人。”
다시 두군평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노납은 소시주에게 한 사람을 수소문하고자 하오."
杜君平斂容道:“老禪師打聽什麼人?在下知無不言。”
두군평이 수용하며 말했다.
"노선사께서는 누구를 알아보시렵니까?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白眉和尚低宣了一聲佛號道:“就是那位有神劍之譽的杜飛卿杜大俠。”
백미화상이 낮게 불호를 외더니 말했다.
"그 분은 신검이라는 명성을 얻은 두비경 대협이오."
杜君平全身一震, 起身肅然道:“那是先父。”
두군평은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일어나서 숙연히 말했다.
"저의 선부이십니다."
白眉和尚點頭道:“如此說來, 老衲的眼並未昏花。”
백미화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노납의 눈은 아직 어둡지 않구려."
雲鶴道長插言問道:“老禪師認得杜大俠?”
운학도장이 끼어들며 물었다.
"노선사께서는 두대협과 아는 사이입니까?"
白眉和尚喟嘆一聲道:“神交已久……”
백미화상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 흠모한 지 이미 오래되었소."
略頓一頓又道:“適才見這位小施主的面龐酷似杜大俠, 是以冒問一聲, 想不到果是他的後人。”
잠시 멈췄다가 또 말했다.
"방금 이 분 소시주의 얼굴 윤곽이 두대협을 몹시 닮은 것을 보고 실례를 무릅쓰고 한번 물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과연 그의 아들이었구료."
杜君平躬身道:“原來老禪師乃是先父的好友, 請恕晚輩不知之罪。”
두군평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원래 노선사께서 선부의 친구셨군요. 후배가 알아보지 못한 죄를 용서하십시오."
白眉和尚微微頷首道:“不用客氣。”
目光轉向雲鶴道長一瞥, 復又道:“二位是從神風堡來的?”
백미화상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겸손할 필요없네."
눈을 돌려 운학도장을 흘낏 보고 또다시 말했다.
"두 분은 신풍보에서 오시는 것이오?"
雲鶴道長詫異道:“老禪師從何得知?”
운학도장이 이상히 여기며 말했다.
"노선사께서 어떻게 아셨소?"
白眉和尚笑了笑道:“似此窮鄉僻壤, 如不是從神風堡來, 怎會無故來到這裡?”
백미화상이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외진 곳에 신풍보에서 오는 길이 아니라면 어찌 이유없이 이곳에 왔겠소?"
杜君平暗暗點頭, 忖道:“看來他表面雖是修為, 暗中並未與江湖人物斷絕來往。”
두군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곰곰히 생각했다.
'보아하니 그는 표면적으로는 비록 수양을 하지만 암중으로 강호인물과의 왕래가 있구나.'
白眉和尚似已覺察他的心意, 喟然嘆道:“老衲身入空門, 原該六根清淨, 不應牽涉江湖血腥之事, 但近日來往的江湖人, 常來本寺借宿, 有時竟至身不由主……”
백미화상이 그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이 탄식하며 말했다.
"노납은 몸을 공문(空門)에 들였으니 원래 육근(六根)이 청정해야 하며 강호의 피비린내 나는 일에 관련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내왕하는 강호인들이 늘 본사에 와서 묵고 가니 때로는 주인의..."
雲鶴道長突然插言道:“老禪師的法諱如何稱呼?”
운학도장이 돌연 끼어들어말했다.
"노선사의 법휘(法諱)는 어떻게 부르시오?"
白眉和尚口宣佛號道:“老衲乃是野孤禪, 如若道長必欲稱呼, 那就以長眉為號吧。”
백미화상은 불호를 외며 말했다.
"노납은 원래 홀로 수양하는 몸이니 만약 도장께서 호칭을 하고 싶으시다면 이 긴 눈썹(長眉)을 호칭으로 부르시오."
雲鶴道長江湖閱歷雖豐, 卻想不出禪門中有這麼一位人物。心知他是推託之詞, 但勢又不便再追問。
운학도장은 강호 경력이 비록 풍부하였으나 선문(禪門) 중에서 이와 같은 인물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그가 핑계를 대어 회피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더 캐묻기가 불편하였다.
白眉和尚望瞭望窗外天色道:“老衲不留二位了, 若趁此刻起程, 前面還能趕上宿處。”
백미화상은 창 밖의 하늘을 보며 말했다.
"노납은 두 분을 머무르게 할 수 없군요. 만약 이 틈에 출발하신다면 가시다가 숙소를 찾으실 수 있을 것이오."
杜君平面現難色道:“敝師伯傷勢未痊癒, 意欲留一宿再走, 務請老禪師方便。”
두군평은 얼굴에 난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폐 사백의 상세가 완쾌되지 않아 하룻 밤 더 묵고 떠나려 합니다. 청컨대 노선사께서 편의를 보아주십시오."
白眉和尚嘆道:“出家人原應與人方便, 只是留下兩位確有許多不便, 兩位還是早點上路吧。”
백미화상이 탄식하며 말했다.
"원래 출가인이라면 응당 사람들의 편의를 봐드려야 하지만 두 분이 머무르시면 분명 많은 불편한 일이 있을 것입니다. 두 분께서는 일찍 길에 오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雲鶴道長立起身來道:“平兒, 咱們走吧, 倘若因為咱們留宿在此, 為老禪師招來麻煩, 那可是罪孽深重了。”
운학도장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평아, 가자꾸나. 만약 우리가 다시 이곳에서 묵게 되면 노선사께 많은 번거로움을 초래하게 되니 죄업이 무거워질 것이다."
杜君平遲疑道:“師伯的傷勢……”
두군평이 망설이며 말했다.
"사백의 상세가..."
雲鶴道長朗聲笑道:“只要不與人動手, 走幾天路還難不著師伯。”
言罷大步行出客房。
운학도장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는다면 며칠간 길을 가는 것은 사백에게 어렵지 않다."
말을 마치고는 큰 걸음으로 객방을 나섰다.
杜君平朝白眉和尚拱手道:“謝老禪款待, 晚輩告辭。”
두군평이 백미화상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후한 대접에 감사드립니다. 후배는 가보겠습니다."
白眉和尚深長一嘆, 又暗自搖了搖頭。
백미화상이 길게 한숨을 쉬더니 몰래 고개를 저었다.
杜君平大步追上雲鶴道長道:“老禪師或有難言之隱, 咱們倒也不能怪他。”
두군평이 큰 걸음으로 운학도장을 따라가서 말했다.
"노선사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를 탓할 수 없습니다."
雲鶴道長道:“這寺離神風堡甚近, 留此療傷原就不妥, 此刻起程, 還可趕出三五十里。”
운학도장이 말했다.
"이 절은 신풍보에서 매우 가까우니 이곳에 머무르며 요상하는 것은 원래 적당치 않았다. 지금 길을 떠나면 삼오십 리는 갈 수 있다."
兩人堪堪行出寺門, 一乘彩輿已飛奔至寺前停下。
두 사람이 절 문을 나서는데 한 대의 꽃가마가 나는 듯 절 앞에 달려와 멈췄다.
杜君平以為是進香來的女眷, 是以並未在意, 雲鶴道長卻是暗暗吃驚, 因這乘彩輿來得十分蹊蹺, 護侍彩輿兩旁的, 竟是聲名極其響亮的一方雄主, 河東牧叟上官廷齡, 虎面鐵膽司徒景。今既隨侍彩輿之側, 乘坐彩輿之人, 地位之尊可想而知。
두군평은 향을 사르고 참배하러 온 여자 식구들쯤으로 여겨서 주의하지 않았으나 운학도장은 이 꽃가마가 매우 수상쩍었기 때문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가마를 양 쪽에서 호위하는 사람이 바로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는 한 지방의 웅주(雄主)인 하동목수 상관연령과 호면철담 사도경이었다. 지금 꽃가마를 옆에서 호위하고 있으니 꽃가마에 타고 있는 사람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상상할 수 있었다.
上官廷齡瞥見杜君平, 似是大出意外, 愕然一驚道:“咦!這小子竟還活著?”
상관연령이 두군평을 보더니 크게 의외라는 듯 놀라서 소리쳤다.
"어! 이 놈이 살았있었구나?"
杜君平與他見過數面, 自然也認識, 可不知他說話是指的什麼。冷笑一聲, 昂頭挺胸, 大步前行。雲鶴道長內傷未復, 自然不願多事, 只作不見, 低頭疾行。
두군평은 그와 몇 번 본 적이 있어 자연 그를 알아보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지는 알지 못했다. 한번 냉소하더니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편 채 큰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운학도장은 내상이 아직 낫지않아 자연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못 본 척하며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나아갔다.
突地, 司徒景一聲震喝道:“站住。”
돌연 사도경이 한 소리 내질렀다.
"멈춰라."
杜君平霍地回過頭來, 雙目神光炯炯, 逼視著司徒景道:“在下之事已了, 你喚我則甚?”
두군평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두 눈에서 신광을 형형히 빛내며 사도경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제 일은 이미 끝났소. 당신이 나를 부른 것은 무엇때문이오?"
司徒景哼了一聲道:“兄弟現在代副盟主傳令, 著你即速回神風堡。”
사도경은 흥, 하더니 말했다.
"형제는 현재 부맹주를 대신하여 영을 전한다. 너는 즉시 신풍보로 돌아가라."
杜君平冷冷道:“在下無門無派, 沒有聽命天地盟的必要, 免了吧。”
두군평이 냉랭하게 말했다.
"저는 문파가 없소이다. 천지맹의 명을 들을 필요가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시오."
