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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十三回 陰風老怪(음풍노괴) 본문

와룡생(臥龍生) 무협/혈검단심(血劍丹心)

第十三回 陰風老怪(음풍노괴)

알타쵸 2016. 7. 17. 12:12

第十三回 陰風老怪

 





可是, 宮裝麗人身法飄忽如風, 猶如飛絮一團, 業已隨風向滇池大俠飄去。此時陣式已然發動, 但見人影閃動, 交叉飛舞, 指風掌勁, 參雜在閃閃寒芒中飛射, 一波一波湧過來, 聲勢甚是駭人。

그러나 궁장미인의 신법은 바람과 같이 홀연하여 마치 바람에 따라 날리는 한 무더기의 버들개지처럼 이미  전지대협을 향해 날아갔다. 이때는 진식이 이미 발동되어 사람의 그림자가 왔다갔다 교차하여 난무하고 지풍(指風)과 장경(掌勁​​)이 번쩍번쩍하는 한망(寒芒​)에 뒤섞여 쏘아져 오는데 한 차례 한 차례 연거푸 밀려오니 그 소리와 기세가 사람을 몹시도 경악케 하였다. 

宮裝麗人心頭一懍, 輕敵之念立刻減去了幾分, 此刻才領略到士別三日便須刮目相看的道理, 暗忖:

六君子的武功果比以前進步多了, 倒得小心應付呢。

궁장미인은 속으로 놀라서 적을 경시하는 생각이 몇 푼 사라졌다. 그제서야 선비는 헤어지고 삼 일이 지나면  괄목상대해야 하는 이치를 깨닫게 되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육군자의 무공은 이전에 비해 크게 진보했구나. 조심해서 대응해야겠다.'

此時六爻陣的威力已愈來愈強, 宮裝麗人仗著她輕功美妙, 步法神奇, 暫時還能應付。

이때 육효진의 위력은 갈수록 더 강해져서 궁장미인은 뛰어난 경공, 신기한 보법에 의지하여 잠시 대처할 수 있었다.


適才狠斗宮裝麗人的杜君平, 並非真的杜君平, 他見六君子現身後, 便知危機已然過去, 當下強提著一口真氣, 疾步向谷外行去, 他因身負重傷, 極須尋一個僻靜地方療傷, 還幸一路均無人攔阻截擊。

조금 전 궁장미인과 험악한 싸움을 했던 두군평은 결코 진짜 두군평이 아니었다. 그는 육군자가 출현한 후 위기는 이미 지나갔음을 알고 즉시 한 모금의 진기를 억지로 끌어올려 곡 밖으로 질풍같이 달려갔다. 그는 몸에 중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요상할 곳을 찾고 있었는데 다행히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없었다.​

信步在亂山中奔了一程, 自知難再支持, 不覺頹然一嘆, 隨在一塊石上坐下。默運全功, 察看了一番傷勢, 已然發覺宮裝麗人所用, 乃是一種極其歹毒的陰功, 自己為了假扮杜君平, 竟未把藥囊帶上, 只有隨身所帶的幾顆普通丹藥, 當下摸出了兩顆吞下, 竟欲先行把傷勢穩住再說。

발길 닿는 대로 산 속을 한 동안 달려가다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되어 자기도 모르게 탄식하더니 바위에 앉아서 조용히 운공(運功)을 하며 상세를 살펴보았다. 궁장미인이 사용한 것은 원래 악독한 종류의 음공(陰功)이었는데 두군평으로 가장하기 위해 약주머니를 가져오지 않아 단지 몇 가지의 보통 단약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즉시 품 속을 더듬어 두 알을 꺼내 삼키고 상세를 조금 가라앉힌 후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詎料, 吃下丹藥不久, 突然腹內大感不適, 竟已無法再提真氣, 這一驚非同小可, 暗叫道:“不好, 這是一種什麼功夫, 怎的如此厲害?”

생각지도 못하게 단약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 돌연 뱃 속이 불편해지며 진기를 더 이상 끌어올릴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이만저만 놀라운 일이 아니어서 속으로 생각했다.

'좋지 않구나. 무슨 무공인데 어찌 이리 무섭단 말인가?'

一個練武之人, 只要真氣不散, 任是再厲害的傷勢, 亦可緩緩自療, 一旦真氣渙散, 那就非得借用旁人之力, 或者是藥物來治療了。

무공을 연마한 사람이라면 진기가 흩어지지않은 한 지독한 상세를 입었다 해도 천천히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 일단 진기가 흐트러지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거나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就在這時, 一條倩影循著山路, 迎面飛奔前來, 他身負重傷, 耳力已然失聰, 等到發覺有人前來, 藏躲已是不及。

바로 이때 하나의 푸른 그림자가 산 길을 따라 마주보며 달려왔다. 그는 중상을 입었기에 이미 청력도 잃어서 마주 오는 사람이 발견할 때까지 숨거나 피하지도 못했다.

來人遠遠便發現了他, 高聲道:“是杜兄嗎?”

달려오던 사람은 멀리서 그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두형이세요?" 

他聽那口音十分熟悉, 卻想不起是誰, 來人行走極快, 晃眼已到前面, 卻是一位極其秀麗的青衫女子, 見他步履蹌踉不穩, 一把將他手臂抓住, 柔聲道:“杜兄, 你傷得根重嗎?”

그 목소리는 매우 귀에 익었으나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는 사람은 걸음은 매우 빨라서 눈 깜빡할 사이 면전에 이르렀다. 한 명의 극히 아리따운 청삼여자였는데 그가 걸음이 비틀거리며 안정되지 못한 것을 보자 그의 팔을 잡고 부축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두형, 당신은 매우 심한 중상을 입었군요?"

他喘息著道:“還好。”頓了頓復又道:“請恕在下眼拙, 姑娘你是誰?”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직 괜찮소." 

잠깐 멈추었다 다시 말했다.

"알아보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낭자는 누구시오?" 

青衣女子愕然道:“小妹厲若花, 你連我都不認識了。”

청의여자는 놀란 듯 말했다.

"소매는 여약화예요. 당신은 나까지도 못 알아보시는군요." 

假杜君平點了點頭道:“姑娘好像救過在下一次性命, 那是在下誤中蠍娘子暗器之時。”

가짜 두군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낭자는 제가 실수하여 갈낭자의 암기에 맞았을 때 한번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 것 같소만."

厲若花滿面憂容地道:“你提那些事幹什麼, 咱們還是早些尋個地方療傷吧。”

여약화는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그런 일을 끄집어 내서 무엇 하겠어요. 서둘러 요상할 곳을 찾는 게 낫겠어요."

假杜君平想了想道:“姑娘如若有意幫助在下, 就煩你去旅店替我把藥囊取來。”

가짜 두군평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낭자가 만약 저를 도와주실 생각이 있다면 번거롭지만 객점에 가서 약주머니를 가져와 주시오." 

厲若花搖頭道:“這樣不妥, 我先把你帶到我住的地方, 然後派人去取藥。”

여약화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적절치 않아요. 나는 먼저 당신을 제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야겠어요. 연후에 사람을 보내 약을 가져오지요." 

假杜君平輕喟一聲道:“你的住處離這有多遠?看來在下是無法步行前去了。”

가짜 두군평은 가볍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당신이 있는 곳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소? 저는 갈 수가 없소이다." 

厲若花大吃一驚道:“這般說來, 你連真氣都無法提聚了?”

여약화가 깜짝 놀라 말했다.

"말을 들어보니 당신은 진기를 모을 수도 없군요?" 

假杜君平黯然一嘆道:“暫時是如此, 只要藥囊取到, 再重的傷勢也不妨。”

가짜 두군평이 암연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소. 약주머니를 가져오기만 하면 더 심한 상세도 문제가 안되오."

厲若花想了想道:“小妹住所離此不過七八里的路程, 我背你去吧。”

여약화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소매가 있는 곳은 여기서 불과 칠팔 리 거리이니 제가 당신을 업고 가겠어요." 

假杜君平乃是久已成名人物, 怎肯讓一位年輕姑娘背著, 當下苦笑搖頭道:“這怎麼行?”

가짜 두군평은 원래 이미 오래 전부터 이름을 떨친 인물이다. 어떻게 나이 어린 낭자의 등에 업히려 하겠는가? 

즉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찌 그리하겠소?"

厲若花心裡一急, 疾步上前扶住, 順手點了他的睡穴, 就勢背起, 放腿疾奔。

여약화는 마음이 급하여 재빨리 앞으로 나서 부축하면서 그의 수혈을 점한 후 등에 업고 달려갔다. 


再說阮玲姐妹自​​假杜君平露面後, 心裡稍安, 急忙退下, 先行各處察看了一番, 只見各處布下的哨卡, 大部份都已死傷殉難, 只是不見公孫喬。

완령 자매는 가짜 두군평이 나타나면서부터 마음이 조금 놓여 급히 물러나서 우선 각처를 살펴보았다. 초소에 배치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난리통에 죽고 공손교는 보이지 않았다. 

這些死傷之人, 有的久隨谷主, 有的是自幼收容的孤兒棄嬰, 眼看她們俱遭橫死, 止不住流下淚來, 王珍悲慟地叫道:“元兇就是她一人, 有天我要把她碎屍萬段。”

이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곡주를 따른지 오래되었고 어려서 고아로 받아들여졌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들이 모두 횡사(橫死​)한 것을 보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왕진이 비통하게 소리쳤다.

"원흉은 바로 그녀 한 사람입니다. 내가 그녀를 잡는 날 갈가리 찢어죽이겠어요."

阮玲強忍悲痛道:“徒悲無益, 你快去尋公孫喬, 我得去墓陵看看, 怕的是薛姑婆獨力難支。”

說罷放腿向墓陵奔去, 遠遠便見薛姑婆白髮飄飛, 正自與一位黃衫老者, 打得難分難解。

완령이 간신히 슬픔을 참으며 말했다.

"쓸데없이 슬퍼하기만 하면 이로울게 없다. 너는 속히 가서 공손교를 찾아라. 나는 묘릉을 살펴보련다. 설고파 혼자의 힘으로 지탱하기 어려울 것 같구나." 

말을 마치자 묘릉을 향해 달려갔다. 멀리서 설고파가 백발을 휘날리며 한 명의 황삼노인과 서로 맞붙어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另一處是一位黑袍老者, 獨對梅蘭竹菊四女, 此老掌力渾厚, 招招有如巨斧開山, 勇猛已極, 但四女身法輕靈, 步法飄忽, 黑袍老者空自暴怒如雷, 竟無法把四女奈何, 而四女也只能暫時將他困住。

다른 한 쪽에서는 한 명의 흑포노인이 매란죽국 네 여자를 홀로 상대하고 있었다. 이 노인의 장력은 웅후하여 매 초식마다 산을 쪼갤 듯 하였으나 네 여자는 신법과 보법이 가볍고 재빨라 흑포노인이 천둥처럼 격노하였으나 네 여자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 네 여자도 잠시 그를 가두어 둘 수 있었다.

阮玲心細如發, 且不管斗場之事, 飄身向墓陵奔去, 只見墓前一排立了五位本谷門下, 有一二人已然帶傷, 當下不自覺地嘆了一口氣, 舉步進墓前, 輕聲問道:“可有人侵入墓內。”

완령은 조심스럽고 빈틈이 없었다. 싸움에 관여하지 않고 신형을 날려 능묘를 향해 달려갔다. 묘 앞에는 다섯 명의 문하제자가 일렬로 서 있었는데 한두 사람은 부상을 입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흘리며 묘 앞으로 나아가 조용히 물었다.

"묘 안에 침입한 사람이 있느냐?"

為首女子恭敬答道:“還幸沒有人攻到墓前。”

우두머리로 되어 보이는 여자가 공손히 대답했다.

"아직 다행히 아무도 묘 앞까지 공격해온 사람이 없습니다." 

阮玲點頭道:“很好, 你們小心守著, 我去助薛姑婆。”轉身又向斗場行去。 

완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되었다. 너희들은 조심해서 지키도록 해라. 나는 가서 설고파를 도와야겠다." 

몸을 돌려 싸우고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這時薛姑婆與黃衫老者已然漸漸分出勝負, 那黃衫老者雖然武功高強, 但薛姑婆佔了兵刃的便宜, 拐沉力猛, 運轉如飛, 致令黃衫老者有許多招式施展不開。

이때 설고파와 황삼노인은 점점 승부가 갈리기 시작했다. 그 황삼노인은 비록 무공이 고강했지만 설고파가 병기의 잇점을 차지하여 지팡이를 맹렬하게 내리치고 나는 듯 돌려치니 황삼노인이 많은 초식을 시전해 내지 못하게 했다. 

阮玲緩緩行近, 徐徐言道:“本谷向來不問江湖之事, 前輩何苦聽人指使, 前來進犯。”見他沒有開聲, 復又道:“前輩如再不住手, 等會可要自討沒趣。”

완령이 천천히 다가가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본곡은 줄곧 강호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는데 선배께서는 무엇이 아쉬워서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아 침범해 오셨나요?"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말이 없자 다시 또 말했다.

"선배가 만약 손을 멈추지 않는다면 스스로 체면을 구기게 될 것입니다."

黃衫老者與黑袍老者乃是同道前來, 原沒把這些年輕女娃放在眼裡, 此刻遭逢勁敵, 才知事情並不簡單。

황삼노인은 흑포노인과 같이 왔었다. 원래 이 나이 어린 여자 아이를 안중에 두지 않았는데 지금 강적을 만나자 사정이 간단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高手過招, 生死只需毫釐之間, 他這一分神, 已予薛姑婆可乘之機, 呼呼一連三招, 把他迫退丈餘。

고수가 초식을 겨룰 때는 생사는 티끌만큼의 차이밖에 안된다. 그가 이렇게 한번 한눈을 팔자 설고파에게 그 틈을 탈 기회를 주게 되었다. 휙, 휙, 하니 연달아 삼초를 펼쳐내어 그를 일 장 이상 물러나게 했다.

阮玲突然高聲喝道:“住手。”

완령이 돌연 소리쳤다.

"손을 멈추세요." 

薛姑婆收住攻勢道:“老身已然取得先機, 何故喊停?”

설고파가 공세를 거두며 말했다.

"노신이 이미 선기를 잡았는데 왜 멈추라고 하는 것이냐?" 

阮玲輕喟一聲道:“他亦是情非得已, 由他去吧。”

완령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그도 멈출 수 밖에 없어요. 내버려 두세요." 

黃衫老者自知難以討好, 扭頭看了黑袍老者一眼, 只見他發須亂張, 一臉怒容, 仍在與四女拚搏, 當下沉聲喝道:“住手。”

황삼노인은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돌려 흑포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머리카락과 수염이 흐트러진 채 성난 얼굴로 여전히 네 명의 여자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즉시 침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손을 멈추시오."

黑袍老者本就難以下台​​, 聞聲把掌一收, 退了下來。

흑포노인은 싸움을 그만 두려하지 않았으나 그 말을 듣자 장을 거두며 물러났다. 

黃衫老者鐵青著臉道:“後援未到, 看來憑咱們二人是難以進入墓陵了。”

황삼노인은 시퍼렇게 변한 얼굴로 말했다.

"후원하는 자들이 오지 않았으니 우리 두 사람으로는 묘릉에 들어가기 어렵소." 

黑袍老者冷冷道:“你可曾想到本盟戒律?”

흑포노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은 본 맹의 계율을 생각해 보았소?" 

黃衫老者點頭輕喟一聲道:“非是我等不盡力, 面是事實難於得手。”

황삼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내가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 아니오. 눈 앞의 일은 사실 마음대로 되기 어렵소." 