司徒景把臉一沉道:“不論有無門派, 你是非去不可。”
사도경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문파가 있든없든 너는 가지 않으면 안된다."
杜君平搖頭道:“轉告東方前輩, 在下不能應命。”
두군평이 고개를 흔들었다.
"명에 응할 수 없다고 돌아가 동방선배께 전하시오."
他知神風堡情形十分複雜, 司徒景所傳之命, 決非千手神君本人的意思, 是以一口回絕。
그는 신풍보의 정황이 매우 복잡하여 사도경이 명을 전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결코 천수신군 본인의 뜻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한 마디로 거절했다.
司徒景突然面對雲鶴道長道:“華山派乃是加盟門派, 道兄怎能違拗天地盟之命, 該當何罪?”
사도경이 돌연 운학도장을 마주보며 말했다.
"화산파는 가맹 문파요. 도형이 천지맹의 명을 거스르면 무슨 죄에 해당하오?"
雲鶴道長道:“杜君平已經不是華山派的弟子了, 去與不去, 他自已有權決定, 貧道不能強迫他前去。”
운학도장이 말했다.
"두군평은 이미 화산파의 제자가 아니오. 가든 안가든 자신이 결정할 수 있소. 빈도는 그를 강제로 가도록 할 수 없소."
司徒景冷冷道:“他的事暫且不談, 道兄擅殺天地盟使者, 那是眼裡已沒有天地盟了?”
사도경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일은 잠시 말하지 않겠소. 도형(道兄)은 천지맹의 사자를 멋대로 죽였는데 그것은 천지맹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오?"
雲鶴道長聞言只覺一股忿怒之氣, 直湧上來, 濃眉一揚, 厲聲道:“貧道正要請教司徒兄, 我乃一派長老, 縱有不是之處, 應依照盟規處治, 不當用此卑污手段, 將我暗中解送神風堡。”
운학도장은 그 말을 듣자 한 가닥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빈도는 사도형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하오. 나는 일파의 장로로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응당 맹규에 의거해 처리해야 하오. 비열하고 추잡한 수단을 써서 나를 몰래 신풍보로 압송하는 것은 부당하오."
上官延齡哼了一聲, 霍地從腰間把旱煙袋撤出。
상관연령이 흥, 하더니 갑자기 허리에서 담뱃대를 꺼내들었다.
杜君平挺身擋在雲鶴道長身前道:“二位果要見個真章, 在下奉陪。”
두군평이 운학도장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말했다.
"두 분이 솜씨를 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상대해 드리지요."
他知眼下情勢決難善了, 唯恐師伯動手牽動內傷, 是以搶在前面。
그는 목하 정세가 결코 좋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오직 사백이 손을 쓰게 되면 내상을 촉발시킬까 두려워 그래서 앞으로 나선 것이다.
突然彩輿之內, 傳出一個清冷的聲音道:“二位使者暫退, 待我來問他。”
돌연 꽃가마 안에서 하나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분 사자는 잠시 물러나 내가 그에게 물어 볼 때까지 기다리시오."
上官延齡與司徒景聆聽之下, 雙雙兩下一閃, 垂手侍立一旁。
상관연령과 사도경이 듣고는 재빨리 물러나서 두 손을 내리고 공손히 옆에 시립했다.
清冷聲音徐徐問道:“杜君平, 解送雲鶴的本盟使者可是你殺的?”
싸늘한 목소리는 천천히 물었다.
"두군평, 운학을 압송하는 본맹의 사자를 네가 죽인 것이냐?"
杜君平大聲道:“是又怎樣?”
두군평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또 어쩔거요?"
清聲音突轉柔和道:“你很有骨氣, 但我知不是你殺的。”
싸늘한 목소리가 돌연 부드럽게 바뀌며 말했다.
"너는 기개가 있구나. 하지만 나는 네가 죽인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杜君平頗為不耐道:“我已說過是我殺的, 不用再問了。”
두군평이 번거로움을 참지 못해 말했다.
"나는 내가 죽였다고 말했으니 다시 물을 필요 없소."
雲鶴道長倏然插言道:“輿內是哪位高人?”
운학도장이 문득 끼어들었다.
"가마 안에 계시는 분은 어느 고인이시오?"
清冷聲音哼了一聲道:“你不配問。”
싸늘한 음성이 흥, 하더니 말했다.
"너는 물을 자격이 없다."
雲鶴道長在江湖之上, 地位僅稍次於掌門人, 聞言仰面打個哈哈道:“閣下未免太以狂妄, 即令是肖盟主親來, 也不致於對貧道如此無禮。”
운학도장은 강호상에서 장문인 다음가는 지위에 있기에 그 말을 듣자 고개를 젖히고 하하, 웃었다.
"귀하는 매우 거만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구려. 소맹주가 친히 와도 빈도를 이같이 무례하게 대하지는 않을 것이오."
清冷聲音語調突轉嚴厲, 沉喝道:“汝等擅殺本盟使者, 已是罪在不赦, 今又對本座如此不敬, 那是死定了。”
싸늘한 음성은 어조를 돌연 근엄하게 바꾸어 침갈했다.
"너희들은 본 맹의 사자를 함부로 죽였으니 이미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는데 지금 또 본좌에게 이처럼 불경하니 죽음 뿐이다."
雲鶴道長長劍撥出鞘道:“一個人早晚免不了一死, 生死之事, 貧道並沒把它放在心上。尊駕妄自尊大, 定然是懷有驚人藝業, 貧道何幸, 得會高人。”
운학도장이 장검을 검집에서 뽑으며 말했다.
"사람은 언젠가는 한번 죽는 것을 면할 수 없소. 죽고 사는 것을 빈도는 결코 마음에 두지 않소. 귀하가 잘난 체 하니 반드시 사람을 놀라게 하는 무예를 가지고 있을 것이오. 빈도는 잘하면 고인을 만나볼 수 있겠구려."
司徒景冷笑道:“憑你哪配與副盟主動手。”
사도경이 냉소하며 말했다.
"너 정도의 자격으로 부맹주와 손을 쓸 수 없다."
大步行出, 擋住雲鶴道長的去路。
큰 걸음으로 나오더니 운학도장의 길을 막아섰다.
杜君平滿腔怒火, 一沖而上, 長劍一震, 直襲司徒景胸前。司徒景冷哼一聲, 揮手一掌向來劍劈去。他功力深厚, 掌力極強, 一股暗勁直撞了過去。杜君平心掛師伯傷勢, 旨在速戰速決, 手腕凝功, 長劍揮處, 撒出一片光幕, 將暗勁卸去, 腳下一抬步, 長劍原式不動, 仍然指向對方前胸, 司徒景暗中一驚, 踏步挪身, 往旁一閃, 詎料, 杜君平腳踩七星, 身軀微轉, 劍勢仍在對方前胸顫抖, 司徒景再度挪身, 連換了兩個方位, 竟仍沒有擺脫這一招。
두군평은 가슴에 노화가 한껏 치밀어 장검을 흔들며 사도경의 가슴을 향해 곧바로 찔러갔다. 사도경이 흥, 하더니 일장을 휘둘러 검을 향해 쪼개어갔다. 그는 공력이 심후하고 장력이 극히 강해서 한 줄기 암경이 곧장 부딪혀왔다. 두군평은 사백의 상세가 마음에 걸려 속전속결에 목적이 있었다. 손에 공력을 모으고 장검을 휘둘러 한 조각의 광막(光幕)을 방출하여 암경을 없애버리고 발밑에 한 걸음 내딛자 장검은 원래 초식 그대로 변함없이 상대방의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사도경은 속으로 놀라며 걸음을 내딛어 옆으로 몸을 재빨리 피했다. 그러나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두군평이 칠성(七星)의 방위를 밟으며 몸을 미묘하게 돌리자 검세가 여전히 상대의 가슴 앞에서 떨리고 있었다. 사도경이 연속으로 두 방위로 바꿔가며 재차 몸을 옮겼지만 그 일초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杜君平突然把劍一撤, 冷冷道:“此時我若殺了你, 心中定然不服, 快撤出兵刃再戰。”
두군평이 돌연 검을 거두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지금 내가 만약 당신을 죽이면 마음 속으로 틀림없이 불복할 것이오. 속히 병기를 꺼내어 다시 싸워봅시다."
司徒景一念輕敵, 驚出一身冷汗, 哪敢託大, 急從腰問撤出兵刃, 竟是一支粗如兒臂的判官筆。杜君平腳踏子午, 劍如朝天一柱香, 左手劍決, 虛搭在右手之上, 滿面莊容, 注視著劍尖。
사도경은 적을 경시했다가 놀라서 온 몸에 식은 땀이 났다. 핑계대지 못하고 급히 허리춤에서 병기를 꺼냈는데 그것은 한 자루의 아이 팔뚝만한 판관필이었다. 두군평은 발로 자오(子午) 방위를 밟고 섰는데 검은 한 자루의 향처럼 하늘을 향하고 좌수는 검결(劍決)을 지어 오른손 위에 올려놓고 엄숙한 얼굴로 검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司徒景判官筆一順, 挪步正待進攻, 忽見這個架式, 不由一怔。只覺對方這個架式, 玄奧莫測, 似乎從任何角度進攻, 都有遭受凌厲反擊的可能。心中於是大為驚懼, 就勢往斜裡移動。
사도경이 판관필을 가지런히 하고 걸음을 옮겨 막 공격을 하려다가 갑자기 이 자세를 보고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상대의 이런 자세는 현오막측하여 어떤 각도에서 공격하더라도 모두 맹렬한 반격을 당할 것이라고 느꼈다.
雲鶴道長原屬劍術名家, 見了這個架式, 心中亦覺大為驚異, 暗暗忖道:“果是士別三日, 便須刮目相看, 看來這孩子似已盡得劍道神髓。”
운학도장은 원래 검술명가에 속한다. 그 자세를 보자 마음 속으로 역시 크게 놀라움을 느꼈다. 암중으로 생각했다.
'과연 선비는 삼 일동안 못 보면 반드시 괄목상대해야 하는구나. 보아하니 이 아이는 마치 검도의 정수를 모조리 얻은 듯 하구나.'
司徒景橫舉判官筆, 繞著杜君平, 足足走了三匝, 額上汗珠涔涔而下。驀地, 杜君平大喝一聲, 舉劍向司徒景攻去, 但見劍芒連閃, 一陣急如繁星的金鐵交鳴之聲過處, 人影倏分。杜君平氣定神閒, 抱劍屹立。司徒景面容慘厲, 汗水淋漓, 臂膀之上鮮血泉湧。上官延齡既驚且怒, 橫著旱煙桿, 急步趨前。
사도경이 판관필을 가로들고 두군평을 족히 세 바퀴를 돌았는데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두군평이 대갈일성 하더니 검을 들어 사도경을 향해 공격해갔다. 단지 검망이 연속으로 번쩍이는 것만 보였을 뿐인데 한바탕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저기 반짝이는 별들 처럼 빠르게 들리고는 인영이 나뉘어졌다. 두군평은 느긋하고 안정된 표정으로 검을 안고 우뚝 서있었다. 사도경은 참담한 얼굴로 땀을 비오듯 흘리며 팔에는 선혈이 솟아나고 있었다. 상관연령이 놀랍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여 담뱃대를 옆으로 들고 급히 앞으로 나섰다.
彩輿之內突又傳出那清冷的聲音道:“上官使者請退下, 他用的是杜飛卿的劍法, 待我來破他。”
가마 안에서 돌연 다시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상관사자는 물러나시오. 그가 쓰는 것은 두비경의 검법이오. 내가 그것을 깨뜨릴 때까지 기다리시오."
上官延齡有自知之明, 知道司徒景無能破解, 自己也同樣的不行, 一聽彩輿中人著他退下, 立即撤身回到原地。
상관연령은 자신의 분수를 알았다. 사도경이 두군평의 검법을 파해(破解)하지 못했으니 자기도 똑같이 안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마 안의 사람이 물러나라고 하자 즉시 신형을 뽑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彩輿中人極其柔和地對杜君平道:“你的劍法跟誰學的?”
꽃가마 안의 사람이 극히 부드럽게 두군평을 향해 말했다.
"너의 검법은 누구한테 배운 것이냐?"
杜君平冷冷道:“劍招乃是先父所創, 當然出自家傳, 這還用問嗎?”
두군평이 냉랭하게 말했다.
"검초는 원래 선부께서 창안하신 것이니 당연히 집안에서 전해지는 것인데 물을 필요가 있소?"
彩輿中人語調轉冷, 一字一字地道:“本座若然動手, 你就沒有命了。”
가마 안의 사람의 어조가 차갑가 바뀌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본좌가 만약 손을 쓴다면 네 목숨이 없어질 것이다."
杜君平深知眼下情勢險惡, 彩輿中人既出大言, 必有實學, 心念一轉之下, 高聲說道:“刀劍無眼, 既經動手相搏, 死傷自是難免, 在未動手之前, 在下有一事相求。”
두군평은 눈 앞의 정세가 험악하고 가마 안의 사람이 큰소리 치는 것이 반드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을 굴리더니 소리 높여 말했다.
"도검은 눈이 없으니 손을 써서 서로 싸우게 되면 죽고 다치는 것은 면하기 어렵소. 손을 쓰기 전에 저는 한 가지 부탁이 있소."
彩輿中人道:“如若不是過份之求, 本座可以答應。”
가마 안의 사람이 말했다.
"만약 과분하지 않은 부탁이라면 본좌는 기꺼이 승낙하마."
杜君平道:“雲鶴師伯身負內傷, 讓他先行離開此地。”
두군평이 말했다.
"운학사백께서는 내상을 입으셨으니 그 분을 먼저 이곳에서 떠나도록 해주시오."
彩輿中人格格笑道:“他乃鬼頭令牌下追捕之人, 本不能輕易縱放, 可是本座仍然破例答應你了。”
가마 안의 사람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귀두령부하에 붙잡힌 자이니 쉽게 놓아줄 수는 없다. 그러나 본좌는 여전히 파격적으로 승낙하마."
杜君平道:“如此在下便可放手和你一拚了。”
두군평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안심하고 당신과 한번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을 것이오."
他雖是一番好意, 但卻大大損傷了雲鶴的自尊心, 濃眉一揚, 厲聲道:“平兒, 你把師伯看成什麼樣人了?死生有命。師伯豈是貪生怕死之人。”
이것은 비록 좋은 의도였지만 운학도장의 자존심을 크게 손상시켰다.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근엄하게 말했다.
"평아, 너는 사백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죽고 사는 것은 운명에 달린 것이다. 사백이 어찌 생을 탐하고 죽음을 두려하는 사람이겠느냐!"
杜君平大為惶恐道:“師伯, 你……”
두군평이 크게 황공하여 말했다.
"사백님, 당신은..."
雲鶴道長仰天一陣狂笑道:“師伯闖蕩江湖數十年, 從來就沒把生死二字放在心上, 難為你一片好心了。”
운학도장은 한바탕 앙천광소(仰天狂笑)를 터뜨리더니 말했다.
"사백이 강호를 떠돌며 경험을 쌓은지 수십 년이다. 지금껏 생사 두 글자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너의 그 한 조각 호의는 받기 어렵구나."
杜君平此刻才恍然大悟, 此舉實是弄巧反拙, 要知武林中人大多輕生重義, 雲鶴道長成名多年, 豈肯在此種情勢下, 苟全性命, 聽出師伯言語中頗有責怪之意, 心中大是不安。
두군평은 이때 크게 깨닫는 것이 있었다. 이번 일은 실로 재주를 부리려다 일을 망친 격이었다. 무림인은 대부분 목숨을 가벼이 여기고 의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운학도장이 명성을 얻은지 오래인데 어찌 이런 정세하에서 구차하게 목숨을 보전하려 하겠는가? 사백의 말 속에 원망이 섞여있어 마음 속으로 크게 불안하였다.
彩輿中人突又開言道:“本座言出必踐, 答應之事絕不後悔, 他走與不走都是一樣, 你放心好啦。”
가마 안의 사람이 돌연 입을 열었다.
"본좌는 말을 하면 반드시 실천하며 승낙한 일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가 가든 안가든 매 한 가지니 너는 안심해도 좋다."
杜君平心中掠起一股悲憤之氣, 厲聲道:“閒話少說, 在下恕難久等。”
두군평은 마음 속에 한 줄기 비분함이 일어서 준엄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합시다. 제가 오래 기다리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就在這時, 寺內突然飄出一陣琴聲, 其聲悠揚飄忽, 回揚空中, 就是不諳音律之人, 亦感渾身舒泰, 如沐春風, 場中劍拔弩張之勢, 竟為之一緩。
바로 이때 절 안에서 홀연히 일진의 금성(琴聲)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높아졌다 낮아졌다 요동치며 공중에 울러퍼졌다. 음률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춘풍에 머리를 감는 것처럼 전신이 나른하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장중의 일촉즉발의 형세도 느슨해졌다.
相持約有盞茶時間, 彩輿中忽然傳出那清冷的嗓音道:“便宜他了, 走!”
서로 대치한 지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되자 가마 안에서 돌연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도와주는군. 가자!"
彩輿隨聲而起, 風也似的同來路退去, 上官延齡、司徒景同時—怔, 二人互看了一眼, 默然追隨彩輿之後, 飛奔而去, 寺內琴聲隨即嘎然而止。
그 말이 떨어지자 가마가 움직이더니 바람처럼 왔던 길로 물러갔다. 상관연령, 사도경은 동시에 어리둥절하여 서로를 쳐다보더니 묵묵히 꽃가마를 뒤쫓아 나는 듯 달려갔다. 절 안의 금성도 곧바로 뚝, 하고 그쳤다.
杜君平長吁一口氣, 納劍歸鞘道:“他們力何無故撤走?”
두군평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검을 집어넣고 말했다.
"그들이 왜 이유없이 물러갔을까요?"
雲鶴道長面現驚訝, 沉吟良久, 慨嘆一聲道:“平兒, 咱們該走了。”
운학도장이 의아해하며 오랫동안 침음하더니 개탄해하며 말했다.
"평아, 우리도 가야지."
杜君平若有所思地道:“看來他們是聽了琴聲才撤的, 撫琴之人莫非是白眉禪師?”
두군평이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보아하니 그들은 금성을 듣자 물러갔는데 금을 탄 사람이 혹시 백미선사가 아닐까요?"
雲鶴道長道:“也許是的, 但依師伯看來, 似是另有其人。”
운학도장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백이 볼 때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다."
杜君平道:“咱們何不進去看看。”
두군평이 말했다.
"가서 한번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雲鶴道長搖頭道:“不用了, 他若是有心與咱們相見, 這時便該露面了, 不願相見, 進去也是枉然, 走吧。”
운학도장이 고개를 저었다.
"필요없다. 그가 만약 우리와 만나볼 생각이 있다면 지금 얼굴을 내밀었겠지.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들어가도 헛걸음이다. 가자."