驀地暗影傳來一個沉渾的嗓音插言道:“尊駕總算見機得早。”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하나의 가라앉은 흐릿한 목소리가 끼어들며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귀하는 일찍 깨우친 셈이오."

二老齊吃一驚, 抬頭望去, 只見一位銀面白髮老者, 緩緩叢林中行了出來。黑袍老者於華山截擊杜君平之時, 曾經遇見此人, 自知不敵, 沉哼一聲道:“咱們走吧。”

두 노인은 일제히 깜짝 놀라서 머리를 들어 바라보았다. 한 명의 은면백발 노인이 천천히 숲 속에서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흑포노인이 화산에서 두군평을 잡으려 했을때 일찌기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는 흥, 하더니 말했다. 

"우리는 갑시다."

兩人雙雙扭轉身形, 疾奔而去。

두 사람은 쌍쌍이 신형을 돌려 달려갔다. 

薛姑婆望著銀面人冷笑道:“只會裝神扮鬼嚇唬人, 算什麼英雄。”

설고파는 은면인을 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귀신을 가장해서 사람을 놀래키니 무슨 영웅이라 하겠소." 

銀面老者知她心裡不大舒服, 當下哈哈笑道:“老朽微末之技, 怎及得薛姑婆絕倫超群, 自然只好裝神扮鬼, 嚇唬他們了。”

은면노인은 그녀의 마음 속이 그다지 홀가분 하지 않음을 알고 즉시 하하, 웃으며 말했다.

"늙은이의 사소한 잔재주가 어찌 설고파의 출중함에 견줄 수 있겠소. 자연 귀신 분장하여 그들을 놀래킬 수 밖에 없소."

阮玲舉步行近銀面老者, 悄聲問道:“如何?”

완령이 걸음을 옮겨 은면노인에게 다가가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되었어요?"

銀面老者點點頭道:“大功已將告成, 天明以前, 幾位都將潛離本谷, 姑娘不妨再敷衍些時。”

은면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큰 공은 이미 이루었다. 날이 밝기 전에 그 분들은 본 곡을 떠나셨다. 낭자는 적당히 수습해도 무방하네."

阮玲又道:“如若她果有真意接掌本谷, 又待如何?”

완령이 다시 말했다.

"만약 그녀가 본 곡을 장악하려는 뜻이 있다면 또 어찌 해야 할까요?" 

銀面老者笑道:“此人野心勃勃, 區區一派掌門人豈在她眼裡。何況她此刻也無暇顧及。”

은면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야심만만한데 구구하게 일파의 장문인 자리가 어찌 그녀의 안중에 있겠느냐. 하물며 그녀는 지금 돌아볼 틈도 없다." 

阮玲點了點頭, 放步向亭閣前奔去, 此刻她心情寬暢, 再不懼有人強進墓陵了, 趕到亭閣前舉門一看, 但人影如飛, 掌風拳影, 一片呼嘯之聲, 雙方打得十分激烈。宮裝麗人既無法衝出陣外, 而六君子一時片刻也無法將她奈何。​

완령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각(亭閣) 앞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 그녀의 심정은 홀가분하여 누가 강제로 묘릉에 들어간다고 해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서둘러 정각 앞에 이르러 보니 인영이 나는 듯 하고 장풍과 권영이 휙휙, 소리를 내며 쌍방이 몹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궁장미인은 이미 진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육군자도 일시에 그녀를 어찌할 수도 없었다. 

阮玲沉吟有頃, 突然高叫道:“快請住手, 不要再打了。”

완령은 잠시 망설이더니 돌연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손을 멈추세요. 더 싸울 필요 없어요." 

六君子原就無意與宮裝麗人作生死之鬥, 聞聲把陣一撤, 都停下下來。

육군자는 궁장미인과 생사를 건 싸움을 할 뜻이 없었기에 그 말을 듣자 진을 물리고 모두 멈추어 섰다. 

宮裝麗人一臉怒容, 望著阮玲問道:“他們是你約來助拳的嗎?”

궁장미인이 노기띤 얼굴로 완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가 그들을 도와달라고 불렀느냐?" 

阮玲搖頭道:“晚輩與他們素不相識。”

완령이 고개를 저었다.

"후배와 그들은 본디 알지 못합니다." 

宮裝麗人哼了一聲, 目光落到萬里孤行客奚容臉上道:“六爻陣不過如此, 並未能把本座奈何。”

궁장미인이 흥, 하더니 시선을 만리독행객 해용의 얼굴로 돌리더니 말했다.

"육효진이 이것 밖에 안되니 결코 본좌를 어떻게 할 수 없다."   

奚容哈哈笑道:“可是你也沒佔便宜。”目光四下一掃, 突見杜君平不在場, 不禁怒喝道:“杜公子哪裡去了?”

해용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당신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소." 

주위를 한번 쓸어보더니 갑자기 두군평이 그 자리에 없는 것을 보고 노하여 소리쳤다.

"두공자는 어디로 갔소?" 

宮裝麗人所帶的女婢同聲道:“他已奔出谷去了。”

궁장미인이 데려왔던 여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는 이미 곡을 떠났소." 

奚容吃了一驚道:“他身負重傷, 豈能容他獨自亂跑, 咱們快追。”

해용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는 몸에 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혼자 도망치게 두겠소. 우리 속히 뒤따라 갑시다." 

當先飛步往谷外奔去。奚容一經行動, 餘人也跟著一齊奔出谷去。

즉시 앞장서서 곡 밖으로 나는 듯 달려나갔다. 해용이 일단 움직이자 남은 사람들도 뒤따라 일제히 곡을 떠나 가버렸다. 

宮裝麗人冷哂道:“簡直是一群瘋子。”

궁장미인이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야말로 미친 놈들이군." 

阮玲從旁插言道:“師叔夜來辛苦, 請裡面歇息吧。”

완령이 옆에서 끼어들며 말했다.

"사숙, 밤새 고생하셨으니 안으로 드시어 좀 쉬시지요."  

宮裝麗人冷冷道:“不用了, 領我到墓陵去。”

궁장미인이 냉랭하게 말했다.

"필요없다. 나를 묘릉으로 데려가다오." 

阮玲見東方已泛起魚肚白, 天也快亮了, 遂躬身答道:“晚輩遵命。”轉身往墓陵行去。

완령이 동쪽을 보니 이미 희뿌연 것이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후배 명을 받들겠습니다." 

몸을 돌려 묘릉으로 걸어갔다.  

宮裝麗人領著八個勁裝女郎, 緊跟在她身後, 一行人到達墓陵之前, 只見梅蘭竹菊四婢, 仗劍站立墓前, 四婢見阮玲領著宮裝麗人來到, 臉上頓現惶恐之容。

궁장미인이 거느리고 온 여덟 명의 경장여랑은 그녀를 바싹 뒤따랐다. 일행이 묘릉 앞에 도달하자 매란죽국의 네 비녀가 검을 들고 묘릉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네 비녀는 완령이 궁장미인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당황한 표정을 나타냈다. 

阮玲徐徐吩咐道:“梅香姐, 煩你把墓門打開, 師叔要拜奠谷主遺體。” 

완령이 천천히 분부했다.

"매향언니, 번거롭지만 묘문을 열어주세요. 사숙께서 곡주의 유체를 배견하고 제를 올리고자 합니다." 

梅香略一遲疑, 終於上前把墓陵門開了, 側身閃到一旁, 讓出道來。

매향은 약간 망설이더니 마침내 앞으로 나서 묘릉의 문을 열고는 재빨리 한 쪽으로 길을 비켜섰다.

阮玲舉步前行道:“晚輩為師叔開路。”

완령이 걸음을 옮겨 앞장서 가면서 말했다. 

"후배가 사숙을 위해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宮裝麗人生性多疑, 阮玲為她開路, 正中下懷, 緩緩邁步跟了上去。這座墓陵與普通一般古陵的建築, 差不多少, 並無特別之處。​

궁장미인은 천성이 의심이 많았다. 완령이 길안내를 하겠다는 것이 자기 생각과 꼭 들어맞자 천천히 걸음을 내딛으며 뒤를 따라갔다. 이 묘릉은 보통 일반적인 고릉(古陵​)과 건축이 별반 다르지 않아 그다지 특별한 부분이 없었다. 

阮玲把宮裝麗人領至靈柩之前, 側身一讓道:“這就是谷主的靈柩了。”

완령이 궁장미인을 안내하여 영구 앞에 이르자 한 쪽으로 비켜서더니 말했다.

"이것이 곡주의 영구(靈柩​)입니다." 

宮裝麗人於進入之時, 早把陵內情況, 仔細察看了一遍, 並未發現有何可疑之處, 現見師姐的遺體。就在眼前, 不得不做作一番, 當下悲聲襝衽道:“你我姐妹已然多年不見, 不想師姐竟已撒手西歸, 令小妹好不痛心。”表示她不是全無感情之人, 也滴下幾滴淚來。

궁장미인은 들어오면서 능 안의 정황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어떤 의심스런 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사저의 유체를 눈 앞에 두게 되자 어쩔 수 없이 한번 연기를 해야 했다. 즉시 비통해하며 옷깃을 여미더니 말했다.

"우리 자매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뜻밖에 사저는 이미 죽어버렸으니 소매로 하여금 매우 상심하게 하는군요."  

그녀가 전혀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듯 눈물 몇 방울이 떨어졌다. 

阮玲一旁勸道:“師叔且請節哀, 咱們前面去吧。”

완령이 한 쪽에서 권하여 말했다.

"사숙께서 슬픔을 이만 거두세요. 우리 앞으로 나가시지요." 

宮裝麗人點了點頭, 她此來目的, 主要是察看師姐是不是真的死去, 再則便是看有什麼人物藏在谷內。現見師姐果已死去, 同時谷主隨身攜帶, 寸步不離掌門人信物, 亦已在阮玲手中出現, 證明她確是死了, 當下點了點頭, 當先行出陵外。

궁장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이번에 온 목적은 사저가 정말 죽은 것인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것이 첫번째요, 곡 안에 어떤 인물이 숨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지금 사저가 과연 이미 죽었고 동시에 곡주가 몸에 지니고 다니며 촌보도 떼놓지 않았던 장문인 신물 역시 완령의 손에서 출현한 것은 그녀가 확실히 죽은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 서서 능 밖으로 나갔다. 

阮玲緊隨在她身後, 試探著問道:“師叔聽何人所進讒言, 誤信本谷窩藏匪類?”

완령이 그녀 뒤를 바싹 따르며 떠보는 말로 물었다.

"사숙께선 어떤 사람의 참언(讒言)을 들으셨길래 본곡에서 죄인을 숨겨주고 있다고 잘못 믿게 되신건가요?"

宮裝麗人冷哼一聲道:“那姓杜的小子便是明​​證, 還能錯得了嗎?”

궁장미인이 차갑게 흥, 하더니 말했다.

"그 두가 놈이 분명히 증명하는데 아직도 잘못 알고 있다는 말이냐?" 

阮玲接道:“杜兄弟乃是杜伯伯之子, 想當年杜伯伯在日, 與師父和師叔俱是志同道合之人, 是以師父才特准他前來本谷, 不然晚輩天膽也不敢如此胡為。”

완령이 이어서 말했다.

"두형제는 두백부의 아들로서 당시 두백부가 계실 때 사부와 사숙은 모두 뜻을 같이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부께서 그를 특별히 본 곡에 오는 것을 허락하셨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후배는 담이 하늘처럼 크다고 해도 감히  이같이 멋대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宮裝麗人冷冷哼一聲道:“不用提那死鬼了, 提起他我就有氣。”

궁장미인이 냉랭하게 흥, 하더니 말했다.

"죽은 사람을 거론할 필요없다. 그에 대한 말을 꺼내면 화가 난다." 

阮玲年事稍長, 對往事記憶猶新, 探悉杜飛卿與師父和師叔之間的一段微妙關係, 立即住口不言。

완령은 나이가 조금 있어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다. 두비경과 사부, 사숙간의 일단의 미묘한 관계를 잘 알기에 즉시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다.  

宮裝麗人復又道:“你今已執掌了本派門戶, 一切望你好自為之, 不可聽信外人之言, 胡作非為, 師叔事成之日, 亦即本派光大之時。”

궁장미인이 다시 말했다.

"너는 지금 이미 본 파의 문호를 집장(執掌​)하게 되었으니 모든 일을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하기 바란다. 외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제멋대로 하면 안된다. 사숙이 일을 이루는 날이면 그때 본 파는 크게 빛을 낼 것이다."

阮玲躬身道:“晚輩謹遵師叔訓誨。”

완령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후배 삼가 사숙의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宮裝麗人微微頷首, 揚長行出谷去。

阮玲目睹宮裝麗人率領之人, 俱都退出谷外, 不禁深深籲了一口氣。這一晚的工夫, 在她來說, 幾乎比一年還要來得長久。

궁장미인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곡을 떠났다.​

완령은 궁장미인이 데려온 사람들이 모두 곡 밖으로 물러간 것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하룻밤은 그녀한테는 거의 일 년 만큼 긴 시간이었다. 

回到廳內, 薛姑婆與王珍已然候在那裡, 阮玲劈頭便問道:“公孫大叔的傷勢如何?”

청 안으로 돌아와보니 설고파는 왕진과 함께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완령이 대뜸 물었다.

"공손대숙의 상세는 어떠하냐?" 

王珍答道:“還好, 服下百花仙露後, 已然不礙事了。”跟著問阮玲道:“君平哥的大功已經告成了嗎?”

왕진이 대답했다.

"아직 괜찮아요. 백화선로를 드신 후 이미 불편하지 않게 되었어요." 

뒤이어 완령에게 물었다.

"군평오빠의 대공(大功)은 이미 완성되었나요?" 

阮玲坐下沉籲一口氣道:“想來已經告成了, 詳情愚姐尚不大清楚。”

완령은 의자에 털썩 앉더니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이미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사정은 언니조차 잘 모르겠다."

薛姑婆插言道:“據皓首摩勒於老說, 情形極為順利, 只是目下還不能洩露。”

설고파가 끼어들며 말했다.

"호수마륵(皓首摩勒​)이 나한테 말하길 상황이 아주 순조롭다고 했다. 다만 아직 누설하면 안된다." 

王珍頗為意外地道:“誰是皓首摩勒?”

왕진이 매우 의외라고 생각하여 말했다. 

"누가 호수마륵입니까?" 

薛姑婆道:“就是那位頭戴銀色面具的老人家, 當年他時常來本谷走動, 那時你還小, 或許你不記得了。”

설고파가 말했다.

"바로 얼굴에 은색 면구를 쓴 그 노인네다. 당년에 그가 늘 본 곡에 왕래하곤 했는데 그때는 네가 아직 어릴 때였다. 아마 너는 기억 못할 것이다." 

王珍若有所悟地道:“我想起來了, 原來是他。”

왕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생각났어요. 원래 그였군요." 

阮玲打斷王珍的話頭道:“既已知道就不用多問了。”

완령이 왕진의 말머리를 잘랐다.

"이미 알았으니 더 이상 묻지 말아라."

薛姑婆突然又道:“於老方才傳來令諭, 老身與阮姑娘即刻便要出谷。”

설고파가 돌연 또 말했다.

"그 노인네가 조금 전 명령을 전달했었다. 노신은 완낭자와 곧 출곡해야 한다."

王珍急問道:“我要不要同去?”

왕진이 급히 물었다.

"저도 같이 갈까요?"

薛姑婆道:“你暫時與公孫喬呆在谷內, 待孫喬傷勢痊癒, 再另候差遣。”

설고파가 말했다.

"너는 잠시 공손교와 함께 곡 안에 틀어박혀 있거라. 공손교의 상세가 다 낫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파견될 것이다."

王珍噘著嘴不悅道:“真氣人, 每次都讓我留在谷內, 悶都把人悶死了。”

왕진은 뽀로통해져서 말했다.

"정말 화가 나요. 매번 모두 나만 곡 안에 머물도록 하니 답답해 죽겠어요."

阮玲沉臉說道:“珍妹怎的如此不明事體, 你以為此番進入江湖為的是遊玩?”

완령이 침중한 얼굴로 말했다.

"진매는 왜 이처럼 일의 본질을 알지 못하느냐? 너는 강호에 나가는 것을 유람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냐?" 

王珍素來敬畏這位師姐, 她認起真來, 便不敢再言語了。

왕진은 본래 그 사저를 어려워 했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하자 다시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薛姑婆起身道:“事情甚是緊急, 不能久呆了, 這就走吧。”

설고파가 일어서더니 말했다.

"사정이 심히 긴급하니 오래 지체할 수 없다. 가자꾸나." 

阮玲跟著起身叮囑了王珍幾句, 二人匆匆行出谷去。

완령은 뒤따라 몸을 일으키더니 왕진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두 사람은 총총이 곡을 나섰다.


再說杜君平自睡上石床後, 一直在半昏迷狀態下, 有時感到全身經脈怒張, 似要爆裂, 有時又感到身形輕飄飄的, 直欲乘風飛去。

두군평은 돌침대 위에서 잠에 빠진 후 줄곧  반쯤 혼미상태에서 수시로 전신의 경맥이 마치 터질듯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또한 동시에 신형이 가볍게 떠올라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듯 한 느낌도 있었다.

他因事先已得到示意, 在任何情形下, 俱都緊咬牙關, 竭力忍耐。也不知過了多少時刻, 突感心頭積聚的一口悶氣, 恍似被阻止的洪流, 得到宣洩一般, 只覺心頭一暢, 人也突然清醒, 不覺長長地籲了一口氣, 把雙目睜開。

그는 사전에 언질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 임해서도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참아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다. 갑자기 가슴 속의 답답한 느낌이 마치 홍수가 가로막혀 있다가 물길이 열린 것처럼 시원해지며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두 눈을 떴다.

只見白眉老和尚、紅臉老者, 以及宮裝婦人, 俱都滿臉疲憊之色, 閉目盤坐, 不言不語。杜君平乃是夙具慧根之人, 見這情況, 知道這幾天內, 他們不知費了多少力量, 為自己完成了此項功果。當下不敢驚攪, 暗中運功一試, 只覺百骸暢通。

백미노화상, 홍안노인, 궁장부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얼굴에 피로한 기색을 띠고 눈을 감은채 가부좌를 하고 말이 없었다.  두군평은 총명한 자질을 타고 났기에 이런 정황을 보자 요 며칠동안 그들이 자기의 공과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소모했는지를 알았다. 감히 놀라게 하지 못하고 암중으로 운공을 해보니 온몸의 진기 흐름이 원활했다.

這時幾人似已調息完畢, 紅臉老者首先睜開雙目, 搖頭輕輕一嘆。

이때 그 사람들은 조식을 다 끝낸 듯 홍검노인이 제일 먼저 눈을 뜨고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緊接宮裝婦人與白眉老和尚, 也相繼睜開雙目。見杜君平愣愣坐著, 微微一笑說, 道:“不用發呆了, 還不趕緊起來拜謝上人與伯伯成全之德。”

바로 이어서 궁장부인과 백미노화상도  눈을 떴다. 두군평이 어리둥절해 하며 앉아있는 것을 보고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넋놓고 있지 말고 어서 상인과 백부께서 대공을 이룬 덕에 감사를 드리거라."

白眉和尚口宣佛號道:“不用謝了, 咱們還是早一步離開此地, 免得又多生枝節。”

백미화상은 불호를 외더니 말했다.

"사례할 필요없소.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한발 앞서 이곳을 떠나야하오."  

紅臉老者點了點頭, 隨對杜君平吩咐道:“九九會期之日, 是否讓你露面, 此刻尚無法決定。你先找地方呆上些時, 等以後再說吧。”

홍검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이어 두군평을 향해 분부했다.

"중양절대회에 네가 얼굴을 내밀도록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은 결정할 수가 없구나.  너는 우선 한 곳을 찾아 머물고 있거라.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杜君平突然想起陰風老怪之約, 遂道:“晚輩意欲趁此刻, 去一趟金陵。”

두군평이 돌연 음풍노괴와의 약속을 떠올리더니 말했다.

"후배는 이 틈에 금릉에 한번 가볼 작정입니다."

紅臉老者沉思有頃道:“去一趟金陵自無不可, 但得把容貌改一改。”

홍검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금릉에 한번 가보는 것은 안될 것 없지만 용모를 고치도록 해라."

杜君平躬身道:“晚輩遵命。”

두군평이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후배 명대로 하겠습니다." 

宮裝婦人突然開言道:“記住, 九九之前, 務必來一趟飄香谷, 切不可延誤。”

궁장부인이 돌연 입을 열어 말했다.

"중양절 전에 반드시 표향곡에 한번 오는 것을 잊지말거라. 절대 지체되서는 안된다."   

紅臉老者起身道:“趁此刻天尚未明, 咱們走吧。”

홍검노인이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 날이 밝지 않은 틈을 타서 우리는 갑시다." 

幾人起身行出靈堂, 紅臉老者又附著守門的青衣老者的耳朵, 低低吩咐了一番, 這才行出陵外。

그 몇 사람은 일어서서 영당(靈堂)을 나갔다. 홍검노인은 또  문을 지키던 청의노인의 귀에다 대고 나직하게 한번 분부하고는 능 밖으로 나갔다. 

杜君平心中原有許多疑團, 但見三老的面容, 均極其凝重, 且都急著離去, 便不好開口了, 匆匆把王珍為他準備好的服色換上, 戴起假面幕, 頃刻便成了一位年約五旬的老者, 行出陵外, 那位青衣老者, 亦已戴上銀色面具候在外面, 暗用傳音對杜君平道:“此刻飄香谷風雲瀰漫, 已有不少邪魔侵入, 你一路務必小心, 盡量避免與他們動手。”

두군평의 마음 속에는 원래 많은 의문들이 있었는데 세 노인의 표정들이 몹시 엄숙하고 게다가 모두 급히 떠나버리자 입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총총히 왕진이 그를 위해 준비해 둔 옷으로 바꿔 입고 가면을 쓰니 눈깜짝할 사이에 한 명의 오순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되었다. 능 밖으로 나가니 그 청의노인이 역시 은색면구를 쓰고 그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몰래 전음을 사용하여 두군평에게 말했다.

"지금 표향곡에는 이미 적지 않은 사마의 침입으로 풍운이 가득하다네. 자네는 가는 길에 반드시 조심하고 되도록이면 그들과 손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杜君平只極不解, 亦用傳音道:“既有邪魔侵入本谷, 我等為何不去助阮姐姐一臂之力, 光憑阮家姐妹二人, 只怕難於應付呢。”

두군평이 몹시 이해할 수 없어 역시 전음으로 말했다. 

"이미 본 곡에 침입한 사마가 있다니 제가 왜 완누님께 가서 한 팔의 힘이 되어드리지 못하겠습니까? 그들 자매 두 사람만으로는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銀面老人搖頭道:“不用了, 你此刻尚不宜露面, 況你那替身已然來到, 萬不得已時, 老朽自當出面。”

은면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되네. 자네가 지금 얼굴을 내미는 것은 아직 적당치 않네. 하물며 자네를 대신할 사람이 벌써 도착했으며 만부득이한 경우 늙은이가 자연 나설 것이라네." 

杜君平知道一切事情, 事前均經周密計劃, 既不讓自己插手, 多說也是白費, 見紅臉老者與白眉和尚俱已離去, 遂也展開飄香步法, 疾往山下奔去。

두군평은 모든 일이 자기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도록​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계획되었으니 더 말하면 쓸데없음을 알았다. 홍검노인과 백미화상조차 모두 떠나갔음을 보고 표향보법을 시전하여 산 아래로 빠르게 달려갔다.

隱約之間, 果見沿途不時有人影飄飛, 只是他身法快速, 旁人不易發現, 輕而易舉地便脫離了山間, 徑自取道金陵。

과연 연도에 때때로 어렴풋이 인영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그의 신법이 쾌속하여 다른 사람이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주 수월하게 산을 벗어나서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금릉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再說那位假杜君平, 被厲若花挾著, 來到一處破廟之前。

가짜 두군평은 여약화에 업혀서 허물어진 사당 앞에 도착했다.

暗影中突然閃出幾個勁裝女子, 輕喝道:“來人是誰?”

어둠 속에서 돌연 몇 명의 경장여자가 뛰쳐나오더니 나직히 소리쳤다.

"거기 누구요?" 

厲若花道:“是我。”

여약화가 말했다.

"나다." 

勁裝女子聞聽是宮主來到, 一齊上前行禮道:“恭喜宮主獨建此項大功。”

경장여자는 궁주가 왔다는 말에 일제히 앞으로 나와 예를 행하더니 말했다.

"궁주께서 홀로 큰 공을 세우심을 축하드립니다." 

厲若花把臉一沉道:“不用胡說, 把他背回去好生安置。”

여약화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쓸데없는 말 필요없다. 그를  업고 가서 잘 안치시키도록 해라."

接著又道:“不可聲張。”

이어 또 말했다.

"소문내서는 안된다." 

這批女子俱是她的隨身侍婢, 見宮主正顏厲色, 便不敢言語了, 厲若花復又吩咐道:“荷香, 立刻趕去市集招商客寓, 把杜相公的藥囊取來, 越快越好。”

이들 여자들은 모두 그녀를 따르는 시비들로 궁주의 안색이 근엄한 것을 보고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여약화가 다시 분부했다.

"하향(荷香)아, 즉시 시장에 있는 객점으로 가서 두상공의 약주머니를 가져오너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吩咐已畢, 這才步入廟內, 這廟乃是天地盟燕趙分壇的行壇所在。除了厲若花所帶侍婢外, 有許多分壇之人, 不過大部份俱已分派出去, 只有這些女婢留守。

분부를 마치자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 사당은 천지맹 연조분단의 행단(行壇)이 있는 곳이었다. 여약화가 데려온 시비를 제외하고도 많은 분단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모두 밖으로 파견되어 나가고 몇 명의 여비들이 지키고 있었다.

厲若花進入庫內, 見裡面冷冷清清, 遂問道:“山主哪裡去了?”

여약화가 창고 안으로 들어가 안이 썰렁한 것을 보더니 물었다.

"산주는 어디 가셨느냐?"

女婢回道:“山主出去了, 他老人家留下話, 如若小姐回來後, 不要再出去了。”

여비가 대답했다.

"산주께서는 나가셨습니다. 그 어르신께서는 만약 소저가 돌아오면 나가지 말고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厲若花又問道:“他可曾說過什麼時候回來?”

여약화가 또 물었다.

"언제쯤 돌아오신다 하셨느냐?" 

女婢回答道:“大概不久就要迴轉了。”

 여비가 대답했다.

"아마 오래지 않아 돌아오실 것입니다."

厲若花揮手道:“吩咐下去, 著她們小心戒備, 面生之人, 一律擋駕。”

여약화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분부를 내리겠다.  그녀들이 조심해서 경계하되 낯선 자는 모두 돌려보내도록 해라."

女婢答應著退了下去。厲若花深籲一口氣, 行至榻前, 伸手拍活了杜君平的穴道。

여비는 대답하고 물러갔다. 여약화는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조그만 침대로 가서 손을 뻗어 두군평의 혈도를 풀었다.

杜君平睜眼一看, 已然置身破廟之中, 當下徐徐坐起道:“多謝姑娘施救, 還望差人替我把藥囊取來。”

두군평은 눈을 떠 한번 자신이 이미 사당 안에 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서서히 일어나 앉았다.

"낭자의 도우심에 감사드리오. 누가 대신 약주머니를 ​ 좀 갖다주기를 바라오."

厲若花微微一笑道:“不用操心, 我已著人去了, 不久便可迴轉。”

여약화가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 쓰실 필요없어요. 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오래지 않아 돌아올거예요." 

杜君平暗中一提真氣, 驀覺胸間一陣劇疼, 鮮血直湧上來, 迫使他趕緊將功散去, 倏然一嘆。

두군평은 몰래 진기를 끌어올려 보았다. 갑자기 가슴이 극렬하게 아프고 선혈이 솟구쳐옴을 느껴 황급히 공력을 흩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탄식을 했다.

厲若花見他面色突然大變, 不禁吃了一驚, 急問道:“你怎麼啦?”

여약화는 그의 안색이 돌연 크게 변하자 깜짝 놀라서 급히 물었다.

"당신 어떻게 된거예요?" 

杜君平喟然一聲, 搖了搖頭道:“我不該妄用真氣。”

두군평은 한숨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함부로 진기를 모으려 하지 않았어야했소."

厲若花捱著榻沿坐下, 柔聲安慰道:“你不用著急, 我爹不久便可回來, 他老人家一定有辦法為你療治傷勢。”

여약화는 조그만 침대 옆에 앉더니 부드러운 음성으로 위로했다.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 아버지가 얼마 안되어 돌아오실텐데 그분께서는 당신의 상세를 치료할 방법이 반드시 있으실 거예요."

杜君平搖頭道:“不用了, 只須藥囊取到, 在下便有辦法治療。”接著又一聲慨嘆道:“這婆娘果真厲害, 還幸是我, 若換了旁人, 不死也得落個終身殘疾。”

두군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없소. 약주머니만 가져오면 제가 치료할 방법이 있소." 

이어서 또 탄식하며 말했다.

"그 부인은 정말 무섭군요. 나였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죽지 않았어도 평생 불구가 되었을 것이오." 

厲若花點了點頭, 復又用埋怨口吻說道:“你這人也真是, 明知自己內力不及她深厚, 何苦強自出頭。”

여약화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원망하는 말투로 말했다.

"당신이란 사람도 정말... 자신의 내력이 그녀의 심후한 내력에 못 미치는 것을 잘 알면서 왜 억지로 나섰나요."

杜君平唉嘆道:“你哪知這事內情, 我若不出面, 此後果更不堪想像。”

두군평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이 어찌 그 속사정을 알겠소. 내가 만약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후의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심했을 것이오." 

厲若花冷笑道:“大不了把飄香谷主的遺體毀了, 難道還會有什麼更可怕的事?”

여약화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기껏해야 표향곡주의 유체가 훼손당하는 것이겠죠. 설마 무슨 더 두려운 일이 있나요?" 

說到這裡, 她似突然想起一事, 復又道:“阮玲曾對我說, 你在謝谷主墓後之內閉關練功, 可有此事?”

여기까지 말하더니 돌연 한 가지 일을 떠올린 듯 다시 말했다.

"당신이 사곡주의 묘 안에서 폐관 연공한다고 ​완령이 나한테 말했는데 그 일과 관련이 있어요?" 

杜君平心頭一震, 忙道:“不錯, 在下本有這個打算, 後因情況變化, 便不敢貿然閉關了。”

두군평이 속으로 흠칫하여 서둘러 말했다.

"그렇소. 제가 본래 그럴 생각이었는데 이후 상황이 변하여 감히 경솔하게 폐관하지 못했소."

厲若花長吁一口氣道:“幸虧有這改變, 不然真個是危險極了。”

여약화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이렇게 바뀌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정말 위험했어요." 