經這一陣耽擱, 日影已漸西斜, 只聽寺門傳來白眉和尚的話聲道:“阿彌陀佛, 善哉、善哉。”
이렇게 지체하는 동안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어 갔다. 절 문에서 백미화상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미타불. 선재로다, 선재로다."
杜君平忍不住揚聲問道:“剛才那陣琴聲, 可是禪師所奏?”
두군평이 참지 못하고 소리 높여 물었다.
"조금 전 그 금 소리는 선사께서 연주하신 것입니까?"
白眉和尚微微笑道:“似老衲這等愚魯之人, 哪會通曉音律, 小施主你錯認人啦。”
백미화상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납같이 이런 우둔한 사람이 무슨 수로 음률에 통달할 수 있겠소. 소시주, 자네는 사람을 착각했네."
緩緩踱出寺門又道:“天色已經不早, 二位何妨在此歇息一宿再走。”
천천히 절 문을 걸어나와서 또 말했다.
"날이 이미 늦었으니 두 분은 이곳에서 묵었다가 다시 출발하셔도 무방하겠습니다."
杜君平目視雲鶴道長道:“既然禪師一番好意, 咱們就留下吧。”
雲鶴道長點頭示意留下來。
두군평이 운학도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미 선사의 호의도 있으니 머물도록 하시지요."
운학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머무는 데 동의했다.
二人再度來到客房, 杜君平開門見山便道:“禪師容留我師徒在此住宿, 不怕得罪神風堡吧?”
두 사람이 다시 객방에 이르렀을 때 두군평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선사께서는 저희 사도를 다시 묵어가도록 받아주셨는데 신풍보에 죄를 짓는 것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白眉和尚長眉微掀, 目中精芒電射, 但瞬間又恢復常態, 徐徐道:“此一時彼一時, 即令開罪於他們, 那也是沒有辦法的事。”
백미화상의 긴 눈썹이 약간 치켜올라가며 눈에서 정망이 번갯불처럼 쏘아져나왔다. 하지만 한순간이었고 다시 평상을 회복하고는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오. 설령 그들에게 죄를 짓는다 해도 그 역시 방법이 없는 일이오."
雲鶴道長目光犀銳, 已然看出白眉和尚乃是一位非常之人, 隨道:“彩輿中的那人, 禪師認識嗎?他似是為琴聲所驚走。”
운학도장은 눈이 예리하여 이미 백미화상이 예사롭지 않은 사람임을 알아채고 말했다.
"꽃가마 안의 그 사람을 선사께서는 아십니까? 그는 마치 금 소리에 놀라 도망친 것 같았습니다."
白眉和尚喟然道:“此人亦是大有來歷之人, 只是陷溺太深了。”
백미화상이 탄식하며 말했다.
"그 사람 역시 내력이 많은 사람이오. 단지 너무 깊이 빠져있지요."
雲鶴道長道:“神風堡主乃是千手神君東方玉明, 聽他剛才口吻, 似在神風堡具有無上權威。”
운학도장이 말했다.
"신풍보주는 천수신군 동방옥명인데 그의 지금 막 말투를 들어보니 마치 신풍보에서 무상의 권위를 가진 듯 했소."
白眉和尚道:“江湖紛亂迭起, 凡事豈能以常理測度。”
백미화상이 말했다.
"강호분란이 잇달아 일어나니 모든 일을 어찌 상리(常理)로 추측할 수 있겠소."
杜君平忍不住插言道:“剛才那位撫琴的高人在嗎?晚輩極望能拜見。”
두군평이 참지 못해 끼어들었다.
"조금 전 그 금을 탄 고인이 계십니까? 후배는 꼭 만나뵙고 싶습니다."
但聽門外一陣哈哈朗笑, 魚貫進來四五個人。當先一人, 峨冠縛帶, 正是崑崙書生馬載, 並肩而行的是青衫劍客尹仲秋, 隨後的有門徒王宗漢、李俊才。
문 밖에서 일진의 하하, 하는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사오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앞에 선 사람은 머리에 높은 관을 쓰고 띠로 묶은 곤륜서생 마재였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오는 사람은 청삼검객 윤중추였다.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은 제자 왕종한과 이준재였다.
杜君平料不到在這裡遇見王李二人, 起身歉然叫道:“二位兄台久違了。”
두군평은 이곳에서 왕, 이 두사람을 우연히 만날 줄은 예상치 못하여 몸을 일으키며 어색하게 부르며 말했다.
"두 분 형, 오랜만이오."
他雖曾在飄香谷見過馬載和尹仲秋, 那是暗中所見, 照說並不認識。
그는 비록 일찌기 표향곡에서 마재와 윤중추를 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몰래 본 것이어서 말하자면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可是事情怪得很, 妙手書生卻搶先拱手哈哈笑道:“杜世兄技藝高超, 神出鬼沒, 兄弟佩服之至。”
그러나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묘수서생이 앞다투어 공수하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두세형은 기예가 고절하고 신기막측하니 형제는 탄복하여 마지않소."
杜君平怔了怔道:“前輩誇獎了, 微末之技, 哪算得了什麼。”
두군평이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사소한 재주를 선배께서 너무 추켜세우십니다. 무엇인들 성취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妙手書生又對雲鶴道長拱手道:“道長也來了這裡?”
묘수서생이 또 운학도장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도장께서도 이곳에 오셨소?"
雲鶴道長稽首還禮道:“一言難盡, 請坐。”
운학도장이 계수하며 답례하고 말했다.
"한마디로 다하기 어렵소. 앉으시오."
幾人落坐後, 妙手書生目視杜君平道:“杜世兄那天是如何衝出神風堡的?”
사람들이 걸터앉자 묘수서생이 두군평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세형은 언제 어떻게 신풍보를 빠져나왔소?"
杜君平愕然一怔, 不便說出千手神君留在石室之事, 含糊其辭道:“說來實是僥倖得很。”
두군평은 깜짝 놀랐다. 천수신군이 석실에 머물게 한 일을 발설하기 불편하여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말하자면 실로 요행이었습니다."
妙手書生喟嘆一聲道:“我等一時不察, 俱都陷入機關埋伏之內, 不想千手神君突又改變上意, 把失陷在神風堡的江湖同道, 又都釋放出來。”
묘수서생이 탄식하며 말해다.
"우리들은 일시적인 불찰로 모두 기관매복에 빠졌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천수신군이 돌연 다시 마음을 바꾸어 함정에 빠진 신풍보 내의 강호동도들을 모두 석방하여 내보냈소."
杜君平道:“實則他有不得已的苦衷。”
두군평이 말했다.
"그는 부득이한 고충이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尹仲秋突然插言問道:“杜世兄怎知他有苦衷?”
윤중추가 돌연 끼어들며 물었다.
"두세형은 그가 고충이 있음을 어떻게 아시오?"
杜君平道:“詳情晚輩也不明白, 只覺神風堡的主宰, 並非千手神君。”
두군평이 말했다.
"상세한 사정은 후배도 명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신풍보를 주재하는 것은 천수신군이 아닌 듯 하다고 느꼈습니다."
尹仲秋喟然嘆道:“南毒西怪俱都在神風堡出現, 這證明神風堡是藏龍臥虎之地, 今非昔比了。”
윤중추가 탄식하며 말했다.
"남독서괴가 모두 신풍보에 출현했으니 이는 신풍보가 장룡와호(藏龍臥虎)한 곳임을 증명하는 것이오. 지금은 옛날과 같지 않소."
妙手書生哼了一聲道:“豈只是南毒西怪, 北妖東魔也已成了天地盟的人。”
묘수서생이 흥, 하더니 말했다.
"어찌 남독서괴뿐이겠소. 북요와 동마도 이미 천지맹의 사람이 되었소."
雲鶴道長朗聲笑道:“好啊, 鬼魅魍魑, 牛鬼蛇神俱都入盟, 當真是天地之大, 無所不包。”
운학도장이 낭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귀신, 도깨비 같은 괴물들이 모두 맹에 들어갔으니 과연 천지맹은 아우르지 않는 것이 없구나."
妙手書生接道:“由此看來, 天地盟內分子已是皂白不分, 九九會期, 不知會攪成一個什麼模樣, 兄弟還得即時趕回山去, 將此事面禀掌門師兄, 早作準備。”
묘수서생이 이어서 말했다.
"이것으로 판단해 본다면 천지맹내 구성원은 이미 흑백의 구분이 없소. 중양절대회때 무슨 모양으로 하나로 섞일 것인지 모르겠소. 형제는 즉시 산으로 돌아가 이 일을 장문 사형께 보고하고 미리 준비해야겠소."
半天都沒有作聲的白眉和尚, 徐徐開言道:“老衲遁跡空門, 指望從此青燈黃卷, 皈依我佛, 消除一身罪孽, 萬想不到是非之來竟至身不由主……”
한참동안 말이 없던 백미화상이 서서히 입을 열었다.
"노납은 공문(空門)에 몸을 숨기고 그때부터는 아미타불에 귀의하여 일신의 죄업을 없애기를 기대했소. 뜻하지 않게 시비가 몸이 이르니 내 뜻대로 할 수 없구료..."
喟嘆一聲又道:“武林同道為求平息紛爭, 予江湖留存一份公道, 發起組織天地之盟, 原以為從此可以相安無事, 怎料禍患竟發生於天地盟中, 實是可嘆。”
탄식하더니 또 다시 말했다.