此時荷香已替杜君平把藥囊取到, 杜君平趕緊接過, 先行取出一顆丹藥吞下。跟著又倒出一些藥末在掌中, 抬頭對荷香道:“煩姑娘倒點水給我。”

이때 하향이 두군평의 약주머니를 가져왔다. 두군평은 서둘러 건네받고 우선 한 알의 단약을 꺼내어 삼켰다.  곧이어 또 약간의 가루약을 손에 올려놓고 머리를 들어 하향에게 말했다.

"번거롭지만 낭자께서는 물을 좀 가져다 주시오."

荷香應聲替他斟上一盞白開水, 杜君平接過迅速把藥末吞下, 隨即閉目調息, 再不言語。

하향이 대답하고 한 잔의 끓인 물을 따라주었다. 두군평은 건네받아 신속하게 가루약을 삼키고 즉시 눈을 감고 조식하며 다시 말을 하지 않았다.

厲若花把杜君平弄來之後, 心中則以憂喜參半, 矛盾萬分, 她知此人乃是天地盟鬼頭令判下追緝之人, 爹爹現掌燕趙分壇, 即令爹爹不管, 仍難保消息不外洩, 如傳入天地盟的耳內, 爹爹可是大大地不利。

여약화는 두군평을 데려온 후 마음 속에 근심과 기쁨이 반반이 되어 대단히 모순적이었다. 그녀는 이 사람이 천지맹의 귀두령판에 의해 잡아야 하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연조분단을 관장하고 있다. 설령 아버지가 상관하지 않는다 해도 소식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만약 천지맹의 귀에 들어간다면 아버지는 아무래도 크게 불리할 것이었다.

正當她心中忐忑難安之際, 荷香悄悄行入禀道:“東主已經回來了。”

그녀가 안절부절 못하고 마음이 불안한 그때 하향이 조용이 들어와 보고했다.

"동주께서 돌아오셨습니다." 

厲若花暗吃一驚, 急把門掩上, 吩咐荷香道:“你守在這裡, 不要走動, 我出去看看。”

여약화가 속으로 놀라더니 급히 문을 닫고 하향에게 분부했다.

"너는 왔다갔다 하지말고 이 곳을 지키거라. 내가 나가보마."

跨步行出門外, 堪堪走到大殿, 厲陰平率領了一批屬下已然到了大門之前, 厲若花搶前兩步喊了聲爹——突然瞥見他面色鐵青, 一片怒容, 竟嚇得把下面的話噎住。​

걸음을 내닫어 문 밖으로 나와 대전에 이르니 여음평이 한 무리의 부하들을 이끌고 이미 대문 앞에 도착한 것 보였다. 여약화가 서둘러 두 걸음 앞으로 나가며 아버지를 불렀다가 돌연 그의 얼굴색이 시퍼렇게 노기를 띤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다음 말이 목에 걸려버렸다. 

厲陰平大步行人殿內坐下, 隨即吩咐道:“與我傳下去, 限一日之內, 務必把姓杜的小子找到。”

여음평은 큰 걸음으로 대전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더니 곧 분부했다.

"속히 전하거라. 하루 안으로 반드시 두가 놈을 찾아내어야 한다." 

殿下哄答一聲, 立有數人快步行出殿去。

대전 아래서 시끌벅적하게 대답하더니 서 있던 몇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대전을 나갔다.

厲若花暗吃一驚, 試探著問道:“爹, 究竟出了什麼事情?竟然如此著急。”

여약화가 속으로 깜짝 놀라 떠보면서 물었다.

"아버지, 이렇게 다급하시니​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厲陰平怒氣沖沖道:“仍是那小子的事情。”

여음평이 노기등등하여 말했다.

"여전히 그 놈 일이다." 

厲若花呆了一呆, 又道:“她既要咱們撤出, 便該沒有咱們的事了。”

여약화가 어리둥절해서 또 말했다.

"그녀가 이미 우리들을 물러나게 했으니 우리가 할 일은 없잖아요."

厲陰平哼了一聲道:“咱們的人雖已撤出飄香谷, 可是谷外仍是咱們的界地, 如何能辭其咎?可恨她竟請出龍紋令牌威迫為父……”長嘆一聲, 住口不言。

여음평이 흥, 하더니 말했다.

"우리는 비록 표향곡에서 물러났지만 곡 밖은 여전히 우리의 관할인데 어떻게 회피할 수 있겠느냐? 괘씸하게도 그녀가 용문령패로 애비를 협박하다니..." 

길게 탄식하더니 더 말하지 않았다.

厲若花知他說的是宮裝麗人, 想了想道:“她為何一再與姓杜的作對, 不知尋到姓杜的後又將對他如何?”

여약화는 그가 말하는 것이 궁장미인임을 알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녀는 무엇때문에 수차례 두가와 맞설까요? 두가를 찾아낸 후에는 또 그를 어떻께 하려는지 모르겠군요."

厲陰平搖頭道:“管她呢, 咱們只是奉命行事, 把姓杜的找到交給她, 便沒有咱們的事了。”

여음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게뭐냐. 우리는 단지 명을 받아 일을 할 뿐이다. 두가를 잡아 그녀에게 넘겨주면 우리의 일은 끝나는 것이다." 

厲若花突然道:“爹, 我真不明白, 爹爹在武林中, 聲名何等赫耀, 武林各派, 誰不對咱們禮讓三分, 為何要投入天地盟做什麼副盟, 如今事事都得聽命於人, 實在太不合算了。”

여약화가 돌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는 무림에서 명성이 얼마나 혁혁하시고 무림의 각 파 누구도 우리에게 삼 푼은 양보하지 않는 자가 없는데 왜 천지맹에 들어가 무슨 부맹주가 되어 지금처럼 사사건건 모두 남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실로 불합리해요." 

厲陰平把臉一沉喝道:“女孩子懂得什麼, 以後不准你亂說。”

여음평이 침갈했다.

"여자애가 무엇을 알겠느냐. 이후에는 함부로 지껄이지 말거라." 

厲若花哪知老父此刻的心情, 聽了老父的斥責之言, 不禁把嘴一噘, 低頭不再作聲, 心裡暗暗盤算, 如何設法把老父說動, 使他脫離天地盟才好。

여약화가 늙은 아비의 지금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부친의 질책하는 말을 듣자 입을 쭉 빼고는 고개를 숙이고 더 말하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어떻게 하면 늙은 아버지가 마음을 바꾸어 천지맹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계산해보았다.  

厲陰平平生只得此女, 愛逾掌上明珠, 眼看愛女已漸長成, 表面雖沒明說, 暗中早已留意擇婿之事, 只是他眼界甚高, 平日所見少年, 無一合他心意, 自杜君平、李俊才、王宗漢投入鏢局, 便有意於三人中選擇一人。

여음평은 평생 이 딸 아이 밖에 없어 손 안의 보배보다 더욱 애지중지했다. 사랑하는 딸이 점차 장성하는 것을 보며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암중으로 벌써 사위를 고르는 일에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의 눈이 매우 높아 평소에 보는 젊은이들은 아무도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군평, 이준재, 왕종한이 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세 사람 중에서 한 명을 골라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嗣後發覺三人均屬敵方之人, 便打消了此念, 無奈厲若花與杜君平特別投緣, 而厲陰平也覺這少年不錯, 壞就壞在杜君平乃係天地盟指名緝捕之人, 權衡輕重, 不得不放棄此念。

이후에 세 사람이 모두 적측의 사람임이 드러나자 그 생각이 사라져버렸는데 공교롭게도 여약화가두군평을 특별히 마음에 들어하자 여음평도 이 소년이 괜찮다고 느꼈다. 두군평이 원래 천지맹이 잡아들이라고 지명한 나쁜 사람이든 말든 경중을 따져보고는 부득불 그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可是, 厲若花情有獨鍾, 自邂逅杜君平之後, 竟一反常態, 不僅一反過去放蕩刁蠻的作風, 連衣著打扮也變得樸素起來。她原非放蕩淫娃, 這一轉變無形中恢復了她端莊文靜本質, 恍如一位極有教養的大家閨秀, 知女莫若父, 厲陰平冷眼觀察, 心中雪亮。一面慶幸愛女有此改變, 一面暗暗嘆息, 深知愛女此項願望決難達成。

그렇지만 여약화의 정은 두군평에게 쏠렸다. 두군평을 만나고부터는 태도가 평상시와 판이해서 과거의 방탕하고 교활한 태도와 정반대였을 뿐만 아니라 입는 옷까지도 소박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情有獨鍾에 적당한 표현이,,,) 그녀는 원래 방탕한 음녀가 아니었다. 이렇게 무형중에 변하여 단정하고 얌전한 본질을 회복하자  마치 한 명의 극히 교양있는 대갓집 규수같았다. 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아버지만한 사람이 없다. 여음평이 냉정한 눈으로 관찰하더니 마음 속으로 확실히 알게되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딸의 이같은 변화를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딸의 이 바램이 결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암암리에 탄식해 마지 않았다. 

他雖有心屈從愛女之意, 無奈事與願違, 最感頭痛的是, 杜君平始終把他認作邪魔外道, 不屑與之交往。但厲陰平外號東魔, 豈是好惹人物, 既無法收為己用, 便存下了非殺杜君平之心, 認為只有如此, 始可絕去愛女之望。

그는 비록 사랑하는 딸에게 뜻을 굽힐 마음이 있었으나 일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장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두군평이 끝까지 그를 사마외도로 여겨서 교제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여음평은 외호가 동마로서 어찌 상대하기 만만한 인물이겠는가? 이왕 거두어들여 자기가 이용할 수 없다면 두군평을 죽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처음으로 사랑하는 딸의 소망을 저버리게 된다.

父女二人各懷心事, 相對沉默了一會, 厲陰平必竟舐犢情深, 唉聲一嘆道:“花兒, 你去歇息吧。為父還得出去巡視一番, 事完咱們便可回山了。”

부녀 두 사람은 각자 고민거리를 품고 서로 잠시 침묵에 빠졌다. 여음평은 어쨌든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기에 에잇, 하며 탄식을 하더니 말했다.

"화아야, 너는 가서 쉬거라. 애비는 나가서 순시를 한번 돌아야겠다. 일이 끝나면 우리는 산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厲若花搖了搖頭, 突然仰起臉, 緩緩地道:“爹, 一個人為什麼一定要生兒育女?”

여약화가 고개를 흔들더니 돌연 얼굴을 들고 천천히 말했다.

"아버지,  사람은 왜 반드시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지요?"

厲陰平怔了怔道:“不孝有三, 無後為大, 倘若絕了子嗣便是不孝。”

여음평이 어리둥절하여 말했다.

"세 가지 불효가 있는데 후손이 없는 것이 첫째란다. 대를 이을 아들이 없다면 불효가 된다."

厲若花目含淚光, 淒涼地道:“如若子女不才, 惹上殺身之禍, 定然更為不孝了​​。”

여약화가 눈물을 글썽이며 처량하게 말했다.

"만약 자식이 재주가 없어 살신지화(殺身之禍)를 불러일으킨다면 틀림없이 불효라고 할 수 있겠지요."

厲陰平隨口答道:“身體發膚, 受之父母, 不敢毀傷, 孝之始也……”突然覺出不對, 目光直盯著她道:“你怎麼忽然問起這些事來?”

여음평이 곧 대답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發膚, 受之父母, 不敢毀傷, 孝之始也)..." 

돌연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너는 왜 갑자기 이런 일을 물어보는 것이냐?"

厲若花淹下淚來, 啜泣著道:“請恕女兒不孝, 我恐怕難以久侍膝下了。”

여약화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면서 말했다.

"여식의 불효를 용서하세요. 저는 슬하에서 아버님을 오래 모실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

厲陰平大吃一驚道:“究竟出了什麼事情, 快對爹說, 爹決不會責備你。”

여음평이 깜짝 놀라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빨리 아버지한테 말해보거라. 아버지는 결코 너를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厲若花嗚咽著道:“倘爹不能放過他, 女兒也不想再活下去了。”

여약화가 훌쩍이며 말했다.

"아버지가 그를 놓아주지 않으신다면 여식은 더이상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厲陰平聽她無頭無腦, 說出這番話來, 思忖再三, 突然省悟, 急​​道:“你見到他了?”

여음평은 밑도 끝도 없는 그녀의 말에 무언가 말하려다 재삼 헤아려보더니 돌연 깨닫고는 급히 말했다.

"너는 그를 보았느냐?"

厲若花點了點頭。

여약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厲陰平復又問道:“他現在哪裡?”

여음평이 다시 물었다.

"그는 현재 어디 있느냐?" 

厲若花正待開言, 突然門外匆匆行進兩個人, 一是玉面無常靳大鵬, 一是黑煞姚康, 俱是厲陰平得力屬下, 對他行禮已畢, 雙雙侍立一旁。

여약화가 막 입을 열려는데 돌연 문 밖에서 총총히 두 사람이 다가왔다.  한 사람은 옥면무상(玉面無常) 근대붕(靳大鵬)이고 한 사람은 흑살(黑煞) 요강(姚康)이었는데 모두 여음평의 뛰어난 부하였다. 그를 향해 예를 하고나서 쌍쌍이 한 옆에 시립했다.

厲陰平抬頭看了二人一眼道;

“情況如何?”

여음평이 고개를 들어 두사람을 보더니 말했다.

"상황은 어떠한가?" 

靳大鵬望瞭望厲若花一眼, 欲言又止。

근대붕은 여약화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을 하려다 말았다. 

厲陰平目中精芒一閃, 沉聲道:“有什麼事快說吧, 不用吞吞吐吐。”

여음평은 눈에 정망을 번쩍이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우물쭈물 하지 말고 속히 말하라."

靳大鵬支支吾吾地道:“點子已然找到, 只是……只是……”

근대붕이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 놈을 찾았습니다. 단지...단지..." 

望了厲若花一眼, 立即住口不言。

여약화를 한번 보더니 즉시 입을 닫았다. 

厲陰乾霍地立起身來道:“他在哪裡?”

여음평이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

"그가 어디에 있느냐?" 

黑煞姚康乾咳了兩聲, 接道:“他已身負重傷, 有人親見他已被宮主背回來。”

흑살 요강이 마른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말했다.

"그가 몸에 중상을 입고 궁주에게 업혀 온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厲陰平頗為意外地扭頭對厲若花喝道:“此事可真!你把他藏到哪裡去了?”

여음평은 매우 뜻밖이라 고개를 여약화쪽으로 돌리며 소리쳤다.

"이것이 사실이냐. 네는 그를 어디에 숨겼느냐?"

厲若花此刻突然堅強起來了, 抬頭徐徐說道:“就在雲房之內, 難道爹爹真的要把他解送天地盟?”

여약화가 이때 굳세어 져서 고개를 들고 서서히 말했다.

"운방(雲房​) 안에 있습니다.  설마 아버지는 정말 그를 천지맹으로 압송하려 하십니까?"

厲陰嚴哼了一聲道:“我為天地盟的副盟, 自然得聽命行事。”

여음평은 흥, 하더니 말했다.

"나는 천지맹의 부맹주이다. 자연 명령대로 일을 처리해야지." 

厲若花冷笑道:“爹爹雖然名義上是副盟主, 可是這個副盟比起以前的山主來, 可就差多了。”

여약화가 냉소하더니 말했다.

"아버지는 비록 명분상 부맹주이지만  이 부맹주는 이전의 산주(山主​)에 비해 차이가 많습니다."

厲陰平兩眼一翻道:“胡說, 難道現在爹爹就不是山主不成?”

여음평이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허튼 소리. 설마 지금은 애비가 산주가 아니라는 것이냐?" 

厲若花撇了撇嘴唇道:“現在的山主比以前就不同了, 事事得聽人家的支使, 人家叫咱們往東, 咱們就不敢往西。”

여약화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사사건건 다른 사람의 지시를 들어야 하니​ 현재의 산주는 이전에 비해 같지 않지요. 다른 사람이 우리더러 동(東)으로 가라고 하면 우리는 감히 서(西)로 가지 못하지요."

厲陰平大怒, 他乃極其桀驁之人, 當著屬下之面, 被女兒一番搶白, 大感惱怒, 厲聲道:“你是越來越不像話, 竟敢編排起為父來了。”

여음평이 대로하였다. 그는 몹시도 사납고 고집이 센 사람이다. 부하들의 면전에서 딸에게 타박을 받자 크게 화가 나서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갈수록 못하는 말이 없구나. 감히 애비한테 작정을 한 듯이 말하다니."

厲若花幽幽一嘆道:“女兒怎敢如此。我只覺爹爹雖尊為天地盟的副盟, 實際除了咱們自己原有的叔伯外, 天地盟的任何人咱們都無法支使。相反的, 咱們還得戰戰兢兢, 聽人支使, 動不動要以盟規論罪, 我真不知這是為什麼。”

여약화가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여식이 어찌 감히 그같이 하겠습니까? 저는 단지 아버지께서는 천지맹의 부맹주로 비록 존경을 받지만 실제로는 우리들의 원래 식구들을 제외하면 천지맹의 어떤 사람들도 우리가 부릴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반대로 우리들이 지시를 받아 전전긍긍해도 걸핏하면 맹규에 따라 논죄(論罪)하려 하니 저는 정말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經厲若花這番言語, 使厲陰平又想起在飄香谷內受辱之事, 心中十分不樂。他此刻已然勢若騎虎, 若要脫離, 談何容易。

여약화의 이번에 한 말은 여음평으로 하며금 또 다시 표향곡에서 수모를 당한 일을 떠올리게 하여 마음속으로 매우 언짢았다. 그는 지금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와 같아 만약 벗어나고자 한다 해도 말처럼 쉽지 않았다.

厲若花見爹爹沉吟不語, 復又道:“咱們何若一定要加盟於天地盟, 任由人主宰。”

여약화는 아버지가 침음하여 말이 없자 다시금 말을 꺼냈다.

"우리가 무엇이 아쉬워서 천지맹에 가맹하여 남이 주재하는 대로 따라야 합니까?"

厲陰平沉忖有頃道:“可是咱們也不能因這小子的事, 無故得罪天地盟。”

여음평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말했다.

"그러나 우리도 그 녀석의 일로 인해 이유없이 천지맹에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

厲若花喟然一嘆道:“女儿知道爹爹的心裡十分痛苦, 我不希望爹爹此刻得罪天地盟。”

여약화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여식은 아버지께서 마음속으로 매우 괴로우신 것을 알아요. 저는 아버지께서 지금 천지맹에 죄를 짓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厲陰平搖了搖頭道:“只怕不可能了。”

여음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구나."

厲若花急道:“為什麼?”

여음평이 급히 말했다.

"왜요?" 

厲陰平沉哼一聲道:“那婆娘屢次對為父無理, 無非是試探為父的反應。為父縱橫江湖數十年, 豈甘受一婆娘之辱……”略頓一頓又道:

여음평이 흥, 하더니 말했다.

"그 년이 누차 애비를 무리하게 대한 것은 단지 애비의 반응을 떠본 것이다. 애비가 강호를 종횡한지 수십년, 어찌 한낱 아낙네의 모욕을 달게 받겠느냐..." 

잠시 멈추더니 또 말했다.

“為父已決定即日便回山, 再不過問天地盟的事。”

"애비는 가까운 시일내로 산으로 돌아가서 다시는 천지맹의 일에 간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厲若花想不到爹爹轉變得這般快, 一時倒怔住了, 她知爹爹並不討厭杜君平, 但因天地盟的令諭, 他不得不遵從, 現決定不管天地盟的事, 自然也不再為難杜君平了。

여약화는 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바뀔 줄을 생각지도 못하여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는  아버지가 결코 두군평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천지맹의 명령이기 때문에 부득불 따랐던 것임을 알았다. 지금 천지맹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니 당연히 두군평을 더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忍不住脫口道:“爹, 你真好……”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말했다.

"아버지, 정말 잘 됐어요..."

侍立一旁的玉面無常靳大鵬, 黑煞姚康, 彼此看了一眼, 靳大鵬忍不住開言道:“啟嘉東主, 此事還宜從長計議。”

한쪽에 시립해 있던 옥면무상 근대붕, 흑살 요강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근대붕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동주께 아뢰오. 이 일은 신중하게 상의하심이 마땅할 것입니다." 

厲陰平雙目冷電似地對他一瞥道:“為什麼?”

여음평이 두 눈에서 번갯불이 튀듯 그를 한번 쏘아보며 말했다.

"무엇 때문인가?"

靳大鵬心頭一震, 但仍抗聲道:“即令咱們要脫離天地盟, 也不宜在此刻, 更犯不著為這小子甘冒不韙。”

근대붕이 가슴이 떨렸으나 여전히 항변하듯 말했다.

"설령 우리가 천지맹에서 벗어나고자 해도 지금은 아닐 것입니다. 그 놈을 위해 다시 죄를 범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厲陰平何嘗不知茲事體大, 他一方面是暗中屈從愛女的心意, 一方面也委實受不了宮裝麗人的窩囊氣, 是以才決心孤注一擲。當下目視黑煞姚康道:“你的意思如何?”

여음평이 언제 일의 본체가 중대하지 않음을 알지 못한 적이 있던가? 그는 한편으로는 암중으로 사랑하는 딸의 뜻을 따르며 한편으로는 확실히 궁장미인으로부터 억울함을 당하지 않으려했다. 그래서 비로소 승부수를 띄울 결심을 했던 것이다. 즉시 시선을 흑살 요강에게 주며 말했다.

"너의 생각은 어떠냐?"

黑煞姚康徐徐道:“屬下認為加盟天地盟原就失策, 但此刻已然勢如騎虎, 公然與之決裂, 卻也犯不著。至於姓杜的少年, 咱們不如暗中釋放, 這四下俱是本山之人, 料不致洩露。”

흑살 요강이 서서히 말했다.

"속하는 천지맹에 가맹한 것이 원래 실책이었다고 여깁니다. 다만 지금은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이니 공공연하게 결렬하는 것도 저질러선 안됩니다. 두가 젊은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몰래 풀어주어도 주위가 모두 우리들 본 산의 사람들이니 누설되지 않을 것입니다."

厲陰平點頭道:“此議大是有理, 咱們就這麼辦。”

여음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의견이 아주 일리가 있구나.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하자." 

話尚未說完, 一個勁裝漢子, 匆匆行了進來, 躬身禀道:“天地盟上官使者求見山主。”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명의 경장사내가 총총히 들어와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천지맹의 상관 사자(使者)가 산주님을 뵙고자 합니다."

厲陰平眉頭微皺道:“請他進來。”

여음평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들어오시라 해라." 

不多一會, 上官延齡已隨著勁裝漢子行進廟來, 拱手哈哈笑道:“無事不登三寶殿, 又得勞動厲老的大駕了。”

얼마 있지 않아 상관연령이 경장사내를 따라 사당으로 들어와서 공수하며 하하, 웃더니 말했다.

"일이 없으면 삼보전(三寶殿​)에 오르지 않는다 하더니 또 여노의 큰 수고를 끼쳐야겠소." 

厲陰平冷冷道:“上官兄可是奉了金牌傳諭前來。”

여음평이 냉랭하게 말했다.

"상관형은 아무래도 금패의 명령을 전하려 오신 것 같소이다." 

上官延齡不由一怔, 旋即省悟, 搖了搖頭道:“厲老不要取笑。”

상관연령은 자기도 모르게 의아해 하더니  금방 깨닫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노는 비웃지 마시오."

隨即面容一整道:“搜查杜氏遺孤之事, 不知進行得怎樣了?”

곧이어 표정을 바로 하며 말했다.

"두씨 아들을 찾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厲陰平冷漠地道, 

“不曾得到回報。”

여음평이 냉막하게 말했다.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소."

上官延齡又道:“副盟著兄弟向厲老傳言, 燕趙分壇或有奸細混入, 請厲老多加留意。”

상관연령이 또 말했다.

"부맹주께서 형제더러 연조분단에 아마 간세(奸細)가 혼입되었을 테니 여노(厲老)는 더욱 더 유의하라고 말을 전하라고 하셨소."

厲陰平哼了一聲道:“燕趙分壇俱是兄弟的多年屬下, 決不致有心懷異誌之人。”

여음평이 흥, 하더니 말했다.

"연조분단은 모두 형제의 오래된 부하들이오. 결코 다른 뜻을 품은 사람이 없소이다."

上宮廷齡道:“據說杜君平已為厲老的屬下藏匿, 還望厲老嚴加查究, 免增不必要的誤會。”

상관연령이 말했다.

"듣자하니 두군평은 이미 여노의 부하가 숨겼다고 하더군요. 불필요한 오해가 커지지 않도록 여노께서 더욱 엄하게 조사해보시기를 바라오." 

厲陰平勃然色變道:“這消息從何得來?”

여음평이 발끈하여 안색이 변하여 말했다.

"그 소식은 어디서 들었소?"

上官延齡微微一笑道:“厲老不用生氣, 兄弟只是奉命傳語, 有無此事等會自可明白。”

상관연령이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노는 화낼 필요없소. 형제는 단지 명을 전하는 것이오. 그런 일이 없다면 나중에 자연 알게 되겠지요."

當下立起身來道:“兄弟不多打擾, 就此告辭。”

즉시 일어서더니 말했다.

"형제는 더 폐를 끼치지 않겠소. 이만 작별을 고하겠소." 

厲陰平滿面陰沉, 冷冷道:“恕兄弟不送了。”

여음평이 음침한 얼굴로 냉랭하게 말했다.

"형제가 전송하지 못함을 용서하시오." 

上官延齡道:“豈敢, 豈敢。”揚長行出殿去。

상관연령이 말했다.

"어찌 감히." 

거들먹거리며 대전을 나갔다.

厲陰平容他走遠, 不由連連冷笑, 顯然他內心十分激動。

여음평은 그가 멀리 가고 나서야 자기도 모르게 연달아 냉소를 쳤다.  분명히 그는 내심 몹시 흥분한 것이다.

厲若花道:“此人前來難道就是專為傳達那一句話?”

여약화가 말했다.

"그 사람이 설마 한 마디 말을 전하기 위해서 왔을까요?" 

厲陰平冷哼一聲道:“他此來傳言, 無異對咱們提出警告, 說明咱們的一舉一動, 均無法逃過天地盟的耳目。”

여음평이 차갑게 흥, 하더니 말했다.

"그가 이번에 와서 말을 전한 것은 우리에게 경고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은 천지맹의 이목을 벗어날 수 없음을 명백하게 말한 것이다."

厲若花面現憂容道:“咱們該怎辦?”

여약화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어떡하지요?" 

厲陰平長嘆一聲道:“都是你與為父惹來的麻煩。目下別無他法, 可​​將他換服易容, 藏於篷車之內, 咱們即刻回山。”

여음평이 길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모두 네가 이 애비에게 야기한 골칫거리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를 옷을 갈아입히고 역용을 시켜서 포장마차에 숨겨서 산으로 즉시 돌아가자."  

又對玉面無常吩咐道:“把咱們人都撤回來, 準備起程回山。”

또 옥면무상을 보며 분부했다.

"우리들은 모두 철수하여 돌아간다. 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 

玉面無常惶惑地道:“萬一天地盟追問, 咱們如何交代?還望山主三思。”

옥면무상은 황감해 하며 말했다.

"만일 천지맹에서 추궁하면 우리는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산주께서는 세 번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厲陰平霍地立起身來, 沉聲道:“不用多說了, 老夫自有道理。”

여음평이 벌떡 일어서더니 침성으로 말했다.

"여러 말 필요없다. 노부는 나름대로 방법이 있다."

玉面無常深悉山主的性格, 不敢多問, 緩緩退了下去, 徑自各處傳諭去了。

옥면무상은 산주의 성격을 잘 알기에 감히 더 묻지 못하고 천천히 물러가서 각 처에 명령을 전했다.


再說杜君平自服下藥散之後, 便即閉目調息療傷, 他根基深厚, 又深道藥理, 經過一番調息, 藥力已然行開, 傷勢頓時好了八成。他知危機已過, 立即跳下榻來, 行至門後, 正待推門出去, 門外已傳來厲陰平的聲音, 遂把腳步停下, 暗中把他父女所說的話聽得明明白白。 

두군평은 가루약을 먹은 후 즉시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여 요상했다. 그는 기초가 튼튼하였고 또 약리(藥理)에도 정통하여 한번 조식을 하고나자 약력이 이미 퍼져서 상세가 팔성(八成)은 호전되었다. 그는 고비가 지나갔음알 알고 즉시 침대에서 뛰어내려서 문 뒤로 다가가서 막 문을 열고 나가려했다. 문 밖에서 여음평의 음성이 들려와서 걸음을 멈추고 몰래 그 부녀의 말하는 것을 듣고고 명백히 알게되었다.

他的職司, 除了將身為餌, 假冒杜君平外, 還得相機拯救被天地盟脅迫之人。從他父女的對話中, 得知東魔厲陰平, 僅不過是被利用的外圍而已, 並不能參與天地盟真正的機密。不由暗忖道:“由此看來, 邊荒四怪也並非對方核心人物呢?”

미끼 역할로 두군평을 가장 하는 것 외에 그는 틈을 보아 천지맹의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들 부녀의 대화를 듣던 중 동마 여음평은 겨우 주위에 이용당했을 뿐이며 천지맹의 진정한 기밀에는 참여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변황사괴도 상대측의 핵심인물이 결코 아니구나.'

容得玉面無常等人行出後, 他才緩緩踱出來, 拱手哈哈笑道:“厲老此種明智之舉, 在下心中甚是佩服。”

옥면무상 등을 나가고난 뒤 그는 천천히 나서서 공수하며 하하, 웃었다.

"여노의 이런 현명한 처사에 저는 마음 속 깊이 탄복했습니다." 

此時厲陰平臉上表情甚是難看, 內心的感受尤為複雜。他乃極其自負之人, 想起九洲鏢行之事, 可說完全壞在錦衣公子與杜君平兩個年青人之手。

이때 여음평은 얼굴 표정이 몹시 일그러져 있었고 마음 속으로는 유달리 복잡함을 느꼈다. 그는 극히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라 금의공자와 두군평 두 젊은이의 손에 완전히 망가졌다고 할 수 있는 구주표항의 일을 떠올렸다.

雖然因為愛女的關係, 沒有接受天地盟的令諭, 把受傷的杜君平交出, 但也不願輕易將他放過, 此刻見他行出, 不自覺地重重哼了—聲。

비록 사랑하는 딸과의 관계 때문에 천지맹의 명령을 받고, 부상 입은 두군평을 잡고도 넘겨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쉽사리 놓아주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그가 나온 것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거듭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厲若花唯恐乃父盛怒之下, 出手將他傷了, 趕緊上前將杜君平攔住道:“你傷勢未痊, 怎的亂​​跑。”暗中急使眼色, 制止他說話, 並暗對父呶呶嘴。

여약화는 부친이 크게 화가 나서 출수하여 그를 해칠까 두려워 서둘러 앞으로 나가 두군평을 가로막고 말했다.

"당신은 상세가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어찌 함부로 다니세요." 

몰래 급히 눈치를 주어 그의 말을 제지하며 동시에 몰래 부친을 향해 입을 삐죽이며 암시를 주었다. 