"무림동도들이 분쟁을 종식시켜주기를 부탁하기에 나는 강호에 한 푼 남아있는 공도(公道)로 천지맹을 발기하고 조직했소. 원래는 그때부터 다툼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재앙이 천지맹 안에서 발생할 줄 어찌 예상했겠소. 실로 애석한 일이오."
尹仲秋慷慨言道:“禪師不用發那無病呻吟, 尹某深信公道自在人心, 尹某隻要留得三寸氣在, 決不坐令邪魔猖獗, 鬼魅橫行。”
윤중추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사께서는 아프지도 않으면서 신음을 낼 필요없소. 공도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음을 윤모는 굳게 믿고 있소. 윤모는 한 모금의 숨만 붙어있어도 결코 사마가 창궐하고 귀신도깨비가 횡행하도록 앉아있지 있지 않을 것이오."
馬載朗聲笑道:“兄弟與尹兄可謂難兄難弟, 不論情勢發展如何, 馬某定必與他周旋到底。”
마재큰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형제와 윤형은 난형난제(難兄難弟)라 할 수 있소. 정세가 어떻게 발전하든 마모는 반드시 끝까지 싸울 것이오."
兩人言詞激烈, 慷慨陳詞, 使在座之人深受感染, 雲鶴道長霍地站起身來接道:“九九會期眼看就到, 事不宜遲, 二位果有救世之心, 貧道願附驥尾。”
두 사람이 격렬한 언사와 격앙된 어조로 의견을 말하자 앉아있던 사람들도 깊이 감화되었다. 운학도장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말을 이었다.
"중양절대회 날짜가 곧 다가오니 일이 지체되어서는 안되오. 두 분이 과연 세상을 구할 마음을 가지셨으니 빈도는 뒤를 따르고자 하오."
馬載接道:“話雖如此, 但蛇無頭不行, 仍該有個主持大局之人。”
마재가 이어서 말했다.
"말은 비록 이렇게 하지만 뱀이 머리가 없으면 갈 수 없듯 마땅히 대국을 주지할 사람이 있어야 하오."
尹仲秋沉忖有頃, 抬起目光四座一掃道:“武當乃是名門大派, 雲霄道長比番來到神風堡, 原就有意與盟主商談, 何不就推舉他出面, 不知諸兄意下如何?”
윤중추가 잠시 곰곰히 생각하더니 눈을 들어 주위 사람들을 쓸어 보며 말했다.
"무당은 원래 명문대파이며 운소도장이 이번에 신풍보에 온 것도 원래 맹주와 상담을 할 생각이었소. 그를 추천하여 내세우면 되지 않겠소? 제형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馬載、雲鶴齊聲道:“尹兄所言極是。”
마재와 운학도장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윤형의 말씀이 극히 옳소."
尹仲秋目光轉向杜君平道:“杜世兄意下如何?”
윤중추는 두군평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두세형의 뜻은 어떠하오?"
杜君平因在座均屬長者, 他原是極其尊重長者之人, 是以半晌沒有開言, 尹仲秋此刻針對他問話, 不能不表示意見, 當下欠身道:“晚輩末學後進, 哪有說話的份兒。”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어른들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두군평은 원래 어른을 극히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참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윤중추가 이때 그를 지목하여 물어오자 의견을 표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즉시 몸을 약간 움직이며 말했다.
"후배는 말학후진(末學後進)인데 어디 말을 할 처지이겠습니까?"
想了想又道:“晚輩須向一位長輩請示權宜, 恐怕不能隨各位前輩行動。諸位若有所決定, 晚輩無不遵從。”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
"후배는 반드시 한 분 어르신께 그때그때 지시를 청해야 하기에 여러 선배님들을 따라 행동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 만약 결정하신 바가 있으면 후배는 따르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雲鶴道長知他另有前輩暗中策劃, 唯恐他輕率吐露, 忙接話道:“他去與不去, 都無緊要了。”
운학도장은 그가 선배와 암중에 따로 계획이 있음을 알기에 그가 경솔히 말해버릴까 두려워 급히 말을 받았다.
"그가 가든 안가든 중요한 것이 아니오."
尹仲秋正色道:“話不是如此說, 杜世兄乃是杜大俠的後人, 此番天地盟傳出鬼頭令牌, 亦是因他而起, 九九之會, 哪能少得了他。”
윤중추가 정색하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다. 두세형은 원래 두대협의 후인이고, 이번 천지맹에서 귀두령패를 보낸 것도 역시 그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중양절대회가 그에게 어디 작은 일입니까?"
雲鶴道長道:“貧道並非指的九九會期, 而是說武當之行他用不著去。”
운학도장이 말했다.
"빈도는 중양절대회를 가리킨 것이 아니라 무당에 그가 가지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이외다."
尹仲秋朗聲笑道:“道兄只知其一不知其二, 前番七派之人前去神風堡, 路過松林竟遭兩怪暗算, 若不是杜世兄及時趕到, 只怕都要遭受毒手, 他可說是雲霄道長與兄弟的救命恩人呢。”
윤중추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도형은 단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오. 저번에 칠파의 사람들이 신풍보에 갈 때 송림을 지나는 길에 두 노괴물의 암산을 당했소. 만약 두세형이 때맞춰 도착하지 않았다면 독수에 당했을 것이오. 그는 운소도장과 형제의 구명은인(救命恩人)이라 말할 수 있소."
杜君平心中睹暗奇異, 忖道:“這些時日我明明在神風堡地室之內, 何曾見著西怪, 莫非他們認錯他人?”
두군평은 마음 속으로 기이하게 여겨 곰곰히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분명히 신풍보 지하석실에 있었는데 어찌 서괴를 만날 수 있었겠는가? 혹시 그들이 다른 사람을 착각하고 있단 말인가?'
馬載接著尹仲秋的話頭道:“因為武當、少林兩派, 均屬當年選拔盟主作證之人, 杜大俠乃是盟主候選之一, 現今既死得不明不白, 杜世兄定然有權請他們出面查究。”
마재가 윤중추의 말을 받아서 말했다.
"무당과 소림 양파는 공히 당시 맹주를 선발할 때 증인이었소. 두대협은 원래 맹주 후보자의 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미 의문 속에 죽었으니 두세형은 반드시 그들이 나서서 조사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소."
雲鶴道長道:“二位的意思貧道明白了, 這事你我均不可代他致意, 等他事完再去也是一樣。”
운학도장이 말했다.
"두 분의 뜻을 빈도는 잘 알겠소. 이 일은 당신이나 나나 그의 생각을 대신 표현할 수 없소. 그가 일을 끝내길 기다렸다 다시 가더라도 마찬가지요."
尹仲秋與馬載遂不再堅持, 立起身道:“事不宜遲, 何妨此刻就起程。”
윤중추와 마재는 더 고집부리지 않고 일어서서 말했다.
"일을 미룰 수 없으니 지금 길을 떠나는 것이 어떻습니까?"
雲鶴道長道:“二位既都認定時機迫促, 貧道豈敢有誤。”
운학도장이 말했다.
"두 분이 이미 시일이 촉박하다고 여기시는데 빈도가 어찌 감히 지체하겠소?"
立起身來對杜君平道:“你就在此留宿一宵吧, 師伯須連夜去武當謁見雲霄道長。”
몸을 일으켜서 두군평을 향해 말했다.
"너는 이곳에서 하루 머물도록 하거라. 사백은 밤을 쫓아 무당으로 가서 운소도장을 배견해야겠다."
杜君平頗為不安地道:“師伯的傷勢未痊, 怎能連夜趕路?”
두군평이 약간 불안하여 말했다.
"사백의 상세가 완치되지 않았는데 어찌 밤을 도와 길을 가실 수 있겠습니까?"
雲鶴道長道:“不用擔心我了, 師伯還能挺得住。”
운학도장이 말했다.
"내 걱정할 필요없다. 사백은 견딜 수 있느니라."
尹仲秋見雲鶴道長已然起身, 遂對王宗漢道:“你不用去武當了, 可與俊才伴著杜公子留在這裡吧。”
윤중추는 운학도장이 이미 일어선 것을 보자 뒤따라 왕종한에게 말했다.
"너는 무당으로 갈 필요없다. 준재와 함께 이곳에 머물러 두공자와 동행해도 좋다."
王宗漢、李俊才與杜君平相處時日雖然不多, 可是彼此惺惺相惜, 情誼十分深厚, 見面本有許多話要說, 只因長輩在座, 沒有他們說話的份兒, 今見師父吩咐他們陪伴杜君平, 心中甚是欣喜, 躬身答道:“弟子遵命。”
왕종한, 이준재는 두군평과 함께 지낸 시간이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피차 총명한 사람끼리 서로 아끼듯 정의(情誼)가 매우 깊었다. 만나자 할 말이 아주 많았지만 어른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할 처지가 못되었는데 지금 사부가 그들에게 두군평과 동행하라고 분부하자 마음 속으로 몹시 기뻐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제자, 명을 따르겠습니다."
尹仲秋吩咐已畢, 三人同對白眉和尚拱手道別, 一齊行出門外, 徑自出寺而去。
윤중추가 분부를 마치자 세 사람은 같이 백미화상에게 공수하며 작별의 말을 하더니 일제히 문 밖으로 걸어가 절에서 떠나갔다.
白眉和尚起身道:“老衲該做晚課了, 你們三人談談吧。”
백미화상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노납은 저녁 불공을 드려야 하니 세 분은 말씀 나누십시오."
起身也行出了客房。
일어서서 객방을 나갔다.