杜君平輕輕將她拉開, 直趨厲陰平身前道:“在事情尚未公開決裂前, 厲老徑自把人撤走, 難道不怕因此將天地盟觸怒嗎?”

두군평은 살짝 그녀를 밀치고 여음평 앞으로 가서 말했다.

"공개적으로 결렬하기 전에 여노께서 마음대로 철수해버리시면 설마 그로 인해 천지맹을 화나게 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까?"

厲陰平沉哼一聲道:“這是我的事, 不勞你垂問。”

여음평은 흥, 하더니 말했다.

"이것은 나의 일이니 네가 끼어들어 관여할 필요없다." 

杜君平又道:“為今之計, 厲老似乎不應與她公開決裂, 一切還等到九九會期之後。”

두군평이 또 말했다. 

"지금 계책으로서는 여노께서 그녀와 공개적으로 결렬하지 않는 듯 하셔야 합니다. 모든 것을 중양절대회 이후까지 기다리셔야 됩니다."

頓了頓, 默然不語, 復又道:“在下自信尚有能力衝出魔掌, 她們縱然對厲老責怪, 無非是一個防患不嚴之罪。倘若公開決裂, 恐非貴派之福。在下言盡於此, 告辭。”說完舉步向門外行去。

멈추더니 잠자코 말이 없다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아직 마수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녀가 설령 여노께 책망하더라도 단지 사고를 엄밀히 방지하지 못한 죄일 뿐입니다. 만약 공개적으로 결렬하면 귀 파에 복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으로 제가 할 말을 다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치더니 걸음을 옮겨 문 밖으로 걸어갔다.

厲若花從後趕上, 急喊道:“杜兄弟, 你能走。”

여약화가 서둘러 뒤를 따르며 급히 소리쳤다.

"두형제, 가지 마세요."

厲陰平也沉喝一聲道:“與我回來。”

여음평은 침갈했다.

"속히 돌아오너라."

杜君平停下腳步道:“姑娘救助之恩, 在下必有還報, 剛才所言之事, 還望三思。”身形一掠, 呼地射出了廟門, 厲若花急喊道:“你不能走。”

두군평이 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

"낭자의 도와주신 은혜는 제가 반드시 갚겠소. 조금 전 말한 것을 세 번 생각해주시오." 

신형을 날리더니 휙, 하니 사당 문을 쏘아져 나갔다. 여약화가 급히 소리쳤다.

"가지 마세요." 

可是杜君平去勢如電, 早已到了二三十丈外。

그러나 두군평의 달려가는 기세는 마치 번개같아 이내 이삼 장 밖에 이르렀다. 

厲陰平一臉鐵青, 沉聲道:“不用喊了, 由他去吧。”

여음평이 얼굴이 시퍼렇게 되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리지를 필요없다. 갈테면 가라고 해라."

厲若花不禁悵然若失, 一臉懊喪之容。

여약화는 무엇을 잃어버린 듯 실망을 금치 못해 실의에 빠진 표정이었다. 

厲陰平滿面陰沉, 寒著臉道:“這畜生如此狂傲, 有天為父總要讓他吃足苦頭。”

여음평은 음침한 기운이 가득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그 놈이 이 같이 광오(狂傲​)하니 하늘에 있는 부친을 위해서라도 쓴 맛을 충분히 보게 해야 한다."

只聽門外一人冷冷接腔道:“厲老放心, 他絕對跑不了。”

문 밖에서 한 사람이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여노는 안심하시오. 그 놈은 절대 도망가지 못하오."

人影一閃, 司徒景緩步行了進來。

인영이 번쩍하더니 사도경이 천천히 걸어왔다.

厲陰平暗吃一驚, 臉上頓現不快之容, 司徒景復又道:“副盟唯恐厲老屬下人手不足, 特命上官兄與兄弟安排接應之人, 周圍百里之內, 俱已派有本盟之人, 料他逃不出掌握, 只是此人由廟內行出, 還望厲老有​​所說明。”

여음평은 속으로 깜짝 놀라며 곧 불쾌한 표정이 나타났다. 

사도경이 다시 말했다.

"부맹주께서 여노의 부하가 부족할까 염려되어 특별히 상관형과 형제에게 명하여 대응토록 안배하셨소. 주위 백 리 안에 이미 본 맹의 사람들을 파견하였으니 그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오. 단지 그가 사당 안에서 나왔으니 여노께서 설명하실 것이 있으리라 보오." 

厲陰平雖是老奸巨滑之人, 但自恃身份, 怎肯對司徒景這類人物說謊抵賴, 只重重哼了一聲, 算是回答。

여음평은 비록 교활하고 간사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어떻게 사도경과 같은 인물에게 잡아떼며 거짓말을 하겠는가? 단지 거듭 흥, 하는 코웃음이 대답인 셈이었다. 

厲若花沒好氣地道:“他暗中潛入廟內, 竊聽我父女談話, 我們一時問不警覺, 以致讓他跑了, 難道這又有什麼不對?”

여약화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  

"그가 몰래 사당 안에 잠입하여 우리 부녀의 대화를 몰래 엿들었어요. 우리는 한순간 경각심을 늦추어 그가 숨어들게 하고 말았지요. 설마 또 무슨 잘못된 것이 있나요?"  

司徒景冷冷一笑, 道:“此事幸虧只落在兄弟眼裡, 若是旁人, 卻是大大地不便呢。”

사도경이 냉랭하게 웃더니 말했다.

"이 일은 다행히 형제의 눈에만 띄었소. 만약 다른 사람의 눈에 띄었다면 크게 불편했을 것이오." 

厲陰平揚聲厲笑道:“承情, 承情。司徒兄的隆情高誼, 厲某領受了。”

여음평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은혜를 입었소이다. 여모가 사도형의 후의를 입었소이다."

司徒景乃是奉命而來, 目的只是用話點破對方, 見厲陰平臉上隱泛怒容, 不敢過份露骨, 哈哈一笑道:“豈敢, 豈敢, 厲老言重了。”拱手一禮, 出廟揚長而去。

사도경은 원래 명을 받아서 왔고 그 목적은 몇 마디 말로써 상대를 폭로시키는 것인데 여음평의 얼굴에 은은히 노기가 띠어지자 감히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굴지 못하여 하하, 웃으며 말했다. 

"천만에요. 여노의 말씀이 무겁소이다." 

공수의 예를 하더니 사당 밖으로 나가서 휘휘거리며 떠났다.

厲陰平心中甚是惱怒, 半晌方道:“好啊, 她既對厲某來這一手, 我倒要看看她怎生將我奈何。”

여음평은 심중으로 매우 화가 나서 한참만에 말을 꺼냈다.

"좋아. 그녀가 여모에게 손을 써오는구나. 나는 그녀가 왜 나를 살려두는지, 어떻게 하려는지 지켜보아야겠다."

厲若花一心記掛著杜君平的安危, 但因老父正在盛怒之下, 竟不知如何是好。

여약화는 두군평의 안위가 계속 염려되었으나 늙은 아버지가 크게 화가 난 상황이라 어찌 할 바를 몰랐다.

厲陰平霍地立起身來道:“走, 即刻隨為父回山。”

여음평이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

"가자. 즉시 애비를 따라 산으로 돌아가자." 

厲若花此刻已知事情十分嚴重, 當下柔聲勸道:“爹, 這樣不太好吧。”

여약화가 이때 사정이 매우 엄중함을 알고 즉각 부드러운 음성으로 권하며 말했다.

"아버지. 이러시는 것은 아주 좋지 않아요."  

厲陰平怒氣沖沖道:“為父一生縱橫江湖, 武林誰不對我敬重三分, 這賤人如此作賤人, 真真氣死我也。”

여음평이 노기충천하여 말했다.

"애비는 일생을 강호를 종횡하며  무림의 누구도 감히 나에게 삼 푼은 공경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그 천한 인간이 이렇게 사람을 멸시하니 정말 화가 나 죽겠구나."

厲若花復又勸道:“小不忍則亂大謀, 她又不是盟主, 何苦與她生這閒氣。”

여약화가 또 다시 권하는 말을 했다.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일을 도모하지 못한다 했습니다. 그녀가 맹주도 아닌데 무엇이 아쉬워 그녀에게 이렇게 공연히 화를 내십니까?"  

厲陰平此刻心中實是難受已極, 他雖尊為四大副盟, 可是除了加盟之日, 曾見一次盟主之面外, 從沒有再見過盟主之面, 一切號令, 或是差人, 或是信鴿, 也從不曾徵求過他的意見。今因屢受宮裝麗人閒氣, 決心脫離。

可是, 他有自知之明, 天地盟今非昔比, 他若背叛, 勢必招來奇禍。當下長嘆一聲道:“為父何嘗不知, 但情勢迫人, 已然由不得咱們了。”

여음평은 이때 마슴 속은 몹시 견디기 어려웠다. 그가 비록 부맹주로 떠받들어지고 있지만 가맹 하던 날 한번 맹주의 얼굴을 본 것을 제외하면 다시는 보지 못했다. 모든 명령은 사람을 보내거나 전서구로 내렸다. 또한 일찌기 그의 의견을 구한 적도 없었다. 지금 누차 궁장미인의 사소한 분노를 사자 벗어나서 떠나기로 결심했다.

此時, 屬下的群雄已紛紛回來, 厲陰平滿面陰沉, 在大殿踱了幾匝, 似是下了最大決心, 霍地立定腳步, 沉聲吩咐道:“查點人數, 即刻上路。”

이때, 부하들이 이미 분분히 돌아왔다. 여음평은 음침한 기운이 넘치는 얼굴로 대전을 몇 바퀴 천천히 걷다가 마치 큰 결심을 내린 듯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우뚝 서더니 침중한 목소리로 분부했다.

"인원 수를 점검하고 즉각 길을 떠나자." 

部下哄答一聲, 魚貫行出廟去。

부하들이 입을 모아 대답하더니 줄 지어 사당을 떠나갔다.

厲若花見情勢發展至此, 不僅毫無喜悅, 自覺隱隱似有一種不祥預兆, 襲上心頭, 暗暗嘆息一聲。低頭跟在老父之後, 行出廟去。

여약화는 정세가 여기까지 발전되는 것을 보고 추호도 기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하나의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짓눌러 오는 것을 느껴서 남몰래 탄식했다. 머리를 숙인 채 늙은 부친의 뒤를 따라 사당을 나와 떠났다.  


再說杜君平連夜離開飄香谷, 直奔金陵, 這一路之上, 因他已改換裝束, 竟沒遇上麻煩, 安然無事地抵達了石頭城。當晚找一個客寓住下。陰風老怪赫連仲與他相約之時, 並不曾說明時間與約晤地址, 只告訴了自己的住處。一問店家, 才知赫連仲所居之所, 是在寓城約有七八里地的一處山村。

두군평은 표향곡을 벗어나 곧장 금릉을 향해 몇 날 밤을 달렸다. 그는 이미 옷차림새를 바꾸었기 때문에 가는 길에 아무런 번거로움도 당하지 않고 무사히 석두성(石頭城​)에 도착하여 이날 밤에 머무를 객우(客寓​)를 찾았다.

음풍노괴 혁련중은 그와 서로 약속할 때 시간과 만날 장소를 이야기 한 적이 없고 단지 자기의 거처를 알려주었을 뿐이었다. 가게 사람들에게 물어서 혁련중의 거처를 알게 되었는데 성에서 약 칠팔 리의 어느 산촌에 기거하고 있었다.

他因急於得知爹爹屍骨所在, 翌晨一早便即按址尋去, 費了半天工夫, 才在山根找到了一處小村落, 村前垂柳流水, 十分幽靜, 行至村口, 卻不見人影, 當下高聲問道:“村里有人嗎?”

그는 아버지의 유골이 묻힌 곳을 빨리 알고 싶었기에 이튿날 새벽같이 찾아 나섰다. 반나절이 걸려서 산마루에 있는 몹시 조용한 작은 촌락을 찾아냈다. 마을 입구에 이르러 사람의 그림자가 안보여 즉시 큰 소리로 물었다.   

"누구 계시오?"

但覺人影一閃, 綠蔭中行出一個青衣童子, 將他上下打量一番問道:“尊客打聽誰?”

인영이 번쩍하더니 녹음 속에서 한 명의 청의동자가 나와서 그의 위 아래를 훑어보더니 물었다. 

"손님은 누구를 물으십니까?"

杜君平賠笑道:“在下姓杜, 應約前來拜訪赫連前輩。”他因有求於人, 言語甚是謙敬。

두군평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나는 두가라네. 약속대로 혁련 선배를 찾아뵙고자 왔다네." 

그는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말투가 매우 공손했다.

青衣童子搖搖頭道:“客官來得不巧, 家主進城去了。”

청의동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손님은 안좋은 때에 오셨군요. 가주(家主)께서는 성에 들어가셨습니다."

杜君平大失所望道:“不知何時回來。”

두군평은 크게 실망하여 말했다.

"언제 돌아오시는지 모르시오?" 

青衣童子沉吟道:“難說得很, 有時三五天, 有時三月兩月, 極難定準。”

청의동자가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삼오 일, 어떤 때는 이삼 개월이라 꼭 집어 말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杜君平想了想道:“既是這樣, 在下只有過幾天再來了, 倘若赫連前輩回來時, 請對他禀報一聲, 就說在下來過了。”

두군평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나는 며칠후 다시 오겠네. 만약 혁련 선배가 돌아오시면 내가 왔다갔다고 한 마디 말씀드려 주게." 

青衣童子沉忖有頃道:“客官現住哪裡?”

청의동자가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말했다.

"손님께선 현재 어디에 계십니까?" 

杜君平道:“在下現任城內悅來客棧, 在沒有見到赫連前輩之前, 暫時不會離開。”

두군평이 말했다.

"나는 현재 성 안의 열래객잔(悅來客棧​)에 있네. 혁련 선배를 만나보기 전에는 잠시 동안은 떠나지 않을 것이네."   

青衣童子點頭道:“小的記住了, 家主人不在家, 恕我不便留客。”

청의동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억하겠습니다. 가주께서 안계시니 제가 마음대로 손님을 머물게 할 수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杜君平道:“算了, 在下改天再來。”別了童子, 轉身回城。

두군평이 말했다.

"됐네. 나는 다음에 다시 오겠네." 

동자와 헤어져 다시 성으로 돌아왔다.

午飯時, 杜君平方在食廳中用膳, 心中正思著如何才能找到陰風老怪, 探問父親埋骨之地, 突見一個貌相清癯的灰袍老者行近桌邊, 低笑道:“兄台一人獨酌, 不嫌寂莫嗎?”

점심때 두군평은 식청(食廳)에서 밥을 먹으며 속으로 음풍노괴를 어떻게 찾아서 부친의 유골이 묻힌 장소를 알아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한 명의 생김새가 청수한 노인이 탁자에 다가와서 낮게 웃으며 말했다. 

"혼자서 마시면 적막하지 않으시오?"

杜君平瞥了老者一眼道:“老丈如不嫌棄, 何妨坐下共酌?”

두군평이 노인을 흘낏 보더니 말했다. 

"노인장께서 싫지 않으시다면 앉아서 같이 드셔도 좋습니다."

老者也不謙遜, 一屁股就在杜君平對面坐下了。

노인은 사양하지 않고 두군평의 맞은 편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杜君平招手把堂倌叫來, 替老者添了一付杯筷, 老者也不謙讓, 酒到杯幹, 一連乾了幾杯, 這才深嘆一口氣道:“兄台如已吃飽, 咱們另找個地方談談如何?”