李俊才憋了許久沒有說話, 此刻才行輕鬆起來, 搖著紙扇哈哈笑道:“前番在九洲鏢行, 沾了杜兄不少的光, 若不是那魔女暗中照顧, 我二人恐怕要栽在九洲鏢行。”
이준재는 못한 말이 많아 가슴이 답답했다가 그제서야 조금 홀가분해져서 종이부채를 흔들며 하하, 웃더니 말했다.
"지난 번 구주표항에서 두형께 적지않은 덕을 입었소이다. 만약 그 마녀가 암중에서 돌봐주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은 구주표항에서 망신을 당했을 것이오."
杜君平臉上一熱道:“李兄不要取笑。”
두군평이 얼굴이 뜨거워져 말했다.
"두형, 놀리지 마시오."
王宗漢正容道:“此事確是實情, 並非俊才弟取笑。”
왕종한이 표정을 바로 하고 말했다.
"이 일은 확실히 실제 있었던 일이니 결코 준재 동생이 놀리는 것이 아니오."
杜君平道:“此女心地倒也不壞, 可惜自幼生長在魔窟, 陷溺太深了。”
두군평이 말했다.
"그녀는 마음까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어려서부터 마굴(魔窟)에서 자라서 너무 깊이 빠져버렸소."
王宗漢道:“她對杜兄可是一片真情。”
왕종한이 말했다.
"그녀는 두형에 대해서는 진심이오."
杜君平若有所感地道:“她錯用工夫了。”
두군평이 느끼는 것이 있는 듯 말했다.
"그녀는 시간과 노력을 잘못 기울였소."
王宗漢知道這話確是事實, 話題一轉道:“杜兄此後作何打算?”
왕종한이 그 말이 확실히 사실임을 알고 화제를 돌려 말했다.
"두형은 이후에 어떻게 하실 작정이오?"
杜君平道:“小弟明天便得起程趕去飄香谷。”
두군평이 말했다.
"소제는 내일 길을 떠나 표향곡으로 갑니다."
王宗漢深眉一皺道:“飄香谷向例不容男子擅入, 家師著我二人陪伴杜兄, 如杜兄入谷, 我等怎麼辦?”
왕종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표향곡의 관례로는 남자가 함부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소. 가사께서 우리 두 사람이 두형과 동행하라 하셨는데 두형이 입곡(入谷)하면 우리들은 어떡하나?"
杜君平想了想道:“此事無庸顧慮, 二位不是外人, 小弟可以向阮姑娘說明。”
두군평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 일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 분은 외인이 아니니 소제가 완낭자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王宗漢道:“阮姑娘是誰, 她能做得了主?”
왕종한이 말했다.
"완낭자가 누구요, 그녀가 곡주가 되었소?"
杜君平道:“她乃謝前輩的首徒, 名叫阮玲, 如今可以說是谷主了。”
두군평이 말했다.
"그녀는 사선배의 수제자로 이름은 완령이라 하오. 지금 곡주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李俊才突然插言問道:“杜兄果真明天便要起程?”
이준재가 돌연 끼어들며 물었다.
"두형은 정말 내일 길을 떠날거요?"
杜君平點頭道:“阮站娘已和小弟約好, 恐怕到時還有幾位前輩要來, 小弟如何不去?”
두군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완낭자가 소제와 약속을 하였고 도착하면 몇 분의 선배님도 오실 듯 하오. 소제가 어떻게 안가겠소?"
李俊才似是十分掃興, 沉忖有頃, 說道:“小弟的意思, 希望杜兄晚兩天再起程。”
이준재가 흥미가 싹 가신 듯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을 꺼냈다.
"소제의 생각은 두형께서 이틀 후 출발하시기를 바라오."
杜君平見他欲言又止的神態, 知道定有原因, 隨道:“如果李兄果真有事, 小弟可以考慮留下兩天, 事完再連夜趕去。”
두군평은 그가 말을 하려다 그만두는 모습을 보고 반드시 이유가 있음을 알고 말했다.
"만약 이형께 무슨 일이 있다면 소제는 이틀을 머무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나면 밤을 새어 서둘러 가지요."
李俊才微微一笑道:“事情倒不十分要緊, 小弟說出來大家再作商量。”
이준재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오. 소제가 말한 것을 모두 다시 상의해봅시다."
見二人都沒有出聲, 繼續說道:“小弟此番與家師同時陷入神風堡, 經幾天的仔細觀察, 覺得主宰神風堡的, 並非是千手神君。”
두 사람이 모두 아무 말이 없자 계속 말했다.
"소제가 이번에 가사와 동시에 신풍보에 갇혀있으면서 며칠 동안 자세히 관찰하여 신풍보를 주재하는 것은 천수신군이 결코 아님을 알아내었습니다."
杜君平笑道:“此事不足為怪, 神風堡既係天地盟的行壇, 主宰之人當然是盟主了。”
두군평이 웃으며 말했다.
"그 일은 괴이한 일은 아니오. 신풍보는 이미 천지맹의 행단이니 주재하는 사람은 당연히 맹주지요."
李俊才搖頭道:“並非盟主, 而是另有其人。”
이준재가 고개를 저었다.
"결코 맹주가 아니오. 다른 사람이 있소."
杜君平突然想起彩輿之事, 點頭道:“我知道了, 此人乃是一女流, 莫非就是千手神君的夫人?”
두군평이 돌연 꽃가마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 사람은 원래 여인네요. 혹시 천수신군의 부인은 아닐까요?"
李俊才恍然大悟道:“是了, 此人縱然不是千手神君的夫人, 也必是他最為親密的人。”
이준재가 문득 깨달은 듯 말했다.
"맞소. 그 사람은 설령 천수신군의 부인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최소한 친밀한 사람일 것이오."
杜君平素知他料事如神, 當下點頭道:“小弟亦已覺出, 神風堡似乎籠罩了一層神秘色彩, 千手神君雖是一堡之主, 許多事情他也作不了主。 ”
두군평은 그가 귀신같이 알아 맞추자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제도 이미 알아차렸소. 신풍보는 한 겹의 신비한 색채로 뒤덮혀 있소. 천수신군은 비록 보주이지만 많은 일에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오."
頓一頓又道:“就以午間所見那乘彩輿來說, 她自稱天地盟的副盟主, 而且隨待之人, 又是上官延齡與司徒景, 那證明此人已取代了千手神君的地位, 不然豈然自稱副盟主?”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한낮에 본 그 꽃가마를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천지맹의 부맹주를 자칭했으며 게다가 수행하는 사람은 상관연령과 사도경이었소. 그것은 그 사람이 이미 천수신군의 지위를 대체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부맹주를 자칭하겠소?"
王宗漢朗聲一笑道:“杜兄如若有意, 咱們不妨暗中去神風堡探看一番。”
왕종한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두형께서 만약 생각이 있으시다면 우리가 몰래 신풍보에 가서 한번 살펴보는 것도 괜찮소."
杜君平把所經之事, 細細思忖了一番, 忽然覺出千手神君的處境, 甚是危殆, 他與阮玲在神風堡地室三月, 得千手神君之指點極多, 同時也瞧出千手神君似乎武功已失, 指點武功之時, 步履身法, 均不似身俱上乘內功之人, 當時阮玲便曾提到這點, 如今把各事加以連串, 果覺可慮之處極多, 暗忖:“莫非千手神君也和紅臉老人一樣, 遭了人家的暗算?”
두군평이 지난 일들을 세세히 떠올려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보니 돌연 천수신군의 처지가 심히 위태롭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와 완령이 신풍보 지하석실에 삼 개월 동안 있을 때 천수신군의 많은 지도를 받았다. 동시에 천수신군이 마치 무공을 잃은 것처럼 보였었다. 무공을 지도할 때나 신법을 내딛을 때나 모두 상승내공을 지닌 사람 같지가 않았다. 당시에 완령이 그런 점을 제기했었다. 지금 각각의 일을 연결하여 꿰어보니 염려되는 부분이 매우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천수신군도 홍검노인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암산에 당한 것일까?'
他一味沉吟不語, 王宗漢誤以為他有所顧慮, 隨道:“如若杜兄對神風堡之行, 感到不妥, 咱們可以作罷。”
그가 말없이 침음하자 왕종한은 그가 원치 않는 것으로 잘못 여겨 말했다.
"만약 두형이 신풍보에 가는 것이 적당치 않다고 느끼신다면 우리 그만둡시다."
杜君平搖頭道:“王兄錯全我的意思了, 只因小弟忽然覺出千手神君情勢堪危, 咱們得設法助他才是。”
두군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왕형께선 제 생각을 완전히 잘못 아신 거요. 소제는 천수신군의 정세가 심히 위태롭다고 문득 느끼게 되었을 뿐이오. 우리가 그를 도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옳을 것이오."
輕喟一聲又道:“實不相瞞, 說起來千手神君對小弟還有恩呢!”
가볍게 탄식하고 또 말했다.
"솔직히 말하겠소. 천수신군으로 말하자면 소제에게 은혜를 베푼 적이 있소."
李俊才沉吟有頃道:“依小弟的看法, 不去神風堡也行, 咱們可以來一個守株待兔之法。”
이준재가 잠시 침음하더니 말했다.
"소제의 견해로는 신풍보에 가지 않아도 되오. 우리는 수주대토(守株待兔)의 방법을 쓸 수 있소."
王宗漢道:“何謂守株待兔之法?”
왕종한이 말했다.
"무엇을 수주대토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李俊才立起身來道:“剛才那乘彩輿來到, 目的在追查解救雲鶴道長之人, 可是卻被那琴聲驚走, 由這件事, 咱們可以看出:第一, 對方必然極其看重救出雲鶴道長之事, 是以親自前來追查。第二, 那撫琴之人, 武功必有令彩輿中人畏懼之處, 不然她不會輕易撤走……”
이준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조금 전 가마가 왔던 목적은 운학도장을 구한 사람을 조사하는 것이었소. 그러나 금 소리에 놀라 도망갔소. 이 사건으로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첫째로, 상대방은 틀림없이 운학도장이 구출되는 것을 극히 중요시 한다는 것이오. 그래서 친히 나서서 조사했지요. 둘째, 금을 연주한 사람의 무공은 가마 안의 사람이 두려워할 정도라는 것이오. 그렇지 않다면 그녀는 쉽사리 물러가지 않았겠지요..."
杜君平接道:“是以李兄認定她決不肯就此罷休, 必會多帶高手前來。”
두군평이 이어서 말했다.
"이형은 그녀가 결코 이대로 그만두지 않을 것며 반드시 많은 고수를 데리고 올 것이라 확신하시는군요."
李俊才點頭道:“最低限度也得來查看一番這寺的住持是何許人物。”
이준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소한 이 절의 주지가 어떤 사람인지 와서 한번 알아보려 할 것이오."
王宗漢乃是極重道義之人, 忍不住道:“這樣說來, 老禪師豈不是有了麻煩?”
왕종한은 도의를 극히 중시하는 사람인지라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선사께 어찌 폐를 끼치겠소?"
李俊才邁開腳步, 在室內踱了兩圈道:“是以小弟想到與其去神風堡涉險, 不如就在寺內以逸待勞了。”
이준재가 발걸음을 내딛어 실내를 두어 바퀴 돌더니 말했다.
"그래서 소제는 신풍보로 가서 위험을 무릅쓰느니 차라리 절 안에서 쉬면서 힘을 모았다가 피로한 적을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오."
杜君平朗聲一笑道:“敝師伯已然離去, 小弟再無顧慮, 可以放手與她一拚了。”
두군평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폐 사백께서 이미 떠나셨으니 소제는 아무 것도 거리낄 것이 없소. 마음놓고 그녀와 한번 싸울 수 있소."
李俊才道:“此一戰意義極深, 咱們可以藉此得知對方首腦人物究竟是誰, 說不定對九九會期有裨益呢。”
이준재가 말했다.
"이 일전은 매우 큰 의미가 있소. 우리가 이 기회를 빌어 상대의 수뇌인물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다면 아마 중양절대회에 도움이 될 것이오."
杜君平道;“李兄所言極是, 咱們要不要將此事告知白眉撣師?”
두군평이 말했다.
"이형의 그 말이 극히 옳소. 우리들이 백미선사에게 이 일을 알려야 할까요?"
李俊才搖頭低聲道:“不用了, 小弟已然覺出, 此位老禪師定然是位非常人物。”
이준재가 고개를 저으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필요없소. 소제는 이미 저분 노선사가 평범한 인물이 절대 아님을 알아차렸소."
三人堪堪商量好, 寺院之內突然傳來一陣尖銳的笑聲, 杜君平哼了一聲道:“果然不出李兄所料。”
세 사람이 논의를 마무리했을 때 절 안에서 돌연 일진의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두군평이 흥, 하더니 말했다.
"과연 이형이 짐작한 대로군요."
王宗漢卟的把燈熄滅道:“咱們出去看看。”
왕종한이 후, 하고 불어서 등을 끄고 말했다.
"우리 나가 봅시다."
李俊才身形一躍, 穿出簾外, 杜君平緊接著行出。
이준재의 신형이 훌쩍 뛰어올라 발을 뚫고 밖으로 나가자 두군평이 바짝 뒤따라 걸어나갔다.
這座寺院規模甚小, 一眼便可看清寺院情況, 只見白眉和尚正與一位絳衣麗人對面立於禪房外小院落內, 杜君平心頭一動, 忖道:“此人莫非就是彩輿中人?”
그 절은 규모가 매우 작아서 한 눈에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백미화상은 선방 밖의 작은 뜰에서 한 명의 강의려인(絳衣麗人)과 마주 앉아 있었다. 두군평은 느끼는 바가 있어 곰곰히 생각했다.
'이 사람은 혹시 꽃가마 안의 그 사람이 아닐까?'
絳衣麗人似已覺察有人行來, 扭過頭來看了一眼, 突然一飄身趨近杜君平道:“原來你還沒有走。”
강의려인은 사람들이 온 것을 이미 알아차린 듯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돌연 몸을 날려 두군평에게 다가와 말했다.
"원래 너는 떠나지 않았구나."
杜君平沉聲答道:“不錯, 夫人可是彩輿中人?”
두군평이 침성으로 대답했다.
"그렇소. 부인은 가마 안에 있던 사람이오?"
舉目對她細看, 彷彿竟似飄香谷內傳他飄香步法之人, 心中不由大為震駭。
눈을 들어 그녀를 자세히 보니, 마치 표향곡 안에서 표향보법을 전수해준 사람 같아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크게 놀랐다.
絳衣麗人微微笑道:“你是非不分, 只知盲目聽人指使, 這樣豈不是太以危險?”
강의려인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너는 시비를 구분 못하고 단지 사주하는 사람 말만 맹목적으로 듣는데 어찌 위험하지 않겠느냐?"
杜君平不以為然道;“在下年青識淺, 聽從父執長者之言, 那也是極其尋常之事, 這又有什麼不對了?”
두군평이 그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저는 어리고 아는 것이 적어 부집(父執:아버지의 벗으로 나이가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것이오. 그것은 극히 평범한 일이거늘 또 무엇이 틀렸다는 것이오?"
絳衣麗人格格笑道:“杜飛卿名滿江湖, 相識滿天下, 凡有一面之交者, 都可自稱是父執, 你豈不是每個人的話都要聽了?”
강의려인이 깔깔, 웃었다.
"두비경의 명성은 강호에 두루 퍼져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평범한 사람도 일면식은 있는데 모두가 부집이라 자칭하면 너는 그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들으려하느냐?"
杜君平道:“這就要看他的為人與用心如何了?”
두군평이 말했다.
"그 사람의 사람됨과 마음 씀씀이를 보면 되지 않겠소?"
絳衣麗人笑道:“你又憑什麼來衡量人家的用心是好是壞呢?”
강의려인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그러면 사람들의 마음이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가려내겠느냐?"
杜君平劍眉一揚道:“在下心中自有分寸, 用不著夫人你來操心。”
두군평이 검미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저는 제 스스로 분별할 수 있으니 부인 당신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絳衣麗人微微一笑道:“你的事情本座自然犯不著管。不過……”
강의려인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의 일은 본좌가 당연히 관여하지 않겠다. 그러나..."
突然笑容一斂, 冷冷道:“聽說你要在九九會期與本盟的盟主作一了斷?”
돌연 웃음을 거두며 냉랭하게 말했다.
"듣자니 너는 중양절대회때 본맹의 맹주와 결단을 낸다고?"
杜君平道:“不錯, 在下並不否認這件事。”
두군평이 말했다.
"그렇소. 저는 그 일을 부인하지 않겠소."
絳衣麗人突然一陣格格大笑道:“你們打算與天地盟為敵, 不啻螳臂擋車, 簡直令人可笑已極。”
강의려인은 돌연 깔깔,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천지맹과 대적하려 한다면 사마귀가 수레를 막아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가소로운 일이다."
杜君平臉上一片嚴肅, 徐徐道:“在下只是行所當行, 成敗得失那是另一回事。”
두군평이 엄숙한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니 성패(成敗)와 득실(得失)은 별개의 일이오."
李俊才突然跨前兩步, 拱手問道:“請問夫人可是神風堡的東方夫人?”
이준재가 돌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공수하며 물었다.
"부인께서는 신풍보의 동방부인이십니까?"
絳衣麗人瞥了他一眼道:“不錯, 本座正是神風堡夫人, 你問這幹什麼?”
강의려인이 그를 흘낏 보더니 말했다.
"그렇다. 본좌가 바로 신풍보 부인이다. 너는 왜 묻느냐?"
李俊才機智絕倫, 極工心計, 深深一躬身道:“原來果是東方夫人, 晚輩這廂有禮。”
이준재는 기지(機智)가 절륜하고 심계(心計)가 극히 뛰어났다. 깊이 허리를 숙이더니 말했다.
"원래 동방부인이셨군요. 후배가 예를 올립니다."
挺直身子又道:“不知東方前輩近日可好?”
몸을 펴더니 또 말했다.
"동방선배님께서는 요즘 어떠신지요?"
絳衣麗人冷笑道:“你不用繞彎打聽東方玉明之事, 我可告訴你, 他已離開神風堡了。”
강의려인이 냉소하며 말했다.
"너는 동방옥명의 일을 에둘러 물어볼 필요없다. 내가 너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그가 이미 신풍보를 떠났다는 것이다."
李俊才暗忖:“果然不出所料。”
이준재가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추측한 대로구나.'
表面卻不動聲色道:“是奉盟主派遣?”
겉으로는 목소리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맹주께서 파견을 보내신 것입니까?"
絳衣麗人似是對他極為輕蔑, 側過臉來竟不加理睬。
강의려인은 그를 극히 무시하는 듯 얼굴을 옆으로 돌리서 더 이상 거들떠보지 않았다.
杜君平由她的表情中, 意識到神風堡果已發生了變故, 忍不住接話道:“東方前輩果然進入江湖了?”
두군평은 그녀의 표정에서 신풍보에 과연 변고가 발생했음을 알고 참다 못해 말했다.