두군평은 당관(堂倌:점원)을 손짓해 불러서 술잔과 젓가락 한 짝을 더 가져오라 시켰다. 노인은 사양치 않고 술이 오자 연달아 몇 잔을 마셨다.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형장, 이미 배불리 먹었다면 우리는 다른 곳을 찾아 이야기를 함이 어떠시오?"

杜君平微感意外地看了他一眼, 只覺此貌雖然甚是衰弱, 說話中氣倒十分充足, 心裡不禁一動, 推杯而起道:“在下初來貴地, 客中正感寂寞, 老丈如此推愛, 自是求之不得。此刻就走如何?”

두군평은 의외라고 느껴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는 생김새는 비록 심히 쇠약해 보였지만 말하는 가운데 매우 기운이 충만하다고 느꼈다. 마음이 동하는 것을 금치 못하고 잔을 밀치고 일어서며 말했다.

"저는 이 곳에 처음 와서 적막함을 느꼈는데 노인장께서 이처럼 대해주시니 그야말로 구하려해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가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老者領先行出酒樓, 一直將他引出城外, 就在江邊一處岩石堆中坐下道:“此處人跡罕至, 咱們正好暢談。”

노인이 앞장서서 주루를 나가서 그 길로 그를 성 밖으로 인도하였다. 강변의 한 바위에 앉더니 말했다.

"여기는 인적이 드문 곳이니 우리가 마음놓고 이야기하기 딱 좋소."

杜君平拱手道:“在下可以請教老丈尊姓大名嗎?”

두군평이 공수하며 말했다.

"노인장의 존성대명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老者哼了一聲道:“我且問你, 你果是杜飛卿之子杜君平?”

노인이 흥, 하더니 말했다.

"내가 다시 묻겠는데, 너는 두비경의 아들 두군평이지?"

杜君平暗吃一驚, 霍地立起道:“你究竟是誰?”

두군평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시오?" 

老者冷森森地道:“老夫赫連仲, 在江湖上跑的人, 大概不會不知。你今天若不實話實說, 這滔滔江水, 就是你葬身之地。”

노인이 음산하게 말했다. 

"노부는 혁련중(赫連仲)임을 강호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네가 오늘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이 도도한 강물이 네가 장사지낼 곳이다."

說著把臉一抹, 露出本來面目, 果是泰山松鶴觀所見的那位陰風老怪。

말을 하고 얼굴을 한번 문질러 본래의 진면목을 드러냈는데 과연 태산 송학관에서 보았던 그 음풍노괴였다. 

杜君平為了取信於他, 亦把麵幕揭下道:“老丈此刻總該相信了吧?”

두군평은 그의 신임을 얻기 위해 역시 면막(面幕​)​ 벗고 말했다.

"노인장은 이제 믿을 수 있겠소?" 

陰風老怪雙目冷電似地在他臉上一掃, 點點頭道:“果然是泰山所見之人, 只是老夫仍只能將信將疑而已。”

음풍노괴는 두 눈에서 냉전을 뿜듯 그의 얼굴을 한번 쓸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태산에서 보았던 사람이군. 하지만 노부는 여전히 반신반의할 뿐이네."

杜君平甚為不解地道:“難道你認為在下是假冒不成?”

두군평은 몹시 이해가 안되어 말했다.

"설마 당신은 제가 쓸데없이 사칭한다고 여기십니까?" 

陰風老怪道:“只因江湖盛傳有兩個杜君平, 究竟何者是真, 哪個是假, 老夫無法知道。”

음풍노괴가 말했다.

"강호에 널리 알려지기로 두 명의 두군평이 있다고 하기에 도대체 누가 진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노부가 알 방법이 없네." 

杜君平輕嘆一聲道:“除了為人子者, 竟欲一盡孝道外, 一堆屍骨, 於旁人何用?”

두군평이 가볍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아들 된 몸으로 효도를 다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무더기 유골을 다른 사람이 무엇하러 찾으려 하겠습니까?" 

陰風者怪道:“話雖不錯, 可是杜大俠之事, 已掀起江湖一場巨大風暴, 老夫仍難對你盡信。”

음풍노괴가 말했다.

"말은 틀리지 않네만 두대협의 일은 이미 강호에 일장의 거대한 풍파를 불러일으키기에 노부는 여전히 자네를 믿기 어렵다네."

杜君平甚是不悅道:“老丈既邀約在下前來, 想是與先父生前有過交往, 今在下不遠千里來到, 為何又推三阻四, 故意為難在下?”

두군평은 심히 불쾌하여 말했다.

"노인장께서 이미 초청하여 제가 왔으니 선부와 생전에 왕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 제가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왔는데 무엇때문에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피하여 일부러 저를 난처하게 하십니까?"

陰風老怪沉思有頃道:

”好吧!你把麵幕戴上, 老夫這就領你前去。”

음풍노괴가 잠깐동안 생각에 빠지더니 말했다.

"좋아!  자네는 면막(面幕​)을 다시 쓰게. 노부가 이제 자네를 데리고 가겠네."

說罷當先舉步, 領著杜君平行了約有一二十里, 已然到了一處山野僻境。

말을 마치자 먼저 앞장서서 두군평을 데리고 약 일이십 리를 가서 산야의 한 외딴 곳에 이르렀다. 

陰風老怪展開身法, 疾向一處狹谷奔去, 到達谷內, 隨在一處依山所建的墳墓前停下道:“這座青墳就是令尊杜大俠墳墓了。”

음풍노괴가 신법을 전개해서 협곡의 한 곳을 향해 질풍같이 내달려 곡 안에 도달하자 산기슭의 한 곳에 만들어진 분묘(墳墓)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곳이 영존 두대협의 무덤이네."

杜君平舉目見那石碑之上, 刻有一行楷書“河間杜飛卿之墓。”不禁觸發父子天性, 悲喊了一聲…爹……忍不住放聲大哭起來。

두군평은 눈을 들어 석비 위에 해서체로 새겨진 "하간(河間) 두비경지묘"라는 글귀를 보자 부자간 피로 이어진 사무침이 자기도 모르게 일었다. 구슬프게 "아버지..." 하더니 참지 못하고 목을 놓아 대성통곡을 하였다.

一個人的喜怒哀樂, 固可勉強做作, 但此種發乎內心的哀痛, 那是無法做作的。

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물론 억지로 꾸밀 수 있지만  이렇게 마음 속의 애통함을 드러내는 것은 꾸며진 것이라 할 수 없었다.

陰風老怪經驗何等豐富, 經察之下, 已然確認他真正是杜君平, 遂上前勸道:“孩子, 人死不能複生, 徒悲無益。”

음풍노괴는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지 잠시 살펴보더니 그가 바로 진짜 두군평임을 확신했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 권하며 말했다.

"얘야,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다. 쓸데없이 너무 슬퍼하면 이로울 것이 없느니라."  

杜君平大哭一場, 把內心的衰傷盡情發抒了一番, 方才漸漸止住眼淚。轉身對陰風老怪一揖道:“承蒙前輩替先父收殮屍骨, 晚輩感激不盡。”

두군평은 한바탕 대성통곡하여 마음 속의 애통함을 실컷 쏟아내고서야 점점 눈물이 그쳤다. 몸을 돌려 음풍노괴를 향해 읍을 하며 말했다.

"선배께서 선부의 유골을 거두어 주심에 후배는 감격하기 그지없습니다."

陰風老怪喟然嘆道:“江湖上均認老夫乃是邪魔外道, 獨杜大俠不棄, 推誠相交, 老夫自感力薄, 不能與他報仇雪恨, 這點小事不過略盡心意而已, 何足言謝。”

음풍노괴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강호에서는 모두가 노부가 사마외도라고 알고 있지만 두대협 혼자만은 싫어하지 않고 진심으로 교제하였다. 노부는 힘이 모자라 원수를 갚아줄 수 없음을 알기에 이렇게 작은 일에 불과하지만 온 마음을 다할 뿐이다. 어찌 고맙다는 말을 받을 만 하겠느냐."

杜君平復又道:“前輩既有機會為先父收殮屍骨, 想亦知道先父遇害的經過?”

두군평이 다시 말했다.

"선배께서 선부의 유골을 거두어 주실 기회가 있었으니 역시 선부께서 해를 당하신 경과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陰風老怪點了點頭, 拍著一塊岩石, 示意他坐下道:“此事說來話長, 你且坐下, 容老朽慢慢說與你聽。”

음풍노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위를 두드리며 그에게 앉도록 눈짓하며 말했다.

"이 일은 말하자면 길다. 자네는 앉아서 이 늙은이가 천천히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게."  

杜君平依言坐下。

두군평이 그 말에 따라서 바위에 앉았다. 

陰風老怪乾咳了兩聲, 徐徐言道:“老朽雖在武林薄具聲名, 自問惹不起你那仇家, 是以令尊遇害之事, 從不曾對任何人談起。怕的是一朝洩露, 不僅於事無補, 且將招來殺身之禍。”

음풍노괴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늙은이는 비록 무림에서 얄팍하나마 명성이 있지만 자문해보니 너의 그 원수들을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영존이 해를 당한 일은 일찌기 어떤 사람에게도 이야기 한 적이 없다. 느닷없이 폭로해봤자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살신지화(殺身之禍)를 초래할까 두려웠다."

深嘆一口氣又道:“老朽行將就木。對生死之事, 原沒看得那麼重, 但若老朽一死, 杜大俠的怨仇, 便將永沉海底了。”

깊이 한숨을 내쉬고 또 말했다.

"이 늙은이는 죽을 날이 머지 않았다. 죽고 사는 일에 대해서 원래 그리 중요하게 보지도 않는다. 다만 만약 내가 죽으면 두대협의 원한과 원수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 앉고 말 것이다."

杜君平點了點頭道:“前輩所說極是。”

두군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배님의 말씀이 극히 옳습니다." 

陰風老怪又道:“前些時江湖突然傳出消息, 天地盟發出鬼頭令判, 緝獲杜大俠的遺孤, 老朽便知此事大有蹊蹺, 是以趕來泰山松鶴觀察看。”

음풍노괴가 또 말했다.

"얼마 전에 강호에 돌연 전해지는 소식으로 천지맹에서 귀두령판을 발출하여 두대협의 아들을 잡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늙은이는 이 일은 크게 수상쩍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서둘러 태산의 송학관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頓了頓又道:“此去原不指望有何收穫, 嗣後細察賢侄的言談舉止, 竟大有父風, 才知杜大俠果然有後, 且已藝成進入江湖, 是以才微露口風, 看看你的動靜。”

잠시 멈추었다 또 말했다.

"그때 간 것은 원래 무슨 수확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현질의 언행과 행동거지를 자세히 관찰하니 과연 아버지의 풍모를 이은 지라 두대협에게 과연 후손이 있었고 게다가 이미 무예를 완성하고 강호에 진입하였​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의 언질을 주고 자네의 동정을 살폈었지."

杜君平深籲一口氣道:“晚輩原想早日趕來金陵, 只因許多俗事未了, 是以直到此刻才來。”

두군평은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후배는 원래 더 일찍 금릉으로 오려 했습니만 여러가지 일들을 끝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에서야 오게 되었습니다."

陰風老怪長嘆一聲道:“老朽於泰山僅對你說了幾句話, 不想竟引來了許多麻煩, 老朽並非怕事之人, 只為要留這張活口, 才委曲求全, 東藏西躲。唉……​​”

음풍노괴가 장탄식을 하고는 말했다.

"늙은이가 태산에서 자네에게 몇 마디 말을 한 것이 뜻밖에 많은 번거로움을 불러왔네. 늙은이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지만 약속을 지키려 이곳에 머물기 위해 여기저기 숨으며 참고 견디어 왔네. 아..."

杜君平恍然大悟, 原來他如此詭秘謹慎, 乃是為了逃避追索他的人, 當下甚為詫異地道:“前輩乃是武林前輩, 對方究竟是何許人, 竟敢於公然向前輩尋仇?”

두군평은 원래 그가 이렇게 은밀하고 신중한 것이 추적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즉시 이상하게 여겨 말했다.

"선배께서는 무림 선배이십니다. 상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감히 공공연히 선배에게 원한을 품고 찾는다닌다는 것입니까?"

陰風老怪冷笑道:“這還用說嗎, 自然是殺害令尊的那幫人, 他們處心積慮, 竟欲先行掌握天地盟的大權, 然後再圖獨霸江湖。”

음풍노괴가 냉소하며 말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당연히 영존을 살해한 것을 방조한 사람이다. 그들은 별의별 궁리를 다하여 먼저 천지맹의 대권을 장악하고 이후에 다시 강호를 독패할 기도를 하고 있다."

杜君平想了想道:“前輩與他們碰過面嗎?”

두군평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배께서는 그들과  마주친 적이 있습니까?"

陰風老怪搖了搖頭道:“江湖上稍具聲名之人, 老朽大部份都認識, 只是暗中掌握天地盟之人, 卻不知是何許人, 也就是因為這樣, 才覺得更可怕。”

음풍노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강호상에서 조금이라도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노부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암중에서 천지맹을 장악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른다. 바로 이것때문에 두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杜君平深嘆了一口氣道:“晚輩對天地盟之事, 已略略摸著一點頭緒, 老前輩如能將往事略加敘述, 晚輩前後加以對照, 便不難理出一個頭緒來。”

두군평은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후배는 천지맹의 일에 대해 이미 하나의 단서를 조금 더듬어 보았습니다. 노선배께서 지난 일들을 좀 말씀해주신다면 후배가 전후의 일을 대조해보고 하나의 단서를 끄집어 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陰風老怪仰望晴空, 沉思了一會, 徐徐地道:“十餘年來, 因天下太平, 萬民樂業, 武林各派紛紛思痛, 遂有天地盟之議, 以圖藉此項同盟, 消弭各派紛爭。當時武林之中, 傑出人材, 不下數十位之多, 而最得眾望者, 便是掌天地盟的鐵髯蒼龍肖錚, 與令尊神劍杜飛卿, 當時號稱乾坤雙絕。”

음풍노괴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십여 년 이래 천하가 태평하고 만민이  편안히 생업을 해왔기 때문에 무림의 각 파는 생각을 짜내어 천지맹이라는 협의체로 동맹을 하여 각 파의 분쟁을 없애버리려 했었다. 당시 무림에서는 걸출한 인재가 수십 명이 넘었지만 가장 기대를 모은 사람이 천지맹을 관장한 철염창룡 소정과 영존이신 신검 두비향. 당시 호칭은 건곤쌍절(乾坤雙絕​)이었다."

“他們一個剛毅正直, 一個倜儻風流。武功亦在仲伯之間。而當時他倆的友好中, 有一位巾幗英雄, 不僅武功獨特, 而且貌若天仙。”

"그들은 한 사람은 굳세고 정직하고, 한 사람은 호방하고 풍류적이었다. 무공 역시 백중지간이었다. 당시 그들의 친구 중에 한 분의 여걸이 있었는데 무공이 독특할 뿐 아니라 용모도 하늘의 선녀과 같았다."

杜君平忍不住插言道:“可是飄香谷主謝前輩?”

두군평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어 말했다.

"표향곡주 사선배입니까?" 

陰風老怪點了點頭道:“不錯, 三人意氣相投, 十分莫逆。只是男女之間的友誼, 與同性之間的交情, 多少有些差別。”

음풍노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매우 친밀했다. 단지 남녀간의 우의(友誼)는 동성간의 교정(交情)과 많이 다른 점이 있었다." 

喟嘆一聲又道:“雖然肖大俠練的童子功, 終生不能婚娶, 而杜大俠又是已有妻室之人, 終不免惹起旁人議論。其中最為不滿的, 是一位武功高強的俠女, 另外尚有一個行踪詭秘的俠士, 此人才華絕代, 貌賽潘安, 武功亦不在乾坤雙絕之下, 只是心術不正, 行事乖張。”

탄식하더니 말했다.