"동방선배께서 강호에 나오신 것이오?"
絳衣麗人冷笑道:“你們好像對他都極其關懷似的, 這倒是一件奇事呢。”
강의려인이 냉소하며 말했다.
"너희들은 그에 대해 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오히려 이상한 일이군."
李俊才道:“東方堡主乃是武林前輩, 晚輩們素所景仰, 隨口問問那也是極其尋常之事。”
이준재가 말했다.
"동방보주는 원래 무림선배시니 후배들은 본디 경앙(景仰)하는 마음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어본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극히 평범한 일이지요."
絳衣麗人冷冷道:“你們的用心無非想知道神風堡究竟是誰在發號施令, 本座可以明對你們說, 神風堡所有之事, 均由本座作主。”
강의려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너희들의 속셈은 신풍보에서 도대체 누가 명령을 내리는지 알아내는 것이겠지. 본좌가 분명히 너희들에게 말할 수 있다. 신풍보의 모든 일은 본좌가 책임지고 결정한다."
白眉和尚見三個年青人, 你一言我一語, 深恐將她觸怒, 低低宣了一聲佛號道:“外面已然下霜, 夫人請進禪房奉茶。”
백미화상이 세 사람의 젊은이가 제각기 한 마디씩 하는 것을 보고는 그녀를 화나게 할까 깊이 두려워하여 낮게 불호를 외며 말했다.
"밖에 이미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으니 부인을 선방으로 모시고 차를 올리겠소이다."
絳衣麗人瞪了他一眼道:“沒有你的事, 與我離遠點。”
강의려인 그를 한번 쏘아보며 말했다.
"당신 일이 아니오. 빨리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시오."
白眉和尚連番受她斥責, 臉上竟然毫無慍色, 合掌當胸, 緩緩遲到一旁。
백미화상은 연거푸 그녀의 질책을 받았으나 뜻밖에 얼굴에 전혀 노한 기색이 없었다. 가슴께에 합장을 한 채 느릿느릿 한 켠으로 물러섰다.
絳衣麗人對著杜君平一笑道:“傳聞你已盡得杜飛卿劍術真傳, 今晚本座到要好好考驗考驗你。”
강의려인이 두군평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들리는 소문에 너는 이미 두비경의 검술 진전을 완전히 얻었다고 하더군. 오늘 밤 본좌는 마음껏 너를 시험해 보겠다."
杜君平俊眉一揚朗聲道:“夫人如若有興, 在下當得奉陪。”
두군평이 준미를 치켜올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부인께서 흥미가 있으시다면 제가 마땅히 모시겠소."
王宗漢倏然亮出雙筆, 趨前兩步道:“在下王宗漢, 意欲先行見識一下夫人的絕學。”
왕종한이 갑자기 쌍필을 꺼내어 두 걸음 나서면서 말했다.
"저 왕종한이 먼저 부인의 절학을 견식코자 합니다."
絳衣麗人冷哼一聲道;“誰要你來多嘴, 站到一邊去。”
강의려인이 차갑게 흥, 하더니 말했다.
"누가 너더러 쓸데없이 지껄이라더냐. 한 쪽에 가 서있거라."
王宗漢怒道:“在下因你是前輩, 是以敬重你三分, 怎的說話如此沒有分寸。”
왕종한이 노하여 말했다.
"저는 당신이 선배이기 때문에 그래서 삼 푼은 공경하였소. 왜 이 같이 분별없이 말씀하시오."
絳衣麗人突然展顏一笑, 輕移蓮步, 緩緩趨身而上, 李俊才細心察看, 只覺她行走看似緩慢, 實際很快, 話才出口, 王宗漢已悶哼一聲, 踉蹌連退兩步, 頓時面容大變。
강의려인의 얼굴에 돌연 웃음이 번졌다. 걸음을 가볍게 옮기자 천천히 몸이 나아가는데 이준재가 세심하게 관찰해보니 그녀의 걸음걸이가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빠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을 꺼내려는데 왕종한이 답답한 신음소리를 내고는 비틀거리며 연이어 두 걸음 물러나더니 갑자기 얼굴이 크게 변했다.
杜君平大吃—驚, 疚步上前扶住道:“王兄怎樣了?”
두군평이 깜짝 놀라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부축하며 말했다.
"왕형, 어떻소?"
王宗漢驀地一張嘴, 噴出一口鮮血, 苦笑搖頭道:“小弟一時不察, 被她震傷了內腑。”
왕종한이 갑자기 입으로 선혈을 한 모금 토해내더니 고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제는 일시 불찰로 그녀에게 내부(內腑)가 진상(震傷) 당했소."
杜君平心中大為懍駭, 剛才明明見她緩慢趨身, 輕輕拂袖, 竟不知她用的是什麼手法傷人。
두군평은 속으로 경악했다. 방금 그녀가 천천히 몸을 옮기며 가볍게 소매를 흔드는 것은 분명히 보았으나 무슨 수법을 써서 사람을 상하게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只聽絳衣麗人冷冷道:“他已中了我的絳袖飛霜, 一月之內已無法與人動手。”
강의려인이 냉랭한 말이 들려왔다.
"그는 이미 나의 강수비상(絳袖飛霜)에 적중되었으니 한 달 안에는 남과 싸울 수 없다."
杜君平怒道:“想不到你竟這般心狠手辣。”
두군평이 노하여 말했다.
"뜻밖에도 당신은 이렇게 마음이 악랄하고 손이 매섭군요."
絳衣麗人微微笑道:“我已手下留情, 不然他不死也得落個殘廢。”
강의려인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미 손에 정을 남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죽거나 불구가 되었을 것이다."
杜君平只覺一股憤慨之氣直衝上來, 嗆啷長劍出鞘, 擺開了一個架式, 他知若用拳掌功夫, 那是無法與她抗衡。
두군평은 한 줄기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창, 하고 검을 뽑아 일식을 펼쳐내었다. 권장의 무공을 사용한다면 그녀에 맞설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李俊才一向料事如神, 原以為合三人之力, 足可應付, 哪料她的武功, 竟高出想像之外, 一舉手之間, 便傷了王宗漢, 心中大為懍駭, 知道眼下局面, 已處在有敗無勝之劣勢, 除非杜君平的武功能出奇蹟, 他一面護持王宗漢療傷, 暗中卻在忖思對策。
이준재는 줄곧 귀신처럼 예측했었다. 원래 세 사람이 힘을 합치면 족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그녀의 무공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높아서 일거에 왕종한을 다치게 해버리자 마음 속으로 경악했다. 두군평의 무공이 기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현재의 국면은 질 수 밖에 없는 열세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왕종한이 상처를 치료하도록 호법을 서는 한편 암중으로 곰곰히 대책을 생각했다.
此時杜君平與絳衣麗人已呈劍拔弩張之勢。杜君平暗中將真氣提聚, 舉劍齊眉, 緩緩平伸而出。絳衣麗人見他運劍的神態, 誠誠敬敬, 毫無悲憤之容, 讚許地點了點頭, 腳下一飄, 倏忽到了隨身後, 拂袖向他玉枕穴上點去。
이때 두군평과 강의려인은 일촉즉발의 형세였다. 두군평은 암중으로 진기를 끌어모으고 검을 들어 눈썹에 맞춘 뒤 천천히 눕혀서 밀어냈다. 강의려인은 그의 운검하는 기색이 충후하고 숙연하여 추호도 비분에 찬 얼굴이 아닌지라 고개를 끄덕여서 칭찬했다. 발밑을 표홀하게 놀리자 어느새 그의 몸 뒤에 이르러 소매를 떨쳐 그의 옥침혈을 눌러갔다.
可是, 杜君平的劍招看似平實緩慢, 實際神妙快速異常, 但聽嘶嘶一陣劍嘯, 平伸出去的長劍, 忽地矯矢而起, 幻出一片耀眼精芒, 將門戶封住。絳衣麗人吃地一笑, 步祛展開, 有若一團飛絮, 隨著流轉的劍式飄浮, 杜君平雖將劍勢, 一招一式, 緩緩向外擴展, 竟無法沾著她的一片衣角。
그러나, 두군평의 검초는 보기엔 평이하고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신묘하고 쾌속하여 쏴쏴, 하며 검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편평하게 찔러낸 장검은 갑자기 눈부신 정망을 어지럽게 쏟아내며 문호를 단단히 막았다. 강의려인은 씨익하고 웃더니 보법을 전개했다. 마치 한 무리의 버들개지처럼 검식이 미치는 여기저기를 표표히 떠다녔다. 두군평이 검세를 점점 바깥 쪽으로 확장해갔으나 여전히 그녀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하였다.
杜君平在地室之中, 與阮玲練了三月, 藝業大進, 他一面全心全力, 將招式施展, 一面暗察絳衣麗人的身法路數, 只覺她飄浮如絮的身法, 竟有許多類似飄香步法, 心裡突然一動。他乃熟諸飄香步法之人, 自然識得其中變化, 清嘯一聲, 招式突變, 展開杜門的家傳劍法, 疾攻而上。
두군평은 완령과 함께 지하실에서 삼 개월을 연마하여 무공이 크게 진보하였다. 그는 한편으로 전심전력으로 초식을 시전하면서 한편으로는 몰래 강의려인의 신법의 노수(路數)를 관찰하였다. 그녀의 표홀한 신법은 표향보법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자 마음 속에 돌연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는 모든 표향보법을 익힌 사람이라 자연 그 속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맑은 기합 소리와 함께 초식을 돌연 바꾸어 두씨 집안의 가전검법을 전개하여 질풍같이 공격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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