"비록 소대협은 동자공(童子功​)을 연마해서 평생 장가를 들 수 없었고 두대협은 이미 아내가 있어지만 끝내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을 면하지 못했다. 그 중 가장 불만을 가진 것은 한 명의 무공이 고강한 협녀와 다른 한 명의 행적이 신비스러운 협사였다. 이 사람은 재능이 절대적이고 용모는 반안(潘安​)을 능가하고 무공 역시 건곤쌍절의 아래가 아니었다. 단지 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못하고 일처리가 괴팍했다."

杜君平打斷他的話頭道:“那位俠女可是飄香谷主的同門?”

두군평이 그의 말을 자르더니 말했다.

"그 협녀는 표향곡주의 동문입니까?" 

陰風老怪道:“那就不大清楚了。”

음풍노괴가 말했다.

"그것은 잘 모르겠다." 

杜君平又問道:“老前輩可曾見過那位神秘俠士?”

두군평이 또 물었다.

"노선배께서는 일찌기 그 신비협사(神秘俠士)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陰風老怪搖頭道:“此人行事怪誕, 手段毒辣, 且擅易容之術, 有如神龍見首不見尾, 極少有人見過他的廬山真面目。”

음풍노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사람은 행동이 기괴하고 수단이 악랄했다. 또한 역용술에 능해 마치 신룡의 머리만 보고 꼬리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그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극소수였다." 

深籲一口氣道:“話拉得太遠了, 你再別打岔, 容我繼續說下去。”

깊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말이 옆길로 샜구나. 내가 계속 말하도록 방해하지 말거라." 

杜君平此時心裡巳然略略明白了一點, 暗忖:“難道爹爹是那宮裝麗人害死的?”

두군평이 이때 마음 속으로 조금 분명하게 알게 되어 중얼거렸다.

'설마 아버지는 궁장미인이 죽인 것일까?' 

陰風老怪繼續說道:“天地盟成立之日, 乾坤雙絕俱是盟主人選, 可是令尊杜大俠性情淡泊, 竟自一人南下金陵, 傲遊風月。根本沒把天地盟之事放在心上。也是事有湊巧, 我亦因不滿天地盟將黑道人物摒於門外, 竟沒有前去觀禮, 而與杜大俠在秦淮河畔相遇。當時杜大俠遊興甚深, 匆匆談了幾句話, 便即進入了一艘極其講究的遊艇。”

음풍노괴가 계속 말을 이었다.

"천지맹이 성립되는 날 건곤쌍절은 모두 맹주로 추천되었다. 그러나 영존 두대협은 성정이 담백하여 혼자 금릉으로 남하하여 풍월을 감상하며 유유자적했다. 근본적으로 천지맹의 일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일이 공교롭게도 나 역시 천지맹이 흑도 인물을 문 밖으로 내치는 것에 불만이었기에 그 의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두대협과 진회(秦淮​) 강변에서 서로 만났는데 당시 두대협은 유흥에 심취하여 급히 몇 마디 말을 하고는 곧장 한 척의 극히 화려해 보이는 유람선으로 들어갔다." 

長吁一口氣接道:“當晚老朽適有事夜行, 突見杜大俠渾身浴血, 踉跑向城外奔跑, 不由大吃一驚, 急忙尾隨追趕, 至到此處, 杜大俠已然不支倒地。”

길게 한숨을 토해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날 밤 늙은이는 마침 밤길을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두대협이 피를 뒤집어 쓴 채 성 밖을 향해 비틀거리며 달려가고 있었다. 깜짝 놀라서 급히 뒤를 따라가다 이곳에 이르자 두대협은 이미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杜君平神情緊張, 急道;

“當時可能言語?”

두군평은  긴장된 표정으로 급히 말했다.

"당시에 무슨 말씀을 하셨나요?"

陰風者怪搖了搖頭道:“老朽見狀, 急趕上前, 伸手準備將他扶起。而杜大俠卻就地一滾, 挪開數尺怒吼道:“不要靠近我。”

음풍노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늙은이가 상황을 목격하고 급히 서둘러 나아가서 손으로 그를 부축해 일으키려 했다. 두대협은 땅에서 몸을 굴러 수 척 떨어지더니 성난 목소리로 '나에게 다가오지 마시오'라며 고함쳤다.   

老朽驚愕之餘, 仔細對他一瞧, 原來他已面目全非, 身上衣衫盡濕, 地下遍是黃水, 臭不可聞。老朽在江湖混了多年, 已然意識到是怎麼回事, 當下也顧不得別的了, 急道:“兄弟名叫赫連仲, 杜大俠有何事須兄弟效勞, 請快吩咐。” 杜大俠當時雙目已無法睜開, 強提一口真氣道:“杜某不慎, 被奸人於酒菜中下毒, 暗害杜某之人, 可能是……”狂吼一聲, 寂然無聲, 人已死去。

"늙은이는 놀랍고 두려운 나머지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이미 원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입고 있던 의삼은 완전히 젖어 있었고 땅에 누런 물이 번지고 있었는데 지독한 악취가 났었다. 늙은이는 강호에 다년간 몸을 담고 있어 곧바로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당장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급히 말했다. '형제의 이름은 혁련중이오. 두대협은 무슨 부탁할 일이 있으면 형제가 반드시 진력을 다하겠소. 속히 분부하시오.' 

두대협은 당시 이미 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억지로 한 입의 진기를 끌어올리더니 말했다. '두모가 신중하지 못해 간사한 자의 독이 든 술에 당했소. 몰래 두모를 상하게 한 자는 바로...' 한 바탕 부르짖더니 조용해졌다. 사람이 이미 죽은 것이었다. "

杜君平滿面垂淚道:“先父修為深湛, 難道死時連話都無法說完?”

두군평은 만면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선부의 수위가 깊으신데 어찌 말을 다하지 못하고 가셨단 말입니까?"

陰風老怪喟然嘆道:“老朽在江湖闖蕩半生, 什麼樣的歹毒暗器都見識過。從不曾見過這般劇毒之物。杜大俠死去未及盞茶時刻, 已化成了一堆黝黑的枯骨, 真個令人驚心動魄。 ”

음풍노괴가 탄식하며 말했다.

"늙은이가 강호를 반평생 다니며 어떤 악독한 암기라도 모두 본 적이 있었지만 그런 극독은 본 적이 없었다. 두대협은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안되어 죽고 한 무더기의 검게 변한 뼈만 남았으니 정말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이었다."

杜君平悲慟地道:“照此說來, 老前輩也不知先父是死於何入之手了?”

두군평이 비통하여 말했다.

"말씀하신 것에 비추어보면 선부께서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알지 못하시군요?" 

陰風老怪長嘆一聲道:“老朽與令尊雖然道路不同。但他之為人, 老朽素所佩服, 既遇事哪有坐視之理。翌日便化裝為一商賈, 亦去秦淮河中邀妓買醉, 經多方打聽, 才知在不久以前, 秦淮河中曾來了幾個外地的歌妓, 並自備有遊艇, 但僅做幾天生意, 便不再露面。”

음풍노괴가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늙은이와 영존은 비록 가는 길은 같지 않았다. 단지 그의 사람됨에 늙은이가 감복하였기에 그 같은 일을 당하고 어찌 좌시하겠는가? 다음날 상인으로 분장하고 진회하로 가서 기녀를 불러 술을 마시며 여러모로 알아보았네. 진회하에 얼마전에 외지에서 몇 명의​ 가기(歌妓​)가 왔는데 유람선을 준비하여 고작 며칠간 장사하더니 다시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고 하더구나."

杜君平怒吼道:“那幾個歌妓定然是毒害先父的兇手了。”

두군평이 노하여 소리쳤다.

"그 가기들이 필시 선부를 독해한 흉수들이군요." 

陰風老怪點了點頭道:“很有可能, 老朽問明此事之後, 立即兼程北上, 各方一打聽, 才知天地盟的盟友大會已完, 並推選了肖大俠為盟主, 另選千手神君東方玉明、修羅王單於坡、飄香谷主謝紫雲、與令尊杜大俠四位為副盟。”

음풍노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늙은이는 이 일을 알아내고 곧장 북상하며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았다. 천지맹의 맹우대회(盟友大會)는 이미 끝났고 소대협이 맹주로 추대되었으며 천수신군 동방옥명, 수라왕 곽덕, 표향곡주 사자운이 영존 두대협과 함께 네 부맹주로 선출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肖大俠乃是令尊的好友, 他既已應任盟主, 老朽自然該把心事通知他, 詎料, 問遍各個加盟的門派, 竟沒有一人知道總壇所在, 更無法找到肖大俠其人。”

"소대협은 영존의 좋은 친구였네. 그가 이미 맹주에 부임했으니 늙은이는 당연히 마음 속의 일을 그에게 알리려 했었지. 가맹한 문파에 두루 물어보았으나 총단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소대협 그 사람을 찾아낼 방법도 없었네." 

杜君平拭著淚道:“之​​後老前輩便沒有再見到肖大俠?”

두군평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 후에 노선배께서는 다시 소대협을 보지 못했습니까?"

陰風老怪點頭道:“老朽所知道的, 就只有這些了。”

음풍노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늙은이가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네." 

此人雖屬邪魔外道, 對杜飛卿似有一份真實情誼, 跟著鄭重叮囑道:“此後你不用再去找我了, 一切行動務必小心, 在大仇未報之前, 亦不宜常來此地。”

이 사람은 비록 사마외도지만 두비향에 대해서는 진실된 우정을 갖고 있어 말을 마치고 정중하게 당부하며 말했다.

"이후에 자네는 다시 나를 찾을 필요없네. 일을 할 때 반드시 조심하게. 원수를 갚기 전에는 이곳에 자주 오는 것도 적절치 않네."  

杜君平點了點頭道:“前輩所言極是。”

두군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배님의 말씀이 극히 옳습니다." 

陰風老怪復又道:“老朽自知藝業低微, 力量有限, 但有生之年, 絕不會放棄為老友盡一份心力。”

음풍노괴가 다시 말했다.

"늙은이는 무공이 미미하고 역량이 모자람을 알고 있네. 다만 살아있는 동안에 절대 옛 친구를 위해서는 심력을 다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네."  

他似是尚有甚多的顧慮, 舉目四下察看了一番, 見沒什麼動靜, 接道:“咱們不宜在此久呆, 老朽先行一步。”舉步向谷外疾奔而去。

그는 마치 아직 많은 것을 고려하는 듯 눈을 들어 사방을 한번 둘러보고 아무런 동정이 없자 이어서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 오래 있는 것은 적절치 않네. 늙은이는 먼저 가네." 

걸음을 떼어 곡 밖을 향해 달려갔다.

杜君平望著陰風老怪逝去的身影發了一會楞, 突然覺得此事大有疑問, 第一, 兵刃乃武林人寸步不離之物, 爹爹既南下游玩, 為何寶劍留在北方?

두군평은 음풍노괴의 신형이 사라져 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이 일에는 큰 의문이 있음을 느꼈다. 첫째로 병기는 무림인들이 촌보도 몸에서 떼놓지 않는 물건인데 아버지는 이미 남쪽으로 유람을 떠났는데 어찌 보검은 북쪽에 남겨졌는가?

第二、爹爹功參造化, 縱然服下絕毒, 也不可能馬上就死?何況陰風老怪見他之時, 業已面目全非, 難道其中另有其人?

둘째로 아버지의 수위는 천지간의 조화를 깨우칠 정도인데 설령 지독한 독약을 먹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죽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물며 음풍노괴가 그를 보았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고 하니 설마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先前估因乍見爹爹骸骨, 悲憤填胸, 方寸已亂, 此刻冷靜下來, 才發覺有許多事情, 根本無法連貫起來, 想再問時, 陰風老怪已然離去。

처음에는 아버지의 유골을 대한다는 생각에 비분함이 가슴에 가득 차서 마음이 어수선했지만 지금은 냉정해졌다. 많은 일들을 일관되게 연결할 방법이 근본적으로 없음을 깨닫고 다시 물어 보고자 했으나 음풍노괴는 이미 떠나버렸다.

於是, 他決心回到客寓, 冷靜地想一想, 同時他極希望能見到阮玲, 把她所知道的, 互相印證​​一下, 也許加以連串起來, 可以得到一個結論。

탄식하며 그는 객우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냉정하게 잠시 생각해보는 동시에 그는 완령을 만나서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상호인증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하나로 꿸 수 있다면 하나의 결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回到客寓, 天色已經不早, 此行他雖見到了爹爹的墳墓, 那隻是一個疑團, 仍然難確定是不是真實的, 也因為這樣, 使他感到十分懊喪。

객우로 돌아왔을 때 아직 하늘은 아침이 되지 않았다. 이번 행차에 그는 비록 아버지의 묘를 보았지만 여전히 진짜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아 하나의 의문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매우 실의에 빠지게 되었다. 

這客寓在金陵城中, 乃是一家歷史悠久, 客人最多的一家, 一到傍晚, 頓時熱鬧起來, 杜君平正自倚在椅上, 假寐思之際, 突然人影一閃, 進來一位篷頭叫化, 回手把門掩上, 拱拱手道:“請恕老叫化來得魯莽。”

이 객우는 금릉성 안에서 역사가 좀 오래되어 손님이 가장 많은 집이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일시에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두군평이 의자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려 생각했을 때 돌연 인영이 번쩍, 하더니 한 명의 봉두난발한 거지가 들어와서 문을 닫고는 공수하며 말했다. 

"노규화가 경솔하게 오게된 것을 용서하시게." 

杜君平認得此人乃是丐幫護法夏楚, 不覺一怔, 他此刻仍戴著人皮面幕, 不知對方怎會認得自己。

두군평은 이 사람이 개방의 호법 하초(夏楚)임을 알아보고 자기도 모르게 어리둥절하였다. 그는 이때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는데 상대가 어떻게 자기를 알아보는지 알지 못했다. 

夏楚見杜君幹滿面惶惑之容, 不禁哈哈一笑, 行近他身旁低聲道:“丐幫唯一的長處, 就是耳目眾多, 世兄來金陵尋訪陰風老怪之事, 我們已經知道了。”

하초는 두군평이 당혹해하는 표정을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하하, 웃더니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개방은 유일한 장점은 바로 이목이 많다는 것이지. 세형이 음풍노괴를 찾아 금릉에 온 일을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네."

杜君平深知丐幫屬於俠義一派, 代出高人, 無形中已成了武林中一大幫派, 在江湖上享有盛譽, 知他來尋自己, 絕不會有惡意, 遂道:“前輩尋我有何教諭?”

두군평은 개방은 협의일파(俠義一派)에 속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대로 고인들을 배출하여 무형중에 무림의 일대 방파가 되어 강호상에서 큰 명예를 누리고 있었다. 자기를 찾아온 것이 절대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자 말했다.

"선배님은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 저를 찾으십니까?" 

夏楚悄聲道:“陰風老怪處境已然十分危殆, 此人平日所作所為, 雖不十分正當, 但亦無大惡, 對方此番要對付他, 目的是殺人滅口。”

하초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풍노괴가 이미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네. 이 사람은 평상시의 하는 짓이 비록 십분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또한 크게 나쁜 것도 없다. 상대가 이번에 그를 대처하는 목적은 살인멸구(殺人滅口)라네."

杜君平甚為詫異地道:“他並沒有掌握什麼秘密, 對方何故殺他?” 

두군평이 몹시 의아해서 말했다.

"그가 무슨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상대가 왜 그를 죽이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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